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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 행복한 노동 ㅣ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1
류재숙 지음, 문구선 그림 / 분홍고래 / 2014년 5월
평점 :
대한민국 경제가 막 움트기 시작한 시대에 태어나 자본주의의 물결을 온 몸으로 맞고 자란 나는 교사가 되어서도 자본주의적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듯 하다.
겉으로는 배려와 나눔을 이야기하며 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내몰고 있는건 아닌지. 아이들이 헤쳐나가야할 사회라는 정글을 뚫을 수 있는 무기를 쥐어주는 최선의 방법을 찾도록 가르치는건 아닌지. 책을 읽으며 자꾸 나를 되돌아 보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미래의 꿈이나 직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면 그들이 선택한 직업 선택의 폭이 극히 좁고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직접을 선택하는 이유나 기준을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 같은 대답 일색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잖아요." "잘 살 수 있을거 같아서요."
어느샌가 아이들에게도 직업선택의 첫번째 기준은 돈, "자본"이 된 것 같다. 의사가 되고 싶은 이유도 아픈 환자를 치료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고 대기업에 취직하고 싶은 이유도 돈을 많이 벌어서이다. 돈이 있어서 갖고 싶은 물건을 살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어느새 돈은 어린 학생들에게도 최우선순위에 놓인 가치가 되어 있다.
'미래로 가는 희망버스 - 행복한 노동'은 이런 사회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과거 봉제공장에서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자본가의 이익에 착취당했던 많은 어린 노동자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으로 밥줄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수많은 아빠, 엄마들. 대학을 졸업하고 수백통의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봐도 늘 꺾일수 밖에 없던 청년 실업 문제. 이익을 위해 노동을 착취해야 하는 자본주의 악한 구조. 희망버르르 타고 여행을 하는 주인공 감병만에게 놓인 과거와 현실의 모습은 참혹하기만 하다.
과거와 현재의 노동환경과 노동자의 삶을 보고 있노라면 앞으로 자신의 미래를 꿈꾸기조차 끔찍할 지경이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를 24시간이라 본다면 그 중 자본주의가 차지하는 시간은 5분 채 되지 않는다는 글귀는 경쟁을 통한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준다.
마지막 버스에서 만난 호세 신부님은 미래는 그냥 오지 않는다는 네그리 교수님의 말을 상기시켜며 "현재의 생각에서 벗어나 미래를 상상하라"고 한다. 현재의 생각? 자본주의가 뒤덮은 현재의 생각을 떨쳐라?
저자는 행복한 노동의 희망을 "공동체사회"에서 찾는다. 기계에 지배당하는 사람이 아닌 사람을 위해 사용되는 기계. 공동체 사회는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공동체 사회는 저절로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과 생활이 변해야 가능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자본가가 주체였다면 공동체 사회는 개인소유의 개념이 따로 없다. 소유하고 있으나 내 것이 아니다. 공동체 사회는 공동의 소유가 우선이며 무한대로 축적할 수 있는 돈이 아닌 시간화폐의 개념까지 언급하고 있다.
어디선가 본 한국인이 생각하는 중산층과 외국인이 생각하는 중산층의 차이를 떠오른다.
한국인이 생각하는 중간층은 이렇다고 한다.
1. 부채없는 아파트 소유
2. 월급여 500만원 이상
3. 자동차 중형 이상 소유
4. 예금잔고 1억이상
5. 해외여행 연 1회 이상
어느것 하나 돈(자본)과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고 소유의 개념에서 벗어난 것이 없다. 아이들책이지만 노동의 문제를 자본의 문제를 경쟁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지 조금이나마 짚어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아직 어린 저학년, 중학년에게는 무리겠지만 고학년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끝으로 나와 같은 대학을 나와 같은 길을 걷다가 지금은 공동체 마을을 꾸려가고 있는 전기없는 마를 선애빌의 양모군에게 전화 한 통 걸어봐야겠다. 미래의 행복한 희망노동을 현재에 실천하고 있는 친구.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