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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아이들 - 인권을 빼앗긴 채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 이야기
김정연 외 지음, 김준영 그림, MBC W 제작진 / 아롬주니어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대한민국 헌법 21조(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에도 언급하는 바와 같이 언론과 출판은 곧잘 어울리는 분야다. 그래서 그런지 언론에서 다뤄지는 기획물이 재출간되고, 독자들의 사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깝게는 경향신문의 기획특집기사를 재출간한 <민주화 20년의 열망과 절망>(2007년 3월)이나 <우리도 몰랐던 한국의 힘>(2006년1월)은 아직까지 사랑을 받고 있으며, 황우석 사태로 관심을 모았던 PD수첩의 후기를 책으로 엮은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요>(2006년 11월, 이하 '여러분!') 또한 잊히지 않는 언론의 출판성과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이번에 출간된 MBC 시사프로 'W'(더블유)의 기획물인 <거울 속의 아이들>에 대해서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시사프로 W의 고민거리는 '좋은 프로그램인데 시청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었다. <거울 속의 아이들>이라는 출간물이 나온 이상 상보적인 관계를 통해 관심을 환기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기대했다. 책을 본 독자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고,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는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상승효과이다. 하지만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눈에 띄었다. 물론 이 글은 이 책의 관심도를 확인하고 나서 쓰는 이른바 '뒷북'의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다른 기획물과의 비교를 통해서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나 스스로도 고민을 해보고자 하여 이렇게 쓰게 되었다.
앞서 거론한 경향신문의 두 기획물은 다양한 관점이 담겨 있다. 인터뷰와 자료 분석, 추적과 탐사라는 노력의 결과물이 있기에 볼거리가 풍성하다. 나는 경향신문의 구독자이므로 기획물을 한땀한땀 지켜봤지만, 기획 초기 단계에서부터 마치 '출간'을 염두에 둔 것 같이 보였다. 다방면으로 확인을 할 수는 없었지만, 한국인의 신명나는 기질을 다각도로 추적하여 소개한 <우리도 몰랐던 한국의 힘>이나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에 민주화운동의 과거를 냉철히 되돌아본 <민주화 20년의 열망과 절망>은 기사 자체로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최근까지 기획물로 소개된 <지식인의 죽음>이라는 기획물도 충분히 재출간할 여지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러분!>은 어떤가. PD수첩의 재탕은 아니었다. 취재 상황이나 각종 어려움 등을 추리소설을 엮어가듯이 긴 호흡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소재 자체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글을 이어가는 긴박감은 또 하나의 새로운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앞의 두 기획물이 나름대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볼거리'와 '기획의 기획, 새로운 기획'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거울 속의 아이들>은 그런 기획이 없을까. 아니다. 있다. '동화'라는 기획을 넣고 아동의 관점을 담아 재구성했다. 대상층은 어린이는 물론 청소년과 일반인이 모두 포함된다. 일단 이것이 아쉬운 첫 번째 대목이다. 만약 어린이를 대상으로 기획을 하고자 했다면 4장 '희망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나 5장 '내 인생을 소와 바꾸기는 싫어요'를 살렸어야 했다. 1~3부는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슬픈 내용이면서도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의 개연성이 부족해서 후반부의 희망적인 메시지가 '판타지'의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앞서의 기획물과 달리 평면적이어서 새로울 것이 없다. 역시 새로운 기획이 없어서 독자로 하여금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고 싶게 만들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
다만 W의 기획물 답게 구조적인 문제를 잘 드러내 주었던 점은 만족스럽다. 태국의 꽃 파는 아이들이나 인도의 담보 노동은 몇몇 개인들의 역량으로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어린이들에게는 무슨 메시지를 담을 수 있을까. 이 지점에서 성인과 어린이가 만날 수 없는 지점이 생긴다. 책을 기획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른도 읽히고 어린이들도 읽히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그것이 함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엄마가 먼저 읽고 어린이들에게 소개한다는 사실에 주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사소한 부분이긴 하지만 책 말미에 소개된 그 나라에 대한 소개 페이지는 전혀 경제적이지 않다. 단지 포털에서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이 소개 페이지는 이 책이 얼마나 세심하게 기획되지 못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과 비교해 약 100배 정도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지식e>에 나오는 담당PD의 에필로그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단 5분을 위해서 23시간 55분을 투자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