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만드는 방법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17
에블린 드 플리허 지음, 웬디 판더스 그림, 최진영 옮김 / 책속물고기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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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당부한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즐거운 방학 보내기. 학교와 학원에 쫓기느라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찾아 도전해 보고 공부와 시험 스트레스로부터 잠시나마 해방되어 신나게 놀아보라는 의미로 정한 첫 번째 목표입니다.

둘째, 건강한 방학 보내기. 자기 몸을 스스로 지키고 방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각종 수인성 전염병이나 교통사고, 안전사고로부터 위협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자는 의미로 건강한 방법을 보내자고 약속했습니다다.

셋째, 알찬 방학 보내기. 정신없이 신나게 노는 것도 좋고 도서관의 책 속에 푹 빠져 지내는 것도 좋고 무엇이든 좋으니 하기 싶은 일을 실컷 해보고 후회 없이 보내보자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방학을 제대로 보내기 위해서는 큰 틀에서의 다짐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과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시간 계획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찰나에 눈에 띈 책이 바로 책속물고기의 신간 <시간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책의 제목만 보고 혼자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시간 활용법에 관한 서적일까? 고학년과 저학년 수준에 나눠서 설명이 되어 있으면 더 좋을텐데. 하지만 받아서 막상 읽어보니 <시간을 만드는 방법>은 어린이에게 시간 관리 방법을 일깨워주는 실용서적이 아닌 시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소재로 한 철학 동화책이었습니다.

 

126일 토요일, 주인공 펠릭스에게 끔찍한 미션이 주어집니다. 그것은 다음날 일요일 오후 3시에 독신으로 살고 게신 즈베임 이모를 펠릭스 혼자 찾아가 생일 축하 인사를 드리고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11살이 된 지금까지 펠릭스는 단 한번도 즈베임 이모를 혼자 찾아간 적이 없고 이모를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게 아니라 이모를 마녀쯤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뼈까지 다 보일 정도로 마른 상체와 상체에 비할 수 없을만큼 거대한 하체를 가진 이모는 겨우 1시간 정도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푹 꺼진 쇼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조차 몸서리 치질 정도로 펠릭스에게는 가깝지 않은 인물입니다. 어떻게든 혼자서 이모를 찾아가야하는 순간만큼은 피하고 싶은 펠릭스가 내세운 변명은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엄마에게서 되돌아온 단호한 대답은 시간이 없으면 만들라!”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시간을 만들어 내기 위한 펠릭스의 좌충우돌기가 시작됩니다. 엄마의 안경을 찾으로 갔다 만난 이상한 펩 아저씨, 할아버지 유령, 친구 피터의 조언과 도움으로 즈베임 이모네 집에 있는 큰 괘종시계의 바늘을 돌려놓아서 1시간을 10분쯤으로 만들어 보자는 계획을 세우지만 펠릭스의 계획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고양이가 달아나면서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됩니다. 결국 독특한 외모에 괴팍한 성격을 가진 이모와 꼬박 온 시간을 다보내야 하는 펠릭스.

 

처음 내가 생각했던 시간 관리 실용서적은 아니었지만 시간이라는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묵직하지만 우리가 뗄레야 뗄 수 없는 주제를 펠릭스라는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 장면 장면이 엉뚱하면서도 기발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시간 만들기의 계힉은 터무니 없지만 공감할 수 있엇고 결국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지만 시간 만들기의 실마리를 찾은 펠릭스의 마짐가 모습도 희망적이었고 시사하는 점이 있었습니다. 좋은 책을 읽고 나면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고 그 값진 시간은 또다른 시간의 여유를 만들어 내는 듯 합니다. <시간을 만드는 방법>를 읽고 서평을 쓰는 지금 이 시간은 소중한 제 시간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준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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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 비룡소 창작 그림책 44
장선환 글.그림 / 비룡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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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은 부모들의 영향을 크게 받는거 같습니다. 저희 부부는 둘 다 문과 출신인데다 수학, 과학과는 아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온 탓에 아이들에게 권하는 책도 제한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와 같은 과학 동화를 만나게 되면 참 반갑습니다. 특히 공룡은 남녀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열광하는 아이템임에도 불구하고 현존하지 않는 동물이기에 아이들에게 정보를 전해 줄 경로는 좁은 것이 사실입니다.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작은 익룡 부부는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울 집을 찾아다니다 숲에서 가장 키가 큰 삼나무 꼭대기를 터로 삼았지만 먹성 좋은 브라키오사우루스의 식사거리로 한순간에 사라져 버립니다. 어쩔수 없이 쫓나 집을 짓기 위해 이곳저곳을 헤매던 익룡부부는 덩치 큰 다른 공룡의 등에 집을 짓기로 마음 먹고 여러 공룡들을 찾아 다니게 됩니다. 하지만 드리오사우루스는 자기의 예쁜 등에 집을 짓겠다는 익룡부부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합니다. 뒤어어 만난 디플로도쿠스는 무거운 게 싫다며 거절하고, 캄프토사우루스는 익룡부부의 말을 한마디도 듣지 않고 자기 일에만 바쁩니다. 뜻밖에 선뜻 자기 등을 집터로 빌려주겠다고 먼저 나선 엘라로사우루스는 집 지은 뒤 일가족을 잡아먹으려는 숨은 욕심이 있었고 스테고사우루스의 등은 든든했지만 다른 공룡들과의 싸움이 끊이질 않는 탓에 불안해서 살 수가 없습니다. 집짓기를 포기하고 싶을 만큼 지친 익룡부부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삼나무에 지었던 집을 삼켜버렸던 브라키오사우루스였습니다. 그곳에서 익룡부부는 아누로그나투스의 새끼를 낳으며 행복하게 지내게 됩니다.

 

 

<집을 구하러 다니는 익룡부부를 보며 우리 가족이 오버랩 되는건 왜일까요?>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 그림책은 집 지을 곳을 찾아 떠난다는 재미있는 설정에 그들이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 공룡들의 모습을 통해 각각의 공룡들의 특징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룡을 묘사한 그림들도 지나치게 사실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단순화 시켜서 그린 것도 아니라 색연필로 그린 듯 자연스러운 색채로 거부감 없이 쉽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가 저희 집의 3, 5살 꼬맹이들은 지난 달에 경남 고성의 공룡엑스포를 다녀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나 봅니다. 몇 개 되지는 않지만 간간이 아는 이름이 나오면 그 복잡하고 난해한 공룡 이름을 서툰 발음으로 외쳐 됩니다. 아이들은 자신있게 책의 첫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공룡을 티라노사우루스라고 했지만 책을 읽어보니 알로사우루스였습니다. 두 공룡의 차이를 간략히 설명하자 몸이 더 작고 민첩한 것이 알로사우루스가 맞냐고 저에게 몇 번이고 확인을 받습니다.

 

책을 처음 받은 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보여주고 며칠 있다가 다시 읽어주었습니다. 처음 읽을 때보다 더 좋아하더군요. 그림책은 역시 두 번째 볼때가 더 재미있나 봅니다. 처음 읽을 때 보지 못하고 넘어갔던 그림들도 새로 발견하고 내용도 더 깊이있게 파악하게 되니 말이죠. 어쨌든 그러더니 몰펀이라는 블럭 설명서의 공룡 조립설명서가 떠올랐나 봅니다. 낑낑거리며 물펀박스를 들고 오더니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졸라댑니다. 아이들의 관심이 높아졌을 때 아이들이 뭔가 하고 싶어할 때 이때가 독후활동을 하기 가장 좋은 시점입니다.

 

하지만 몇 시간이 이어지는 독후활동을 하기에는 날도 덥고 아이들도 지칩니다. 그래서 우선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전기세 아끼느라 장식용으로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에어컨도 시원하니 틀어 놓습니다. 그리고는 "오늘 우리 같이 공룡에 대해서 알아볼까? 공룡에 대해 알아보고, 마지막까지 과정을 통과한 사람은 박사학위도 받는 거야. 어때?"라고 말을 던지니 아이들의 리액션이 폭발적입니다.

 

 <독후 활동의 효과를 높이려면 때론 당근도 필요하겠죠?>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를 읽고 제가 계획한 독후활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고성공룡엑스포 갔다 왔던 사진 보면서 공룡에 대한 기억 더듬어 보기

2. 공룡 색칠하기

3. 공룡 책갈피 만들기 - 책갈피에는 만든 사람 이름과 날짜를 쓴다

4. 아이들 수준에 맞는 입체 공룡(티라노사우루스) 만들기

5. 매칭 게임(1) 공룡을 오리고 그림자 모양과 맞는 공룡 자리 찾아보기

매칭 게임(2) 공룡 카드를 만들고 서로 맞는 공룡 자리 찾아보기

6. 연필로 공룡 따라 그려보기

7. 자기 방에 어울리는 공룡 문고리 장식(door knob decor) 만들기

8. 공룡캐릭터를 이용해 Tic Tac Toe 놀이하기

9. 공룡알을 이용한 영어 알파벳 익히기

10. 줄자와 블록 완구를 이용해 공룡발자국과 내 발자국의 크기 비교하기

11. 몰펀을 이용해 공룡 모형 만들기

12. 공룡학 박사학위 수여

 

 

1단계 활동은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를 읽고 난 뒤에 공룡엑스포의 사진을 보며 그림책 속의 공룡과 같은 공룡 찾아보기입니다. 사진으로 인화한 게 없는 탓에 태블릿 pc에 사진을 담아놓고 쭈욱 훑어보았습니다. 그날 찍었던 사진 속에는 공룡 퍼포먼스, 공연들, 각종 공룡 모형들, 공룡 발자국, 공룡 캐릭터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는데 가족 사진 뒤편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스테고사우루스"의 모습을 5살 딸아이가 놓치지 않습니다.

"아빠! 저기 스테고사우루스 있어요. 내가 찾았다."

작은 일이라도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아이들은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과 자존감이 커진다고 합니다. 이럴 때 칭찬은 그런 자긍심을 한층 더 강화시키겠지요. 사진을 보고 찾고 서로 칭찬해주고 그때도 지금처럼 무더웠지만 그래도 함께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공룡과 더 가까워집니다.

 

<공룡의 거대한 모습을 처음으로 마주했던 고성공룡엑스포에서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2단계 활동은 여러 가지 공룡을 색칠해 보고 나름대로의 이름을 지어주는 활동입니다. 물론 이름을 아는 공룡이 있다면 그 공룡의 이름을 그대로 적어줘도 좋겠지요. 그러면서 공룡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거니까요. 하지만 모르면 모르는 데로 그것 또한 좋습니다. 그래서 이런 독후놀이가 필요한 것일 테니까요. 아이들이 지어준 공룡 이름을 보니 공룡의 얼굴이 길어보여서인지 "길쭉이"이라는 이름도 있고, 큰 코가 특징인 공룡에는 "코뿔소"라는 이름도 붙여 놓았네요.

 <여러가지 공룡을 색칠하며 공룡과 더욱 가까워집니다>

 

 

 

3단계에서는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 그림책을 읽으면서 활용할 수 있는 책갈피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책갈피가 될 바탕 종이 위에 공룡을 잘라서 붙이고 만든 사람의 이름과 만든 날짜를 적어 둡니다. 집에 코팅기가 없어 코팅은 한꺼번에 모아서 해 줄 계획입니다. 어느 강연에서 들은 적이 잇는데 외국에서의 책갈피 활용사례를 들어보니 우리와는 사뭇 다르더군요. 우리는 책을 읽다가 다음에 읽을 부분을 빨리 찾기 위해 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책갈피를 사용하는 정도라면 외국의 아이들은 모르는 문장, 낯선 단어, 기억에 남기고 싶은 문구 등을 구별해서 색깔별로 책갈피를 꽂아 둔다더군요. 그래서 책 한권을 읽으면 수십 개의 책갈피가 빼곡이 꽂히기도 한다고. 하지만 오늘은 공룡 관련 독후활동이라 공룡 캐릭터를 이용한 간단한 책갈피 만들기를 해 보았습니다. 책의 주제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의 책갈피를 다양하게 만들어 두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공룡 캐릭터를 이용해 책갈피를 만들어 봅니다> 

 

 

 

 

그림도 그려보고 조작활동도 해봤으니 4단계에서는 근사한 페이퍼 크래프트로 공룡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손이 많이 가는 페이퍼 크래프트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간단한 자르기와 나무젓가락만 이용해서 입체적인 느낌이 나는 티라노사우루스와 스테고사우루스의 공룡 모형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색을 칠하고 오리고 붙여서 나무젓가락으로 고정만 시켜주면 제법 근사한 공룡이 완성됩니다. 초등학교 중, 고학년 정도쯤이면 아래와 같이 복잡한 모양의 페이퍼 크래프트도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시간이 허락되면 저도 밤새 만들어 두었다가 아이들에게 짜잔 하고 깜짝 선물을 할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아들도 시도해 볼 수 있었는 간단한 공룡 페이퍼 크래프트>

 

 

 

 

다양한 공룡 놀이 독후활동을 했지만 자르고 붙이고 색칠하는 활동이 많았던 탓에 이쯤 되면 맘 편히 할 수 있는 게임거리도 하나 넣어주면 좋겠지요. 그래서 5단계에서는 공룡 조각을 찾아 그 공룡과 어울리는 그림자와 맞추는 매칭 게임(matching game)를 하였습니다. 제가 찾은 매칭게임의 공룡 캐릭터들은 등에 돌기가 많아 정교하게 자르기가 어렵겠더군요. 그래서 제가 미리 잘라서 준비해 놓았습니다. 첫번째 매칭게임은 있는 그대로 그림자만 보고 똑같은 모양을 그대로 찾기만 하는 놀이이고 두번째 매칭게임은 해당하는 카드에 적합한 짝을 찾으면서 공룡의 이름도 같이 익힐 수 있습니다. 뒤에 영어 알파벳 게임도 있기에 공룡 이름은 영어 단어 그대로 제시하였습니다. 한글로 되어 있으면 그림이 아닌 문자를 통해서도 공룡이름을 바로 파악할 수 있겠지만 저는 공룡의 모습을 보고 이름을 찾도록 유도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공룡 이름 자체를 외우게 하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요상한 그 이름들과 가까워지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저 역시 공룡 이름을 다 알지 못하구요. 그래서 두번째 매칭게임의 카드도 5장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가급적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에 등장한 공룡들 위주로 선택하였습니다.

 

<그림자와 일치하는 공룡을 찾는 첫번째 매칭 게임(좌)와 공룡 이름까지 외우며 카드로 변환할 수 있는 두번째 매칭게임(우)>

 

 

 

다음으로 6단계 활동으로는 모눈종이 안에 그려진 공룡을 다른 모눈종이에 그대로 따라 보게 하는 것이었는데 많이 힘들어 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선 위로 겹쳐서 그려보는 정도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아이들의 독후활동은 힘들지 않고 재미있고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놀고 있다는 느낌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독후활동을 시도했는데 막상 재미없고 따분하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어찌됐건 간단하게 6단계를 마무리 하고 7단계에서는 3단계의 책갈피 만들기와 다소 비슷하기도 한 "문고리 장식 만들기"를 했습니다. 문고리 장식(door knob decor)이라고 하니 생소한 면도 있는데 호텔에 가보면 가끔 문고리에 호텔 이용 방법 안내나 객실의 상태를 알리기 위해 붙여 놓은 알림판 정도로 생각 할 수 있습니다. 공룡 캐릭터를 이용해 장식하고 아이들 방에 걸어둘거라 아이들 이름을 적어보도록 하였습니다. 이것도 코팅 작업을 해서 오래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해도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자기 물건, 자기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한 시기라 요런 사소한 문패 아닌 문패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뿌듯해 하네요.

 

 <선따라 공룡 그리기 활동과 문고리 장식물 만들기 활동>

 

 

 

8단계에서는 공룡캐릭터를 이용해 Tic Tac Toe 놀이를 해보았습니다. Tic Tac Toe 놀이는 자기 색의 돌을 교대로 하나씩 작은 사각형 위레 놓고 8개의 돌이 판에 모두 놓이면 번갈아 가지의 돌을 하나씩 이웃하면서 빈 정사각형 안에 수평이나 수직으로 옮긴 뒤 자기의 돌 모두를 한 줄 (수직,수평,대각선)로 놓거나 가로와 세로가 2개인 정사각형 모양이 되게 놓으면 이기는 경기입니다. 그런데 아직 어린 우리집 아기들에게 규칙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오목처럼 서로 번갈아 놓다가 한 줄을 먼저 만드는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규칙을 바꾸었습니다. 바뀐 규칙으로 놀이를 하면 어른들에게는 절대 끝나지 않을 네버엔딩게임이 되어버리겠지만 우리집 아이들에게는 매번 승자가 바뀌더군요. 그리고 돌 대신 공룡 캐릭터를 사용하였는데 공룡을 판 위에 올려 놓으면서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에 나오는 공룡 이름을 하나씩 말해 보게 하였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기억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공룡 캐릭터를 이용한 Tic Tac Toe 놀이하기>

 

 

9단계는 요즘 영어 알파벳에 관심을 보이는 우리 딸아이를 위한 독후활동이었는데 공룡알 알파벳 놀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공룡알에 알파벳 소문자와 대문자가 씌여 있습니다 우선 A부터 Z까지 차례대로 공룡알을 놓아 보도록 합니다. 알파벳 송을 부르며 혼자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줍니다. A부터 Z까지 배열도 되고 알파벳도 어느 정도 익힌 상태라면 한단계 더 나가서 공룡알을 소문자 대문자로 쪼개어 봅니다. 그런다음 다른 알파벳들과 섞은 뒤 원래의 공룡알을 만들어 보는 활동이죠. 공룡알도 만져보고 알파벳도 익히고, 소문자 대문자도 구별해 보고. 일석삼조 효과의 독후활동이라고 할까요? 요 근래 대소문자를 배웠다는 이야기는 들었기에 우선 A. B, C 세계의 알파벳으로만 시도해 보았습니다.

 

 <공룡알을 이용한 알파벳 놀이 : A부터 Z까지 나열해 보았습니다>

 

 

두둥~! 그런데~!

또다시 우리 딸에게 감동의 물결이 밀려 옵니다. 눈썰미 좋은 녀석이 요렇게 저렇게 하더니 척척 맞추어 내더군요. 영어 못하는 아빠라 딸에게도 영어를 잘 할거라는 기대를 갖지 않고 살아야겠다 생각해왔는데 알파벳 맞추기 활동을 하다보니 영어 공부를 한 번 시켜 볼까?’ 하는 마음을 갖게 만듭니다. 제가 봐도 저 딸바보 맞아요. ^^

 

 <아직 알파벳을 배운지 얼마되지 않아 A. B, C 세개의 소문자와 대문자만 공룡알을 이용해 맞추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공룡알 같이 분실하기 쉬운 교구는 저렇게 지퍼백을 이용해서 정리해두면 보관이 훨씬 간편해 집니다.>

 

 

 

10단계에서는 공룡의 발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체험해 보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우선 집에서 노는 줄자 하나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아이들 발을 재어 봅니다. cm니 하는 길이의 수적인 개념보다는 줄자 위에서 자기 말의 크기가 어느 정도쯤 되는지 블록을 놓아 가늠해 봅니다. 그리고 거대한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의 발자국 크기인 76cm까지 또다른 블록을 놓아봅니다.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길이 뿐만 아니라 넓이의 개념으로 다가가는게 좋겠죠. 그래서 76cm 길이의 직사각형 형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아이들 입에서 우와~! 크다.”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그리고는 블록으로 만든 발자국 모형 안으로 쏙 들어가 보더니 내가 다 들어가네. 진짜로 커요.”라고 말하더군요. 대략적이지만 이렇게나마 공룡 발자국의 크기를 알아보았습니다.

 

 <블럭을 이용해 티라노사우루스의 발자국만큼의 면적을 만들어 보고 그 넓이를 확인해 보는 활동>

 

 

 

또 길이나 단위에 대한 개념이 있는 아이들이라면 수학과목과 연계해서 이런 활동을 해도 좋을 듯 합니다. 이름하여 공룡 발자국 화석으로 공룡의 크기 알아보기 활동입니다. 일반적으로 공룡의 뒷다리 길이는 발자국 크기의 4배라고 합니다. 그리고 보통 동물의 크기는 뒷다리 길이의 5배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발자국의 길이가 38cm인 트라케라톱스의 뒷다리 길이와 몸길이는 얼마나 될까요? 아래 그럼처럼 이런 식으로 문제를 내어 풀어보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죠? 익룡 부부가 집을 지으려고 했던 동물들의 몸크기도 가늠해 볼 수 있구요. 하지만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에게는 좀 더 기다렸다가 해야 할 활동인 듯 싶네요.

 

 <수에 대한 개념있는 초등학생들에게 적합한 활동 예시>

 

 

 

마지막으로는 물펀이라는 블록으로 티라노사우루스 공룡 모형을 만들어 보는 활동입니다.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를 읽고 아이들이 몰펀박스를 들고 온 것에서부터 시작된 독후활동이니 아이들이 가장 먼저 찾았던 활동으로 마무리 하는게 좋을 듯 싶어서 마지막 단계로 넣어두엇습니다. 그리고 사실 아직 우리 아이들이 조립 설명서를 봄녀서 거대한 공룡 모형을 직접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기도 하구요. 그래서 몰펀으로 티라노사우루스 만들기는 거의 제가 도맡다 싶이한 활동이 되고 말았습니다. 온전히 저 혼자 하는건 마땅치 않으니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어떤 색깔, 어떤 모양을 찾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만들고 잇는 조각이 공룡의 어느 부분에 해당되는지 설명해 주었구요. 완성하고 나서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왠지 흐뭇하고 뿌듯하네요.

 

<몰펀을 이용해 티라노사우루스 를 조립해 보았습니다. 뒤쪽에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 그림책이 보이네요.>

 

 

 

12단계는 아이들 활동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10단계의 공룡 탐사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치고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것입니다. 미리 출력해 둔 박사학위증을 박사가 아닌 아빠가 수여합니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고 이것저것 해보자고 꼬드기는 아빠를 잘 따라와준 사랑스런 우리 남매. 공룡학 박사 학위 받아도 손색이 없겠지요? 다행히 오늘도 아빠의 보잘 것 없는 보상에 아이들은 무슨 보물이라도 받은 듯 행복해 합니다.

<아빠가 수여하는 공룡학 박사 핛위증>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이런 독후놀이를 할 수 있어서 그리고 좋은 책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저희들 옆에 있어줘서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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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는 고양이, 체스터 날마다 그림책 (물고기 그림책) 11
멜라니 와트 지음, 김호정 옮김 / 책속물고기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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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책속물고기" 출판사의 <민들레 사자 댄디라이언>을 읽고서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림책이었다고 글을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책 쓰는 고양이, 체스터>도 <댄디라이언> 못지 않더군요. 작가 멜라니 와트의 <체스터, 주인공이 되다>의 후속 시리즈쯤 되는 책쓰는 고양이는 겉표지의 샤방샤방한 그림부터 읽고 싶은 충동을 마구마구 불러일으킵니다.

 

 신간 서적을 처음 접할 때 다른 독자의 서평이나 보도자료는 가급적 보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책에 대한 타인의 평가가 때때로 저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체스터, 주인공이 되다>는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에 고양이 체스트는 제가 처음으로 만나는 이야기속 캐릭터였습니다. 빨간 매직펜을 들고 살포시 웃는 얼굴의 고양이  발아래로 "멜라니 와트가 쓴 책이 아님"이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깜찍한 발상에 저도 모르게 "큭큭" 웃음이 터져나옵니다. 그런데 두어장 넘긴 뒤 보게 된 속표지는 저를 빵 터지게 만들었습니다.

 

 

 

 

<본문을 읽기도 전에 빵 터지게 만든 겉표지(좌)와 속표지(우)>

 

 

 고양이 체스터와 함께 사는 주인이자 동화작가인 멜라니 와트가 "이렇게 지저분한 책을 누가 출판해 주겠니?"라는 날카로운 질문에 체스터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합니다. "(책속물고기 출판사를 가리키며) 이사람들이 해 준대요." 위트와 재치가 넘칩니다. 이쯤되면 책의 본문은 채 한줄 읽지  않았어도 그 뒤편이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동화, 그림책 작가인 멜라니 와트와 함께 살고 있는 체스터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니 글쓰기를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서 자신이 직접 책을 출간하고 싶어하는 사랑스런 고양이입니다. 글을 써서 책을 내고자 마음 먹었을 때 떠오른 라이벌이 바로 멜라니 와트였나 봅니다. 체스터는 멜라니 와트의 글쓰기 도구와 컴퓨터 마우스를 숨겨 버리고 자기 마음대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물론 멜라니 와트의 핀잔과 구박이 이어지지만 체스터는 꿋꿋하게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써 나갑니다. 체스터의 글을 보고 멜라니 와트가 말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베끼면 안된다고"

"쓸거리가 없니?"

"어떤 재료로 이야기를 만드는지 내가 당장 보여줄께"

"내가 근사한 배경을 그려줄께."

"네 이야기의 주인공은 도대체 누구야?"

"체스터! 정말 재미없어!"

"체스터 이야기를 행복하게 끝낼수는 없는거니? 다시 해보자. 응?"

"체스터 이제 그만!"

 

 

 재미있게 읽기 시작했던 그림책이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림책이 지루하거나 재미없거나 유치해서가 아니라 제가 글쓰기 지도를 한다는 미명하에 아이들에게 내뱉은 말들과 말라니 와트가 체스트에게 한 말들이 다를바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이고 어떤 글이 불편한 글인지에 대한 저만의 기준을 아이들에게 가혹하게 들이대던 기억이 떠오르니 미안하고 부끄러워지더군요. 아이들에게 글쓰기란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함도 아니고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정리해야 하는 자서전도 아닌 것을 지나치게 형식과 격식에 얽메여 왔던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살 난 우리 딸아이를 보니 연필을 손에 쥐고 무엇인가를 따라 쓰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는거 같더군요. 그런 아이들의 창의성과 소박한 글쓰기의 행복을 막는건 우리 어른들의 지나친 간섭은 아닐까요?

 

 글을 쓰면서도 멜라니 와트와의 신경전을 계속 이어가던 체스터가 결국 항복하게 되는건 멜라니 와트로 빼앗아서 글을 쓰는데 이용했던 빨간펜이 닳아버리게 되면서부터입니다. 하지만 빨간펜이 다 닳고, 숨겨뒀던 작가의 물건들을 돌려준다고 해서 글을 쓰고 싶어하는 체스터의 내면 깊은 욕구까지 털어버린건 아닐겁니다. 왠지 곧 체스터의 이름이 붙은 그림책이 또 등장할거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거든요.

 

 아참, 체스터의 빨간펜을 빨리 닳아버리게 만드는데 한몫했을것 같은 속지입니다. 마치 3살, 4살 꼬맹이들에게 색연필 쥐어주면 그려봤음직한 모습이죠? 이런 낙서조차 사랑스러운건 잘 그린 그림이거나 내용이 우수한 글이어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작품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이들의 작품은 아이들의 마음이 녹아 있는 것일 테니까요. 아이들의 글과 그림을 보기 전에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읽어 보는게 어떨까요?

 

 <어른들 보면 낙서일지 몰라도 아이들에게는 그들만의 작품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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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가 된 바바 왕 현북스 바바 왕
장 드 브루노프 글.그림, 길미향 옮김 / 현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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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치 못하게 만난 또하나의 따뜻한 그림책 <산타가 된 바바왕>

 한여름에 만나는 산타라니? 뭔가 쌩뚱맞아 보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래서 더 즐거운 책이 되었나 봅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이후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알게된 5살 난 우리집 공주에게 유일하게 먹히는 협박은 "동생이랑 싸우고 울고 떼쓰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 주실거야."입니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빙자한 이런 엄포가 교육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하는 고민은 젖혀두고서라도 즉각적인 효과 하나만큼은 100점입니다. 외로워보이지만 자기 아이에게만 선물을 사달라는 어른들의 청탁을 피하고 모든 아이들을 평등하게 사랑해야 한다는 산타 정신을 지키기 위해 춥고 외딴 곳에서 산타 할아버지는 아이들만큼이나 순수하고 착한 난쟁이들과 살아갑니다. 이렇게 춥고 외진 곳까지 산타할아버지를 직접 만나기 위해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바바왕이 처음이었죠. 뚱뚱하고 덩치는 산만한데다가 왕관까지 쓰고 있는 왕이라는 권위적인 자리에 있을 법도 하지만 왕관을 숨기기 위해 모자를 쓰고 여행자를 위한 허름한 여인숙에 묵으면서까지 산타를 찾으러 길을 다니는 모습은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묘하게도 엄마, 아빠가 좋아하는 책은 아이들도 유난히 더 좋아합니다. 책을 받고 며칠 간은 독후놀이 없이 그냥 읽어주기만 했습니다. 아이들이 그 책에 흠뻑 빠져 뭔가를 갈구할 그 시점을 기다리는 거죠. 사실 딸아이가 1박2일 캠프를 가는 바람에 온전히 관심을 집중시키기에는 여느때보다 시간이  더 걸리긴 했습니다. 금요일 저녁, 잠들기 전에 "크리스마스 오르골"을 들으면서 <산타가 된 바바왕>을 읽어주었습니다. 산타로 부터 커다란 선물 바구니를 받는 행복한 꿈을 꾸며 편안한 잠자리가 되길 바라면서요.

 

 (잠자리에 들 때 가끔 오르골을 들려주며 재웁니다. 오르골 소리가 아이들의 정서적인 면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저 역시 그 소리가 편안하게 들려 단잠에 절로 빠져들게 되구요. 단, 이게 습관이 되어버리면 잠자리에 들때마다 오르골을 틀어달라고 졸라대더군요. 이럴 때는 태엽감는 오르골이 최고입니다. 정해진 시간만큼만 들려주고 나고 나면 자연스레 꺼지니까요. 그리고 디지털 음색보다 투박하면서고 거친듯한 느낌이 더 듣기 좋기두 하구요.)

 

←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다운 받은 "우리 아기 크리스마스 캐롤 뮤직 박스]입니다.

 

 

 

잠들기 전에 캐롤 오르골을 들으며 <산타가 된 바바왕>을 읽은 덕분일까요? 토요일 아침 아이들은 일어나자마자 눈꼽도 안 뗀 부스스한 얼굴로 <산타가 된 바바왕>을 펼쳐 듭니다. 두둥! 이럴때가 최고의 기회죠. 아이들이 원할 때, 아이들이 보고 싶어 할 때,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할 때 말입니다. 부모가 원하는 시간이나 정해진 계획으로의 시작이 아니라 아이들의 자발적인 동기에 의한 독서놀이가 최고의 효과를 보이는 시점. 그게 바로 오늘 아침이었습니다. 때마침 주말에 하려고 준비했던 재료들을 이것저것 꺼내놓습니다. 물론 한꺼번에 다 드러내면 재미 없어요. 조금씩 천천히 아이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발해야 합니다.

 "아빠가 뭘 하려는거지? 다음에는 뭘까?"

자꾸 궁금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더 하고 싶어지니까요. ^^

 

 

[일어나자마자 어제밤 읽었던 <산타가 된 바바왕>을 펼쳐드는 아이들]

 

 

<산타가 된 바바왕>을 읽고 난 후, 제가 계획한 독서놀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우선 크리스마스가 되면 갖고 싶은 선물을 골라 산타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씁니다.

둘. 코끼리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쓰고 산타를 찾아 나서는 바바왕이 되어 봅니다.

셋. 스티로폼 공을 이용해서 산타할아버지와 난쟁이들을 만듭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감도 이용해 볼거예요.

넷. 아이들이 만든 산타를 집안 여기저기에 숨겨 놓고 "우리집 지도"를 들고 산타 찾기 여행을 떠납니다.

다섯. 산타와 난쟁이 다섯명을 모두 찾으면 "선물"을 받게 됩니다.

 

전체적인 흐름은 산타를 찾아 떠나는 바바왕의 여정을 따라가 보는 것입니다. 직접 바바왕이 되어 산타를 만나고 선물까지 얻게 되는 활동이 연속적으로 이어 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한꺼번에 할 수는 없을거 같습니다. 아이들의 집중역이란. 다들 아시잖아요. ^^ 특히 누나가 하는 거라면 뭐든지 하려고 덤벼드는 세살 된 우리 꼬맹이까지 참여시키려면 오늘 진땀 좀 빼야겠네요.

 

 

 

자, 그럼 <산타가 된 바바왕>의 신나는 독서놀이를 시작해 볼까요?

 

먼저, 산타할아버지께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을 써서 편지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글자를 쓰기 시작한 5살 공주님과 글씨와 그림을 구분이나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3살 왕자님에게 "편지쓰기"란 도무지 가당치 않은 말이겠지요. 그래서 글쓰기를 통한 편지 만들기보다는 잡지책에서 원하는 물건을 찾아 오리고 붙이는 스크랩 활동을 통한 편지쓰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둘째는 팔이 떨어져 나간 로보카 폴리를 대신할 로이와 헬리를 잘라 붙이고, 딸래미는 자기 닮은 공주 인형을 원하는지 아름다운 드레스는 입은 모델을 잘라 붙이네요.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을 잡지책에서 골라 가위로 오리고 편지지에 붙여 산타할아버지에게 편지 쓰기 활동]

 

 

 

자. 산타할아버지에게 보낼 편지가 완성되었으니 이 편지를 들고 찾아갈 배달부가 필요하겠죠? <산타가 된 바바왕>에서 바로 그 우체부 역할을 한 인물이 코끼리 바바왕이었습니다. 그럼 우리도 바바왕이 되어서 편지를 들고 산타를 찾아 나서면 어떨까요? 코끼리가 되려면 코끼리 모습을 갖춰야 할텐데 구글에서 "elephant mask"라고 검색하니 자료가 넘쳐납니다.  올레~!

 

 

 

 

이제 도안을 구했으니 아이들과 마스크를 만들어봐야겠죠?  저는 위의 그림처럼 두가지 종류의 도안을 준비했습니다. 1번 도안은 1장짜리라 가위질만 하면 쉽게 만들 수 있고, 두번째 도안은 2장짜리인데 얼굴, 코, 귀로 나누어져 있고 이를 다시 붙여야 하기에 첫번째 도안보다는 조금더 어렵습니다. 게다가 프린터로 A4사이즈로 출력을 하면 크기가 조금 작아 보입니다. 그래서 전 A4 사이즈로 출력한 후 다시 B4 사이즈로 확대 복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확대 복사를 해서 크기는 어느정도 아이들 얼굴에 맞아 보이는데 용지의 두께가 얇아서 마스크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듯 하더군요. 그래서 뒷면에 마분지(두꺼운 도화지)를 덧대어 두께감을 주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이젠 마스크로도 손색 없네요.

 

 

[두가지 도안을 이용하여 코끼리 마스크를 만들어 쓰고 바바왕이 되어 봅니다]

 

 

두께감을 주려고 마분지를 덧대었더니 아이들이 자르기에는 너무 두꺼워졌나 봅니다. 아이들 손힘으로는 오리기 힘들어 하길래 살짝 살짝 도와주었어요. 마무리도 제가 다듬어 주었고요. 원하는 색으로 색깔도 입혀보았는데 핑크 코끼리가 탄생했네요. 코끼리 머리에는 리본 머리핀도 그려지고, 립스틱도 칠해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코끼리는 여자 코끼리인가 보다 바바왕은 남자 아니었을까?"라고 물었더니 딸아이 대답이 걸작입니다.

 

"준현이가 만든건 바바왕이고, 제가 만든건 셀레스트 왕비예요."

 

이쯤 되면 한번 와락 껴안아줘야겠지요? 서너 번 반복해서 읽어주긴 했어도 셀레스트 왕비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을줄은 몰랐네요. 코끼리 마스크가 바바왕에서 셀레스트 왕비로 바뀌면서 우리의 독서놀이도 <산타가 된 셀레스트 왕비>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계획과는 조금 달라졌지만 꼭 바바왕이어야 할 필요가 있나요? 원래 계획했던 큰 틀은 지켜지되 그때의 상황과 느낌에 따라 새로운 질서와 규칙이 생겨날 수도 있는 것. 개인적으로는 그게 바로 진짜 독서놀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참, 눈 부위를 뚫을 때는 칼을 예리하게 이용해야 하기에 아이들 혼자서는 불가능합니다. 안전상의 문제로 눈구멍은 제가 다 뚫어주었습니다.

 

 

 

 

 

위 사진에 보면 코끼리 코에 긴 호스가 있는데 저 호스를 입에 대고 불면 "뿌뿌~"하는 코끼리 소리가 제대로 납니다. 언젠가 딸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활동하고 나서 받아왔었는데 잘 챙겨두었더니 이런날 요긴하게 쓰게 되네요. 포털에서 "뿌뿌 코끼리"라고 검색하면 관련 자료들을 많이 찾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어린이집에서 활동하고 가져왔길래 쟁겨둔 자료들 중에 하나더 득템한 것은 저기 위에 보이는 노란색 왕관입니다. 코끼리 가면에 노란 왕관까지 쓰고 나면 이제 진짜 바바왕이 탄생하게 되는 겁니다.

 

 

[짜잔, 드디어 셀레스트 왕비와 바바왕 탄생하다]

 

 

 

 자, 이제 셀레스트 왕비와 바바왕도 탄생했으니 산타를 찾아러 가볼까요? 우선 우리가 찾아야 할 산타와 난쟁이들을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종이로 만드는 건 이제 코끼리 가면을 만들면서 해보기도 했고 만든 산타를 숨겨 놓고 찾아야할 다음 활동을 생각하니 재료로 "스트로폼 볼"을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스트로폼 공 윌부분을 빨간색 색칠해 산타 모자를 만들고 스티커로 눈, 코, 입을 붙인 다음 싸인펜으로 눈동자와 입술라인만 콕 찍어주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쟁이와 산타할아버지를 구분하기 위해 산타할아버지는 가장 큰 공으로 만들엇고 난쟁이들은 작은 공을 이용했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붓놀림이 익숙치 않은 탓에 핑거페인팅을 주로 해왔는데 간만에 붓을 건네주니 너무 좋아하면서도 진지해지네요. 물감에 붓을 콕콕 찍어 나름대로 섬세하게 칠하는 모습이 제법 의젓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집의 꼬마 말썽쟁이가 사고 아닌 사고를 쳤네요. 핑거페인트라 그런지 일반 수채물감보다 마르는 속도가 더디더군요. 그 사이을 못참고 물이 가득 든 분무기를 건조중인 스티로폼 볼에 사정없이 난사하여 열심히 색칠한 빨간모자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공포물에서나 봄직한 피흘리는 머리통 5개만 베란다 한 쪽 구석에서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어쩔수 없이 작전을 바꾸었습니다. 색종이로 꼬깔모자를 만들어 씌우기로. 그런데 빨간색 색종이가 남아있지 않아서 어떤 색으로 대체하면 좋을지 아이들의 의견을 물어보니 자주색이 좋겠다더군요. 그래서 자주색 모자를 쓴 산타와 난쟁이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어찌되었건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산타와 난쟁이들이 모두 완성되었습니다. 일렬로 세워놓고 사진을 찍으니 귀여워 보이지만 독서놀이가 모두 끝나고 난 뒤 산타와 난쟁이들은 머리카락과 리본을 그리지 않았다며 재창조에 들어간 딸래미 덕분에 싸인펜을 홀라당 뒤집어 쓴 유령으로 변하는 슬픈 운영을 맞이하게 된답니다.

 

 

[바바왕과 셀레스트 왕비님, 어서 저희들을 찾아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이 적힌 편지를 전해주세요.]

 

 

 

 

 편지도 바바왕도 산타도 모두 완성되었습니다. 이제는 편지를 전해주러 산타할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일만 남았습니다. 다섯명의 산타와 우리 바바왕들과의 숨바꼭질이 시작됩니다. 우선 엄마가 아이들을 살살 달래서 간식을 먹이는 동안 저는 집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산타와 난쟁이들을 숨겼습니다. 그리고 나서 <산타가 된 바바왕>에서 바바왕이 가판대에서 우연히 산 산타책과 듀크의 후각을 이용하여 산타를 찾아 나선 것처럼 저도 아이들에게 산타를 찾을 수 잇는 보물같은 힌트가 담긴 지도를 건네주었습니다.

 

 

 

[산타와 난쟁이가 있는 곳을 알려줄 우리집 지도] 

 

 

 그 지도가 뭐냐구요? ^^  저희가 사는 아파트 평면도입니다. 아파트 분양 홈페이지를 찾아 갔더니 다행히 홈페이지가 아직 살아 있더군요. 평면도를 다운 받아서 인쇄한 다음, 아이들을 모아놓고 우리집 구조를 훑어 보았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으로 들어와서 신을 벗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는 익숙한 동선을 먼저 설명하며 산타할아버지가 숨어있는 위치가 표시된 지도에 "방 이름"을 써넣었습니다. 벌써부터 아이들의 환호성이 쏟아집니다. 3살 둘째는 뭔지 알고 들떠 있는지 가장 기분 좋을 때 내지르는 괴성 "파워페인져 엔젠포스"를 마구마구 외쳐 댑니다. 산타가 숨어 있는 곳을 꼼꼼히 다시 한번 설명해 준 뒤 아까부터 들썩거리는 엉덩이를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집 안에 풀어 놓습니다. 잠시 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아빠 못찾겠어요.", "아니, 찾았어요!".  "나는 벌써 2개다." 등 아이들의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럴때마다 마음씨 고운 우리 아래층 아주머니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요로코롬 별난 아이들인데도 뵐때마다 "괜찬아요. 저희들은 늦게 들어와서 뛰는지도 모르겠어요. 어릴때 충분히 뛰고 놀아야지요."라고 말씀해주시는 고마운 이웃. 제 글을 읽지는 못하시겠지만 이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성취감을 주기 위해 일부러 쉽게 숨겨놓기는 했지만 비교적 찾기 어려울거라 생각했던 거실 자동차 안의 산타할아버지와 식탁 의자에 슬쩍 올려두었던 난쟁이까지 단번에 찾아냅니다. 모두 찾아 담아 놓은 통 속에는 뎅굴뎅굴 굴러다니는 산타할아버지와 난쟁이 5명이 보이네요.

 

 

[산타와 난쟁이가 어디 숨어 있나? 여기 있나? 찾았다!]

 

 

 독서놀이가 막바지에 접어드니 자그마한 고민이 생깁니다. 길고 길었던 활동도 잘하고 산타까지 몽땅 찾은 아이들에게 무슨 선물이라도 주어야 할텐데. 아빠의 뽀뽀가 선물이라면 엄청난 질타를 받을게 뻔하고, 사탕 한 개 쥐어주자니 왠지 너무 가벼운 느낌이 들고. 어쩌지 어찌지 하고 있는 찰나!

 

 "띵똥!"

 

초인종을 누르고 등장한 택배아저씨~! 저의 구세주입니다. 때맞춰 오신 택배아저씨가 들고 오신 건 다 부서진 폴리와 엠보를 대신해 엄마가 G시장에서 그저께 주문해 두었던 로보카 "로이"와 "헬리"였습니다!!!

택배아저씨야 말로 저에게도 우리 아이들에게도 진정한 산타임에 틀림없습니다. 덕분에 감사하게도 뜻하게 않게 급 훈훈한 마무리로 활동을 마치게 되었답니다.

 

 

[택배 산타 아저씨가 배달해준 선물을 받고 즐거워 하는 우리의 셀레스트 여왕과 바바왕]

 

 

 

 

비오고 축축한 주말, <산타가 된 바바왕> 덕분에 아이들과 신나고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어제 토요일보다 오늘은 비가 더 심하게 내리네요. 더군다나 천둥번개까지 가세해 주시구요. 덕분에 원래 주말에 계획했던 야외활동 잠시 미뤄두고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쓸 여유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아이들과의 독서놀이(독후활동)을 다른 사람에게 보인다고 생각하고 신경써가며 사진을 찍다보니 이런저런 포즈도 요구하게 되고 카메라를 들고 있는 순간 만큼 아이들에게 집중하지 못했던 점도 있었습니다. 다음에 혹시 또 이런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사진이 팍 줄어들지도 모르겠습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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