부모로 부터 나아가기
반어법의 고점 인듯한 제목에 우선 끌렸다. 목사딸 vs 백팔배.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꼭 불자가 아니어도 백팔배는 할 수 있고 절에 갈 수도 있지~라는 생각에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즐겁게 라고 쓰지는 못하고 아프게 완독했다.
중반까지는 정말 "화" 가 나서 열이 확 올랐다. 부모와 목사라는 절대적 지위를 이용해 '가스라이팅' 을 넘는 '종교라이팅' 이라고 해야할지- 정신적/육체적 위력을 행사하는 부모 앞에서 무력한 주인공(?) 에게 화가 났고 때때로 그 안에서 내 부모의 모습이 보여 더 분노했다.
중반 이후 에세이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분연히 일어나 부모에게 저항하는 복수의 구조를 생각했다면 영화나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것이다. 현실은 그렇게 이분법 구조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책은 보여준다. 푸코, 버틀러, 심리학, 종교학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부분 부터는 분량을 나누어 새벽 시간, 정신이 비교적 맑을 때 읽어 나갔다.
읽으면서 '파도' 치는 상상을 자주 했다. 밀려 갔다 밀려 오는 파도. 그 파도에 마주 서서 온 몸으로 그것을 맞을 수도, 파도를 흐름을 서핑하듯 타서 넘을 수도 있다는 말을 이 책을 통해 글로 경험했다.
여기 언급된 부모님의 삶에 나는 이입하지 못했다. 신념이 중요하나 신념으로만 살수 없는게 인간이고 자신의 자녀에게 특히, 장녀에게 부과하는 막중한 심적 부담이 버겁게 다가왔다. 공부를 하며, 백팔배를 하며, 타투를 하며 나아가는 저자의 모습에서 점차 틀 안에 갇힌 나도 빠져 나오고 있다는 생각으로 변했다.
일갈하고, 해결하고, 시원하게 만드는 책도 중요하지만 사실 현실은 이쪽에 가깝지 않나 싶다. 지난하리 만치 천천히 흘러가며 파도를 타 넘듯이 변하기도 하고 제자리에 있기도 한 관계. 부모 와 자식, 종교 와 인간, 타자 와 나 를 돌아보게 하는 읽기였다.
*마침 이 책을 펴낸 <온다프레스> 의 '온다' 가 이탈리아어로 '파도' 를 뜻한다는 문장을 책날개에서 보고 놀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