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 강아지 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자석 강아지 봅 -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프란치스카 비어만 글.그림, 임정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결혼을 하고 아이 아빠가 되었습니다. 그림책, 아동도서, 양육도서... 읽지 않을 수 없죠. 특히 그림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며 제가 감동받았던 적도 많았습니다. 아이의 탄생은 책을 읽지 않았던 사람들이 '책읽는 부모'로 변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아이와 같이 정서적으로 성장을 하게 되죠. 그림책이 아이를 키우고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깨닫게 합니다. 양육을 하는데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 자기 표현이 아직 서투런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기 위해서는 아동도서를 지속적으로 읽는 것이 무척 도움이 되죠.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자석 강아지 봅> 은 강아지 가족을 등장시켜 동생이 생긴 아이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애트나의 심리를 잘 읽으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용을 잠깐 보죠. 

 

어느날 아기 봅이 태어나죠.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고모부, 사촌누나까지 모두가 기뻐합니다. 

누나인 에트나도 기뻐했죠. 처음에만 말이죠. 며칠 후엔 아기 봅의 지저분하고 행동에 진저리가 나죠.  

그런데도 다들 봅만 좋아해요. 에트나는 자기가 관심 밖으로 밀려난 걸 깨닫고는 우울해 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해요. 

에트나는 봅이 자신의 물건들을 엉망으로 만든 것을 도저히 참지 못하고 봅에게 입마개를 씌워버리죠. 

엄마와 아빠 뿐만 아니라 가족들 모두 애트나를 나무랐죠. (봅을 저 멀리 밀어 내고 싶었을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애트나는 봅의 몸에 쇠로 된 물건이 척척 달라붙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요.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애트나는 행동이 180도 달라졌어요. 봅을 데리고 다니며 보물찾기를 할 생각을 하죠. 

봅을 데리고 놀이터로 가서 열쇠, 보온병, 쇠로 만든 토끼, 예븐 개 목걸이, 동전까지 갖가지 물건들을 찾아냅니다. 

얼마나 재밌을까요. 심지어 친구들에게 봅을 빌려주기도 해요.  

뿐만 아니죠. 봅은 우여곡절 끝에 은행강도까지 잡고 상도 받고 신문에 사진과 기사 실려 유명세를 타죠. 

에트나는 그간 봅과 있었던 일들을 엄마에게 다 실토(?)합니다. 

엄마는 조금도 화내지 않고 봅에게 소금에 절인 배추를 먹이고 변기통에 앉히죠. (에트나의 엄마가 대단하죠?) 

26개나 되는 알파벳 자석이 변기통에 쏟아졌고 모든 건 예전처럼 돌아왔습니다. 

에트나와 봅이 꼭 끌어안은 채 책은 끝나죠. 

 

사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에게는 보물이겠지만 손 위 아이들은 동생을 보물로 생각하지 않죠. 모든 것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동생이 태어나자 세계의 중심은 자신이 아니라 동생으로 바뀌니까요. 엄마 아빠의 사랑과 관심은 이제 막 태어난 아기에게 집중될 수 밖에 없어요.  

이때 큰아이에게 하는 부모의 말과 행동은 아이의 인성에 큰 영향을 줍니다. 엄마 아빠가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메시지와 스킨십이 필요하고요. 동생에 대한 질투와 괴롭힘을 보고 무작정 야단쳐서는 곤란합니다. 에트나의 엄마처럼 화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에게게 차근 차근 설명해주는 것이 무척 필요합니다.  

에트나가 봅을 이용해서 보물을 찾아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요 녀석도 쓸모가 있군하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봅의 몸에 쇠가 붙는다는 건 아이 입장에서는 신기한 일일뿐이니까요. 하지만 부모라면 애트나의 행동이 많이 안타깝겠죠. 몸이 자석이 되었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말하는 거니까 말이죠. 결과적으로 애트나는 봅이 보물이라는 걸 깨닫죠. 봅의 몸이 더 이상 자석이 아니라서 원하는 보물을 찾아낼 순 없어도 봅이라는 보물을 찾은 애트나는 무척 행복해 해요. 

어떤 존재가 수단이 되면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죠.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는 존재 자체가 목적인겁니다. 아이들과 이 책 <자석 강아지 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그런 철학적 의미들까지 어렴풋이 깨닫게 되리라 믿습니다. 저도 자녀를 사랑이라는 자력으로 끌어당기는 자석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술관에 간 역사, 박물관에 간 명화]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미술관에 간 역사 박물관에 간 명화 - 명화가 된 역사의 명장면 이야기
박수현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엇이든 어떤 대상을 읽어 내기 위해서는 그것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책으로 치자면 텍스트를 읽는 것만으로는 풍성한 독서라고 보기 어렵다는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저자의 삶과 이력, 책이 출판된 시대와 장소, 책이 미친 사회역사적 영향 등을 살펴 현재와 개인의 삶에 적용해보는 폭넓은 읽기에 이르게 되는 것이고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는 말이 괜히 나왔겠습니까?   

박수현의 <미술관에 간 역사 박물관에 간 명화>(이하 <미술관에 간 역사...>)는 명화에 대한 배경 지식을 알려 줍니다. 덕분에 우리는 그림을 더 넓고 깊게 감상할 수 있죠.   

책의 구성은 기원전 천지창조 이후의 인류에서부터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를 거쳐 대항해시대와 영국의 엘리자베스시대, 프랑스의 시민혁명을 지나 근대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15개의 꼭지, 36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소개된 명화는 모두 15세기~20세기의 서구 화가들이 그린 작품입니다.  

꼭지마다 같은 사건이나 인물을 다룬 그림을 비교해가며 명화에 대한 소개를 개괄한 다음, 명화 속 사건의 역사적 뒷 이야기, 화가에 대한 일화, 그림의 기법과 화풍 등을 부분 부분 뜯어내 감상 포인트로 제시하고 있죠. 친절한 책입니다. 

독자를 배려한 흔적이 곳곳에 보입니다. 특히 어린 독자들을 위해 책이 그림책마냥 큽직합니다. 또 전체 그림을 먼저 보여주고 부분 부분 떼내어 확대한 후 설명을 덧붙이고 있어요. 한 꼭지에 한 작품이 아니라 두 세 작품을 비교해가며 설명하고 있어 하나의 역사적 장면을 다르게 보는 즐거움도 있죠. 어른들도 배울 것이 많아요. '이 그림이 그런 그림이었나? 음, 서양화에 동양의 모습도 있군'하고 알게 될 겁니다.

아쉬움도 있습니다. 가장 아쉬운 건 서구의 역사적 흐름에 따라 서양 화가들의 작품만 가지고 책을 펴냈다는 점입니다. 즉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인데요. 세계를 지배해 온 서구 열강의 역사만으로 꼭지를 구성한 것은 아이들에게 자칫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양화가 동양화보다, 서구의 역사가 동양의 역사보다 우위에 있다는 그런 생각 말이죠. 

 '신대륙에 발을 디딘 사람들'(42p) 꼭지에는 조선통신사 행렬도를, '엘리자베스 여왕의 시대'(46p) 꼭지에는 정조대왕의 8폭 능행도중 하나를 소개하며 비교했더라면 어땠을까요? '황제의 두 모습'(38p) 꼭지에서는 중국의 황제, 조선의 임금, 인디언의 추장 등 여러 문화의 수장들을 골고루 보았더라면 더 재밌을텐데 말이죠. 하여간 동서양 어느 시대의 그림이든 화가는 사회와 역사를 바라보는 생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런 다양함을 접하고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함께 사는 세계를 만들어갈 미래의 주인들에게 필요한 것이죠. 책을 펴낸 문학동네에서 <미술관에 간 역사...>를 시리즈로 만들었으면 좋겠네요. 다양한 시대와 화풍을 가진 그런 시리즈 말이죠.   

제가 그림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아쉬운 점은 아주 개인적으로 느낀겁니다. 즐겁게 읽었습니다. 그림과 역사에 대한 깊이도 얻게 됐고요. 처음에 기대했던 '그림을 더 오래 읽을 수 있는 소양'을 조금 더 가지게 된 셈이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아/어린이/청소년>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 <은지와 호찬이>세트 - 전3권, 사계절출판사, 심윤경

 

 

 

심윤경이 어린이 동화책을 썼다고? 심윤경이라는 작가를 안다면 무심결에 입밖으로 툭 튀어나올 질문이다. 2002년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이래 줄곧 장편소설만 발표해왔던 그녀다. 그런데 그녀가 동화책이라니? 딸아이를 키우며 동화의 모티프를 얻은 모양이다. 작가는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커가는 것은 시한부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은지와 호찬이를 등장시켜 그 시한부의 아름다움을 동화로 만들어냈으니 시한부 선고가 사라졌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간 무척 궁금하다.
  

 

2. <학교란 무엇인가>세트 - 전2권, 중앙북스, EBS 학교란무엇인가 제작팀 

 

 

                   

EBS의 10부작 다큐멘터리 ‘학교란 무엇인가’가 책으로 다시 나왔다. 이 다큐는 지난해 우리 시대 학교의 의미와 역할을 물으며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 다큐를 담당했던 정성욱 PD는 “세상을 향해 학교에 대한 생산적인 담론을 던지고 싶었”고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내 아이와 내 아이의 친구들이 10여년의 시간을 보낼 학교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지금, 이 책 <학교란 무엇인가>는 희망의 빛을 비춰줄까? 

 

3. <강은 어떻게 흘러가나>,  다산기획, 김연희
 

 

 

 

 

   

4살박이 내 아들은 우리집 아파트 뒤편에 흐르는 대청천(낙동강의 지류인 조만강의 상류에 있는 하천이다. 뭐 조금 큰 시냇물 정도)을 지날때면 이따금씩 이렇게 묻는다. “아빠, 시냇물이 모여서 어디로 가요?” 그럼 내가 이렇게 답한다. “큰 강물로 가지.” “그럼, 큰 강물은 모여서 어디로 가요?” “바다로 가지” 눈치챘겠지만 동요 ‘돌과 물’의 가사 중 일부다. 그렇게 강물에 대해 궁금해하는 아이에게 더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있겠다하는 기대를 품게 하는 책이다.  

 

4. <써먹는 서양 철학>,  진선북스, 레슬리 레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교실에는 철학 수업이 거의 없다. 나의 학창시절에도 마찬가지고 지금도 그렇고. 오직 대학입시에만 매몰된 채 10대들은 존재에 대한 근본적 질문, 인생 전체의 방향 설정,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한 성찰없이 20대가 된다. 어떻게 써먹든 서양 철학의 전체를 훓어 독자로 하여금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할 수만 있다면 이 책은 좋은 책일 듯 싶다. 

 

5. <뽀루뚜아 아저씨>, 푸른숲주니어, 이덕화

 

 

 

 

 

그림이 예사롭지 않다. 2010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이다. 5살 소녀 다혜와 산 아저씨 뽀루뚜아의 만남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자연스레 체득하도록 하는 그림책이란다. 뽀루뚜아라는 이름에서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주인공 제제를 조건없이 사랑했던 그 뽀루뚜아가 겹쳐진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그 어린 마음에 남은 뽀루뚜아가 있는 법이다. 아들과 함께 읽고 싶은 그림책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1-09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완료했습니다 :) 감사합니다!

BOOK소리 2011-11-09 21:17   좋아요 0 | URL
제가 더 감사합니다. 항상 관심가져주시고 서평단 챙기시느라 힘드시죠?^^
그런 땀과 노력의 결과로 '알라딘 신간서평단'이 좋은 네트워크로 성장해는 가리라 생각합니다.
화이팅~
 
먼댓글연결 방법 안내
<유아/어린이/청소년>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 <그냥 컬링>
 비인기 스포츠 선수들의 눈물, 열정, 성공을 다룬 영화들-이를테면 <국가대표>, <킹콩을 들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같은-이 대중의 주목을 받아 흥행에 성공할 때가 있었다. 스포츠는 그 속에 어떤 감동의 씨앗을 품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소재로 50점 따고 들어가는 건 아닐까? 제5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최상희의 <그냥 컬링>은 제목에서 보듯 동계스포츠 경기종목인 컬링을 소재로 하고 있다. 거기에다 ‘그냥’이라는 부사가 붙어있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청소년들에게 질문하면 가장 많이 듣는 대답이 그냥이다’라고 했다. 비인기 스포츠 컬링과 청소년 성장을 어떻게 엮었는지 자못 궁금하다.

2. <학교란 무엇인가>
EBS의 10부작 다큐멘터리 ‘학교란 무엇인가’가 책으로 다시 나왔다. 이 다큐는 지난해 우리 시대 학교의 의미와 역할을 물으며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 다큐를 담당했던 정성욱 PD는 “세상을 향해 학교에 대한 생산적인 담론을 던지고 싶었”고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나는 부모다. 내 아이와 내 아이의 친구들이 10여년의 시간을 보낼 학교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지금, 이 책 <학교란 무엇인가>는 희망을 밝혀줄 것인가?


3. <로봇의 별>
인간은 늘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고 명령에는 무조건 복종하는, 하지만 인간은 아닌 그 무엇을 꿈꿔왔다. 그래서 인간이 추구해 만들어낸 이기(利器) 중 최첨단은 바로 로봇이다. 이현의 <로봇의 별>은 흥미롭게도 이런 로봇이 도리어 인간을 꿈꾸는 이야기다. <고양이 학교>의 작가 김진경은 <로봇의 별>을 “자유라는 꿈을 찾아 분투하는 ‘횃불들’과 로봇들의 모습은 우리 아이들의 현실과 꿈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힌다.”라고 했다. 로봇의 이야기를 통해 읽어낼 아이들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4. <사막의 장미>   

이국적인 파스텔풍의 표지는 보는 순간부터 독자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사막의 장미>는 불, 물, 바람, 흙이라고 하는 네가지 원소에 인간의 마음이 더해져야 세상이 생명력을 갖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있다. 왕자의 뒤를 좇아 그림책 속 환상 속으로 뛰어들고 싶다.


5. <미술관에 간 역사 박물관에 간 명화>
미술관에서 유명한 화가의 그림만 뚫어지게 보고 있으면 그림이 보일까? 사실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 그림을 그린 화가를, 그림이 그려진 시대를,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역사를, 그리고 그림을 통해 다시 나 자신과 우리 시대를 읽는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넓고 깊게 그림을 읽어낼 수 있도록 명화에 역사를 칠해 놓았다. <미술관에 간 역사 박물관에 간 명화>라는 긴 제목만큼 우리의 명화 감상 시간도 길어지지 않을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0-11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 완료했습니다! 첫 미션 수행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구려 1 - 미천왕, 도망자 을불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고구려1~3>는 4세기 초 서천왕의 손자 을불이 고구려 15대 미천왕으로 등극, 낙랑을 축출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소설이다. 작가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잘 알려진 김진명. 그의 작품들은 역사를 바탕으로 미스테리처럼 전개되기 때문에 시작부터 대중성을 확보한다. 문체가 유려하진 않지만 이야기의 구성은 밀도있고 박진감이 넘친다. <고구려>도 김진명표 소설의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무척 재미있다. 한편의 무협소설을 읽는 것처럼. 다만 그 스케일이 다른 작품의 서너배 크다는 점이 그의 전작들과 차이다. <고구려> 미천왕 편에 등장하는 주요인물만 줄잡아 40~50명, 그가 17년에 걸친 자료 검토와 해석 끝에 내놓은 작품이라니 정말 대.단.하.다.

 

<고구려>는 전형적인 영웅소설이다. 주인공 을불(미천왕)은 무예에 출중하다. 왕재(王才)도 지녔다. 그래서 왕이 되었고 나라를 잘 다스렸다 라고 하면 이야기가 재미가 없다. 을불은 시련과 고난의 과정을 밟아간다. 어린 시절 봉상왕(고구려 14대왕)의 핍박으로 종조부 안국군과 부친(고)을 여의고 위태로왔던 목숨을 가까스로 부지하여 소금장수로 떠돌다 낙랑으로 흘러 들어간다. 숱한 고생을 하지만 후원자들과 친구를 만나 결국 화려하게 고구려 15대 왕에 오른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4세기 전후의 고구려, 낙랑, 선비의 영웅들과 조우하게 된다. 삼국지의 제갈공명에 비할만한 재사들-고구려의 창조리, 모용선비의 원목중걸, 진의 최비, 낙랑의 주아영-의 지략대결을 엿볼 수 있다. 관우, 장비같은 장수들-숙신의 아달휼, 모용선비의 모용외와 아야로, 고구려의 여노와 고노자-의 용맹과 충정도 목격하게 된다. 을불을 둘러싼 양소청과 주아영의 애정관계, 주아영을 둘러싼 을불과 모용외의 삼각관계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아, 적벽대전만큼 흥분되는 서안평 전투까지. 심각한 역사의식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고구려>에 빠져든다.   

 

김진명은 작가의 말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이 맹렬히 진행중인 지금, 우리의 "작가와 출판사들은 다투어 삼국지와 초한지와 수호지를 재번역"하고 있으며 "고구려를 제대로 알 수 있는 문학은 어느 곳에도 없고 누구도 쓰지 않고"있다고 했다.(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가야의 이야기를 <제4의제국>이라는 작품으로 빚어낸 최인호 작가가 들으면 발끈하시겠다, 삼국지로 우리 현대사를 풍자했던 그래서 우리만 가지고 있는 <고우영의 삼국지>의  故 고우영 화백께서 들으시면 무덤에서 일어나시겠다) 이런 상황속에서 청소년들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그 숱한 장수들의 이름은 다 외우면서도 정작 미천왕이 누구이고 소수림왕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요즘 아이들 똑똑하다. 지난 10여년간 출판시장에서 아동부문은 가장 급속히 성장했으며 학습만화 시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고구려 왕 정도는 알고 있는 애들이 꽤 된다. 물론 역사의식과는 별개겠지만) 그래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삼국지를 읽기 전에 고구려를 읽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고구려>를 집필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작가의 개탄과 안타까움, 신념에도 불구하고 <고구려>가 <삼국지>의 2,000년의 관록과 명성을 넘어서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극동지역에서, 다시 말해 한중일에서 삼국지의 아성은 <고구려>에 등장하는 명장(名將) 아달휼이나 모용외가 오더라도 불세출의 군사(軍師), 창조리나 원목중걸이 오더라도 무너뜨릴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삼국지>는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그 속에 등장하는 제갈공명, 관우, 조조같은 인물을 새롭게 조명한 책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삼고초려, 읍참마속같은 하나의 일화는 언론 기사, 명사 특강 등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면서 일반 대중은 그것이 누구의 역사인지를 묻지 않는다. 고사(故事)로 인식할 뿐이다.(<고구려>에도 삼국지, 열국지의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 꽤 있다.) 뿐만아니라 영화, 게임, 캐릭터 상품으로 그 형태를 바꿔가며 끊임없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삼국지>의 역사는 오래전 저물었지만 삼국지 이야기가 자본의 시대에 여전히 건재하는 이유는 바로 이때문이다. 삼국지에서 한 수 배우면 작가는 <고구려> 집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보게, 젊은이. 아참, 다루라고 했지. 무예의 세계는 깊고 심원한 것일세. 국적이나 신분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아. 나는 자네가 고구려 사람이라고 해서 경원하지 않는데, 나보다 젊은 자네가 그런 것에 얽매여서 되겠는가? 세상을 좀 더 넓은 눈으로 보아야지.

- <고구려1> 91p

(낙랑의 무예총위 양운거가 다루(을불)에게 자신의 집에서 무예를 배워보라고 권한다. 다루는 이를 정중히 사양하는데 이때 양운거가 다루에게 한 말)

 

스토리텔링 시대다. 역사 속 스토리들이 21세기 새로운 전장(戰場)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김진명의 <고구려>도 미천왕 을불을 선봉으로 스토리 전쟁에 막 나서고 있다. 일단 베스트셀러로 사랑받고 있다니 드넓은 영토를 차지할 교두보는 확보한 셈이다. 고국원왕, 소수림왕, 고국양왕, 광개토대왕, 장수왕이 곧 모습을 드러내면 아마 드라마, 영화 제의도 들어올 것이다. 스토리에 목마른 게임제작자들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렇게 국지전에서 작은 승리를 만들어 가다보면 운명을 건 한 판 승부를 벌일 힘을 비축할 수 있을 터다. 하지만 <고구려>가 출사표(이것도 삼국지 냄새가 난다.^^:)를 던지고 뛰어던 이 대회전(大會戰)의 승패는 다시 장구한 세월이 흐른뒤 미래 독자들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