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청색지시선 7
이어진 지음 / 청색종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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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어들이 달빛처럼 흘러넘치는 이어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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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청색지시선 7
이어진 지음 / 청색종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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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이끌리는 책이 있다. 제목에 이끌리는 책이 있다. 표지와 제목 모두에게 이끌리는 시집, 이어진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나라!​


꽃보다 사람이라고 했던가, 아름다운 책이다. 표지를 보면서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괜히 두근두근 설레어하면서 책장을 펼친다. 그렇게 시작된 시와의 만남은 참으로 색다른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마침표도 쉼표도 없이 쭈욱 펼쳐지는 시라니, 시어들이 마치 의식의 흐름처럼 흐르고 있으며 그 흐름속에 함께 흘러가는 기분이 된다. 그동안 알고 있었던 시라고 생각했던 모든 형식의 틀을 깬 다. 그런데도 아름다울 수 있다니!


시인의 말에서부터 그랬다. 이러저러한 어떤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시를 읽는 상대를 불러 들여 곁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 이야기들이 달빛으로 흘러넘치게 만들어 버리다니, 몽환적이기도 하고 판타지하기도 하며 시공간이 자유롭게 펼쳐져 마치 다른 세상속에 있는것 같은 기분도 든다.


너는 문장들을 밟고 있다 단어들이 계속 계단을 만들고 있다 너는 단어들을 밟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 너는 흰구름을 밟고 문장을 오르고 있다 문장으로 연결된 계단을 밟고 너는 집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불이 꺼지고 너는 단어처럼 가만히 의자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잇다 백 층 깊이의 계단을 파헤치며 너는 시를 읽고 있다 계단이 되너 가는 나를 읽고 있다 -p19


어쩌면 시인의 시를 표현하는 한편의 시인듯하다. 시어들이 질서없이 뻗어 나가는 느낌이다. 그렇게 뻗어 나간 가지들이 우주로 저 반대편의 어느 곳으로 혹은 내안으로 눈으로 길바닥으로 막 내던져지고 흩어지고 펼쳐치고 그런다. 몸에서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아침과 점심이 교대로 외출하고 책속에 내가 잠들고 실어증에 걸린 커피를 마시고 날개가 너의 눈 안에서 파닥거리고 마음에 바람이 젖어들고 잎사귀를 바라보다 눈이 먼다.



아름다운 시 한편을 필사해본다. 단어들이 계단을 만들고 그 계단을 밟고 또 단어들이 만들어지는 느낌으로 시를 필사해본다. 그저 누구든지 이어진시인의 시집을 그냥 펼쳐보라고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너는 문장들을 밟고 있다 단어들이 계속 계단을 만들고 있다 너는 단어들을 밟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 너는 흰구름을 밟고 문장을 오르고 있다 문장으로 연결된 계단을 밟고 너는 집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불이 꺼지고 너는 단어처럼 가만히 의자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잇다 백 층 깊이의 계단을 파헤치며 너는 시를 읽고 있다 계단이 되너 가는 나를 읽고 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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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간듯
쉼표도 없이 이어지는 시인의 아름다운 문장들,
읽다가 방황하고 길을 잃게 되지만
현실과 사차원의 경계를 넘나들듯 오락가락하다
그 끝에 도달하게 되면
왠지 아무렇게나 자라나 황홀한
자연의 풀숲을 지나온 기분이 된다.





동백을 사랑하는 손연필을 깎아 꽃병에 꽂아 두면 도화지 속에서 하얀 손가락이 돋아 나왔네 흑심이 다 닳아갈 때면 창문 밖으로피어오르는 동백나무들 사각사각 눈 위를 달려오는 꽃잎들 동백정원을 뛰어다니는 말발굽 소리

벽이란 벽은 모조리 너의 환영으로 피어나, 뼈와 뼈사이에 꽃잎이 달싹이고 검은 가지는 벽의 어깨를 감아쥐고 지붕 위로 올라가고, 꽃잎을 입으려고 도화지의 깊은 눈동자가 반짝이네 꽃잎 울림 잠깐이면 돼요 손가락은 바쁘네 태어나기도 전에 우린 서로의 색을 알아차린것일까 붉은 색깔의 물감이 손목에서 흘러나왔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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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미스터리한 느낌도 들고 때로는 우화같기도 한데 왠지 위로를 받게 되는 작가 도대체의 이야기집, 기억을 먹는 아이!

작가는 힘들고 지칠때마다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묵히고 묵혀두었던 이야기들이 세상을 뚫고 책으로 나온것이다. 사는게 고달프고 힘든 순간 절망하거나 낙담하기보다 아무나 상상하지 못하는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오래 묵혀둔 만큼 곰삭은 이야기가 모든 힘들었던 순간들을 삭혀주는 느낌이다.

사람들의 나쁜 기억을 먹어 치우는 [기억을 먹는 아이], 허공을 날아다니는 검은 비닐봉지의 비명이 들린다는 [비행], 검은 비닐봉지에 버려져 나쁜 기억을 먹어치우는 아이로 자란 [그 아이] , 이 세 이야기는 하나로 이어지는듯한 느낌이다. 어쩐지 약간은 호러스럽지만 작가가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으면 기억을 먹는 아이를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구름아래 세상이 어떤 곳인지 몰라 뛰어 내리기를 망설이는 [눈송이]는 마치 한편의 우화같다. 마치 세상에 첫발을 디디길 망설이는 누군가의 이야기인것만 같다. 이미 세상을 경험하고 온 친구들의 이야기는 하나도 같은게 없다. 화려한곳, 고요한곳, 무언가를 사고 파는 곳, 또는 소원을 비는곳이라며 각자 자신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말한다.

‘여하간 너는 눈송이잖니? 그러니 어찌됐든....
눈송이로 존재하는 거지, 그리고 눈송이여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겠지.‘

만나는 친구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되니 눈송이는 더욱 망설이게 된다. 그러다가 만난 세상은 너무 넓어서 아직도 다니는중이라는 기러기의 이야기가 의미있게 와닿는다. 이제 눈송이는 세상으로 뛰어내릴 수 있을까? 나라면 눈송이에게 세상이 어떤 곳이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그리고 수많은 눈송이가 세상에 내려앉는 그림들이 이어지는 페이지가 어쩐지 뭉클한 감동을 준다. 눈송이가 어디로 내려앉든 눈송이로 존재할 수 있기를.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디딘 누군가 세상에 떠밀리지 않고 누군가로 존재할 수 있길!

도대체 작가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멋진 이야기들을 쓸 수 있는지 다른 이야기들도 궁금해진다.


*서포터즈로 가제본을 받아 일부만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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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써온 이야기를
책으로 내게 되었다는 도대체 작가님의
짧지만 여운이 긴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쁜 기억을 싹 먹어치워주는 기억을 먹는 아이,
비명 소리 들린다는 검은 비닐봉지의 비행,
무엇이든 잘 먹어치우는 그아이,
세개의 이야기가 마치 하나로 이어지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눈으로 내리기를 망설이는 눈송이가
온갖 친구들에게 전해듣는 세상이야기,
나라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문득 컬러링이 하고 싶어지는 책!
^^

#첫눈단
#기억을먹는아이
#도대체
#유유히
#이야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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