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인문학 서평쓰기 모임을 했다. 달달한 모카 케잌으로 처음을 기념하고, 갓 볶은 원두커피 듬뿍 내려 진한 커피를 즐겼다. 회원들은 빈손이어도 좋은데 늘 무언가 한가지씩 들고 온다. 케잌, 커피, 빵, 쿠키.......
오늘의 토론 도서는 연말 연초의 번잡스러움으로 '내가 사랑한 시집 한 권. 그리고 시 한편!'으로 정했다. 가끔은 이런 여유에 행복해한다. 바쁠땐 잠시 쉬어도 되지. 백석, 정호승, 정현종, 나태주, 도종환, 류시화, 박경리의 시를 이야기한다.
나는 우리 회원중 한명인 이석문님의 시집을 골랐다. 도서관에 첫 발령 받았을때 도움을 받았던 25년된 지인이자 지금도 여전히 큰 도움을 받는 분이다. 그는 지역신문 창간호 기자로,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고 도움을 주던 풋풋한 젊음이 벌써 이 나이가 되어 간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인연에 참으로 감사한다. 우리 도서관 인문학 회원중 청일점이다. 나는 '부탁할께요' 시를 낭송하며 감정 조절을 못해 울컥했다. 가끔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이런 내가 참 주책스럽다.

부탁할께요 / 이석문.
바람 불면 부는 대로
흔들릴 줄 아는 아이로 보아주세요
비바람 속에서도
혼자서 꿋꿋이 견딜 수 없을 때
외로움으로 자해하고 싶을 때
불인두의 화력을 남발하지 말아주세요
때론 가슴 아프고 시려
학교 부적응아처럼
떠밀려
외톨이로 돌아설 때
왕따 취급하지 말아주세요
깨진 어항으로 바닥에
내팽개쳐진 금붕어처럼
숨을 헐떡일 때
장난삼아 툭툭 건드리지 마세요
바람에 초려되는 입술로
세상을 그리고 싶어요
우리 아이와 오버랩되어 감정이입되었다. "깨진 어항으로 바닥에 내팽개쳐진 금붕어처럼 숨을 헐떡일 때 장난삼아 툭툭......." 가끔 아이에게 무심코 던진 말에 섬세한 아이는 상처 받았을거야. 한동안 아이가 말을 안할때 '속 좁다'하면서 가볍게 넘겼는데 아이 머리에는 많은 생각이 떠다녔으리라. 엄마랑 눈 마주치면 함박 웃음 짓는 예전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주어 고맙다.
어제 옆지기가 "주말에 아이 데리고 독서실 가야겠어" 했을때 "그래 좋은 생각이야. 00이 공부하는지 감시 좀 해" 이말에 옆지기는 발끈했다. 아이에게 어떻게 감시라는 표현을 쓰냐고, 지금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아느냐고..... 그 말에 뜨끔하면서 옆지기가 고마웠다. 아이가 기댈 수 있는 따뜻한 아빠라서 참 다행이다. 공부 봐주면서 관계가 어긋날까 걱정된다.
모임에 오는 회원들은 참 행복해 하는데 매달 꼬박 오는 회원이 채 열명이 되지 않아 아쉽다. 올해는 다른 일보다 이 모임이 우선 순위가 되면 좋겠다. 적은 인원수로 조바심 내지 않으면 좋겠다. 경제적인 부보다 지식의 부자가 되는 일에 몰두하면 좋겠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고민하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작은 일에 분개하지 않는 한결 같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 모두 지금보다 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올해 토론도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