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로 몽매한 시민의 눈과 귀를 뚫으사
이땅의 메마른 정치에 생명수를 부어주신 그분의 복음. 

겉과 속에 한 치의 다름도 없는 무학의 통찰에 이르신 
한국 정치의 선지자께서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과연 어떤 말씀으로 세상을 깨우치실 계획이실까.

이제 열흘 후면 한 권의 책으로 계시를 내려주실 터,
무릇 읽고 따르는 자에게는 축복이,
읽고도 믿지 못하는 자에게는 어둠만이 영원하리라.

 

졸라 짧은 서문

이게 다 조국 덕이다. 서울대 법대 교수 조국 말이다..
그의 등장과 부상에 열렬 환호했다.
오! 스펙, 얼굴, 기장, 음색, 사상. 이건 뭐, 토털 패키지. 이만하면 역대 최고 선수. 신난다.
달뜬 채 《진보집권플랜》 집어 들었다. 서문 읽다……덮었다.
재수, 없을 수 있겠다…… 재수 없다가 아니라.
그리고 재미, 없다…… 재미없을 수, 있겠다가 아니라.
전자는 위험하고 후자는 안타깝다.
이렇게나 훌륭한 선수가. 에이, 씨바.
안 되겠다. 돕자.
아무도 안 시켰는데, 괜히 나 혼자 불끈.
'진보집권플랜 B-'가 필요하다.
어디까지나 조국을 위한, 무허가 해제, 야매 보론, 측면 지원, 셀프 차출.
그렇다. 그렇게 시작됐다, 이 짓.
근데, 잦아들었다. 조국 바람이.
너무 빨리. 우씨. 어떡해, 이거. 난 이미 출발했는데.
에라이. 기왕 나선 거, 내처 달리자. 일이 그리 된 게다.
그러니 사전 경고한다.
다음 페이지부터 펼쳐질 내용, 어수선하다.
근본도 없다. 막 간다.
근본 있는 자들은 괜히 읽고 승질내지 말고 여기서 덮으시라.
다만 한 가지는 약속한다.
어떤 이론서에도 없는,
무학의 통찰은 있다.
물론, 내 생각이다.
반론은 받지 않는다.
열 받으면 니들도
이런 거 하나 쓰든가.
서문 긴 건,
딱 질색이니
여기까지.
졸라. 
 

졸라 재미난 본문 

좌, 우. 사바나로 돌아가자

지 _ 왜 진보가 집권해야 하는지 말하기 전에 진보, 보수를 먼저 규정해야 하는 거 아냐?
김 _ 좋아. 좌, 우가 뭔지부터 얘기를 하자고. 굉장히 흔하게 쓰이지만, 사회과학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어려워하는 개념이니까. 그나마 전 국민이 공통으로 가진 좌, 우에 관한 기준이 북한을 바라보는 태도 정도인데, 북한에 대한 태도를 가지고 좌우나 진보, 보수를 나누는 건 사실 굉장히 한국적이고 예외적이며, 애초 유럽에서 기획된 좌, 우의 개념에도 들어맞지 않거든. 그러니까 더욱 헛갈리지.
  나도 80년대에 20대가 걸쳐 있었기 때문에 그 시절의 평균적인 학습 세례를, 그 시절 유행했던 《전환시대의 논리》같은 책을 통해 받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런 이론이 내겐 관념적이고 작위적으로 느껴졌어.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그런 정교한 이론을 기반으로 얼마든지 반박할 수 있어. 나도 그런 이론들 대부분은 알아. 하지만 그런 건 제쳐두자고. 중요한 건 그런 정교한 이론이 아니니까. 큰 덩어리의 본질을 이해하는 게 중요한 거니까. 자, 그럼 내 방식대로 좌와 우를 설명해볼게. 무학의 통찰로.(웃음)

지 _ 진보, 보수를 나누고, 세계를 이해하는 것, 내 스탠스를 찾는 것이 학습의 결과가 아니란 말이지?
김 _ 내가 살아가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부대끼면서 순간순간 경험으로 터득한 건데, 그러니까 근본은 없어.(웃음) 어쨌든 그런 순간들을 경험하면서 나름대로 내재적 속성을 직관과 통찰로 발견한 거라고 난 주장하는 거지, 일방적으로.(웃음) 자, 이제 사바나로 돌아가보자, 사바나 시절로. 현재의 우리 사고 회로가 설계된 건 바로 그 시절이거든. 그 시절, 사회적 규범도 대단히 미약하고, 학습의 기회나 장도 달리 없고, 대단히 동물적인 자연인 상태였던 그때는 과연 좌, 우가 없었는가? 좌, 우의 원형질에 해당하는 사고방식은 과연 없었는가? 좌, 우의 어떤 기원에 해당하는 인식 체계, 세계관이 그때는 존재하지 않았는가? 난 당연히 있었다고 생각해.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사고의 회로를 어느 날 갑자기 인간들이 발명해냈을 리 없거든. 그런 사고의 경향성이 없었던 게 아니라 그런 생각을 설명할 정교한 언어를 갖지 못했을 뿐이지.
  그렇다면 그 시절의 좌, 우는 어떤 것이었을까? 어느 날 문득, 그 원형질에 해당하는 감정이나 태도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게 된 거지. 어떤 동물이건, 물론 사람도 포함해서, 그 태도를 결정하게 만드는 건 결국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해. 하나는 욕망이고, 나머지 하나는 공포야. 그게 모든 동물의 생존 방식을 결정하는 두 축이라고 봐. 간단히 말해, 살고 싶은 건 욕망이고, 자기 존재를 위협하는 건 공포지. 그 시절의 기본적인 욕망을 유추해보는 건 어렵지 않아. 먹고 자고 섹스하고. 모든 동물이 가진 본능적 욕구를 안정적으로 해결하기에도 만만치 않은 시절이었을 테니까. 그걸 해결하기에도 바빴겠지.

그럼 공포는 어떤 모양이었을까? 사자일까? 천둥과 벼락을 내리치는 하늘? 가장 큰 공포는 불확실성이었다고 생각해, 불확실성. 물론 사자도 두려워. 그렇지만 사자보다 더 두려운 것은 저 풀숲에서 튀어나올 게 뭔지 아예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저 밀림 속에 오로지 사자밖에 살지 않는다면, 그럼 사자의 습성을 알고 조심하는 걸로 대처하면 되거든. 그런다고 공포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예측하고 준비할 근거는 있는 거니까.
  그런데 거기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고 생각해봐. 미지의 포식자와 자연재해를 예상할 수 있나. 없다고. 언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것, 그런 불확실성, 나는 이게 바로 공포의 원형질에 해당한다고 봐. 인간의 현대적 욕망을 가장 충실히 반영하는 자본 게임인 주식시장을 봐.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건 불확실성이야. 불확실성에는 논리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이 따로 없으니까. 인간이 그런 불확실성이라는 공포에 따로 대처할 방도를 찾지 못하니까 굿도 하고, 별자리도 보고 그러는 거지. 토템이 어느 지역에나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테고. 그러다 그게 세련되어지면 종교가 되는 거고.
  이 모든 노력은 결국 인간의 논리로는 도저히 대처할 수도 없고 해결할 수도 없는 불확실성을 어떻게든 축소하고 제거하기 위한 거지. 초월적 존재에 의탁해서. 악어가 인간을 잡아먹는 동네에서는 그 대상이 악어가 되기도 하는 거고. 염주 차고, 십자가 걸고 기도하는 거나, 동물 뼈 목에 걸고 굿하는 거나, 본질적인 동력은 같은 거라고. 우리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저 앞의 밀림에서, 자신 앞의 삶에서, 뭐가 튀어나와 날 해칠지도 모른다는 공포, 불확실한 삶의 조건 속에서 견뎌내야 했던 거
지. 



우, 겁먹은 동물

지 _ 그 공포의 핵심이 바로 불확실성이라는 것이 되겠네?
김 _ 그렇지, 그런데 이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식이 크게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사람에 따라서. 생각해보면 그 시절엔 내가 오늘 먹을 것이 있다고 해서 내일 먹을 것이 보장되는 게 아니었잖아. 요즘 우리는 내일 먹을 것에 대한 불안을 돈으로 환치시켜 생각하는데, 돈만 있으면 다 해결되니까, 그 시절은 그게 아니었잖아. 내가 오늘 사슴을 잡았다고 해서 내일도 그 자리에 다시 사슴을 잡을 수 있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고. 자신의 생존이 그러한 불확실성에 좌우되는 상황이지.
그 공포에 대처하는 두 가지 서로 다른 방식이 바로 좌, 우다, 난 그렇게 생각해. 우는 기본적으로 세계를 약육강식의 전쟁터로 이해한다고. 그렇게 생존이 상시로 위협받는 약육강식의 환경에선 내가 더 강한 포식자가 되어,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고, 더 악착같이 그걸 독점해, 우선 내가 살아남아야겠다. 그게 난 굉장히 동물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해. 당연히 일단 내가 살아남아야지. 나는 죽고, 옆 사람이 살면 뭐 해.
  그래서 그들이 인지하는 세계에선 자신이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는 게 도저히 죄가 될 수 없는 거야. 당연한 생존의 권리지. 그래서 더 강한 자가 더 약한 자를 지배하는 것도 죄일 수가 없어. 마땅한 권리 행사일 뿐이지. 그리고 그렇게 고생해서 자기 것을 챙겼는데, 만약 그걸 누군가 가져가거나 남들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봐. 억울하잖아. 그러니까 그들에게 사유재산은 대단히 중요한 거야.
  자기가 강해서 획득한 자산, 그걸 남에게 뺏기지 않을 권리, 그렇게 확보한 자산의 차이로 만들어지는 위계, 그렇게 형성된 계급의 유지, 그 유지를 위해 필요한 질서, 그 질서의 지속적 보장, 그들이 인지하는 세계에선 그런 것들이 무척 중요해지는 거지. 그렇기 때문에 그 격차로 인한 불평등은 너무나 당연한 자연의 이치가 되는 거야. 뒤처지거나 약한 건 전부 자기 탓이니까.
이명박이 항상 나태해지지 말라고 하잖아. 그 말뜻은 그런 거지. 내가 강한 건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내가 잘나서고, 내 덕에 내가 여기까지 온 거다. 난 그렇게 대통령까지 된 사람이다. 열심히 살지 않고, 불평불만 늘어놓는 자들, 남 탓만 하는 자들, 그 모든 건 자기 탓이다. 그러니 뒤처진 자들은 남 탓할 거 없다. 여기서 ‘ 남’은 바로 대통령까지 된 이명박 자신이지. 그러니 날 탓하지 말고, 정권을 탓하지 말고, 네 일이나 열심히 해라. 그런 소리지.
  노력만으론 개인이 극복할 수 없는 사회구조 같은 건 보이지도 않아. 청소부가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가난한 게 아닌데, 그런 건 관심 없어. 이명박이 항상 자기는 뭐든 해봤다고 주장하잖아. 내가 해봐서 안다고. 그건 자기는 여기까지 왔다고,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니들도 그렇게 해보라는 소리거든. 그러니까 니들은 니들이 못나서 그런 거라는 말이지. 성공한 우의 전형적인 사고 패턴이야. 모든 문제를 개인의 무능으로 환원시켜,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장악한 시스템 자체에 대해선 시비를 못 걸게 만드는 거지. 씨바.

그렇게 생각해보면 결국 우는 공포에 지배당하는 자들이 보여주는 본능적 대응이야. 두려우니까, 무서우니까, 자신만이라도 살아남겠다며 발버둥 치는 것들의 리액션. 그래서 난 우는 세계관이 아니라 반응이라고 생각해. 공포와 마주한 동물의 반응. 그런 수준의 반응은 인간이 아니라 동물도 다들 하는 거거든. 식량이 없는 두려운 겨울을 견디고 봄까지 살아남기 위해 가을에 졸라 많이 처먹는(웃음) 곰의 적응과 하등 차이가 없는 거라고.
  그래서 우의 엔진은 공포라고. 그 공포를 경쟁 대상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표정은 엄숙, 비장한 것이고. 그 경쟁에서 이길 경우 자신이 너무 대견해서 안하무인이 되고. 졸라 촌스럽지. 조갑제가 칭송하는 우의 비장미가 바로 그런 속성을 가진 거지. 그렇게 불확실성이란 공포를 상대하는 동물적 반응, 그 관점으로 우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이런 건 기질적인 것이고 타고나는 거라고 봐. 게다가 치열한 경쟁은 어쩔 수 없는 거라고 가르치고, 넓게 머리 써서 지혜롭게 협동하기보다 잔머리 써서 다른 사람을 이기는 놈이 잘난 놈이라고 세뇌시키는 우리나라 시스템에서 우가 대다수인 건 더더욱 당연한 거지. 우가 본능적이고 일차원적이잖아.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는 것이 나를 둘러싼 시스템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보다 쉽고 자연스럽거든. 유아적이라고 할 순 있어도 말이지. 현상 뒤의 구조를 읽어내는 건 막대한 정신 에너지가 필요하니까.
  그리고 여기서 한국의 우가, 한국적 보수가 북한을 대하는 태도를 설명할 수 있는 단서 또한 얻을 수 있어. 그 정서적 단서를. 북한은 한 마디로 불확실성 그 자체거든. 마치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밀림의 포식자처럼. 그럴 경우 그 두려움을 가장 손쉽게 처리하는 방식 중 하나는 상대를 악으로 규정해버리는 거야. 공포스러운 대상을 윤리적 단죄의 대상으로 바꾸는 거지. 그쪽이 훨씬 처리하기 간편한 감정이거든. 무섭다고 하기보단 나쁘다고 하는 거지. 무서워서 싫은 게 아니라 악해서 싫다고 말하는 거지. 그러니까 북한에 대한 우리나라 우의 반응은 한마디로 원시인 수준이야.(웃음)

지 _ 우리 우파 정당에 친일파나 그 후손이 많이 모여 있는데, 그게, 더 강한 놈이 있으면 ‘어쩔 수 없다. 쎈 놈이니 복종해야 한다!’는 멘탈리티를 가진 사람들이라서 그런 건가?
김 _ 그렇지. 물론 자기 걸 뺏으려는 자에게 누구나 일단 반항하지. 하지만 그 힘의 차이가 압도적일 경우, 그래서 모두 잃더라도 맞서느냐 아니면 그 힘에 복종하느냐를 선택해야 하는, 그런 결정적 선택의 순간이 오게 되면, 결국 본질적 기질이 드러나게 된다고. 그때 우의 사고 회로는 자기를 압도하는 힘에게 복종하고 바짝 엎드리는 게, 자기가 더 힘이 세면 남을 지배하는 게 당연하듯, 받아들여야 하는 이치라고 여기기 십상이라고. 자기가 약하면 복종하는 건 도리 없다고 받아들이는 게 우의 인식체계라는 거지. 동물하고 똑같아. 붙어봐서 안 되면 바로 꼬리 내리고 슬슬 기는 거지. 아예 도망치거나.
  지금도 일제 강점기의 장점을 어떻게든 찾아내려는 우파 학자들 있잖아. 그러면서 자기는 객관적이라고 착각을 하지. 객관적인 게 아니라 지가 그렇게 생겨 먹었을 뿐인데. 정보는 그 자체로는 데이터에 불과하고 결국 어떻게 프로세스 하느냐가 중요한데, 그 처리 과정을 지배하는 게 바로 자신의 생겨먹은 기질이란 걸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하는 거지. 그렇게 압도적 힘을 거스르기보다 따르려고 하는 건, 우의 멘탈리티로는 쪽팔린 게 아니라 당연한 거지.
  항상 경쟁을 이야기하고, 경쟁에서 탈락하면 지 탓이라 하고, 그 경쟁에서 승리한 엘리트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과, 일본 같은 식민본국, 미국 같은 슈퍼 파워, 그 이전의 중국 같은 대국에 우가 머리를 조아리는 건 같은 맥락인 거지. 그리고 우의 기질과 원형질이 그렇다 보니까 우의 경제라는 건, 우선 지가 다 처먹고 나서 남은 찌꺼기를 나누어 주는 걸 경제라고 하는 거고. 일단 지가 다 먹고 나서. 이게 핵심이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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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는 꼼수다'는 서막에 불과했다! 김어준의 명랑시민 정치교본
    from FaitHopeLove 2011-09-22 17:45 
    아... 이거 베스트셀러다!! 구입해서 함께 읽고 싶은 책이지만... 아내님에게 허락을 받을 수 있을까? ㅠㅠ
  2. 김어준의 책이 좀 팔리네
    from 행간을 노닐다 2011-10-03 20:30 
    김어준의 신간 가 예약 판매로 각종 온라인 서점에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랐다. 참 희한한 일이다. 물론 내용을 보지 않았으니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렇다고 보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하지만 읽어 볼 것이다. 김어준은 무학의 통찰(요즈음 김어준이 나는 가수다 때문에 잘 쓰는 말이다), 반론은 받지 않는다는 식이다. 자기 할 말만 하고 그만 둔다. 그래도 많이 팔리면 장땡 아닌가? 아프니까 어쩌구도 100만부가 넘게 팔렸는데... 한데 김어준..
 
 
수호천사를믿어요 2011-10-06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주당 정권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보수인 MB가 정권을 잡았다. 그의 독설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리고 빛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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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결국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은 분명해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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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목이 가능한 까닭도 고토쿠 슈스이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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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보면 이슬람 사람이 된 듯한 착각이 든다, 이슬람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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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술어였다면, 이 책에서는 주체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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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가 맡던 역할의 일부분을 심리서가 이어받은 지난 몇 년. 이제(혹은 여전히) 철학도 이 역할을 해보려는 모양새다. 아직 이런 책들을 위한 분류는 없어 대개 인문 에세이나 교양 인문학으로 자리를 잡는데 어쩌면 치유 철학 정도의 소분류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철학 상담가를 자처하는 레베카 라인하르트의 저작 두 권이 연달아 한국에 소개되는데, 이번 책의 제목은 <방황의 기술>, 부제는 '불확실한 삶이 두려운 이들을 위한 철학 연습'이다. 눈치 빠른 분들은 여기에서 세 권의 책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편집자가 의도한 건 아닌 듯) 어쨌든 철학의 효용이 늘어간다는(발견이 적합할지도) 건 먹고사니즘과 관련해서도 반가운 소식이다. 이제 마음이 아프면 철학 상담소를 찾아가게 될까. 아차, 한국은 이미 수많은 철학원을 갖고 있는 이 분야의 프런티어 아니었던가. 아쉽게도 이에 대한 분석은 잠시 미뤄두고 <방황의 기술>을 만나보자. 철학자 강신주의 추천사와 저자의 프롤로그를 차례로 소개한다.

 

방황, 혹은 자발적 여행의 지혜

- 철학자 강신주 

얼마 전 출간된 내 책을 들고서 어느 독자가 수줍게 사인을 요청했다. 웃으면서 나는 그의 얼굴을 잠시 본다. 그러고는 펜을 잡고 책 앞면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적었다. “여행과도 같은 삶을 살아내시기를 기원합니다.” 물론 그와 만난 장소와 시간, 그리고 내 사인을 병기하는 걸 잊지 않는다. 내 팬인지 그 독자는 사인을 받은 것으로 아이처럼 행복해한다. 나도 행복한 표정을 짓지만, 속으로는 안타깝다. 그는 내가 왜 ‘여행과도 같은 삶’을 이야기했는지 깊게 고민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사인 요청에 기계적으로 응하지 않고, 내가 독자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는 이유가 있다. 그들이 어떤 역사를 껴안고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것이 그들에게 어떤 아우라를 남겼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유심히 보지 않아도 상관은 없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된다. 그저 한 번의 느낌만으로 족하다. “여행과도 같은 삶을 살아내시기를 기원합니다.” 이 글귀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따로 있다. “당신은 안주하면서 살고 있군요. 그래서는 안 됩니다.” 바로 이 말을 나는 하고 싶었던 것이다.

몽테뉴의 《수상록》에는 내가 좋아하는 글귀가 실려 있다. 여행을 통해 아무것도 얻지 못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소크라테스가 다음과 같이 말했나 보다. “아마도 그는 자기 자신을 짊어지고 갔다 온 모양일세.” 그렇다. 여행은 바로 이런 것이다. 낡은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것을 짊어지고 오는 것이다. 낡은 것이라니? 그건 바로 자기 자신이다. 낡은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내’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여행의 본질이다.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자신이 새롭게 된다는 것이 말이다.

낙관하지 말자. 새롭게 된다는 것이 반드시 더 바람직스럽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무서워하는 것이며, 심지어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명언 아닌 명언도 만들어진 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먹을 불끈 쥐고 입술을 앙다물고 다시 배낭을 꾸려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의 삶 자체가 항상 이미 그리고 앞으로도 여행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여행과도 같은 삶’은 사실 ‘삶다운 삶’을 말한다고 말이다. 

어머니 자궁으로부터 나와 낯선 부모를 만났을 때, 과연 우리는 자신이 어떤 어린이로 자랄지 예측할 수 있었을까? 이것도 여행이다. 훌륭한 부모를 만났다면, 우리는 유년 시절의 상처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반대로 미성숙한 부모를 만났다면, 우리는 죽을 때까지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품고 살지도 모를 일이다. 사랑에 빠질 때, 우리는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변할지 짐작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이것도 여행이다. 인간의 삶 자체를 저주할 수밖에 없는 사랑을 할 수도, 혹은 태어난 것이 행복하다는 느낌 속에서 사랑을 누릴 수도 있다. 모를 일이다.

여행을 포기하고 익숙한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가? 유지하고 싶으면 해보라. 불가능할 테니까 말이다.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세계는 여러분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주식 대폭락이나 금융 질서 붕괴와 경제 위기가 닥칠 수도 있고, 아니면 지진과 수해 같은 천재지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 혹은 여러분의 애인이 여러분의 무미건조한 생활에 싫증을 내고 결별을 선언할 수도 있다. 본의 아니게 새로운 환경이 여러분을 덮칠 것이다. 그러니 싫든 좋든 여행을 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단순하다. 자발적인 여행을 할 것인가, 아니면 타율적인 여행을 할 것인가? 급류를 거슬러 수영을 할 것인가, 아니면 급류에 휩쓸려 내려갈 것인가? 어느 경우든 우리는 과거와는 다른 ‘나’로 변할 것이다. 그렇지만 전자의 경우,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성장하는 자신을 확인할 테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갈수록 약해져만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사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지혜롭다면, 자발적 여행을 떠날 일이다.

지금 여러분이 들고 있는 책 《방황의 기술》의 저자 레베카 라인하르트는 자발적 여행을 ‘방황’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우리에게 인간은 왜 방황해야만 하는지, 왜 방황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방황이 인간에게 얼마나 커다란 선물을 줄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려고 한다. “낯선 것, 예측할 수 없는 것들과의 만남을 통해서만 이 세계에서 우리가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인간이라는 것과 인간성이라는 것이 진정으로 어떤 의미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방황이라는 여행이.   

아직도 방황에 주저하는 독자에게는 라인하르트가 인용한 노발리스의 말이 힘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삶이란 주어진 소설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소설이어야 한다.” 남들이나 환경이 만들어놓은 소설의 조연 노릇을 할 것인가, 아니면 남들과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 머물면서 소설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더 이상 여행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빠질 때, 다시 말해 삶을 마무리할 때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바로 그 순간, 엷은 미소를 띠면서 혼잣말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파란만장했고 순간순간 힘들었지만 돌아보면 흥미진진한 소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소설을 쓴 것 같다”라고.

한동안 독자들에게 친필 사인을 할 때 내게 덧붙일 말이 하나 생긴 것 같다. 라인하르트의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어쩌면 독자들은 여행과도 같은 삶을 살아내기를 기원하는 나의 마음을 더 쉽게 알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 삶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삶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발적인 방황을 과감하게 선택하고 그것을 기꺼이 감내해야만 한다. 오직 그럴 때에만 우리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삶, 다시 말해 ‘나’이기 때문에 혹은 ‘내’가 이 세상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살아낼 수 있는 삶을 제대로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방황하는 기술이다

- 프롤로그 

불안의 시대에는 안전이 고가의 자산이다. 우리 모두는 안전한 직장과 보장된 연금,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원한다. 제아무리 사나운 변화의 폭풍이 몰아쳐도 모습이 변치 않는 것, 푹 믿고 기댈 수 있는 것. 하지만 변치 않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을 손에 넣었다고 믿는 순간 문제는 다시 시작된다. 사랑스럽던 파트너가 갑자기 우울증 환자임이 밝혀진다. 그렇게 말 잘 듣던 아이는 질풍노도의 나이가 된다. 직장은 위태위태하다. 직장에서 잘리면 어쩌나? 혹시 암이라도 걸리면 어쩌나?

불안하다. 세상만사가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고 한다. 다시 붙들고 싶다. 불확실한 건 싫다. 실패할까 봐 겁난다. 궤도에서 이탈하고 싶지 않다. 망망대해를 정처 없이 떠도는 방랑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착오와 실패는 계획에 없는 일이다. 모든 것을 제대로 하고 싶다. 일, 가정, 건강, 적당한 수입. 직선거리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목표를 이루고 싶다. 실험은 안 된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가만히 있어야 한다. 비전과 꿈을 갖는 것이 낭만적이긴 하겠지만 그것으론 건질 것이 없다.

미래는 완벽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도 늘 이런저런 예기치 못한 문제와 씨름했듯 미래도 편안한 산책길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모험을 강행하여 미지의 땅을 정복하려 할 것이 아니라, 그저 조심 또 조심하는 편이 옳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극대화하고 완성하는 것으로 족하다. 지금보다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삶을 꾸려갈 것이며, 미심쩍은 불확실성은 애당초 차단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남는 시간이 있거든 여유 있게 즐기면 될 것 아닌가.

하지만 바로 이런 태도가 왜 우리가 여기에 있는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를 가로막는다. 남보다 뛰어난 시간 관리가 과연 인생의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손실을 최소로 줄이는 것이, 최대한 즐기는 것이 인생의 최종 목표가 될 수 있을까? 그저 이 세상에 왔을 때보다 조금 더 똑똑해져서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철학자이기에 매일 이런 문제들과 만난다. 책에서도 만나지만, 내가 운영하는 상담소나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통해서도 늘 이런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나는 인간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철학도 무가치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아주 다양하고(아픈 사람, 건강한 사람, 젊은 사람, 늙은 사람, 공부를 많이 한 사람, 못 한 사람, 돈을 잘 버는 사람, 못 버는 사람) 인생 역정도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면 결국 관심사는 다 거기서 거기다. 다들 행복이 무언지,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사는지 알고 싶어 한다.

그들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새삼 확인하는 사실이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불확실한 상태에 있는 걸 못 견뎌 한다는 것이다. 집안일이든, 직장 업무든, 병이든 마찬가지다. 모든 문제에 해결책이 있는 건 아니며, 어떤 땐 오히려 해결책이 없는 편이 더 낫다는 사실을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불확실한 상태에서 헤매는 것은 무조건 시간과 비용의 낭비라고 치부해버린다. 그리고 그 참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해방시켜주겠다는 전문가를 서둘러 찾아 나선다. 재미있는 건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는 원인이, 전문가들의 주장과는 달리 결코 힘들었던 어린 시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그 원인은 해결 지향성이 지혜의 마지막 결론이라고 주장하는 이 시대, 어린 시절부터 효율과 효과를 추구해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예측 불가능한 것들을 체계적으로 차단시키려 애쓰는 이 시대와 훨씬 더 관련이 깊다. 물론 아이러니하게도 예측 불가능한 것들을 차단시킬 수는 없다. 인생이란 그 자체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예측 불가능이라는 매력이 사라진 우리의 삶은 상상만 해도 너무 황량하지 않겠는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시대의 맥락에서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는 나를 찾는 환자들을 통해 거듭 확인한다. 나아가 자신과 자신의 문제를 보다 포괄적인 철학적 관점에서 관찰할 수 있다면 정말 못 견딜 것 같은 문제들도 갑자기 전혀 다른 성격을 띠게 된다. 불확실한 세상을 떠도는 방황이 죄나 벌이 아니라 기술로 보이는 그런 관점 말이다.

이 책은 미래를 두려워하고 해결을 지향하고 계산에 집착하는 이 시대에 더 많은 용기와 호기심을 갖자고 외치는 변론이다. 이 책은 고대 영웅 오디세우스를 모델로 삼아 일상적이지 않은 일, 낯선 일, 한계상황에 뛰어들라는 초대장이다. 자신의 불완전함이 드러날 일을, 심지어 실패할 줄 뻔히 아는 일을 감행해보라는 초대장. 이유가 뭘까? 우리는 절대 직접적으로는 우리 자신에게 다가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빙빙 돌아봐야, 삼천포로도 빠져봐야 자신에게 갈 수 있다. 낯선 것, 예측할 수 없는 것들과의 만남을 통해서만 이 세계에서 우리가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인간이라는 것과 인간성이라는 것이 진정으로 어떤 의미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 솔직히 말해 쉽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쉽게 정리가 안 되고 쉽게 내 손아귀에 안 들어오는 것이 더 매력적이고 더 스릴이 있는 법이다.

―헤매다
―헷갈리다
―착각하다
―혼란스럽다
―길을 잘못 들다
―길을 잃다

방황을 인생의 장애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와 다른 것, 쉽게 정체를 알 수 없는 것, 혼란스러운 것을 무시한다고 해서 두려움이 사라지는 건 절대 아니다.

두려워 말자. 망설이지도 말자. 지평을 넓혀라. 방황을 기술로 생각하자. 방황의 기술을 배워 인생의 가장 흥미진진한 즉 예측 불가능한 측면들을 만나보자. 수동적인 자세에 신물이 났다면, 다시 인생의 방향을 정하고 싶다면, 현재의 상황이 참을 수 없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은 당신의 멋진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습관으로 굳어버린 세계관을 버리고 불확실한 것에 다가갈 수 있는 용기와 호기심과 능력을, 숨어 있던 그 능력을 일깨우라고 재촉할 테니 말이다. 놀랄 만한 인생의 다양성, 일상의 근심 때문에 미처 보지 못했던 그 다양성을 새삼 깨닫게 해줄 테니 말이다. 더 용기를 내라고 외칠 것이고, 조금 더 참고 조금 더 인내하라고,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라고 가르칠 테니 말이다. 공동체는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 진정한 공동체는 ‘우리 것’과의 동일시를 넘어 남의 것, 낯선 것과 친구가 될 때 탄생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수많은 질문들의 해답을 찾아보길 바란다. 모든 경우에서 서둘러 (소위) 올바른 해답을 내기보다는 올바른 질문을 던질 줄 아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불확실성, 다의성, 모순을 ‘합리화로 제거하는 것’은 손실이 없을 수 없다. 철학에서도, 실제 삶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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