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작위적인 일요일 아침 풍경. 
보림이가 직접 만든 꽃다발이 참 아름답다. 한 송이씩 꽂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따뜻하고 행복했겠지.
친구 같은 딸은 큰 축복이다. 기념일도 잘 챙기고 어느새 어른이 되었네. 늦잠도 젊다는 증거로 받아들이기.

평일 아침은 사과 반쪽이랑 출근해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전부인데, 주말엔 꼬박꼬박 먹는다. 
오늘 새벽에 도착한 마켓컬리 도제식빵이랑 단골 카페의 드립커피는 잘 어울린다. 




어제 독서모임에서 다룬 ‘공정하다는 착각‘의 포인트는, 내가 이룬 성공은 내 능력보다는 신의 은총과 행운이 작용했음을, 
감사하는 마음, 겸손하게 주변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볼 것.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안되는 삶도 있다는것. 이 주제를 위해 그리 많은 말들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 공정,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계기는 되었다.

내가 나의 재능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한 운이다. 나의 노력에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는 사회를 만난 것도 내가 시대를 잘 만난 행운의 결과인 것이다.

내가 받은 사회적 명성과 대가가 행운과 말접히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겸손해진다. 이런 겸손의 정신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시민적 덕성이다.

능력주의적 오만은 승자들이 자기 성공을 지나치게 뻐기는 한편 그 버팀목이 된 우연과 타고난 행운은 잊어버리는 경향을 반영한다. 















다시 쉬운 책 읽기. ‘외로움 수업‘ 

김민식피디는 MBC에서 명퇴하고 혼자 잘 논다. 강의 다니고, 블로그 쓰고, 책도 출판하고, 여행 다니고....

즐겁게 인생을 사는 법을 안다. 닮고 싶은 삶이다.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박은빈의 수상소감이 큰 울림을 준다. 

예쁘고, 단단한, 예의바르고 겸손한 멋진 박은빈!


"제가 세상이 달라지는데 한 몫을 하겠다는 그런 거창한 꿈은 없었지만 이 작품을 하면서 적어도 이전보다 친절한 마음을 품게 할 수 있기를, 또 전보다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들을 다름으로 인식하지 않고 다채로움으로 인식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연기를 했었는데요. 정말 그 발걸음에 한발 한발 같이 관심 가져주시고 행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라는 대사였는데요. 이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나는 알아도 남들은 모르는, 또 남들은 알지만 나는 알지 못하는 그런 이상하고 별난 구석을 영우가 가치있게 생각하라고 얘기해 주는 것 같아서 많이 배웠습니다. 어렵더라도 자신의 삶을 수긍하고 포용하면서 힘차게 내디뎠던 영우의 발걸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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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4-30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은빈, 팬이에요. 우영우 변호사 신선했어요.
공정하다는 착각, 읽었는데 뽑아 주신 글을 보니, 맞아 저런 글들이 있었지, 하고 다시 음미하게 되네요.
각자 다름, 이 아닌 다채로움으로 인식할 수 있기를. 좋은 말이네요.^^

세실 2023-04-30 15:15   좋아요 1 | URL
박은빈 수상소감 듣다 울컥했어요. 잔잔하게, 담백하게, 겸손하게, 남을 배려하는 마음... 인성도 최고의 배우였어요.
다름이 아닌, 다채로움을 기억하려구요.
매사 감사하며, 겸손함을 모토로... 주말 잘 보내고 계시지요? 주말이면 시엄니랑 식사하는데... 오늘은 좀 마음이 힘들었어요.
 


1. 

오늘 시댁 결혼식이 있다. 별로 왕래가 없던 먼 친척이라 감기(코로나 검사도 해보았음을 강조!) 를 핑계로 가지 않았다. 옆지기 인기척이 들릴때면 일부러 콜록거리기도 했다. 꾀병은 아니고, 간헐적 기침이 나온다. 덕분에 오랜만에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작년에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옆지기는 아팠고, 나도 장거리 출퇴근하느라 많이 힘들었다. 이젠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다.   


2.  

다시 알라딘을 시작하고 싶었다. 핸드폰의 노예에서 벗어나 알라딘 지인들과 소통하고 싶고, 지역신문에 두달에 한번 칼럼을 쓰지만 글쓰기가 퇴보되는 느낌도 들었다. 

그동안 마음의 여유없음으로 알라딘에 글은 쓰지 못했지만, 책은 꾸준히 구입했다. 챗GPT 열풍에 호기심으로 책도 구입했다. 도서관에 어떤 접목을 하면 좋을까? 잠시 고민도 한다. 

'외로움 수업'은 김민식PD의 책. MBC에서 이른 퇴직을 하고, 여행, 독서, 책쓰기를 하며 즐겁게 산다. 자유로운 영혼이지만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기회가 되면 우리 기관 두드림 문화아카데미에 초대하고 싶은 작가다. 

알라딘에서 커피도 가끔 구입한다.  

















3. 

1월부터 독서모임도 다시 시작했다. 지인들 여섯명이 한달에 한번 카페에서 만난다. 각자 읽은 책에 대한 느낀 점을 말하고, 한가지 주제를 정해 토론도 한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으며 빨치산에 대해, 아버지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 했고, 오래전에 읽은 '태백산맥'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내색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존재감,영향력(?)은 상가를 방문한 사람들을 통해 보여줬다. 

'방구석 미술관 2'를 읽으면서 우리나라 화가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각자 좋아하는 작가 한명을 선택해 집중해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에 나는 김환기를 골랐다. (조만간 칼럼에서 다시!) 

4월 토론도서는 '공정하다는 착각'이다. 

 














4. 

사무실을 이전했다. 옆 건물에서 기숙사로 쓰던 3, 4층을 우리 과 사무실과 프로그램실, 다목적실로 리모델링했다. 우리 과 주관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매일 선택의 연속이다. 페인트색, 벽, 바닥 재질, 유리문 색, 창문 시트지, 조명 종류 및 위치, 천장 루버 스타일, 화장실 타일, 책상, 의자, 로비용 의자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웠다. 직원들과 아침마다 브레인 스토밍하며 즐겁게 일했다. 나만 그런거 아니겠지?

사무실엔 바라던 다크 블루 색의 주방을 만들고, 전자렌지, 냉장고, 정수기가 들어가는 인테리어 장도 맞췄다. 인터넷과 연결한 TV에는 하루종일 '스타벅스 매장 음악'이 흐른다. 직원들이 카페처럼 편하게 근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목적실 낮은 천장은 카페 분위기로 돌출형으로 바꾸었고, 바닥엔 온돌을 깔았다. 학생들은 그 공간에서 매주 토요일 합창 연습을 하고, 평일엔 난타를 배우며, 춤연습을 하는 동적인 공간이 된다. 

덕분에 이사하고, 새집에 적응하느라 기침도 나오고, 머리도 아프다.


(다목적실, 예술마당)




5. 

지난 주말 옆지기와 대전 에바 알머슨전에 다녀 왔다. 이응노 미술관이 목적이었는데 에바 알머슨전이 주가 되었다. 가족, 사랑을 주제로한 전시를 보는내내 따뜻함에 흐뭇했다. 코로나때 만난 사람들을 그렸는데 헤어스타일, 의상만 빼면 얼굴 모습이 다 똑같은건 좀....ㅎㅎ '주인공은 너야' 동영상도 참으로 예뻤다. 우리 기관에도 가져와서 틀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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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23-04-02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목적실 거울 속으로 조그맣게 보이는 분이 세실님 맞죠?ㅎㅎㅎㅎ
저도 뭐 알라딘 서재 시작한 지는 한 20년 되지 싶은데,,,,이게 어떨 때는 열심히 막 하다가 또 어떨 떄는 먹고 사는 게 바빠서 뜸해지고 하더군요....하지만 알라딘 이런 공간이 없어지지 않고 항상 그자리에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컴백을 환영합니다. 월컴홈..ㅎㅎㅎ

세실 2023-04-02 21:13   좋아요 1 | URL
호호 예리하셔라. 제가 맞습니다!
붉은돼지님 환영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음이 편해야 글도 써 집니다. 책도 그렇고...
1일 1알라딘 글쓰기는 무리겠고, 주1회 글쓰기 정도? 도전하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23-04-03 0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세실님!!!^^
다목적실 의자 색깔 알록달록 예쁩니다ㅋㅋ
에바 알머슨 전 예전에 부산에서 했을 때, 저도 한 번 다녀왔었어요. 색감도 예쁘고 그림이 몽글몽글~ 넘 예뻐서 기분이 참 좋아 계속 웃으며 전시를 보았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세실 2023-04-03 10:44   좋아요 1 | URL
환영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간이라 화사하게 꾸몄어요.
맞아요. 몽글몽글~~ 옆지기랑 둘이 갔는데 아이들도 같이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어요.
보는내내 기분 좋았던 예쁜 시간이었습니다.

구단씨 2023-04-03 14: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간이 너무 예뻐요. ^^
뭘 해도 즐거울 것 같은 색상입니다!!!

세실 2023-04-03 16: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 공간을 자주 활용할 합창단 학생들이 특히 좋아합니다.~
고민한만큼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입니다.

페크pek0501 2023-04-13 2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다양한 소식을 전해 주셔서 잘 읽었어요. 다시 시작하시려는 세실 님의 출발을 진심 축하드립니다.
지금 처음으로 북플에서 세실 님의 페이퍼를 접했네요. 너무 소식이 없다, 했어요.
환영 환영 환영!!!

세실 2023-04-15 08:19   좋아요 1 | URL
기쁘게 맞이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그동안 참 무심했지만 책은 꾸준히 구입했어요. 다시, 신입의 마음으로 해보렵니다. 비 오는 주말 따뜻한 커피와 함께 여유 즐기고 있습니다. 페크님께도 커피향이 닿기를^^
 

책을 읽으면서 나도 수림엄마 였던적이...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직설적인 말로 상처를 주거나,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었던 적도....
직장생활은 했지만...




순례 씨는 개명을 했다. ‘순하고 예의바르다‘는 뜻의 순례에서 순례자에서 따온 순례로. 나머지 인생을 ‘지구별을 여행하는 순례자‘라는 마음으로 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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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항상 지쳐 있었고, 항상 배고파 있었다. 그런 사람들 사이엔 웃음이 없었다. 눈물도 없었다. 분노도 없었다. 사랑도 없었고, 여유도 없었고, 서로를 향한 동정도 없었으며, 대화를 나눌 기력도 없었다. ‘회색인간’ p.10

    

도서관에 근무하면 작가를 만날 기회가 많다. 올해 우리 기관은 청소년 및 교직원 대상 두드림 문화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강원국, 강정모, 남궁인, 조윤범, 이주은 등 문화예술 관련 다양한 강사의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출판사나 포털 사이트, SNS 검색을 통해 연락처를 알아낸 뒤 직접 전화하거나 메일을 보냈다. 정중하게 메일을 보내고 기다리는 시간, 거절하는 답장을 받았을 때의 상실감도 여러 번 경험했다. 어쩌다 성공하면 나도 모르게 야호!” 소리가 나왔다. (작가분들은 이런 고충을 아실까?) 

지금은 팀장님이 섭외하고, 나는 초대하고 싶은 작가의 이름만 알려준다. 좀 유명한 분은 1회 강연에 3백만원! 이라네. 

 

최근에는 도서 회색인간’, ‘초단편 소설 쓰기의 저자 김동식 작가 강연회를 열었는데, ·고등학생의 반응이 뜨거웠다.

평범한 외모, 겸손함, 순수 청년 같은 작가는 강연이 시작되자 흡입력과 열정이 대단했다. 강단 있는 말투, 절제된 제스처, 세 가지는 꼭 알려주고 싶은 강조점은 마치 강의 스킬을 배운 듯하다. 작가가 되기 위한 세 가지는 , 꾸준함(끈기), 좋은 태도를 말한다. 특히 좋은 태도는 처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을 때 맞춤법이 엉망이예요, 내용이 이상해요, 주제가 모호해요등 다양한 피드백이 쏟아졌는데 겸손하게 수용하는 자세였단다.

 

김동식 작가는 1985년생인데 어려운 가정형편에 중학교를 중퇴하고 주물공장에 취업했다. 10년 동안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벽을 바라보며 다양한 상상을 했다. 홈페이지 오늘의 유머공포 게시판 글을 즐겨 읽으며 지루한 일상을 견디었다. 문득 나도 이 정도는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창작 글을 올렸는데 반응이 뜨거웠고 책으로 출판되었다.

 

책을 출판하고 사회에서 별 반응이 없었을 때 오늘의 유머게시판에 소식을 알렸더니, 책을 구입했다는 릴레이 글이 참으로 많았단다. 덕분에 회색인간56쇄를 찍었다. 회색인간은 학교에서 한 학기 한 권 읽기 교재로 활용되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읽었다. 24개의 초단편소설 모음집이라 책 읽기 싫어하는 중학생도 금방 빠져들 재미있는 책이다. 소설의 내용은 대부분 허무맹랑하며 괴기스럽고 현실성은 제로다.   

단편 ‘소녀와 소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를 읽다 허무한 결말에 웃음이 나왔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봉지를 바닥에 버렸다는 이유로 죽어야 할까? 단편마다 상상하지 못할 반전 결말이라 수업 시간 토론 주제로 활용해도 충분하겠다.

 

강연회가 끝나고 작가와 직원 몇 명이랑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간장에 찍어 먹는 삼겹살 구이. 지역 맛집이긴 하지만 작가는 엄지를 치켜 세우며 맛있음을 강조했다. 작가와 삼겹살은 처음이었지만 우린 잘 어울렸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다. 다음에 만나면 더 반가울 듯. 도서관에서 김동식 작가 강연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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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02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님 책은 읽어보진 못했는데 얘기만 들어도 재밌을듯하네요. 그리고 진짜 인간적인 매력이 뿜뿜할듯한 느낌. 학교에서도 초대하고 싶은 작가님이네요. 아이들이 무척 좋아할 듯요.

세실 2022-06-09 10:34   좋아요 0 | URL
책은 가볍게 쓱 읽기 좋아요. 몰입도 최고입니다. 겸손과 긍정의 에너지 듬뿍 받았어요.
중딩들에게 특히 인기 폭발입니다.

hnine 2022-06-03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디오에서 이분의 인터뷰를 들은 적 있어요.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력도 대단하고 노력도 대단한 사람이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책은 아직 못읽어봤네요.


1회 강연에 3백만원! 허걱...

세실 2022-06-09 10:35   좋아요 0 | URL
책은 도서관에서 대출해 가볍게 읽으면 좋아요~~ 2-3시간이면 읽어요.
삶을 어떻게 가꾸고 노력하는지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좋은 에너지 받았어요.

페크pek0501 2022-06-14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단편 잘 쓰면 멋지겠네요. 반전이 필수일 듯해요. 우리의 고정 관념을 깨는...
실제로 반전이 일어나는 일이 많지요.
저도 초단편집을 구매했었어요. 관심이 있어서 보르헤스와 일본 작가의 것요.

1회 강연에 3백만원이라니 너무하네요. 왜 작가들이 강연에 열심인지 알 것 같아요.

세실 2022-07-12 10:36   좋아요 0 | URL
그쵸?
요즘 청소년들은 긴글보다 짧은글을 선호하니 흐름을 읽은거죠.
짧은 글안에 반전이 있는것도 신선했어요.
어떤 강사님은 일부러 강의 안하려고 3백을 요구하는 느낌도?
저는 하이쿠 시집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어쩌다 한번, 외부기관에서 도서관 사서에게 강의 요청 문의가 온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기관인데요. 도서관에는 독서 관련 전문가 사서선생님이 계시지요. 우리 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독서방법이나 책 소개 같은 강연을 해주실 분 계실까요?" 그 순간 사서들은 감사하게도 나를 떠올린다. 

늦은 나이에 끝낸 대학원 공부가 도움된 걸까?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 원서 수업, 원서를 번역하고 요악한 후 프리젠테이션으로 발표하던 힘겨웠던 시간. 영어사전과 구글에 의지해 졸린 눈 비비며 공부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강의 주제는 내 마음대로 '사서의 즐거운 책 읽기' 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책을 재미있게 읽는 법, 책을 꾸준히 읽기 위해 독서동아리 꾸리는 법, 독서동아리 내용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요즘 재미있게 읽은 목록을 소개한다. 

 

 

 

 

 

 

 

 

 

 

 

 

얼마전에는 신규 사서를 대상으로 '독서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을 주제로 강의 했다. 도교육청 소속 교육도서관으로서의 방향성, 청소년 중심 독서프로그램 운영, 작가강연회 섭외 방법 등 실제적인 업무 위주로 다루었다.

강의를 시작할 때 수강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진진가 게임으로 나를 소개한다. 사지선다형 중 틀린 답 찾기. 대부분 2번을 고른다.

 

1번. 나는 어릴 때부터 책벌레였다.

! 어릴 때 책을 모르고 자랐다. 독서퀴즈로 자주 인용하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라고 말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정답자인 빌 게이츠 동네에는 그 당시에 공공도서관이 있. . . 그러나 빌 게이츠 보다 한참 어린 내가 살던 동네에는 공공도서관이 없었다. 도서관은 내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하나 둘 늘어났고, 덕분에 수월하게 취업했다. 어릴 때 동네에 만화방은 있었고 언니, 오빠는 자주 들락거렸다. 나는 친구들과 늘 밖에서 놀다 "ㅇㅇ아 저녁 먹어" 하는 엄마 목소리에 집에 들어왔고,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고3 담임샘은 경영학과를 가겠다는 내게, 여자 직업으로서 사서가 좋다고 추천해 주었고 순순히 따랐다. 도서관학과를 전공하면서 독서가 시작 되었다'데미안', '호밀밭의 파수꾼', '위대한 개츠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조정래의 '태백산맥', 황석영의 '장길산'을 재미있게 읽었다. 책은 읽어야 되겠다는, 읽고 싶다는 자발적인 동기부여가 발생할때 시너지가 생긴다. 

 

2번. 나는 커피 지도사 자격증이 있다

몇년전에 도서관 야간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핸드드립 과정'을 이수했다. 버킷 리스트 중 하나를 성공했다. 오래전 유후인 '카라반' 카페에서 사이폰으로 내려준 커피 맛에 반했다. 그 후 핸드드립 커피를 즐겨 마셨는데 처음부터 끝 맛까지 깔끔해서 좋아한다. 휴일 아침 눈을 뜨면 커피 향이 진동하고, 남편이 직접 내려준 커피를 마시는 꿈을 꾸지만 어림없다. 남편은 다방커피를 더 좋아한다.

 

3번. 나는 책 보다 TV를 더 좋아한다.

주말에 집에 있는 날은 TV 앞에서 떠날 줄 모른다.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우리들의 블루스', '나의 해방일지'는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우리들의 블루스'는 본방사수다. 옴니버스로 차승원, 이병헌, 한지민, 김우빈, 신민아, 이정은, 엄정화 등 초호화 캐스팅에 매회 생각할 주제를 던진다. 고등학생 임신, 다운증후군, 장애인, 우정 등으로 몰입도 및 흡입력이 굉장하다. 역시 노희경 작가의 위대함.

오래전에 본 '로맨스는 별책부록'도 내 스타일이다. 남들은 이종석, 이나영 조합이 어색하고 내용도 유치하다고 하지만, 잘 어울리는 커플이고 로코의 진수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 무대가 출판사인 것도 매력적이다. 사서보다 출판사 직원이 더 멋져 보였다. 어쩌면 나는 출판사 직원이 더 맞았을지도 몰라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서라는 사명감으로 TV보다 책을 더 좋아하는 척한다

 

4번. 내 취미는 서평 쓰기다

한 달에 한번 지역신문에 서평 칼럼을 쓴 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도교육청에 근무하면서 절필(?) 했다. 칼럼은 우리 교육청 홈페이지에 탑재되어 나를 홍보하는 도구가 된다. 잘 모르는 교장선생님도 신문에서 봤다며 반가워할 때의 기쁨이란. 원고료 한 푼 받지 않는 순수한 봉사지만 나를 성장시킨다

진진가 게임으로 강의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내 삶과 책의 연결고리가 된다. 이론적인 강의보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는 수강생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강의를 시작하는 동기부여는 확실히 된다.

 

강의는 자주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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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5-30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세실님 강의 듣고싶어요. 부산에 있는 도서관에 강의오시면 꼭꼭 미리 알려주시기요. 제가 양말바람으로라도 달려가겠습니다. ^^ 저는 이 공간에 서평 하나 쓰는것도 너무 어려워 죽겠는데 세실님은 무려 신문에 10년이라니요. 제가 모르는 동안 더 멋있어 지셨습니다. ^^%

세실 2022-05-30 21:01   좋아요 0 | URL
과연 부산에 강의하러 갈수 있을까요? 책이라도 내야...
고민하겠습니다~~
사실은 가고 싶어요^^
과찬의 말씀이세용!

세상틈에 2022-05-30 1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혹시 대구에서도 강의하시나요? :)

세실 2022-05-30 21:02   좋아요 1 | URL
호호 저는 지극히 평범하구요.
청주에서만 가뭄에 콩나듯 합니다. 대구 가고 싶어요^^

라로 2022-05-30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나도!! ‘로맨스는 별책부록‘ 넷플릭스에서 한방에 다 봐버렸지.ㅎㅎㅎㅎ 지금도 넷플에 가서 뭐 볼까 하다가 나오면 반가운 드라마야.ㅋㅋㅋ 내가 언제 페이퍼도 썼었는데!! 어쨌든 우린 그래서 비슷하다는 생각을 또 하네,,ㅋㅋㅋ 암튼, 청주에서 대전까지 오가며 대학원 공부 할 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세실은 언제나 멋져,, 아이때도 엄마가 밥 먹으라고 할 때 까지 놀던 멋진 아이였구만!!^^ 그나저나 우리들의 블루스는 또 왤케 재밌는 거야?? 12회까지 보다가 아껴보느라 안 보고 있는데 대사도 그렇고 넘 좋아. 특히 시장(생선) 나오는 거 보면 나 어려서 우리 부모님 가게가 시장에 있었을 때 생각나... 암튼, 그 미모에 강의까지 하니 다들 세실을 떠올릴 수 밖에 없겠다!!! 세실 최고!😍😍😍

세실 2022-05-30 21:05   좋아요 0 | URL
우린 참 잘 통하는 사이였죠.
영화 두편 내리보던 생각두 납니다.
대학원은 지금 생각해두... 아찔해요.
졸업한게 기적이어요.
우리들의 블루스는 매회 명품이어요. 흠뻑 빠져 들어요. 인생작이어요.
ㅋㅋ 강의는 아주 가끔 하는디...재미는 있어용^^

페크pek0501 2022-05-30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지십니다. 저는 강의는 못 하겠더라고요. 기운 없고 말하기 싫은 날이 있잖아요. 그런 날에 꼭 말해야 하는 자리에 있을 때
죽을 맛이에요. 그런데 친구들과의 수다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좋아해용.
김창옥 강사, 이름 맞나요? 유튜브로 볼 때면 존경스러워요. 어떻게 무대 위에서 타인들을 상대로 그렇게 여유롭게 말을 잘할 수 있는 건지... 그것도 재미있게 말이죠. 너무 웃겨요.
14년 동안이나 말하는 직업을 가졌었는데 제가 어떻게 했었는지 모르겠어요.
글쓰기는 말을 안 해도 돼서 좋아요. 기운 없어도 글은 쓸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러나 말하는 건 체력이 너무 소모되어요.
솔직하고 재밌는 페이퍼, 잘 보고 갑니다.^^ 파이팅!!!

세실 2022-05-31 13:18   좋아요 1 | URL
호호호 저도 강의 보다 친구들과의 수다 좋아합니다^^ 맛있는 커피 한잔만 있으면...빵이 있으면 더 좋구요.ㅎ
김창옥 강사 재미있으면서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 강연 특히 좋아요.
가끔 웃다보면 ˝대체 뭘 전하려고 하는거였지? 주제가 뭐지?˝ 하는 강사도 있거든요.
글쓰기보다는 강의가 전 더 좋아요. 글쓰기는 여전히 어려워요.
늘 용기를 주는 댓글, 감사합니다^^


2022-05-31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22-06-01 12:26   좋아요 0 | URL
강의를 하다보면 명강사라구 착각해요.ㅎㅎ
겸임교수 고민중이예요. 시간을 많이 뺏길듯해서 걱정도 되구...
더 나이들기 전에 한학기라도... 여전히 써줄지는 모르지만요^^
잘할거 같은데...ㅎ
희망찬샘님도 독서쪽으로 워낙 특화되셔서 소문만 나면~~♡♡

희망찬샘 2022-06-01 22:14   좋아요 1 | URL
우와~ 멋져요. 겸임 교수요. 노력하신 시간들이 예쁜 꽃으로 피어나나 봐요. 응원합니다. ^^

세실 2022-06-02 15:03   좋아요 0 | URL
아직 아니어요. 몇년전에 의뢰가 와서 그땐 거절했거든요.
지금도 마음은 하고 싶은데 여건이 쉽지는 않아요.
아무래도 현 기관에 소홀할 수 있다는 어른들의 걱정?
퇴직 1년전에 할수도 있겠습니다. 그때는 나이가 많아 뽑아주려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