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 박완서 아카이브 에디션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지난 날, 어두운 단칸방에서 본 한발 속의 고목, 그러나 지금의 나에겐 웬일인지 그게 고목이 아니라 나목이었다. 그것은 비슷하면서도 아주 달랐다. 나는 또한 내가 그 나목 곁을 잠깐 스쳐간 여인이었을 뿐임을, 부질없이 피곤한 심신을 달랠 녹음을 기대하며 그 옆을 서성댄 철없는 여인이었을 뿐임을 깨닫는다.


이번에 읽은 <나목>은 세계사에서 새로 내놓은 양장본이다. 아! 올리브색이 싱그러움을 불러 넣고, 코랄빛 덮은 <나목> 두 글자가 어찌나 멋스럽던지. 이 책을 본 사람은 안다. 제목은 나목이지만 왜 이 책은 초록과 붉음이 있어야 하는지.

경아의 젊음이 더 돋보이길 바랐다. 치기어린 첫사랑이 통속적인 불륜으로 덮히지 않았음했다. 처참한 상황 속에서 청춘임을 잃지 않으면 좋겠다고, 그 시절에도 낭만이 있었고 사랑의 열병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이 있었노라 외침을 많이 알아주었음 좋겠다.

비록 나목일지라도 누군가는 그 나무를 보고 ‘어쩌면’ 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도 있고, ‘한때는’하고 과거를 반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간 나도 시들어 마르겠지.

사랑의 범위는 참으로 넓다. 남녀간의 사랑이 꼭 애정과 욕망만 있으랴. 사람과 사람이 사랑하는 마음엔 동경과 그리움, 결핍, 충족과 같이 다채로운 장르가 뒤섞여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 책은 경아와 옥희도의 부적절한 사랑으로 점철되기엔 너무나 큰 작품이다. 한 사람의 시간을 따라가지만 실은 시대를 반추하고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깊이있는 소통의 장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이 책은 마땅히 그럴 가치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평화 시장 북멘토 그림책 21
김지연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별이네 삼남매는 시장에 갔다가 우연히 ‘나쁜평화’를 파는 아저씨를 만납니다. 그 아저씨는 소중한 것을 주면 솔방울폭탄, 총 등 ‘나를 지키는 나쁜 평화’를 바꿔줍니다. 별이는 아빠가 돌아오시려면 필요한 평화를 샀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건 진짜 평화가 아니라는걸 알고 다시 돌려줍니다.

▫️다행히 아저씨도 아이들이 돌려준 순수한 마음을 받자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진짜 평화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처음 <평화시장> 표지와 제목만 봤을 때는 ‘평화시장에서 어떤 일이 생길까?‘ 라는 궁금증 뿐이었습니다. 그림책이니까, 유아동책이니까 귀여운 인물들이 평화시장에 가서 생기는 일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한 번 읽고 두 번째 보니 먼젓번에선 보이지 않던 것이 나타났습니다. (제가 놓친게 맞겠죠?)

▫️표지 상단에 토끼가 ’총‘을 들고 있더군요. 하단 뒷면 토끼들도 옹기종기 모였다 생각했는데 아빠가 없는것 같았습니다. 이 책, 마냥 생각없이 읽으면 안 되겠구나!

과연 진짜 평화는 언제쯤 찾아올까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상한 영화관 북멘토 가치동화 60
박현숙 지음, 유영주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상한 영화관>은 아주 낡은 영화관 당열 44번 좌석의 저주와 관련해 얽히고 설킨 “미스테리유쾌동화”입니다. ‘미스테리’한데 어째서 유쾌하냐고요? 이 무거운 이야길 진중하게 끌어가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줄기는 “다열 44번 좌석 괴담“입니다. 무수한 추측이 오갔지만, 결론은 아주 뭉클하답니다. <수상한 영화관>은 백 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전쟁중에도 문을 열었답니다. 정말 대단하죠? 그리고 더 대단한 일을 한 분이 계십니다. 이 미스테리의 열쇠는 ‘그 분’에게 있습니다.

▫️외국 여행을 자주 나갔습니다. 몇 년 만에 가도 여전히 남아있던 가게와 건물들이 참 좋았습니다. 어릴적 추억이 덕지덕지 묻은 동네 회관은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뛰어놀던 공원엔 원룸촌이 들어섰습니다. 오래된 것은 고쳐쓰지 않고 새것으로 넙죽넙죽바꾸는 것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수상한 영화관>이 어린이책이라 가볍게 넘길 수 없었습니다.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여기도 있구나, 굉장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도대체 이 수상쩍은 영화관의 비밀이 뭐길래, 다 큰 어른의 콧날이 시큰해지도록 봤던걸까요?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수상한 영화관>으로 오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도 꿈이 있나요? - 나를 다시 꿈꾸게 한 작은 물음
황미영 외 지음, 김선이 기획 / 미다스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간 에세이 <엄마도 꿈이 있나요?>는 여덟명의 작가가 함께 쓴 책이다. `꿈을 펼쳐가는 여덟 엄마의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엄마로, 아내로, 주부로 살던 이들이 꿈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지금 내 자리에서 나아가고 싶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읽고 공감할 따스한 에세이, <엄마도 꿈이 있나요>를 들여다보자.

누군가는 "유별나다"고 했다. "다들 그렇게 살아", "그래서 너는 엄마가 싫다는거니? 애가 불쌍하다", "유난스럽다", "살만하니 그런 생각을 하는거다", "니가 그러면 애들이랑 애들아빠는 언제 챙겨?" 그러다보면 그냥 제풀에 지쳐 덮고만다.


이렇게 말하는 이들에게 책을 권하고싶다. "내 꿈을 갖는다고해서 내 삶을 정리하는건 아니다"고 말해주고 싶다. <엄마도 꿈이 있나요?> 속 엄마이자 '나'는 "나의 꿈"을 향해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꿈이 없는 이들에겐 최선을 다하는 삶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이 사람도 하는데" 용기도 내 볼 수 있다.


무기력해진 자신을 돌아보며 '내가 가진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주어진 삶은 오로지 나의 것, 내꺼니까 내 마음대로 상상하고 꿈꾸는건 가장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생님이 좋아서,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 01년생 유치원 교사로 살며 배우고 성장한다는 것
박세은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같은 학부모지만 이해하기 힘든 사람을 볼 때면 선생님의 노고에 더욱 감사하게된다. 심하게 말하면 ’갑질‘하듯 선생님을 다그치고 상식에서 벗어나는 요구와 예의를 갖추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들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고 하지만 최소한 ’사람들 간의 기본적인 예의와 상식’선만 지켜도 저런 일이 없을건데 싶어 안타깝다.

박세은 선생님이 쓴 <선생님이 좋아서, 선생님이 되었습니다>를 읽으면서, 나는 그 동안 스쳐간 선생님을 생각했다. 더불어 나와 14살 넘게 차이나는 박세은 선생님이 나보다 더 아이에게 진심이라는게 느껴져 부끄러웠다.

교직에 몸담고 있는 선생님, 아이를 돌보는 선생님들이 쓴 책은 많다. 우선 이들의 책은 “성의가 있다.” 본인이 겪은 일, 생각, 이론 등을 정리해 한 권의 책을 내기위해선 ‘주제’를 아주 오랫동안 봐야하고,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고, 그걸 글로 담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것이다. 더군다나 갖가지 사례를 보는 이들이 불편하지 않고 공감을 자아내야하기때문에 한 줄의 글에도 배려와 이해가 묻어나있다.

이 책은 세련되고 감각적인 에세이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학생이었고, 아이를 기관에 보내고,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그 어떤 책보다 더 잘 읽고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할 수 있을것이다. 특히 나같은 ‘나일롱 엄마’는 “내 아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수 많은 ‘아이와 관련한 일’을 어떻게 해쳐나갈지에 대한 최소한의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