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의 꿈 푸른숲 역사 동화 5
배유안 지음, 허구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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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공부. 도대체 왜 하는 걸까요? 저는 역사교육을 하는 목적을 세가지 정도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 현재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돕고 위해서 하는게 아닐까요? 현재는 과거로부터 나온 것이니 과거의 역사를 통해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일을 보다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기 위해 역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인류는 끊임없이 변화, 발전해 오면서 훌륭한 업적을 남기기도 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흥망성쇠를 되돌아보며 삶의 지혜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전망과 계획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과거의 흔적을 연구하고 과거의 일을 평가하다보면 역사적 사고력과 비판력, 판단력 등이 기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기존의 역사교육의 방향은 이런 궁금적인 목적과는 관계없이 역사적 사실, 문화재, 인물들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느냐에 초첨이 맞춰져 있던게 사실입니다. 역사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으로 인해 초등학교에서의 역사교육도 6학년 1학기동안 이루어지던 것이 작년부터는 5학년 2학기 동안 배우도록 개정되었으나 역사교육이 시작되는 시기와 분량에 차이가 있을 뿐 아직까지도 근본적인 역사교육을 위한 인식자체의 변화는 없는듯 합니다. 어찌되었건 교육과정 개정과 함께 초등학생들이 읽을만한 역사 관련 도서나 서적들이 많이 출판되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조명하는 방식은 예전과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듯 합니다.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부각시키거나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기술은 우리 민족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편협된 사고를 고정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뿐입니다.

 

굴곡의 반만년 역사를 되짚어 보면 논란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수많은 일들이 떠오릅니다. 그 중에 당연 수위를 차지할 만한 사건은 변방국가 신라의 "삼한일통"을 들 수 있겠지요. 고구려 유민들에 의해 동시대에 건국된 발해의 존재는 차치하고서라도 신라의 삼국통일을 진정한 통일로 볼 수 있으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신라가 아닌 고구려가 통일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가정법적인 시각 역시 신라 역시 삼한일통이라는 대업의 공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합니다. 당나라와 손을 잡고 백제와 고구려를 정벌한 것이 교활하고 약은 결정이 아니었을까 라는 시선을 거둘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신라의 삼국 통일에 대한 이런 다양한 시각들 역시 존속하기 위해 전쟁을 치를 수 밖에 없었던 고구려, 백제, 신라의 왕족과 귀족들의 시선에서만 바라본 것이 사실입니다. 한수를 차지하기 위해 뺏고 뺏기는 치열한 전투 속에서 어쩔수 없이 끌려오다 싶이 징집되어 온 나이어린 소년들과 한 가정의 가장들의 비통한 실상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권력의 공이 어느 나라 어느 장수에게로 넘어가느냐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과 조선시대 임진왜란을 언급하면서는 당시 핍박 받아왔던 민초의 삶을 거두어 보았을 지언정 삼국의 틈바구니에서 고통받았을 백성의 아픔을 들여다 보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푸른술주니어의 <서라벌의 꿈>은 그동안 우리가 미처 안아주지 못했던 삼한일통 전 백성들의 고달픈 살과 가슴아픈 사연들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화려한 왕과 귀족의 삶이 아닌 그들의 처세에 허리 굽힐 수 밖에 없었던 일반 평민들의 이야기는 현재의 우리네 모습과 오버랩 되어 저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됩니다.

 

 

 

김춘추의 집에서 그의 아들 법민과 딸 고타소와 친형제처럼 친하게 지내온 부소는 어릴적 신라와 백제의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은 후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가족을 모두 읾은 부소의 어머니에게 부소는 유일한 희망이고 삶의 끈을 이어주는 생명줄이었습니다. 하지만 신라를 향해 달려드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어쩔 수 없이 낭도로 징집되어 전쟁터에 나서게 되고 고구려의 포로로 잡혔다가 억울한 오해를 사는 바람에 신라로 돌아오지 못하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어사는 신세가 됩니다. 신분의 차를 넘어 자신과 한몸처럼 여기며 어린시절을 보냈던 고타소의 끔찍한 죽음을 전해듣고 자신에게 주어진 억울한 죄값을 치르고자 떠돌이 생활을 뒤로 하고 다시 서라벌로 향하게 됩니다.

 

 

 

초등학교 수학여행 이후 경주를 방문할때마다 그곳의 유적과 유물의 화려함과 경이로움에 입을 다물수가 없었습니다. 경주에 남아 있는 화려하고 세련된 문화재를 통해 옛 서라벌의 모습을 그리며 최고의 엘리트 그룹이었던 화랑이 되어 보기도 하고 삼국통일의 기반을 닦았던 김유신과 김춘추가 되어 으흠 헛기침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문화 저 뒤편에 숨어있던 평민들의 삶은 왜 보이지 않았던 걸까요? 그런 평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가슴앓이 할 수 밖에 없었던 김춘추의 고뇌는 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걸까요? 하지만 <서라벌의 꿈> 속 부소의 행적을 따라가며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알고 싶은 것만 찾게 되는 불편한 진실. 그 불편한 진실 속에서 그동안 나도 내가 보길 원했던 것, 또는 보일만한 업적들만 열심히 쫓아다녔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역사동화라고는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팩트를 바탕으로 태어난 부소라는 아이를 통해 당시 신라에 살았던 평민들의 모습을 조금은 엿볼 수 있었습니다. 1400여년 전의 일들을 바라보며 현재의 우리 모습도 다시금 바라보게 됩니다. 누구를 위해 갈라서서 누구를 위해 헐뜯고 있는지. 1400년 전 고구려, 백제, 신라의 그분들이 내세웠던 대의를 지금의 그 누군가도 내세우고 있는건 아닌지? 그 밑바닥에서 자신만의 삶을 가꾸어 가고 싶지만 어쩔수 없이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을 수 없는 부소의 모습이 지금 우리의 모습은 아닐지.

만약 그렇다면 대세는 바꿀수 없더라도 <서라벌의 꿈> 부소처럼 언젠가 우리를 당당히 드러낼 수 있어야 하는건 아닐지.

 

 

 

동화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읽었던 책 한 권으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지만 해답은 없습니다. 해답을 찾지 못한다고 해서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했던 역사공부를 하는 세가지 이유를 몽땅 다 품고 있는 역사동화 한 권 읽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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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빌려 줘유 큰곰자리 5
이승호 지음, 김고은 그림 / 책읽는곰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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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썽꾸러기 사고뭉치 초등학생 기영이와 집안의 장남이지만 딱히 믿음가는 행동은 보이지 못하는 중학생 형 기철이가 풀어가는 재미있는 "검정 고무신"이라는 만화는 1960년대 우리네 변두리 평범한 가족의 일상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너무나 소박해 평범하기까지 했던 그 시절 그 때의 추억의 코드들이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면서 아련한 감동이라는 스토리로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냅니다.

 주인집 아저씨의 고무신을 엿으로 바꿔 먹고, 동네 아이들을 기절초퐁하게 만들 정도로 환상적인 맛을 선보인 라면과의 첫 대면식,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콜라를 차기 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던 그 시절 그 아이들의 모습에 TV 앞에 모인 우리들은 저도 모르게 그만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됩니다.

 

 책속물고기의 신간 <책 좀 빌려줘유>를 만난 첫 느낌은 어릴적 보던 TV만화 "검정 고무신"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책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짧고 간결하지만 그래서 더 정감 묻어나는 문체, 만화풍으로 그려진듯한 코흘리개 꼬맹이들과 주인공 민재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잘 그려낸 삽화를 보고 있자면 1960~70년대 한적한 어느 시골의 뜨거운 여름 풍경이 절로 그려집니다.

 

 국민학교(초등학교) 1학년 학생인 주인공 민재는 처음으로 여름방학을 맞이하게 됩니다. 방학식날 맏은 가정통신문에는 민재가 이해할 수 없는 말들로 가득합니다.

 

 " 학부모님께. 삼복더위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중량)

    1학년 여름방학 숙제

    *날마다 일기쓰기

    *좋아하는 동화책 한 권 읽고 독후감 쓰기. 다 읽은 책은 학급문고에 기증하기

   (하략)

    금오국민학교 교장 ○○○ 드림"

 

 독후감? 학급문고? 기증? 민재는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엄마를 졸라 가정통신문의 장황한 뜻을 간신히 이애할 수 있었던 민재는 그때부터 동화책을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합니다. 위로 누나, 형이 둘이나 있었지만 가난한 시골 살이 형편에 동화책은 여태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민재에게 동화책은 그야말로 민재에게는 최상의 판타지입니다. 퇴근하신 아버지를 겨우 졸라 동네 이웃이자 고등학교 교사인 채선생님네 책을 한 권 얻으러 가게 됩니다. 지글지글 타오를 만큼 내려쬐는 한낮은 더위를 뚫고 참외를 먹고 가라는 원두막 아저씨의 청도 거절하고 살살 녹는 아이스께끼 장수의 외침도 마다한채 동화책을 구하러 가는 1학년 꼬맹이 민재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고, 기특하면서도 사랑스럽습니다. 채선생님댁에 도착해서도 아버지와 채선생님과의 바둑두기로 인해 하염없이 기다리다 간신히 여기저기 낙서된 데데가 낡고 닳아버린 동화책 "걸리버 여행기"을 얻게 됩니다. 처음으로 자기 책이 생긴 민재는 닳은 책이 너덜너덜해 질 정도로 여름방학 내내 그 책을 읽고 또 읽고 또 읽으며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 봅니다. 걸리버처럼 소인국에 간 거인도 되었다가 거인들이 사는 나라에 간 난쟁이도 되었다가 집에서 기르는 가축들과 대화도 시도해 봅니다. 책 한권이 민재에게 단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칠 수 있게 합니다. 그 상상 속에서 민재는 매일 매일이 즐겁고 행복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당당히 직접 쓴 독후감과 <걸리버 여행기>를 학급문고로 기증하고 독후감 쓰기 방학숙제를 잘 한 덕에 상까지 받게 됩니다.

 

 

 

 

 

 민재와 민재의 엄마, 아버지, 채선생님, 친구들, 선생님까지 누구의 말속에서도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베어있습니다. 그 사투리는 방학 첫날부터 숙제를 하려고 이리저리 노력하는 순박한 민재의 모습과 만나 더욱더 구수해 집니다. 그리고 그 구수함은 한여름 땡볕을 터덜터덜 걸어가는 민재 부자에게 자기 참외밭의 참외를 꼭 먹여 보내고 싶어하는 동네 아저씨의 넉넉한 인심과 딱 맞아 떨어집니다. 또 책 저금통을 만들고 도서대출왕을 뽑고 수십권이나 되는 전집을 사들여서 많은 책을 읽도록 적극적으로 권하는 것이 최고의 독서자도법인양 착각하고 있는 우리 기성세대에게 민재처럼 단 한권의 책이라도 넘칠때까지 반복해서 읽고 그 책을 소중히 여기고 진심으로 그 책 속으로 쏘옥 빠져 보게 하는게 진짜 책읽기라고 말하는듯 합니다.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아련해지고 뭉클해지고 훈훈해 지는건 저도 미처 경험해 보지 못했던 그 시절 그 풍경이 글과 그림을 통해 고스란히 잘 전달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 권을 책을 그토록 진지하게 대하는 그 책에 온전히 녹아들어가는 민재의 모습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다만 충청도 사투리를 접해보지 못한 아이들이나 스마트폰과 인터넷 게임을 하느라 여름방학의 절반 이상을 보내고 있을 우리 아이들에게 얼마나 공감이 될까를 생각하니 괜시리 우울해 지기도 합니다.

 

 

 책을 통해 제가 공감하고 제가 느꼈던 그 훈훈함을 우리 아이들도 느끼길 바라는 것이 괜한 욕심이 아니길 바라며 그때 그 아이들에 비해 지나칠만큼 풍족하고 풍요로와서 아쉬움을 미처 느낄 틈도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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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교과서 - 아이랑 엄마랑 함께 행복해지는 육아
박경순 지음 / 비룡소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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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째 아이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혼기가 꽉 찬 결혼인데다 저희 부부 둘다 아기를 무척이나 좋아했었기에 소중한 새 생명의 탄생은 온 집안의 축복이었고 매일 매일이 신비로운 경험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주어진 10개월이라는 시간은 한 아이의 엄마, 아빠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쌓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짧은 시간동안 최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를 얻는데 책 만한 것잉 없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원에서 임신 사실을 확인 하고 돌아오는 길에 가장 먼저 들린 곳이 서점이었고 그때부터 육아서 탐독은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친동생과 처남이 임신 소식을 듣고서 가장 먼저 선물 한 것도 육아백과서였고 무슨 일이 있거나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들춰보는 것도 육아서였습니다.

더군다나 첫째 딸아이는 마치 육아서의 표본 모델 마냥 월령에 따른 행동적, 정서적 발달 과정을 그대로 투영하듯 보여주더군요. 그런 저희 부부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아이를 책으로 키운다는 웃지 못 할 말을 여러 번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한 권 두 권씩 보던 책들이 책장 한구석을 서서히 메워가고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금과옥조 같았던 육아서의 육아방법에 대해 회의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흔히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저자들의 말과 주장이 이상주의자처럼 느껴졌습니다. 현실의 벽을 모른다고 생각했던 그들의 말과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원칙적인 해법들이 내가 겪고 있는 현실과 크게 다름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항상 따뜻하게 감싸주고 아이들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는 내가 한없이 무능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육아서를 읽고 있는 그 순간조차도 버럭하고 소리 지르는 제 모습이 참 가증스럽다 생각들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한동안 전문가가 말하는 학자들의 방식이 아닌 우리 가정에 맞는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 보자고 생각하고 육아서를 멀리해 왔었습니다.

 

그러기를 몇 개월.

 

 

그러다 우연히 다시 만난 책이 바로 비룡소의 <엄마 교과서>입니다. 책표지를 보니 6명의 예쁘고 멋진 꼬마들이 의자에 걸터 앉아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게는 이를 드러내고 크게 웃고 있는 아이들과 달리 가장 오른쪽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우물쭈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옆의 아이들과는 다른 그 아이에게 시선이 가자 우리집 둘째가 떠오릅니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엄친딸처럼 반듯하고 예의바르며 어른들께도 공손하고 친구와 동생들도 깎듯이 챙기는 5살 첫째와는 달리 고집불통에 자기 주장 강하고 어디서든 울고 불고 떼쓰기를 반복하는 3살 둘째 얼굴이 표지 속의 아이 얼굴과 오버랩됩니다. 이쯤되니 옆에서 웃고 있는 아이들 표정도 마냥 밝아보이지 않고 어딘가 연출된 듯 보이는 제 삐딱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습니다. 게다가 제목도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엄마 교과서>? 흔히 교과서라고 하면 학교의 교과용으로 모범이 될만한 사실이나 배우고 본받을 수 있는 교본 같은 책을 일컫습니다. 그런데 교과서라는 단어가 붙었다는 건 그만큼 육아서로서의 바이블과 같은 다른 모든 책들을 어우를만한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중심이 되는 책이라 뽐내는 듯 느껴져 괜시리 눈을 흘기게 됩니다. 더군다나 엄마교과서라니요? 전 아빠인데요. 아빠의 위치는 육아공동체로서 엄마만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확신하는데 아빠는 쏙 빼고 엄마만 들어가디니 괘씸(?)하기까지 합니다.

도대체 얼마나 잘난 책이길래 교과서라는 거야?’

 

 

저자 소개와 목차를 읽다보니 정신분석”, “성격유형”, “구강기”, “항문기라는 단어들이 눈에 띕니다.

! 퀘퀘 묵은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을 토대로 만들어진 책이잖아.’

 

 

어쩌다보니 책의 첫 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전 이렇게 엄청난 선입견을 갖고 책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아예 한술 더 떠서 대학시절 잠시 배우고 잊어버리고 있었던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책을 읽어보자. 그리고 책의 조목조목을 내 나름대로 한번 비판해 보자는 오기까지 발동합니다. 그래서 논문검색사이트인 KERIS에서 관련 논문 두어편을 찾아 읽고 위키피디아에서 관련 이론을 읽으며 제 나름대로는 약간의 이론적 무장을 하고서는 책을 다시 펴 들었습니다. 전문가 교수님들의 말씀의 오류와 현실과의 괴리를 한번 파헤쳐 보자하는 쓸데 없는 오기를 가지고 말이죠.

 

 

 

 

 

그런데 프롤로그에 저자소개를 읽자마자 송곳처럼 날카롭던 제 마음이 살작 무뎌집니다. 저자 박경순 교수님은 연년생 두 딸에 세 살 터울의 막내아들을 둔 세 아이의 엄마라고 합니다. 아이 셋을 둔 아빠의 모습을 머리 속으로만 그려봤지 지금도 앞으로도 감히 엄두 못낼 세 아이의 부모라니. . 초반부터 조금 밀립니다. 프롤로그를 읽어 내려가는데 학자로서의 전문가다운 딱딱한 격식이 아닌 여느 엄마와 같은 따쓰함이 묻어 납니다. 타인의 일기를 읽듯 술술 풀어간 프롤로그의 맨 끝자락에서 전 또 한번 아차!”하고 맙니다.

 

 

(상략).........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에 대해, 나는 같이 기획한 동원육영재단의 책꾸러기 사업팀과 비룡소에 전적으로 일임하였다. 하지만 글을 쓰는 처음부터 내 마음속에 간직해둔 제목이 있었다.

이 글을 다 읽을 즈음, 독자들도 같이 공감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여기 적어둔다.

마음이 깊으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이쯤되니 논문을 찾아 읽고 부산 떨며 닫아 걸었던 제 마음의 빗장을 슬쩍 열어놓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처음 육아서를 접할 때 그때의 마음으로 그녀의 말을 따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엄마교과서>는 크게 세파트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하나. 부모와의 관계가 아이를 만든다.

 둘. 아이가 자라는 발걸음.

 셋. 아이들은 모두 다르게 태어난다.

 

 

구절 구절 읽으며 공감이 가는 부분이 나올때마다 밑줄을 그으며 읽어 내려가는데 줄 그은 부분이 그렇지 않은 부분보다 더 많아집니다. 연필 집어던지고 그냥 읽기 시작하는데 왜 페이지 페이지마다 저희집 이야기 같고 우리 아이 이야기 같고 마땅치 못한 내 모습 같은지. 상담사례와 상담에서 나타난 내면자들의 문제점을 세계적인 정신분석학자들의 이론과 엮어 풀어가는 과정이 참으로 자연스럽습니다. 그런 자연스러움이 읽는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 내나 봅니다. 책을 읽으며 아내에게 자꾸 이거 우리랑 똑같네. 그래서 그런거였구나. 걱정 안해도 되겠는걸? 그런건 아주 자연스러운 거래.”라고 말을 건네니 자기도 곧 읽어볼텐데 김빼지 말라고 당부 합니다. 문제를 문제로 접근하지 않고 아이의 마음도 부모의 마음도 모두 헤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의식 이면에 존재하는 거대한 무의식의 존재를 망각하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책을 읽어갈수록 눈에 보이는 아이의 행동, 나의 행동, 가족의 관계만 관심 가졌지 그런 행동 이면에 있는 진실로 깊은 마음의 깊이까지 헤아리려는 노력은 부족했었다는 생각이 더욱 깊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깊으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왜 저자가 이런 제목을 붙이고자 했는지 책을 덮고 나니 단숨에 이해가 됩니다. 벼르고 벼르다 읽었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니 단숨에 읽지 않을 수 없었던 <엄마 교과서>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니 괜히 마음이 충만해 지는듯한 기분이 들고 어린이집 방학이라 지난 주말부터 오늘까지 부산스럽게 온 집을 헤집고 다니다 온갖 눈총을 다 주었던 우리 두 남매가 눈이 아리도록 이쁘게만 보입니다. 물론 이 기분, 이 느낌.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그때 또 한 번 더 책을 펴 들면 되겠죠. 아이들과 끊임없이 갈등해가고 고민하고 대화하고 생각해 가는 과정을 통해 저 역시 조금더 괜찮은 아빠가 조금더 괜찮은 사회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더 나은 사람이 되는데 또다른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 비룡소의 <엄마 교과서>. 교과서라는 말은 여전히 조금은 어색하지만 제게 다시 한번더 읽고 싶고 마음이 흔들릴 때 또 저를 잡아줄 훌륭한 책임에는 틀림없는 거 같습니다. 지독한 폭염으로 축축 늘어지지만 올림픽에서 승전보를 울리는 우리나라 국가대표선수들을 보며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신 것 처럼 <엄마 교과서> 덕분에 시원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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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만드는 방법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17
에블린 드 플리허 지음, 웬디 판더스 그림, 최진영 옮김 / 책속물고기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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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당부한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즐거운 방학 보내기. 학교와 학원에 쫓기느라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찾아 도전해 보고 공부와 시험 스트레스로부터 잠시나마 해방되어 신나게 놀아보라는 의미로 정한 첫 번째 목표입니다.

둘째, 건강한 방학 보내기. 자기 몸을 스스로 지키고 방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각종 수인성 전염병이나 교통사고, 안전사고로부터 위협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자는 의미로 건강한 방법을 보내자고 약속했습니다다.

셋째, 알찬 방학 보내기. 정신없이 신나게 노는 것도 좋고 도서관의 책 속에 푹 빠져 지내는 것도 좋고 무엇이든 좋으니 하기 싶은 일을 실컷 해보고 후회 없이 보내보자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방학을 제대로 보내기 위해서는 큰 틀에서의 다짐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과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시간 계획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찰나에 눈에 띈 책이 바로 책속물고기의 신간 <시간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책의 제목만 보고 혼자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시간 활용법에 관한 서적일까? 고학년과 저학년 수준에 나눠서 설명이 되어 있으면 더 좋을텐데. 하지만 받아서 막상 읽어보니 <시간을 만드는 방법>은 어린이에게 시간 관리 방법을 일깨워주는 실용서적이 아닌 시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소재로 한 철학 동화책이었습니다.

 

126일 토요일, 주인공 펠릭스에게 끔찍한 미션이 주어집니다. 그것은 다음날 일요일 오후 3시에 독신으로 살고 게신 즈베임 이모를 펠릭스 혼자 찾아가 생일 축하 인사를 드리고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11살이 된 지금까지 펠릭스는 단 한번도 즈베임 이모를 혼자 찾아간 적이 없고 이모를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게 아니라 이모를 마녀쯤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뼈까지 다 보일 정도로 마른 상체와 상체에 비할 수 없을만큼 거대한 하체를 가진 이모는 겨우 1시간 정도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푹 꺼진 쇼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조차 몸서리 치질 정도로 펠릭스에게는 가깝지 않은 인물입니다. 어떻게든 혼자서 이모를 찾아가야하는 순간만큼은 피하고 싶은 펠릭스가 내세운 변명은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엄마에게서 되돌아온 단호한 대답은 시간이 없으면 만들라!”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시간을 만들어 내기 위한 펠릭스의 좌충우돌기가 시작됩니다. 엄마의 안경을 찾으로 갔다 만난 이상한 펩 아저씨, 할아버지 유령, 친구 피터의 조언과 도움으로 즈베임 이모네 집에 있는 큰 괘종시계의 바늘을 돌려놓아서 1시간을 10분쯤으로 만들어 보자는 계획을 세우지만 펠릭스의 계획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고양이가 달아나면서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됩니다. 결국 독특한 외모에 괴팍한 성격을 가진 이모와 꼬박 온 시간을 다보내야 하는 펠릭스.

 

처음 내가 생각했던 시간 관리 실용서적은 아니었지만 시간이라는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묵직하지만 우리가 뗄레야 뗄 수 없는 주제를 펠릭스라는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 장면 장면이 엉뚱하면서도 기발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시간 만들기의 계힉은 터무니 없지만 공감할 수 있엇고 결국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지만 시간 만들기의 실마리를 찾은 펠릭스의 마짐가 모습도 희망적이었고 시사하는 점이 있었습니다. 좋은 책을 읽고 나면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고 그 값진 시간은 또다른 시간의 여유를 만들어 내는 듯 합니다. <시간을 만드는 방법>를 읽고 서평을 쓰는 지금 이 시간은 소중한 제 시간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준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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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 비룡소 창작그림책 44
장선환 글.그림 / 비룡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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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은 부모들의 영향을 크게 받는거 같습니다. 저희 부부는 둘 다 문과 출신인데다 수학, 과학과는 아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온 탓에 아이들에게 권하는 책도 제한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와 같은 과학 동화를 만나게 되면 참 반갑습니다. 특히 공룡은 남녀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열광하는 아이템임에도 불구하고 현존하지 않는 동물이기에 아이들에게 정보를 전해 줄 경로는 좁은 것이 사실입니다.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작은 익룡 부부는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울 집을 찾아다니다 숲에서 가장 키가 큰 삼나무 꼭대기를 터로 삼았지만 먹성 좋은 브라키오사우루스의 식사거리로 한순간에 사라져 버립니다. 어쩔수 없이 쫓나 집을 짓기 위해 이곳저곳을 헤매던 익룡부부는 덩치 큰 다른 공룡의 등에 집을 짓기로 마음 먹고 여러 공룡들을 찾아 다니게 됩니다. 하지만 드리오사우루스는 자기의 예쁜 등에 집을 짓겠다는 익룡부부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합니다. 뒤어어 만난 디플로도쿠스는 무거운 게 싫다며 거절하고, 캄프토사우루스는 익룡부부의 말을 한마디도 듣지 않고 자기 일에만 바쁩니다. 뜻밖에 선뜻 자기 등을 집터로 빌려주겠다고 먼저 나선 엘라로사우루스는 집 지은 뒤 일가족을 잡아먹으려는 숨은 욕심이 있었고 스테고사우루스의 등은 든든했지만 다른 공룡들과의 싸움이 끊이질 않는 탓에 불안해서 살 수가 없습니다. 집짓기를 포기하고 싶을 만큼 지친 익룡부부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삼나무에 지었던 집을 삼켜버렸던 브라키오사우루스였습니다. 그곳에서 익룡부부는 아누로그나투스의 새끼를 낳으며 행복하게 지내게 됩니다.

 

 

<집을 구하러 다니는 익룡부부를 보며 우리 가족이 오버랩 되는건 왜일까요?>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 그림책은 집 지을 곳을 찾아 떠난다는 재미있는 설정에 그들이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 공룡들의 모습을 통해 각각의 공룡들의 특징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룡을 묘사한 그림들도 지나치게 사실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단순화 시켜서 그린 것도 아니라 색연필로 그린 듯 자연스러운 색채로 거부감 없이 쉽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가 저희 집의 3, 5살 꼬맹이들은 지난 달에 경남 고성의 공룡엑스포를 다녀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나 봅니다. 몇 개 되지는 않지만 간간이 아는 이름이 나오면 그 복잡하고 난해한 공룡 이름을 서툰 발음으로 외쳐 됩니다. 아이들은 자신있게 책의 첫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공룡을 티라노사우루스라고 했지만 책을 읽어보니 알로사우루스였습니다. 두 공룡의 차이를 간략히 설명하자 몸이 더 작고 민첩한 것이 알로사우루스가 맞냐고 저에게 몇 번이고 확인을 받습니다.

 

책을 처음 받은 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보여주고 며칠 있다가 다시 읽어주었습니다. 처음 읽을 때보다 더 좋아하더군요. 그림책은 역시 두 번째 볼때가 더 재미있나 봅니다. 처음 읽을 때 보지 못하고 넘어갔던 그림들도 새로 발견하고 내용도 더 깊이있게 파악하게 되니 말이죠. 어쨌든 그러더니 몰펀이라는 블럭 설명서의 공룡 조립설명서가 떠올랐나 봅니다. 낑낑거리며 물펀박스를 들고 오더니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졸라댑니다. 아이들의 관심이 높아졌을 때 아이들이 뭔가 하고 싶어할 때 이때가 독후활동을 하기 가장 좋은 시점입니다.

 

하지만 몇 시간이 이어지는 독후활동을 하기에는 날도 덥고 아이들도 지칩니다. 그래서 우선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전기세 아끼느라 장식용으로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에어컨도 시원하니 틀어 놓습니다. 그리고는 "오늘 우리 같이 공룡에 대해서 알아볼까? 공룡에 대해 알아보고, 마지막까지 과정을 통과한 사람은 박사학위도 받는 거야. 어때?"라고 말을 던지니 아이들의 리액션이 폭발적입니다.

 

 <독후 활동의 효과를 높이려면 때론 당근도 필요하겠죠?>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를 읽고 제가 계획한 독후활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고성공룡엑스포 갔다 왔던 사진 보면서 공룡에 대한 기억 더듬어 보기

2. 공룡 색칠하기

3. 공룡 책갈피 만들기 - 책갈피에는 만든 사람 이름과 날짜를 쓴다

4. 아이들 수준에 맞는 입체 공룡(티라노사우루스) 만들기

5. 매칭 게임(1) 공룡을 오리고 그림자 모양과 맞는 공룡 자리 찾아보기

매칭 게임(2) 공룡 카드를 만들고 서로 맞는 공룡 자리 찾아보기

6. 연필로 공룡 따라 그려보기

7. 자기 방에 어울리는 공룡 문고리 장식(door knob decor) 만들기

8. 공룡캐릭터를 이용해 Tic Tac Toe 놀이하기

9. 공룡알을 이용한 영어 알파벳 익히기

10. 줄자와 블록 완구를 이용해 공룡발자국과 내 발자국의 크기 비교하기

11. 몰펀을 이용해 공룡 모형 만들기

12. 공룡학 박사학위 수여

 

 

1단계 활동은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를 읽고 난 뒤에 공룡엑스포의 사진을 보며 그림책 속의 공룡과 같은 공룡 찾아보기입니다. 사진으로 인화한 게 없는 탓에 태블릿 pc에 사진을 담아놓고 쭈욱 훑어보았습니다. 그날 찍었던 사진 속에는 공룡 퍼포먼스, 공연들, 각종 공룡 모형들, 공룡 발자국, 공룡 캐릭터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는데 가족 사진 뒤편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스테고사우루스"의 모습을 5살 딸아이가 놓치지 않습니다.

"아빠! 저기 스테고사우루스 있어요. 내가 찾았다."

작은 일이라도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아이들은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과 자존감이 커진다고 합니다. 이럴 때 칭찬은 그런 자긍심을 한층 더 강화시키겠지요. 사진을 보고 찾고 서로 칭찬해주고 그때도 지금처럼 무더웠지만 그래도 함께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공룡과 더 가까워집니다.

 

<공룡의 거대한 모습을 처음으로 마주했던 고성공룡엑스포에서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2단계 활동은 여러 가지 공룡을 색칠해 보고 나름대로의 이름을 지어주는 활동입니다. 물론 이름을 아는 공룡이 있다면 그 공룡의 이름을 그대로 적어줘도 좋겠지요. 그러면서 공룡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거니까요. 하지만 모르면 모르는 데로 그것 또한 좋습니다. 그래서 이런 독후놀이가 필요한 것일 테니까요. 아이들이 지어준 공룡 이름을 보니 공룡의 얼굴이 길어보여서인지 "길쭉이"이라는 이름도 있고, 큰 코가 특징인 공룡에는 "코뿔소"라는 이름도 붙여 놓았네요.

 <여러가지 공룡을 색칠하며 공룡과 더욱 가까워집니다>

 

 

 

3단계에서는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 그림책을 읽으면서 활용할 수 있는 책갈피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책갈피가 될 바탕 종이 위에 공룡을 잘라서 붙이고 만든 사람의 이름과 만든 날짜를 적어 둡니다. 집에 코팅기가 없어 코팅은 한꺼번에 모아서 해 줄 계획입니다. 어느 강연에서 들은 적이 잇는데 외국에서의 책갈피 활용사례를 들어보니 우리와는 사뭇 다르더군요. 우리는 책을 읽다가 다음에 읽을 부분을 빨리 찾기 위해 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책갈피를 사용하는 정도라면 외국의 아이들은 모르는 문장, 낯선 단어, 기억에 남기고 싶은 문구 등을 구별해서 색깔별로 책갈피를 꽂아 둔다더군요. 그래서 책 한권을 읽으면 수십 개의 책갈피가 빼곡이 꽂히기도 한다고. 하지만 오늘은 공룡 관련 독후활동이라 공룡 캐릭터를 이용한 간단한 책갈피 만들기를 해 보았습니다. 책의 주제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의 책갈피를 다양하게 만들어 두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공룡 캐릭터를 이용해 책갈피를 만들어 봅니다> 

 

 

 

 

그림도 그려보고 조작활동도 해봤으니 4단계에서는 근사한 페이퍼 크래프트로 공룡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손이 많이 가는 페이퍼 크래프트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간단한 자르기와 나무젓가락만 이용해서 입체적인 느낌이 나는 티라노사우루스와 스테고사우루스의 공룡 모형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색을 칠하고 오리고 붙여서 나무젓가락으로 고정만 시켜주면 제법 근사한 공룡이 완성됩니다. 초등학교 중, 고학년 정도쯤이면 아래와 같이 복잡한 모양의 페이퍼 크래프트도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시간이 허락되면 저도 밤새 만들어 두었다가 아이들에게 짜잔 하고 깜짝 선물을 할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아들도 시도해 볼 수 있었는 간단한 공룡 페이퍼 크래프트>

 

 

 

 

다양한 공룡 놀이 독후활동을 했지만 자르고 붙이고 색칠하는 활동이 많았던 탓에 이쯤 되면 맘 편히 할 수 있는 게임거리도 하나 넣어주면 좋겠지요. 그래서 5단계에서는 공룡 조각을 찾아 그 공룡과 어울리는 그림자와 맞추는 매칭 게임(matching game)를 하였습니다. 제가 찾은 매칭게임의 공룡 캐릭터들은 등에 돌기가 많아 정교하게 자르기가 어렵겠더군요. 그래서 제가 미리 잘라서 준비해 놓았습니다. 첫번째 매칭게임은 있는 그대로 그림자만 보고 똑같은 모양을 그대로 찾기만 하는 놀이이고 두번째 매칭게임은 해당하는 카드에 적합한 짝을 찾으면서 공룡의 이름도 같이 익힐 수 있습니다. 뒤에 영어 알파벳 게임도 있기에 공룡 이름은 영어 단어 그대로 제시하였습니다. 한글로 되어 있으면 그림이 아닌 문자를 통해서도 공룡이름을 바로 파악할 수 있겠지만 저는 공룡의 모습을 보고 이름을 찾도록 유도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공룡 이름 자체를 외우게 하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요상한 그 이름들과 가까워지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저 역시 공룡 이름을 다 알지 못하구요. 그래서 두번째 매칭게임의 카드도 5장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가급적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에 등장한 공룡들 위주로 선택하였습니다.

 

<그림자와 일치하는 공룡을 찾는 첫번째 매칭 게임(좌)와 공룡 이름까지 외우며 카드로 변환할 수 있는 두번째 매칭게임(우)>

 

 

 

다음으로 6단계 활동으로는 모눈종이 안에 그려진 공룡을 다른 모눈종이에 그대로 따라 보게 하는 것이었는데 많이 힘들어 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선 위로 겹쳐서 그려보는 정도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아이들의 독후활동은 힘들지 않고 재미있고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놀고 있다는 느낌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독후활동을 시도했는데 막상 재미없고 따분하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어찌됐건 간단하게 6단계를 마무리 하고 7단계에서는 3단계의 책갈피 만들기와 다소 비슷하기도 한 "문고리 장식 만들기"를 했습니다. 문고리 장식(door knob decor)이라고 하니 생소한 면도 있는데 호텔에 가보면 가끔 문고리에 호텔 이용 방법 안내나 객실의 상태를 알리기 위해 붙여 놓은 알림판 정도로 생각 할 수 있습니다. 공룡 캐릭터를 이용해 장식하고 아이들 방에 걸어둘거라 아이들 이름을 적어보도록 하였습니다. 이것도 코팅 작업을 해서 오래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해도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자기 물건, 자기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한 시기라 요런 사소한 문패 아닌 문패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뿌듯해 하네요.

 

 <선따라 공룡 그리기 활동과 문고리 장식물 만들기 활동>

 

 

 

8단계에서는 공룡캐릭터를 이용해 Tic Tac Toe 놀이를 해보았습니다. Tic Tac Toe 놀이는 자기 색의 돌을 교대로 하나씩 작은 사각형 위레 놓고 8개의 돌이 판에 모두 놓이면 번갈아 가지의 돌을 하나씩 이웃하면서 빈 정사각형 안에 수평이나 수직으로 옮긴 뒤 자기의 돌 모두를 한 줄 (수직,수평,대각선)로 놓거나 가로와 세로가 2개인 정사각형 모양이 되게 놓으면 이기는 경기입니다. 그런데 아직 어린 우리집 아기들에게 규칙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오목처럼 서로 번갈아 놓다가 한 줄을 먼저 만드는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규칙을 바꾸었습니다. 바뀐 규칙으로 놀이를 하면 어른들에게는 절대 끝나지 않을 네버엔딩게임이 되어버리겠지만 우리집 아이들에게는 매번 승자가 바뀌더군요. 그리고 돌 대신 공룡 캐릭터를 사용하였는데 공룡을 판 위에 올려 놓으면서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에 나오는 공룡 이름을 하나씩 말해 보게 하였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기억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공룡 캐릭터를 이용한 Tic Tac Toe 놀이하기>

 

 

9단계는 요즘 영어 알파벳에 관심을 보이는 우리 딸아이를 위한 독후활동이었는데 공룡알 알파벳 놀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공룡알에 알파벳 소문자와 대문자가 씌여 있습니다 우선 A부터 Z까지 차례대로 공룡알을 놓아 보도록 합니다. 알파벳 송을 부르며 혼자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줍니다. A부터 Z까지 배열도 되고 알파벳도 어느 정도 익힌 상태라면 한단계 더 나가서 공룡알을 소문자 대문자로 쪼개어 봅니다. 그런다음 다른 알파벳들과 섞은 뒤 원래의 공룡알을 만들어 보는 활동이죠. 공룡알도 만져보고 알파벳도 익히고, 소문자 대문자도 구별해 보고. 일석삼조 효과의 독후활동이라고 할까요? 요 근래 대소문자를 배웠다는 이야기는 들었기에 우선 A. B, C 세계의 알파벳으로만 시도해 보았습니다.

 

 <공룡알을 이용한 알파벳 놀이 : A부터 Z까지 나열해 보았습니다>

 

 

두둥~! 그런데~!

또다시 우리 딸에게 감동의 물결이 밀려 옵니다. 눈썰미 좋은 녀석이 요렇게 저렇게 하더니 척척 맞추어 내더군요. 영어 못하는 아빠라 딸에게도 영어를 잘 할거라는 기대를 갖지 않고 살아야겠다 생각해왔는데 알파벳 맞추기 활동을 하다보니 영어 공부를 한 번 시켜 볼까?’ 하는 마음을 갖게 만듭니다. 제가 봐도 저 딸바보 맞아요. ^^

 

 <아직 알파벳을 배운지 얼마되지 않아 A. B, C 세개의 소문자와 대문자만 공룡알을 이용해 맞추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공룡알 같이 분실하기 쉬운 교구는 저렇게 지퍼백을 이용해서 정리해두면 보관이 훨씬 간편해 집니다.>

 

 

 

10단계에서는 공룡의 발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체험해 보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우선 집에서 노는 줄자 하나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아이들 발을 재어 봅니다. cm니 하는 길이의 수적인 개념보다는 줄자 위에서 자기 말의 크기가 어느 정도쯤 되는지 블록을 놓아 가늠해 봅니다. 그리고 거대한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의 발자국 크기인 76cm까지 또다른 블록을 놓아봅니다.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길이 뿐만 아니라 넓이의 개념으로 다가가는게 좋겠죠. 그래서 76cm 길이의 직사각형 형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아이들 입에서 우와~! 크다.”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그리고는 블록으로 만든 발자국 모형 안으로 쏙 들어가 보더니 내가 다 들어가네. 진짜로 커요.”라고 말하더군요. 대략적이지만 이렇게나마 공룡 발자국의 크기를 알아보았습니다.

 

 <블럭을 이용해 티라노사우루스의 발자국만큼의 면적을 만들어 보고 그 넓이를 확인해 보는 활동>

 

 

 

또 길이나 단위에 대한 개념이 있는 아이들이라면 수학과목과 연계해서 이런 활동을 해도 좋을 듯 합니다. 이름하여 공룡 발자국 화석으로 공룡의 크기 알아보기 활동입니다. 일반적으로 공룡의 뒷다리 길이는 발자국 크기의 4배라고 합니다. 그리고 보통 동물의 크기는 뒷다리 길이의 5배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발자국의 길이가 38cm인 트라케라톱스의 뒷다리 길이와 몸길이는 얼마나 될까요? 아래 그럼처럼 이런 식으로 문제를 내어 풀어보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죠? 익룡 부부가 집을 지으려고 했던 동물들의 몸크기도 가늠해 볼 수 있구요. 하지만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에게는 좀 더 기다렸다가 해야 할 활동인 듯 싶네요.

 

 <수에 대한 개념있는 초등학생들에게 적합한 활동 예시>

 

 

 

마지막으로는 물펀이라는 블록으로 티라노사우루스 공룡 모형을 만들어 보는 활동입니다.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를 읽고 아이들이 몰펀박스를 들고 온 것에서부터 시작된 독후활동이니 아이들이 가장 먼저 찾았던 활동으로 마무리 하는게 좋을 듯 싶어서 마지막 단계로 넣어두엇습니다. 그리고 사실 아직 우리 아이들이 조립 설명서를 봄녀서 거대한 공룡 모형을 직접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기도 하구요. 그래서 몰펀으로 티라노사우루스 만들기는 거의 제가 도맡다 싶이한 활동이 되고 말았습니다. 온전히 저 혼자 하는건 마땅치 않으니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어떤 색깔, 어떤 모양을 찾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만들고 잇는 조각이 공룡의 어느 부분에 해당되는지 설명해 주었구요. 완성하고 나서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왠지 흐뭇하고 뿌듯하네요.

 

<몰펀을 이용해 티라노사우루스 를 조립해 보았습니다. 뒤쪽에  "네 등에 집 지어도 되니?" 그림책이 보이네요.>

 

 

 

12단계는 아이들 활동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10단계의 공룡 탐사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치고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것입니다. 미리 출력해 둔 박사학위증을 박사가 아닌 아빠가 수여합니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고 이것저것 해보자고 꼬드기는 아빠를 잘 따라와준 사랑스런 우리 남매. 공룡학 박사 학위 받아도 손색이 없겠지요? 다행히 오늘도 아빠의 보잘 것 없는 보상에 아이들은 무슨 보물이라도 받은 듯 행복해 합니다.

<아빠가 수여하는 공룡학 박사 핛위증>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이런 독후놀이를 할 수 있어서 그리고 좋은 책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저희들 옆에 있어줘서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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