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 제3판 개역본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강정인.김경희 옮김 / 까치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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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직접 만남으로써 일반적인 의미의 "마키아벨리즘" 오해와 헤어질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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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로서의 질병 이후 오퍼스 9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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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질병의 잠재력과 가공할 만한 위력


질병이나 고통은 사람에게 직접적인 자극을 준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공포'의 대상이다. 정치적 선동가들이 '암세포' 같은 병을 비유하고, 히틀러가 전체주의를 강요하면서 대수술 같은 처방을 비유로 든 것은 병이 주는 공포의 은유를 알기 때문이다. 질병은 필연적으로 고통을 수반하는데, 수술이라는 더욱 강력한 고통을 통해서 삶을 유지하느냐, 더 큰 고통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질병이 안내하는 죽음의 길로 가느냐라는 두 개의 선택지만이 인간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아들 부시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경쟁했던 앨 고어는 <이성의 위기>(중앙books)에서 공포가 이성의 가장 강력한 적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공포와 이성은 모두 인간을 행동으로 이끄는 강력한 동인이 되지만 권력자는 '공포'에 유혹을 받는다.

한편 질병의 상태는 그 자체로 인간을 고양시킨다. <은유로서의 질병>(이후)이라는 한 권의 책을 통해 내 평생의 의문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나의 경우 '열정'의 근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오랫동안 고민을 했는데, 그것은 오랜 질병 상태를 통해서 고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개인사로 보는 질병(고통)과 열정의 상관관계

비록 신생아라고 할지라도 질병에 오래도록 둘러싸여 있다면 성숙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목숨을 건 싸움이라면 더욱 그렇다. 신생아와 유아기 동안에만 세 번의 죽을 고비를 맞았다. 부모님은 세 번이나 각서를 썼다. "아기가 죽어도 의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당시로서는 일상적인 각서라고 한다. 그리고 내 옆에 언제나 '삽'을 준비하셨다. 내일 당장 하늘나라로 가버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병명은 급성폐렴, 임파성 결핵, 동맥절단 등이다.

너무 이른 나이에 과다한 항생제를 쓴 탓에 신생아 때 머리가 홀랑 다 벗겨졌고, 그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땜통'이라는 어감이 얼마나 무시무시했던지 내 유년시절의 상처를 상징하는 단어로 남아 있다. 무서운 질병들로 인해 나의 체질과 성격은 스무살이 될 때까지 완전히 주눅들어 있었다.

감기에만 걸려도 꼬박 두 달간 병원에 다녔다. 병원에서 <보물섬>이라는 어린이 만화잡지를 즐겨 봤는데, 의사 선생님이 부를 때마다 <보물섬>에게 "다음에 병원오면 또 봐야지"하고 말을 걸곤 했다. 병원에 오는 패턴이 5일장처럼 지속되다 보니 연속성이 생긴 것이다.

그 당시 얼마나 민감해 있었는지를 말해주는 사례가 하나 있는데. 그때 나를 고통스럽게 했던 딜레마가 하나 있었다. "만약 지옥에서 누군가 엄마의 목숨과 1,000명의 목숨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어떻게 선택해야 하나?"였다. 어린 나이에 왜 이 문제에 오랫동안 고통을 받았는지 모를 일이다. 때로는 엄마의 목숨을, 때로는 1,000명의 목숨을 선택하며 마음속으로 괴로워했다.

"폐병은 자네처럼 멋진 시를 쓰는 사람들을 특히 좋아하는 병이라네..."(시인 셸리가 키츠를 위로하며)
나는 계속 기침을 내뱉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침 때문에 내 모습이 추해지기는커녕, 내게 매우 잘 어울리는 우수 어린 분위기가 생겼다. (마리 바쉬커체프)

도스또옙스끼는 평생 간질에 시달렸다. 그가 남긴 불후의 명작들이 질병이나 고통과 직접 관계되는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를 연구한 수많은 비평가들은 '간질'이라는 키워드가 도스또옙스끼라는 인물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서양에서 '벼락'이 치면 엎드려서 하늘에 죄를 비는 것처럼, 중국에서는 '질병'에 걸리면 역시 엎드려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신에게 용서를 비는 풍습이 있었다. 질병으로 통해서 신이 인간의 잘못을 꾸짖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주 일리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32년 동안 질병 상태나 고통이 없는 상태가 거의 없었다. 몸의 고통과 마음의 고통을 합친다면 아마 모든 시간을 고통 속에서 살았던 것 같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을 때, 어떤 아픔이나 고통이 없는 상태를 매우 이상해하면서도 다른 사람에 비해 무척 행복해해하고 괜히 고마워했던 기억이 많이 나아 있다.

오장육부가 다 안 좋고, 왼쪽 팔은 오십견 걸린 것처럼 아프고 치아는 씹는 것을 두려워한다. 눈은 예전부터 안 좋아 안경을 썼다. 왼쪽 다리는 수술 때문에 걸음걸이에서 묘한 불균형을 만들어낸다. 오장육부 신체기관 마디마디 중에서 괜찮은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부모에게 받은 건강복도 없을 뿐더러 신생아 때 죽음의 문턱을 넘어오면서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 질병 마디마디, 고통 순간순간마다 내 감정은 고양되었고 내면은 거의 여성에 가까울만큼 섬세해졌다.


질병에 시달리는 고통과 견뎌내는 고통의 어마어마한 차이

그 사망자의 수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많고, 별다른 치료도 먹혀들지 않은 주요한 질병일수록 그 질병은 무수한 의미들에 시달리는 경향이 있다. (88쪽)

질병과 고통이 인간에게 주는 자극이 엄청나고 직접적이기 때문에 질병의 비유는 단련되거나 악용될 것이다. 하지만 질병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라서 우리의 운명은 달라질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님은 시민들을 향한 감사 인사에서 "제 남편은 평생 동안 고통을 당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고통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히틀러의 독일 국민이 고통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좋은 비교 대상이 된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고통은 하나의 시험이기도 했다. 불의에 타협하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권력이 주어지고 그렇지 않으면 죽음의 고통에 처해지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말도 안 되는 모함과 저주의 고통에 시달렸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이런 고통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그는 '고통'의 성격을 바꿔놓았다.

사실 질병과 인간의 관계에서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 히틀러의 독일 국민들은 고통에 시달렸고 고통을 피하려고 했기 때문에 히틀러가 제시한 허무맹랑하고 위험천만한 수술방식을 지지했다. 애꿎은 독일국민 탓할 것이 아니라 작년의 대한민국 국민만 하더라도 정체모를 고통을 없애주는 만병통치약 '뉴타운 처방약'에 열광해 한나라당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병이 환상이 되고 약장사의 영업 대상이 될 때 불행한 운명과 만난다.

나는 신념적으로 병과 고통은 일종의 메시지를 머금고 있다고 생각한다. 메시지를 받기 위해서는 고통을 피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현명하지 못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고통을 두려워하고, 가능한 한 문제를 피하려고 한다. 때로는 문제를 질질 끌면서 저절로 없어지기를 바란다. 무시하거나 잊어버리려 하고,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여기려고 한다. 심지어는 고통을 잊어버리기 위해 약물을 먹고 자신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정면으로 대항하지 않고 주변을 맴돌면서 달아나려고 한다. 그러나 문제와 고통을 피하려는 이런 태도가 바로 정신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 된다.
- 스캇 팩 박사, <아직도 가야 할 길>(열음사) 일부


고통에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자에게는 최고의 재앙이 뒤따르고, 고통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나 그 메시지를 얻으려는 자들은 한 단계 성장한다. 사실 수전 손택이 이 책을 통해서 던지려는 메시지도 이것이다.

손택은 자신의 책이 에이즈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에이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를 다룬 책-그러니까, 에이즈를 다룬 또 다른 책이 아니라, 그저 에이즈를 주요 사례로 들고 있는 책"이라고 설명해 줬다. - 부록, 수전 손택과의 대화 일부(243)

질병에 관한 주제선별도 그렇고 이를 통해 추구한 메시지도 그렇고, 영감을 주는 작가의 특징은 어떤 주제로 출발하건 간에 인간의 주요한 문제로 되돌아오는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질병이라는 주제어가 생뚱맞았지만,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이 주제가 우리에게 무척이나 중요했다는 점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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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09-08-29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서도,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에서도 질병이 얼마나 문학적으로 미화되는지를 깨닫고 정말 놀랐어요. 그때부터 생명을 담보한 고통보다도 고통이 주는 실루엣을 그린 문학작품을 경계하게 된것 같아요. 리뷰 잘읽었습니다.

승주나무 2009-08-30 20:12   좋아요 0 | URL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이라는 책은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통을 제대로 그린 책이 많이 나오면 좋겠지만, 대체로 고통은 판매의 수단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공자씨의 유쾌한 논어
신정근 지음 / 사계절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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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10종의 서로 다른 <논어> 책을 보았고 100번 정도 읽었다. 그래도 필요한 구절을 곧잘 꺼내 쓰지는 못한다. 내가 읽는 논어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남회근 선생의 알기 쉬운 논어강의(상,하)>(씨앗을뿌리는사람)과 <주주금석 논어>(현음사)인데, 전자는 논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여지와 중국 대륙의 역사를 한 노인의 이야기로 녹여내는 맛이 좋았다. 2권의 매우 지나치게 두꺼운 분량이지만(가격도 그에 대비하여 세지만) 내가 들인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았다. 후자는 문장 해석상에서 많이 도움을 얻은 책인데 한문학 교수의 자문을 듣고 구입해 지금까지 읽고 있다.


<논어>를 자꾸 읽게 되는 이유는 읽을수록 맛이 나고 생각해볼 여지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사귐’도 마찬가지로, 한 번 보면 더 만날 필요도 없는 사람보다는 만날수록 재미있는 사람에게 더 끌리는 법이다.

<공자씨의 유쾌한 논어>(사계절)은 하이퍼텍스트와 오픈텍스트의 웹2.0 정신을 동양고전에 시도한 재미있는 책이다. 하이퍼텍스트란 구절과 구절이 연결돼 있어서 비교해 볼 수 있다는 뜻이고, 오픈텍스트는 해석의 여지를 애초에 넓게 열어둔다는 뜻이다. 국문, 원문, 음을 병기하고 주요 구절마다 논술제시문과 논제를 도입한 다용도의 구성방식과 유가, 도가 등을 섭렵한 작가의 성실함은 어떤 독자든 이 책 한 권으로 논어에 다가감에 무리가 없도록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이 책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전통적 해석 방법에 대한 마르지 않는 비판정신이다.

한문은 '문리'라고 해서 반복적으로 읽고 암송하면서 그 뜻을 통째로 외우게 되고, 그 범례가 '문법'을 앞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옛 사람들의 번역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병폐가 많았다. 논어의 편명을 앞자리 두 개를 따서 쓰는 부분에 대해서도 대체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한학자 선생님께 들은 바에 의하면 사학(斯學, 유학을 사학이라고 부른다)을 하는 사람들은 선인이나 스승, 선배의 저작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금기하고 있기 때문에 좀처럼 부딪치는 해석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논어책 한 권을 읽으면서 참신한 해석 4~5개 정도 얻으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지만, <공자씨의 유쾌한 논어>는 각 장마다 4~5개 정도의 참신한 해석을 만나게 되었다. 그 중에서 내가 10년 넘게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이 깨질 때의 시원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즐겁다.

시대마다 고전이 다시 번역되어야 한다는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만, 그 시대의 색채가 오롯이 담긴 번역일 때 이 말은 유효하다. 이런 저에서 우리는 2009년에 어울리는 논어책을 한권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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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03-26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번! 그래서 네가 뼈대 있어 보였구나.ㅋ
이런 책은 나도 읽어보고 싶네!

승주나무 2009-03-27 21:53   좋아요 0 | URL
읽을 때마다 달라요.. 함 읽어보시면 꼭 좋을 듯~
쉽게 쓰여져서 잘 맞으실 거에요~

2009-03-27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4-02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바로 보관함에 넣어봅니다.
어서 신선한 해석을 만나고 싶네요 ^^
 
서클 모든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로라 데이 지음, 채인영 옮김 / 허원미디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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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에서 유일하게 기억나는 장면 

 


어린 시절 재미있게 보던 만화 중에서 <드래곤볼>이라는 게 있다.

드래곤볼에서는 손오공이라는 캐릭터가 여러 괴물들과 싸우면서 성장하는 장면이 나와 있다.

폭력물로 분류되지만 내 또래(30세)의 사람들이라면 아주 강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이 만화는 흥미진진한 것을 빼놓고는 별로 기억할 만한 게 없는데 '원기옥 이야기'는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다.

'원기옥'이란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기(氣)를 모아서 뭉친 공의 이름이다.

셀이라는 슈퍼파워 괴물과 싸울 때 지친 손오공이 손을 들고 힘을 모았는데,

모든 생명체들이 손을 뻗침으로써 힘을 모아 괴물을 이길 수 있었다. 

 
원기옥 이야기를 안 지 15년이 훨씬 넘은 지금에 와서 이것을 다시 떠올린 이유는 로라 데이라는 과학자 때문이다.

로라 데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자이며 CEO나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20년 넘게 직관과 영감을 계발시키고 실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가르치는 일을 해 왔다.

브래드 피트, 니콜 키드먼, 데미 무어가 그의 동료이며 그 외에 노벨상을 탄 과학자 제임스 왓슨과 영혼의 의사 디팍 초프라와 함께 세상에 비전을 보여주는 일을 하고 있다. 

국내에 번역된 <서클, 모든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허원미디어)에서는 '마술 지팡이'라고 표현했다.

인간의 의지력은 마술 지팡이와 같다. 그러나 그 의지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의지력은 우리의 안과 밖에 존재하고 있는 에너지를 끌어모아 마술 지팡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강력하게 힘을 몰아준다. 진정 자신이 원하는 꿈을 찾아내고 그것에 몰두하는 것-의지-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내적 자원이다. - 책 38쪽

 

절박한 것에 대해 관심 없었던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다

손오공이 쓰는 기술 중에서 원기옥도 둥글고 에네르기파도 둥글지만 두 개의 힘은 엄청나게 다르다. 에네르기파는 항상 쓸 수 있는 것이지만, 원기옥은 절체절명의 순간에만 쓴다. 그만큼 에너지가 많이 빠지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점이었다. 그것은 우리가 절박하게 무엇인가를 추구하면서 살기보다는 타성에 젖어서 살아가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인생이 재미가 없어지면 타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말이 될 것이다. 

절실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지만, 절실한 마음을 먹으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 없다. 절실하게 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일이 있다면 어딘가에 그렇지 못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잠을 자면서도 그 생각을 하고 모든 관심이 그 쪽으로 집중되고 그 일에 미칠 수 있다면 되지 않을 일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로라 데이는 그 일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존재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 일은 이미 나만의 것이 아닌 셈이다. 이 말에 따르면 내가 그 일에 대해서 내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아버린다면 세상의 모든 것과 통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한 번 하다가 말아버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세상 모든 일에는 마찰력이 있어서 뭔가 하려고 하면 저항하는 힘이 있지만, 그 속에는 그 일을 도우려는 힘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 로라 데이의 생각이다.

더 놀라운 것은 내가 절박하게 살려는 의지도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절박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이 절실한지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나름 절박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은 세상 사람들이 대체로 생각하는 것을 내가 반복해서 생각할 뿐인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제까지 에네르기파만 주로 쏘았지, 진정한 의미의 원기옥을 쏘지는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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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9-02-11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승주나무님 저도 드래곤볼 진짜 좋아했어요 ㅎㅎ 저는 만화책만 봤어서 저 장면이 낯설어요 >.<

승주나무 2009-02-12 17:24   좋아요 0 | URL
아핫~ 그렇군요.
저는 티비 돌리다가 손오공만 나오면 멈추고 한 시간은 보는 못된(?) 버릇이 있습니다.^^

뷰리풀말미잘 2009-02-11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셀을 날려버린건 손오공과 손오반의 더블 에네르기파란 말입니다아아..

승주나무 2009-02-12 17:2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저 손오공이 드는 것은 셀이 아니라 '프리더'인 모양이네요^^
프리더도 처음 나올 때는 정말 무서운 친구였는데..어쩌다가 저렇게 됐는지~~
나 지금 누구랑 대화하니 ㅋㅋ

일달 2012-02-28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짤을 퍼 갈께요!! :-)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
하재근 지음 / 포럼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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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오해를 위한 변명

<서울대학교학생선발지침>(이하 <서울대지침>)을 읽으면서 선뜻 떠오르는 오해는
첫째, 이 책이 마치 서울대에 합격하기 위해서 마련된 지침서 같은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디자인이나 문구를 조금만 확인해보면 금방 알 수 있지만, 글의 전체적인 내용과 제목이 부조화인 것은 분명하다. 좀더 나쁘게 말한다면 자극적인 제목을 덧붙인 것 같은 느낌이다.
둘째, 교육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온통 신자유주와 경제문제가 나온 점에 대해서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이 책은 지겨울 정도로 동어반복을 보이기는 하지만, 신자유주의의 관점에서 교육을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하나의 환기가 될 수 있다. 교육은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매우 특수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현대사의 모든 욕망과 가치가 덧붙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교육문제를 파고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신자유주의 키워드를 지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재근에 관한 인상과 <서울대학교학생선발지침>에 대한 다소의 아쉬움

<서울대지침>에 대해서 말하면서 하재근의 인상을 언급하는 이유는 그의 평소의 행보와 이미지가 이 책에 고스란히 놓여 있기 때문이다. 문학비평으로 따지면 '작가론'의 영역일 텐데, 이 책은 '작가론'을 분석하면 좀더 내용이 잘 드러나리라 기대한다.
하재근이라는 사람을 알게 된 것은 디워논쟁으로 100분토론에 나온 그를 보면서이다. 진중권과 맞서는 위치에서 디워에 대한 네티즌의 지지를 등에 업고 그 자리에 나왔다. 하지만 내내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을 보이거나 딴지를 거는 듯한 인상이 아쉬움이었다. 그 때 내 주위에 들려온 말은 하재근은 말보다는 글이 낫다는 거였다. 혹은 글에 비해서 말은 정말 못한다는 말로 들리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중국 쓰촨성 지진에 관해 그가 써놓은 칼럼("누리꾼이 괴물이 돼버렸다")을 본 적이 있었다. 거기서는 쓰촨성 지진에 대해서 중국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한 기사에 관한 인상을 적어놓았다. 악플러들이 달아놓은 악성 댓글을 성토하는 내용이 골자였는데, 나는 다소 편파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글에는 300개가 넘는 댓글들이 달렸는데, 그의 주장을 옹호하는 사람들과 비판하는 사람들이 혼재돼 있었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몇 가지 사례를 가지고 '괴물'이라는 식으로 몰고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식이었다. 그 글을 읽고 쓴 글이 "쓰촨성 지진사태에 대한 악성 댓글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는데, 거기서는 하재근이 악플보도의 문맥은 보지 않고 악플 자체를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운 심정을 넣었다. 중국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협의하기는 했지만, 중국은 한국에게 어떻게든 한방을 먹일 태세였다. 중국을 거의 왕따시켜놓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친미 일변도로 흐르면서 북한카드를 버렸고, 중국과의 관계도 무시해 버렸다.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미국에게는 완전히 발가벗겨진 상태가 돼버렸다. 한국 네티즌 악플에 관한 기사는 이런 문맥에서 나온 것인데, 이에 대한 지적이 없었다는 것은 하재근이 이 이 문제에 대해서 피상적으로 접근함을 보여준다. 만약 <서울대지침>을 400여쪽이 아니라 200쪽 미만으로 압축할 수 있었다면 훨씬 좋은 책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논리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함

<서울대지침>을 보면서 갑자기 '타짜'라는 영화가 생각이 났다. 거기에는 인상적인 장면이 두 개 나온다.

1. 대학교수가 노름에 빠져 아들 병원비를 날려버렸다. 고니가 불쌍히 생각해 돌려주지만, 교수는 그 돈을 가지고 다시 노름판으로 달려갔다.
2. 정마담이 제대로 설계한 호구(권태원)는 정마담에게 이렇게 말한다. "노름이 뭐냐~ 파도 아니냐.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는 거야"

대학서열제 중심의 입시체제에서 이미 판돈을 가져갈 사람들은 정해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있는 돈 없는 돈 털어서 판돈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가져갈 수 있는 돈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자신의 돈만 허공에 날리게 된다. 무슨 말이냐면, 가난한 집의 사람들이 100만원을 벌면서 6~70만원을 아이들 학원비로 낸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10배~20배 넘는 부자들의 판돈에는 한참 못미치기 때문에 자신들의 판돈을 모두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비평준화로 가고 있는 지금 세태에서는 모두가 1등만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현재상황이 비참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평준화가 실현된다면 저 사람은 공부를 잘 할테고, 나는 만들기를 잘한다는 식으로 개성이 드러날 수 있다. 창의성이 말살되고 있는 구조를 문제시한 점이 좋았다. 그리고 신문 기사의 내용을 인용하며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실질적인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은 이 책의 장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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