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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 팔레스타인의 독립은 정당한가 고정관념 Q 13
오드 시뇰 지음, 정재곤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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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들에게 팔레스타인은 환상에 가깝다. 서방 언론이나 친 이스라엘 언론이 전달하는 한정된 내용을 받아들이는 우리에게 관심이 가는 문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의 근본적 원인, 예루살렘의 당사자들과 주변 아랍국가 간의 관계가 아니라 아라파트 전 수반이 사후에 남긴 비자금과 같은 시시콜콜한 사실뿐이다. 얼마 전에는 하마스가 이슬라엘이 쳐놓은 장벽을 부쉈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는데, 우리에게 하마스는 문제를 시끄럽게 하고 테러를 일삼는 ‘말썽쟁이’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고정관념Q 시리즈의 하나인 <팔레스타인>(웅진지식하우스)은 우리가 그렇게 알고 있는 편견에서부터 시작해서 옳은 건 무엇이고 틀린 건 무엇이며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각 주제별로 나누었다. 특이할 만한 것은 단순히 고정관념을 확인시켜주는 데 멈추지 않고 고정관념을 품게 된 주된 원인을 구조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 지글러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서 가난한 나라에 어김없이 따라다니는 병균을 소개했다. 독재, 내전, 학살, 부패 등이 그것이다. 팔레스타인은 이전 영토와 인구의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이스라엘이나 주변 국가에 의해 갈가리 찢겨진 상태이므로 국가의 공적 기능이 살아날 수 없다. 때문에 ‘부패’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이나 주변의 이집트 같은 나라에서 말하는 ‘부패’와는 성격이 상당히 다른 개념이다. 부패라는 것은 잘 사는 나라든 못 사는 나라든 끈질기게 따라다니기 마련인데, 관료제가 고착된 사회에서 관료가 공적 이익보다는 사적 이익에 더욱 충실하는 것이 부패의 일반적인 양상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이나 아프리카 같은 나라들은 공적자금에 대한 관리체계가 없기 때문에 ‘공개입찰’ 같은 계약의 형태가 존재할 수 없다. 모든 계약은 ‘수의계약’을 넘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이 나라에서 나타나는 부패는 ‘관료화되지 못한 데서 오는 부패’라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적 자금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관리비용이 들기 마련인데, 이것을 현실화시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114쪽)

정치 역시 다르지 않다. 이 나라는 정치적 소신이나 대의명분보다는 지역적 차원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줄 사람을 기다리기 때문에 인맥이나 혈연관계에 의해서 집권하는 경우가 파다하다. (120쪽) 결국 팔레스타인 문제는 ‘민주주의의 비용’을 결제할 수 없는 가난뱅이와 민주주의 비용을 거부할 만큼 충분히 힘세고 성질 더러운 부자들의 환상적인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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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아이들 - 인권을 빼앗긴 채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 이야기
김정연 외 지음, 김준영 그림, MBC W 제작진 / 아롬주니어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대한민국 헌법 21조(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에도 언급하는 바와 같이 언론과 출판은 곧잘 어울리는 분야다. 그래서 그런지 언론에서 다뤄지는 기획물이 재출간되고, 독자들의 사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깝게는 경향신문의 기획특집기사를 재출간한 <민주화 20년의 열망과 절망>(2007년 3월)이나 <우리도 몰랐던 한국의 힘>(2006년1월)은 아직까지 사랑을 받고 있으며, 황우석 사태로 관심을 모았던 PD수첩의 후기를 책으로 엮은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요>(2006년 11월, 이하 '여러분!') 또한 잊히지 않는 언론의 출판성과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이번에 출간된 MBC 시사프로 'W'(더블유)의 기획물인 <거울 속의 아이들>에 대해서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시사프로 W의 고민거리는 '좋은 프로그램인데 시청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었다. <거울 속의 아이들>이라는 출간물이 나온 이상 상보적인 관계를 통해 관심을 환기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기대했다. 책을 본 독자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고,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는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상승효과이다. 하지만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눈에 띄었다. 물론 이 글은 이 책의 관심도를 확인하고 나서 쓰는 이른바 '뒷북'의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다른 기획물과의 비교를 통해서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나 스스로도 고민을 해보고자 하여 이렇게 쓰게 되었다.

앞서 거론한 경향신문의 두 기획물은 다양한 관점이 담겨 있다. 인터뷰와 자료 분석, 추적과 탐사라는 노력의 결과물이 있기에 볼거리가 풍성하다. 나는 경향신문의 구독자이므로 기획물을 한땀한땀 지켜봤지만, 기획 초기 단계에서부터 마치 '출간'을 염두에 둔 것 같이 보였다. 다방면으로 확인을 할 수는 없었지만, 한국인의 신명나는 기질을 다각도로 추적하여 소개한 <우리도 몰랐던 한국의 힘>이나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에 민주화운동의 과거를 냉철히 되돌아본 <민주화 20년의 열망과 절망>은 기사 자체로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최근까지 기획물로 소개된 <지식인의 죽음>이라는 기획물도 충분히 재출간할 여지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러분!>은 어떤가. PD수첩의 재탕은 아니었다. 취재 상황이나 각종 어려움 등을 추리소설을 엮어가듯이 긴 호흡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소재 자체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글을 이어가는 긴박감은 또 하나의 새로운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앞의 두 기획물이 나름대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볼거리'와 '기획의 기획, 새로운 기획'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거울 속의 아이들>은 그런 기획이 없을까. 아니다. 있다. '동화'라는 기획을 넣고 아동의 관점을 담아 재구성했다. 대상층은 어린이는 물론 청소년과 일반인이 모두 포함된다. 일단 이것이 아쉬운 첫 번째 대목이다. 만약 어린이를 대상으로 기획을 하고자 했다면 4장 '희망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나 5장 '내 인생을 소와 바꾸기는 싫어요'를 살렸어야 했다. 1~3부는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슬픈 내용이면서도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의 개연성이 부족해서 후반부의 희망적인 메시지가 '판타지'의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앞서의 기획물과 달리 평면적이어서 새로울 것이 없다. 역시 새로운 기획이 없어서 독자로 하여금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고 싶게 만들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

다만 W의 기획물 답게 구조적인 문제를 잘 드러내 주었던 점은 만족스럽다. 태국의 꽃 파는 아이들이나 인도의 담보 노동은 몇몇 개인들의 역량으로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어린이들에게는 무슨 메시지를 담을 수 있을까. 이 지점에서 성인과 어린이가 만날 수 없는 지점이 생긴다. 책을 기획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른도 읽히고 어린이들도 읽히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그것이 함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엄마가 먼저 읽고 어린이들에게 소개한다는 사실에 주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사소한 부분이긴 하지만 책 말미에 소개된 그 나라에 대한 소개 페이지는 전혀 경제적이지 않다. 단지 포털에서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이 소개 페이지는 이 책이 얼마나 세심하게 기획되지 못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과 비교해 약 100배 정도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지식e>에 나오는 담당PD의 에필로그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단 5분을 위해서 23시간 55분을 투자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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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2-11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 저도 이 책 읽었어요 ^_^
기대보다 동화로서의 재미가 덜하고 단조롭긴 했지만, 저는 그래도 좋게 읽었답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그리 희망적이지 못한 지금의 세계를 생각해 볼 때
아이들에게 애써 희망적을 만들어서 보여줘야 한다는 건 저는 반대에요

절망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건
아이들에게 세상의 모순을 보여주며 공존하는 삶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지금은 찾기 어려운 희망의 시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
그래서 전 별을 네개나 ㅋㅋ

그 나라 정보 페이지의 비효율성은 저도 공감이요
단순 나열로는 사실 머리에 들어오지 않더라구요

승주나무 2008-02-11 01:39   좋아요 0 | URL
앗.. 안 주무시고 계셨군요. 그 부분을 쓰는 게 참 쉽지 않았는데, 요지는 희망고문(우석훈이나 라주미힌의 표현에 따르면)은 아니었습니다. 4부와 5부는 개연성 있는 희망이었다는 점이 칭찬할 만하다고 생각해요.

그에 비해 절망의 부분에서는 좀더 개연성 있고 인상적으로 표현해 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여기서 보이는 절망은 너무 흔한 이야기거든요~

웽스북스 2008-02-11 21:12   좋아요 0 | URL
아, 그런 말씀이셨군요 ^_^

2008-02-11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08-02-13 02:21   좋아요 0 | URL
아~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제가 눈치가 좀 없어서 긴장하게 해드렸군요.
이미지가 제가 좋아하는 하울이니 하울님이라고 해도 되겠죠 ㅋ
님께는 비밀댓글로 주로 만나겠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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