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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 오후 4시 반, 여름 날씨라고 하기엔 바람이 심심찮게 불고 가을이라 하기엔 여전히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당기는 긴 햇살을 맞으며 약속 장소로 걸어가는 길. 봄날인양 원피스 자락을 하늘거리는 ‘작가 목수정’을 만났다. 알라딘 인문학스터디 강의가 6월 3일이었으니 정확히 세 달만의 만남, 강의에서 들려준 ‘야성의 사랑학’은 그 사이 <야성의 사랑학>으로 무르익었고 그는 한국에서 파리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작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으로 우리가 목수정을 발견했다면 이번 책은 그가 발견한 우리의 스산한 풍경이지 않을까. ‘야성의 사랑학’이 어떻게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지 그에게 물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알라딘 인문MD 박태근)

  

 

(이 인터뷰는 책이 출간되기 전에 진행한 ‘사전 인터뷰’이며, 진행자는 원고의 절반 정도를 미리 읽고 진행했다. 알라딘과 그의 첫 번째 인터뷰는 다음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www.aladin.co.kr/author/wauthor_interview.aspx?AuthorSearch=@827060)

  


우리 시대의 ‘사랑학 개론’을 시작하다

첫 질문은 편집자께 드리겠습니다. 지난 목수정 선생님과 알라딘의 인터뷰에서 이번 책의 단초를 보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생각의 고리를 잡아 선생님을 만났는지 궁금한데요.

인터뷰 말미에 이런 질문이 있었어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 같은 사회적 질병을 앓고 있는데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겠느냐”, 선생님께서는 “마음껏 달리면서 당신 속에 있는 야성과 만나라, 당신의 야성이 해답을 줄 거”라고 말씀하셨죠. 흔한 자기계발서나 심리치유서에서는 만날 수 없는 대답이었어요. 그리고 ‘사랑학’에 대한 책을 써보고 싶다고 말씀하셨거든요. 이런 분이라면 임기웅변 같은 사랑의 잔기술이 아니라 삶과 세상을 바꿔낼 만한 제대로 된 사랑의 기술을 말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이야기가 시작된 거죠.

선생님께서도 지난 인터뷰에서 그런 주제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셨는데요. 이런 제안을 받고 바로 쓸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셨나요?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은 게 작년 3월인데 5월부터 집필을 시작했어요. 다음 책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그 제안이 불을 당겨준 셈이죠. 사실 문화정책에 대한 책과 사랑학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시키는 방향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거든요. 주변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특히 첫 책에 추천사를 써주신 박재동 선생님께서 직접 전화까지 주시며 재촉을 하셨어요. 선생님도 그 나이에 가장 결핍된 부분, 가장 아쉬운 부분이 “어떻게 사랑하는가”의 문제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게 이 부분인데 우리는 어디서도 배우지 못하고 탐구할 자유도 얻지 못한 채 살아왔다는 거죠. 하루아침에 할 수 없는 일인데도, 당장 시작해야 한다며 강하게 말씀을 하셨어요. 사실 이 주제는 앞으로 10년, 20년, 30년 뒤에도 공부하면서 새롭게 쓰고 싶은 마음이에요. 이 책은 그 시작이죠. 대학 시절부터 고민한 문제지만 구체적으로 책을 쓰게 된 원동력은 프롤로그에 쓴 문제의식이에요. 그걸 화두로 삼아 내가 고민해왔던 사랑학에 대한 얘기를 풀어보자. 그렇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을 거다, 그런 생각을 한 거죠. 그래서 참 많이 부족하고 미완성인 상태에서 시작한 책이에요. 

"슬픈 풍경들에 부대끼던 마음이 차츰 무뎌질 무렵, 하나의 부재가 선연히 고개를 들었다. 거리에서 마주친, 자신들의 가슴을 불시에 두드리는 여인에게 다가가 차 한 잔 할 수 있냐고 청하는 남자들의 부재. 그걸 어떻게 발견한 걸까? 3개월 남짓 면밀한 관찰자의 입장에 있으면서, 일단 그런 일이 일어나는 광경을 전혀 목격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모래바람 이는 황량한 산하와 이미 오래전에 방전되어 버린 에너지를 통찰했다면 믿으시려나."(8쪽)  

말씀처럼 프롤로그의 첫 장면이 중요하고 또 강렬한데요. 제 생각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에 대해 왈가왈부할 것 같습니다. 제가 주변을 탐문해본 결과 대략 96, 97학번까지는 그런 경험이 있는데 99, 00학번에 접어들면서 그런 일을 보지 못했다는 대답이더군요.

네, 의외로 세대적인 경계가 아주 선명해요. 그런데 부끄러움의 측면에서 보면 이전 세대도 마찬가지거든요. 제 기억을 돌아보면 어떤 남자가 학교까지 작심하고 쫓아왔는데, 제가 그 사람이 쫓아오는 걸 알고는 지하철에서 내려 다음 열차를 탔거든요. 그 사람도 따라 내려서 또 같은 열차를 탔는데 문에 딱 끼인 일이 있거든요. 그런 수모를 겪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에요. 게다가 그때는 전화번호를 달라는 말을 할 수도 없고, 무조건 시간 있으면 차 한잔 하자, 이런 거니까요.

본문에서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을 말씀하시잖아요. 우연히 마주친 인연을 찾아주는 코너가 있다고. 참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 환경하고는 다른 듯한데 이것 역시 이성과 야성의 문제로 볼 수도 있을 듯해요. 언론이라는 매체가 다뤄야 하는 대상, 시각 이런 부분에 대한 사회적 기준과 틀이 일정하게 자리 잡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우리는 일정한 엄숙주의에 묶여 있는 거죠. 모두가 베일 속에서 살고 있는 거예요. 대학교 2학년 때 한 친구가 ‘너는 어떤 일을 하는 것과 어떤 사람을 만나는 것 가운데 뭐가 더 중요해?’라고 물은 적이 있어요. 저는 어떤 사람과 만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대답했거든요. 그 이상 가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대답을 하고 나서는 잠깐 후회도 했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맞는 얘기 같은 거예요. 내가 뭘 하든지 그걸 함께 나눌 사람이 곁에 없으면 즐겁지 않거든요. 영원할 필요는 없지만 사랑으로 서로를 강렬하게 끌어당기는 상대와 함께 있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에요. 이런 능력을 배양하는 일도 중요하고요. 물론 그런 사람을 만나고 함께 사랑을 키워내는 일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죠. 삶의 퀄리티를 크게 좌우하는 일이니까요.

지난 인터뷰에 우리가 범상치 않는 사람에게 ‘예술하세요?’라고 물어본다는 얘기 있잖아요. 다들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걸 읽으면서 사랑, 정치, 예술이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마 이 책의 구성도 그렇지 않을까 짐작이 가는데요.

네, 맞아요. 문화 내지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쌓아왔던 것들, 족쇄가 되는 것들을 끊어내는 해방의 과정을 우리에게 안겨주는 것이 예술이고 사랑이고 정치죠. 이 세 가지가 제대로 작용을 한다면 말이죠.

 


가장 자연적인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고 가장 야성적인 것이 가장 문명적인 것이다

<야성의 사랑학>, 제목이 강렬한데요.

제목이 마음에 들어요?

네, 일전에 출판사에서 제목에 대해 물었을 때 좋다고 생각했어요. 야성이라는 말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은 아니잖아요. 사실 ‘야성’과 ‘사랑’을 함께 생각하면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과격하고 치명적인 사랑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야만’과 ‘야성’을 예민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을 듯한데요.

야성이라는 말과 가장 가까운 말이 자연인 것 같아요. 타고난 본성, 타고난 직관. 그러니까 일고여덟 살짜리 아이들이 보여주는 본능적인 반응을 보면 되는데, 아이들은 정말로 자연이 하는 소리를 듣나 봐요. 우리는 스스로가 자연의 일부라는 걸 뒤늦게 막 깨우치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아는 거예요. 아이와 길을 걷다가 껍질이 벗겨진 나무를 봤는데 “엄마, 저 나무 아프겠다. 얘 이렇게 상처 나서 아프겠다.” 비가 보슬보슬 오고 있었는데 “비야, 사람에게 내리지 말고 얘한테 내려. 얘가 너무 목이 마를 거야. 빨리 커야 해.” 이렇게 말을 해요. 옛말에 ‘벼는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도 그런 연구 결과들이 있잖아요. <물은 답을 알고 있다> 같은 책도 있고요. 우리가 고맙다는 말을 하면 물이 가장 아름다운 결정을 이룬다는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가이아 이론도 있고요.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지식으로 습득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체화되어 있는 거예요. 이걸 교육이라는 틀로 묶어 놓는데 사실은 ‘그 상태로 아이들에게 있는 것’, 그게 인간의 본성, 야성인 거지요.

그 패턴이 사랑에도 적용된다는 말씀이죠?

네,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가슴이 쿵쾅거리잖아요.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각자의 취향이 있어요. 아무리 잘생긴 애가 있어도 모두가 그 친구를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요.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방식이, 문화가 있는 거죠. 저는 오늘날의 교육이 그걸 죽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서 성인이 되었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봐요. 그러니까 자발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본능을 대신해서 스펙이 내 짝을 찾아주는 촉수가 되는 거죠. 취향이 다양하지 못하고 일정한 방향으로 획일화되는 현상이 야만이고, 자연에 가까울수록 야성이면서 진정한 의미의 문명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책에서 콘라드의 거위를 예로 드는데, 거위들도 짝짓기를 할 때 모든 문화적 코드를 동원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가장 많이 파괴된 동물이 인간이라는 거죠. 제 이야기와 연결해보면 짝짓기나 살아가는 방식에서 오히려 거위 같은 동물이 인간보다 문명화되어 있다는 거예요.

문명과 이성, 이성과 야성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발상이군요.

우리 인간들은 많이 먹으면서 한편으로는 다이어트로 살을 빼는, 이런 일들을 하잖아요. 너무 많은 폐기물을 만들어내고 그걸 정수하기 위해 돈을 쓰고. 굉장히 어리석은 일을 끊임없이 하는 존재예요. 어쩌면 가장 고등한 삶의 방식은 식물일 수 있어요.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가장 적게 소비하고 가장 오래 평화롭게 생활하는 거죠. 자연이 만들어낸 것 가운데 촌스러운 건 하나도 없어요. 정말 신기하게 모든 자연은 우아함을 갖고 있거든요. 가장 자연적인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고 가장 야성적인 것이 가장 문명적인 것이라는 말이죠. 현재 한국사회에서 제가 보는 가장 끔찍한 야만적인 풍경은 학원버스에 붙어 있는 플래카드예요. 전교 1, 2, 3등의 이름과 학교가 적혀 있는데, 글을 깨치기 시작한 아이들부터 동네 사람들까지 모두가 보잖아요. 예전에는 적어도 이름 한 글자는 지웠던 거 같아요. 본격적인, 거침없는 경쟁 사회가 된 거죠. 이런 게 야만이에요.

그럼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에 쉬어가는 질문 하나 드릴게요. 선생님의 소울메이트, 빌헬름 라이히는 어떻게 만나신 건가요?

사실 한국에 있을 때는 몰랐어요. 그런데 희완이 저에게 당신은 하이쉬를 만나야 한다, 이렇게 자꾸 말하는 거예요. 라이히가 프랑스어로 하이쉬거든요. 그때만 해도 누군지 모르다가 어느 날 하이쉬가 라이히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처음에는 라이히 전기를 봤어요. 그런데 제 자신이 라이히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희완이 저를 잘 본 거죠. 평소에 한국 사회의 위선적인 모습, 그 중에서도 성에 대한 위선이 가장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을 늘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 부분이 대화 중에 튀어나왔겠죠. 그러면서 희완이 제가 말하는 내용을 체계적으로 이야기한 사람이 있다고 알려준 거죠. 라이히의 책을 읽으면서 빙의된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라이히가 성과 정치를 결합하면서, 그러니까 프로이트와 맑시즘을 결합하면서 양쪽으로부터 다 버림을 받거든요. 우리 사회에서도 계급 문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여전히 개량이라는 비판을 받잖아요. 제가 레디앙에서 겪은 수모도 운동권 내에 여전히 살아 있는 엄숙주의 때문이었죠. 이런 주제를 감히 신성한 운동의 공간에 퍼질러대는 저라는 인간에 대한 단죄였거든요. 그래서 제가 앞으로 받아야 할 비판과 수모가 라이히의 삶에서 보였던 거죠. 라이히는 망명을 다니면서도 자기 주장을 놓지 않았고, 결국 감옥에서 죽었어요. 정말 ‘혼자’였죠. 한 사람이라도 마음 깊이 이해해줘야 한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랑을 좀먹는 것들, 사랑을 일깨우는 것들

책이 3부로 되어 있는데요. 2부 ‘위선, 연애불능의 사회’에서 ‘사랑을 좀 먹는 것들’이 무엇인지 보여주시잖아요. 특히 유교와 효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시는데, 한국사회에서는 적어도 심성적으로는 여전히 이 가치가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잖아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부분, 그러니까 사랑에서는 접점은 전혀 보이지 않고 결절 지점만 보이거든요. 혹 다른 맥락에서 일말의 가치를 찾아볼 수는 없을까요?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말이죠.

가장 큰 문제는 효란 단어에 너무 많은 것들이 뭉뚱그려져 있다는 거예요. 효가 뭐냐고 물으면 ‘부모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하거든요. 대부분 사랑이라고 생각을 해요, 이게 문제라는 거예요. 그게 사랑이면 왜 부모에 대한 자식의 사랑을 효라고 따로 불러야 하냐는 거죠, 다 똑같은 사랑인데. 왜 그토록 각별한 작명이 필요했느냐 하면 사실 효는 도리거든요, 사랑이 아니라. 도리는 ‘그럼에도 불구하는 지켜야 하는’ 거예요.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자식에 대한 엄청난 권력을 갖고 행사하는 사람들이죠. 제 경우,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는데 언젠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면 진짜 내가 쓰고 싶은 걸 다 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내 안의 도덕의 틀, 자기 검열을 엄마라는 존재가 계속 하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유교가 정말 작동을 잘 한 거죠.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가정으로 위임하면서 전체 가족들의 위계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 셈이니까요.

효가 당연한 걸 다른 것으로 구분하면서 권력을 획득한다는 말씀이군요. 그럼 효, 아니 ‘부모에 대한 자식의 사랑’을 포함하는 ‘사랑’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사랑의 기본적인 조건은 ‘자발성’이에요. 그렇지 않은 사랑은 없잖아요. 그런데 도리는 자발성과 무관한 개념이거든요. 자발성에 맡겨두었을 때 작동하기 너무 힘들기 때문에 도리로 만들어 놓은 거죠. 어쩌면 효가 부모에 대한 사랑을 좀 먹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하고 싶다가도 누가 시키면 하기 싫어지는 것처럼 말이에요. 예를 들면 추석 때 찾아뵙고 싶지만 못 갈 수도 있잖아요. 불효자가 되는 거죠. 그런데 불효자가 되는 건 내 부모와의 관계뿐 아니라 내 부모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의 지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거든요. 저는 효라는 게 불효자를 만들어 내기 위한 검열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효가 불효를 양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이게 사라지면 더 좋아질 거라고 봐요. 검열이 있으면 검열의 안과 밖이 생기지만, 검열이 사라지면, 비로소 우리가 원하는 것, 그리운 사람, 하고 싶은 일들을 하게 되겠지요.  효도하기 위해 그 어떤 모험도 하지 못하는 사람, 효도하지 않기 위해 자기 인생을 일부러 망치는 사람은 이제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2부에 있는 ‘언어에 담긴 성의 사회적 온도차’에서 프랑스나 스페인 말은 남녀 성을 구분한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습니다. 몰랐던 사실이 아님에도 새롭게 다가왔거든요.

저는 여성이잖아요. 그래서 이런 언어를 배울 때 맨 처음 검열하는 건 어떤 명사에 남성을 붙이고 어떤 명사에 여성을 붙이는가 하는 부분이에요. 독일어는 하늘에 여성을 붙이는 유일한 언어예요. 대부분의 언어에서 하늘은 남자고 땅은 여자거든요. 동양의 언어들도 겉으로 드러나 있진 않지만 감춰져 있고요. 저는 성에 주어진 계급적 의미들을 가장 먼저 관찰했던 것 같은데, 결혼한 여자와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구분해서 부르고 남자는 구분하지 않는 나라가 여럿 있어요. 프랑스의 마담(madame), 마드모아젤(mademoiselle), 므슈(monsieur)도 그렇죠. 한국에는 처녀, 총각, 아줌마, 아저씨가 있으니까 덜 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웃음) 이런 생각을 했어요. ‘모든 종류의 순결, 정조에 대한 요구는 여성에게만 존재하는 것이다.’ 저는 순결이란 단어가 여자에게만 있는 단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이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20대가 되어서 알고 보니 그렇지 않았던 거죠. 그게 바로 여기서 드러나더라고요. 여자는 언어 자체가 결혼 전과 결혼 후를 구분하고 남자는 그렇지 않다는 거죠. 세상의 모든 언어가 이걸 기준으로 여자의 의미를 매겨왔고 본질적으로 성에 대한 억압은 오로지 여성에 대한 억압이었다는 걸 그런 언어를 통해서 다시 느꼈어요.

하나의 명제로 제시하신 게 ‘성과 애는 결합시키고 성과 경제는 분리해야 한다’는 말인데요. 이 책에서 문제제기 하신 부분이 해결되려면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명제의 반대 상황이 주류 사회에서는 하나의 포맷인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다른 식으로 말하면 성평등이 제도적으로 이루어진 것과 같아요. 우리가 나아가야 할 중요한 지향점이란 말이죠. 아까 말씀드렸듯이 성적 억압은 여성에 대한 억압이에요. 여성을 덜 억압하는 사회가 되면 성적 억압이 줄어들고, 이게 양성 평등에 가까워지는 길이거든요. 사실 능력이나 참여에 있어 남여는 이미 동등한데 사회는 그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악랄하게, 외환위기 이후에는 더 극심하게 차단하고 있거든요. 이 부분이 제도로 보장되면 바로 성과 경제가 분리되는 거예요. 여자들이 혼자 아이를 갖게 되었을 때, 그러니까 비혼모가 되었을 때 85%의 여성이 아이를 낳길 원해요. 우리나라에서 아직 이들에 대한 시선이 따갑지만, 정책적으로 비혼모에게 일정 기간 동안 지원을 해주는 제도가 생겨서 출산과 양육을 위한 경제적 여건이 마련된다면, 그들은 모멸감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낳으려는 사례가 많다는 거예요. 이게 프랑스의 모습이기도 하고 러시아 혁명 직후의 모습이기도 하거든요. 사소한 제도 하나가 현상을 확 바꿀 수 있다는 거죠. 관념적인 게 아니라 제도적인 장치로서 바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에요. 흔히 관념적 혁명이 이루어져야 제도가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제도가 움직이면 사람들이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요. 민주노동당의 경우를 봐도 처음 국회에 입성했을 때 사람들이 이런 당이 있는 줄도 모르다가 국회의원 10명이 되니까 한 달 만에 지지율이 25%로 뛰었거든요. 내심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주저하던 이들이 너도나도 지지하게 되는 상황인 거죠.

제가 차례를 보고 얄팍한 생각으로 이걸 먼저 읽어야지 했던 꼭지가 ‘야성을 일깨우는 아홉 가지 방법’인데 아쉽게도 이 부분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힌트를 좀 주시지요.

제가 첫 번째로 꼽은 게 접촉이에요. <감각의 박물학>을 쓴 다이앤 에커먼의 이야기인데, 생명체에 있어 접촉은 태양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거예요. 애정은 추상적일 수 있는데 이건 직접적인 거죠. 아무리 사랑해도 직접 안아주지는 않는, 우리 엄마 같은 사람들이 한국에는 진짜 많아요. 지금도 접촉이 전혀 없어요. 이게 알게 모르게 어떤 한이 쌓이는 것 같아요. 내가 왜 그렇게 20대에 애정을, 사랑을, 연애를 갈구했을까 생각을 해보면, 본능적으로 요구했던 접촉의 결핍이 쌓여온 결과로 보이거든요. 실제로 제가 몇 가지 사례를 들었는데, 12세기 여러 나라를 점령했던 하인리히 2세의 실험이 대표적이에요. 아이들이 어떤 접촉도 없을 때 처음 하는 말이 무엇일까 알아보기 위해 어떤 접촉도 없이 먹이기만 했는데 그 아이들이 다 죽었다는 거예요. 또 다른 사례는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정권에서 낙태를 금지하고 여자들에게 아이를 5명씩 낳으라고 강요한 일인데요. 아이가 늘어나니 결국 한 보육사가 100명이 넘는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그때 거기서 양육되었던 많은 아이들이 다른 나라로 입양이 되었는데 그 아이들 가운데 많은 수가 자폐증을 앓았어요. 사실 사육에 가까웠던 거죠. 이런 극단적인 예가 아니더라도 부모가 아주 살벌한 관계를 형성하는 가정의 아이들은 성장기에 성장이 멈추기도 해요. 불안이나 공포 속에서 접촉 없이 자란 아이들 말이죠. 반면에 꽃향기가 있는 오일로 마사지를 해주면 치매가 호전이 된다고 해요. 아이들이건 어른이건 접촉이 생명과 같다는 거죠.  

접촉이 생명과 같다, 선생님께서도 이 방법을 실천하고 계신가요.  

저도 어쩌면 접촉을 많이 할 수 있는, 많이 하는 사람과 살고 있기 때문에 10년, 20년 전보다 야성이 발달한 것 같거든요. 이게 머릿 속에 강렬하게 자리 잡은 상황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 아이한테는 널 만지지 않는다는 게 무척 슬픈 일이더라고요. 이 아이는 접촉이란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한 아이인데 이게 없으면 엄청난 형벌인 거죠. 자기가 받아야 할 접촉의 함량을 인지하면서 요구하는 삶. 그러면서 명랑하고 쾌활하게 성장하는 거죠. 직관이 잘 발달하고요. 직관이 발달하려면 오감이 발달해야 하거든요. 현대인이 가장 덜 발달한 부분이 촉감이라고 생각해요. 내 손끼리 부딪치는 게 아니라 남과 맞닿으면서, 정 어려우면 마사지라도 받아야 하는 거예요. 나를 안아주는 연인이 내 곁에 없다면 마사지를 받고 해주는 감각을 일깨우는 아주 원시적인 방법도 시도할 필요가 있어요.

 

 

 

 

 

 

  

 

나머지 여덟 가지 방법도 궁금한데요. 선생님께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중년의 사랑, 노년의 사랑도 들려주실 거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알라딘 인터뷰의 공식질문입니다. 우리의 야성을 일깨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몇 권 추천해주시지요.

우선, 조금 전에 말씀드린 <감각의 박물학>이 있고요. 리처드 윌킨슨이 쓴, <평등해야 건강하다>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평등해야 서로 사랑할 수 있거든요. <자유로운 아이들 서머힐>도 추천하고 싶어요. 저자 A.S 닐은, 멀리서나마, 라이히를 끝까지 지지하고 격려한 거의 유일한 사람이고, 라이히가 생각한 방식으로, 그리고 제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대로 학교를 운영한 사람이죠. 모든 금기로부터 자유로워졌을 때 인간이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열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해줘요.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는 2년 전에 선물을 받았는데 최근에야 읽었어요. 이 책을 읽고 책을 쓰면 더 좋았겠다 싶을 정도로 좋은 책이에요. 조기유학을 계획하는 모든 소녀들, 여기가 아닌 저기를 꿈꾸는 모든 제3세계의 여자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에요.

재미난 말씀 고맙습니다. 책이 나오면 많은 독자들과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만날 수 있겠죠? 서울과 파리를 잇는 새로운 접촉의 방법을 고민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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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로망 2010-10-05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작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을 감명깊게 읽은 독자로서, 더할 나위없이 끌리는 책이네요! <야성의 사랑학>! 저의 페이보릿 작가가 되어버린 목수정 님.>_< 찬찬히,야금야금,아껴 읽겠습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0-10-07 11:04   좋아요 0 | URL
어쩌죠? 글이 너무 시원시원해서 단숨에 읽히는데... ^^

주성치 2010-10-06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력적인 인터뷰네요. <야성의 사랑학> 요즘 읽고 있는데, 막힌 속이 뚫리는 기분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답니다. 이 책을 읽고 저도 더 추워지기 전에 제 안에 숨은 야성을 좀 깨워봐야겠어요. 꾸준히 책을 쓰신다니 앞으로의 행보도 응원하겠습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0-10-07 11:51   좋아요 0 | URL
아홉 가지 실천 방안으로 하나씩 연습해보시면 길이 열리지 않을까요? 요즘 한겨레21 마지막 페이지 칼럼을 맡고 계신데 찾아보셔도 좋을 듯하네요. http://search.hani.co.kr/hani/search.php?pageType=han21&keyword_str=목수정
 

   
  책 제목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은, 나의 독서 버릇에서 나온 것이다. 나는 많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데, 책을 읽는 도중에 빌려 읽기가 너무 아까운 좋은 책이나, 다 읽고 나서 필히 곁에 두어야 할 책을 뒤늦게 산다. 이런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책 가운데는 읽고 나서 버려지는 것들도 많다. 책을 읽는 방법이 천차만별이듯 버리는 일도 그럴 것인데, 내가 가장 애용하는 방법은 외출을 할 때 미리 준비했다가 아무 공중전화 박스의 전화기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3년 만에 돌아온 장정일의 독서일기,

파란여우 님의 글(http://blog.aladin.co.kr/bluefox/4119139)을 비롯하여

알라딘서재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에 부응하여 출판사에 장정일 선생님 인터뷰를 요청했고

선생님께서 흔쾌히 서면 인터뷰를 허락해주셨습니다.  

 

       

    저보다 여러분들의 궁금함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하여

    질문을 공개모집합니다. 9월 26일 일요일까지 댓글로 질문을 남겨주세요.

    서면 인터뷰니 시간의 제약 없이 가능한 모든 질문을 전할 작정입니다.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을 중심으로 한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질문도 좋고,

    작가 장정일에 대해 묻고 싶었던 이야기도 좋습니다.

    장정일 선생님께 '사서 읽을 만한 책'을 권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궁금증을 모으고 제 궁금증도 보태 선생님께 답을 구해오겠습니다. 

 

    최근에 예술MD께서 정성일 선생님 인터뷰(http://blog.aladin.co.kr/tbox/4123545)를 위해  

    서재에서 질문을 공개모집했는데, 괜찮은 방법인 듯하여 저도 숟가락을 얹어봅니다.
  

 

 



     

 

 

 

 

    사족) 마티 출판사에 여러분의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사연을 듣는 이벤트를 제안하여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니,

            조만간 책을 둘러싼 신기하고 놀라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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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8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5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름의 문턱에서 만난 반가운 책과 사람 <불편해도 괜찮아>와 김두식 선생님입니다. 인사동의 호젓한 전통찻집에서 시원한 냉모과차를 나누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 바람을 마주하는 요즘입니다. <불편해도 괜찮아>를 이미 읽으신 분들께는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한 보충 자료로, 아직 책을 만나보지 못하신 분들께는 '인권감수성'을 전할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마지막까지 원고를 검토하며 꼼꼼하게 수정해주신 김두식 선생님, 반가운 책을 펴내고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창비 출판사에 고마움을 전합니다.(인터뷰 진행 및 정리_알라딘 인문MD 박태근)

 

 

책을 쓰는 일은,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이고 세상에 말을 거는 방법이다

트위터에서 종종 뵙다가 이렇게 직접 만나니 반갑습니다(인터뷰어와 김두식 교수는 맞팔 관계다). <불멸의 신성가족> 때는 알라딘에서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인터뷰를 하니 약간 긴장도 됩니다. 최근에 알라딘에 보내주신 추천도서 잘 보았습니다. <유혹하는 에디터>는 저도 재미나게 읽은 책이라 반가웠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불편해도 괜찮아>가 가장 반가운 책이었죠. <헌법의 풍경> 이후 5년 동안 책을 내지 않으셨는데(2007년 출간한 <평화의 얼굴>은 <칼로 쳐서 보습을>의 개정판이다) 지난 1년 새 무려 3권의 책을 연이어 쓰셨습니다. 집필에 집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많이 쓰겠다고 작정하고 쓴 건 아니었고 우연히 그렇게 된 겁니다. <불멸의 신성가족>은 희망제작소에서, <불편해도 괜찮아>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안한 기획인데, 분명한 방향과 틀을 가지고 있어서 쉽게 공감하면서 집중적으로 집필할 수 있었어요. 그 전에는 <헌법의 풍경> 비슷한 책을 만들어보자는 출판사들의 제안을 많이 받았는데, 그런 기획에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거든요. 1년 동안 학교에서 집필을 위한 시간을 배려해준 점도 큰 도움이 되었고요.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는 오래 미뤄두었던 작업인데, 국가인권위원회 내부 사정 때문에 <불편해도 괜찮아> 프로젝트가 약간 공전한 덕분에 마무리할 시간을 얻었답니다. <불편해도 괜찮아>는 저에게 행복한 작업이었습니다. 다른 두 권의 책은 한 줄 한 줄 고민과 부담이 많았거든요. 하나의 표현이 자칫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까 걱정이 되어서 말이죠. <불편해도 괜찮아>는 원하는 영화를 실컷 보며 책을 쓰는 프로젝트라 누구라도 하고 싶은 작업이었을 겁니다.

 

성급한 질문이지만 집필과 관련한 내용이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평화의 얼굴> 서문에서 국가의 본질, 교회의 본질을 말하기 위해 3권의 책을 쓰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평화의 얼굴>, <헌법의 풍경>,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겠지요. 말씀하셨듯이 그 이후 두 권의 기획물을 출간하셨는데, 하나의 큰 흐름을 마무리한 지금, 선생님께서 새롭게 그리고 계신 계획은 무엇인가요?

사실 아무 생각이 없어요. 지금 대학이 살벌한 경쟁에 놓여 있는데, 특히 로스쿨 전환 이후 강의 부담이 커지면서 대부분의 교수가 일반인과 대화하는 책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에요. 저 같은 경우도 학교에서 계속 살아남으려면 논문도 쓰고 해야 하는지라, 당분간은 전공에 맞는 학문적 글쓰기를 해야 할 것 같네요.

선생님께서 계획하고 실행하신 일련의 저작활동이 애초의 목적의식을 어느 정도 성취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제 생각이 이렇게 폭넓은 공감을 얻어낼지 몰랐어요. <헌법의 풍경>도 이렇게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읽히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어떤 의미에서는 남을 위해 책을 쓴다기보다는 제 생각을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저를 위해 책을 쓰는 면도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기독교 평화주의에 대한 생각을 품고 있었는데, 나 혼자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늘 불안했거든요. 그런데 미국에서 좀더 폭넓은 공부를 하다 보니 저의 그런 생각이 이상한 게 아니라 기독교 윤리와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흐름이었음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 깨달음의 과정을 정리한 게 <평화의 얼굴>이죠. 만약 저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이제는 제 책을 읽고 그걸 기반으로 훨씬 멀리 나갈 수 있을 겁니다. <평화의 얼굴> 뿐만 아니라 다른 책도 모두 그렇습니다. 제 작업의 의미라면 그 정도 수준인 것 같아요.

선생님 글을 보면 한 꼭지의 글이나 한 권의 책, 더 넓게는 전체 저작 활동에서 나로부터 시작하는 문제의식을 볼 수 있습니다. <불멸의 신성가족>에서 자기고백, 내부고발자의 측면을 볼 수 있듯이 말입니다. 누구나 자기 고민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유보하거나 타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자기 고민을 드러내고 표현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가까운 곳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보고 느낀 안타까움이 집필의 출발점이 된 경우가 많아요. 사실 저는 평온한 중산층 가정에서 잘 자랐고 지금도 여전히 아내, 딸과 중산층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제 능력보다 훨씬 잘 된 사람이죠. 그러니 늘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있는 겁니다. 고통 받는 사람을 보면 저는 ‘내 인생이 여기까지 잘 풀려온 게 바로 이때를 위한 것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그런 책임감을 느끼면 글을 쓰게 되는 거죠.
  저는 거대 담론을 싫어하고 이야기를 좋아해요. 추상적이고 어려운 책은 힘들더라고요. 좋은 책은 이야기, 즉 내러티브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수님을 보면 그 분이 잘 준비된 논리로 누군가를 설득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뜬금없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비유를 풀어내실 때가 많거든요.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명령이 아니라 그냥 그분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사람들의 생각이 자연스레 바뀌는 방법을 취하신 거죠. 제가 감히 예수님 흉내를 낼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저는 같은 맥락에서 결국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학술적인 내용도 포함하되, 이야기 형식을 지키고 싶었는데, 생각같이 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상황이 인권문제의 장이다

 

이제 본론인 <불편해도 괜찮아>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여러 주제 가운데 청소년 인권과 여성 인권을 다룬 장이 기억납니다. 청소년 인권은 따님 이야기인데 선생님 딴에는 배려하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딸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장면이 나오고 여성 인권에서는 강의실에서 (사법시험 합격 이후 마담뚜가 접근해온다는 맥락에서 여학생을 배제하는 표현이 되어버린) 마담뚜를 말씀하시다가 크게 얻어맞으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서문에서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듯합니다. 앞서 든 예처럼, 살다보면 의식이 작동하지 못해 깨지는 순간들이 있는데 선생님께서는 그런 자각을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저는 체질적으로 정답을 싫어해요. 한국의 진보적 지식인들을 보면 어떤 문제를 던져도 그 자리에서 바로 답을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훌륭한, 정말 아는 게 많은 분들인데 저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고 그런 게 좀 불편해요. 대개 제 책들을 보면 문제제기를 해놓고 답이 없잖아요. (웃음) 그게 제 책의 한계인데 실제로 답을 찾기 어렵다는 걸 제가 많이 의식하는 것 같아요. 한 방 맞는 것도 어쩌면 그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시작하게 만드는 계기라서, 한 방 때려주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 있어요. 주로 제 처가 그런 역할을 많이 해주죠. 사람은 자기중심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외부적으로 그런 충격을 받지 않고는 자기중심성이 사라지지 않아요.  

 <불편해도 괜찮아>도 논리보다는 감성에 호소한 책이에요. 판례나 인권 협약을 설명한 게 아니라 이야기거든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이야기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글을 쓰는 사람이 가르치려 하는 게 아니라 남과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을 솔직히 나누다 보면, 거기서 공감이 시작되죠. 그래서 늘 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게 되는 건데, 생각해보면 그게 또 쉽게 글을 쓰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사실 제 책들은 저의 고민에서 시작해서 제가 그 시점까지 찾은 답들을 얘기하는 것에 불과하거든요. 대단한 사회과학 책이 아니고요. 안타깝게도 사회과학 분야는 훨씬 넓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도 접근성이 떨어질 때가 많아요. 어렵다는 선입견도 있고, 교보문고만 봐도 사회과학 코너가 제일 구석에 있거든요. 사회과학과 문학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어요. 제가 사회과학 코너에서 종교까지는 발전했는데 아직 문학 코너까지는 가보지 못했어요. (웃음) 이 책을 쓰면서 그 경계를 넘어설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이 책의 분류도 여전히 사회과학을 벗어나지 못하더군요. 사람들이 수필을 재미나게 읽고 인문학은 지식을 준다고 생각하는데 사회과학은 피곤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한번 그걸 넘고 싶어요.

피곤하다는 부분도 이유겠지만,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큰 이유인 듯합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수치나 자료로 표현되니까 불편함을 느끼는 거겠죠.
  저는 인권감수성이란 표현에 주목했습니다. 제가 이 책의 소개글을 쓸 때 ‘지키는 인권에서 공감하는 인권으로’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강남에서 논술을 가르치는 제 친구가 인종문제를 다루면서 아이들에게 물었답니다. 지하철을 탔는데 빈 자리가 두 개 있다. 하나는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백인 옆자리고 다른 하나는 노동자로 보이는 동남아 사람 옆자리인데 어디에 앉을 거냐. 다분히 의도적인 질문이었는데 여학생의 답변이 기가 막힙니다. ‘잘 생긴 사람 옆이요’라고 했답니다. (웃음)

훌륭하군요.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인권이 이미 상식이 되어버려서 ‘인권은 좋은 거야’, ‘인권은 지켜야 해’라는 생각을 강박처럼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 상황 말이죠. 그런 면에서 지키는 인권보다 공감하는 인권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남의 인권을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죠. 그런데 임순례 감독의 영화 <날아라 펭귄>을 보면 채식주의자 이야기가 나오는데 일상적인 회식문화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거든요. 이런 걸 보면 인권이라는 게 생각만으로 되는 건 아니고 결국 그 사람 입장이 되어봐야 길이 열린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공감이 중요하죠. 공감하면 그만큼 실천도 쉬워집니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권력의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인정하지 않아요. 더 가진 사람은 덜 가진 사람을 억압하거나 전체 상황을 주도하는 힘을 갖죠. 일단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고요.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 권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갖지 못한 사람은 그 상황에서 어떻게 당당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한 거죠. 결국 일상의 모든 국면에서 인권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인권감수성이란 말도 이런 맥락에서 제안한 거고요.


아직 멀지만, 인권의 미래는 밝다

여기 오기 전에 알라딘 리뷰와 40자평을 살펴봤는데, 독자들이 인상 깊은 구절로 언급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랄 총량의 법칙이나 따귀 다큐멘터리 같은 감각적인 표현에 대한 호응이 좋고, ‘의심스러울 때는 약자의 이익으로’라는 명제에 공감하는 듯합니다. 아직 책을 읽지 못한 분들을 위해 이런 표현의 맥락을 짚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의심스러울 때는 약자의 이익으로’부터 말씀드릴게요. 사회가 다원화되다보니 어느 쪽이 옳은지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잖아요. 사실 저도 그럴 때 많이 흔들리거든요. 이쪽 얘기 들으면 이쪽 얘기가 맞는 것 같고 저쪽 얘기를 들으면 저쪽 얘기가 맞는 것 같고 말이죠. 그런데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가 옳은지 불분명한 상황에서는 약한 사람의 편을 드는 게 옳다는 원칙을 말씀드린 거예요. 물론 누가 약자인가 하는 문제는 남죠. 아주 거친 표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약자 기준의 정의 판단은 매우 중요한 인권의식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따귀 다큐멘터리는 그냥 적은 게 아니고 정말 만들어봤으면 좋겠어요. 만들기 어렵지도 않을 거고요. 드라마에 엄청나게 많이 나오는 따귀 장면을 보여주면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이것뿐이냐고 묻는 거죠. 우리나라 드라마는 연인들끼리 너무 자주 때리거든요.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노력과 학습이 필요해요. 그런데 기껏 따귀 때리는 걸 애정표현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죠.

전체 주제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게 동성애자 부분과 병역거부 문제입니다. 동성애자 문제는 기독교인이란 선생님의 위치 때문이고, 병역거부 문제는 <평화의 얼굴>에서 본격적으로 다룬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동성애자 문제부터 말씀을 드리면 예로 드신 영화 <윌과 그레이스>에서 역지사지하는 장면이 놀라웠거든요. 생경한 감각 말이죠. 그런데 말미에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동성애자 문제는 전적으로 프라이버시에 속한 문제라서 이성애자들이 관용하고 말고 할 문제가 전혀 아니”라고. 그런데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근거로 듭니다. 인간은 홀로 떨어져 살 수 없는 데 전체 사회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배려할 수 있느냐 하는 주장인데요. 선생님께서는 이런 반론에 어떻게 답을 하시겠습니까?

규범적으로 어떤 행위가 용인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를 말할 때는 기준이 있어야 하거든요. 법학에서 이야기하는 가장 폭넓은 합의점은 남에게 피해를 주느냐 주지 않느냐 하는 기준이에요. 물론 이런 견해에도 비판의 여지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나마 가장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이에요. 동성애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영역이거든요. 기독교 윤리의 차원에서는 여러 논쟁이 있지만, 그냥 일반 사회의 논리로 이야기하면 동성애자에게 시비를 걸 수 있는 근거는 없어요. 남의 사생활을 보고 불편함을 느낄 이유가 없는 거죠.

병역거부 문제의 경우, <평화의 얼굴> 이후에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그간 현실에서의 변화나 가능성을 보셨는지요.

그 책이 참여정부 말기에 나왔어요. 그때는 제가 사람들의 심리적 장벽을 넘는 것이 어렵다고 이야기하면 병역거부자를 돕는 분들이나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정책 활동을 하시는 분들께서는 저에게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냐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지금도 4주 훈련만 받고 일종의 대체복무를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4주 훈련을 받고 안 받고 정도의 문제는 금세 해결될 수 있다고 본 거죠. 저는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고 오랜 설득이 필요하다 말씀을 드렸거든요. 결국 참여정부 때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고, 이번 정부 들어서는 이런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도 못하게 되었어요.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정말 그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의되다가 사라져버린 듯합니다. 최근에 관련 소식을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 당분간 희망은 없는 걸까요?

저는 젊은 세대에 희망을 걸고 싶어요.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나이가 중요한 요인이에요. 예를 들면 제 책도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은 잘 읽지 않아요. 저는 이제 그걸 현실로 받아들여요. 그래서 제가 이야기 나눌 주된 대상은 저보다 나이 든 사람이 아니라 저보다 젊은 다음 세대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젊은 세대와 이야기하려면 몸을 낮추고 말을 걸어야죠. 제 책 자체가 그런 ‘말걸기’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병역거부 문제만 보더라도 20대 친구들은 나이 든 분들과 생각이 상당히 다르거든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멀지않은 시점에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이 문제에 대해 마음을 열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입장을 떠나 자기를 정직하게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본문 주제에 대해서 하나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영화 검열을 다룬 장에서 영화에 대한 선생님의 절절한 사랑을 느꼈습니다. 다른 장에서는 치밀하게 문제를 파고든다기보다는 공감에 집중하신 듯한데 이 부분에서는 영상물 관리 등급의 역사에서부터 미국의 법률까지 다루시며 열중하는 모습이었거든요. (웃음) 수용자 입장에서 보면 사용료를 지불하면서도 정해진 기준에 맞춰서 보게 되는 상황인데요. 현실에 존재하는 심의 과정을 넘어설 대안이 있을까요?

사전 심의 과정을 통과하지 않고는 어떤 영화도 상영될 수 없는 제도는 잘못된 겁니다. 근본적으로는 나이로 획일적인 선을 긋는 것도 문제죠. 다른 맥락에서 얘기를 해보면, 저는 돈을 다 내고 정품 디비디를 사보려고 노력을 하는데요. 저처럼 정품 디비디를 사보는 사람은 뭉개지거나 잘려진 화면을 보지만 어둠의 경로로 구해보는 친구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무삭제판을 마음대로 구해보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돈 내고 사서 보는 사람은 잘린 걸 보고, 어둠의 경로로 구해보는 사람은 제대로 된 걸 본다는 것 자체가 시장 좋아하는 분들의 표현을 빌자면 시장 왜곡인 거죠. 검열이란 시스템 자체가 굉장히 오래된 거잖아요. 문을 막아두면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생각인데 저는 이 프레임 자체가 끝났다고 생각해요. 얼마나 좋은 가정을 만드는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아이들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고 긍정적 가치를 전해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거지, 영화 한 편을 보고 못 보게 하는 걸로 아이들을 지키는 시대는 지나간 거죠.

이제 책 밖으로 나와서 이야기를 이어가보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책, 영화, 드라마 모두 즐기시잖아요. 영화나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행간이 넓은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처럼 이야기의 근거로 사용할 때 자유로운 측면이 있는 반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고자 할 때에는 의도적으로 일부분을 강조할 수도 있잖아요. 선생님의 매체 읽기의 태도랄까 방법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매체에 대한 특별한 시각이 있는 건 아니고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파든 좌파든 미학적으로 완성되어 있으면서 정직함이라고 할까요,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밴드 오브 브라더스>같은 드라마가 있잖아요. 우파의 가치를 전달하는 드라마죠. 틈만 나면 성조기가 나부끼고 전쟁에 참여하는 애국청년들의 모습을 보여주니까요. 그런데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독일군을 악마로 그리지 않아요. 상대방도 자기 이유를 가지고 싸우는 사람들이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밀도 있게 그리고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요즘 트위터에서 줄기차게 비판하고 있는 <로드 넘버 원>과 <전우>를 보면 역사적 사실과 거리가 있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북쪽 사람들은 맨날 민간인을 학살하거나 고문하고 남쪽 군인들은 인간미가 뚝뚝 떨어지는 걸로 그려요. 전쟁 자체가 얼마나 참혹한 것인가를 잘 보여주면서도 우파의 시각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데도 우리 드라마들은 너무 유치하다는 거죠. 그래서 아무도 안 보잖아요. 자충수라고 생각해요. 어떤 시각을 담을 수밖에 없지만 정직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을 해요. 저는 그런 정직한 시각을 담은 드라마로 좀 오래되었지만 <떨리는 가슴>을 꼽고 싶어요. 원래 편성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구멍이 나서 노희경, 인정옥 등의 작가들에게 맡겨서 급하게 만든 드라마라고 들었는데, 정말 잘 만들었어요. 우리에게 어떤 시각을 강요하지 않고 사는 게 저런 거지, 사람이 약한 부분도 있고 모자란 부분도 있는 거지,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였거든요. 그런 작품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최근 보신 작품 중에서 그런 영화나 드라마를 꼽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인생은 아름다워>를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좀 오래 되기는 했지만 <네 멋대로 해라>도 추천하고 싶네요. <쩐의 전쟁>도 메시지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이제 알라딘 저자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입니다. <라디오 스타>의 마지막 질문 같은 거죠. 독자들에게 책을 한 권 추천해주신다면?

<김대중 자서전>을 추천하고 싶어요. 김대중이라는 한 거인의 삶을 통해서 한국 현대사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책이죠. 그리고 얼마전 재미있게 읽은 소설책이 <제리>인데요.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의 표현이 가슴에 박히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인권 관련해서는 <미국과 대량학살의 시대>가 떠오르네요. 기독교 쪽에서는 조성기 선생의 소설 <야훼의 밤>이 20년 전 책이기는 해도 공동체의 문제를 깊이 고민한 책이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오랜 시간 친절하게 답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멀지 않은 때에 새로운 책으로 또 뵙길 기대하겠습니다.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사, 임지 변경, 유학 등의 이유로 여러 교회와 단체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고려대 법대와 미국 코넬대 법과대학원을 졸업했고, 군법무관, 검사, 변호사, 한동대 법학부 교수를 거쳐 현재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 형사소송법, 형사정책 등을 가르치고 있다. <헌법의 풍경>, <평화의 얼굴>, <불멸의 신성가족>,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등 몇 권의 책을 썼다. 

트위터 @kdoo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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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o98 2010-09-06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김두식 교수님의 책은 헌법의 풍경밖에 접하지 않았는데 다른 책들도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0-09-07 12:29   좋아요 0 | URL
<불편해도 괜찮아>가 가장 접근성이 좋습니다. 기독교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를 권하고 싶네요.

수옹이 2010-09-07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김두식 교수님도 네 멋대로 해라, 덕후셨군요. ^^

인문MD 바갈라딘 2010-09-07 12:32   좋아요 0 | URL
네멋은 디비디 소장할 만한 드라마죠.

ziyeoni 2010-09-07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가 권해서 읽기 시작했던 <불편해도 괜찮아> 를 이제 제가 주변에 권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잘 봤습니다.
맞팔 관계다. 라는 말에 흠칫 놀라며 저도 확인해봤다는 ㅋㅋ

인문MD 바갈라딘 2010-09-08 10:30   좋아요 0 | URL
뭐, 맞팔이 특별한 관계는 아니니까요...

karen012 2010-09-08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해도 괜찬은 사회가 빨리 오길 바랍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0-09-18 08:13   좋아요 0 | URL
조금씩이나마 진전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인권처럼 이미 상식이 되어버린, 그러나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은가치 문제가 아예 잘못가고 있는 문제보다 어려운 과제인 듯합니다. 더 세심한 관찰로 변화의 가능성과 여지를 찾고 실천해야 하니까요.

사고픈책 2010-10-19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린시각,좋은글(그리고 문장).,잘읽었습니다. 고운가을보내시길..

인문MD 바갈라딘 2010-10-20 23:40   좋아요 0 | URL
네, 한여름에 나온 이 책이 아직까지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아 기쁩니다. 가을, 유독 아침 햇살이 좋은 계절입니다. 만끽하세요.
 

몇 해 전부터 여름이면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하는 SERI CEO 여름휴가 추천도서(공식 명칭은 CEO가 휴가 때 읽을 책 14選)가 출판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재작년, 작년 예전만 못한 타율에 절치부심했는지 이번에는 종수를 줄이고 집중하는 모습, 현재까지는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듯합니다. 공개된 자료를 보니 선정기준은 네 가지입니다. 외부 CEO 추천 /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추천 및 내부 검증 / 2009년 이후 발간 / 인문교양의 경우 소설, 종교 관련 서적은 제외. (크게 문제 삼을 건 아니지만) 선정 기준과 방법이 뒤섞여 있는 듯한데,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서 명확한 기준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함께 발표한 '설문을 통해 본 한국 CEO의 독서 경향' 자료가 재미난데 최근 한국 CEO의 독서 화두는 이렇답니다. 

자연, 인간, 사회와의 공존 25%│신(新)사업 및 사업확장을 위한 힌트 찾기 20.4%│마음의 평안과 희망 찾기 18.6%│전문적 교양지식 습득 18.1%│소통의 비법 발굴 14.6% 

'자연, 인간, 사회와의 공존'이 1위. CEO라 하면 두 눈 부릅뜨고 효율성과 생산성 제고를 고민하며 사업확장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떠올라 독서 경향도 비슷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다채롭습니다. 이런 설문이 반영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SERI CEO 여름휴가 추천도서는 경제경영 7종, 인문교양 7종으로 다음과 같습니다.(<논어와 주판>과 <한손에는 논어를 한손에는 주판을>은 같은 내용의 책입니다.)

[경제경영 7選] 

 

 

 [인문교양 7選] 

 

 

  

앞서 말씀드린 CEO들의 독서 경향에 부응하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 목록입니다. 여름휴가이니만큼 발상의 전환을 제시할 만한 강력한 목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아류임을 철저하게 자각하며) Sorry CEO 여름휴가 추천도서 목록을 만들어보았습니다. Sorry가 워낙 해석의 여지가 많아 똑 부러진 설명을 해드리고 싶지만 아시다시피 아류인지라, 폭넓은 해석의 여지를 방패막이 삼아 제멋대로 선정해보겠다는 심보로 이해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대상도서는 2010년 상반기 출간도서, 선정기준은 알라딘 인문MD의 의욕과 경제경영MD의 응원입니다. '자연, 인간, 사회와의 공존'에 관심이 많은 CEO를 위해 '노동자와 입장 바꿔 생각하기', '기업의 생존본능 다스리기'라는 주제로 각 5종, '마음의 평안과 희망 찾기'와 '전문적 교양지식 습득'을 갈구하는 CEO를 위해 '진짜배기 교양 쌓기'라는 주제로 5종을 선정해 총 15종입니다.  

 

[노동자와 입장 바꿔 생각하기 - 만국의 노동자는 이렇게 삽니다!]

  

이달 초 최저임금이 4320원으로 일단 결정되었는데, 경영자 측에서는 작년 최저임금 4110원 동결을 주장하다 결국 회의장에서 나갔다고 합니다. 7월 3일 새벽에 표결했고 10일 동안 이의 제기 기간이라는데 아직 별 소식이 없는 걸로 봐서는 그대로 가는 듯합니다.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하면 100만 원 남짓 되려나요. 마음이 허합니다. 그건 그렇고 매년 찾아오는 메이데이지만 올 5월에는 '노동자 일기'라 부를 만한 책이 여러 종 나왔습니다. 한겨레 기자들이 노동현장을 체험하고 '노동OTL'이란 기사로 옮겼던 <4천원 인생>, 노동 월간지 <작은책>이 창간 15돌을 맞아 그간 꾸준히 소개한 노동자들의 생활글을 모은 선집 <우리보고 나쁜 놈들이래!><누가 사장 시켜달래?><도대체 누가 도둑놈이야?>, 노동운동가 하종강 선생이 '여성'을 중심에 두고 풀어낸 <울지 말고 당당하게>, 르포작가 오도엽이 4년 동안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밥과 장미>를 기억합니다. 여기에 올 초 출간되어 조지 오웰의 프리퀼로 자리 잡은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살짝 더합니다. 추천의 글을 쓴 박노자 선생의 표현을 옮겨둡니다. "오웰은 이 책에서 노동자에게 인간적 존엄성을 허락하지 않는 비참한 노동과 생활의 여건을 묘사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에게 인간다운 삶을 가져올 사회주의의 요체도 잘 설명한다."

 

[기업의 생존본능 다스리기 - 앞만 보고 가다가 큰코다칩니다!]

  

메세나, 노블리스 오블리주란 말이 상식처럼 돌아다니는 요즘입니다. 기업의 본질이야 바뀔 수 없겠지만 겉으로 드러내는 수치와 성과보다 그들의 지향에 관심을 두어야겠습니다. 생색내기와 체질개선은 분명 다르니까요. 이런 맥락에서 '사회적 기업'을 다룬 책 <착한 기업 이야기><한국의 보노보들>을 추천합니다. 둘 다 한국의 사회적 기업 취재기라 할 수 있는데 '의미 있는 돈벌이'를 현실에서 실천,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의미 혹은 목적의 외연을 넓힌 본보기로 살펴볼 만합니다. 다국적 기업들의 브랜드 전략과 이면의 어두움을 드러내고 열린 소비자 네트워크를 제안하는 <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과 이미 여러 명의 노동자가 생명을 잃은 삼성반도체 현장을 떠올리게 하는 <생활용품이 우리를 어떻게 병들게 하나>가 (물론 그분들이 읽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CEO에게 반면교사 역할을 해주리라 굳게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야마다 사장, 샐러리맨의 천국을 만들다>는 노동자들이 노는 꼴을 용납하지 못하는 분들께 강권합니다. 생산성, 효율성이란 말을 정해진 시간과 공간에 가둬두는 일이 얼마나 헛된 일인지, 두 낱말 안에 자율과 창조를 불어넣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전해주는 책입니다.

 

[진짜배기 교양 쌓기 - 당신의 격조 높은 CEO 생활을 위해!]

 

드디어 마지막 주제 도서군요. 나름대로는 '실용적' 이유를 고려하여 선정했습니다. 우선 <인문 고전 강의>는 두 가지 수준으로 읽을 수 있는데 시간이 없고 폼은 잡고 싶은 분들은 이 책 한 권이면 어디가서 '가오' 잡기 좋습니다. 시간을 내 온고이지신을 실천하고자 고전 읽기를 시도해본 분이라면 이 책으로 체계를 잡으시기 바랍니다. 이후 독서의 효율이 높아질 겁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원래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 50명의 전기로 구성되었는데, 이 책에는 10명의 핵심 인물만 들어 있습니다. 아, 그렇다고 이 책이 다이제스트란 말씀은 아닙니다. 10명 해서 744쪽입니다. CEO의 리더십, 공명심 충분히 이해합니다. 딱 요 정도를 기준으로 삼아주시면 역사는 발전하겠지요(아, 이런 표현 무책임한데, 그래도 이 정도 확신은 드려야 관심을 가지실 테니). <인간생태보고서>는 부제가 잘 설명하듯 인간에 대한 동물학적 관찰기입니다. <털없는 원숭이>의 최신판으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재미난 사례와 분석의 밑바탕에 깔린 저자의 의도는 이렇습니다. "본능만 충족시키는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경우 우리가 거주하게 될 황량한 풍경을 그려낼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간만이 자신의 본능과 싸울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 추천하는지 아시겠죠? <불가능은 없다>는 요즘 줄창 나오는 정주영 회장 광고를 떠올리게 합니다. 하루에 8시간 노동을 잠도 안 재우고 14시간, 16시간으로 연장해서 만들어낸 '불가능'은 원래 '불가능'인 거잖아요. '불가능'을 얘기하려면 최소한 투명인간, 텔레파시, 공간이동 이 정도 스케일은 되어야죠. 안 그렇습니까, 왕회장님? 마지막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은 역사 도서인데 역사MD님의 카피가 기억납니다. '로마 시대에도 쇼퍼홀릭이 있었다.' 가격, 상품, 소비 등 근대적 쇼핑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르네상스 시대를 잘 살펴본다면, 혹시 압니까. 지금도 써먹을 만한 생각씨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을지. 

 

이거 해보겠다고 하고서 목록을 만든 지 1주일 만에 올리네요. 노벨상에 이그노벨상이 있고, 아카데미상에 골든라즈베리상이 있다면 SERI CEO 여름휴가 추천도서에는 Sorry CEO 여름휴가 추천도서가 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일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의미를 발견한다면 당연히 의미의 확대재생산을 위해 세를 불리고 힘을 모아볼 작정입니다. 그나저나 앞에 언급한 두 개의 상은 모두 노벨상과 아카데미상 보다 먼저 발표한다는데, 내년에는 분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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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환 2010-07-14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쏘리' 씨이오 추천도서를 탄생시킨 인문 엠디님의 의욕과 경제경영 엠디님의 응원에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ㅋㅋㅋ

인문MD 바갈라딘 2010-07-14 10:11   좋아요 0 | URL
나름 산고가 있었지만 의욕과 응원만으로도 무언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우리가 견뎌낼 수 있는 힘 아닐까요. 고맙습니다.

웽스북스 2010-07-14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고에요!!! ^-^

인문MD 바갈라딘 2010-07-14 10:12   좋아요 0 | URL
뭘 이 정도로... 최고를 지향하진 않지만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라고 쿨하게 댓글을 남기고 싶지만 '최고에요!!!'라는 댓글에 감격입니다.

하니리스트 2010-07-14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신한 발상 탁월한 기획 출판계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0-07-14 14:48   좋아요 0 | URL
저도 좋은 영향을 받기를 기원합니다.

빈스자매아빠 2010-07-14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쏘리 ceo 넘 재미있는 페러디네요~~
내년부터는 셀보다 먼저 내주세요~~ 다들 기다리고 있을꺼 같네요..ㅎㅎ
고생하셧어요~

인문MD 바갈라딘 2010-07-14 14:48   좋아요 0 | URL
네, 내년에는 한 발 먼저... 세상이 이리 빨리 돌아가는데 1년 전 일을 기억해주실지 모르겠네요.

봄날오후 2010-07-14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대박예감! 이젠 여름엔 쏘리 씨이오를 기다리리다. 영향력 팡팡!

인문MD 바갈라딘 2010-07-14 14:49   좋아요 0 | URL
매년 여름 시원한 소나기와 함께 찾아갑니다.

유랑인 2010-07-14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욕과 응원의 시너지에 박수를!

인문MD 바갈라딘 2010-07-14 14:50   좋아요 0 | URL
두 단어가 참, 뭔가 안 어울리는데 엮어놓으니 그런대로 봐줄 만하다는 느낌.

시시포쑤 2010-07-14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밌습니다~~ㅋ 우리도 비슷한 글 포스팅하려고 하는데...ㅋ
내년에도 기대되요~~^^

인문MD 바갈라딘 2010-07-14 14:50   좋아요 0 | URL
기대하겠습니다. 또 다른 목록을~~

그랩 2010-07-14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보가 감사합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0-07-14 14:50   좋아요 0 | URL
네,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na123y 2010-07-14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보다 해몽. 책 그 자체보다는 엠디의 아이디어와 머리 쥐어뜯음에 박수.ㅎㅎ

인문MD 바갈라딘 2010-07-14 14:51   좋아요 0 | URL
이미 실체를 파악하셨군요. 하지만 책 그 자체로 너무나 빛나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래도 박수는 받겠습니다. 꾸벅.

dolphin569 2010-07-14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orry CEO라니..ㅎㅎ 이미 패러디 자체에 인문 정신이 다 녹아 있네요. 인문 MD님의 머릿속이 궁금한 1인

인문MD 바갈라딘 2010-07-14 14:52   좋아요 0 | URL
조만간 알라딘인문MD 뇌구조 한 번 올려보겠습니다.

유지니아 2010-07-1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재치있는 추천도서리스트인데요?? SERI에서 이 리스트가 있다는 걸 알면 좋겠습니다 ~

인문MD 바갈라딘 2010-07-14 14:53   좋아요 0 | URL
아직은 SERI와 Sorry 사이가 무척 멀어보이는데요. 앞으로 좋은 경쟁 관계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ziyeoni 2010-07-14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위터 보고 당장 달려왔네요 ^^ 'sorry CEO' 대. 박. 덕분에 저의 여름휴가를 같이 보낼 놈도 하나 골랐습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0-07-14 18:35   좋아요 0 | URL
트위터가 대세군요. 어떤 놈을 고르셨을지 궁금하다는...

수옹이 2010-07-14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목보고 감이 딱 왔습니다. 기똥찬 패러디. 이거 메인에 링크 안걸리남요? ㅋㅋ 아 SERI보다 Sorry 이슈화되는 그날까지! 매년 기대하겠습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0-07-14 18:35   좋아요 0 | URL
응원의 메시지 고맙습니다. 제목보고 감이 딱 올 정도면 이름은 성공이군요.

kay0306 2010-07-14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보고 갑니다. 재미있는 추천도서네요...

인문MD 바갈라딘 2010-07-14 18:36   좋아요 0 | URL
네, 재미와 의미를 만끽할 추천도서가 되길...

herenow 2010-07-14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신한데요~ 제목부터 내용까지 읽으면서 키득키득... ㅋㅋ
'가오'잡기 좋다는 말, 'CEO'나 '추천도서' 운운할 때 밑바탕에 깔려있는 핵심이 아닐까 생각해요.
앞으로 "SERI진"처럼 이런 특집 종종 부탁드립니다. 화이팅!


인문MD 바갈라딘 2010-07-15 16:37   좋아요 0 | URL
내용이 재미있었다니 다행입니다. 책은 또 얼마나 재미있겠습니까. 한 권씩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동대장 2010-07-15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쵝오예요.....무한 리트윗 중입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0-07-15 16:3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제 트윗은 @sherpa21 입니다.

마들렌 2010-07-15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ERI 추천 도서 이제 식상해요. 발상이 재밌습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0-07-15 16:39   좋아요 0 | URL
모든 게 익숙해지면 그런 법이겠지요. Sorry CEO도 고이지 않고 흐르는 물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책든손예쁜손 2010-07-21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잼난 발상입니다. 즐겁네요. 추천도서도 좋쿠요. 개콘 아이디어 회의 참석하면 대박 낼듯...

인문MD 바갈라딘 2010-07-23 18:17   좋아요 0 | URL
아, 알라딘 메인회의도 개콘 아이디어 회의 못지않게 치열하고 즐겁습니다. 특히 전 모 팀장님의 개그는 주먹을 부른다는...

Tully 2010-07-27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는 꼭 먼저 발표해주세요 ㅋ

인문MD 바갈라딘 2010-07-28 17:28   좋아요 0 | URL
네, 그럴 참입니다. ^^

Espresso 2011-07-27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번 휴가 때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읽어볼 참입니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추천도서 골고루 읽어보겠습니다. 편집장님도 즐거운 휴가 보내세요. ^^

인문MD 바갈라딘 2011-07-30 09:06   좋아요 0 | URL
넵, 고맙습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완역은 아마 우리 세대에서도 불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쩝.

qlaowkeh 2011-09-13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쏘리 ceo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신문 광고에서 보고 처음엔 오타인줄 알았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선하네요!!응원합니다 진심으로,쏘리 ceo 짱!!!!

인문MD 바갈라딘 2011-09-22 13:5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응원이 Sorry CEO가 근육을 키워가는 데에 큰 힘이 될 겁니다. 내년도 기대해주세요.

종이달 2021-12-02 0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고전번역가 천병희 선생님을 아시나요?

천병희 선생님을 아시나요? 소포클레스나 아이스퀼로스는요? 음, 그럼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는요? 이런 점층법의 맹점은 알 만한 내용은 뒤에 있는데 정작 알아야 할 내용은 앞에 있다는 겁니다. 천병희 선생님은 그리스 라틴 고전 번역의 태두라고 할 만한 분으로,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같은 고전문학에서 그리스 희극, 비극,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주요 그리스 라틴 고전을 (중역이 아닌) 원전 번역으로 한국에 소개하고 계십니다. 그간 번역하신 책만 주욱 늘어놓아도 페이지가 꽉 찰 지경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번역 외에는 딱히 하시는 일이 없으실 정도로 이 일에 몰두하고 계셔서 그간 '접선'이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 숲 출판사의 '원전으로 읽는 순수 고전 세계' 이벤트(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detail_book.aspx?pn=100705_soup)를 준비하면서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아쉽게도 직접 찾아뵙지는 못하고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누구나 말은 하지만 정녕 읽은 이는 별로 없다는 고전의 세계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왜 고전 번역인가

첫 질문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문득 그리스 고전과 신화의 관계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스 라틴 원전'이라고 하면 흔히 '신화'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리스 신화와 그리스 고전은 어떤 관계인가요?
그리스 신화가 그리스 고전의 필수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 신화는 재미있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며 서사시와 많은 비극의 소재가 되긴 했으나, 그 자체가 고전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그리스 고전 하면 신화가 떠오르는 것은 그만큼 수많은 고전의 소재가 되어 우리에게 깊이 각인되었기 때문이겠지요. 서양에는 그리스 신화 외에 게르만 신화와 켈트 신화도 있고 이를 형상화한 문학 작품들도 있지만,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말고는 고전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동양에도 나라마다 신화가 있지만 이를 소재로 한 고전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서양에는 중세, 근대, 현대에 씌인, 신화를 소재로 하지 않은 고전들도 많습니다.

리스 시대의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 지금까지 전해지는 작품이 많지 않은 까닭은 무엇인가요?
그리스 시대에는 수많은 서사시들이 낭송되고, 그에 못지 않은 비극과 희극이 무대 위에서 우열을 다투었습니다. 비극의 경우 다른 비극 작가들은 차치하고 3대 비극 작가로 꼽히는 소포클레스,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가 쓴 것만 해도 300편이 넘는데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은 33편뿐입니다. 두고두고 읽힐 가치가 없다고 판단된 작품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곧 잊히고 말았습니다. 그리스까지 갈 것도 없이 방송국에서 내보내는 수많은 ‘연속극’과 신문의 ‘연재소설’ 가운데 우리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작품이 많지 않은 까닭도 작품의 소재나 양식을 떠나 독자에게 오래도록 감동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겠지요. 시대와 상황이 변해도 여전히 독자에게 살아 있는 화두로 다가오고, 언제 읽어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아니 읽을수록 더 감동을 주는 작품만이 고전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
   


선생님께서는 말 그대로 '평생'을 그리스 라틴 고전 번역에 바쳐오셨습니다. 혹자는 '집착'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던데, 무엇이 선생님을 고전 번역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내가 그리스 라틴 고전 번역에 이렇게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는 번역도 창작 못지않게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중국의 구마라습이나 현장법사의 한역(漢譯) 불경들은 동양의 대승불교 사상의 형성과 완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한국의 불교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리스 라틴 고전도 우리의 사고 지평을 넓혀주고 심화해줄 훌륭한 영양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스 문명은 서양 역사 전체를 통틀어 후대에 가장 빛나는 유산을 남겼습니다. 그리스에서는 기원전 5세기에 공직자들을 투표로 선출하고, 민회에서 중대 사안을 결정하는 직접 민주주의가 꽃피었고, 철학, 역사, 서사시, 드라마, 조각, 건축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업적을 남겼습니다. 로마는 물론이고 서유럽이 빨리 야만을 탈피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리스 문화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르네상스’란 다름 아닌 그리스 문화의 부활 그 자체입니다.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서양 철학은 플라톤 철학의 주석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이 말을 문화 전반에 적용하여 유럽 문화는 그리스 문화의 주석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말일까요?

선생님의 말씀을 듣다보니 그리스 문화에 대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선생님의 평생을 사로잡은 그리스 문화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그리스 문화에 끌린 까닭은 그리스인들이 지식에 대해 호기심이 많고, 알아도 안다고 우쭐대지 않고 겸손하며, 누구와도 대등한 입장에서 논의를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플라톤의 대화편들이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아무리 큰 업적을 남겼어도 지나치게 잘난체하는 사람은 독재자가 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도편추방’ 제도를 통해 재산은 몰수하지 않고 10년 동안 국외로 추방한 것입니다. 기원전 480년 살라미스 해전을 승리로 이끈 테미스토클레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이순신 장군 못지않은 장군 겸 정치가로 풍전등화의 지경에 놓인 조국 아테나이를 구했으며, 어쩌면 서양이 페르시아의 노예가 되는 것을 막은 만고영웅입니다. 하지만 아테나이인들은 한 영웅보다는 조국의 민주주의를 더 사랑하여 그에게 가혹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무엇이든 통치자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라가기보다는 잘잘못을 따져보고 행동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그런 아테나이인들이 나는 부럽고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리스 3대 비극]


  

 
왜 고전을 읽는가 

다시 원전 번역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조금 거친 질문이지만, '꼭' 원전을 읽어야 할 까닭이 있을까요?
다른 고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리스 라틴 고전들도 원전으로 읽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작가 또는 저자의 뜻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정확히 알아야 우리 것으로 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원전을 읽을 수 있을 만큼 고대 그리스어나 라틴어를 배우자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요즘처럼 입학하자마자 취업 경쟁에 내몰리는 상황에서는 학생들이 고대 그리스어나 라틴어를 계속해서 배우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리스 라틴 고전을 편역하는 수준을 넘어 원전에 최대한 충실하게 번역하고 주석을 다는 것이 차선책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요즘은 한두 가지 외국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번역본이 잘 팔리면 원서가 덩달아 팔리기도 하고요. 그리스 고전은 서양 문화의 뿌리라 해당 언어권마다 기준으로 삼는 판본도 있는 줄 압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런 번역본에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한국어 번역에 임하시는지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로서는 잘된 우리말 번역이 잘된 영역이나 독역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원전을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어를 배운 지가 벌써 50년이 훨씬 넘었고 번역할 때면 영역 몇 가지와 독역 몇 가지를 참고하니까 계속해서 독일어와 함께하는데도,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영역은 말할 것도 없고 아무리 잘된 독역이라도 읽어보면 알쏭달쏭한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빗대어 말하자면, 외국어 번역을 읽는 것이 달밤에 밤길을 걷는 것과 같다면, 우리말 번역을 읽는 것은 대낮에 길을 걷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대로 된 우리말 번역일 경우 말입니다. 

고전이 중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하지만 정작 고전을 찾아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은 현실입니다.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도 끊임없이 회자되는데요. 선생님께 답을 구해보고 싶습니다.
이 살기 힘든 세상에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 대답하기가 참 쉽지 않은, 어쩌면 불가능한 매우 오래된 질문입니다. 젊은이들이 무한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는 지금 같은 물질만능의 시대에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가 쉽지 않겠지요. 여기서는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우회적인 답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몸으로 하는 일인 사람은 타고난 노예라고 했습니다. 스포츠 선수들과 탤런트들이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그가 그렇게 말한 것은 우리 인간은 이성에 따라 정신적 가치를 위해 살아가는 존재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몸을 위해 충동에 따라 몸으로 살아가는 다른 동물들과 인간이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따라서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다른 동물들의 행복처럼 육체적이고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정신적 가치'라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고전이 '정신적 가치'를 담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이를테면 여가 시간에 스포츠나 오락물만 관람하고 육체적 스트레스만 풀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정화해주는 음악도 듣고 연극도 관람하고 미술관을 찾아 명화도 보고 친구들과 어울려 유익하고 재미있는 대화도 하곤 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틈틈이 고전도 읽고 클래식 음악도 듣고 친구들과 독서회나 음악 감상회 같은 동아리 모임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삶이 인간에게는 더 의미 있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정신의 가치를 믿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 많아져야 사회도 더 인간적이 될 것입니다. 

[삶의 지혜를 주는 고전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사회 얘기가 나왔으니 논의를 조금 넓혀보겠습니다.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횡행하는 요즘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인문학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에게는 인간으로서의 행복이 목적이고 돈은 그 목적을 위한 여러 가지 수단 가운데 하나일 뿐인데도, 마치 돈이 전부인 양 너도나도 돈에만 매달리고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런 사회는 결국 소수의 부자들 말고는 모두에게 불행과 고통을 안겨줄 수밖에 없습니다. 부(富)는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그리고 오직 자신과 가족의 부귀영화를 위해 살아온 사람들이 돈을 벌자마자, 여태까지 사회를 위해 헌신해온 양 명예까지 요구하는 풍조가 만연한다면, 그런 위선적 사회는 더불어 살기가 힘들어지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절망할 테니 말입니다. 이런 물질만능의 사회를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견딜 만한 사회로 만드는 데에 문사철(文史哲)의 역할이 크다고 봅니다. 사회가 나아갈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문사철이 할 일이고, 그 물질적 토대를 구축하는 것은 응용 학문이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말씀과는 달리 우리는 사회가 나아갈 목표와 방향을 문사철에서 구하려고 하지 않는 듯합니다. 고전이나 역사 속에서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사례를 짚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문사철이 똑바로 서지 못하고 푸대접받는 나라는 일시적으로는 번영을 누릴는지 몰라도 결국에는 몰락과 망각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로마 제국이 몰락한 것은 문사철의 전통이 약해졌기 때문이며, 오스만 제국과 몽골 제국이 몰락한 뒤 이렇다 할 문화유산을 남기지 못하고 망각의 늪으로 빠져든 것도 결국 문사철이 똑바로 서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지 않습니까!  

요즘 말로 바꿔보면 '황금으로 흥한 자 황금으로 망한다' 정도 되겠군요. 그렇다면 이런 사회에 매몰되어가는 개인은 어떤 방식으로 삶을 바꿔낼 수 있을까요?
당장 취업 경쟁에 내몰린 20대에게 이런 이야기는 잔소리쯤으로 들리겠지만 지금이라도 일상에서 낭비되는 자투리 시간이 없는지 살펴보고 그 자투리 시간이라도 선용하는 식으로 의미 있는 시간을 늘려나가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취업한 뒤, 출세한 뒤, 먹고 살 만큼 돈을 번 뒤 그러겠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되었을 때는 좋지 않은 습관으로 머리가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져 달라질 수 없거나 달라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구성원들의 그런 작은 노력으로도 사회는 인간의 탈을 쓴 야만과 탐욕이 날뛰는 살벌한 전쟁터가 되지 않고 더불어 살 만한 인간적 삶터가 될 것이며, 그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미래를 살게 될 우리 자손들에게도 더 바람직하겠지요.

마지막으로 젊은 세대에게 덕담 겸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나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지만 나이 많고 오래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젊은 세대에게 한 마디 조언을 해 달라고 한다면, 시간낭비하지 말고 우리에게 정말 필요하고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열심히 씨를 뿌리라고 권하고 싶어요. 개미와 매미의 우화가 암시해주듯, 씨 뿌린 자는 가을이 되면 거둘 것이 있어도 씨 뿌리지 않은 자는 거둘 것이 없습니다. 내가 말하는 씨란 주로 혼자 책 읽고 사색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모임이나 만남은 되도록 줄여야 합니다. 혼자 있으면 두려워질 때도 있겠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만이 생각이 커지고, 몰려다니면 내 생활이 없어집니다. 그리고 어느새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 순간 가장 후회스런 것 중 하나는 돈을 벌지 못했다는 것보다는 한 번뿐인 인생을 의미 있는 일에 쓰지 않고 허송세월했다는 느낌이 아닐까요? 그러나 의미 있게 살아보려고 노력한 사람은 노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할 것입니다. 여기서 사람을 평가할 때는 그가 무엇을 했는가보다 무엇을 하려 했는지 보라고 한 독일 시인 횔덜린의 말이 생각나는군요.

선생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씨 뿌리는 일인 고전 번역의 시간을 축내었으니 귀한 말씀 잘 갈무리하여 새로운 사람들이 씨 뿌리는 일에 나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8월에 나올 <에티카> 번역도 잘 마무리하시고 내내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천병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에서 5년 동안 독문학과 고전문학을 수학했으며 북바덴 주정부가 시행하는 희랍어검정시험 및 라틴어 검정시험에 합격했다. 지금은 단국대학교 인문학부 명예 교수로, 그리스 문학과 라틴 문학을 원전에서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원전 번역으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와 <로마의 축제력>, 아폴로도로스의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아이스퀼로스 비극 전집>,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아리스토텔레스 밑 호라티우스의 <시학> 등 다수가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그리스 비극의 이해> 등이 있다.

 

서면 인터뷰의 한계로 개별 작품에 대한 궁금증과 번역 과정에서의 고충 등 내밀한 이야기를 많이 담아낼 수 없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평생을 '이야기' 속에서 살아오신 선생님께서는 아직도 전해주고픈 이야기,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가 마음 속 가득하다는 표정이셨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찾아뵙고 '그리스 비극'을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여러분께서 응원해주신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뵐 때도 여전히 건강한 모습 보여주시리라 믿으며 인터뷰를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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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비의 알림
    from seoulrain's me2DAY 2010-07-06 21:11 
    그리스 라틴 고전번역가 천병희 선생님 인터뷰 — “왜 고전을 읽는가?” (via 알라딘)
 
 
e_e_yuki 2010-07-06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있으면 두려워질 때도 있겠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만이 생각이 커진다는 부분에서 공감을 합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0-07-07 03:03   좋아요 0 | URL
사실 그 부분 읽으면서 저도 뜨끔했습니다. 문제는 주로 늦은 밤에 그런 시간을 가지다 보니 생업에 지장이 크다는 거죠. 숙면도 혼자 있는 시간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y_love_k 2010-07-06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깊은 생각을 갖게 해주는 말씀들이네요 ^^

인문MD 바갈라딘 2010-07-06 17:40   좋아요 0 | URL
제 능력 부족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내지 못해 '깊이'로 승부를...

시시포쑤 2010-07-07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천병희 선생님이시군요...ㅠㅠ 정말 어디에서든 상이나 번역하는 데 지원이라도 해줘야 할 거 같습니다.
'정신의 가치를 믿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 많아져야 사회도 더 인간적이 될 것입니다'라는 말을
널리 퍼뜨리고 싶네요~~

인문MD 바갈라딘 2010-07-07 14:06   좋아요 0 | URL
'정신의 가치'라는 이성과 '가슴이 따뜻하다'는 감성을 동시에 품어야 인간'됨'이 가능하다는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인데도 행간에 선생님의 오랜 사유가 묻어납니다.

글샘 2010-07-07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천병희 선생님... 고전의 가치를 진정 아시는 분이라 생각해요.

인문MD 바갈라딘 2010-07-07 14:06   좋아요 0 | URL
네, 거의 고전과 동의어로 살아가시는 분인 듯.

timeroad 2010-07-07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의 가지와 줄기와 잎이 무성한 만큼 뿌리도 깊고 넓게 펼쳐져 있다고 하지요. 우리는 눈에 보이는 부분만 말하고 가치를 부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함께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음을 간과하는 것 같습니다. 질문도 좋고 대답하시는 선생님의 말씀도 절절이 와 닿습니다. 학생들이 선생님의 번역 역작들을 접할 수 있는 이번 여름방학이 되었으면 싶네요.

인문MD 바갈라딘 2010-07-07 14:11   좋아요 0 | URL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욕심도 부리지 말고 일리아스나 오뒷세이아 둘 중 하나를 골라 여름을 함께 보낸다면 좋겠습니다.

새우 2010-07-07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전번역은 말하자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단계를 최소화한 일종의 직거래라고 할 수 있겠지요. 모든 직거래가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번역에서는 필수이겠지요. 서양문화의 원천을 접하게 해주시는 선생님의 노고는 '빛나는 업적'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0-07-07 14:13   좋아요 0 | URL
말씀을 들어보니 원전번역은 일종의 공정무역 같은 느낌이네요. '직거래'란 표현 재미납니다.

라라 2010-07-07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면 인터뷰라서 아쉬움이 있었겠지만, 번역 이전에 원전들을 어떻게 이해했나 하는 번역가 이전의 한 인문학자, 자연인으로서의 선생님의 안목과 가치관이 담겨 있어서 좋습니다. 즉석에서 나누는 대화에서는 담아내기 힘든 작업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인용문들을 보는 즐거움도 있고요. 잘 읽었습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0-07-07 14:15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심심하다 싶었는데 곱씹어보니 곳곳에 진정 전하고픈 말씀들이 숨어 있어 나름대로는 만족합니다. 다음에는 좀더 발랄하게~~~

마담워튼 2010-07-07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말하는 씨란 주로 혼자 책 읽고 사색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모임이나 만남은 되도록 줄여야 합니다. 혼자 있으면 두려워질 때도 있겠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만이 생각이 커지고, 몰려다니면 내 생활이 없어집니다. => 격하게 공감하며... '영혼의 떨림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명상록>의 한 구절을 오늘도 가슴에 새겨봅니다.

timeroad 2010-07-07 19:29   좋아요 0 | URL
조정래 선생이 작가생활 40년 만에 내놓은 자전적 에세이에도 유사한 대목이 나오지요. '돌은 단 두개, 뒷돌은 앞으로 옮겨놓아가며 스스로, 혼자의 힘으로 강을 건너가야 한다. 그게 문학의 징검다리다.'(황홀한 글감옥, 46면에서)

yess1985 2010-07-07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문 첫머리에 <천병희 선생님 순수 고전>이라는 배너를 보고 여기 왔어요. 보통은 '선생의' 정도로 타이틀을 뽑지 않나 싶은데 '님'까지 넣은 타이틀이 다소 생경하여 클릭하게 하네요. '님'자를 빼고는 얘기할 수 없을 듯한 작업의 진수를 인터뷰에서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인문MD 바갈라딘 2010-07-08 11:13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그러네요. 말씀처럼 '선생님'이란 호칭이 잘 어울려 따로 의식하지 못했던 듯합니다. 대개 이벤트에서는 '선생'이란 호칭도 잘 안 붙이죠.

인문MD 바갈라딘 2010-07-08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imeroad / 저도 그 구절 기억합니다. 저런 문장은 읽고 나면 서늘해집니다.

kangkang술래 2010-07-09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선생님 번역하신 신간 기사까지 꼼꼼히 챙겨보는 독자인데요, 그동안 일간지 북섹션에서 다루지 못한 선생님의 면모와 독자를 배려한 질문들이 큰 도움이 되네요. 쉼없이 걸어오신 분이 젊은 독자에게 건네주시는 단순 명쾌한 조언이 좋습니다.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모임이나 만남은 되도록 줄여야 한다' '시간 낭비하지 말라' 등등.
네트워크도 무시할 수 없는 시대이지만, 역시 자신만의 피나는 노력과 고독이 밑받침되지 않는 한 그러한 만남이 어떤 큰일을 해주지는 못하는데... 우리는 붕붕 떠서 살고 있지 않나 반성을 해봅니다. 허송세월하지 말라는 선생님 말씀 새기며 살겠습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0-07-12 12:28   좋아요 0 | URL
와, 천병희 선생님 팬이시군요. 오래오래 건강 유지하시며 더 많은 작품을 남겨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여치 2010-07-0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자의 인터뷰를 읽다 보니, 말씀하시고 있는 고전들을 꼭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훌륭한 일을 하시는 번역자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0-07-12 12:29   좋아요 0 | URL
네, 찬찬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할인 이벤트 중이니 저렴하게 구매하실 수 있는 기회(아, 속 보이는...)입니다.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이왕 시작한 거 대놓고~)

oneday 2010-07-15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병희선생님은 번역가가 그저 번역가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주시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젊은 이들에게 나아가야할 올바른 향방까지 인터뷰로서 알려주시니 정말 저에게는 피가되고 살이되는 좋은 강의 하나를 들은 것 같네요. 고전도 배울게 참 많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곧 읽게될 선생님의 다른 번역책은 더 꼼꼼히 그리고 하나하나 잘 새기면서 읽어보아야겠어요. 책에 그치지않는 인생에 대한 조언과 좋은 말씀들 너무 감사합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0-07-19 11:51   좋아요 0 | URL
네,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 번역이란 말과 글을 넘어 그들의 삶을 살피고 옮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든손예쁜손 2010-07-20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병희 선생님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번역해 주신 책을 여러번 읽어도 어려운데 그 책을 번역하시어 목마른 독자들에게 시원한 생수와도 같이 먹여주시니 말이예요.
어떠분은 역사를 6번 읽고 그 재미에 푹 빠지셨다고 합니다. 근데 왜 6번씩이나 읽게 되었을까요? 그 만큼 고전에서는 배울 것이 많고 자꾸 생각하게 만들고 지금 사는 우리에게 유익함을 주게 되는것 같아요.한번 읽고 서가에 꽂아두는 책이 아닌 두고두고 읽으면서 제 삶의 방향을 만들어 가야 겠어요.
저는 명상록이랑 인생은 왜 짧은가를 잘 읽었습니다. 다른 책에도 도전에 보려구요. 도전이란 표현이 다른 독자에게 부담을 줄것 같지만, 읽고 나면 그만큼 남는것이 많고 성취감이 크리라 생각합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0-07-23 18:18   좋아요 0 | URL
저도 이 기회에 여러 권 사두었습니다. 평생을 두고 찬찬히 곱씹을 책들이죠. <일리아스>나 <오뒷세이아>부터 시작하길 권합니다. 강대진 선생님의 책을 곁에 두고 함께 읽어도 좋습니다.

미나사랑 2010-07-23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전 번역본을 왜 읽어야 되는지 알게 해주 분 입니다. 내용이 많이 다르더라구요. 정말 감사합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0-07-23 18:19   좋아요 0 | URL
원전의 힘을 담아낼 만한 볼륨의 책들이죠. 종이의 무게만큼이나 값진 이야기의 힘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Apatheia 2010-07-24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상록부터 천병희 선생님의 책을 접했습니다. 이번 인터뷰로 그리스 고전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0-07-28 17:30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이나 뭔가 외우고 기억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죽기 전에는 다 읽겠지' 하는 태도로 하나씩 읽어가시면 좋을 듯.

cerisier12 2010-08-13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찾아뵙고 '그리스 비극'을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여러분께서 응원해주신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 천병희 선생님과의 대화 은근 기대됩니다. 이벤트 추진해보시면 어떨까요? ^^



인문MD 바갈라딘 2010-08-20 14:51   좋아요 0 | URL
네, 숲 출판사와 재미나고 신나는 일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oren 2010-09-20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멋진 이벤트가 있었군요. 너무 늦게 안 게 후회스럽네요.
이벤트로 내걸린 상품들을 몽땅 사둘걸 하는 후회가 막 드네요.

제가 읽은 고전 가운데 천선생님 번역본으로는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아이네이스>, <인생이 왜 짧은가> 정도네요..

<변신이야기>, <소포클레스 비극>, <오이디푸스왕/안티고네>,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는
천선생님의 번역본을 사두고 읽을 시간만 엿보고 있습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전쟁사>,<로마제국쇠망사>,<갈리아전기>는 모두 감명깊게 읽은 고전들인데, 지금 다시 책꽂이를 살펴보니 모조리 '박광순' 선생님의 번역본으로 읽었네요.

<역사>,<펠로폰네소스전쟁사>,<로마제국쇠망사>는 '꼭' 다시 읽고 싶은 책인데,
다음엔 꼭 '천병희 선생님'의 번역본으로 읽어야 겠습니다.

유익한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인문MD 바갈라딘 2010-09-18 08:06   좋아요 0 | URL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도널드 케이건의 축약본이 아니라면 아직까지 대안이 없는 형편이니... 도널드 케이건의 <투키디데스>가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다고 하니 (물론 내년 여름에나 나오겠지만) 기대를... 전 영어를 할 줄 몰라 들을 수 없지만, 다음 주소에 가시면 도널드 케이건의 강의도 무료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snow.or.kr/lecture/humanities/history/472.html

마음의양식 2018-05-20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천병희 선생님이 번역하신 고대 그리스 서적들을 주로 읽고 있는데요. 가독성 좋은 번역이 정말 좋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선생님의 노고에 경탄을 느끼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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