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풋풋한 나이, 오백년째 열다섯으로 살게 된다면 좋아해야할까 슬퍼해야할까? 살금살금 다가오는 운명의 무게를 나라면 잘 견뎌낼 수 있을까?

판타지 청소년 성장소설, 단군 신화를 모티브로 여우에서 인간이 된 야호족과 호랑이에서 인간이 된 호랑족의 해묵은 갈등과 더불어 오백년째 열다섯으로 살고 있는 소녀의 출생의 비밀과 성장통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군신화를 좀 색다르게 페러디해 야호족과 호랑족이 인간 세상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새로운 세계관을 펼쳐 보이며 출생의 비밀을 가진 가을이 두 종족 사이의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구성이 꽤 짜임새가 있다.

최초의 구슬이 가진 힘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다툼이 일어나고 그 다툼에 소중한 존재를 잃게 되는 가을이 마음의 상처를 딛고 내리는 마지막 결단은 선악을 구분해서 처단하거나 처벌하는 것이 아닌 모두에게 선한 결론을 낸다.

우연인것 같지만 운명처럼 서로 엮이게 되는 야호족과 호랑족 그리고 봄여름가을 세자매의 이야기에 중2병 열다섯 아이들은 지루함을 살짝 잊고 한번쯤 오백년째 열다섯을 살게 된다면 어떨지 상상하게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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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시대를 너무 앞질러 태어나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사라진 인물들이 참 많다. 그들중 특히나 여자라서 구속당해야했던 그녀들은 어떤 꿈을 꾸었을까? 그리고 그 꿈은 어떻게 짓밟혀졌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꿈틀대던 그 흔적이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얼까?

초희 난설헌, 여자로는 최초로 시문집을 냈다는 그녀의 일생과 시가 담긴 소설! 여자라면 고상하게 수를 놓거나 요조숙녀가 되어 남자의 출세를 도와 내조에만 힘써야하는 시대에 살았던 그녀가 남자들만이 할 수 있었던 시를 쓰고 그 시가 나오게 되기까지 어떤 역사가 있었을까? 하는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어떤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문장으로 한편의 영화처럼, 때로는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그녀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읽게 된다.

누나의 부음에 한달음에 달려가 누나의 죽음에 오열하고 누나가 남긴 시를 끌어모아 한권의 시문집을 만들려던 동생 허균, 여자가 쓴 글은 환영받지 못했던 조선땅을 떠나 중국으로 건너가서야 누이의 시를 인정받게 되면서 시작되는 초희 난설헌의 이야기! 별이니 달이니 하는 세상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감추지 않는 사랑스러운 어린 초희는 시를 지을줄 아는 천재소녀, 어느새 훌쩍 자라 남장을 하고 남자들만 모이는 시회에 나가 당당하게 시를 겨루게 된 초희의 열정은 한남자와의 사랑의 불꽃으로 피어오르게 되지만 세상은 그 둘을 사랑하게 두지 않는다.

결국 사랑을 잃고 이제 갓 시행된 혼인제도로 시집을 가게 되는 초희, 남편을 섬기고 시부모를 모시며 최선을 다하려하지만 자기안에 꿈틀대는 시에 대한 욕망을 억누르지 못한다. 시어머니의 위세와 스스로의 능력부족으로 출세하지 못하는 남편의 자격지심에 눌리면서도, 태어나자마자 죽은 아이들로 인한 고통속에서도 그녀를 견딜 수 있게 만들었던 시, 종이가 없어 장독대에까지 시를 써야했던 그녀의 시에 대한 갈망과 마음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모든걸 내려놓고 침묵한채로 영면에 들게 되는 그녀의 마지막은 어쩌면 해탈의 경지에 이른것만 같은 느낌이다.

언젠가 허난설헌의 시 한수가 좋아서 그녀의 시집을 산적이 있다. 오늘 나는 이 책을 통해 호기심 많고 꿈많던 어린시절의 그녀를 만났고 또 그녀의 마음을 다한 사랑을 만났고 시대에 순응하려 했던 그녀를 만났고 억눌리면서도 쓸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시를 만났고 모든걸 내려놓고 눈을 감은 그녀를 만났다. 비록 소설이지만 작가의 상상력과 필력에 정말로 초희, 그녀를 만난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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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을 지나와 본 사람은 안다. 터널을 빠져 나온 후의 그 기분을. 바로 그 터널을 막 통과하고 있는 이서와 수하의 이야기!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정체모를 괴물에게 쫓기듯 긴박하고 스릴있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뻐져들게 된다.

엄마를 눈앞에서 잃은 이서는 죄책감에 쌓여있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자던 엄마, 새아빠와의 사이에 이지를 낳고 그들 셋은 어쩐지 완벽한 가정을 이루어 행복한것 같은데 그 사이에 끼인것 같은 자신은 불청객이 된것만 같다. 그러던 어느날 짜증이 난 이서를 태우고 가던 엄마가 눈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자신만 살아남게 된다. 그날 이후 혼자만 남겨진 이서에게 달라붙어 괴롭히던 죄책감이라는 무게는 새아빠와의 휴가에서 괴물로 등장하게 되고 이서는 괴물에 맞서 엄마 대신 동생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게 된다.

그리고 수하, 어려서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려야했던 수하는 엄마와 도망쳐 숨어 사는 중이다. 축구를 좋아해서 축구부에 들었지만 대인공포증을 핑계로 어느날 축구를 그만두게 된다. 엄마의 추천으로 참가하게 된 교회 수련회에서 달리기를 하던 이서와 만나게 되고 괴물에게 쫓기면서도 동생을 놓지 않는 이서에게 호기심을 갖게 되고 이서를 도와 괴물을 처치하게 된다. 두 아이는 분명 다른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산골짝에 위치한 팬션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만나 괴물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힘을 합치게 되고 괴물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트라우마와 맞서 싸우며 호된 성장통을 겪게 된다.

누구나 성장통을 겪게 되지만 이서와 수하에게는 그 무게감이 너무도 크다.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해보려 애써보지만 그 무게감은 점 점 더 옥죄여올 뿐이다. 하지만 오히려 위기의 순간 소중한 것들을 지키려 애쓰면서 훌쩍 성장하게 된다. 그렇게 성장통을 호되게 치뤄낸 이서와 수하는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될듯하다.

서로 다른 트라우마를 지닌 두 아이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인것마냥 어우러지고 정체 모를 괴물에게 쫓기게 되는 이야기가 폭풍우가 몰아치듯 펼쳐져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고 끝까지 읽게 된다. 어둡고 무거운 터널을 지나듯 성장통을 겪는 아이들이 이서나 수하를 보며 힘을 얻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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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식당에 가면 로봇이 서빙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는 요즘, 멀지 않은 미래엔 정말 나랑 똑 같은 사람 모습을 한 기계인간도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세상이 어느날 물속에 모두 잠기게 된다면? 그런 세상에서 행복했던 날의 기억을 간직한 기계인간으로 다시 깨어난다면?

서울이 물에 잠긴 2057년의 어느날, 바다에서 건져 낸 기계소녀의 잃어버린 기억 찾기와 더불어 미래를 살아내는 사람들의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는 소설! 가제본을 대본집 형태로 읽으니 캐릭터들을 맘대로 상상해서 읽는 재미가 있다.

영원히 안 일어날 수 있으면? 계속 꿈만 꿀 수 있으면? 일어났는데 꿈이 안 잊히면?‘

물속에 잠긴 미래, 산꼭대기와 같은 높은 곳에서 겨우겨우 살아가는 사람들, 과거 행복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어 스스로 물속으로 들어가버리는 어른이 있고 좀 더 나은 곳으로 떠나버리는 어른이 있고 어른들 없이 스스로의 삶을 살아내는 아이들이 있다. 먹을 것과 생필품과 그리고 전리품을 찾는 물꾼이 된 선율은 우찬과의 내기에 이길 멋진 전리품을 찾으려 바다속을 뒤지다가 채수호라는 인간의 기억을 간직한 기계소녀를 건져올리게 된다. 과거의 부분적 기억을 잃어버린 수호는 자신의 기억을 찾는걸 도와주는 조건으로 선율과 우찬의 내기에 응하게 된다.

선율과 우찬의 갈등은 목숨을 잃은 한 소녀의 죽음을 방조한 서문경이라는 어른 남자로부터 시작된것으로 오랜 시간동안 풀지 못하고 있다. 잃어버린 4년전의 과거를 찾기 위해 바다속에 잠긴 집을 찾아갔다가 망가져버린 또다른 자신을 발견하고 기억을 되찾게 되는 수호! 사람이었을때 죽고 싶어했던 자신을 기계인간으로 만든 후 부모와의 갈등을 해소할길이 없어 찾아간 서문경이 자신에게 했던 말들이 고스란히 떠오르면서 4년동안의 기억이 왜 사라졌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의 갈등 또한 풀리게 된다.

‘닿지 못할 행복은 생생한 만큼 슬픔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은 그대로 남아 후회가 된다. ‘

절망이 집어 삼킨 미래의 서울, 시작부터 어둠속에 잠긴듯한 이야기가 물속에 잠겨 있던 수호의 기억이 수면위로 떠오르는 순간 좀 밝아지는 그런 기분이 드는 진지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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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 책의 제목인 ‘단‘이라는 글자를 ‘짧을단‘으로 할것인지 ‘끊을단‘으로 할것인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왜 그런 고민을 했는지를 알게 되는 소설!

짧거나 끊거나 어쨌든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소설은 북두라는 점쟁이에게서 스무살이 되기전에 죽는다고 선고받는 열여덟 소녀 수정의 죽음에 맞서 모험을 떠나 투쟁을 벌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죽는다는 선고를 듣고 좌절하기보다 죽음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듯 한마디를 던지고 죽음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길을 떠나는 이 소녀앞에는 커다란 개 한마리와 소년 이안이 등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년 이안은 수정과 달리 죽기 위해 길을 떠나는중이지만!

수정과 이안은 낯선 존재로 만나게 되지만 함께 동행하게 된 모험의 길에서 갖가지 일들을 겪으며 서로 애틋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그 길에 만나게 되는 비현실적인 존재들과 사건들이 둘을 더 끈끈하게 묶어주기도 하지만 칼을 휘두르며 목숨을 끊어내는 과정등을 겪으면서 서로에게 칼을 들이대며 첨예하게 대립하게 되기까지 숨 돌릴 틈을 주지 않으려는듯 이야기가 휘몰아친다. 소설은 마치 설화를 담은 판타지 영화를 보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문장 표현이 꽤나 감각적이다. 또한 글의 전개를 짐작치 못하게 할 만큼 창의적이기도 하다.

단명할 한 소녀가 죽음에 맞서는 투쟁을 스팩타클하게 그리고 있다고만 생각하다가 마지막 장에 이르러 전혀 새로운 장면에 맞딱뜨려 놀라게 된다. 어쩌면 수정은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10대 아이들의 아우성을 대표하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알을 깨고 나가야 하는 소년소녀들의 하루하루는 삶과 죽음을 다투듯 이처럼 치열한것이 아닐까?

소녀 수정의 죽음에 맞서는 모험과 투쟁을 보며 삶과 죽음 사이에서의 치열함을 느끼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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