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드라마 영화 70편의 명대사를 필사하며 중국어 공부하기
그동안 중국·대만 드라마 하면 ‘포청천’이나 ‘황제의 딸’처럼 우리나라로 치면 사극 작품을 떠올리곤 했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기껏해야 16부작, 대하드라마나 사극은 꽤 회차가 길기도 했지만 60부작 가까이 되는 중국 드라마는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처럼 흥미를 자극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초,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국내 순위 TOP에 중국 드라마 한 편이 등장했다. 현대극도 아닌 고장극인 《축옥 : 옥을 찾아서》이 엄청난 인기를 끌며, 주연을 맡은 배우 장릉혁과 전희미라는 이름도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요즘 중국 드라마는 좀 다른가? 하는 호기심이 생기던 찰나, 문득 대학 - 직장인 시절 나도 푹 빠졌던 《악작극지문 : 장난스런 키스》와 《치아문단순적소미호 : 아름다웠던 우리에게》의 추억이 떠오르며 ‘오랜만에 중국 드라마 한번 볼까?’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시작한 ‘중드 시청’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수많은 작품 속으로 푹 빠져들게 만들었고, OTT 구독이며 중국어 공부에까지 흥미가 확장되며 최애 배우도 생기고, 수많은 중국 배우들의 이름과 작품을 익히게 되었다. 드라마를 보다 보니 자주 등장하는 대사들은 자막을 보지 않고도 조금씩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 경지에 이르게 될 때 즈음, 이왕에 중국 드라마를 즐기게 된 김에 중국어 공부를 제대로 해보자는 다짐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문법부터 익히면 재미가 덜하니까, 이왕이면 드라마나 영화의 명대사를 통해 익숙한 표현이나 단어를 익히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동양북스에서 출간된 《중국어 명대사 필사집》을 통해 무려 70여 편에 달하는 드라마, 영화의 명대사를 만나볼 수 있었다.
어떤 것을 익힐 때 그냥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한번 직접 써보는 것이, 그리고 쓰면서 읽어보는 것이 더 머릿속에 오래 각인이 된다고 하는데 텍스트힙 열풍과 함께 ‘필사’가 하나의 트렌드가 된 요즘, 대사를 필사하고 단어를 익히는 시간이 하루의 큰 즐거움이 되었다.
나처럼 우연히 중국 드라마 《유성화원》을 계기로 중국어에 빠지게 된 작가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나 연예인을 찾아,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중국어를 접했던 덕질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만들었다. 그저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그녀를 파워블로거이자 한중 합작 드라마·영화 시나리오 번역가로 변신시켜준 만큼 중국 드라마나 영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작품의 감동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또 이를 통해 공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계기로 만들어줄 것이다.
책은 나도 재미있게 본 작품인 중드 입문작 《투투장부주》를 비롯해 최신작인 《태양을 보지 않았다면》이나 《애니 : 널 사랑해》 등의 다양한 작품을 다룬다. 청춘물부터 장르물, 사회 고발물 등 다채로운 중화권 드라마와 영화가 소개 되어 있어 ‘어떤 작품을 볼까’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작품을 소개하는 역할도 하며, 소개된 작품을 필사하고 직접 보다 보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중국어에 한걸음 다가가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작품명과 감독, 주연, 개봉(방영), 장르와 원작, 볼 수 있는 OTT에 대한 정보는 물론 극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이에 얽힌 이야기가 함께 등장한다. 명대사만 나열하듯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극에 대한 정보가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필사에 앞서 스토리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고, 감독이나 배우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 이미 본 작품의 경우 미처 몰랐던 정보를 알 수 있고 처음 접하는 작품이라 하더라도 그 배경을 이해한 뒤에 필사하면 보다 재미있게 임할 수 있다.
극에 대한 설명, TMI도 함께 기재되어 있어서 몰랐던 작품의 비하인드를 알게 되어 좋았는데, 저자만의 감상 포인트나 현지에서만 알 수 있는 비하인드와 명대사의 맥락 등을 포함하고 있어 그냥 ‘쓰는 것’이 아닌 ‘문화 이해’도 할 수 있다.
필사집인 만큼 책은 180도로 펼쳐져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책에 필기하기에 편리하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왼쪽은 중국어 원문, 오른쪽은 한국어 번역문으로 나뉘어 있다. 줄이 그어져 있어 필기하기에도 편리하고 두께감 있는 종이 소재 덕분에 뒷면에 펜이 비치지 않아 좋다.
저자가 고심하여 선정한 대사들은 익숙한 대사도, 이 작품에 이런 대사가 있던가 되짚게 하기도 했는데 낯선 외국어를 나의 언어로 길들일 수 있는 필사의 과정을 통해 교과서적인 딱딱한 표현이 아닌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실제 현지인의 단어와 문형을 파악할 수 있어 좋았고, 비슷한 표현이나 대사가 나왔을 때 그냥 흘리지 않고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 같다.
명대사 아래로는 해당 대사에 들어가 있는 주요 단어와 어휘를 따로 정리했다. 한자와 병음 표기, 뜻을 따로 정리해 어떻게 발음하는지도 익힐 수 있고 1-4성으로 어떤 성조로 발음하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로 바뀌는 중국어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냥 한자와 뜻만 씌어 있으면 와닿지 않을 텐데, 병음 표기가 되어 있어 중국어에 대해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며, 앞쪽에 한번 등장한 단어라 하더라도 다른 작품에 같은 표현이 나오면 다시 해당 단어·어휘에 대한 설명이 등장하기 때문에 반복학습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떻게 활용하면 더 의미 있는 필사로 이어질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따로 필사 노트를 만들기로 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명대사는 있지만 아직 시청하지 않은 작품이 등장할 때는 어떤 작품인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필사할 작품을 미리 검색해서 포스터와 스틸컷을 찾아보고 프린트해서 나만의 필사 노트를 만드는 것인데, 나중에는 여기에 추가로 직접 시청한 뒤 감상을 적어두면 더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떠올랐다.
책에 등장한 명대사의 중국어, 번역문을 함께 한 번 쓰고 등장하는 어휘는 따로 한 번 더 써보니 처음에는 마냥 어렵게 느껴져 거의 그림 그리듯 썼던 중국어가 단어를 쓰며 한번 더 쓸 때는 좀 더 나아지는 발전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작품의 포스터와 사진을 더하니 대사는 물론 극에 대한 이해와 감상도 더 커지는 기분이라 좋았다.
단어는 5개 - 10개 남짓으로 대사와 단어, 어휘를 하루에 하나씩 한다고 해도 부담이 없는 양이다. 병음 표기도 함께 써보고, 요즘은 번역 앱이나 포털 사이트의 어학사전에서 해당 단어를 찾으면 발음을 들려주기도 해서, 직접 단어를 찾아 들어보면서 필사를 했더니 제대로 중국어 공부를 하는 느낌이다.
그동안 중국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는 자막에만 집중을 하기 때문에 들리는 소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필사를 시작하게 되면서부터는 들리는 대사에 아는 단어가 있는지 귀를 쫑긋 기울이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중국어의 병음과 우리가 한자를 읽을 때 같은 단어도 다르게 발음할 때가 많은데, 어떤 단어들은 우리 발음과 중국어 발음이 비슷해서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때로는 노래나 시끄러운 억양처럼 들리던 성조도 조금씩 귀에 꽂히게 되어 신기하기도 했다.
나, 너, 우리, 감사합니다 같은 기본적인 표현을 비롯해 숙어나 부정문처럼 문법적으로 난이도가 있는 어휘를 만날 수도 있었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외국어를 익히는 새로운 방법을 익히게 된 것 같아서 좋았다. 고등학생 시절 제2 외국어로 중국어를 배우면서는 간체로 한자를 외우고 여기에 병음과 한국어 뜻풀이까지 마냥 ‘외울 게 많아서 힘들다’고만 생각 했는데 이렇게 작품의 명대사를 필사하는 과정은 즐겁게 공부할 수 있어 보다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태도로 바꾸게 해주었다.
필사집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그냥 옮겨 적는 식이었는데, 회차를 반복할수록 ‘이건 전에 나왔던 표현이네’하는 익숙함은 물론, 문법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나 책에 설명되지 않은 모르는 어휘를 찾아보는 추가 공부로 이어지게 되었다.
대사를 써본다고 언어를 얼마나 익힐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던 시작이, 차곡차곡 노트의 장수가 늘어나듯 즐거움과 새로운 지식이 쌓여 의미 있는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나처럼 중국 배우나 연예인, 드라마나 영화에 빠지게 되며 ‘그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소소하게 작품의 명대사를 필사하며 작은 발걸음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싶다. 비록 시작은 미약할지라도, 이 작은 시작이 발걸음을 더해 나중에는 외국어 전문가로 발돋움하는 의미 있는 변화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