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예술가는 무엇을 훔쳤을까
*이 도서는 인디캣 책곳간 블로그(서교책방)로 부터
무료로 제공받아 개인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좋은 예술가들은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파블로 피카소가 남겼다고 전해지며,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혁신을 정당화할 때 인용해 더욱
유명해진 말이다.
처음 이 문장을 접했을 때 치기 어린 예술가의 변명이거나
천재만의 오만한 특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서고책방에서
출간된 '위대한 예술가는 무엇을 훔쳤을까'를 덮고 난 지금,
이 '훔친다'는 동사의 의미를 완전히 다르게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은 미술사 속 거장들이 서로의 영감을 어떻게 탐하고,
모방하고, 끝내 자신만의 독창성으로 재창조해냈는지를
추적하는 흥미진진한 예술 탐정 소설 같다.
미술사, 미술관련 도서 신간을 기다리다 수집하는
나와 같은 취향의 사람이라면 이 책도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으니 강추한다.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우리가 감히 침범할 수 없는 신의 영역
이라 여겼던 천재들의 '창조' 과정을
지극히 인간적인 '모방과 편집'의 세계로 끌어내렸다는 점
이다.
저자는 수많은 도판과 역사적 사료를 제시하며
독자에게 알려준다.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
이다.
미술관 벽에 박제된 거장들 역시 동시대의 경쟁자나 과거
선배들의 작품을 치열하게 훔쳐보고, 베끼고, 해체하며
밤을 지새웠던 평범한 인간들이었다는 사실은 묘한 위로를 준다.
특히나 책 내용에 언급된 고흐의 모방작을 보니 갑자기 친근
하게 느껴졌다.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단순한 표절과 '위대한 훔치기'의
경계를 명확히 짚어낸 부분이다. 책 속 내용 중 "단순히
베끼는 자는 남의 옷을 입고 흉내를 내지만, 위대한 예술가
는 남의 옷을 완전히 찢고 녹여내어 자신의 살과 피로 만든
다"는 구절이 가슴에 와닿았다.
예술가들이 다른 작품에서 가져온 것은 단순한 형태나
기법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
였다. 그들은 타인의 시선을 훔쳐 와 자신의 세계관이라는
필터로 걸러내었다.
그 결과물은 원작의 흔적이 남아있되, 완전히 새로운
생명력을 얻은 독창적인 예술품이 되었다.
이 책은 구성 면에서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을 지닌다.
첫째, 시각적 대조가 탁월하다. 텍스트로만 장황하게 설명
했다면 지루했을 거장들의 역사가 '영감을 준 원작'과
'그것을 훔친 작가의 작품'으로 나란히 배치되어 있어 눈이
즐겁다.
독자는 두 그림을 숨은그림찾기 하듯 비교하며 예술가가
정확히 어느 지점을 훔쳤고, 어느 지점에서 자신만의 변주를
주었는지 직관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 예술의 역사적 흐름
이 한눈에 보이는 구조다.
둘째, 딱딱한 미술사 이론서의 틀을 깨부수었다. 저자의
문체는 마치 미술관에서 나긋나긋하게 설명해 주는
큐레이터의 목소리를 닮았다.
비전공자나 일반인도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전문
용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예술가들의 인간적인 고뇌와 질투,
열등감 같은 감정적 서사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때문에
예술가들이 훨씬 입체적이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셋째, '예술'이라는 장르를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
에게 '창조적 태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은 바야흐
로 콘텐츠 과잉의 시대다. 정보와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세상
에서 우리는 매번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이 책은 캔버스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는 우리에게
훌륭한 레퍼런스를 수집하고, 그것을 영리하게 해체하여
재조립하는 것 또한 거장들이 행했던 위대한 창조의 방식
임을 일깨워준다.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무언가를 훔친다는 것은 그것을
격렬하게 사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거장들이 타인의 작품을 훔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대상을 깊게 관찰하고 동경했기 때문일 것이다.
'위대한 예술가는 무엇을 훔쳤을까'는 미술의 문턱을 낮춰
주는 교양서인 동시에, 무언가를 깊이 사랑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매혹적인 지침서다.
즉,독창적이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사람이라면, 주변의 다양한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창작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들 속에서 자신만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일
지도 모른다.
나만의 독창성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기꺼이 이 거장
들의 영리한 도둑질을 훔쳐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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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
'모방하다'는 일시적인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되돌렬줄 의도를 전제로 무언가를 취하는 행위다.
반면 훔치는 것에는 그러한 전제가 붙지 않는다.
일단 취하면 자신의 것이 된다.
p8
예술가는 과거의 작품들을 따라가며 어떻게 재료를
다루고 구성하는지, 또 어떻게 의미를 전달하는지
배운다.
p9
예술가들이 타인의 작업을 빌리는 데에는 여러방법
이 있다. 예술가는 형태를 반복하거나 오래된 기법
을 계승하고, 오랜 세월에 걸쳐 자리해온 전통을
수용하고 그것을 확장한다.
p10
어떤 예술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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