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모른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나를 돌이켜보게 만드는 책.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
추천: 가자지구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건 알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먼 나라의 이야기라는 이유로 잘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아는 사람은 대부분 교과서에 나오는 몇 줄 정도의 수준으로만 알고 있다. 나도 이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이 분쟁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알게 되었다. 짧은 분량의 책이지만, 읽어내는 데 조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가득해서, 그걸 소화시키는 데 시간이 걸렸다.
팔레스타인이라는 나라에 유대인들이 살고 싶어하면서, 강대국들이 모여 시온주의자들의 손을 들어준 데에서부터 이 분쟁은 시작한다. 까놓고 이야기해서 아무 상관도 없는 나라가 우리 나라에 외국인들이 들어와서 살게 하는 걸 허락하는 게 이해할 수 없는데, 전 세계의의 평화를 위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영국이 한 짓을 보면 정말 화가 났다. 심지어 이스라엘인들이 기존에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인들을 식민지인 취급하면서 ‘종족 청소‘를 한 부분을 읽으며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했다. 이게 나치가 한 짓과 다를 게 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ꖶዞ 사람이 사람을 ’청소한다’는 표현을 쓰며 죽이는 것이고 굴러온 돌 주제에 이전에 우리나라였으니 이제 내놓으라고 하는 심보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거기에 이익을 챙기려는 영국과 미국의 행태를 보며 환멸나기 그지없었다.
책에서 이 분쟁에 대해 다른 나라는 관심이 없다는 문장이 나왔는데, 그게 참.. 마음에 걸려서 넘어가질 않았다. 내 치부를 들킨 것 같기도 하고, 애써 모른 척 하고 있던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 같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이 분쟁에 대해 비슷한 의견을 가질 것이다. 잘 모르긴 한데, 우리랑 먼 나라의 이야기이고 직접적인 피해는 없으니까 괜찮은 거 아닐까, 하는 안일한 생각. 이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전쟁 정도로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닌데 다른 나라의 분쟁까지 알아야 할까, 하는 태평한 생각. 이런 생각들이 모이면 나 하나쯤은, 하는 태도를 보인다. 내가 안다고 뭐가 달라지나. 그러나 달라진다. 일단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세상이 이전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관련국들의 행동에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되고, 보이지 않던 이익구조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세상을 보는 해상도가 높아진 이상, 흐린 눈을 하던 이전과 같은 삶을 살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 책을 읽고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몰랐던 사실을 알리는 데에서부터 시작이다.
21세기에 아직도 일상에서 전쟁이 존재한다는 게 믿을 수 없지만, 내가 믿을 수 없다고 해서 없는 사실이 되는 건 아니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그런 삶이 존재한다. 이 책을 읽으며 올해 1-2월에 본 연극 ‘벙커 트릴로지’와 연극 ‘더 헬멧‘이 떠올랐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올리는 연극들인데 아직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니. 무력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누군가는 남의 나라 일인데 뭐 그렇게까지 분개하고 열심이냐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남의 나라 일이라 하기 전에 같은 인간으로서 겪지 말아야 할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마르틴 니묄러‘의 시인 ’침묵의 대가’ 시구를 인용해서 말해주고 싶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중략)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 왔을 때
나를 위해 말해줄 이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우리가 잘 모른다는 핑계로 외면하면서 알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