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무튼 유전자가 그토록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 p.330
성격이나 외양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꼭 어머니께서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이 있다. 좋은 것은 너의 능력이고, 나쁜 것은 무조건 유전이냐는 것이다. 작은 키와 없는 말수는 아버지의 유전이고, 단순한 생각은 어머니의 유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어머니의 말씀에 동의하는 것 또한 아니다. 남의 말을 쉽게 옮기지 않는 성향은 아버지를, 참을성이 강한 성향은 어머니를 닮았다. 능력보다는 유전이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전학의 바이블로 불리는 이 책은 리처드 도킨스 저자의 과학 도서이다. 말이 필요없는 비문학 계의 고전이 아닐까 싶다. 올해 독서모임으로 칼 세이건 저자의 <코스모스>를 함께 완독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유발 하라리 저자의 <사피엔스>를 읽고 싶다. 그래도 책 좀 읽는다는 독자들이라면 자존심과 같은 책들을 접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마친 100만 부 기념판으로 리뉴얼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다.
인간을 비롯한 생물들이 다양한 행동을 하는 것을 유전자의 관점에서 풀어낸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로부터 시작해 유전자의 복제, 생물체의 공격성, 유전자가 행동하는 방식, 인간의 가족 계획, 암컷과 수컷의 생식, '밈', 선악 등 유전자를 마치 의인화해서 각 장에서 유전자 중심의 진화론적 관점으로 다양한 생물학적 현상과 행동을 설명한다. 저자는 인간의 행동과 문화 역시 이러한 진화의 틀 안에서 바라보고 있다.
생각보다는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사실 읽기 전부터 난이도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고등학교 때 생물 과목을 배웠던 것과 현재 나의 지식 수준을 적어서 읽을 수 있는 책인지 AI의 판단을 묻기도 했다. AI는 충분히 완독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답했는데, 그 예상이 어느 정도는 적중한 것 같기도 하다. 전문적인 지식은 낯설었지만, 걱정했던 것보다는 이해가 되었다. 친절하게 풀어 쓴 지점이 만족스러웠다.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부모의 투자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부모가 자녀에게 투자하는 행동을 유전학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그 부분을 읽으면서 대한민국에 만연한 '남아선호사상'와 'K-장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딸은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살림 밑천으로 여겨지는 사이, 아들은 엘리트 코스의 교육을 받게 되는 과거의 우리 문화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것을 유전학적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다.
유전자는 부모님뿐만 아니라 윗 세대로부터 내려온 많은 정보를 담고 있었다. 인간의 생존과 개인의 행동에도 유전자는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쳤다. 유전을 단순히 신체적 특성에 국한해 생각했던 시야를 조금 더 넓게 바라보게 되었다. 하지만, 문화와 환경이라는 변수 앞에 생긴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도 온전히 이해했는지 스스로에게 의문이 든다. 과연 인간은 어디까지 유전자의 영향을 풀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