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윌리엄스 단편선>을 읽고
“어딘가에서 그는 자신이 찾고 있던 것을 잃어버렸다. 예전에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틀림없이.”
<조이 윌리엄스 단편선> 「돌봄」 중에서
어제는 전기 관련 일을 하는 친구가 집에 찾아왔다. 벽등을 설치해 주겠다는 구실이었고, 벽등은 아직 없었다. 서로의 조부모의 발인을 지키는 뭐 그런 오랜 친구다. 또래보다 일찍이 일을 시작한 덕에 그에게 큰 돈을 빌려준 적이 있는데, 전혀 돌려받을 요량은 아니었다.
인스턴트 미고렝을 벌크로 구매하면 정말 저렴하다며, 이 년간 미고렝을 먹으며 친구는 기술자가 되었고 그 큰 돈을 일 년 만에 현금으로 찾아와 갚았다. 그리고 이제는 거렁뱅이인 나를 챙긴다. 요즘 그는 진취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어서, 우리는 그런 이야기도 곧잘 나누었다….
그리고 서로의 과거를 너무나 알고 있는 우리는 그 대화 속에서 자주 멈추었다. 몇 번의 침묵들…. 가족을 돌보기 위해, 동시에 가족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아프리카 발령을 자처한 한 차장의 이야기. 그때에 이르러서는 우리 둘 다 침묵을 못 이겨내고 자백했다.
우리는 그저 삶의 한 단계를 지나고 있음에 불과한 것 같다고…. 겹겹이 쌓이는 페이지처럼 이어지는 이 장면들을 관통하는 바늘이 있으며 그 구멍이 있다고…. 서로의 바늘이 된 적이 있으면서도 적어도 우리끼리는 그것을 모르는 척 하지는 말자고….
“연옥의 독자들에게”는 정말 최고의 카피 아닌가… 모두의 적이자 모두의 구원자인 적도 기니의 차장님을 상상하며….
그러고는 또 어느 날 단편 「소풍」을 퇴근하며 읽었다. 아주 불온하고 동시에 정직한 성장소설… 그러나 그것을 아이의 거짓말 혹은 상상으로 치부하는 서술 방식을 통해 나(독자)의 혼란과 죄스러움을 발생과 동시에 삭제해주는 느낌…. 갈등과 상처의 즉시 치유, 그러나 그 고통과 찝찝함은 당연히 그대로 남는다.
그 포개진 시간의 레이어를 단숨에 관통하는 서술법을 통해 마치 네가 외면하려던 것의 존재를 좀 느껴보라며 깔깔대는 듯 했다..
리뷰를 작성하는 오늘 16번 단편 「자선」 을 읽었는데, 뭐랄까? 마지막 곡 직전의 간주곡 같달까… 풍성하던 시간의 레이어가 갑자기 3인조 컨트리 사운드가 되어 그 하나하나의 노이즈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달까…
왠지 「자선」에 등장하는 인물 재니스는 이름도 재니스라 재니스 조플린 버전의 'Me and Bobby McGee'를 대차게 흥얼거렸을 것만 같다. '오 하나님 저는 기분 좋기가 참 쉬웠어요' 가사를 직역하여 이해하고 따라 부르며 자유의 아름다움을 한껏 찬미하겠지… 그리고 조벨라가 그에 대해 물으면 사실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겠지..
내 친구가 윌리엄스의 소설의 인물들은 중심 사건에 살짝 빗겨 나 있는 듯하다고 했는데 거기에 적극 동의함. 특히 「자선」 에서는 'Me and Bobby McGee'의 러닝타임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조이 윌리엄스가 "meanwhile," 하며 끼어들어, 자주 회자되는 미 서부 히피들의 로드트립 일화를 그 회자되지 않는 이면까지 낱낱이 파헤치는 (그러나 어떠한 대단한 악의는 없이) 인상을 받았다.
모쪼록 나는 내 책의 표지 제목으로 뽑힌 「어머니들의 감옥」 부터 읽으려고 다짐했는데 깜빡 잊고 「돌봄」 부터 읽었다. 그러나 순서에 집착하는 것은 소용이 없었지 싶어서 기뻤다. 또한 나의 두려움은 기우가 아니었음을 새삼 느꼈으며(이 책을 읽기 전부터 이 책이 두려웠다) 역시 기이프레스의 책은 참 기이하다. 맛보세요 여러분
어딘가에서 그는 자신이 찾고 있던 것을 잃어버렸다. 예전에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틀림없이.
"잘 모르시나 보네요." 조벨라가 조용히 말했다.
가끔 제니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잊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이 아닌 다른 곳에서 길을 잃는다.
"멋지다. 저 모양 좀 봐, 저렇게 갈색과 누런색으로 온통 얼룩덜룩하지만, 저게 실제로 어떤 메시지를 말해주는 건 아니야. 저건 그냥 우릴 둘러싼 이 모든 망한 현실의 일부일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