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1.25 개봉 / 18세 이상 / 135분 / 코미디,드라마,액션 / 한국

감  독

강 우석

출  연

설 경구(강철중), 이 성재(조규환), 강 신일(엄 반장), 김 정학(김 형사), 도 용구(남 형사)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인간이 있다!!!

비오는 한밤, 잠복근무 중이던 철중은 전봇대 뒤에서 어쩔 수없이 볼일을 본다. 그 때 철중과 부딪히는 검은 그림자. 철중은 비도 내리고 똥도 묻은 김에, 가차없이 달려가 사내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휘청이며 밀려가는 사내. 다시 철중이 주먹을 날리려는데 희번득이는 물체가 철중의 눈밑을 때리고 튕겨나간다. 철철 흐르는 피에 눈을 감싸쥐고 주저않는 철중...


일주일 후, 칼로 난자당한 노부부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러나 단서는 아무것도 없다. 시체를 무심히 보던 철중에게 문득 빗속에서 마주쳤던 우비의 사내가 떠오른다.

그 칼! 철중이 분노를 삭히며 보관했던 칼 한자루. 그의 칼은 시체에 새겨진 칼자국과 일치한다. 그리고 그는 기억한다. 우비를 입은 그 남자의 뒷모습과 스쳐간 느낌을...


철중은 펀드매니저 규환을 만난다. 그리고 그가 직감적으로 살인자임을 느낀다. 아무런 단서도 없다. 철중은 단지 그가 범인이라는 심증을 가지고 미행에 취조, 구타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증거를 잡으려 한다. 물론 규환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돈과 권력은 그의 편이다. 그는 쓸데없는 방해물인 철중을 보직에서 박탈시킨다. 그러던 중 또 다시 살인사건이 발생,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데... 둘의 싸움은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된다.

*

강우석 감독이 3년만에 새 작품 <공공의 적>을 선보인다. 그의 영화 <투캅스> 는90년대 초, <장군의 아들>이후 흥행갈증에 시달리던 한국영화에 신선한 소재와 새로운 표현으로 돌파구를 만들었다. 침체의 길을 반복하던 한국영화를, 웃음과 해학이라는 코드로 과감히 정면돌파했던 강우석 감독.

영화는 그의 작품에 항상 담겨있는 비틀기식의 유머를 넘어 풍자정신을 더욱 생생히 살려낸다. <투캅스> 시리즈, <마누라 죽이기>에서 보여줬던 그만의 거침없는 대사, 마치 만담을 듣는 듯한 리드미컬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가 생생히 살아있다.

처절한 상황에서 내뱉는 한마디의 농담과 죽음을 앞둔 싸움에서도 잃지않는 웃음, 그것이 타락과 도덕의 경계를 표현하는 강우석 감독만의 언어이다.

영화 <공공의 적>은 그렇게 전작들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또 다른 스타일을 추구한다. 단지 주먹으로 승부하는 아날로그 액션, 무엇보다 거침없는 진짜 액션이 있다. 첨단의 무기나 세련된 기술이 동원된 액션이 아니라, 그야말로 목숨 걸고 주먹으로 싸우는 '싸움다운 싸움'이 영화를 파워풀하게 만드는 '액션'이다.

<공공의 적>에 등장하는 형사는 멋있게 권총을 다루거나 한껏 폼을 잡는 형사가 아니다.

더불어 막무가내로 범인임을 주장하는 무대포 형사와 뻔뻔스러우리 만치 태연자약하게 대응하는 살인범은 한치 양보없는 기싸움과 주먹다짐... 마지막 사활을 건 싸움까지 리얼액션으로 정면 승부한다. 카메라는 두 남자의 싸움을 응시하며 가감없는 사실적 싸움을 포착, 파워풀한 형사액션극을 완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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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2004-11-22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공의 적2가 만들어지고 있다는데 무척 기다려지는군요.이번엔 설경구씨가 검사로 나온다고 합니다...한국의 스필버그 강우석씨의 성공가도에 올린 또 영화가 탄생할지...

보슬비 2004-11-24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공의 적2

잘 만들어지길 기대해봐야죠^^
 

2001.01.13 개봉 / 15세 이상 / 106분 / 코미디,로맨스 / 한국

감  독

박 흥식

출  연

설 경구(김봉수), 전 도연(정원주), 서 태화

그녀가 그를 부르고 있다, 애타게...

김봉수... 아파트 단지내의 조그만 은행에서 일하는 입사 3년차 대리.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3년간, 아니 학교 다닐 때 까지 합하면 23년동안 지각한번 하지 않은 그가 어느날 무단결근을 감행한다.

이유는 단하나, 갑자기 멈춰 버린 출근길 지하철 안, 모두들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는데 자신에겐 이럴때 전화할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걸 발견해서다.

그러나 봉수는 아직 모른다. 자신이 근무하는 은행과 마주보는 보습학원에, 김봉수를 바라보며 조그만 사랑을 키워가는 스물 일곱의 여자, 정원주가 있다는 사실을... 김봉수와 정원주는 매일 마주친다. 라면집에서, 은행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어느날 밤, 원주가 혼자 남아 아이들의 시험지를 채점하고 있을 때 학원의 형광등이 팍! 하고 나가 버리고, 원주는 퇴근하는 봉수에게 SOS를 친다.

그래도 김봉수는 정원주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고 원주의 저녁식사 제의를 거절한다. 그러나 여전히 두사람은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어딘가에서 마주치고, 여러 가지 사건들이 벌어지지만 봉수는 아직 원주의 존재를 진지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어느날, 은행 CCTV 녹화 화면을 되돌려 보던 봉수는 목소리도 녹음되지 않는 작은 폐쇄 회로 카메라에 대고 자신의 이름을 안타깝게 부르는 누군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

한국 영화들이 한결같이 일상에 매달리고 있는 현상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특별한 사건이나 갈등 없이, 또 확실한 기승전결도 없이 TV 단막극의 모양새를 가진 영화들이 대거 등장했고,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영화의 최정점에 달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제목부터가 지극히 일상을 상징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이 영화를 찬찬히 뜯어 보면 전혀 일상적이지 못한 소재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미래의 아내를 위해 마술을 배우는 남자, 이혼하고 나타난 여동창생에게 사기를 당하는 남자, 완전히 자존심 버려 가면서까지 짝사랑을 키워 가는 여자를 평범하다고는 볼 수 없다. 이런 비일상적인 소재들을 일상적이도록 만든 걸 감독의 능력이라고 봐야 할지 아니면 한계라고 봐야 할지 아리송해 진다.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는 완성되지 못한 듯 하다. 일상이란 주인공들이 꾸그리고 앉아 야쿠르트 밑바닥을 빨아 먹는다고 나타나는게 아니다. 일상에는 날카로움과 깊은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이 영화에는 그것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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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2004-11-22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비일상적으로 보이는 것도 어찌보면 우리가 인지못하는 것중의 하나일뿐이지 우리의 주위에서 언제나 맴도는 일상성의 발현인지도 모릅니다.전도연씨와 설경구씨의연기는 작위적인 요소없이 아주 깔끔하고 맛깔스러웠습니다.영화를 통해서 무언가를 얻고 싶어하는 충동은 누구에게나 다 있습니다.그런점에서라면 이 영화는 그런 욕구충족에서는 모자라지만 살아가는 모습 그자체로서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채화같은 영화였습니다^^(이것도 물론 저의 주관)

보슬비 2004-11-24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따뜻한 영화였어요.

개인적으로 전도연이라는 스타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녀의 연기는 인정합니다. ㅎㅎ
 

2000.11.11 개봉 / 15세 이상 / 115분 / 로맨스,무협 / 한국

감  독

박 제현

출  연

김 석훈(단), 설 경구(적), 최 진실(비), 김 윤진(연), 이 미숙(수)


이별마저 받아들인 한 없는 사랑의 단 절대적이고 비장한 사랑의 적 이룰수 없는 슬픈 사랑의 비 소유할 수 없는 사랑의 연 사랑마저 저버린 야욕의 화신 수 하늘과 땅을 다스리는 정령의 신산(神山) 아래 매족과 화산족이 살고 있었다. 천하를 다스리겠다는 매족의 욕망은 화산족과의 전쟁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신산의 저주를 받게 된다. 모든 것을 잃고 척박한 땅으로 쫓겨난 매족은 부족 재건의 날만을 기다리는데...수백년이 흐른 후, 매족의 여족장인 수는 부족의 영생과 천하를 지배하려는 야욕을 이루기 위해 화산족의 한 사이에서 비를 잉태한다.매족이 부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비를 제물로 바쳐 신산의 맥을 끊는 것.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한은 매족 신단에 제물로 바쳐진 죽음 직전의 비를 구사일생으로 구해내고, 신산의 비밀을 쥐고 있는 비를 데리고 사랑때문에 부족의 규율을 어기고 떠났던 자신의 고향 화산 마을로 향한다.화산마을에 정착한 비는 단과 적, 그리고 연과 끈끈한 우정을 나누며 어엿한 성인으로 자란다. 단과 적은 화산족 최고의 무사를 뽑는 결전을 치른다. 규율에 따라 결전에서 승리한 적은 후계자로 지목되고 왕손인 연과의 결혼을 앞두게 된다.비에게 애틋한 연민의 정을 느끼던 단은 제물로 밖에 살 수 없는 비의 비극적인 운명을 알지 못한 채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마을에 지진이 일어나고 불길한 기운이 감돌면서 마을은 아수라장이 된다. 비는 신산이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된다. 부족의 불행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포기한 채, 신산으로 떠날 결심을 하는 비. 한편, 매족은 비를 찾기 위해 대규모 군사들을 이끌고 화산마을로 향하는데...

*

강제규 감독의 <은행나무 침대>에서 천년이나 거슬러 올라간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만들어진 <단적비연수>는 <은행나무 침대>의 속편이라는 부제를 달고는 있지만 등장 인물이나 감독, 기술 등을 비교할 때 완전히 독립적인 다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은행나무 침대>의 주연들이었던 궁중 악사 종문, 미단공주, 황장군, 현세의 선영으로부터 전생을 뽑아냈을 뿐 워낙 먼 태고적 이야기를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비연수>는 분명 <은행나무 침대>에서의 비극적인 사랑의 뿌리를 찾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그 내용은 훨씬 더 판타스틱하며, 기술은 1편의 그것을 훨씬 능가하는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편 만한 속편은 없다는 정설을 깨지 못하는, 안타까운 한계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박제현 감독은 강제규 감독과 10년 동안 일해 왔고 <쉬리>를 각색하였으며, 본작이 극영화 데뷔작이다.

**

다른건 몰라도 이미숙이 제일 연기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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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2.17 개봉 / 18세 이상 / 88분 / 판타지,멜로 / 한국

감  독

강 제규

출  연

한 석규(수현), 심 혜진(선영), 진 희경(미단공주), 신 현준(황장군),


은행나무 침대에 담긴 천년 사랑의 비밀

현재
석판화가인 수현은 외과의사 선영과 사랑하는 사이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그는 어느날 노천시장에서 우연히 은행나무침대를 발견하고 그 침대를 사게된다. 그 때부터 그의 주변엔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과거
환상을 자꾸만 보게되면서 자신이 전생에 가야금을 연주하던 궁중악사 종문이었으며 미단공주와 비운의 사랑을 나누다가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당시 미단공주는 이미 무관인 황장군과 결혼을 하기로 되어있었고 결국 종문은 황장군의 질투와 분노로 처참하게 목이 잘리고, 미단 역시 죽음으로 종문의 뒤를 따랐던 것.

몇 백년 후. 사랑을 이루지못했던 미단과 종문은 황혼의 들녘에서 은은한 햇살을 주고 받으며 사랑을 속삭이는 두 그루의 은행나무로 환생한다. 하지만 행복의 순간도 잠시, 사나운 한 마리 매가 이들 주위를 맴돌고 천둥이 치면서 한 그루의 나무가 쓰러지고 남은 나무는 죽고만다. 바로 질투의 화신 황장군이 그 둘을 끝까지 쫓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현재
수현이 우연히 산 은행나무침대에는 바로 미단공주의 영혼이 깃들어 있었고 그 둘은 짧은 만남을 가지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황장군이 나타나 그 둘의 만남을 저지하려 한다.

*

대종상 14개 부문 노미네이트. 여우주연상, 신인감독상 수상. 몰핑 기법등 특수 효과가 사용되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시공을 초월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신선한 감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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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2004-11-22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제규감독의 작품에 대해서 헐리웃의 모방이라고 폄하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일단은 그의 스타일리쉬한 면은 인정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정말 개봉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환타지 러브로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놀라웠습니다.

보슬비 2004-11-24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광고가 나왔을때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동생이 유치할것 같다고 했던 말이 기억나네요.

키노님 말씀대로 스타일리쉬한 면... 인정!!! ^^
 

2000.01.01 개봉 / 18세 이상 / 130분 / 드라마 / 한국

감  독

이 창동

출  연

설 경구(김영호), 문 소리(윤순임), 김 여진(양홍자), 고 서희(경아), 서 정(미스리)


야 유 회 <1999년 봄>
젊은시절의 꿈, 야망, 사랑, 모든 것을 잃은 중년의 영호. 그는 20년 전 첫사랑과 함께 소풍을 나갔던 곳에 찾아가지만 20년이란 세월은 모든 것을 앗아 가버린 후...

사 진 기 <사흘전, 1999년 봄>
동업자에게 사기당하고 마누라한테 이혼당하고 아무 것도 남은 것 없는 마흔 살의 영호. 어렵사리 구한 권총한정으로 죽어버리려 하는데 느닷없이 찾아온 사내의 손에 이끌려 첫사랑 순임을 만나게 된다.

삶은 아 름 답 다 <1994년 여름>
서른 다섯의 가구점 사장인 영호. 마누라 홍자는 운전교습 강사와 바람을 피우고 그는 가구점 직원 미스 리와 바람을 피운다. 과거 형사시절 자신이 고문했던 사람과 마주치는 영호.

고 백 <1987년 4월>
지극히 일상적인 삶의 권태로움에 지쳐버린 닳고 닳은 형사, 영호. 홍자는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은 만삭의 몸이다. 그러나 군산의 허름한 옥탑방, 카페 여종업원 품에 안긴 그는 순임을 목 놓아 부르며 눈물을 터뜨린다.

기 도 <1984년 가을>
신참내기 형사, 영호. 그는 선배 형사들의 과격한 모습과 자신의 내면에 내재된 폭력성에 의해 점점 변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순수함을 부인하듯 순임을 거부하고 자신을 짝사랑 해왔던 홍자를 택한다.



면 회 <1980년 5월>
영호는 전방부대의 신병. 그는 자신을 면회 왔다가 헛걸음치고 가는 순임의 모습을 보게된다. 영호는 그녀를 소리쳐 부르고 싶지만 다른 장병들의 휘파람 소리와 요란한 트럭 소리에 묻혀 그저 그녀를 떠나보내고 긴급출동하는 트럭에 올라 타는데...



소 풍 <1979년 가을>
갓 스무살의 영호와 순임. 그들은 난생 처음 순수한 사랑의 행복감에 잔뜩 젖어있다. 영호는 순임이 건네 준 박하사탕 하나가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다. 젊음도 아름답고 인생도 아름답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1979년의 어느 가을이었다.


*

시간을 거슬러올라가는 구조의 영화 <박하사탕>. 1999년에서 1979년으로, 이 20년의 간극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시대극에 버금가는 고증과 디테일이 요구되었다. 80년대 이후 경제발전 및 도시개발로 인해, 불과 10년 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 조차 찾기 힘든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 덕분에 촬영장소 헌팅은 장장 9개월에 거쳐 이루어졌다. 80년 대 초반 서울변두리 공단지역의 모습을 재연해 내기 위해 전북 군산까지 내려갔었고, 79년 철교 밑의 야유회 장소를 찾아내기 위해 철도청에 도움을 요청, 전국 철교들의 위치를 알아 낸 뒤 직접 확인해보고서야 충북 제천에서 적당한 장소를 찾아 내기도 했다. 소품을 구하는 일도 쉽지만은 않았다. 7-80년대 국민학생들이 메고 다니던 책가방을 찾기 위해 스텝들은 각자 자기집 다락 및 창고 를 뒤져서 가방을 찾아왔고, 79년 야유회 장면에 쓰였던 음료수와 과자들은 제과회사에 문의, 제품 패키지 변천에 관한 자료를 받아서 그 당시 패키지대로 제작해야만 했다.

촬영장소로 헌팅을 해 놓은 전북 군산의 둔율동이 재개발로 인해 모두 철거되어 없어져 버리자, 제작진은 약 1000여 평에 이르는 공간에 세트를 제작, 80년대 공단주변을 복원해 내었다. <공단식당>으로 시작해서 그 주위에 공업사, 미용실, 세탁소 등을 만들고, 철거로 인해 자갈밭이 된 땅에 황토를 깔고 돌을 골라낸 뒤 유성페인트와 색소를 섞은 물을 뿌려 검은 땅을 만들었다. 그리고 세트의 현실성을 강조하기 위해 식당 앞에 쌓인 연탄이며 주황색 공중전화기, 주변 벽과 전봇대에 붙은 전단지와 80년대 초반의 포스터까지 재현해냈다. 소품 하나까지 직접 확인하는 이창동 감독의 주문에, 미술 스텝들은 다른 어느 때보다 많은 땀을 흘려 세트를 완성해 냈다.

이창동감독이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들에게 요구한 것은 '치밀한 캐릭터 분석'이 아니라 '그저 배역대로 살라'는 것. 감독은 배우 자신이 그 배역처럼 화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하기를 원했고, 촬영장에서 별다른 연기에 대한 주문을 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의 모습대로 하는 행동이 배역과 어우러져 화면에 녹아들기를 바랄 뿐. 배우라는 직업이 말 그대로 '연기하는' 직업이고 보면, 이창동감독의 이런 주문을 배우들이 더 힘들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은 당연한 일. 배우들은 감독의 주문이 이해가 안될 때마다 '납득시켜달라'고 이야기했고, 그 때마다 감독은 배우들과 충분히 의견을 교환하고 그 배역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두 번째 챕터, 영호와 순임이 15년여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중환자실 장면의 촬영. 이때 <박하사탕>의 투자회사인 유니코리아의 최인기 실장과 영화연구소 김혜준 소장이 촬영장에 찾아와, 스텝들을 격려하고 즉석에서 환자역을 맡아주었다. 촬영이 계속 이어지는 동안 화장실은 가야하지만 기껏 완성한 분장을 지울 수는 없는 일. 목과 코에 호스를 끼운 상태로 병실을 나가는 최인기 실장을 보고, 병원 복도를 지나 다니던 사람들은 중환자가 멀쩡하게 일어나서 걸어 다니는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다른 환자들도 마찬가지로 병원 복도에 앉아 잡지를 읽거나 다른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등, 이날 중환자실 앞에서는 실제로 볼 수 없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밖에 경향신문의 배장수 기자는 영호가 카메라를 팔러갔던 카메라집 주인으로 등장. 다른 영화에서도 까메오로 자주 등장했던 그는, 그 동안 갈고 닦은 노련한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평소 이스트필름과 친분이 두터운 배우 양희경씨가 라디오DJ역에 흔쾌히 응해 영화에서 목소리만으로 출연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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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2004-11-22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독이 시나리오를 직접 쓴다는 것이 얼마나 강한 흡입력을 가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현악기의 선율과 함께 거꾸로 가는 기차가 인상적이었습니다.정말 내 인생 돌리도 ㅎㅎㅎㅎ

보슬비 2004-11-24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가슴아프지만 아름다운 영화였어요.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