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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번 산 고양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83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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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글을 읽은 건 스노우캣의 홈페이지에서였다. 그림책의 이야기 부분만 텍스트로 바꿔놓은 걸 읽게되었는데, 백만 번이나 되풀이 해서 삶을 산 고양이의 이야기를 나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몇 번이고 되풀이 해서 읽었었다. 
  백만 번의 삶은 고양이에게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고양이는 울지 않았다. 마지막 단 한번의 삶만이 그에게 의미가 있었고 그 한 번으로 고양이는 삶을 완성했다. 그래서 고양이는 움직임을 멈추고 다시는 되살아 나지 않은 것이다. 절망 때문이 아니라 사랑과 행복과 슬픔과 상실로서 그의 삶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했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완전한 삶. 그것이 고통을 동반한다고 해도 온전히 자기의 것인 이상 행복이 될 수 있다. 자기의 것이 아닌 백만 번의 삶이 무의미한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지금 백만 번의 삶 가운데 어디쯤에 있을까? 나는 그 마지막 삶을 살고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내게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로 삶이 내게 줄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내 삶은 온전히 나의 것, 나를 온통 던져버릴 수 있는 그런 것이 될 수 있기를… 나는 멈추지도 않을 것이고, 지쳐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200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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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지음, 배유정 옮김 / 갤리온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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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처음으로 읽은 책이다. 책이 소개된지 두 해가 되도록 보고 싶은 목록에만 있다가 마침내 선택된 게다. 새해를 여는 감동적인 책으로. 책 소개와 표지, 서평 등만 보아도 감동으로 똘똘 뭉친, 감동이 가득해서 책을 덮을 때 즈음은 눈물을 펑펑 쏟을 것만 같은 이야기. 무덤덤하게 시작하는 새해를 조금 더 따뜻하게 시작해 보고자 찾게 되었다. 

  이 책은 책 표지가 말해주듯 어느 고양이의 이야기다. 추운 겨울날 미국 아이오와의 한 도서관 반납함에서 발견된, 또는 나타난 고양이. 이름은 도서관 고양이답게 분류법에 따라 듀이, 가운데 이름과 성은 리드모어 북스. 도서관다운 이름으로 눈을 확 사로잡고 귀여운 행동과 사랑스런 모습으로 이야기를 즐겁게 이끌어간다. 자기 아이에 대한 자랑과 애완동물에 대한 자랑은 거의 모든 사람을 팔불출 수준으로 만들어간다는 걸 알고 있기에 이 모든 자랑을, 듀이의 아름다운 모습, 듀이의 친근감 있는 행동들을 얼마나 믿어야 할지 살짝 의심하게 되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사는 특별한 고양이기에 얼마든지 듀이 자랑을 들어주리라 마음먹고 있던 즈음, 이 책의 주제는 듀이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처음, 아이오와의 땅과 하늘과 옥수수, 그리고 작은 마을 스펜서에 대해서 묘사했을 때, 이것은 그저 아이오와의 겨울이 얼마나 혹독하고 추운지, 그래서 고양이 듀이가 처했던 상황이 처절했음을 더욱 실감나게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삶의 방식에 관한 것이었다. 저자가 말한 대로 차디찬 도서반납함 속에 쑤셔 박혔지만 다시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리의 농업이 그렇듯이 미국, 아이오와의 가족단위 소농들의 삶은 대규모 자본 앞에 부서졌다. 자연을 따라 옥수수를 보며 느리게, 느리게 살던 사람들은 한 순간에 급작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여야 했고, 적응하지 못한 이들을 사라져야 했다. 얼어붙은 반납함 속에 쑤셔 박혀서.

  듀이는 상징이었다. 세상에 버림받고 어떻게든 버텨야 했던 사람들에게 살아남아 행복할 수 있다는 상징. 듀이는 힘든 시기를 보내던 스펜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고, 특히 여러 어려움 속에 있던 지은이 비키 마이런에게 빛이 되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빛이 되어 오랜 시간을 서두를 것도 없이 함께 했다.

  모든 생명에게 피할 수 없는 늙음과 죽음의 시간이 되었을 때, 듀이를 그저 상징물로만 보던 사람들은 그의 이름이, 아름다움이 바래기 전에 조치를 취하기를 원했다. 도서관에서 치워버리든 안락사를 시키든. 그 때 비키는 ‘나도 늙어가고 있다. 내 건강도 좋지 않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나도 내다 버릴 것인가?’하는 물음을 마음 속에 품고 있었다. 내 대답은 ‘그렇다’였다, 슬프게도… 우리는, 나는, 이곳에서 산다. 사람이 사람을, 관계를 쓰고 버리는 곳에서. 우리는, 나는 모두 소모품이다. 우리는 소비되지만 소비되지 않기를 원한다. 누군가에게 꽃이 되고, 빛이 되어 영원히 변치 않을 관계를 소망하며 산다. 듀이와 비키처럼. 그래서 이 책은 먼저 간 친구에 대한 기억이며 헌사다. 얼마나 사랑했는지, 얼마나 고마웠는지에 대한.

  이 책은 또한 저자 비키 마이런의 삶의 기록이다. 특별히 훌륭한 업적을 세웠다거나 뭔가 독특한 일을 해 낸 사람으로서가 아니다. 듀이처럼 자신의 자리를 찾고 자신의 열정을 다해서 ‘그 자리가 아무리 작고 하찮게 보여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사람으로서 말이다. 마치 우리 모두처럼. 특별할 것은 없어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처럼. 삶의 방식과 돈을 바꿀 수 있었을 때, 그것을 거절하고 자신들이 지켜오던 삶의 가치를 고집스럽게 지켜낸 스펜서 사람들처럼 말이다.  이 책이 울림을 갖는 건 그런 이유다.

  이 책을 모두 읽었을 때, 나는 울지 못했다. 내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줬어야만 했던 이 책은 좀 더 가볍고, 좀 더 무거운 현실로 내게 다가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묻게 해주었다. 언제나 달려야만 하는 일상, 멈추면 부서질 것 같은 불안감 속에서 삶이란 이렇게도 흘러간다는 것, 결국 사랑이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했다. 작은 고양이와의 인연, 그렇게 작은 것만으로도 삶은 행복할 수 있다는 걸.  -  201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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