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장난감 사주지 마세요" 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풍부한 상상력으로는 베개 한 개도 재미있는 장난감이 될 수 있는데, 실제 모양과 똑같은 장난감을 많이 사주다 보면 아이의 상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요.

후자의 얘기가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전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

작은 체중계가 무대가 되어 무대 위에서 춤과 노래를 선보이고,
소파는 낚시 의자, 거실은 호수, 맨 손은 낚싯대가 되어, 물고기(제 눈에는 허공입니다)를 잡을 수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이건 상자가 아니야>>(앙트아네트 포티스 글,그림)는 이런 아이들의 상상력을 간결한 선과 그림으로 멋지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기 토끼에게 상자는 자동차도 되고, 높은 산도 되고, 우주선도 되니 말이에요.

* 이 책에 대한 오해 #1. '네모 한 가지로 응용을 하여 여러 가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얘기인가 보다' 생각했었는데, 아니더군요.

* 이 책에 대한 오해 #2. 뒷표지의 '거꾸로 들지 마세요'를 보면서, 책 안에 책갈피나 다른 조각이 들어있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더군요. 왜 거꾸로 들면 안되느냐구요? 책을 직접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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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요술물감>>
하야시 아키코 글, 그림.

제법 나이 터울이 있어 보이는 오누이.
동생 누리는 오빠가 사용하는 그림물감이 좋아보이기만 합니다. 오죽하면 이름이 요술물감이겠어요?

조르고 졸라서 오빠에게 빌린 요술물감,
그런데 아이가 온갖 색을 섞어 초콜렛 색 그림(아이의 오빠는 진흙탕이라고 했는데, 우리 슬이는 초콜렛 그림이랍니다)을 그리는 사이, 다람쥐, 생쥐, 까마귀가 나와서 살금살금 물감을 집어가기 시작합니다.

물감을 가져가는 뱀을 발견하고 쫓아간 숲에는 ...
곰, 여우, 토끼, ... 자벌레까지 온갖 동물이 모여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마음 착한 아이와 동물들이 함께 그려낸 그림은 멋진 요술 그림이 되어 있네요.

숲 속 동물들과 사이좋게 그림을 그리는 것도, 마지막의 요술 그림을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동물들이 그림물감과 종이를 조금씩 조금씩 어떻게 가져가는지 숨은 그림처럼 찾아보는 재미, 글이 씌어있는 면에 있는 자벌레의 움직임을 보는 재미, ... 이런 자잘한 재미들이 쏠쏠합니다.

이 책은 둘째가 무척 좋아해서, 10월 내내 함께 읽고 있는 책 중 하나입니다.

오빠의 물건이면 무조건 좋아보이는 동생과, 동생에게 자신의 물건을 주지 않으려다가도 어쩔 수 없이 양보하는 오빠. 

오빠의 물건을 '혼나가며' 뺏어다 쓰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그림책 속의 아이가 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더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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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빔 : 여자아이 고운 옷>>에는 누나가 입는 여자아이의 한복을,
<<설빔 : 남자아이 멋진 옷>>에는 누나보다 세 살 아래인 남자아이의 한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옷 입는 과정을 예쁜 그림에 담아 보여주고, 옷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있는 점도 좋지만, 
이 책에서 더 마음에 드는 점은 그 과정에서의 아이들의 움직임입니다.

누나는 양반집(추측컨대) 아씨답게, 새침한 얼굴로, 빈틈없이(거의!) 한복을 챙겨입습니다.
단정한 자태로 말이지요.

그런데, 남동생은 바지 입고, 저고리 입고, 버선 신는 사이사이, 방안에서 연도 날리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장난도 치고 ... 우리가 집에서 만날 수 있는 개구장이 남자아이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우리 아이가 옷 입다가 그리 장난을 쳤으면 화가 났을텐데, 그림책의 아이가 장난을 치는 건 귀엽기만 하네요.)

남자아이가 옷을 다 입고난 후에 나오는 "한복을 차려입은 대가족"의 모습을 보는 것도 기분이 좋은 일입니다. (아마도 누나가 옷을 입는 것보다 남동생이 옷을 입는 데 더 시간이 걸렸겠지요 ^^)

* 올겨울, 외국에 사는 조카들에게 세트로 선물하려고 "찜"해 두었습니다. 

* 슬이는 여자아이임에도, 남자아이 책에 더 큰 관심을 보입니다. 아무래도 옷 입는 동안 장난을 치는 아이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겹쳐놓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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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닥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아니, 내 일상에서 조그만 어려움이 있을 때에도 제 주변의 아름다운 것들은 눈에 잘 안 들어옵니다. 예쁜 꽃도, 맑고 푸른 하늘도, 붉게 물든 고운 단풍도 눈에 안 들어오지요. 그러다 어느 순간 고개들어 하늘을 보면서 "아, 이렇게 예쁜데 말이야, 무슨 그리 큰 일이라고 아웅다웅하고 살았을까..."라고 반성을 합니다.

<<리디아의 정원>> 은 그런 저에게 다시 한 번 반성(!)을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리디아의 정원>>
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그림), 이복희 (옮긴이)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삼촌네에 가서 지내게 된 아이, 리디아.
가족과 떨어져지내게 된 걸 속상할텐데, 그런 내색 없이 엄마, 아빠, 할머니에게 사랑을 가득 담은 편지를 보내 (오히려) 위로를 하고...
삭막하고 멋없는 삼촌네 건물에 진심 어린 꽃들을 피워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이 책의 주인공 리디아 그레이스는 삭막한 도시에서 아름다운 빛과 공간을 찾아낼 줄 아는 아이,
가족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
꽃보다 더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을 가졌을 것 같은 아이입니다.

리디아의 편지글과 따뜻한 시선이 담긴 멋진 그림이 어우러져,
보는 내내 마음이 행복한 ... 그런 책입니다.

원제, <<The Gardener>>.

한글 번역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에 반해 베오영에서 나온 영어 책도 덜컥 구입을 했습니다. ^^

같은 내용입니다만, 한글로 읽을 때와는 또다른 맛이 있습니다. 
여자아이가 조곤조곤 읽어주는 오디오테이프를 듣고 있으면, 리디아가 이런 목소리로 편지를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글도, 그림도, 정말 멋진 책입니다.

* 한글 책은 용이 혼자서 읽게 그냥 두었었는데, 영어 책은 잠자리에서 아이에게 읽어주었습니다. 
용이는 직접적인 반응을 안 보이는데, 오히려 슬이가 좋아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옆에 앉아서, 마치 내용을 알아듣는 듯이 진지한 표정으로 듣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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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10-25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올려주시는 리뷰를 잘 읽고 있습니다. 저도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엄마거든요. 아이때문에 보기 시작한 동화가 저에게도 큰 감동을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bookJourney 2007-10-25 17:43   좋아요 0 | URL
전, 아이들보다 제가 좋아해서 책을 사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어떤 그림책은 첫째에게는 때늦은 책이고, 둘째에게는 이른 책인 경우도 있거든요.
"엄마, 제가 이 책(그림책 종류)의 독후감을 쓰기는 좀 곤란하지 않을까요?" 라고 말하는 첫째에게, "아니야, 좋은 그림책은 나이가 들어서도 읽을 수 있고, 독후감도 쓸 수 있는거야."라면서 말이지요. ^^
 


<<돈이 열리는 나무>>
사라 스튜어트 지음, 유시정 옮김, 데이비드 스몰 그림



<<도서관>>이나 <<리디아의 정원>>과 같은 분위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그림책입니다.

돈과, 세상의 모든 '속물적인' 근성과는 동떨어져 초연하게 살고 있는 것 같은 주인공 맥 아주머니의 집에 돈이 열리는 나무가 자라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나뭇잎 정도만 나누어가지며 감사했을 것 같은 사람들이,
(약간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뭇가지를 잘라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밤이나 낮이나 줄기차게, 염치없이 나무에서 돈을 따가기에 바쁩니다.
결국 겨울이 되어 나무를 잘라버리고 나서야 아주머니는 평화를 되찾았고, 그 의미를 알듯말듯한 미소를 짓지요.

맥 아주머니의 집에 밤낮없이 몰려와서 돈잎을 따서 짊어지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저도 싫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세상에 초연한 듯한 자세로 돈이 열리는 나무를 싹뚝 베고서야 만족해 하는, 이 이야기가 어딘지 모르게 불편합니다.

이 그림책이 낯설게 느껴진 진짜 큰 이유는 ...
아름다운 열두 달의 풍경과 대조적으로, 시종일관 사람들을 바라보는 우울하고 차가운 아주머니의 표정입니다.

자연과 동화되어, 모든 걸 내려놓고 순리대로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 것은 알겠으나, 사람 속에서 섞여살 것 같지는 않은 그런 표정입니다.
나무를 자르는 걸 도와준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혼자서 조용히 앉아 미소를 짓는 마지막까지도 ...  왠지 인간세상과 떨어져서 혼자만이 짓는 미소처럼 느껴집니다.

<<도서관>>의 엘리자베스 브라운처럼 도서관을 지어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하거나,
<<리디아의 정원>>의 리디아 그레이스 같은 아이들이 더 많은 정원을 만들며 행복해 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
자연과 동화되어,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넓은 공원(?)이나 농장을 만들어 주거나 ... 

이렇게 좀 더 세상과 섞여사는 얘기라면, 세상 사람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었다면, 세상 사람들 중에는 따뜻한 시선을 받을 만한 사람들도 있다는 분위기라도 내주었다면 ... 좀 더 이해가 쉬웠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게는 말이지요. (역시, 저는 별수 없이 속물인가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
어른들에게는 한 번쯤 생각을 하는 그림책이 될 수 있고, 초등 고학년의 아이라면 함께 토론할 수도 있겠으나 ... 어린 아이들에게도 좋은 그림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책을 읽은 후의 용이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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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4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