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세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러니 그대 회상들이여, 나 대신 말하고 선택하라. / p.21
우리는 죽은 자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를 들여다 본다. 고전 소설을 읽으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시대상을 접하고, 그 안에서 교훈을 찾는다. 물론, 조부모님이나 어른들로부터 우리나라의 역사들을 듣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미 이 세상에는 없는 이들이 들려 주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남아 현재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여운과 삶의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어쩌면 책을 찾는 이유도 그런 곳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 사람의 생애를 토대로 혼란의 시기를 톺아보는 이 책은 슈테판 츠바이크 작가의 에세이다. 작가의 명성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고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지인들도 입문작으로 <우체국 아가씨>, <초조한 마음>을 추천했을 정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조금 어려운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라는 작품으로 접한 터라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에세이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선택하게 되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생애를 다루었다. 1881 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생했다. 그 시기의 유럽은 안정된 상태였다. 츠바이크는 유럽의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다양한 분야를 접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황금기를 보낸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평탄한 인생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생하면서부터다. 그후 제2차 세계대전과 망명에 이르기까지 그의 발자국을 통해 바라본 역사,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소회를 다루고 있다.
조금 어렵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유럽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으로서 그 시기를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츠바이크의 문체나 스토리의 가독성은 매끄러웠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니 속도가 붙었다. 70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이었는데 충분히 완독이 가능했다. 츠바이크의 작품을 자주 접한 독자들이나 그의 문체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말의 힘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츠바이크는 단순히 수동적인 태도와 적에 대한 거친 비방 행위에 동참하지 않는 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이 작가였고, 말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신념을 표현해야 할 의무마저도 인지하고 있었다. 검열이 삼엄한 그 시대에 <외국의 친구들에게>라는 글을 써서 보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윤동주 시인님이 떠올라서 내내 기억에 남았다.
이는 단순한 한 사람의 연대기가 아니다. 잊을 수 없는 유럽사의 기록이자 인간이 살아가야 할 길을 알려 준 길잡이다. 츠바이크는 인간의 욕망과 악으로 벌어진 전쟁에서도 부러지지 않았다. 누구보다 문화와 인간을 사랑했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을 꿋꿋이 걸어간 위인이었다. 그의 삶을 본 우리는 지금 사회를 어떻게 살아가야만 할까.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그 도전이 결코 후회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