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한국인 이야기
홍대선 작가는 '한국인의 탄생'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냈다.인터넷 신문 '딴지일보'에서 글쓰기를 시작한 만큼, 유쾌하게 글쓰기를 하는 것이 몸에 밴듯하다. 역사를 전공하지 않고 철학을 공부하였기에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르다. 역사책을 주로 읽어온 나로서는 소위 역사학에서 말하는 '정설'이라는 것에 너무도 익숙해있다. 반면 홍대선 작가는 역사학의 '정설'에서 자유롭다. 그렇기에 그의 시선이 새롭다.
홍대선 작가의 새로움은 이 책 곳곳에서 묻어난다. 첫째는 산성에서 우리 한국인의 특질이 만들어 졌다고 본다. 중국보다 앞도적으로 적은 인구수라서 그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높이의 차이를 이용한 활쏘기로 그들의 수를 적게 만들어야했다. 성이라는 좁은 곳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성안의 공동 운명체로서 서로 배려하고 희생해야했다. 이것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면서도 약한 이웃을 위해서 배려하는 한국인의 특질을 만들었다.
수도없이 전쟁사를 가르치고 배웠지만, 산성방어라는 한국 전쟁의 특징이 한국인의 심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각하지는 못했다. 사고의 확장! 그것은 내가 익숙한 곳에서 사방으로 생각을 확장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두번째는 고려 현종 시기에 대한 재해석이다. 우리는 보통 삼국 유민의식을 탈피해서 하나의 고려인이라는 생각을 갖게된 것을 대몽항쟁 시기에서 찾는다. 삼국 유민의식을 탈피하고 단군을 중심으로한 하나의 자손이라는 관념은 이성계가 나라이름을 정할때 조선이라 정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홍대선 작가는 고려 현종 시기의 고려-거란 전쟁 시기를 주목한다. 현종은 불륜으로 태어나서 왕으로 즉위하고서도 거란과의 전쟁, 가뭄, 해충의 피해 등으로 고난의 길을 걷는다. 그럼에도 거란에 굴하지 않고 귀주대첩을 승리로 이끈다. 현종은 살아 있을때 부터 '하늘이 내린 성군'이라 불렸다. '조선왕조실록'에서도 '현종을 한반도 역사를 다시 세운 위인'으로 평가했다. 홍대선 작가의 평가를 받아들인다면, 고려 현종의 평전이 나와도 좋을 듯했다.
고려 현종시기 귀주대첩 이후, 고려는 거란에 조공을 바친다. 피터지는 황제국이 되기 보다는 윤택한 제후국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고려 사신은 송나라와 요나라에 조공을 바치러 갈 때마다 온갖 패악질을 부렸다. 일부러 난동을 피우고 폭행 사건을 일으키고 다른 나라의 조공품을 무단 갈취하는 등 마피아처럼 행동했다. 두나라가 아무조치도 취하지 못하는 꼴을 확인하고야 만족하고 돌아왔다."-197쪽
고려 실리외교의 끝판왕이다. 아무도 무시하지 못하는 고려! 송나라와 거란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갑과 같은 을질을 하는 고려였다. 이것이 진정한 실리외교이다. 고슴도치처럼 타국을 침략하지는 못하지만, 타국이 침략할때는 만만치 않은 피해를 감수해야하는 강소국의 모습이다. 바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할 강소국의 진정한 모습이다.
홍대선 작가는 박식하다. 우리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철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자신만의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 군사전문가 뺨치는 설명과 분석은 감탄을 자아낸다. 유쾌한 그의 글솜씨는 책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홍대선 작가의 '한국인의 탄생'을 읽으며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강소국 대한민국이 만들어야할 위상을 보았다는 것이다.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나라! 캐스팅 보트를 쥐며 갑과 같은 을의 모습! 타국을 침략하지는 않는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모습을 고려에서 볼 수 있다. 홍대선 작가의 책을 계속 추적하며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