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발견 - 정치에서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학 강의
박상훈 지음 / 폴리테이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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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독서인생 중 가장 짧고 굵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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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42년 정치 모르쇠 태도 정리
    from 제발 제발 2011-02-01 12:11 
    타벨은 좋은 언론인이 되려면 여러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글재주가 있으면 좋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타벨은 교육 수준을 강조했는데,그 가운데 일류 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2년 이상 공부하는 과정도 포함하 고 있다. 그 밖의 자질은 타벨 자신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화려한 생활에 대한 오해는 금물이며,지루하
 
 
잘잘라 2011-01-31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력한 추천평입니다. ㅎㅎ

승주나무 2011-02-07 20:22   좋아요 0 | URL
ㅎㅎㅎ 감사.. 14년 독서인생 너무 우려먹어서 이제 그만 써먹어야겠어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1-02-08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걸 읽으려고 하는 중이예요 ㅎㅎ
 
부동산 계급사회 우리시대의 논리 11
손낙구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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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관념주의 의심 증상인 분들에게 치료약으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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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2-08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태가 이리 심각한데 손낙구씨 말고 이런 책을 쓸 사람이 더 없다는 것이 가장 문제인듯 합니다.. 쩝..
 
너는 나다 -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
하종강 외 지음, 레디앙, 후마니타스, 삶이보이는창, 철수와영희 기획 / 철수와영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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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11월 13일은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과 함께 분신한 지 40년째 되는 날입니다. 평화시장 버들다리는 전태일다리로 불리게 되었고 현판식과 각종 문화행사가 열린다고 합니다. 같이 노동하는 사람으로서 노동운동의 끊어진 명맥을 이어준 전태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전태일 40주기 기념 출간물을 만든 출판사들과 함께 "페이스북 전태일 day"를 하기로 했습니다.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 (http://www.facebook.com/socialbooks)도 만들고 네티즌들과 함께 11월 18일 하루 동안 페이스북에서 하루 종일 전태일 토론회를 하기로 했습니다. ( 관련 링크) 이 자리에는 <너는 나다>(하종강 외 5인 저, 레디앙, 삶이 보이는 창, 철수와영희, 후마니타스 공동 출간)의 공동 저자 하종강, 임승수씨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출판사들이 독자들을 위해 책을 협찬하고, 토론회에 참여한 독자들은 책을 열심히 읽고 토론문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발제를 맡은 저는 <너는 나다>가 담은 메시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사회가 유지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죽어나가는 나라, 한국



<너는 나다>를 두 부분으로 나눠서 살펴봤습니다. 1장에 해당하는 '전태일 열전, 우리 시대의 전태일'과 3장에 해당하는 '열혈청춘'을 한데 묶고, 2장 '만화 나태일&전태일'과 4장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를 한데 묶었습니다. 이 책은 "전태일이 들어가지 않은 전태일 이야기"라 불러도 좋을 만큼 전태일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는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전태일을 매개로 '현실'을 바라보자는 기획의 취지가 보입니다.

1장을 작성한 르포 '전태일 열전'의 작가 손아람씨가 전국에 있는 전태일을 만나러 가는 까닭은 '전태일은 잘 지내는지?' 하는 안부를 묻기 위해서입니다. 손씨는 노동자, 비정규직, 대학생 알바생, 자영업자 등 사회의 약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만나 가족과 일상, 꿈 등 익숙한 주제를 들으며 현재의 전태일을 그려보이고 있습니다. 이 글이 성숙하다고 할 수 있는 까닭은 사회를 단순히 '자본가-노동자'의 대결구도로 보는 것이 아니라 '대자본-소자본-노동자'의 먹이사슬과 자본 간의 수익을 위한 착취압력 등을 통해 그려낸다는 점 때문입니다.

포 디즘(대량생산), 테일러리즘(표준화)은 구닥다리 이론이 되어 버렸고 다양성과 감수성을 생각하는 노동 환경으로 변했다고 많은 사람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여전히 화장실에 몇 번 가는지, 딴짓은 하지 않는지 등 노동자를 불신하고 기계처럼 생각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는 가슴 아픈 사실이 책을 통해 확인됩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무미건조한 기계가 되어가고 있고, '주인'들은 이들을 또 다시 기계처럼 다루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그럼 기숙사에 들어가면 뭐해요?"
- 술이죠. 오직 술. 야간 근무가 없을 때는 오후 7시부터 다들 방에 드러눕죠. 그리고 잠들 때까지 맥주 마시면서 담배를 피워 대죠.


"야간 근무가 있을 때는요?"
- 조금은 다르죠. 야간 근무일에는 일단 오후 10시까지 일하고 들어가서 방에 드러눕죠. 그리고 잠들 때까지 맥주 마시면서 담배를…<너는 나다>(56쪽)

노동자들이 기계가 되어 가는 까닭은 감시 때문만은 아닙니다. 근무, 특근, 야근을 반복하는 생활로 활력을 잃은 것이지요. 여기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매우 많은 대학생들이 대학에서 '가난'을 배웁니다. 편의점, 주유소 알바에서 커피숍 쓰레기통 뒤져 커피잔 찾아내기까지 안 하는 일이 없지만 가계부는 항상 마이너스. 영화감상이나 독서는 사치가 된 지 오랩니다.(126쪽)

 

이렇게 기계가 되기를 강요받는 체계가 대한민국에 만연한 까닭은 "기본급 비중이 기형적으로 너무 적기 때문"(221쪽)입니다. 기본급만 받고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기 때문에 야근, 특근을 밥먹듯 하고, 목숨을 잃는 것도 다반사입니다. 노동전문가 하종강씨는 책에서 '우리나라에 교통사고가 잦은 까닭이 OECD 최장의 노동시간을 감당하면서 주의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자살로 죽고, 교통사고로 죽고, 산업재해로 죽고… 대한민국은 나라가 유지되는 과정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딱한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파업, 1000원짜리 배추를 500원에 팔 순 없는 법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두 번째 부분은 "우리의 적은 자본가가 아니라 불로소득"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6·25 사변을 거치면서 진공청소기처럼 쓸려나간 노동 운동의 맥이 전태일을 통해서 비로소 소생한 지 40년. 하지만 일제에 당하고, 지주에게 당하고, 대자본, 독재에 당하던 노동자들의 피해의식은 깊은 병처럼 치유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 너는 나다>는 억눌린 노동자의 자아가 아니라 건강하고 상식적인 눈으로 바라본 노동 현실을 환기합니다. '나태일 & 전태일'이라는 흥미로운 만화는 인간보다 우수한 문명의 외계인이 대한민국의 한 게임 업체에 취업하면서 겪게 되는 상황을 사실적이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냈습니다.

노동전문가 하종강 선생의 조근조근한 설명을 듣고 있으면 어느새 내가 자랑스러운 노동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파업'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를 시장바닥에서 1000원짜리 배추단을 파는 할머니를 데려와 깔끔하게 설명합니다. 한번 들어보실래요?

(1000 원짜리 배추를 자꾸 500원에 내놓으라고 우기는 손님에 대해서 할머니가) "손님에게는 팔지 않겠어요"라고 말하면서 그냥 두 손을 놓잖아요. 그것이 바로 노동자들이 하는 '파업'입니다. 자신의 노동력 상품 가격이 맞지 않으니까 "그렇게 헐값으로는 팔지 않겠소"라고 하면서 일하지 않는 게 바로 파업입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33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단체 행동권이란 바로 그런 거지요. 파업이라는 건 무슨 굉장히 과격하고 폭력적인 행위가 아니라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투쟁 방식 중에서도 상당히 온건한, 합법적인 방식인 거예요. (230쪽)

< 너는 나다>에는 하루 8시간 노동을 지키기 위해 총파업을 벌이다가 처형된 노동자가 최후진술을 통해 미국 자본가와 권력자들에게 한 말(201쪽), 극장주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고 극장 운영의 꿈을 깨끗하게 포기한 이야기(51쪽) 등 위대한 노동자들, 쿨한 노동자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에 비해 경영자와 불로소득자들은 천박한 삶을 꾸려가고 있을 뿐입니다.

유 한킴벌리 회사의 문국현 사장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경영자들이 모이는 국제 행사에 참석했는데, 개인적인 자리에서나 공식적인 토론회에서 외국 CEO들이 하는 얘기의 절반 정도가 환경 보호라든가, 기후 변화라든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든가 이런 것들에 관한 내용이었다는 거죠. 그게 전문 경영자의 기본적인 소양이더라는 거예요. 그런데 한국의 CEO들은 모였다 하면 수익이라든가, 비용 절감이라든가 계속 이런 얘기만 하고 있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좀 창피하더라는 거지요.(252쪽)

불 로소득자들의 삶은 더욱 초라합니다. 아파트 단지를 팔아서 6억 원인가 수익을 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언론은 또 이것을 보도해 사행심을 부추기고. 이 사람들의 재산상 손해를 막아주기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없애버리고 자기들끼리만 잘 먹고 잘 살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대중들은 차가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결국 해결돼야 할 문제는 한 가지로 귀결됩니다. "노동하지 않으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의 소득은 너무 많고 열심히 노동하는 사람들의 소득은 너무 적은 안 좋은 상황"을 없애고 노동이 제 값을 받게 만드는 것. 그리고 노동하는 사람들을 점점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 인류가 걸어온 도도한 흐름입니다. 

인 류의 역사는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일을 조금씩 더 적게 하면서, 조금씩 더 잘 살게 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그 진행 방향이 옳지 않았다면 노예 제도나 머슴 제도가 사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강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역사의 강물도 계속 흘러가는 방향이 있어요. 노동자들이 조금씩 더 적게 일하면서도 조금씩 더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는 겁니다.(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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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 - 폭력과 추방의 시대, 촛불의 민주주의를 다시 묻는다 당비의생각 2
당대비평 기획위원회 엮음 / 산책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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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다가오고 있다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산책자)는 촛불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하며 촛불에 대한 한계를 '불편하게' 짚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 비판들은 촛불 현장에 머물렀던 눈치 빠르 사람이라면 알만한 상식적인 내용들이다.

촛불이 여중생의 손에서 타오른지 어느덧 1년이 다 돼 간다. 때마침 촛불 주역들도 5개월 만에 보석 석방됐다. 광우병대책회의 박원석·한용진 공동상황실장과 백성균 미친소닷넷 대표, 김동규 한국진보연대 정책국장, 권혜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 등 5명은  지난해 10월 29일 조계사에서 나와 11월 6일 강원도 동해시의 한 호텔에서 경찰에  붙잡혀 수감 상태로 있다가 4월 17일 보석 석방됐다. 5월을 앞두고 여러 가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촛불'이 다가오고 있다는 심리가 가장 큰 핵심이다.

그 동안 정부는 '명박산성'을 수도 없이 쌓았다. 촛불에 호의적이거나 관심을 보였던 방송사는 사장을 교체하거나 시사프로그램을 갈아치우거나 담당자를 체포하는 등 '군기잡기'에 나섰다. 종이 신문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압박을 해오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한 시사주간지 간부는 "기업에서 갑자기 구독을 중단하거나 광고를 끊는 일이 있는데, 자연스러운 절차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긴장감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은 슬슬 몸을 풀고 있다. 용산참사나 미디어악법 입법전쟁이나 MBC PD수첩 제작진의 체포 등 떨어지지 않는 소재 덕에 촛불은  단 하루도 꺼진 적은 없었다. 다시 촛불을 들자고 군불을 때는 목소리들이 들린다. 하지만 작년과 똑같은 방식으로 촛불을 들 수는 없을 것이다.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어쩌면 촛불을 드는 '행동'보다 촛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것이 더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촛불 한가운데서 시를 썼던 이유는

촛불에 대한 낙관론도 점차 사라지고 진지한 분석의 결과들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촛불 현장에서 진지한 사유를 펼쳤던 각계의 지식인, 활동가로 구성된 당대비평 기획위원회가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산책자, 이하 '촛불을 끄셨나요')를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이 책은 촛불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하며 촛불에 대한 한계를 '불편하게' 짚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 비판들은 촛불 현장에 머물렀던 눈치 빠르 사람이라면 알 만한 상식적인 내용들이다. 촛불이 비정규직을 비춰주지 못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며 <정치>, <문화>,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촛불>과 연결시키며 중심 키워드에서 주변부로 확대되는 흐름을 이루고 있다. 때문에 단지 정치, 문화, 여성이 아니라 이것을 통해 촛불에서 나타난 다양한 문제로 이야기가 확산되는 것이다. 예컨대 <여성>은 소외계층을 상징하며 비정규직, 노숙자, 농부, 실업자, 학생들을 대표한다. 이런 구성은 촛불에 대해서 비교적 단순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촛불에서 파생된 문제들을 긴밀하게 연결시킬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촛불 한가운데에서 촛불에 대해 느꼈던 막여한 회의감이 이제야 언어를 찾은 것과 같이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촛불 한가운데에서 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취재를 하고 사진을 찍고 블로그질을 했다. 하지만 점점 촛불과 촛불시민, 촛불정신에 관한 추상론이 공허하게 들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취재를 접고 시를 썼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때 내가 기사나 블로그 포스팅 대신 '시(詩)'를 선택한 것은 촛불이 겉테두리를 비추고 있지 않은지, 즉물적으로 반응하는 무조건반사처럼 타고 있지는 않은지, 세심하게 비추고 세심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등의 회의감이 작동한 결과다.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이 땅의 날씨가 나빴고 나는 그 날씨를 견디지 못했다. 그때도 거리는 있었고 자동차는 지나갔다. 가을에는 퇴근길에 커피도 마셨으며 눈이 오는 종로에서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시를 쓰지 못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은 형식을 찾지 못한 채 대부분 공중에 흩어졌다. 적어도 내게 있어 글을 쓰지 못하는 무력감이 육체에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 알았다.
(중략)
나는 한동안 무책임한 자연의 비유를 경계하느라 거리에서 시를 만들었다. 거리의 상상력은 고통이었고 나는 그 고통을 사랑하였다. 그러나 가장 위대한 잠언이 자연 속에 있음을 지금도 나는 믿는다. 그러한 믿음이 언젠가 나를 부를 것이다.
- 기형도 시작메모


촛불의 한가운데에서는 적어도 기형도 시인처럼 고뇌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정부가 그어 놓은 불법이라는 허울을 제외하고는 모든 과정이 민주적이었고 토론은 합리적이었고 행동과 말은 상식에 닿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였다. 상식은 상식의 중력을 벗어날 수 없다.
<촛불을 끄셨나요>은 "촛불은 단지 중간계급의 시민운동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촛불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촛불시민들은 촛불의 현상을 이해하는 '상식'선에 멈춰 있었지만, 촛불이 의미를 얻기 위해서는 '일각'이 아니라 '빙산'을 찾아야 한다. 고구마줄기를 계속 잡아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만일 10대들의 외침의 행동을 통해 그들의 고통이 우리 사회 전체의 고통을 좀 더 연속적으로 읽어냈더라면, 그리고 그 목소리를 시민 혹은 국민의 맥락에서 정치적으로 성급하게 번역하기 전에 시민이 되지 못한 국민이 되지 못한 그 어떤 주체들의 목소리를 대언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면"(125쪽) 향후 촛불의 의미와 성격은 전혀 달려졌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들의 생각이다. 이런 '무장'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반대세력의 가벼운 공격에 쉽게 흔들렸다. 이를 통해서 저 집권세력이 시민들을 '배후조종'당한다고 말했을 때, 거리에 나오는 사람들을 무능력한 아들이라고 폄하했을 때 시민들이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했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238쪽)

 

질척하지 못한 '사유의 언어'는 아쉬워

<촛불을 끄셨나요>는 이제까지 읽었던 어떤 촛불의 이야기보다 감회를 주고 있다. 한 출판사의 편집자는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촛불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도 그의 한 마디 논평 때문이다.
이 책의 모든 논점에 대해서 동의하면서도 책을 덮은 후에 마음속에 남는 아쉬움이 있었다. '상식'을 넘어 깊이 있는 사유를 시도했지만 '상식'을 통과하지 않고 '현장성'이 부족한 점은 이 책의 공감대를 반감시킨다. 정제된 언어만이 아니라 좀 서투르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더라면 이 책의  비판이 더욱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사람냄새'가 잘 안 난다.

이 책이 던지는 비판을 모두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촛불'이 마련해준 '만남의 공간'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친해지는 과정을 지나야만 비로소 속에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촛불을 끄셨나요>의 비판점은 성급한 면이 없지 않다. 이와 관련해 유명한 예화가 있다. 2008년 ‘촛불’ 이전에는 화물노조가 공적인 가치를 내걸고 파업을 했지만 시민들은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민영화 반대, 시민안전, 공공성 확보 등 시민들에게 직결된 사안인데 말이다. 2008년 운수노조는 동일한 명분으로 파업을 했지만, 이번에는 시민들의 찬사를 받았다.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이것이 바로 촛불이 가져다준 대화의 힘이다. 하지만 아직 모자라고 미약할 것이다. 촛불은 이제 '1살'밖에 되지 않았다. 촛불이 성년이 되었을 때 할 수 있는 비판보다는, 촛불이 성년이 될 수 있는 방안들이 제시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불편함의 미덕'은 매우 중요한 단서다. 촛불은 이제까지 필요 이상의 찬사를 받아 왔다. 촛불이 실질적인 결과를 내지 못했음에 비해서는 너무 긍정적 평가다. <촛불을 끄셨나요>의 편집주간은 "독자들이 동의하지 못하고 불편해할 점이 있다"고 말했다. 바로 이 '불편함'이 촛불을 짚이는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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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2009-05-03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민주주의 외치고 국민소리 자주외치는 자들은 거의 거짓말이라 생각한다. 주인장은 아니겠지요?
 
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 발도로프와 한의학이 만난 학교 1
이양호 지음 / 글숲산책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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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척이나 사람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이양호 씨는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교육의 대도를 걸었던 사람처럼 인터뷰 하는 내내 여유와 확신이 몸에 배어 있었다. 심광체반(心廣體胖 : 마음이 너그러워서 몸에 살이 오름)이라는 사자성어(대학)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

"10여 년 전부터 대안학교에 대한 절실한 요청이 있었고 몇몇은 자리를 잡은 듯합니다. 하지만 한국교육의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 대안학교들은 최초의 취지를 지켜나가는 데 대해서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태동고전연구소(지곡서당), 독일 발도로프 대안학교에서 수학해 10년 넘게 대안학교에 대해서 고민해 온 이양호 씨를 만났다. 12월3일 홍대 주변 민들레영토에서 <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글숲산책, 이하 '공도인')과 <백설공주는 공주가 아니다?!>(이하 '백설공주는..> 단 두 권에 반해서 인터뷰에 함께 따라나선 독자 1명과 함께였다.
이양호 씨의 두 번째 출간작 <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글숲산책)에서는 우리가 소홀히 다뤘던 '도덕성'이라는 개념을 교육철학의 밑바탕으로 삼았고 고전과 토박이말도 주요한 개념으로 넣었다. 특히 심청전과 오이디푸스를 독특하게 해석한 것이 일품이며, 대안학교의 실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 것도 특색이다.

황색 점퍼 차림에 맑은 눈을 하고 나타난 이양호 씨는 드디어 자신이 생각한 교육철학 방법론이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된 데 대해서 잔뜩 고무된 모습이었다. 국민일보와 부산일보 등 중소형 언론사에 소개되기는 했지만, 메이저 신문에서 자신의 책을 다뤄주지 못한 점을 아쉬워 하기도 했다. 

 

보편적이고 우주적인 이름, '도덕'을 너무 잘못 알고 있었다. 

 
나도 교육의 중요성과 한국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 적잖은 시간 고민했고 3년간 논술을 가르치며 새로운 교육대안을 고민해보았지만, 이양호 씨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논의된 대안교육에 대한 고민에서 적어도 한두 발자국 정도는 더 나아간 듯 보였다. 이 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안학교는 처음에는 자연과 하나된 인성교육, 전인교육, 건전한 민주시민을 위한 교육이라는 취지에서 출발하였다.


"공부와 도덕성을 서로 짝지으셨는데, 요즘 누가 도덕성 생각하면서 공부합니까. 다들 성공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거 아닌가요?"


처음에는 좀 짓궂은 질문으로 화두를 떼었다. 어설프게 꺼낸 우문에 대해 가차없이 현답이 돌아온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도덕'이란 그야말로 도덕책에서 보았던 '예의범절'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동양의 지혜에 따르면 도(道)는 '우주의 바른 길'을 뜻하며 덕(德)은 '바른 길을 수없이 실천해서 내 몸에 쌓이게 된 것'을 말합니다. 도덕은 그야말로 우주적인 개념이죠. 서양으로 가 볼까요. 서양에서는 자유와 평등을 떠나서는 도덕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선조들은 별자리를 진지하게 관찰했습니다. 별자리에 박힌 별들은 서로 침범하는 법이 없고 질서를 따르거든요. 웅숭깊은 '보편성'이 내재된 개념이 바로 도덕성입니다."

나의 '부도덕'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맹자>라는 책의 첫머리에서 "선생께서 먼 길을 마다않고 우리 나라에 찾아와 주셨으니 우리에게 어떤 이로운 가르침을 주시겠습니까?"라고 했다가 맹자로부터 "왕께서는 어찌 사사로운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인과 의가 있을 따름입니다."라고 대번에 야단맞은 양혜왕이 된 기분이었다. 자세를 바로잡고 대안교육 10년의 흐름과 교육현실, 새로운 대안학교에 대한 밑바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이양호 씨는 <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 <백설공주는 공주가 아니다?!>는 두 권의 책을 통해서 도덕성, 토박이말, 고전읽기는 교육철학의 주춧돌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차등수업료제도'에서부터 대안교육은 시작한다


"신문에 보니까 대안학교 관계자가 “대안학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강남 학부모 사이에서는 ‘1순위 유학, 2순위 특목고, 3순위 (서울대 신입생을 배출한) 대안학교’라는 말도 나돈다”(시사IN 61호)고 할 정도로 대안학교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안학교가 자라온 흐름을 일괄해 주신다면?"
- 대안학교가 우리나라에 시도된 지 10년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우학교나 간디학교 등 유명한 대안학교가 있죠. 하지만 대체로 대안학교는 귀족학교라는 선입견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민족사관 고등학교나 외고 같은 특목고를 대안학교로 잘못 아시는 분들도 많지요. 그리고 어떻게 말이 돌아다니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학원에 50만원 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해도 대안학교에 50만원 내면 엄청나게 부풀려져 현재의 선입견을 키운 것 같습니다. 그것은 대안학교도 대안학교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잡아나가지 못한 것도 중요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2006년 12월 교육인적자원부가 펴낸 <대안교육백서>에 따르면 대안 고등학교 졸업생 85%가 대학에 진학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생님께서 대안학교를 만드시려고 하는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 대안교육은 현재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교과목을 인정하는 속에서 만드는 방법(인가 대안교육시설)과 교과목 자체를 부정하면서 만드는 대안 교육(비인가 대안교육시설)이 있습니다. (인가를 받으려면 40억원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국민공통 교육과정을 50% 이상 이수하며 교원자격증을 가진 교사를 선발해야 한다.) 저는 지금 있는 대안학교에 대해서 비판하가보다는 하나를 더 보태고 싶습니다.  

 


▲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안교육 특성화학교 수는 160개에 이르며 학생수도 6,000명에 가깝다. 현재 인하대와 성공회대 등 대학교에서도 대안학교 이수자에 대한 특별전형을 실시하는 등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대안학교 모델을 세우신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구체적으로 다른 대안학교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 발도로프 대안학교의 제도 중에서 '차등수업료 제도'가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이 제도가 '의료보험제도'처럼 자리를 잡았습니다. 가정의 수입 내역이 파악되고 이에 따라서 수업료가 차등적으로 제시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재산내역을 공개하는 걸 상당히 꺼려 하니까 이것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겠지요. 100만원 버는 가정과 1,000만원 버는 가정이 똑같이 50만원을 내는 것은 비교육적인 일이죠. 돈이 있는 분들은 조금 더 내고 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도움을 얻는 방식을 만들고, 입학 희망 가정을 설득해서 타협을 이뤄낼 생각입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취지가 있습니다. 우선 돈이 없는 사람들도 공평하게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자는 차원입니다.


"'차등수업료 제도'를 들었을 때 '기여입학제'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입학금을 내는 정도에 따라서 학부모나 학생들이 지분을 행사하려는 경향이 강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듭니다."
- 그런 문제가 처음에 터질 거라는 사실을 모든 선생님들이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어떻게 바꿔나갈지 해결방법을 모색하려 합니다. 그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중학생만 되도 컴퓨터 게임 중독 등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너무 오랫동안 길이 들여 있어서 이것을 바꾸기가 굉장히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로 낮춰서 기숙사까지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기숙사라는 점이 또 걱정이 될 수 있지만, 생활 전반에 걸쳐서 교육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기숙사와 함께 운용하지 않으면 교육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초등 대안학교에 기숙사를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서 공감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어떤 공기 속에서 생활하는가가 교육에서는 가장 중요합니다. 학교에 갔다가 집에 가면 또 비교육적인 환경, 예컨대 컴퓨터 게임이나 폭력적인 영화, 어른들의 부동산 이야기 등 동심을 왜곡하는 신호가 너무 많습니다. 전반적으로 아이들에게 대안교육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라야 아이들의 사고가 자라고, 부모들도 이런 사회적 공기 속에서 (차등수업료를 내는 데 대해서) 큰 저항감 없이 교육제도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공적인 것, 보편성을 알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원론적인 지점에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선생님이 말하는 교육과 이제까지의 교육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 기자님은 현재 우리 시대의 얼굴이 무엇인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바로 '법률사무소 김앤장'입니다. 최고의 성적으로 좋은 학교를 나와서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변호사이고, 그들 중에서 가장 상위에 있는 단체가 바로 김앤장이지요. 김앤장 현상은 두 가지 문제점을 함의하고 있습니다. 민사고나 대원외고와 같이 이른바 귀족 학교를 생각해 보십시오. 입학에서부터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공적인 것'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이러한 공기 속에서 그들이 갑자기 '공적인 인간'이 될 수 있을까요? 그야말로 '사적인 영광'일 뿐이죠. 그리고 공적인 인간이 되지 못한 사람은 '우월감'에 빠질 위험이 큽니다. 우월감이란 이타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무척 위험한 것이죠.


"말씀을 들어보니 선생님께서는 '공교육' 중심의 대안을 짜고 계신 듯합니다. 요즘 들어 '수월성 교육'과 '경쟁 시스템'이라는 말이 대세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의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공교육 평준화 정책을 '하향 평준화'라고 폄하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국제 올림피아드 같은 엘리트 시험에서 최고 등수를 올리는 학생들이 공교육 때문에 바보가 된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주장입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은 공교육과 사교육, 수월성 교육 등 모든 교육 주체들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면 재미교포 김승기씨가 최근 쓴 박사논문 '한인 명문대생 연구'에 따르면 1985∼2007년 하버드대 등 미국의 14개 명문대에 입학한 한인 학생 1400명 가운데 56%인 784명만 졸업하고, 44%의 학생이 중간에 자퇴했다고 합니다. 미국 학생 34%, 유대인 12.5%, 인도 21.5%, 중국 25%에 비해 한국 학생들의 중도 탈락률이 매우 높죠. 이 수치는 우리나라 교육이 뭔가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수월성 교육을 주장하시는 분들은 '올림피아드'를 거론하지만 그것은 극소수의 엘리트에 대한 데이터일 뿐입니다. 올림피아드보다 OECD 공식 학력 테스트인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만 15세 학생들의 읽기, 수학, 과학적 소양 수준 파악 및 소양 수준에 영향을 주는 배경을 분석하여 각국 교육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시험. 3년에 한 번 OECD가 실시하며 2006년 현재 57개국 40만명의 학생이 참여했으며 우리나라는 154개 학교에서 5,000명이 참여했다.)가 좀더 확실한 자료입니다. 보통 아이들이 보기 때문에 대한민국 학생들의 평균실력을 가늠하는 이 시험에서 우리나라는 OECD 평균을 훨씬 뛰어넘고 있습니다.(2006년 기준) 문제는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실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데 이것은 중고등학교 교육과정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 2006년 실시된 OECD PISA의 시험 결과. 우리나라는 OECD 평균에서도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PISA는 올림피아드와 달리 '보통 학생'의 시험 결과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교육정책을 짜는 데 가장 중요한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선생님이 최근 출간한 <공도인>(글숲산책)에 보면 유난히 '도덕성', '보편성', '자유'라는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런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교육 모델에서부터 강조하신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 그것은 우리의 교육철학이 따로 없고 바탕 역시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주춧돌이 바로 서야 집을 지을 수 있듯이 공부를 가르칠 때도 '바탕'이 제대로 심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새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학'을 가지고 예를 들어 본다면, 우리들은 수학공부를 하면서 지혜를 얻는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수학이란 지극히 기능적인 과목으로 한정하는 것이죠. 하지만 서양의 문명에서 수학 공부는 자아를 성찰하고 수련하는 대표적인 분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플라톤, 피타고라스, 러셀, 데카르트 등 서양의 철학자들을 생각해 보면 모두 수학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플라톤의 저서(국가 정체)를 읽어 보면 돈을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어리석고, 명예를 사랑하는 사람이 그 다음이고,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지혜로운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혜를 사랑하는 주요한 방식이 바로 수학이었습니다. '창의력'에 대해서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현재 우리가 말하는 '창의력'이란 그저 욕망의 분출일 뿐 제대로 된 창의력이 아닙니다. 새로운 것이 다 창의력은 아니죠. 이전에 없던 것에 하나를 보태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산물들에 대해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즉 보편성을 가지고 있어야 바로 '창의력'이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죠. 역설적인 말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창의적인 인간에 이르기 위해서는 '고전'을 배워야 합니다. 

 

"말이 나왔으니 질문을 드립니다. <공도인>이나 <백설공주는..>에 보면 고전에 대한 독특한 해석과 특히 '토박이말'의 사용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에 대한 선생님만의 소신이 있을 듯합니다"
- 고전은 그 시대마다 새롭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백설공주는..>에서 독일의 자랑 그림형제의 동화 원문으로 우리 고전의 시각에서 해석했습니다. 구전해 내려오는 작품들은 어떤 식이든 상징과 시대정신이 있기 마련입니다. <공도인>에서는 '심청전'을 분석했고, 서양 고전으로는 '오이디푸스'를 분석했습니다. 단지 고전을 읽는 것보다는 하나의 고전을 잡고 여러 가지 관점으로 뜯어보고 오늘날의 현실과 갈마들면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토박이말을 강조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주체성을 함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말 속에는 한자어와 많은 외래어가 들어와 있습니다. 토박이말을 버리고 다른 말을 쓰면 단절이 일어납니다. 예컨대 '모순'(矛盾)이라는 한자어를 아는 사람은 그것을 모르는 사람을 은연중에 낮추어 보게 됩니다. 그것이 첫 번째 문제이며, 우리들의 사유를 오롯이 담아낼 건강한 그릇이 바로 토박이말이라는 점은 많은 철학자들이 강조했던 점입니다. 예컨대 서양에서는 '존재'라는 단어를 가지고 무수히 많은 책을 만들었다면, 우리도 역시 '있음'이라는 말을 써서 철학을 풍부하게 해야 합니다. 이런 까닭으로 토박이말을 저의 책에 계속 활용하는 것입니다. 토박이말과 고전, 도덕은 저의 교육철학을 이루는 밑바탕이 됩니다. 

 
인터뷰는 3시간에 걸쳐서 이루어졌다. 나름대로 교육계에 몸담고 있었거나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는 먹먹해짐을 느꼈다. 교육의 현주소를 보면서 개탄하고 바꿔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으면서도 제대로 된 교육철학을 세우지 못하고, 대세의 흐름에 정처없이 흘러갔던 그 동안의 세월이 반추되는 듯했다. 대안학교에 뜻을 함께 하는 한의사 분과 지금 대안학교의 밑작업을 하고 있다는 이양호 씨는 자신의 뜻을 읽고 손을 맞잡아줄 사람들에게 절박한 메시지를 보내는 심정으로 책을 출간했다고 한다. 그의 탄탄한 교육철학이 제대로 된 날개를 얻어 비상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했습니다.
링크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027716&PAGE_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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