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토끼, 하얀 늑대가 상징하는 건?
순오기님의 리뷰를 읽다가 첫째 아이가 어렸을 때 책을 읽으며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일부는 순오기님의 리뷰에 댓글로도 쓴 얘기이지만 ... 나중에 잊을 것 같아 정리를 해 두려고 한다.
'빨간 모자', '빨간 두건', '빨간 망토' 여러 가지 이름으로, 여러 가지 판을 가진 이야기. 크레용으로 그린 것 같은 그림이 독특하여 이 책을 선택했었던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 보아왔던 책들보다 그림이 마음에 들어 흐뭇해 하며 아이와 읽는데 ... 출판사에서 주는 '설명'이 마음에 걸렸다.
요약컨대, 그림에서 오류가 있다는 것이었다. 떡갈나무의 수가 갑자기 바뀌거나, 낮에서 밤으로, 다시 낮으로 바뀌는 장면이 있다는 ...
출판사의 설명을 무시하고 넘어가려다 아이에게 은근슬쩍 물어보았다.
"어, 왜 갑자기 밤이 되었지?", "다시 환해졌네."
아이는 이런 질문을 하는 내가 너무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하는 말, "얘가 다른 데서 놀다가 늦게 할머니한테 갔으니까 그렇지.", "할머니 집에서 잤잖아요."
그린이의 의도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 평론가들에 맞추어 그림 하나하나에 꼬투리를 잡으며 읽을 필요는 없다는, 아이의 눈과 생각은 어른보다 한 발 앞서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평론가의 관점으로 아이에게 질문하는 일은 거의 없다. ^^
이 책도 ... 여러 가지 판의 피터와 늑대 중에 그림이 마음에 들어 골랐던 책.
용감한 피터, 동물들의 행동, 마지막 장면의 행진까지 ... 글과 그림이 마음에 쏙 드는 책이었다.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을 함께 들으며, 피터, 뒤뚱뒤뚱 오리, 살금살금 늑대, 사냥꾼, ... 각 등장인물에 따라 소리가 어떻게 다른지, 각자의 다른 행동 다른 장면이 음악으로 어떻게 묘사되는지도 느껴보고 ... 다시 그림책을 보며 음악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
그런데, 문제는 늑대 뱃속에 들어있는 오리.
아이가 '빨간 모자'를 기억했는지, "늑대 뱃속에서 오리를 꺼낼거지?"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아니, 오리는 잡아먹혔잖아." 라고 대답을 했는데 ...
아이는 (그림을 가리키며) "늑대 뱃속에 오리가 들어있는데, 왜 안 꺼내?"냐는 것이다.
(아이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을 하고 마무리를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
지금 생각해 보면 빨간 모자를 읽었던 아이의 생각으로는, 그리고 뱃속에 통째로 들어있는 오리 그림을 본 아이의 생각으로는 오리를 꺼내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왜 그 때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대답하는 것이 그리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오래간만에 아이들과 함께 <<피터와 늑대>>를 꺼내읽고, 음악도 다시 들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