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의사와 간호사등 의료진들에게 많은 응원을 보내고 있는 요즘, 의사샘이 들려주는 음식 관련 이야기가 꽤나 생생합니다. 커피 한잔도 밥한끼도 제때 먹지 못하는 고충을 스스로를 위로하듯 조금은 해학적으로 글을 써내려가고 있어요. 환자때문에 밥한끼도 먹지 못하지만 환자의 말한마디 덕분에 밥을 맛있게 먹기도 하고 징크스로 인해 먹기를 꺼려하던 짜장면인데 누군가 먹으려다 못먹은 식어버린 짜장면 한그릇을 먹으며 징크스를 극복하게 되기도 하구요. 고작 열여섯의 어린 심장을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잘못 뽑은 밀크커피를 마시다가 뱉고 또 뱉고, 숨겨 놓은 새우깡을 먹지도 못하면서 펼쳐놓고 이야기 나누었던 소년에 대한 에피소드는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한편 한편의 의사샘의 솔직한 글을 읽으며 마치 미니드라마를 한편씩 보는 듯한 그런 느낌으로 읽게 되는 에세이에요!


배가 고프고 지치고 힘들고 분명 보람찬 일을했지만, 역시 맛은 없다. 어릴 적 배웠던, 힘들게 일하고 나서 먹는 밥맛은 최고! 시장이 반찬! 이런 말은 다 거짓말이다. 그런 말에 신경 쓰지 말고, 그저눈앞의 음식을, 있을 때 먹으면 된다. 비닐과 스티로폼 용기에서 나왔을 환경호르몬에 대한 고민은 잠시잊어버리고 먹는 일에 집중한다. 다만 스티로폼 용기가 깨져서 입안으로 들어오거나 조개된장국에서모래가 씹히는 일만은 없기를 기원하는 것이 적절한태도다.
- P17

"먹어야 힘을 내지!"
나도 힘을 내야 하루를 제대로 시작할 수 있을것 같았다. 국에 밥을 말아 한 숟가락 입에 넣었다.
맛이 있었다. 정말 맛이 있었다. 평소에 감잣국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맛이 있었다. 감잣국을 마지막 한입까지 삼켰다. 몽글거리고 포근하고 부드러웠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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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사막같은 오늘, 나태주 시인의 시집 [네가 없으면 인생도 사막이다]를 읽으며 뭉클해집니다.

평소 풀꽃 시를 좋아해서 꽃관련 포스팅을 올릴때마다 자주 인용했던 시인 나태주의 사막과 낙타를 테마로 한 시집! 쌀쌀한 가을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지금 이 계절에 딱 어울리는 시집이에요. 어쩌면 그보다 좀 더 시린 마음에 어울린다고 해야할까요?

그 드넓은 사막에 한번쯤 가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 있나요? 그런데 오늘처럼 마음이 모래알을 하나둘 세고 있는것 같은 이런 날엔 진짜 내 마음이 사막같은 기분이 듭니다. 갈까말까 망설이던 마음을 안고 떠난 휴가지에서 결국 시아버님의 위급 소식을 듣고 모든 휴가 계획을 취소하고 돌아와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다급한 상황에 놓이고 보니 진짜 막막한 사막 모래밭에 서 있는 기분이거든요.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커다란 눈동자를 굴리고 있는 낙타가 된 기분 말이죠! 어쩌면 그런 내 마음을 이렇게 짤막한 시로 다 적어놓았는지 나태주 시인이 막 내 마음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런 느낌입니다.

그리고 연이어 펼쳐 든 시에 또한번 마음이 내려앉아버립니다. 의식도 없어 더이상 병원에서 치료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신 시아버님을 코로나로 면회도 간호도 할 수 없는 요양병원에 모셔 놓고 왔거든요. 대신 아파줄 수 없는 건 물론 떨리는 손도 잡아줄 수 없고 헛소리도 들어줄 수 없는 이런 상황에 놓인 채 그저 기다리기만 해야하는 심정이 되고 보니 곁에 있어 줄 수만 있어도 참 다행이겠다는 부러움마저 드는 시 한편!

실크로드 여정을 담은 에세이에서 만나게 되는 사막과 낙타의 모습들을 통해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봅니다. 젊어서는 자식들 뒷바라지 하시느라 고생하시고 늙어서는 병마에 시달리시며 앙상하게 마르시던 시아버님 모습을 떠올리니 사람들 실어 나르느라 털이 숭숭 빠지고 앙상해진 낙타와 정말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보다 더 메마른 사막위에서 막막해하고 있을 시아버님이 좀 덜 힘들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시와 에세이를 한편씩 더듬어보게 되네요.

책커버 느낌이 사뭇 다르다는 생각에 벗겨서 펼쳐보니 한장의 포스터가 됩니다. 사막의 모래알을 세는 것 같이 막막한 오늘 하루, 내 마음을 헤아려주는 거 같은 시집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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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여행 - 우리의 여행을 눈부신 방향으로 이끌 별자리 같은 안내서
최갑수 지음 / 보다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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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맞아 집에만 있을수가 없으니 늘 고민하게 되는 여행! 딱히 어디를 가야할 지 몰라 늘 선택하게 되는 제주도가 아닌 곳에 가고 싶다면 알고보면 참 좋은 곳이 많은 우리나라 방방곡곡의 힐링 명소를 소개하는 책, 최갑수의 '단한번의 여행' 추천!



지난 봄에 1박2일 주말 여행으로 다녀왔던 곳이 표지에 실려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감성 사진과 글로 유명한 최갑수 작가의 책이라 더욱 기대하며 책을 휘리릭 넘겨보니 역시 갬성 사진이 가득하고 여행지가 다 거기서 거기겠거니 하며 목차를 살펴보다가 전혀 색다른 여행지가 실려 있어 왠지 설레는 기분으로 책장을 넘기게 되고 하나하나 찬찬히 글을 읽고 사진을 보며 미리 여행하는 기분에 빠져 든다. 책이 참 정갈해서 마음까지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더 열심히 놀아야지,

더 애타게 사랑해야지'


'나 이렇게 놀아도 되나?' 하는 걱정을 덜어주는 이런 문장이 참 좋다. 게다가 애타게 사랑해야지 하는 문장에 심쿵! 서울에서 그나마 가까운 곳이어서 주말 나들이로 종종 들르는 강원도에 서퍼비치가 있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만 왠지 서퍼들만 가는 곳으로 여겼는데 서퍼가 아니라도 그냥 가도 좋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사실 서핑은 힘들지만 서퍼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또 이국적인 풍경에 힐링이 될듯하다. 또한 속초에서 게으른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에서는 문우당서림과 동아서점 그리고 독립서점인 완벽한 날들에 대한 이야기도 상세히 적어 놓고 있어서 딱 내 취향의 여행이다. 양양 서퍼비치와 책방 나들이는 다음 강원도 여행 코스로 찜!




영화 리틀포레스트를 보며 찜해 두었던 혜원의 집, 어디선가 영화속 촬영지를 그대로 남겨두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정말로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는 그집 마당 평상에 앉아 있고 싶고 강원도 인제의 자작나무숲 말고 횡성의 미술관이 있는 미술관 자작나무숲의 은빛 반짝임도 보고 싶고 숲 문화체험을 제공한다는 숲체원도 걷고 싶다. 늘 양수리 두물머리만 가곤 했는데 구둔역에서 세미원을 들러 양수리 두물 머리로 가보는것도 좋겠고 수목원에 들러 카페 비일상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 세종시에서의 여유로운 하루 나들이도 좋겠다.



커피로 유명한 강원도 강릉의 보헤미안 카페에서 드립 커피 한잔 마시고 싶고 고성의 최북단 중국집에서 짙푸른 동해바다를 전망하며 짜장면도 먹고 싶고 최북단 장미경양식 집에서 옛날 돈가스도 먹고 싶다. 의성에 간다면 청년들이 차린 가게를 돌아보며 햄버거와 맥주도 마셔보고 싶고 가을 어느하루 단팥빵을 사서 군산을 걷고 싶고 강원도 정선을 간다면 시장 먹자골목에서는 솥뚜껑에 구운 메밀전병과 콧등치기 국수도 먹고 싶다. 정선이라면 10여년전에 갔던 곳인데 지금은 또 그곳의 풍경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참 궁금하고 메밀전병 맛도 여전한지 궁금하다.

'여행에서 돌아올때 내렸던 결론의 대부분은 '까짓것 해보지 뭐' 였던것 같다.

여행은 이렇게 우리를 긍정으로 이끈다.'


여행이라면 해외여행을 먼저 생각하겠지만 우리나라에도 참 아름다운 곳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영화속의 대사나 책속의 문장, 혹은 누군가의 명언등을 글속에 들여와 여행이야기를 하는 방식도 문학적인 느낌이 들어서 좋고 사람사는 이야기, 여행지에서의 생생한 이야기, 꿈 이야기, 여행지의 소소한 역사와 카페와 맛집에 대한 정보까지 저자만의 알짜 정보를 담아놓은 책이라 군더더기가 없어서 좋다. 일반 여행서들 처럼 관광지와 여행코스등을 잔뜩 실어 놓은 책이 아니라 좋고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적은 여행에세이라 마치 여행하듯 읽게 되니 방콕 여행서로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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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기도가 될 때 - 수도원에서 띄우는 빛과 영성의 그림 이야기
장요세파 수녀 지음 / 파람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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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속에 숨은 이야기를 들으며 그림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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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볼때 그냥 내느낌으로 먼저 보고 해설을 들으면서 보게 되면 완전 새로운 그림을 만나게 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느낌이다.

어떤 그림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가 하면 어떤 그림은 보는게 괴로울때가 있다. 특히 그림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되고 더 좋아지는 그림이 있는데 이 책은 그림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으로 마치 미술관 해설을 듣는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 큰 고통마저 녹이는 불, 깊어가는 저녁, 깊어가는 겨울에도 꺼지지 않는 내면의 불을 지닌 이들이 있습니다. 고통은 이들에게 이 불을 끄는 찬물이 아니라 불을 더 타오르게 하는 기름이 됩니다. p47

밀레의 만종 그림은 어두운 농부의 기도하는 모습과 그 뒤로 환상적인 노을이 대비가 되어 보는 순간 먹먹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저 농부의 일과의 마지막 순간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그림이려니 하는 생각을 했다면 그림속에 숨겨진 진실을 듣고 완전 다른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기도하는 농부 앞에 놓인 바구니에 놓인 것이 원래는 아기의 시신이었다는 이야기에 그동안 나는 왜 이 그림이 그렇게 먹먹했는지 이제서야 깨닫게 된다. 깊이 머리 숙인 부인처럼 머리를 숙이고 두손 꼭 모아 부부와 함께 기도하게 되는 순간이다.

뭉크의 절규를 보면 정말 어느 공포영화 못지 않은 얼굴 표정과 흐물거리는 배경과 뒤따라오는 두 사람의 정체가 저승같아 보인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절망이랑 희망이 없으면 그려 낼 수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에 새로운 눈을 뜨는것 같다. 절규라는 절망속에서 희망을 찾아 내는 글을 읽으며 나 또한 그림속에서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의 가닥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뒤집어 보게 되는 놀라운 현상이다.

살아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정신마저 온전치 못해 병원 신세를 지고 죽어서도 가족 무덤에 묻히지 못하는 처절한 삶을 살다갔지만 그와는 정반대의 희망의 그림을 그려낸 고흐, 그의 노란 해바라기 그림을 특히나 좋아하는데 그림속에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는 사람들에 따라 그림이 달리 보인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노란빛이 특히나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이 해바라기 그림은 정말이지 살아 움직일거 같은 생동감이 느껴지는데 그만큼 고흐는 자신의 삶이 너무도 절망적이지만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외국의 그림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그림과 함께 그림속에 담긴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 한편으로 마무리를 짓는 참 낭만적인 그림 해설책, 이제는 어디서건 그림을 보면 그 그림속에 숨은 뜻을 먼저 찾아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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