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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고 말했지만 마음은 아니었다
괜찮다고 말한 날, 가슴이 먼저 그 말을 거부한 적이 있으신가요?
이별 뒤에 “나는 이미 정리했어”라고 말하며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쁘게 지내면 아픔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마음 한쪽은 계속 무겁습니다.
저자인 존 프레데릭슨은 대장간에서 일하던 소년에서 음악가를 거쳐 심리치료사가 되었습니다. 워싱턴 정신의학 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이 바라는 모습에 매달리는 이유를 심리치료의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봅니다.


1. 우리는 왜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할까?
아픈 감정을 피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삶에서 고통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고통을 마주하지 않으려고 만들어 낸 거짓말은 우리를 더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을 보호하는 방패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현실을 보지 못하게 가로막는 벽이 됩니다.
흥미로운 대목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어딘가 고장 났다고 느끼며 도움을 구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가 반드시 고장 난 존재인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환상과 자기기만이 고통을 키우고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책에 등장하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그녀는 자폐가 있는 아들이 평범한 아이가 되기를 오랫동안 바랐습니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 자신이 바라는 아들의 모습과 실제 아들을 구분하고, 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마음에 깊은 안도감이 찾아옵니다. 아들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아들이 달라져야 한다는 자신의 바람을 내려놓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현실과 환상 사이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고통도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불안과 우울 역시 무조건 없애야 할 감정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해 온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신호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약물 문제에서 회복 중이던 한 여성의 사례도 인상적입니다. 그녀는 죄책감과 수치심, 슬픔을 오랫동안 피해 왔습니다. 상담에서 그 감정을 따라가자 아이들을 돌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러났습니다. 고통 아래에는 자신이 외면했던 사랑과 소망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2. 거짓말은 어떤 모습으로 숨어 있을까?
책에서 자기기만이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 그중 눈여겨볼 만한 세 가지는 도피, 투사, 가면입니다.
1) 도피: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는 마음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거나 술과 오락에 의존하는 행동은 때로 불편한 감정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됩니다. 물론 일이나 취미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바쁘게 지내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운 감정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슬픔을 외면한다고 상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표현하지 못한 감정은 다른 방식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2) 투사: 내 감정을 타인에게 돌리는 마음
누군가의 행동이 유난히 못마땅하거나 특정한 사람에게 강한 분노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 저자는 그 감정을 상대에게만 돌리기 전에 자신의 마음도 살펴보라고 권합니다. 내가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모습이 내 안에도 있는지, 혹은 과거의 상처가 지금의 관계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상대의 잘못까지 모두 내 책임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타인의 행동과 내 감정을 구분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3) 가면: 완벽한 나를 지키려는 마음
책에는 남편과 직원의 피드백에 분노로 반응하는 건축가가 등장합니다. 그녀는 완벽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지키느라 비판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순간 지금까지 쌓아 온 모습이 무너질 것처럼 느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가면이 진정한 관계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는 모습만 지키다 보면 상대가 실제의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기회도 줄어듭니다.
4장의 제목은 '죽기 전에 죽어라(Die Before You Die)'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죽음은 육체의 죽음이 아니라 자신이 붙잡고 있던 환상과 가면을 내려놓는 일에 가깝습니다. 파혼의 상처를 안고 온 한 환자가 깨진 약혼에 상징적인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은, 잃어버린 관계뿐 아니라 그 관계에 걸었던 기대까지 떠나보내는 과정으로 읽힙니다.


3. 진실을 마주하면 달라지는 것들
자신의 거짓말을 알아차린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한순간에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바라보는 태도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첫째, 관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됩니다. 상대가 내가 기대한 모습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이상적인 모습에 맞추려는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관계에서 생기는 실망과 분노를 무조건 상대의 탓으로 돌리기보다, 내가 무엇을 기대했는지도 돌아보게 됩니다.
둘째,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키느라 늘 '예'라고 대답했다면, 때로는 '아니요'라고 말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타인의 요구를 거절하는 순간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분명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모든 질문에 서둘러 답을 내리지 않게 됩니다. 불편한 감정을 느끼자마자 없애려 하거나 모든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상태를 견디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당장 해결책을 찾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부터 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책의 접근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감정을 마주하는 속도와 방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억지로 파헤치기보다 현재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천천히 살펴보는 편이 좋습니다. 감정이 일상생활을 크게 방해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우리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괜찮은 척하고, 불편한 감정을 외면하며, 때로는 완벽한 모습 뒤에 자신을 숨깁니다. 하지만 그렇게 피한다고 해서 마음속의 아픔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은 자신을 탓하기보다 그동안 외면해 온 감정과 마주하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늘 괜찮은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 슬프면 슬프다고, 아직 아프다면 아프다고 인정해도 됩니다. 어쩌면 진정한 변화는 모든 것을 극복하는 순간이 아니라, 괜찮지 않은 나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는 순간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반복해서 피하는 감정과 관계의 패턴을 돌아보고 싶은 분, 늘 괜찮은 척하느라 지친 분, 그리고 자신과 타인을 조금 더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싶은 분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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