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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21일 오전 11:13 공개
평범한 날들은 사라졌고

나는 더 이상 순진하지도 않고 무모하기에는 너무 두렵고, 이젠 용기도, 어쩌면 신념까지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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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내향성으로 한번쯤 꿈꾼다는 아이돌은 선택지에 없었다. 아마 아이돌이 되더라도 생각이 없을 때 나오는 무표정이나 경솔한 발언으로 신문의 사회면에 오르내리는 문제아가 되었을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조차 오래 보지 못하고 꺼버리는 성격이니 그게 업이 된다는 것은 애초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니면 비방용 언어를 잘 구사하는 어둠의 아이돌이 되었을 수도 있다. 아이돌의 팬으로 사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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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삶을 간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수잰 레드펀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처음에 표지만 보고 어린아이를 착취하는 비문학 도서로 알고 있었다. 인터넷 서점에서도 몇 번 스치고 지나갔는데 우연히 SNS에서 꽤 괜찮은 작품이라는 후기를 많이 보았다. 평생 경험할 일 없는 연예인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점에 흥미가 생겼다. 새로운 세계를 접한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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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아이 셋을 둔 삼십대 여성 페이다. 페이는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중이며, 금전적인 문제로 어머니 집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우연히 막내 딸 몰리가 길거리에서 춘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인기 소속사와 계약하게 되고, 유명 브랜드의 광고까지 찍게 된다. 평범한 삶에서 갑자기 스타의 삶이 되어버린 페이 가족은 행복보다는 불행이 드리운다. 이들 가족은 빛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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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배경지식이 필요한 부분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작품에 전반적으로 미국 문화를 알아야 이해가 가능한 용어들이 꽤 많은 편이다. 미국 드라마나 인기 배우를 비롯한 미디어 매체에 관심이 있었더라면 훨씬 수월했을 테지만, 외화를 아예 보지 않는 입장에서는 다소 어렵게 다가왔다. 거기에 6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지루할 틈 없이 점점 스토리에 몰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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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세 아이를 둘러싼 어른들의 행동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중심 인물인 페이는 누구보다 자녀들을 사랑한다고 자부한다. 그럼에도 첫째 딸 에밀리는 자꾸 엇나갔다. 읽는 내내 페이의 모성애에 자꾸 의문이 들었다. 프로그램의 감독이나 촬영 스태프 등 많은 남성들과 뜨겁게 연애했고, 딸이 대기하는 분장실에서 낯뜨거운 애정 행각을 벌였다. 또한, 전 남편 역시 자녀보다는 돈을 생각하는 비상식적인 행태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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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화려한 인생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인기와 위기를 맞바꾸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다. 그들은 금전적인 풍요와 어디에서나 알아 볼 수 있는 인지도를 얻게 되었지만, 그만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평범함을 잃어버렸다. 화무십일홍. 자본과 인기는 한때에 불과하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조상님들의 말씀은 이들에게도 그대로 통한다. 평범함은 어렵지만, 그만큼 쉽게 누릴 수 있는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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