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렸을 때는 이상하게도 <<개미와 베짱이>>가 불편했습니다.
딱 꼬집어 뭐라 말할 수는 없는데 이상하게 마음에 안 드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아이 엄마가 된 어느 날 읽은 <<Frederick>>은 개미와 베짱이를 다시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Frederick>>은 겨울을 준비하여 열심히 일하는 들쥐들과는 달리, 햇빛 아래서 '빛'을 모으고, 풀밭을 바라보며 '색'을 모으고, 생각에 잠겨 '단어'를 모으는 프레드릭의 이야기입니다.
프레드릭은 일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프레드릭 나름대로 긴 겨울을 준비한 것입니다.
춥고 긴 겨울, 먹을 것도 떨어져가고, 이야깃거리도 떨어져갈 때쯤,
프레드릭은 그동안 모았던 것들로 멋진 시를 낭송하여, 가족들에게 햇빛과 따뜻한 날들의 색깔과 평화와 위안, 행복을 나누어 줍니다. 몸으로 움직여 일하지는 않았으나, 예술가로서, 시인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한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그러한 프레드릭을 인정해 주는 다른 쥐들의 태도입니다.
프레드릭의 시를 음미할 줄 알고, "프레드릭, 넌 시인이야 !" 라고 칭찬하는 태도 말입니다.
이 책은, 우리 삶에서의 '시인'의 소중함, '예술가'의 역할과 가치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세상에는 몸을 움직여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진을 찍어 많은 의미를 전달하는 사람들도 있고,
음악으로 즐거움, 슬픔을 표현하거나 고통을 덜어주는 사람들도 있으며,
프레드릭처럼 시를 통해 어려운 시기를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요...
다시, <<개미와 베짱이>>로 돌아가서 ...
지금 생각해 보면, 예술가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창한 이유로 개미와 베짱이가 싫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린 마음에, 음악을 연주하는 베짱이를 비난하는 것도 싫었지만, 추운 겨울 헐벗은 베짱이를 매몰차게 내쫓는 개미들도 미웠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생각도 나중에 정리된 것으로, 그 당시에는 교과서적인 답변은 하면서도 왜 싫은지 구체적으로 표현을 못했었지요.)
우리 아이들은 <<개미와 베짱이>>의 개미보다는, <<프레드릭>>의 가족들 같은 자세였으면 좋겠습니다.
* 색종이를 오려 붙인 듯한 그림이 재미있습니다. 사색에 잠긴 프레드릭, 열심히 일하는 들쥐들, 시를 낭송하는 프레드릭, 눈을 감고 상상하는 가족들, 시인이라는 칭찬을 들으며 부끄러워하는 프레드릭 ... 각 장면에 표현된 쥐들의 표정이 참 귀엽습니다. (전 모든 종류의 쥐를 싫어하는데요, 이 책에 나와있는 쥐들은 싫지 않네요 ^^)
* 제가 가지고 있는 <<Frederick>>은 언어세상에서 책과 테잎을 함께 묶어 만든 판입니다. 책 크기도 적당하고, 인쇄나 제책 상태도 좋고, 테잎에 들어있는 나레이션이나 노래도 참 듣기 좋습니다. 책 읽는 재미를 두 배로 늘려주는데요... 책은 Dragonfly Books(Random House)에서 나온 것과 동일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테잎이 Random House의 테잎과 같은지는 자신할 수가 없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