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의 커뮤니티 페이지 소셜북스(www.facebook.com/socialbooks)에서 12월8일~18일까지 11일간 조정래 작가의 <허수아비춤>을 나눠 읽고 댓글 토론회를 진행한 결과 총 15명이 참여해 70개의 댓글을 남겼다.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2월 8일~18일까지 조정래 작가의 <허수아비춤>에 대한 댓글 토론회를 진행했다. 기자를 포함해 총 15명이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남겼다. 댓글 수는 70개. 이전에 출판사 <문학의 문학>을 통해 20권의 책을 제공했지만 책을 받아 읽은 독자들은 주눅들지 않고 소셜하게 읽고 토론을 나눴다. 인터넷 서평이벤트에서 눈에 띄던 "주례사스러운" 멘트나 리뷰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다 보니 조금 "세게" 나간 부분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읽은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고 공유하는 것이 독자와 출판사, 작가를 위해서 좋다는 암묵적 협의 같은 것을 느꼈다.

70개의 댓글을 분석해 보니 이야기는 총 5개의 물줄기로 흐르고 있었다. 첫째 작품성에 대한 토론, 둘째 <허수아비춤>의 대중성에 대한 부분, 셋째, 주요한 메시지인 경제민주화에 대한 토론, 넷째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에 대한 토론, 다섯 째 함께 읽으면 좋은 책에 대한 이야기였다. (원문보기)



허수아비춤의 작품성에 대한 거센 비판들

<허수아비춤>이 사회적으로 기여한 바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자 매서운 비판들이 나왔다. 완성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장 많았다. 한마디로 "뭔가 이야기가 나오 것 같으면서도 그냥 끝나버리는 게 아쉽다"(이준하)는 것이다. 조정래 작가의 역대 작품을 지켜봐온 권광선 씨는 "왠지 급하게 써내려간 듯한 거친 숨소리가 여기저기 느껴진다"고 말했다. 작가의 목소리가 너무 강하다 보니 보니 짜임새가 부족해 클라이맥스를 느낄 수 없었다(김성훈, 김재원)는 평도 있었다. 다소 피상적인 작품세계도 문제가 되었다. 즉 경제민주화를 골든패밀리와 저항자의 관점으로 좁히다 보니 88만원 세대나 4천원 인생,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 불공정하고 어두운 과제들을 방치한 것이 아쉽다(깔아논멍석)는 평가다.

등장인물의 성격묘사가 날카롭고 매력적(주성현)이라는 호평도 있었지만 인물들이 별 특징 없고 전형적이라는 비판이 우세했다. 상황 역시 미디어에서 보고 듣는 이야기라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평가였다. 작중인물로는 강기준이 호평을 받았는데 독자들은 강기준을 더 집중해서 그렸으면 하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통계와 계산에 능하고 임기웅변이 강하고 상관과 아내의 압박 등 작품 내의 포지션도 좋다. 실제로 작가가 가장 비중을 둔 인물이기도 하다.

작품의 관점에서 독자들이 대체로 동의한 결론은 "현실을 고발하는 데 일차적인 목적을 둔 작품"(이장규)이었다. 때문에 '사회과학 독자들'보다는 일반적인 독자들에게 더 호소력이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반론도 있었다. 이승환 씨는 "처음에는 작품이 다소 저속하게 느껴졌지만 상당히 의도한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평했다. 이처럼 독자 사이에서도 <허수아비춤>은 무척 논쟁적인 작품이다.


대중적인 의미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는 오래 전에 알려졌지만 <허수아비춤>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만개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을 통해서 대중은 "경제민주화"라는 언어를 갖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 자체에 대해서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 독자들이 "대중성"에 대해서는 이견을 달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허수아비춤>의 대중성은 언어에서부터 확연히 느껴지는데, 현학적 어휘보다 정감 있는 저잣거리의 언어들이 재밌었다는 독자들이 많았다. 특히 "많이 수컷스러운 용어들"(김재원)이 압권이다.

수십만권의 판매고가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허수아비춤>은 많은 뜻 있는 경제학자, 시민운동가, 네티즌들이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 했던 일보다 더 큰 결과를 보여줬다. 진정 문학의 힘이다. <허수아비춤>은 시민운동 진영에 이런 메시지를 주는 듯하다.

"늬들 너무 뜬구름잡는 거 아냐? 발을 땅에 붙여야지!"


시민운동, 노동운동에 대한 가혹한 비판

<허수아비춤>은 시민운동을 다루고 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민운동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흘렀다. 먼저 깔아논멍석이 포문을 열었다.

재벌기업들이 정부기능을 마비시켜 버리는 심각한 상황을 "시민사회단체의 힘"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신선함을 느꼈고 공감이 많이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시민사회단체는 얼마나 건강하냐?

"시민 없는 시민운동" 문제가 사회적으로 커다란 화두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른바 시민운동 1세대들이 87년 양김 분열 이후 시민운동을 다져온 토대는 찬사를 받아 마땅하지만, 마치 국회의원처럼 시민의 대의적 기능에 몰두한 나머지 대중들과 직접 살닿는 부분이 무척 취약해졌다. 비정규직 노조와 정규직 노조의 차별은 "귀족노조"라는 말을 만들어냈는데, 2008년 촛불 이후 기존 시민단체의 대중성 문제가 또 한번 불거졌다. 기존 시민단체는 본의 아니게 영악한 소비자들이 지키고 있는 시장으로 떠밀려 나갔다. 자신들의 갈길을 묵묵히 그리고 도도하게 오던 행태에 대해서 시민단체들은 성찰의 시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예컨대 참여연대가 촛불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든지,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 네티즌들과 소통하는 모습은 장족의 발전이다. 그리고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철저히 대민 서비스라는 역할에 충실해 시민단체로서는 유일무이한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여전히 대중과 멀리 떨어져 있다.

노동단체도 예외가 아니다. 언론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은 언론인답게 가장 발빠르게 네티즌과 손을 맞잡았다. 2009년 9월 8일 유명한 여성삼국과 함께 미디어법 저지를 위한 바자회(탐탐한 바자회)를 열고 일상적으로 네티즌 친화적인 행보를 이어 왔다. 노동조합 중에서는 가장 독보적인 존재다. 공공운수노조(준)은 네티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조계사 김장담그기 행사, MBC 앞 라면쌓기 행사, 공감2009, 2010(사회공공성파괴 감시와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을 함께 해 네티즌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네티즌 행사에 이름을 올리거나 후원금을 집행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 독자들은 이와는 차원이 다른 시사점을 제시해 주었다. 경제를 쥐고 있는 힘이 매우 조직적이고,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그 권력이 매우 막강한 기업집단을 상대로 해서 과연 시민운동수준으로 민주화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평가(안정우)가 요점인데, 이를 좀 더 본질적으로 말하면 "
과거 헤게모니식의 사회 운동이 아니라, 개인의 공감을 획득하는것"(김성훈)이다. "네트워크는 확장할수록 강해진다"고 주커버그가 말했듯이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정보민주화를 이루면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김재원) 페이스북은 '기관'의 권한 을 축소시키는 대신 개인에게 권한을 부여했다. 이 점은 시민단체, 노동단체가 유의할 만한 대목이다.


정치민주화의 마이크를 들고 경제민주화를 외치다

경제민주화라는 말이 오랫동안 유통되었지만 "뜨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정치민주화라는 마이크를 들고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허수아비춤>이 있기 전까지 경제민주화를 가리키는 언어 자체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민주화는 정치민주화의 언어를 빌려 표현되었을 뿐이다.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의 문법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 독자들의 입장이다. 깔아논멍석은 <허수아비춤>에 담긴 한 메시지를 환기했다. "투명하지 못하고 도덕적이지 못한 기업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대중들은 기업에게는 불매운동, 정치인에게는 낙선운동이라는 형식으로 "불매운동"을 갈고 닦아 왔다.

김광이 씨는 통큰치킨 이야기로 경제민주화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치킨을 싸게 먹고 싶어하는 서민들을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저도 가난하니까^^"


<허수아비춤>의 관전포인트와 자매지

허수아비춤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경제민주화와 시민단체,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앞서 얘기한 내용을 참조하면 되겠다. 소셜북스 커뮤니티에서 독자들이 가장 강조한 키워드는 바로 "자발적 복종"이었다. <허수아비춤>의 등장인물 박재우는 자발적 복종이라는 말을 직접 꺼냈다.

"대중들의 속성은 자발적 복종이다"

"더욱 잘 살기를 바라는 세상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제각...각 교활한 이기주의와 약은 기회주의가 도사리고 있"고 자본가들은 이를 잘 이용한다.

<허수아비춤>과 가장 대비된 책은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이다. 최근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었다는 배순희 씨는 소설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함께 읽어볼 만한 책으로는 <법률사무소 김앤장>이 있다.

깔아논멍석은 <삼성왕국의 게릴라>(프레시안북)을 강력 추천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는 삼성이라는 골리앗에 저항한 다윗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삼성 내에서 노조를 조직하려다 감옥소에 다녀 온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 의정 활동을 통해서 삼성을 매섭게 몰아친 심상정 의원 등 삼성을 벌벌 떨게 했지만 좌절해야 했던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페이스북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책 읽기가 훨씬 단련되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이는 책의 주제를 반추하고, 어떤 이는 확장시켜서 현실을 이야기하고, 어떤 이는 비판을 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토론이 이루어진다. 페이스북은 책이라는 매체의 특징을 잘 살려주는 웹사이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 소셜북스 독자들은 <허수아비춤>과 함께 읽어야 하는 책으로  <법률사무소 김앤장>, <삼성을 생각한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을 추천했다. 소설에서 그려진 기업과 그 추종자들의 행태(법률사무소 김앤장, 삼성을 생각한다)와 삼성에 대항하다가 좌절한 기록(삼성왕국의 게릴라)을 현실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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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승주나무 > 조문도 못하고 온라인 조문만...

"만두님의 옥상"에 초대되는 최측근은 아니었어요.
지척거리에서 글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만 존경했지요.

소식을 들었던 밤에 황망해서 마음을 다잡고 차분히 기억의 글을 남겼습니다.
이심전심인지 블로그에도 트위터에도 많은 분들이 만두님에게 조문 댓글을 남겨주셨어요.

만두님 서재가 환하니 저도 글 남기고 갑니다.

만두님을 생각하며 썼던 기억의 글 링크를 내려놓고 갑니다.
거기에는 글을 보시고 댓글조문을 해주신 분들을 보실 수 있어요.
(위키트리는 오른쪽 트위터 리트윗 화면으로 볼 수 있어요)

<블로그> (댓글 조문)
http://jagong.sisain.co.kr/892

<페이스북> (댓글 조문)
http://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1711046268&sk=info#!/notes/social-books/chulisoseol-jeonmunlibyueo-alladin-mulmandunim-gujgin-sosig-jeonhabnida/178864945475061

<위키트리> (리트윗 조문)
http://wikitree.co.kr/main/ann_ring.php?id=25303&alid=34820

하늘나라에서 편안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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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에도 좀 알릴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블로그, 오마이뉴스, 페이스북, 위키트리 등에 게재하였습니다.(제가 할 수 있는 능력이 이것뿐이라...)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장르문학만 1900개의 서평을 남긴 리뷰어의 죽음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공지가 하나 떴다. 알라딘 리뷰어 물만두(故 홍윤)의 부음 소식이다. 유족에 따르면 숨지기 전날 저녁까지 가족들과 농담하며 잠들었는데 그 이후로 일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알라딘 관계자는 현장에 달려가 조문했고, 유족과 함께 리뷰어를 기리는 각종 이벤트와 유고 출판물에 대한 협의까지도 했다고 전했다. 그의 동료 블로거들은 자비를 털어서 책을 출간하기로 했는데 알라딘의 가세로 힘이 붙은 형국이다.

그는 지금까지 1900여편의 리뷰를 남겼는데 모두 장르문학이다. 평생 장르문학을 읽었고 장르문학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책을 좀 읽고 글을 남겼다 싶은 나도 150여개에 머무는 것을 보면 2천편 가까운 리뷰는 이미 작품의 영역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발을 붙이게 된 독자들이 많이 있다. 현재 알라딘 블로그에는 추모의 글이 올라와 있는데 "물만두님 덕분에 가입했다"는 말을 자주 보게 된다.

그 분야에 대한 작품들을 모조리 섭렵한다면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위치나, 이전 작품에 비해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다. 시간을 두고 그의 서평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차분한 어조로 지금까지의 장르문학 전체 계보를 가지고 작품을 바라보는 묵직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바라본다기보다는 "관조"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때문에 장르문학뿐만 아니라 출판인들은 "물만두"라는 닉네임을 알고 있었다. 장르문학 역시 그의 리뷰가 매출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알라딘 출신의 스타 블로거 로쟈는 잘 알려져 있는데, 물만두는 장르문학의 로쟈라고 할 수 있다.


그에게 사람은 장르문학이었다

출판쪽 일을 하고 있을 때, 책을 보내주기 위해 우연히 그와 통화하기 전까지는 그가 몸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는 근육병 때문에 20년 넘게 몸을 자유스럽게 움직일 수 없어 겨우 손만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다. 신체적 활동이 필요할 때마다 어머님에게 의지했다. 블로그 글에 찍어 올렸던 모든 사진에 보이는 단순한 동작조차 그는 몸이 불편해서 하지 못했다. 

자신의 블로그(서재)에 남긴 댓글에 모두 따뜻하게 답글을 달아준데다가 댓글을 달아준 블로거(서재지기)에게 가서 그의 글을 읽고 화답하는 댓글을 달아줬다.

그에게 이웃들은 장르문학이었다.
이웃들의 글을 통해 성장을 지켜보면서 이야기를 계속 나눴다.

나도 그를 통해 삶이 변화된 경우다. 책 정보와 리뷰어와의 소통에 목말라하던 나의 글을 유심히 읽은 그는
나에게 리더스가이드라는 도서포털사이트를 추천해줬다. 그곳이 어떤 곳이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지 따뜻하게 설명해 주었다.


▲ 물만두 님이 친구들에게 책을 선물할 때 찍었던 도장

나는 그 사이트에 곧잘 적응하였고, 내친 김에 그 사이트에서 2년 정도 일을 하게 되었다.
책을 사랑하고 우리나라의 출판현실을 알게 해준 계기는 사실 그로부터 시작한다.

심지어 미국에 사는 한 블로거에게 직접 책을 보내준 적이 있었다. 책을 선물할 때는 물만두 모양의 도장(이웃 블로거가 만들어준 도장)을 새겨주는 세심함도 보여줬다.

현재 알라딘 홈페이지에는 그의 많은 이웃들이 추모글을 올리고 있다. 알라딘은 그가 읽었던 책을 가지고 추모 리뷰 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의 블로그에 마지막 글을 남긴 사람은 동생이며 그 글에는 15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동생은 언니의 죽음을 짧게 알렸다.

2010년 12월 13일 아침 저희 언니 물만두가 하늘로 갔습니다. 

너무도 착하고 사랑스런 언니를 잃어 너무 너무 슬픕니다. 

그래도 언니가 세상에 있었다는 걸 알리고 싶어 이글을 남깁니다. 

우리 언니 좋은 세상에서 아프지 말고 살기를 모두 기도해 주세요.  

그동안 우리 언니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물만두의 추리책방(http://blog.aladin.co.kr/mulman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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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2-15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에도 눈물이 나네요~
우리가 알라딘 마을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이유, 사람들과의 따뜻한 소통이지요.
내가 기억하는 물만두님과의 인연도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BRINY 2010-12-15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만두님 본명을 이제야 알았네요.

antitheme 2010-12-16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들른 알라딘서재에서 처음 접하는 소식이 ....
가슴이 먹먹하네요.
 
결국 눈물이..
추모하는 마음으로...
20101213
十匙一飯
물만두님..
마음이 착잡하네요.
故 홍윤 님(물만두님)의 명복을 빕니다.
근조: 당신은 우리나라 최고의 쟝르문학 리뷰어입니다.
물만두님, 안녕히 잘 가세요. (__)

나는 장르문학을 잘 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참 슬펐다.
그의 글을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문, 철학, 역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다소 학술적이고 고전스러운 작품들을 많이 접했다.
지금은 장르문학에 대해서 관심갖지 못한 사실이 부끄럽다.
그가 하늘나라로 갔기 때문이다.
평생 장르문학을 읽고 장르문학에 대해서 이야기한 그의 리뷰를 한동안 볼 기회가 있었다.
차분한 어조로 지금까지의 장르문학 계보를 가지고 작품을 바라보는 묵직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분야에 대한 작품들을 모조리 섭렵한다면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위치나,
이전 작품에 비해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다.
장르문학 초심자와 장르문학 출판사 입장에서는 하나의 산이라고 할 수 있다.

장르문학을 가지고만 이야기하면 그의 반 정도밖에 모르는 셈이다.
그는 자신과 같은 곳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사랑했다.
자신의 블로그(서재)에 남긴 댓글에 모두 따뜻하게 답글을 달아준데다가
댓글을 달아준 블로거(서재지기)에게 가서 그의 글을 읽고 화답하는 댓글을 달아줬다.

그에게 이웃들은 장르문학이었다.
이웃들의 글을 통해 성장을 지켜보면서 이야기를 계속 나눴다.

나도 그를 통해 삶이 변화된 경우다.
책 정보와 리뷰어와의 소통에 목말라하던 나의 글을 유심히 읽은 그는
나에게 리더스가이드라는 도서포털사이트를 추천해줬다.
그곳이 어떤 곳이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지 따뜻하게 설명해 주었다.



나는 그 사이트에 곧잘 적응하였고,
내친 김에 그 사이트에서 2년 정도 일을 하게 되었다.
책을 사랑하고 우리나라의 출판현실을 알게 해준 계기는 사실 그로부터 시작한다.

언론운동을 하면서도 책을 들고 다니고, 출판사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책을 통해서 세상을 바꿔보고 싶다는 나의 꿈이 시작되고 강화되고 성장하는 모든 시작점은 바로 그이다.

그는 바로 알라딘의 물만두이며 리더스가이드의  rossini이다.
그의 명복을 빈다.
1900여개의 장르문학 이야기와 함께 물만두라는 산이 멈춰섰다.
아마 오랫동안 그곳에 서 있으면서 하늘을 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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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수데바와 나는 며칠 동안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한 것은 대부분 나였다. 바수데바는 단지 "그렇군요" 같은 짧은 대답만 간간이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대화에서 커다란 감화를 받았다. 바수데바는 청자(聽者)다"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일부)

 

태어난 지 470여일 되는 아기 민준이가 있습니다. 말귀를 대충 알아듣는 장난꾸러기입니다.

태명을 "소리"로 지었더니 소리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문 여는 소리만 들리면 달려오고, 전화 오는 소리 들으면 놀다가도 뛰어옵니다.

 

할 줄 아는 말도 엄마, 아빠, 응가, 이오(빙고), 푸푸(뿡뿡), 음머가 전부죠.

외할머니와 친할머니가 전화올 때는 곧잘 통화를 하게 되는데,

보청기를 끼고 있는 친할머니와 통화할 때면 민준이는 딴청을 피면서 이 버튼 저 버튼 눌러대기 바쁩니다.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외할머니와 통화할 때는 마치 절친과 통화하듯 뭐라고 옹알이를 하면서 대답도 곧잘 합니다.

지난 밤에는 5분 넘게 전화기를 붙들고 할머니와 통화를 하더군요.

 

할머니들이 아기에게 한 이야기는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민준아, 까꿍, 아부바..." 같은 단어의 연속이었습니다.

곰곰히 생각하다가 드디어 원인을 발견했습니다.

 

외할머니가 민준이랑 5분 넘게 통화할 수 있었던 까닭은 "경청"이었습니다.

민준이가 뭐라고 할 때마다 추임새를 해주고,

숨소리까지도 귀를 기울이며 감정이나 기분까지 들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당시 스피커폰을 통해 외할머니의 반응을 살필 수 있었죠.

자신의 말을 하려는 게 아니라, 아기의 소리를 들으면서 반응을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친할머니는 불행하게도 민준이의 작은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경청하기보다는 말을 하려는 마음이 강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민준이와 외할머니가 가르쳐준 경청의 힘입니다.

많 은 사람들을 만나 보지만 얼굴을 보면 "하고 싶은 말이 가득 찬" 표정인지, "들으려먼 마음이 많은 표정"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저 또한 SNS 매체를 통해서 듣기보다는 말을 하는 것을 우선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페이스북에서 친구들이 하는 말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시스템을 만든 창업자의 목소리까지도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는 페이스북 기능서뿐만 아니라 심리학 책을 많이 읽게 되는 까닭도 이와 같습니다.

 

"경청"은 소리 없는 진정한 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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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11-13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준이에게서 배우는 경청의 힘이에요. 똘망똘망 이쁘게 잘 크고 있어요. 여전히 아빠 얼굴이 가득 보여요!

승주나무 2010-11-14 00:12   좋아요 0 | URL
그렇죠. 아직 제 얼굴이 보이시죠? 민준이에게 참 많은 것을 배웁니다. 맑은 마음에게는 배울 게 많이 있죠^^

blanca 2010-11-13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준이가 똘망똘망하니 참 많이 컸네요. 맞아요. 표현 수단이 난무하는 요즘 다 저를 포함해서 자신의 얘기만 하려 하지 상대의 생각에 귀기울이는 문화는 실종된 듯 합니다. 저도 잘 유념하겠습니다.

승주나무 2010-11-14 00:12   좋아요 0 | URL
표현 수단을 잠시 접고 듣는 수단을 늘려야 좋을 거 같아요. 저도 유념~

비로그인 2010-11-13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에게 큰 깨달음을 얻고 갑니다. 어른이 되어서 제대로 인사도 못 치르고 낼름 얻어만 가네요.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으로 작은 인사를 대신할 수 있을는지요...

승주나무 2010-11-14 00:13   좋아요 0 | URL
함께 배운 걸요 뭐. 나중에 민준이가 자라면 후와 님께 신세질 일이 있겠지요^^

순오기 2010-11-14 0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들도 제 말을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하는군요.^^
알면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게 경청인 듯...
나이 들수록 경청을 잘해야 하는데... 다짐하는 새벽이네요.
이제 자러 가야지~ 굿나잇 승주나무님!^^

승주나무 2010-11-14 14:58   좋아요 0 | URL
나이들수록 귀가 착해져야 하는데..
오히려 입 성질만 못되먹어서 걱정이에요 ㅎㅎ

감은빛 2010-11-16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더 자라면 말을 많이하는 친할머니와 대화를 잘 하는 '척'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첫째가 그런 경향을 보이고 있거든요.
두 할머니 중에서 좀 더 말을 많이 하고, 아이의 반응을 강요하는 할머니와 대화를 더 잘하는 '척' 합니다.
하지만 아이 말을 잘 들어주고, 작은 반응에도 한마디씩 거들어주는 할머니를 더 좋아합니다.
조금 더 좋아하는 할머니와, 좋아하는 '척' 하는 할머니가 다르더라구요.

세상을 알아간다는 뜻이겠지요?
점점 더 때가 묻어간다는 뜻일 수도 있겠구요.
슬퍼해야 할 일인지, 무덤덤 그냥 지나칠 일인지 잘 모르겠네요.

승주나무 2010-11-17 02:43   좋아요 0 | URL
역시 인생 선배여서 깊이가 다르네요.
감은빛 님에게도 하나 배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