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림노래,
징검다리,
둥근 도미노,
쉬어가는 페이지,
혼돈으로 뒤섞인 우주에서
별들의 나름의 질서,
은하계,
저글링,
강강수월래,
회전목마,
동그리미 수집가,
항성수집가에서 안드로메다 은하에까지 이어지는 요리의 놀라운 고백,

단지 한가지 요리속에서
확장형 문장에 깜짝 놀라게 되는 책!

없는 재료 빼고 있는 재료 다 모아서
요리하게 만드는 책,
식탁위의 고백들이 무척 우주적으로 느껴진다.


To toss or to stir up.
가볍게 섞고 휘저으며 소용돌이치는 모양으로,
토마토, 가지, 호박, 토마토, 가지, 호박. 포개지며 나아간다. 서로의 음을 건네받으며 이어지는 돌림노래. 징검다리가 적당한 간격으로 넓은 보폭을 유도한다면 라따뚜이는 서로에게 쓰러지듯 기대어 궤적과 무늬를 그려내는 둥근 도미노들이다.
- P74



이 요리를 만든 후 번져오는 기분은 안정감에 가깝다.
나는 라따뚜이에서 어떤 균형 잡힌 질서, 안전한 이어짐.
미래에 대한 확신, 아니면 적어도 지나온 일들에 대한 후회없는 마음 같은 것을 바라는 듯하다. 동그라미들을 잘 이어붙여 이상적인 장면을 완성하면 신기하게도 조금쯤 안심이 된다. 혼돈으로 뒤섞인 우주에서 별들이 나름의 질서를획득하듯 무질서로 가득한 이 세계가 알맞은 모습을 찾아가리라는 믿음. 생각대로 움직여주는 은하계가 나에게도하나쯤 존재하리라는 든든함.
- P76

맞잡아 함께 둥글어지는 순간, 위에서 바라보면 꼭 강강수월래 같다. 원무, 달의 춤. 앞소리에서 뒷소리로 이어지는 물결. 손과 손의 만남. 서로를이해하고 지지하는 비밀스러운 연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동그라미. 빛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 궤도를 도는 일의 아름다움을 생각한다.
- P79

다른 말에 비슷한 말을 덧대며 언어에 언어를 기대며나아가기. 앞의 문장에 걸쳐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문장일것. 한 자리를 맴도는 듯 보이지만 조금씩 다른 각도와 빛깔로, 반복이지만 반복이 아닐 것. 계속해서 꼬리를 물다제자리에 도착하는 여정. 그건 회문回文이나 회전목마를 닮았다. 태양계라는 거대한 회전목마에서 줄지어 돌아가는 - P79

행성들처럼. 라따뚜이를 만들다보면 신은 무척 열성적인동그라미 매니아, 항성 수집가였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밖에 없겠다. 겹쳐지며 뜨거워지는 이 작은 소용돌이가 안드로메다 은하처럼 오븐 속에 잠겨 회전할 때.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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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읽기 시작한 책인데요
글을 참 재미나게 쓰시더라구요.
이 작가님!
반어적이고 역설적인 표현으로 글읽는 재미를 주면서
감동도 주는 제주한달살기!
술술 읽힙니다.

아무리 불량주부라도 아이둘을 키우고
남편도 키우려면 불량할수가 없어요.
하지만 저자는 그냥 대충 설렁설렁 살았다고,
열심히 살지 않아서 제주에 열심히 다녀오겠다고
그렇게 제주로 한달살이를 하러 갑니다.

사실 가정이 있는 주부라면
가족을 떠나 혼자 하루이틀도 쉽지 않아요.
살림만 살던 주부라면 더 그렇죠.
그런데 어느순간엔 자아를 찾고 싶고
나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나이 쉰에 접어들어 점점 노화가 시작되고
뭔가가 힘에 부치기 시작하는때라
더 그런것도 같아요.
게다가 그동안의 삶을 나무라는듯
뭐든 해보라는 주위사람들의 말은 자꾸
채찍이 되어 나를 더 쪼그라들게 만들고
뭔가를 해보려고 찝쩍거리는 일들은
간만 보다가 끝나는 게 대부분!
그렇다고 가정주부로 완벽한것도 아니고...

왜 우리는 100년도 안되는 생을 사는데도
맘대로 못하며 사는걸까요?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주어진대로 설렁설렁
불량하게 사는게 왜 죄가 되는지..

제주 한달살기는 꿈만 꾸고 있는데 언젠간 이루어지려나요?
아무튼 불량주부 제주 한달살이가 점점 더 궁금해지는 책!


어떻게 꿈 없이 살 수 있냐고 중학생 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게 묻던밤, ‘가난한 여행자가 되고 싶다.‘고 노트에 적었다. 10여 년 전 일이다. 딸은요즘 다시 나를 채근한다. 그만 좀 간 보고 무어든 확 저질러 버리라고 읽고,
쓰고 보고 배우고, 이것저것 집적대고만 있은 지 어언 십여 년이다. 저지르지 못하는 이유는 열정 부족, 용기 부족, 성실 부족이다. 그나마 가난한 여행자로는 살고 있는 듯하니, 그래도 꿈은 대략 이룬 것일까?
대충 사는 것에 변명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랑은 하고 싶다. 아주 열심히. 방랑 유전자는, 저마다 얼마나 다를까. 대충 살고 방랑하면, 천벌 받을까?
열심히 살지 않은 죄로, 제주에 열심히 다녀오겠습니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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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젤로 예쁘다고 하면 활짝 핀 꽃을 떠올리기 마련,
그런데 이 할머니의 말에 수긍이 가는건 왤까?
사실 모란을 기다리는 그 시간마저 꽃은 예쁜거고
막 피기 전의 꽃봉오리도 예쁘고
할머니의 이야기처럼 막상 꽃이핀걸 보지 못한,
떠나 있던 그 순간 정말 젤 예쁘게 피었을 꽃!
꽃이라는 단어에서조차
꽃의 아름다움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아름다움의 순간들!
사랑도 그러하다는 것을....



"모란이 피어 있는 건 고작 닷새뿐이라는 얘기야. 삼백예순다섯 날 빼기 삼백예순 날이면 닷새. 그것도 한 송이로 치자면 딱 사흘뿐이야. 진짜. 사흘, 그리곤 뚝뚝 떨어진다고.뚝뚝. 그 큰 것이 말이야. 아휴. 모란이 아름다운 건 그 때문이야. 지고 나면 삼백예순 날을 기다려야 해서. 긴 기다림이있어서 더 아름다워지는 거지. 그런데 모란이 진짜로 아름다울 때는 언제인 줄 알아?"
할머니가 또 물었다. 미르는 또 고개를 저었다.
"여행을 떠났을 때야." 할머니가 말했다. 
"어느 5월 아들내외가 오라고 성화를 해서 미국에 갔었지. 그때가 하필 5월이었고 모란이 필 때였어."
미국의 아들네 집에도 이런저런 화초가 피어 있었는데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두고 온 모란이 보고 싶어 그만 며칠 잠을 설쳤다고 했다. 수척해질 정도로.
"모란이 제일로 예쁠 때는 말이지…… 보고 있지 못할 때야 그걸 알았어."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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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이나 그대로 남아 있을 빵집이 있을까?
라는 생각은 1도 없이
그냥 단팥빵이 먹고 싶다는 그 생각 하나만으로
미국에서 28년만에 단팥빵을 찾아 한국에 온 미르와 엄마,
인터넷검색으로 찾은 온갖 맛있다는 단팥빵은 다 먹어봤지만 그때 그 단팥빵은 찾을수 없고
....

이상과 현실은 다른거라고 말하는 철든딸,
아무 이유가 의미 그런거 없이
그저 단팥빵이 먹고 싶으니까
단팥빵만 생각하면 된다는 철없는 엄마,

뭔가 좋아하는게 생각나고 찾고 싶고 하고 싶을때
이 엄마처럼
오로지 그 하나만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정말이지 이상과 현실은...

과연 그때 그 단팥빵을 찾을 수 있을까?
그 단팥빵을 찾게 된다면 어떤 일이 생기게 될까?
미르와 엄마의 행보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는
구효서의 장편소설!



"엄마, 정말 우리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다니는 걸까?"
미르가 실의에 빠지는 시늉을 해도
"뭘 하긴. 한국에 와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단팥빵을 찾고 있는 거지."
라며 엄마는 빵 찾기 순례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단팥빵이 먹고 싶은 거니까 단팥빵 찾을 때는 미르야, 단팥빵만 생각하는 거야. 다른 이유, 의미 그런 건 없어. 살고죽는 게 그렇듯."
"알았시유.‘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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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에 한국으로 건너와 지난날을 추억하는 경희,
생애 처음 와 본 한국에서 먹어 본 적 없는 단팥빵의 달인을 찾는 미르,
자신의 빵 맛에 만족하지 못해 수많은 팬을 뒤로하고 모습을 감춘전설의 제빵사 정길.
세 사람의 시간이 따뜻한 빵 향기 속에 어우러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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