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열리는 나무>>
사라 스튜어트 지음, 유시정 옮김, 데이비드 스몰 그림
<<도서관>>이나 <<리디아의 정원>>과 같은 분위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그림책입니다.
돈과, 세상의 모든 '속물적인' 근성과는 동떨어져 초연하게 살고 있는 것 같은 주인공 맥 아주머니의 집에 돈이 열리는 나무가 자라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나뭇잎 정도만 나누어가지며 감사했을 것 같은 사람들이,
(약간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뭇가지를 잘라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밤이나 낮이나 줄기차게, 염치없이 나무에서 돈을 따가기에 바쁩니다.
결국 겨울이 되어 나무를 잘라버리고 나서야 아주머니는 평화를 되찾았고, 그 의미를 알듯말듯한 미소를 짓지요.
맥 아주머니의 집에 밤낮없이 몰려와서 돈잎을 따서 짊어지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저도 싫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세상에 초연한 듯한 자세로 돈이 열리는 나무를 싹뚝 베고서야 만족해 하는, 이 이야기가 어딘지 모르게 불편합니다.
이 그림책이 낯설게 느껴진 진짜 큰 이유는 ...
아름다운 열두 달의 풍경과 대조적으로, 시종일관 사람들을 바라보는 우울하고 차가운 아주머니의 표정입니다.
자연과 동화되어, 모든 걸 내려놓고 순리대로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 것은 알겠으나, 사람 속에서 섞여살 것 같지는 않은 그런 표정입니다.
나무를 자르는 걸 도와준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혼자서 조용히 앉아 미소를 짓는 마지막까지도 ... 왠지 인간세상과 떨어져서 혼자만이 짓는 미소처럼 느껴집니다.
<<도서관>>의 엘리자베스 브라운처럼 도서관을 지어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하거나,
<<리디아의 정원>>의 리디아 그레이스 같은 아이들이 더 많은 정원을 만들며 행복해 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
자연과 동화되어,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넓은 공원(?)이나 농장을 만들어 주거나 ...
이렇게 좀 더 세상과 섞여사는 얘기라면, 세상 사람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었다면, 세상 사람들 중에는 따뜻한 시선을 받을 만한 사람들도 있다는 분위기라도 내주었다면 ... 좀 더 이해가 쉬웠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게는 말이지요. (역시, 저는 별수 없이 속물인가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
어른들에게는 한 번쯤 생각을 하는 그림책이 될 수 있고, 초등 고학년의 아이라면 함께 토론할 수도 있겠으나 ... 어린 아이들에게도 좋은 그림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책을 읽은 후의 용이의 반응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