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적하다.

온 나라가 비통하다.

그래서 읽는다. 닥치는 대로 읽는다.

손에 잡히는 것이라면 뭐든지. 집안에 글러다니는 아이들 장난감 사용 설명서라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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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이지성.정회일 지음 / 다산라이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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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캠핑 가요!- 아이가 즐거운 가족 캠핑의 모든 것
김정은.손장군 지음 / 꽃숨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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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온실 - 환경을 생각하는 놀라운 프로젝트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30
시그문드 브라우어 지음, 이경희 옮김, 박민희 그림 / 책속물고기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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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스틴은 엉뚱한 아이다. 전학 온 첫날부터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재활용품을 꺼내는 모습은 주변 친구들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뚱보 불라초'에게 귀뚜라미 브라우니까지 먹이는 대범함이란.

 

 책을 펼쳐 읽어자마 저스틴의 엉뚱한 행동에 웃음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의 엉뚱한 행동은 단순히 장난기 많고 호시김 많은 개구장이여서가 아니다. 그는 꼬마 환경보호가이며 과학자이고 생태학자이다. 환경을 살리고 자연을 보호하자는 말은 누구나 하지만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분리수거통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뒤섞여 있고, 세제와 샴푸는 거품이 부글부글 일어나도록 써야 마음 후련하다. 하지만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것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첫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일이다. 버릴때는 쓰레기였지만 재활용되고 난 뒤 그 쓰레기는 새로운 물건으로 탈바꿈한다.

 <페트병 온실>의 주인공 저스틴은 그 사실을 알고 있고 이를 실처하고자 노력하는 학생이다. 그래서 점심을 담아오는 지퍼백을 1년동안 쓰고자 마음 먹고 친구들과 함께 페트병을 모아 온실을 만든다. 투명하고 바람이 통하지 않는 페트병은 온실의 훌륭한 재료이다. 하지만 페트병은 먹고 난 뒤 버려지는 쓰레기 취급만 받았지 새로운 생명체를 품을 수 있는 온실로 재탄생하리라는 생각은 기발하기만 하다. 부족한 자원과 무너지는 환경에 비해 인간의 삶은 넘치도록 풍족하고 편리성만을 찾아가고 있다. 기발하고 독특하지만 그냥 넘길수 없는 저스틴의 "페트병 온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스틴처럼 크고 웅장한 페트병 온실을 제작하는 거창한 프로젝트의 환경보호가 아니더라도 대체에너지를 사용하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작은 실천부터 만들어가는 삶을 꿈꾸게 되는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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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의 꿈 푸른숲 역사 동화 5
배유안 지음, 허구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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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공부. 도대체 왜 하는 걸까요? 저는 역사교육을 하는 목적을 세가지 정도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 현재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돕고 위해서 하는게 아닐까요? 현재는 과거로부터 나온 것이니 과거의 역사를 통해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일을 보다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기 위해 역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인류는 끊임없이 변화, 발전해 오면서 훌륭한 업적을 남기기도 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흥망성쇠를 되돌아보며 삶의 지혜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전망과 계획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과거의 흔적을 연구하고 과거의 일을 평가하다보면 역사적 사고력과 비판력, 판단력 등이 기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기존의 역사교육의 방향은 이런 궁금적인 목적과는 관계없이 역사적 사실, 문화재, 인물들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느냐에 초첨이 맞춰져 있던게 사실입니다. 역사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으로 인해 초등학교에서의 역사교육도 6학년 1학기동안 이루어지던 것이 작년부터는 5학년 2학기 동안 배우도록 개정되었으나 역사교육이 시작되는 시기와 분량에 차이가 있을 뿐 아직까지도 근본적인 역사교육을 위한 인식자체의 변화는 없는듯 합니다. 어찌되었건 교육과정 개정과 함께 초등학생들이 읽을만한 역사 관련 도서나 서적들이 많이 출판되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조명하는 방식은 예전과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듯 합니다.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부각시키거나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기술은 우리 민족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편협된 사고를 고정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뿐입니다.

 

굴곡의 반만년 역사를 되짚어 보면 논란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수많은 일들이 떠오릅니다. 그 중에 당연 수위를 차지할 만한 사건은 변방국가 신라의 "삼한일통"을 들 수 있겠지요. 고구려 유민들에 의해 동시대에 건국된 발해의 존재는 차치하고서라도 신라의 삼국통일을 진정한 통일로 볼 수 있으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신라가 아닌 고구려가 통일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가정법적인 시각 역시 신라 역시 삼한일통이라는 대업의 공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합니다. 당나라와 손을 잡고 백제와 고구려를 정벌한 것이 교활하고 약은 결정이 아니었을까 라는 시선을 거둘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신라의 삼국 통일에 대한 이런 다양한 시각들 역시 존속하기 위해 전쟁을 치를 수 밖에 없었던 고구려, 백제, 신라의 왕족과 귀족들의 시선에서만 바라본 것이 사실입니다. 한수를 차지하기 위해 뺏고 뺏기는 치열한 전투 속에서 어쩔수 없이 끌려오다 싶이 징집되어 온 나이어린 소년들과 한 가정의 가장들의 비통한 실상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권력의 공이 어느 나라 어느 장수에게로 넘어가느냐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과 조선시대 임진왜란을 언급하면서는 당시 핍박 받아왔던 민초의 삶을 거두어 보았을 지언정 삼국의 틈바구니에서 고통받았을 백성의 아픔을 들여다 보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푸른술주니어의 <서라벌의 꿈>은 그동안 우리가 미처 안아주지 못했던 삼한일통 전 백성들의 고달픈 살과 가슴아픈 사연들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화려한 왕과 귀족의 삶이 아닌 그들의 처세에 허리 굽힐 수 밖에 없었던 일반 평민들의 이야기는 현재의 우리네 모습과 오버랩 되어 저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됩니다.

 

 

 

김춘추의 집에서 그의 아들 법민과 딸 고타소와 친형제처럼 친하게 지내온 부소는 어릴적 신라와 백제의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은 후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가족을 모두 읾은 부소의 어머니에게 부소는 유일한 희망이고 삶의 끈을 이어주는 생명줄이었습니다. 하지만 신라를 향해 달려드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어쩔 수 없이 낭도로 징집되어 전쟁터에 나서게 되고 고구려의 포로로 잡혔다가 억울한 오해를 사는 바람에 신라로 돌아오지 못하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어사는 신세가 됩니다. 신분의 차를 넘어 자신과 한몸처럼 여기며 어린시절을 보냈던 고타소의 끔찍한 죽음을 전해듣고 자신에게 주어진 억울한 죄값을 치르고자 떠돌이 생활을 뒤로 하고 다시 서라벌로 향하게 됩니다.

 

 

 

초등학교 수학여행 이후 경주를 방문할때마다 그곳의 유적과 유물의 화려함과 경이로움에 입을 다물수가 없었습니다. 경주에 남아 있는 화려하고 세련된 문화재를 통해 옛 서라벌의 모습을 그리며 최고의 엘리트 그룹이었던 화랑이 되어 보기도 하고 삼국통일의 기반을 닦았던 김유신과 김춘추가 되어 으흠 헛기침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문화 저 뒤편에 숨어있던 평민들의 삶은 왜 보이지 않았던 걸까요? 그런 평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가슴앓이 할 수 밖에 없었던 김춘추의 고뇌는 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걸까요? 하지만 <서라벌의 꿈> 속 부소의 행적을 따라가며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알고 싶은 것만 찾게 되는 불편한 진실. 그 불편한 진실 속에서 그동안 나도 내가 보길 원했던 것, 또는 보일만한 업적들만 열심히 쫓아다녔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역사동화라고는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팩트를 바탕으로 태어난 부소라는 아이를 통해 당시 신라에 살았던 평민들의 모습을 조금은 엿볼 수 있었습니다. 1400여년 전의 일들을 바라보며 현재의 우리 모습도 다시금 바라보게 됩니다. 누구를 위해 갈라서서 누구를 위해 헐뜯고 있는지. 1400년 전 고구려, 백제, 신라의 그분들이 내세웠던 대의를 지금의 그 누군가도 내세우고 있는건 아닌지? 그 밑바닥에서 자신만의 삶을 가꾸어 가고 싶지만 어쩔수 없이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을 수 없는 부소의 모습이 지금 우리의 모습은 아닐지.

만약 그렇다면 대세는 바꿀수 없더라도 <서라벌의 꿈> 부소처럼 언젠가 우리를 당당히 드러낼 수 있어야 하는건 아닐지.

 

 

 

동화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읽었던 책 한 권으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지만 해답은 없습니다. 해답을 찾지 못한다고 해서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했던 역사공부를 하는 세가지 이유를 몽땅 다 품고 있는 역사동화 한 권 읽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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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빌려 줘유 큰곰자리 5
이승호 지음, 김고은 그림 / 책읽는곰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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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썽꾸러기 사고뭉치 초등학생 기영이와 집안의 장남이지만 딱히 믿음가는 행동은 보이지 못하는 중학생 형 기철이가 풀어가는 재미있는 "검정 고무신"이라는 만화는 1960년대 우리네 변두리 평범한 가족의 일상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너무나 소박해 평범하기까지 했던 그 시절 그 때의 추억의 코드들이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면서 아련한 감동이라는 스토리로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냅니다.

 주인집 아저씨의 고무신을 엿으로 바꿔 먹고, 동네 아이들을 기절초퐁하게 만들 정도로 환상적인 맛을 선보인 라면과의 첫 대면식,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콜라를 차기 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던 그 시절 그 아이들의 모습에 TV 앞에 모인 우리들은 저도 모르게 그만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됩니다.

 

 책속물고기의 신간 <책 좀 빌려줘유>를 만난 첫 느낌은 어릴적 보던 TV만화 "검정 고무신"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책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짧고 간결하지만 그래서 더 정감 묻어나는 문체, 만화풍으로 그려진듯한 코흘리개 꼬맹이들과 주인공 민재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잘 그려낸 삽화를 보고 있자면 1960~70년대 한적한 어느 시골의 뜨거운 여름 풍경이 절로 그려집니다.

 

 국민학교(초등학교) 1학년 학생인 주인공 민재는 처음으로 여름방학을 맞이하게 됩니다. 방학식날 맏은 가정통신문에는 민재가 이해할 수 없는 말들로 가득합니다.

 

 " 학부모님께. 삼복더위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중량)

    1학년 여름방학 숙제

    *날마다 일기쓰기

    *좋아하는 동화책 한 권 읽고 독후감 쓰기. 다 읽은 책은 학급문고에 기증하기

   (하략)

    금오국민학교 교장 ○○○ 드림"

 

 독후감? 학급문고? 기증? 민재는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엄마를 졸라 가정통신문의 장황한 뜻을 간신히 이애할 수 있었던 민재는 그때부터 동화책을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합니다. 위로 누나, 형이 둘이나 있었지만 가난한 시골 살이 형편에 동화책은 여태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민재에게 동화책은 그야말로 민재에게는 최상의 판타지입니다. 퇴근하신 아버지를 겨우 졸라 동네 이웃이자 고등학교 교사인 채선생님네 책을 한 권 얻으러 가게 됩니다. 지글지글 타오를 만큼 내려쬐는 한낮은 더위를 뚫고 참외를 먹고 가라는 원두막 아저씨의 청도 거절하고 살살 녹는 아이스께끼 장수의 외침도 마다한채 동화책을 구하러 가는 1학년 꼬맹이 민재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고, 기특하면서도 사랑스럽습니다. 채선생님댁에 도착해서도 아버지와 채선생님과의 바둑두기로 인해 하염없이 기다리다 간신히 여기저기 낙서된 데데가 낡고 닳아버린 동화책 "걸리버 여행기"을 얻게 됩니다. 처음으로 자기 책이 생긴 민재는 닳은 책이 너덜너덜해 질 정도로 여름방학 내내 그 책을 읽고 또 읽고 또 읽으며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 봅니다. 걸리버처럼 소인국에 간 거인도 되었다가 거인들이 사는 나라에 간 난쟁이도 되었다가 집에서 기르는 가축들과 대화도 시도해 봅니다. 책 한권이 민재에게 단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칠 수 있게 합니다. 그 상상 속에서 민재는 매일 매일이 즐겁고 행복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당당히 직접 쓴 독후감과 <걸리버 여행기>를 학급문고로 기증하고 독후감 쓰기 방학숙제를 잘 한 덕에 상까지 받게 됩니다.

 

 

 

 

 

 민재와 민재의 엄마, 아버지, 채선생님, 친구들, 선생님까지 누구의 말속에서도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베어있습니다. 그 사투리는 방학 첫날부터 숙제를 하려고 이리저리 노력하는 순박한 민재의 모습과 만나 더욱더 구수해 집니다. 그리고 그 구수함은 한여름 땡볕을 터덜터덜 걸어가는 민재 부자에게 자기 참외밭의 참외를 꼭 먹여 보내고 싶어하는 동네 아저씨의 넉넉한 인심과 딱 맞아 떨어집니다. 또 책 저금통을 만들고 도서대출왕을 뽑고 수십권이나 되는 전집을 사들여서 많은 책을 읽도록 적극적으로 권하는 것이 최고의 독서자도법인양 착각하고 있는 우리 기성세대에게 민재처럼 단 한권의 책이라도 넘칠때까지 반복해서 읽고 그 책을 소중히 여기고 진심으로 그 책 속으로 쏘옥 빠져 보게 하는게 진짜 책읽기라고 말하는듯 합니다.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아련해지고 뭉클해지고 훈훈해 지는건 저도 미처 경험해 보지 못했던 그 시절 그 풍경이 글과 그림을 통해 고스란히 잘 전달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 권을 책을 그토록 진지하게 대하는 그 책에 온전히 녹아들어가는 민재의 모습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다만 충청도 사투리를 접해보지 못한 아이들이나 스마트폰과 인터넷 게임을 하느라 여름방학의 절반 이상을 보내고 있을 우리 아이들에게 얼마나 공감이 될까를 생각하니 괜시리 우울해 지기도 합니다.

 

 

 책을 통해 제가 공감하고 제가 느꼈던 그 훈훈함을 우리 아이들도 느끼길 바라는 것이 괜한 욕심이 아니길 바라며 그때 그 아이들에 비해 지나칠만큼 풍족하고 풍요로와서 아쉬움을 미처 느낄 틈도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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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교과서 - 아이랑 엄마랑 함께 행복해지는 육아
박경순 지음 / 비룡소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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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째 아이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혼기가 꽉 찬 결혼인데다 저희 부부 둘다 아기를 무척이나 좋아했었기에 소중한 새 생명의 탄생은 온 집안의 축복이었고 매일 매일이 신비로운 경험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주어진 10개월이라는 시간은 한 아이의 엄마, 아빠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쌓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짧은 시간동안 최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를 얻는데 책 만한 것잉 없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원에서 임신 사실을 확인 하고 돌아오는 길에 가장 먼저 들린 곳이 서점이었고 그때부터 육아서 탐독은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친동생과 처남이 임신 소식을 듣고서 가장 먼저 선물 한 것도 육아백과서였고 무슨 일이 있거나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들춰보는 것도 육아서였습니다.

더군다나 첫째 딸아이는 마치 육아서의 표본 모델 마냥 월령에 따른 행동적, 정서적 발달 과정을 그대로 투영하듯 보여주더군요. 그런 저희 부부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아이를 책으로 키운다는 웃지 못 할 말을 여러 번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한 권 두 권씩 보던 책들이 책장 한구석을 서서히 메워가고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금과옥조 같았던 육아서의 육아방법에 대해 회의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흔히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저자들의 말과 주장이 이상주의자처럼 느껴졌습니다. 현실의 벽을 모른다고 생각했던 그들의 말과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원칙적인 해법들이 내가 겪고 있는 현실과 크게 다름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항상 따뜻하게 감싸주고 아이들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는 내가 한없이 무능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육아서를 읽고 있는 그 순간조차도 버럭하고 소리 지르는 제 모습이 참 가증스럽다 생각들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한동안 전문가가 말하는 학자들의 방식이 아닌 우리 가정에 맞는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 보자고 생각하고 육아서를 멀리해 왔었습니다.

 

그러기를 몇 개월.

 

 

그러다 우연히 다시 만난 책이 바로 비룡소의 <엄마 교과서>입니다. 책표지를 보니 6명의 예쁘고 멋진 꼬마들이 의자에 걸터 앉아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이를 드러내고 크게 웃고 있는 아이들과 달리 가장 오른쪽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우물쭈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옆의 아이들과는 다른 그 아이에게 시선이 가자 우리집 둘째가 떠오릅니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엄친딸처럼 반듯하고 예의바르며 어른들께도 공손하고 친구와 동생들도 깎듯이 챙기는 5살 첫째와는 달리 고집불통에 자기 주장 강하고 어디서든 울고 불고 떼쓰기를 반복하는 3살 둘째 얼굴이 표지 속의 아이 얼굴과 오버랩됩니다. 이쯤되니 옆에서 웃고 있는 아이들 표정도 마냥 밝아보이지 않고 어딘가 연출된 듯 보이는 제 삐딱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습니다. 게다가 제목도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엄마 교과서>? 흔히 교과서라고 하면 학교의 교과용으로 모범이 될만한 사실이나 배우고 본받을 수 있는 교본 같은 책을 일컫습니다. 그런데 교과서라는 단어가 붙었다는 건 그만큼 육아서로서의 바이블과 같은 다른 모든 책들을 어우를만한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중심이 되는 책이라 뽐내는 듯 느껴져 괜시리 눈을 흘기게 됩니다. 더군다나 엄마교과서라니요? 전 아빠인데요. 아빠의 위치는 육아공동체로서 엄마만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확신하는데 아빠는 쏙 빼고 엄마만 들어가디니 괘씸(?)하기까지 합니다.

도대체 얼마나 잘난 책이길래 교과서라는 거야?’

 

 

저자 소개와 목차를 읽다보니 정신분석”, “성격유형”, “구강기”, “항문기라는 단어들이 눈에 띕니다.

! 퀘퀘 묵은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을 토대로 만들어진 책이잖아.’

 

 

어쩌다보니 책의 첫 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전 이렇게 엄청난 선입견을 갖고 책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아예 한술 더 떠서 대학시절 잠시 배우고 잊어버리고 있었던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책을 읽어보자. 그리고 책의 조목조목을 내 나름대로 한번 비판해 보자는 오기까지 발동합니다. 그래서 논문검색사이트인 KERIS에서 관련 논문 두어편을 찾아 읽고 위키피디아에서 관련 이론을 읽으며 제 나름대로는 약간의 이론적 무장을 하고서는 책을 다시 펴 들었습니다. 전문가 교수님들의 말씀의 오류와 현실과의 괴리를 한번 파헤쳐 보자하는 쓸데 없는 오기를 가지고 말이죠.

 

 

 

 

 

그런데 프롤로그에 저자소개를 읽자마자 송곳처럼 날카롭던 제 마음이 살작 무뎌집니다. 저자 박경순 교수님은 연년생 두 딸에 세 살 터울의 막내아들을 둔 세 아이의 엄마라고 합니다. 아이 셋을 둔 아빠의 모습을 머리 속으로만 그려봤지 지금도 앞으로도 감히 엄두 못낼 세 아이의 부모라니. . 초반부터 조금 밀립니다. 프롤로그를 읽어 내려가는데 학자로서의 전문가다운 딱딱한 격식이 아닌 여느 엄마와 같은 따쓰함이 묻어 납니다. 타인의 일기를 읽듯 술술 풀어간 프롤로그의 맨 끝자락에서 전 또 한번 아차!”하고 맙니다.

 

 

(상략).........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에 대해, 나는 같이 기획한 동원육영재단의 책꾸러기 사업팀과 비룡소에 전적으로 일임하였다. 하지만 글을 쓰는 처음부터 내 마음속에 간직해둔 제목이 있었다.

이 글을 다 읽을 즈음, 독자들도 같이 공감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여기 적어둔다.

마음이 깊으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이쯤되니 논문을 찾아 읽고 부산 떨며 닫아 걸었던 제 마음의 빗장을 슬쩍 열어놓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처음 육아서를 접할 때 그때의 마음으로 그녀의 말을 따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엄마교과서>는 크게 세파트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하나. 부모와의 관계가 아이를 만든다.

 둘. 아이가 자라는 발걸음.

 셋. 아이들은 모두 다르게 태어난다.

 

 

구절 구절 읽으며 공감이 가는 부분이 나올때마다 밑줄을 그으며 읽어 내려가는데 줄 그은 부분이 그렇지 않은 부분보다 더 많아집니다. 연필 집어던지고 그냥 읽기 시작하는데 왜 페이지 페이지마다 저희집 이야기 같고 우리 아이 이야기 같고 마땅치 못한 내 모습 같은지. 상담사례와 상담에서 나타난 내면자들의 문제점을 세계적인 정신분석학자들의 이론과 엮어 풀어가는 과정이 참으로 자연스럽습니다. 그런 자연스러움이 읽는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 내나 봅니다. 책을 읽으며 아내에게 자꾸 이거 우리랑 똑같네. 그래서 그런거였구나. 걱정 안해도 되겠는걸? 그런건 아주 자연스러운 거래.”라고 말을 건네니 자기도 곧 읽어볼텐데 김빼지 말라고 당부 합니다. 문제를 문제로 접근하지 않고 아이의 마음도 부모의 마음도 모두 헤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의식 이면에 존재하는 거대한 무의식의 존재를 망각하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책을 읽어갈수록 눈에 보이는 아이의 행동, 나의 행동, 가족의 관계만 관심 가졌지 그런 행동 이면에 있는 진실로 깊은 마음의 깊이까지 헤아리려는 노력은 부족했었다는 생각이 더욱 깊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깊으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왜 저자가 이런 제목을 붙이고자 했는지 책을 덮고 나니 단숨에 이해가 됩니다. 벼르고 벼르다 읽었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니 단숨에 읽지 않을 수 없었던 <엄마 교과서>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니 괜히 마음이 충만해 지는듯한 기분이 들고 어린이집 방학이라 지난 주말부터 오늘까지 부산스럽게 온 집을 헤집고 다니다 온갖 눈총을 다 주었던 우리 두 남매가 눈이 아리도록 이쁘게만 보입니다. 물론 이 기분, 이 느낌.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그때 또 한 번 더 책을 펴 들면 되겠죠. 아이들과 끊임없이 갈등해가고 고민하고 대화하고 생각해 가는 과정을 통해 저 역시 조금더 괜찮은 아빠가 조금더 괜찮은 사회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더 나은 사람이 되는데 또다른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 비룡소의 <엄마 교과서>. 교과서라는 말은 여전히 조금은 어색하지만 제게 다시 한번더 읽고 싶고 마음이 흔들릴 때 또 저를 잡아줄 훌륭한 책임에는 틀림없는 거 같습니다. 지독한 폭염으로 축축 늘어지지만 올림픽에서 승전보를 울리는 우리나라 국가대표선수들을 보며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신 것 처럼 <엄마 교과서> 덕분에 시원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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