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의 인간
이훈보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한 권에 삶의 모든 질문을 담아보려고요"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된다는건, 나이를 한살 한살 먹는다는건 어쩌면 삶에 있어서 질문이 줄어든다는 의미가 아닐까?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딪히는 현실은 학생이라는 타이틀 안에서 겪었던 현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는 것을 가장 먼저 알게 된다.
그리고 우왕좌왕하면서 그 현실에 적응할때쯤이 되면 살면서 가졌던 이상이나 희망을 하나씩 내려놓거나 포기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어느새 하나씩 내려놓음으로써 얻게 되는 안온함과 평화속에서 나름대로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더 이상의 변화에 대해서는 원하지 않는것!!

그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고, 새로운것에 관심을 덜 가지게 되는게 아닐까 라고 말이다.
관심이 덜하니 자연히 그에 따른 질문은 줄어들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데 이 작가는 가능하다면 한 권에 삶의 모든 질문을 담아보고 싶다니..
어릴때 수없이 했던 수많은 질문들을 과연 어떻게 담았을지..

어떤 질문들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했다.


아이가 아닌 성인인 작가는 어떤것들을 아직까지 놓치지 않고 있을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을지도 호기심 반 기대감 반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책을 살펴보았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을때 습관처럼 하는 일이 있다.

 

표지 디자인 보기
뒷표지의 책 내용 혹은 추천글 읽기
첫장에 기록된 작가소개글 보기
목차보기
.
.

본문읽기

 

 

이 책도 읽는 순서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책을 읽기전에는 책 내용을 파악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책표지와 작가소개글은 단순명료했고, 뒷표지의 내용은 작가의 책을 쓴 의도가 간단히 서술되어 있었다.

 


책 두께만큼이나 다양했던 무려 101개의 목차!!
아직까지 재미라는 단어와는 친하지 않은 '인문학'의 형태를 빌려 쓴 작가의 의도가 내심 더 궁금해진다.

 

책 두께와 인문학이라는 걸 염두해두었을때 이 책은 생각보다 술술 읽히는 놀라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매일 책만 읽고 있을 순 없으니 틈틈이 시간날때 읽고, 술술 읽힌다 해도 두께가 제법 있어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아마 이 책을 접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건 본격적인 글이 시작되기전 쓰여있는 '연관에 대해'에 남긴 작가의 말처럼 목차 1부터 101까지의 글들은 징검다리를 이루는 주춧돌처럼 하나의 이야기 처럼 연관되어 서술되고 있다.
그래서 목차의 제목만 보고 띄엄띄엄 읽게되면 내용을 100%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전혀 상관없는 질문과 내용인것 같은데 읽다보면 나도 모르는 새 하나의 문맥처럼 쭉 연결되니 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작가가 최선의 목차 순서였다고 나열했나보다)

 

 

개인적으로는 2부보다는 1부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태어나서 한번쯤 하는 질문들
나는 무엇인가, 나는 왜 태어났는가, 행복이란 무엇일까, 돈이란 무엇인가, 어른이란 무엇인가 등등 한번쯤 해봄직한 질문들을 위트있지만 시니컬하고 연관없는듯 하지만 연관있는 문장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깊었다.

 

 

그 중에서도 인상깊었던 몇몇 문장들을 기재하자면..

 

==========


태어나는 데는 수정 이외에 이유가 없다. 그것은 그냥 그런 원리인 것이지 슬픈 일도 아니고 서운할 일도 아니다.
이 단순한 질문을 이제 놓아주자.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 中 에서-


==========

 

==========


비교는 판단의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삶에서 비교만큼 당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그냥 살아있어서 사는 것이다.
생존에 꼭 필요한 평범한 순간들을 불필요하게 불행하게 만들지 말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일까? 中 에서-


==========


이 얼마나 시니컬한 결론인가 ㅎㅎㅎ
세상엔 고민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한번쯤은 끙끙거리며 누구나 고민하는 주제들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예상치 못한 답변을 명쾌하게 하는 작가라니..


'그래, 세상엔 생각할거리와 고민할 거리가 너무 많다'
이제는 이런 질문들은 그만 놓아줄 때가 된것 같다.

 


읽다보면 사춘기 시절 한번쯤 해봄직한 질문외에도 현재를 살아가면서 하게 되는 행복에 대한 고민이나, 나이가 들면서 상황 변화에 따른 여가생활의 고민이라던가, 소소하지만 인생에 대한 전반적인 질문들에 대한 내용들도 확인할 수 있는데..
작가 자신에 대한 과거이야기와 또 살면서 느꼈던 경험담, 그리고 앞선 삶을 살고 계신 아버지의 여가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을 엮어가면서 풀어낸 이야기들은 한번씩 내 삶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도 마련해 주었다.

 

삶을 바라보는 자세,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변화하는 상황속 어떤 자세로 임하는게 좋을지 지금쯤 한번은 멈춰서서 돌아보고 생각해보는것도 좋은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위 이야기들처럼 살면서 했던 질문들을 묘한 연관 관계로 묶어 줄을 잇는 글쓰기 방식도 매력적이었지만 또 한가지 재미있었던 포인트는 바로 상상하기 형태의 글쓰기방식이었다.

 

 

때론 인류가 국가의 형태를 하기 전 최초의 원시시대로도 여행을 떠나보고,
고구려 시대도 가보고, 때로는 조선시대도 가보고,
어떨 땐 숲속 어느 족장으로의 삶으로도 상상해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어라 또 죽었네~ 다음생은 어떻게 살아볼까'
동화책을 읽는 아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하듯 그렇게 막연하지만 어느 시대나 장소로 이동하면서
읽어나가는 스토리 전개방식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특정시대로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어렵지 않게 작가가 설정한 시대나 장소로의 이동이 가능할만큼 쉽게 접근가능하니 가벼운 상상여행의 경험을 통해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을 가져보는건 어떨까?

 

 

2부는 1부보다는 묵직하고 현시대를 살아감에 모두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주제들이 엮여있었는데 1/3 지점까지는 부담없이 앞 전개방식과 비슷하게 읽어내려갔던것 같다.
그런데 2/3 지점부터는 정체되어 있는 느낌도 들고 앞 전개방식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어 속도감이 붙지 않았던 단락도 있었다.


반복되는 구간들도 있었고 단락의 문맥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거나 오타들이 발견되면서 문맥의 흐름이 끊기는 부분들도 있어, 주제도 무거운데 내용들도 앞 전개방식과는 달라 편중된 시각도 좀 보였던것 같다.
그래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관심있게 지켜봐야하는 주제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감한다.
1부와 같은 형태를 빌어서 쓰여졌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맘에 개인적으로는 좀 많이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늘의 인간'이라는 제목에서 '그늘'이라는 표현이 어떤 의미로 쓰였을까 궁금했는데
'그늘' 이라는 말 자체 그대로 쉼을 주는 그늘의 의미외에도
어둠을 나타내는 그늘의 의미도 있어 중의적 의미로 사용된것인가 하는 생각도 잠깐 해봤다.
다행히 작가는 나의 이런 의문마저도 마지막 목차에서 속시원히 해결해주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핵심은 마지막 장에 쓰여있는 이 문구인것 같다.

 

 

사는 동안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 재미를 어떤 방식으로 찾을지는 각자의 성향이지만, 불필요한 요소로 인해 사람들의 괴로운 시간이 늘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
자신을 뒤덮은 그늘을 이해하고 또 인정하면서 열을 식히고 다음의 목적지를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플라톤의 대화편 현대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이 주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 그 매력속에서 헤어나오기 힘들어진다.

특정한 분야에 심취하여 그 분야의 책들을 섭렵하는것도 좋으나,

두루 여러 분야의 책들을 아무런 편견없이 볼 수 있는것 또한 행운이며 각기 다른 재미를 발견 할 수도 있다.


나 역시 소설책을 가장 좋아하고, 많이 읽는 분야이기 하지만 때로는 다른맛(?)을 한번씩 즐길 때가 있다.

'읽는것'자체를 즐겨하고, 책에 대한 남다른 욕심이 있어 그냥 '읽는것'자체에 꽂히게 되면

밤낮 할 것 없이 그냥 '읽는것'에 매진한다.

그러다보면 소설책/e북/인터넷뉴스거리/잡지/누군가의 글등등 무언가를 밤새도록 그냥 '읽는다'

그러다가 좋은 글귀가 있으면 캡쳐를 뜨거나, 사진을 찍고..

또 이거다 싶은 책이 있음 책 제목을 꼼꼼히 메모해둔다.

그리고 U도서관을 통해 메모해뒀던 책리스트 중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대여를 하기도 하고

중고서점에 들릴때면 쏙 한권 뽑아들고 몇시간동안 내리 읽을때도 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톤·향연』은 그렇게 '읽는것'에 매진하던 어느날 발견한 도서서평이벤트의 도서 중 하나였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던 소크라테스에 대한 이야기에, 서평이벤트 소개내용이 따분하지 않고 재밌을것 같아 일단 신청했는데

다행히 해당 도서를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학창시절이었다면 쉽게 손이 가지 않았을 책이었을텐데,

지금은 오히려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고, 여러 책들을 접하면서 식견이 조금씩 넓어지면서

오히려 깊이있게 다뤄보지 못했던 혹은 알지 못했던 이러한 소재나 내용들이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어릴적 시험과목중 하나로 따분하게 공부했던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페르시아전쟁, #펠로폰네소스전쟁

등등의 키워드들이 그냥 [어려운거] [외워야하는거] 라는 닉네임을 달고 일회성으로만 공부했던것들이었는데

오~ 맙소사!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

왜 그때 그 시절에는 그렇게 줄줄이 외우는 암기식 교육만 진행했었는지..

왜 그렇게 교육용 책들은 따분했었는지..

요즘 책들을 보면 유아동책, 인문책, 소설책 할 것 없이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롭게 구성이 되어 있어 자꾸만 눈길이 가는데 말이다.(끙~)



여하튼,

기억속에 지루함과 딱딱함이라는 말로 봉인되어 있던 소크라테스와 철학, 인문학!

이라는 단어는 잠시 내려두고 초록색 표지로 무장하고 나를 반기고 있는 플라톤의 대화속으로 들어가보고자 한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이 저술한 책으로,

플라톤의 시각에서 바라본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순간과 그와 제자들이 나눴던 대화를 4개의 단락으로 구분하여 전개하고 있다.

이는 소크라테스의 변명 / 크리톤 / 파이돈 / 향연으로 제목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몇가지 말과 굉장한 철학가로 인정받고 있다는 정도의 정보외에

구체적으로 그의 일대기와 그 외 정보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바가 없어 그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사상을 가졌고, 어떻게 생을 마감했는지 등의 자세한 정보는 모르는 상태였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난 후 적어도 그의 사상과, 그의 마지막은 알 수 있게 된것 같아 조금은 소크라테스라는 인물에 대해서

파악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것 같다.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참된 진리를 추구하고자 했던 신념, 죽음앞에서도 굽히지 않았던 철학에 대한 생각등

현대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하나의 길에 온전히 자신을 내맡기며 그것만을 위해 온전히 살다간 그의 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가족까지 등지면서, 그가 이루고자 했던 이데아 혹은 에이도스로 표현되는..

'형상, 형태' 혹은 '사물들의 본성 속에 고유하게 존재하는 원형들'로 정의되는 이것은 실체는 없고 불변하며, 경험적인 현실에 맞닿아 있고

이 세계를 지배하면서도 경험 세계를 초월해서 원초적으로 존재하는 궁극적인 실재라고 이야기 한다.


이렇게 표현하면 뭔가 철학적이고 어렵다고 느껴질지 모르나 이 책을 통해서 소크라테스가 설명하는 방식을 따라가다보면

그의 제자들처럼 "선생님의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라던가 "틀림없이 그럴 겁니다" 라는 말로 대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방식을 보면, 어떠한 논리를 하나하나 풀어서 그것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형태로 논리를 만들어낸다.


이를 테면, A를 설명하고 이에 대한 수긍에 대한 확답을 받는다.

다음 B에 대해 설명하고 이에 대한 수긍에 대한 확답을 받는다.

A와 B가 틀림없이 맞는거라면 A와 B를 묶어서 만든 C라는 논리도 A,B의 법칙에 따라 맞는걸로 확인된다는 형태의 논리다.



이는 몇몇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책에 인용된 부분에서 확인해보면

104페이지부터 시작하는 "지혜를 얻는것과 관련해 몸과 영혼이라는 문제"에 대해 서술한 부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보기에, 지혜를 얻는것과 몸과 영혼이 어떤 관련이 있는건지 의아할지 모르겠으나 그가 주장한 논리에 의거해보면

충분히 납득이 되는 부분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는 재미를 위하여 생략한다.-

(참고로 그가 주장하는 논리들을 가만히 읽고 있노라면, 나도 저 제자들 틈에 끼어 그의 논리를 가만히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책을 읽다가 발견한 부분인데,

기본적으로 플라톤이 저술한 소크라테스의 대화속 문장을 들여다보면

'어떠한가' 라던가, '않겠는가'등의 그만이 쓰는 고유의 말투가 보여진다.

질문형 형태의 문장으로 본인의 주장을 내세우거나 논증에 대한 확답을 이야기하거나, 질문 그 자체로 쓰이기도 하는데,

이는 실제 그의 말투였는지 아니면 플라톤에 의해서 각색된 부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러한 고유의 말투로 인해 그의 해석이나 설명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추후에 몇몇 부분들은 다시 읽어볼 예정이다)



더불어, 이 책을 읽을때 도움되는 팁을 몇가지 이야기하자면,

역자가 붙인 각주나 일러두기등의 소소한 설명들은 모두 읽어두면 도움이 된다는것과

처음에 스토리를 모르는 상태라도 해제를 읽고, 처음부터 스토리를 쭉 읽은후에 다시 해제를 읽으면 내용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소크라테스는 어찌보면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민주정세력과 과두정 세력사이에서 억울하게 정치적 목적으로

사형을 당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러한 억울한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정도로 죽음에 태연했고 또 여유로웠다.

그에 대한 부분은 크리톤에서 그의 죽마고우와 탈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

그리고, 파이돈에서 제자들과 사형 집행예정일에 나누는 대화들을 통해서 그가 얼마나 의연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억울한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이 앉아서 토론을 벌이거나, 기쁜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죽음은 기쁘게 받아들이되, 자신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서는 모함에 대해 스스로 조목조목 변론하며 변호한다.

오랜세월 그에 대하여 제기되어 왔던 모함부터 현재 그를 고발하여 재판정에 세운 자들이 고발장에 제시한 모함까지!

(이는 소크라테스의 변명 혹은 변론에서 확인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일반적으로 사랑으로 번역되는 '에로스'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어볼 수 있다.

여기서는 사랑이라는 뜻보다는... '자신에게 결핍되어 있는 아름다움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정의된다.

소크라테스는 이성적인 변증을 통해, 참된 것들인 이데아들에 대한 지식을 얻어(=즉 철학을 통해)

진정한 지혜에 이르는 것이야말로 고유한 의미에서의 에로스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소크라테스트의 변증이나 설명방식은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던 생각이나 방향하고는 달라서

오히려 더 집중하고 책을 읽게 되었던것 같다.

어쩌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가 외쳤던 그 사상보다

상대주의적 세계관과 가치관을 기반으로 하는 소피스트가 더 맞는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는 실용주의와 현실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사상이 현재의 사회 상황과도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그런 실용주의와 현실주의가 현재를 성장시킨 부분도 분명 존재하기에 어떤것이 옳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무엇이던지, 반대되는 것들은 존재하고 그러한 것들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성장해 나간다면

적어도 지금의 현실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익숙하지 않은 그리스 시대의 이름이나 그리스 로마신화들에 나오는 각 종 신에 대한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공부해야 더 의미가 가까이 와 닿겠지만..

무엇보다 그의 사상중에 현 시대에도 가장 와닿았던것은..

모른다는것을 내 스스로 아는것!!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것!!

그것에서부터 시작이 아닐까?

 

 

#소크라테스의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 #철학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의변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려운 여자들
록산 게이 지음, 김선형 옮김 / 사이행성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소설책, 읽는것 그 자체를 좋아하는 나..

이번에 서평이벤트 "어려운 여자들(Difficult Women)"을 신청해서 당첨되었고 해당 책을 먼저 읽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서평이벤트를 위한 책이라 표지는 심플한 화이트, 앞뒤 특별한 디자인이 없는 도서로 전체 21편의 단편집 중 8편의 단편만이 실려있는 구성의 책을 받게 되었다.


사실 다른 도서들에 비해 상당히 얇은 두께감으로 맘먹으면 금방 읽겠다 했는데..

현실적인 이런저런 사정들로 실제로 읽기 시작한건 책을 받고 한참후에나 가능했다.


그런데 실제로 얇은 두께에 비해 읽는 속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진짜 생각보다 어려웠다.

록산 게이라는 이름은 뭔가 익숙한데 이 작가의 소설을 처음 접하는 나로서는 그의 사상과 스토리의 의미 파악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책의 서두를 가득채운 유명인들의 서평 혹은 추천글은 찬사가 가득한데, 어째서 나는 한장 한장 넘기는게 이리도 힘이 들까?

여성을 본질 그대로 현실을 표현했다 / 획기적이다. / 열광적이다 / 분별력있다 등의 표현들을 나열했는데..

이 책에 나오는 '여성'들은 그야말로 퇴폐적이고, 나약하고, 문란하고, 힘들고, 병들어 있는 그 자체였다.

단락별 단편집으로 구성되어 있는 짧막한 이야기 한편 조차도 앞뒤 문맥이나, 맥락, 스토리구성이 뒤죽박죽 섞여있어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내가 이해를 못하는것인가 문화의 차이인것인가?


제목부터 어려운여자들로 폄하되어 일부여성들을 전체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는것 같아 매우 아쉬웠다.

여성들은 나약하고, 병들었고, 온전하지 못하고, 고통과 폭력에 무감각한.. 이런식으로 표현된 전체적인 문체와 스토리구성은 되려 이타심과 배타적인 경계심만 가득 부추기는것 같아 되려 거부감마저 일었다.


물론 지구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이 스토리 자체가 현실이고, 삶인 여성들도 분명 존재할것이다.

충격적이고 안타깝고 불행한 그녀들...

부디 그녀들에게 이 이야기들이 '진짜'가 아닌 소설속에나 존재하는 이야기가 되기를 바라며..

본연의 모습 그대로 사랑받고, 인정받는 여성들이 되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현에게 - 추억을 깨우는 한 통의 편지
채하린 지음 / 일원리스트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소설은 우단의 시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며 내용전개가 이루어진다. 한때 천재작가로 이름을 날렸던 우단이 학창시절 모교인 전라남도 고등학교에서 임시교사직을 맡게되면서 그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고 그곳에서 편지 한통을 받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첫사랑이자 소설속 주인공인 서현으로부터 온 편지는 실상 자신이 아닌 현재 자신이 머물고 있는 집의 옛주인이자 친구였던 현태에게 온 편지였다. 우단은 궁금한 마음에 편지를 읽게되고, 현태의 이름으로 대필을 하며 편지를 주고 받게 된다.

편지는 우단이 어릴적 첫사랑인 서현과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기는 하지만
중요한건 그동안 혼자만 마음속에 담아왔던 우단의 '회피' '미련'이 교차하는 지점에 다시 오게 되면서 하나씩 풀리는 실마리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생각이 많았고 별로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던 우단은 '서현에게'를 집필할 당시 여러 정황과 주변인들의 말을 통해서 들은 내용들을 바탕으로 혼자 고민하고 결론내린 상태로 갑작스레 마을을 떠나게 된다.

[서현에게]라는 소설은 서현이의 작품이라 생각하는 우단의 찝찝함 속에서도 우단의 이름으로 출판되고 아버지의 여러 인맥들을 통해서 추천작품/베스트셀러등에 등극하며 천재작가로 불리게 된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빚도 갚고 유명대학에 입학도 하게 되지만 결국 우단은 학교도 자퇴하게 되고 책도 절판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세상속에서 천재작가였던 우단은 서서히 잊혀지게 된다.

그런데 회피하고 싶었던 과거 그 장소, 그 추억이 깃든 곳에 다시 오게 되면서 우단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게 된다. 옛친구를 하나둘 만나게 되면서 자신이 과거 저지른 과오를 깨닫게 된다.
아무런 근거도 없었던 자신의 판단이 모두 잘못되었음을 깨닫는 순간 서현으로 부터 마지막 편지를 전해받는다. 그리고 서현의 마지막을 예감하고 온몸으로 그녀의 죽음을 막아선다.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서서히 순수함을 잃어가지만 돌이켜보면 이런 순수했던 어린시절의 추억을 한두개쯤은 가지고 있다. 질투와 모난 감정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순수한 호의를 악의로 받아들여 스스로가 그 속에 갇히는 경우도 있다.
이 소설속 우단이도 그런 우리네 어린시절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한참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아 그때 참 좋았지~' '그때는 왜 순수한 호의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을까?'등과 같은 후회를 하게 되는 우리네 모습과 참 닮아있다.

소설속에도 등장하지만 '황순원의 소나기'의 투박한 순수함과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무한도전, 월드컵'등과 같은 소재들을 통해서 보여지는 현대적느낌이 결합하여 고리타분하지 않으면서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어 오랜만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한편으로는 그때 그 시절의 서현과 현태의 순수한 마음이 그리워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