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의사 선생님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44
배빗 콜 지음 / 보림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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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그림과 상상력으로 유명한 배빗콜의 그림책 중 "멍멍 의사 선생님"을 읽었다. 이 책은 기존의 인간과 개와의 관계를 뒤집어 놓은 발칙한 상상으로 읽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멍멍 의사 선생님은 의사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걸친 겉모습만 의사가 아니라 약도 처방하고 수술(?)도 직접 하며 전문적인 의학지식도 갖춘 진짜 의사 선생님이다. 진찰 내역을 보면 흡사 "내과"  전공의 같아 보인다.

 

 검보일 가족과 함께 사는 강아지 의사선생님은 강아지 뼈에 대한 강연을 하러 브라질로 떠나게 된다. 하지만 강아지 의사 선생님이 떠나자 마자 검보일 가족은 모두 병에 걸리고 어쩔수 없이 급하게 전보를 쳐서 강아지 선생님을 집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집으로 오자마자 급히 진찰에 나선 강아지 선생님은 건강을 위한 기본적인 생활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여러가지 병을 찾아 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설명해 준다.

몰래 담배를 피우다 기침을 하는 커트에게는 폐사진을, 겨울옷차림을 등한시했다가 편도선염에 걸린 거티에게는 편도선 제거 수술을, 긴머리에 지저분한 생활로 머리에 이가 생긴 케브에게는 머리약을 발라준다. 화장실에 다녀와서도 손을 씻지 않는 막내에게는 기생충 약을 건네고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는 피오나에게는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되는 알약을 준다. 이쯤되면 강아지선생님은 애완동물이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될 검보일 가족의 주치의라 할 만하다.

검보일 가족은 모두 기본적인 생활습관에 문제를 가지고 있고 이로 인해 각종 병이 발병했다. 원칙과 규칙은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사소한 생활습관부터 바로 하는 것이 건강한 생활을 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7월의 책 읽기 테마인 "질서/규칙"을 위해 들려주면 좋을 그림책이라 생각된다.

 

아참, 가족을 위해 동분서주 하다가 스트레스로 병을 얻은 강아지는 한적한 섬으로 여행을 가게 되는데 과연 그곳에서 그의 뜻대로 편안한 휴식을 취하게 될까? 결말이 궁금하다면 도서관이나 서점으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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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 미래그림책 24
고바야시 유타카 글 그림, 길지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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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태어난 고향. 눈을 감고 떠올리기만 해도 그것은 늘 아련히 아릅답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곳으로 다시는 되돌아 갈 수 없다면? 어릴적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곳이 사라진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은 아프가니스탄의 피구만 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쳐갑니다. 자두나무, 벗나무, 배나무, 피스타치오 나무로 꽃동산이 된 피구만 마을의 아름다운 봄과 살랑거리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잘 여문 살구와 자두, 버찌를 수확하는 여름. 사시사철 아름다운 피구만은 어린 야모와 그의 형 할룬에게 피구만은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곳입니다. 하지만 늘 함께 했던 형 할렌은 올 여름에 같이 있지 못합니다. 야모의 나라에서 계속 되는 전쟁에 전쟁터로 나갔기 때문입니다. 야모는 아버지와 함께 달콤한 자두와 새빨간 버찌를 잔뜩 따서 당나귀 뽐빠의 등에 한껏 싣고 후끈 달아오른 길바닥을 한참이나 걸어 시장에 갑니다. 처음 버찌 장사에 나선 야모는 수줍기만 하지만 당나귀 뽐빠에 이끌려 간 곳에서 피구만 버찌를 최고라고 인정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 날개 돋힌 듯이 다 팔아 버립니다. 자두와 버찌를 다 팔아 번 돈을 모두 털어서 새하얀 새끼양 한마리를 사서 돌아옵니다. 야모네 집에서 처음으로 기르게 된 어린 양 한마리. 마을에 도착하니 겨우 만 하루만에 돌아온 것인데도 아주 먼 여행에서 돌아온 것처럼 그리운 고향 냄새가 나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야모의 어린 양에서 시선을 떼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양에게 봄이라는 뜻을 가진 '바할'이라는 이름을 붙여 줍니다. 야모네 집에 처음 온 어린양 바할, 돌아오는 봄이면 형이 될아 올거란 기대. 그런 희망은 그해 겨울 마을이 전쟁으로 파괴되고 지금은 아무도 없습니다.

 

 창조에 따르는 고통에 비해 파괴는 한 순간에 일어난다고 했던가요? 그토록 아름답던 피구만 마을은 이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름다운 그곳을, 그곳의 추억을, 가족을 앗아간 것은 인간의 이기심과 사악함으로 발발한 전쟁 때문입니다. 사라진 것은, 없어진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자연스럽게 창조되고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힘에 의한 전쟁으로 아름다움 것들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은 마지막 장을 제외한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움을 논하다가 가장 마지막에 그것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다는 가슴 먹먹함을 안겨 놓고 마무리 합니다다.

 

 "그 해 겨울, 마을은 전쟁으로 파괴되었고, 지금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림 한장 없이 노란 바탕에 덩그렇게 남겨진 이 글귀는 어떤 그림이나 설명보다 더 충격적입니다. 정말 모든게 없어져 버린듯한 느낌. 젊은 세대들은 6.25가 언제 일어났는지, 누구에 의한 전쟁인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고 합니다. 그런 무관심이 또다시 우리에게 제2의 비극을 가져오지는 않을지 걱정하는건 지나친 기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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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 이야기 - 좌충우돌 김 교사의 시끌벅적 수업일기
김연화 지음 / 테크빌교육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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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적 부모님 몰래 친구에게 빌려온 월간만화잡지 '보물섬'. 보물섬은 단순 만화책이 아니었다. 나쁜 것도 아닌데 부모님 몰래 빌려온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누구에게 들킬세라 이불 뒤집어 쓰고 혼자서 한참을 키득거리게 만들었던 내 초등학교 시절의 버팀목(?)이었다. 연재되는 만화는 언제나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끝나고 다음회로 넘어간다. 뒷이야기를 위해서는 한달을 꼬박 기다려야했다. 방학 한달은 그렇게 짧으면서 다음 회를 기다려야 하는 그 한달은 어찌가 그리 긴지.

 

 현직 초등교사인 김연화 선생님이 쓰신 <초등교사 이야기>는 내게는 어릴적 그렇게 재미나게 읽던 보물섬과 같은 느낌이었다.

 

     통통 튀고,

       상큼하고,

         재미나고,

           웃기고,

             수수해도 촌스럽지 않고,

               담백해도 싱겁지 않고,

                  맛깔나는,

 

 글솜씨와 이야기에 일단 손에 쥔 다음에는 내려놓기 싫었다. 그건 아마 남의 비밀 일기장을 몰래 들여다 보는 듯한 묘한 느낌과 내가 현직교사로 느꼈던 그리고 느끼고 있는 수없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꼬리를 물고 계속되었기 때문이리라. <초등교사 이야기>는 2007년 9월에 발령받은 신규교사가 2008년 6학년 담임, 2010~2011년 4학년 담임을 맡으면 써 온 교단일기를 책으로 묶어 놓았다. 새내기 교사의 좌충우돌 이야기이지만 이 땅의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이라면 공감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아이들과 한데 엉커 같이 생활하는 동안 아이들뿐만 교사인 본인까지 성장하는 모습, 교사이기 전에 교육공무원으로서의 업무를 놓을 수 없는 분위기, 교사와 학부모의 가깝고도 먼 관계,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속깊은 동료교사들과의 어울어짐, 교사를 교직을 바라보는 사회적 잣대에 대한 어색함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교사라면 누구나 겪을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 교사이며 어떤 교사가 되고 싶어하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행복하여 치열하게 살아왓던가? 누군가의 멘토가 될 만큼 성숙한 교사의 모습으로 생활하는가? 10여년이 흐른뒤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이 흐른 뒤, 내가 진정으로 서있기를 원하는 자리는 무엇인가 하는 자기성찰적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재미나게 읽어내려가며  동질감을 느끼고 키득키득 웃다가 나도 모르게 가슴 한 켠이 멍해옴을 느꼈다. 같이 근무하는 학교의 선생님들끼리 조직했다는 "무개계"의 곰선생님 봄부장님처럼 이 땅에 있는지도 모를 무명교사로 살아갈 망정 아이들을 위한 눈빛과 두근거림은 변치 않으리. 그런 바람으로 오늘도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작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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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우리 동네 자연 관찰 초등학생이 보는 지식정보그림책 8
이시모리 요시히코 글.그림, 김해창 옮김 / 사계절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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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받자마자 표지부터 살폈다.

 "앗. 저자가 일본 사람이었네."

 괜한 선입견이라는 건 알지만 솔직히 일본 작가의 책을 읽으면 나의 정서와 맞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다. 특히 그림책을 읽다보면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왠 고양이들이 이렇게 많이 나오지? 화풍이 우리네 것과는 너무 다른거 같은데? 도대체 전달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뭐야? 등등. 책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한 내 탓이란 걸 알지만 늘 그런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 없다.

 

 게다가 책 제목 속의 "우리 동네"가 우리 나라가 아닌 이시모리 요시히코라는 일본이 살고 있는 이웃나라 동네라 생각하니 책을 펼쳐든 첫 페이지부터 새초롬한 눈으로 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 속의 배경이 되는 동네는 작가가 사는 "도쿄 도 이타바시 구"이다.  동네 이름도 낯설다. 책을 들고 한꺼번에 훅 훑어 나갔다.

 

 그런데! 한 장 두 장 넘기다 보니 만화 속 주인공의 모습도 곤충들의 모습도 참 정겹다. 우리 3학년 교과서에 등장하는 배추흰나비부터 시작해 우리 딸이 제일 좋아하는 무당벌레, 징그럽지만 황홀한 자태에 눈길을 뗄 수 없는 사마귀 등 4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1년 12달 별로 만날 수 있는 낯설지 않은 곤충들이 우글우글하다.

 

 4월 : 봄이 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나비, 무당벌레

 5월 : 노린재와 각종 초록 애벌레 그리고 사마귀

 6월 : 잠자리, 호랑나비

 7월 : 장지뱀과 도마뱀붙이(일본 곤충 관련 그림책에는 장지뱀이 자주 등장하는데 우리 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파충류인지는 잘 모르겠다)

 8월 : 매미, 박쥐(?)

 9월 : 귀뚜라미, 각다귀

 10월 : 고추좀잠자리와 이 무렵의 사마귀

 11월 : 이 무렵의 나비들

 12월 : 동박새, 참새, 작박구리,멧비둘기 등 작은새 종류

 1월 : 먼지벌레, 공벌레, 쥐며느리, 겨울 오리

 2월 : 집게벌레

 3월 : 두꺼비, 올챙이

 

 이렇게 쭉 나열해 놓고 보니 자연관찰이라고는 하지만 곤충들 위주로 기술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이 보는 얇은 그림책에 자연 생태계를 모두 담을 수는 없겠지만 "자연관찰"이라는 제목이 붙었으니 식물이나 다른 동물들의 등장도 기대할법 하지만 벌레 위주이다. 식물과 동물 위주의 시리즈가 출간될런가 모르지만 아이들이 제일 좋아할거 같은 곤충 위주의 자연관찰 책, 살작 아쉽지만 많이 부족하다는 생가이 들지도 않는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자연관찰 책을 고를 때 특히 나이가 어린 학생들에게는 두 페이지를 가득 메인 실사가 담긴 큰 사진보다는 특징을 잘 잡아서 그린 그림책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사진이 더 섬세하고 정확할지는 모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만화로 보는 우리동네 자연관찰>은 보기에 부담이 없다. 오히려 작가의 그림을 요리조리 더 뜯어보게 된다. 곤충들의 모습은 다른 배경이나 주변인물과는 달리 사실적이면서도 부담스럽지 않다. 만화형식의 그림책이지만 자연관찰의 대상이 되는 곤충이나 동식물들에게 까지 만화적 표현을 씌우진 않았다. 보기 편하면서도 사실적이고 만화책이면서도 실제로는 만화스럽지 않은 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면 매력이하 하겠다.

 또한 한가지 더 반가운 것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곤충의 생김새나 습성을 소개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채집 방법까지 안내해 준다. 그림책 속의 그림과 사진 만으로의 관찰은 관찰이 아니라 지식의 습득을 위한 읽기일 뿐이다. 때로는 직접 채집하고 비교하는 과감한 용기가 필요하다. 만약 우연히 노린재를 대면하게 된다면 끔직한 냄새를 예상하며 뒷걸음질 칠 것인가? 책에서는 노린재를 비롯해 다른 벌레들의 채집 방법을 만화로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마음에 든다. 책 들고 집 근처 공원에라도 나가보면 한번쯤 도전해 봄직하다.(채집하여 관찰한 곤충을 자연으로 돌려보내주는 것은 당연하리라 생각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책 속의 배경이되는 우리 동네가 한국이 아닌 일본이라는 점이 아쉽긴 해도 쉬운 구성과 자연스러운 전개, 부담스럽지 않은 곤충의 모습, 그리고 맛깔나게 곁들인 소소한 이야기들. 주말을 맞아 우리 아이들 데리고 <만화로 보는 우리동네 자연관찰> 책 끼고 아파트 근처 화단이라도 산책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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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스파이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22
김대조 지음, 이경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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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학교, 어느 교실에서나 있을법한 알콩달콩 교실 모습에 주인공 조은수 역시 공부에는 큰 관심 없지만 악의 없는 장난끼가 넘치는 어찌보면 평범하기까지한 전형적인 초등학생들의 이야기.  주니어 김영사에서 출간된 <우리반 스파이>에는 우리네 교실 풍경과 너무나 닮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눈 앞에 생생하게 그려지고 주인공의 마음과 심리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것은 초등학교에서 매일매일을 학생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저자의 직업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코흘리개들의 소소한 이야기 속에 스파이가 들어왔다. 초등학생과 스파이 묘한 조화이지만 저자는 그 둘을 맛깔나게 잘 버무려냈다.

 

70점짜리 시험지를 받고도 맞힌 7문제보다 틀린 3문제에 더 신경쓰는 어른들을 이상하게 여기고 "안 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장난끼 넘치는 주인공 은수는 학교에서도 알아주는 말썽꾸러기이다. 장난이 심하고 말썽꾸러기이지만 어른들의 눈에 비친 이상한 기준에 힐쭉거릴줄도 알고 벌을 서는 순간에도 칠판 위의 글씨들을 공중분해 시켜버릴 만큼 상상력도 풍부한 미워할 수 없는 아이이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 교실에서 생긴 모든 문제과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버린다. 평소 반성문 쓰기의 달인이 된 탓에 자기가 하지 않은 일도 적당한 써줘야 쉽게 용서되는 것임을 알게 된 탓에 없던 잘못을 만들어 버리기도 했지만 억울하고 답답한 누명이 계속해서 은수를 짓누른다. 본인이 한 일이 아니라고 소리쳐도 아무도 은수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은수는 의례 그런 일을 할 아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이 은수를 목죄어 온다.

 그러던 어느날 벤자민 갓난아기의 통통한 허벅지를 닯은 화분에 압정을 박은 범인을 찾는 소동에 범인으로 지목되고 은수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다 교실에 있던 화분 꽃나무를 뽑고 과자 봉지를 쑤셔 넣은 일까지 들통나고 만다. 하지만 아이들을 특히 은수를 더욱 패닉상태로 몰아 넣은건 선생님의 말씀 때문이었다.

 

 "선생님이 아무도 모르게 스파이 심어둔 것 모르지? 이 중에 한 사람은 선생님 스파이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니? 너희들 한테서 일어난 일들이 다 나한테 전해진단 말이야. 너희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나는 다 알아. 그러니 조심해!"

 

 초등학교 교실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스파이라니. 어쨌든 그날부터 은수는 선댕님이 말씀하신 스파이가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닌 것까지 고해바친다고 생각하고 스파이 찾기에 혈안이 된다. 급기야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엑스트라 배우 아저씨가 라면박스를 뜯어서 어설프게 만들어준 피켓용 목걸이를 걸고 1인 시위까지 하게 되지만 이 일은 선생님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친구들에게 은수는 이상한 짓을 하는 괴짜라는 인식만 더 강하게 심어주었을 뿐이다. 어떻게든 스파이를 찾아 자신의 결백을 알리고 싶은 은수. 과연 은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오죽 억울하면 교실에서 1인 시위까지 했을까? 물론 배우 아저씨의 조언이 있었지만 간절한 은수의 마음이 느껴진다.>

 

 

 은수의 억울하고 답답한 십정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 이입되며 나 역시 결론이 어떻게 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문제의 해결은 뜻밖에도 은수의 진심에서부터 시작된다. 스파이를 찾기 위해 고슴도치 같이 뾰족한 수진이와 선생님만 계시면 기세등등한 소심쟁이 승규의 가방에 미끼용 쪽지를 넣다가 다른 친구의 가방을 뒤진다는 누명을 쓴 것이다. 은수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선생님은 은수가 잘못한게 아닌거 같다며 은수 말을 믿어주자고 수진이를 달랜다. 그 뒤 은수는 말라가는 교실 화분에 물을 주고, 친구들이 아무렇게나 던져둔 우유통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옛 모습을 떠올리며 장난만 가득했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된다. 결국 은수가 스파이를 찾는데는 실패했지만 진실한 마음은 통한다는 걸 느끼며 이야기가 매듭지어진다.

 

 

 사실 학교현장에서 나 역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느 입장에서 보자면 은수의 갑작스런 깨달음(?)과 변화가 약간의 논리적 비약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갑자기 은수의 행동이 너무 달라진거 아닌가 생각이 들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어찌보면 나 역시 저런 장난꾸러기, 말썽꾸러기는 쉽게 바뀌지 않다는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누구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 억울했지만 단 한번의 진실이 통한다는 경험만으로도 누구든 어떤 사람이든 충분히 바뀔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게 나이 어린 초등학생이라면 더욱더 간절할 것이고 더욱더 내가 챙겨야 할 일일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르는 아이가 있었다. 1, 2학년때부터 꼬리표를 달고 올라온 녀석. 정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면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그 아이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상황을 정확히 훑어 보려해도 아이들의 웅성거리는 불평의 목소리가 가끔은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나의 마음을 짓누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반의 그 아이 역시 은수처럼 장난끼 많고 말썽을 피우지만 그냥 순하고 여린 3학년 학생일 뿐이다. 또래 다른 친구들보다 에너지가 많아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이 뛰고 싶고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은 충동이 클 뿐. 난 우리반에 스파이를 만들기 보다 내 먼저 진실된 마음을 보여주려고 한다. 은수의 진실이 모두에게 통했듯이 나의 진실 또한 통하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아참, 스파이가 누군지 궁금하시다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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