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철학>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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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철학 ㅣ 포즈 필로 시리즈 1
크리스토프 라무르 지음, 고아침 옮김 / 개마고원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한때는 걷기를 좋아해서, 스트레스를 걷는 것으로 해소하고, 울적한 기분을 걷는 것으로 달래고, 무작정 걸으며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산책을 하며 계절의 변화를 음미했던 적이 있었다. 출장차 다녀온 이국의 도시에서는 시간을 쪼개어 지도 한 장만 들고 시내를 몇 시간씩 걷기도 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바쁘다는 이유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걷는다는 행위가 나에게 주었던 즐거움과 의미를 잊고 있었다.
<<걷기의 철학>>... '철학'이라는 이름을 붙였으나 어렵지 않은 용어로, '쉼'과 '생각'의 여지를 준 이 책을 읽는 순간, 내가 잊고 있었던 걷기의 즐거움, 걷기와 연결된 나의 기억들이 하나 둘 되살아났다.
저자의 말을 빌어, 다시 생각해 본 걷기의 의미...
느림 ... 걸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사물의 모습을 그저 스쳐지나가지 않고 바라보게 되며, 그러다 보면 사물에 대해 숙고하는 법을 배우게 되기도 한다.
리듬 ... 걷기는 일종의 음악이면서 동시에 일종의 체육이다. 걷기가 설정한 박자는 일정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근육을 강화한다. 이 리듬은 정신과 그 담화, 즉 사유를 틀어막지 않는다. 누구나 알듯이, 걷기는 사유를 용이하게 할 뿐만 아니라 활발하게 한다.
관광 ... 어떤 도시의 땅바닥에 발을 얹는 것, 그 공기를 숨쉬는 것, 꼼꼼한 안내의 덕을 여러 경관을 살펴보는 것은 그 도시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차에서 나와 도시를 발로 누비면서 '느껴'야 한다.
계절의 맛 ... 계절의 흐름은 걷는 사람의 발밑에 있는 땅의 다양한 상태를 결정한다. 마른 땅에 닿을 수도 있고, 진흙탕에서 디딜 곳을 찾을 수도 있으며, 또는 장화 아래로 눈이 뽀드득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이 책은 지금 걷기를 즐기고 있는 사람에게도 좋겠지만, 한 때 걷기를 좋아했으나 그 즐거움을 잊고 지내던 사람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