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삶의 뒤통수를 보아야만 비로소 삶을 알게 된다고 할 뿐. / p.148
오늘 아침 겸 점심으로 먹은 자장 소스가 너무나 짜다. 지역적 특성으로 이미 짠맛에 강하게 길들여져 있고, 짠 음식을 선호하는 편임에도 오늘의 그 소스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결국 먹던 밥을 절반 이상 남겼다. 그리고 저녁을 챙기고 난 이후에도 그 짠맛이 아직도 남아 있다. 삼십 년이 넘도록 이렇게까지 짜게 느껴진 것은 물놀이 중 먹은 바닷물이 유일다. 무엇보다 단맛의 사탕이 간절하다.
표지에서부터 단맛이 느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생의 단맛을 보여 주겠다고 외치는 이 작품은 김영민 작가님의 단편소설집이다. 몇 년 전, 작가님의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라는 사회학 도서를 읽었다. 뉴스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정치를 조금 더 광의적인 차원에서 다루었던 내용이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그때는 초보 독서가여서 도전이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그러니 이번 소설집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 소설집에는 열두 편의 작품이 실렸다. 그동안 다양한 매체에 발표한 소설들이라고 하는데 전부 처음 접했다. 이웃집 개에게 편지를 보내는 화자, 낙하에 비유한 인간의 삶, '삼천포로 빠진다.'라는 문장으로부터 시작된 삼천포, 머리를 감겨 줄 사람을 구하는 한 사람, 부모님의 기대를 꺾어버리고 스님이 된 한 남자, 작가를 사랑한 어느 텍스트 파일 등 기괴하지만, 그만큼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었다.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우선, 그동안 읽었던 비문학 도서에 비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짧은 내용에도 확실히 작가의 의도나 줄거리가 명확하게 느껴질 정도여서 흥미롭게 다가왔다.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묵직한 내용이어서 더욱 만족스러웠다. 언급한 것처럼 이미 전작을 접한 독자로서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작가님의 비문학 책이 어렵게 다가왔다면 이 작품집으로 먼저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이웃집 개에게 쓰는 편지>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처음에 실린 작품으로, 두 장에 불과한 짧은 소설이다. 화자는 이웃집 개에게 편지를 쓴다. 개가 인간에게서 편지를 받아 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주인 잘 만난 개가 부럽기도 하지만, 전부 부럽지는 않다고 말한다. 인간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게 전부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마치 필름처럼 누군가의 인생의 파노라마가 흘러가는 듯했다.
인생은 짠맛과 쓴맛의 연속이다. 애써 참게 되는 눈물의 짠맛, 그만큼 삼키게 되는 내장의 쓴맛. 굳이 의식해서 사탕을 먹지 않는 이상 단맛은 느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깨달았다.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그리고 제목이 지녔던 그 자신감이 결코 허세가 아니었다는 것을. 시니컬하면서도 건조한 이야기들 사이에서 단맛이 고스란히 닿았다. 아니, 공감의 의미로 흘린 눈물마저도 달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