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고 말해 줄래?
하미라 지음 / 좋은땅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의 경험과 성찰에서 얻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통해 감정 회복을 돕는 책!"



토닥이는 따뜻한 글로 가득 채워져 있는 이 책은 저자의 경험과 성찰에서 얻은 힘이 되는 글들을 짤막한 글과 그림으로 담아내고 있는 책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특정 순간이나 기억 속 무너지고 소모된 감정을 언급한 후에 깨달음을 통해 치유와 회복을 해 나가는 과정을 하나의 에세이 글로 표현한 것을 알 수 있다.


자존감이 낮아지거나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 경험하게 되는 감정의 파도를 잘 담아내고 있어 공감 가는 내용들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몇몇 부분은 좀 아이러니하게 다가와 혼란을 야기했다.


첫 번째는 책 제목으로, 내용상으로 보면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전해 준다. 하지만 <괜찮다고 말해 줄래?>라는 책 제목은 어쩐지 책 내용과는 상반되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저자가 일부러 역설적 표현을 위해 의도한 책 제목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책과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제목이었다면 더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두 번째는 책 소개 글의 일부 내용이 전혀 문법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는데, '사실은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에게 "괜찮다고 말해 줄래?"라고 묻고 싶었던 저자'라고 표현한 부분이다.


앞뒤 문맥으로 대충 내용 파악이 되기는 했으나, 해당 문장이 정확히 어떤 의미를 지닌 말인지 파악이 되지 않아 오죽하면 AI에게 질문을 해보기도 했다.


AI는 '누군가가 먼저 자신에게 "괜찮아"라는 위로와 공감의 말을 건네주기를 바랐다는 감정을 표현'이 아니었을까라는 대답을 내놓았는데, 그렇다면 다르게 표현했어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에게 "괜찮아?"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저자'라고 표현했다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위에 언급한 두 가지 이유로 나는 책 내용과 소개 글이 책과 다른 편에 서 있는 느낌으로 다가와 어쩐지 불편하게 다가왔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음을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책 내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무너진 감정을 일으켜 주고, 스스로를 신뢰하지 못할 때 우리를 다잡아 주는 용기 있는 문장들로 채워져 있어 책 제목이나 소개 글 일부와는 다르게, 다정하게 안아주는 느낌을 준다.


총 10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저자의 경험과 기억에서 얻은 통찰을 글과 그림으로 짤막하게 담아내고 있다. 내면을 강화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는데, 읽다 보면 공감과 위로가 되는 문장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괜찮지 않은데 '척'하며 살아갔던 나날들, 반복되는 일상에 무기력증을 느꼈던 매일, 나보다 남을 살피느라 정작 몰랐던 내 마음들을 들여다보며 진짜 중요한 것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살펴보게 만든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으니, 스스로의 감정에 더 솔직해지면 어떨까? 지금부터라도 남보다 나를 더 앞에 두고, 나를 살아가게 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스스로에게 건네다 보면 언젠가 분명 괜찮은 날에 도달하게 되지 않을까?



=====

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


-----

마음이 식은 말



이해하려 노력하던 말들이

단정하는 말로 바뀌는 순간,

나는 내 마음이

조용히 식어가는 걸 느꼈다.


말은 남아 있었지만

그 말에 나를 담아 둘 자리는 없었다.


그때 알았다.

말이 식으면 관계도 식는다는걸.

그건 눈에 띄지 않게

천천히 무너진다는 것도.

28~29페이지 中

-----


대화를 할 때 상대의 말을 단정하거나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 때 그 관계는 끝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말이 마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건, 관계가 식었다는 또 다른 표시이기 때문이다.


상대를 이해하려던 노력들은 언제고 이처럼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그럴 때는 억지로 관계를 이어가려 하기보다, 그냥 자연스럽게 관계가 식었다고 인정하는 편이 서로를 위해 더 나을 수도 있다.



-----

마음을 숨기다



마음을 숨기게 된 건

말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걸

몇 번이고 겪고 나서부터였다.


용기 낸 내 말을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기거나

"네가 예민한 거야"라고 말했다.

(...)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그냥 조용히 웃었다.

마음을 숨기는 게

상처받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걸

그때 처음 배웠다.

40페이지 中

-----


나 역시 경험한 일화 중 하나라, 격하게 공감 갔던 문장 중 하나다. 때론 마음을 다 드러내 보이는 것보다, 숨기는 것이 나를 보호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


애매한 관계, 불편한 사람에게는 마음을 숨기고, 자리를 피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

나라는 기준



행복도, 성공도 남의 잣대가 아니라

나만의 기준으로 다시 재 보니

나는 이미 꽤 괜찮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제는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나라는 기준 위에서

나를 믿고 살아가기로 했다.

118~119페이지 中

-----


성공도 행복도 나만의 기준 위에 세워져야 진심으로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 타인의 잣대 위에서 비교하며 살다 보면 평생 그 어떤 것에도 도달할 수 없다.


그러니 앞으로는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나라는 기준 위에서, 스스로를 믿고 살아가자. 그것이 진짜 인생 해법이다.



-----

내 마음이 먼저



'다음에', '나중에', '괜찮을 때'

내 마음은 늘 밀려났다.

양보도 해 보고,

참아도 보고,

지면서도 살아도 봤지만

남는 건 늘 찌뿌둥한 마음뿐이었다.

이제는 나부터 챙긴다.

(...)

내가 괜찮아야 누구를 챙기든,

무엇을 하든 덜 지친다는 걸

이제는 안다.

조금 이기적인 게 아니라,

조금 현명해진 거다.

156페이지 中

-----


누군가는 이타심을 대놓고 긍정적 시그널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평가다. 내가 바로 선 상태에서 이타심이 발휘되어야 비로소 진짜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괜찮지 않은데, 이타심을 부리는 것은 만용이자 허세일 뿐이다. 무엇이든 내가 괜찮은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덜 지치고, 더 제대로 챙길 수 있다.


그러니 무엇을 하든, 내 마음부터 챙기자.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본능이자 현명한 처사이니, 이기적이라는 생각은 그만 접어두자.



-----

평범한 하루



예전엔 행복이란

특별한 날에만 찾아오는 줄 알았다.

(...)

그런데 아프고, 흔들리고,

버티는 시간을 지나면서 조금씩 알게 됐다.

그냥 흘러가는 오늘 하루,

별일 없이 지나가는 평범한 날이

사실은 제일 소중한 날이라는걸.

이 정도면 괜찮다.

별거 없지만, 마음은 편하니까.

182페이지 中

-----


행복을 좇느라 평범한 일상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할 때는 모른다. 하지만 아프고 흔들리는 날들을 겪어내고 나면, 그냥 흘러가는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날들인지 깨닫게 된다.


별것 없지만 괜찮은 나날들, 별것 없어서 괜찮은 날들.



=====

마무리

=====


나의 괜찮지 않음을 타인이 알아주기를 기대하기보다, 스스로 괜찮지 않음을 깨닫고, 괜찮아질 수 있는 방법을 주도적으로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타인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이 커질수록 우리는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 기대하는 마음이 자꾸만 상처와 불안, 우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모든 기준점을 나에게 두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자. 그리고 매 순간, 심지어 평범하게 흘러가는 일상조차 소중하게 여기다 보면, 괜찮은 날들로 가득 채워지게 될 것이다.


불안은 잠재워질 것이고, 상처는 어느새 희미해져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괜찮음'이든, '괜찮지 않음'이든 내 마음에서 비롯되는 마음이니, 스스로를 더 믿고 괜찮은 방향으로 나아가 보자.


그러다 보면, 결국 내 안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쯤에는 아무리 무너지는 순간이 와도 몇 번이고 다시 스스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나만의 회복탄력성을 갖춘 뒤이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을 데이터베이스에 가둔 남자 - 프라이버시를 빼앗은 ‘초감시사회’의 설계자
매켄지 펑크 지음, 이영래 옮김, 송길영 감수 / 다산초당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라이버시를 빼앗은 ‘초감시사회’ 설계자 '행크 애셔'를 통해 알아보는 빅데이터의 역사와 위험성"



현시대는 빅데이터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방대한 자료가 데이터화되어 우리 삶에 녹아들어 있다. 이 덕분에 편리한 삶을 살고 있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법 탈취나 프라이버시 침해 등 개인 정보 남용의 큰 위험성을 안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가끔 이런 빅데이터를 만든 이는 누굴까 궁금했는데, 이번에 이 책을 통해 최초의 설계자를 만나볼 수 있었다.


그 이름은 바로 '행크 애셔'로, 천재 프로그래머이자 데이터에 미친 사람으로, 통상적으로는 그를 '데이터 융합의 아버지' 혹은 '데이터의 마법사'라 칭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상 대중은 그의 존재뿐만 아니라, 그가 어떻게 우리 삶을 변화시켰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번에 이 책을 통해 그의 존재와 그가 세운 업적, 그 밖에 그가 개발한 빅데이터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까지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흥미로운 한편 매우 두렵게 다가오기도 했다.


총 3막 1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빅데이터의 설계자 '행크 애셔'의 일대기를 통해 빅데이터가 탄생하게 된 과정과 이후 현재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한 이야기, 그리고 사람과 사회에 끼친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처럼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아내려 한 저자의 욕심 때문인지, 흥미를 끄는 키워드와 소재에 비해 내용은 방대하고 다소 복잡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가독성도 떨어진다.


에필로그를 통해 저자는 원래 행크 애셔의 일대기를 담을 생각은 없었다고 밝히고 있는데, 빅데이터에 대한 내용을 수집하다가 애셔처럼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하는 데 너무 심취한 나머지 선택과 집중의 경계선을 넘어버린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세세하게 사건과 내용들을 풀기보다 특정 에피소드들을 좀 더 흥미롭게 풀어내는 방식을 취했다면 훨씬 더 매력적인 책이 되었을 텐데, 많이 아쉽다.


어쨌든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세 가지만큼은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데, 첫째, 빅데이터의 최초 설계자 '행크 애셔'의 일대기, 둘째, 빅데이터가 발전해 온 양상, 셋째, 빅데이터의 위험성이 바로 그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의 CIA나 FBI의 정보력에 대해 늘 궁금증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아마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방식이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텐데, 그래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특히 최근 들어 한 통신사 해킹 사건을 시작으로 우후죽순 해킹 사건이 여기저기서 발생하는 것을 보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위험성이 시간차를 두고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것 같아 더 불안해졌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서는 우리 자신은 사라져도 우리를 수식하는 여러 빅데이터는 여전히 남아, 우리의 잊힐 권리까지도 박탈당하게 될 것이다. 애셔가 죽은 후에도 끝까지 그의 범죄 이력이 꼬리표처럼 남은 것과 같이.



=====

About. 행크 애셔

=====


▶가명: 미스터 존 애덤스

▶대표 수식어: 문제아, 바람둥이, 사업가 그리고 마약 밀수업자

▶그의 아버지 해리는 치과의사, 어머니는 간호사 루실

▶인디애나주 밸퍼레이조의 한 알팔파(대표적인 사료 작물) 농장에서 자람

▶팝콘용 옥수수의 재배지로 유명한 기독교인 마을의 유대인 아이로 자람

▶고등학교 학생회장이었던 동생 척과 동창회의 여학생 대표였던 여동생 세라와 달리 행크는 교실을 숨 막혀 하는 학생이었음

▶평생 아버지로부터 학대 당했음

▶고등학교 자퇴한 행크는 지역 공장에 취직해 제도공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음

▶애셔는 거칠고 무례해 보였지만 매력적인 사람이었음

▶한 번씩 숨기고 있던 분노는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음

▶칭찬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갈망, 승리에 대한 집착, 배신에 대한 끊임없는 공포를 키우면서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많은 이를 의심하고 항상 상대에게서 우위를 확보하려 했음

▶큰 딸 데지리와 작은 딸 캐럴라인(칼리)이 있음

▶자신이 통제력을 가질 수 없는 것들은 최대한 피하려고 했음

▶직업의 변화

열여덟 살 페인트공으로 취직-플로리다에서 주택에 페인트칠을 하는 회사를 세움-서른다섯 살 프로그래밍을 치열하게 배움(스승: 로이 브루 베이커)


그의 주 무대는 플로리다로, 그곳에서 새 직업과 빅데이터 설계자로써 첫 발을 내디디게 된다.



=====

본문 살펴보기

=====


애셔는 학창 시절 꽤 천재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었으나 학교와는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일찌감치 학교를 자퇴하고 공장에 취직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남들보다 월등히 빠른 습득 능력과 실력을 보여주게 된다.


그가 이토록 잠재적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학교와 가까워질 수 없었던 데에는 아마도 월등히 눈에 띄었던 동생들과 비교 당하고,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때문인지 결국 성인이 된 후에도 그는 한 번씩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어쩌지 못해 주변에 영향을 끼치고는 했는데, 그 때문에 가지고 있던 매력이 늘 반감되고는 했다.


일찌감치 사업적 감각을 가지고 있던 그는 페인트공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만, 이후 마약 밀수업으로 붙잡히게 되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1988년 스승인 브루 베이커에게 치열하게 프로그래밍을 배운 그는 브루 베이커와 함께 '유저러버블'이라는 컴퓨터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이 사업은 곧 접게 되고, 다시 1992년 2월 두 번째 회사인 데이터베이스 테크놀로지스를 설립하게 되는데 이 사업이 대박을 치게 된다.


이 일로 그의 인생은 물론 우리의 인생도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빅데이터의 시초를 만들어 낸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때 그는 자동차와 관련된 공공 기록을 시작으로 방대한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하게 되면서 후에 독보적인 데이터베이스의 수집, 정리, 활용은 물론, 국가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기에 이른다.


이때 그가 만든 오토 트랙은 개인 삶의 특정 시점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만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의 역사 전체를 제공했는데, 그가 수집한 이래 단 한 번도 데이터를 지운 적이 없다고 하니 실로 얼마나 엄청난 자료가 축적되어 있을지 가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때 이것의 위험성을 감지한 스승 브루 베이커는 중도 하차하게 되고, 애셔는 계속 혼자 빅데이터에 몰입하게 되면서 '데이터에 광적으로 미친놈'이 되어 간다.


그는 여러 차례 회사를 뺏기고 다시 세우는 것을 반복하며 51세의 나이에는 세상 꼭대기에 자리하기도 하지만, 10년 후 61세에는 결국 홀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게 된다.


하지만 살아생전 그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9.11 테러와 실종된 아동 찾기, 살인, 아이티 지진 등 큰 사건에 무상으로 자신의 슈퍼컴퓨터들을 제공함으로써 굵직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각 프로젝트는 '사이신트', '매트리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결국 그 뿌리는 같았고 이를 통해 법 집행관, 언론, 신문사, 법률회사, 추심회사 등 전무후무한 여러 기관을 고객으로 두는 기업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큰돈을 벌게 된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과거 범죄 이력이 그의 발목을 잡았고 그때마다 그는 자신이 일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광기 어린 데이터 수집을 멈추지 않았고, 매번 빠른 도약과 발전을 통해 획기적인 시스템을 내놓고는 했다.


하지만 그런 그도 한 가지 간과한 것은 그 시스템이 악용될 여지가 크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듯하다. 스스로가 국가의 큰일이나 아이들에 관련된 일에서만큼은 아낌없이 무상으로 제공했고, 또 그것을 만드는 것에 늘 빠져 있어 그 너머의 다른 이면은 미처 보지 못한 것 같다.


사후 그가 남긴 데이터와 시스템은 여러 방면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그것을 보면 이제 우리에게는 세상에서 잊힐 권리는 사라진 듯하다.


그리고 아마도 살아 숨 쉬는 동안 애셔나 투표권을 잃어버린 흑인들, 무고하게 범죄자로 낙인찍힌 사람들처럼 어쩌면 누군가의 편중된 시각에 의해 우리 또한 부당한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중국과 같은 나라들은 국가가 정보를 통제하여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일들은 제외하거나 부풀려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분위기를 주도해 나가기도 한다.


개인 프라이버시를 위해 통제되었던 데이터를 결국 받아들인 미 정부 기관으로 인해 CIA나 FBI, 경찰, 금융권 등의 기관들은 막강한 권력과 힘을 얻게 되었고, 아마 그것의 결과물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가 아닐까 한다.


3막부터는 애셔의 사후부터 현시대에 데이터가 가지는 막강한 힘과 그것이 SNS와 결합하여 어떤 형태로 발전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읽다 보면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시스템 안에서 통제와 감시를 당하면서 살고 있는 우리의 민낯을 제대로 마주하게 될 것이다.



=====

기억에 남은 문장들

=====


-----

레겟은 개별적으로 무가치해 보이는 데이터도 집합적으로 결합되면 높은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 즉 데이터 집합의 가치를 일찌감치 간파했다.

95페이지 中

-----


레겟은 데이터 집합의 가치를 간파했고, 이런 그의 아이디어를 보고 애셔는 큰 사업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래서 그는 동업자이자 스승의 반대를 무릅쓰고 끝까지 데이터를 모아 빅데이터를 만들게 된다.



-----

브루 베이커는 말했다. "깨달음으로 가는 길에 속한 단계 중 하나는 해를 끼치는 직업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이런 신념을 누구든 추적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와 조화시키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그는 더 많은 데이터의 층이 쌓이면 어떻게 될지, 경찰과 연방 요원이 영장 없이도 개인이 어디에 살고 누구를  아는지, 즉 그들의 삶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두려웠다. "저는 언제나 정부의 영향력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를 경찰에 제공하면 우리 일반인들에게 엄청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98페이지 中

-----


애셔와 그의 스승이자 동업자인 브루 베이커는 빅데이터를 만드는 것을 두고 엄청난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둘은 갈라서게 된다. 그런데 당시 브루 베이커는 빅데이터가 가져올 위험성에 대해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던 듯하다.


반면에 애셔는 그저 사업성과 이것을 만드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어 이런 문제점에 대해 전혀 인지를 못했던 듯하다.



-----

미주리주 상원 의원 에드워드 롱은 "오늘날 우리의 프라이버시는 개인정보의 분산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라고 했다.

(...)

즉 '정보 타일' 그 자체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고유한 식별자, 특히 사회보장번호처럼 정보를 하나로 묶는 방법이 있다면 누군가가 이 작은 정보들을 모아 개인의 습관과 행동, 생각에 대한 상당히 정확한 그림을 만들 수 있다."


이런 비판에 직면한 존슨 행정부는 데이터뱅크 구축 계획을 재빨리 포기했다. 그러나 연방정부가 감히 만들지 못한 것을 민간 기업은 만들고 말았다.

102페이지 中

-----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해 일찍이 꽤 많은 사람들이 그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던 듯하다. 때문에 연방정부는 데이터뱅크를 구축하는 것에 섣불리 도전하지 못한다.


하지만 애셔와 같은 민간 기업이 손대기 시작하면서 개개인의 민감정보가 데이터화되어 시스템으로 만들어지고, 그러다가 이내 연방정부마저 그 데이터를 활용하기에 이른다.



-----

애셔가 추구하려 했고 실제로 구축해 낸 데이터 시스템을 구상하는 데에는 특별한 유형의 사람 그리고 특별한 사고방식이 필요했다. 그의 시스템은 동시대의 시스템과 달랐다. 차별점을 만든 건 단순히 그들이 갖고 있는 기록이나 그를 차용한 기술이 아니었다. 그의 시스템은 업계에서 '위험'으로 인식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지금과는 달리 당시에는 흔히 쓰이지 않는 개념이었다. 그가 설계한 시스템은 보험 회사를 위해 위험을 관리하도록 만들어졌지만, 나중에는 사회 전체의 위험을 관리하는 데 활용되었다. 시스템은 사람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드러나지 않은 정보를 찾아냈다. 자산, 동료, 주소, 음모, 유죄 판결 같은 것들 말이다.

109페이지 中

-----


확실히 애셔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남들과 다른 '위험(Risk)'에 초점을 맞춰 접근하게 되면서 완전히 다른 유형의 시스템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처럼 목적과 방향성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이다 보니, 수집하는 자료나 활용하는 방식도 분명 달랐을 것이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을 설득해 자료를 모았고, 그렇게 그만의 거대한 빅데이터를 완성하게 된다.



-----

대부분이 애셔가 처음 만든 프로필을 기반으로 은밀한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 우리는 디스토피아라고 중국을 걱정하면서 정작 우리의 현실을 모르고 있다.

340페이지 中

-----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전자 방식은 우리를 스토킹하도록 유도하는 은밀한 데이터라고도 말할 수 있다. 신용카드, SNS, 휴대폰, gps 기록, 금융거래 등 이 모든 것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곡차곡 우리의 프로필을 완성시켜 주는 주요 데이터들이다.


중국은 대놓고 데이터를 통제하는 거라면,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통제와 감시를 당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

기계의 시대에 가장 인간적인 권리이자 가장 먼 권리는 잊힐 권리다. 이제 그는 잊히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바뀌지 않는 한, 우리 모두 영영 잊히지 않을지도 모른다.

404페이지 中

-----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디지털 정보가 사망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이미 '잊힐 권리'가 강제적으로 박탈당한 것이다.


임의로 특정 데이터를 지워도, 앞서 오픈된 데이터가 무한 복제되어 이미 떠돌고 있는 상태라 어떻게 보면 이것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

마무리

=====


방대한 자료와 내용들이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오히려 글을 읽는 데 방해되는 느낌이다. 분명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혹할 만한 흥미로운 소재와 키워드를 다루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가독성이 떨어져 한눈에 쏙쏙 들어오지는 않는다.


데이터에 미친 광기를 보였던 애셔의 삶 역시 빅데이터를 설명하기 위해 살짝 걸쳐진 느낌으로 다루고 있어, 주제가 좀 모호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애셔의 삶 혹은 빅데이터의 발전 과정 둘 중 하나에 확실히 포커스를 맞춰 집중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무엇보다 구성이나 편집에 있어 군더더기는 제외하고 에피소드별로 구분 지어 흥미롭게 다뤘다면 더 매력적인 책이 되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남는 것은 있다. 특히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빅데이터의 시작과 현재를 제대로 알 수 있게 해주어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설계자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도 활용되면서 현재는 시간차를 두고 여러 리스크와 대면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책 덕분에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빅데이터의 숨겨진 뿌리를 살짝 들여다본 느낌이다.


앞으로는 빅데이터에 더해 인공지능까지 합세하여 더 큰 빅 마켓을 형성하게 될 텐데 여러모로 걱정이 된다. 특히 콘텐츠 시장의 활성화와 그것을 바탕으로 훨씬 더 커질 데이터의 중요성과 활용도의 비중 때문에 더 그렇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빅데이터의 시작점과 그 과정들을 두루 살펴보면서 그 속에 숨겨진 명과 암의 면면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더불어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개인정보를 남발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
임희재 지음 / 달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사람의 세계를 바꿔준 다정한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



해외 생활을 담은 이야기들을 만나면 왠지 모르게 반가운 기분이 드는 건, 어쩌면 평소 해외 거주나 여행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스물두 살, 대학을 졸업한 저자가 14년간 해외 유학 생활을 하면서 겪은 다정한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에세이로, 해외 생활의 고충을 즐거운 '경험'과 '추억'으로 만들어 준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가 경험한 일상 속 작은 친절이 주는 행복을 만나보면서,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와 같은 따뜻한 온기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어린 나이에 유학길에 오른 저자의 다정한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요 배경은 프랑스로, 학위를 딴 이후에는 독일 쾰른과 이탈리아에서도 얼마간 생활을 이어 나갔다고 전하고 있다.


다정하진 않았지만 섬세하게 챙겨준 독일인 남자 친구를 비롯해, 막차를 놓쳐 난감한 상황에서 집까지 바래다준 같은 버스를 탔던 승객, 아플 때 서슴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옆집 여성, 그리고 변기가 막혔을 때 직접 변기를 뚫어준 이웃 남성까지.


완전히 다른 사회 시스템 안에서 홀로 우왕좌왕하던 저자는 이처럼 많은 이웃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학위도 따고, 행복한 일상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다른 언어, 다른 문화, 다른 생활권, 다른 상식을 가진 해외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가 홀로 생활하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낯선 이방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또 그들의 생활권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이들 덕분에 저자는 14년간의 해외 생활을 이토록 다정하고 행복한 시절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특별한 이벤트에 대한 내용은 없지만, 소소한 일상 속에서 만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문화와 사람들의 이야기는 분명 우리의 정서와 많이 달랐다.


그래서 한때는 저자 역시 실수를 하거나 오해하는(혹은 오해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다정한 이웃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문화를 이해하게 된다.


덕분에 그동안 가지고 있던 편견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고, 또 힘겨운 유학 생활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


힘든 순간, 사람을 살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이처럼 별것 아닌 다정한 말 한마디와 따뜻한 온기일 것이다.


현재 세계는 각박함과 치열함 속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며, 서로를 향한 열린 마음과 상대를 이해해 보려는 배려의 마음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

인상적인 문장들

=====


-----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짧은 다섯 글자는 순식간에 공기를 데우고 얼굴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정말 마법 같은 단어다.

28페이지 中

-----


요즘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이 마법 같은 단어를 아끼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일까? 이토록 세상이 험악해진 것은.



-----

유럽에서 한국식 학벌주의는 통하지 않았다. 학생 본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하길 원하는지 등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타인에게 설명할 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여전히 유럽에서 진리로 통하고 있었다.

(...)

어차피 한국에서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는 해외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아무도 묻지 않는다. 기죽어 있을 시간에 나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하나라도 더 파헤치는 편이 훨씬 낫다. 그 시간에 우리 자신을 알자.

32~33페이지 中

-----


내가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학벌주의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 나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같은 것들 말이다.


저자는 한국과 다른 문화와 이념, 그리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 덕분에 관점과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진짜 중요한 것은 학벌과 같이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 더 앞서 가치있게 여겨야 하는 것은 바로 나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닐까?



-----

"다른 학생들은 내 말을 반박하고 나에게 불평을 털어놓고 또 가끔은 내가 틀렸다고 지적하기도 해. 그런데 너는 무조건 알겠다고 답하더라."

(...)

교수님의 지적 이후 '리스너'로 살았던 20년을 뒤로하고 이제는 '스피커'로 살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

내가 하고 싶은 곡은 무엇인지, 왜 이 곡을 꼭 해야 하는지, 이 곡에서 어느 부분을 왜 좋아하는지, 어떻게 가사를 살려 부를 건지 등 나의 계획을 빠짐없이 말씀드렸다. 그러면 교수님은 이제 프로페셔널해졌구나. 앞으로도 쭉 그렇게 가는 거야!"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교수님의 응원에 힘입어 그 학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40~41페이지 中

-----


한국인들이 유학 가서 겪는 가장 큰 딜레마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유교 사상이 뿌리 깊이 박혀 있는 한국인에게 있어 '예스맨'이 되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진짜 중요한 가치들이 결여되면서, 대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고,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과 같은 것들 말이다.


아마 저자를 담당했던 교수님은 이런 부분을 꿰뚫어 보고 저자를 아끼는 마음에 지적을 하신 게 아닐까 싶다. 다행히 저자는 너무 늦지 않게 깨달았고 '예스맨'에서 '노맨'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많이 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예스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스맨 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적어도 내 주관은 명확히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

"우리 부부도 오붓하게 데이트할 시간이 필요해. 같이 패션쇼를 보러 가거든.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해. 그러니 사샤가 우는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98페이지 中

-----


어떻게 보면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다. 하지만 큰 안목으로 길게 보면 이것이 정답이다. 어떤 이들은 그럼에도 부모는 아이를 위해 같이 살아야 하고, 아이를 위해서 참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모의 이기적인 생각으로, 결코 아이를 위하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는 특히 개개인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결혼보다 팍스(PACS: 시민 연대협약) 제도가 더 활발히 정착되었다고 한다. 이 제도는 성인 두 사람이 성별에 관계없이 함께 공동의 삶을 꾸려나가도록 만든 것으로 결혼보다는 가볍고 동거보다는 깊은 의미로 해석된다.


아이 위주로 가정이 꾸려지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프랑스는 아이가 생기면 부부 위주로 가정이 재편된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는 문화가 더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때문에, 부부는 자신들의 삶과 생활을 더 귀하게 여기도 아이와도 정서적으로 독립되면서 행복한 부모, 가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

마무리

=====


어린 나이가 유학을 떠나게 된 저자를 다정히 품어주었던 이웃들 덕분에 저자는 행복한 기억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자신을 더 깊이 알아 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은 물론,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고 생활하면서 은연중에 가지고 있던 편견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스스로 원해서 간 유학이었지만, 실상 두렵고 무서운 일들이 많았을 것이고, 또 혼자 어쩌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낯선 이방인의 간곡한 부탁을 서슴없이 들어온 이웃들과 그들의 배려 덕분에 저자는 성장할 수 있었다. 이것은 남자친구를 따라 무턱대고 독일 쾰른으로 이주한 저자의 적응기에서 증명된다.


내 것을 내어주며, 불편함을 감소하고, 모르는 이에게 베푸는 친절이 요즘 시대에는' 불필요함' 혹은 '무관심함'이라는 이름 아래 가려졌지만, 분명 우리도 그렇게 살던 때가 있었다.


저자는 그것을 프랑스라는 나라에서 다시 경험하게 되면서 '다정함'이 주는 힘이 얼마나 큰지를 몸소 체험하게 된 것이다.


유행은 특정 주기를 기준으로 돌고 돈다고 이야기한다. 팍팍하고 날카로운 시대의 분위기도 유행처럼 다시 돌고 돌아 다정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전환되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도 한때 '정'의 민족이라 불릴 만큼 따뜻한 시절이 분명 존재했었다. 그런 만큼, 언젠가 다시 훈풍이 도는 시절이 돌아오리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듣는 힘은 삶의 무기가 된다 - 고요한 공감이 만드는 대화의 기적
마쓰다 미히로 지음, 정현 옮김 / 한가한오후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관계를 바꾸는 36가지 경청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



자신을 과감 없이 드러내는 것은 물론,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세상에서 타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실상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일까? '듣는 힘' 즉, '경청'이 삶의 무기가 된다는 이 책의 제목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 것은.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직업을 가진 '상담사'나 '의사' 혹은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조차 타인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는 세상에서 '경청'의 힘이 얼마나 큰 힘을 가졌을지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인 '경청의 36가지 기술'에 대해 전하며, 말솜씨보다 중요한 건, 바로 '듣는 힘'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인 '관계를 바꾸는 듣기의 기술: Good Listener Tip 36'을 먼저 간략히 전한 후 본론에서 이에 대해 풀어가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앞선 간략한 내용을 통해 미리 내용을 확인한 후 본문을 통해 '경청의 기술'에 대한 설명을 접하다 보면, 분명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관계를 잘 이어가는 데 있어 '말솜씨'가 좋아야 한다는 오해에 대해서도 바로잡고 있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 '말솜씨'보다 '듣는 힘'이 중요하다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 또한 이 책의 본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말하기가 서툴러서 앞으로 나서거나 누군가와 관계 맺기가 어려웠다면 앞으로는 '말하기'보다 '듣기'에 더 집중해 보면 어떨까 한다.



=====

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


-----

거창한 조언도, 뛰어난 화술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듣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10페이지 中

-----


이 책의 핵심 내용을 담고 있는 문장으로, 본문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내용이다. 우리는 대체로 관계를 잘 이어가기 위해 거창한 조언이나 뛰어난 화술을 잘 해야 한다고 착각하고는 하는데, 실제로 오랫동안 관계를 잘 이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잘 들어주는'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분명 귀가 두 개고 입이 하나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방증이 아닐까?



-----

'잘 듣는 사람'이 되기 어려운 이유



①들으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가능한 인간의 특성

②무의식적으로 타인을 따라 하려는 '동조 욕구'

③이야기하며 이해와 공감을 얻고 싶은 본능


이런 이유로,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타인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잘 듣는 사람'이 되는 것이 어렵습니다.


상대의 말을 온전히 듣기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태도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특성과 심리적 본능 때문입니다.

37페이지 中

-----


어떤 이들은 타인의 말을 잘 듣지 못하는 것에 대해 자책하거나 무능력쯤으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잘 듣는 사람'이 되기 어려운 이유는 위의 3가지로 설명할 수 있으며, 인간의 특성과 심리적 본능으로 인해 타고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잘 들어주는 사람들은 이러한 타고난 본능을 억제할 만큼 강력한 인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니 어떤 의미로는 이 또한 대단하다 할 만하다.



-----

'잘 듣는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도 인간관계, 일, 돈과 같이 인생의 중요한 요소들을 하나둘씩 얻게 될 것입니다.

42페이지 中

-----


저자는 '잘 듣는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도 얻게 되는 이득이 많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잘 풀린 인간관계로 인해 줄줄이 복리처럼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면, 말하는 것보다 잘 들음으로써 우리는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 관계도 평탄하게 이어갈 수 있으니 이보다 효과적인 핵심 가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

'잘 듣는 사람'이 되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고, 그 시각의 확장이 나를 바꾸고, 인간관계를 변화시키는 시작점이 됩니다.


누구나 원하지만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 그 사람은 바로,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이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다면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바로, '잘 듣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신을 바꾸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입니다.

68~69페이지 中

-----


앞선 내용에 이어 저자는 잘 들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잘 듣는 사람'이 되면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고, 그 시각의 확장이 나를 바꾸고 인간관계를 변화시키는 시작점이 되며, 이를 통해 '희소성을 지닌 사람'이 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일석다조의 장점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물론 타인에게 사랑받고 특별한 존재로 각인될 수 있다고 전한다.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까지 사랑받을 수 있는 특별한 존재가 된다고 하니 어쩐지 당장 이 책에 담긴 실천법을 실행해 봐야 할 것만 같다.



-----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은 무엇에 관심이 있을까?' 셀프 질문하기!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면 마음이 열리고,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면 반응과 질문도 자연스러워집니다.

(...)

셀프 질문에 당장 명확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질문을 통해 상대에게 관심을 두고자 하는 태도입니다.

(...)

셀프 질문은 답이 없더라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세요.

124~125페이지 中

-----


무엇을 하든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대체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관심을 가지면 일단 그것에 대해 마음이 열리고, 그만큼 너그럽고 수용적으로 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타인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로 '관심'을 기울인다면, 유창한 언어로 대화를 잘 이끌지 못해도 적어도 호감은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실제로 관계에서 '호감'은 다음, 또 다음 만남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더 큰 이점을 가져다주는 무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대화가, 이 사람과의 마지막 대화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누구와 나누는 어떤 대화든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 깨달음 속에서, 여러분은 자연스럽게 '잘 듣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에필로그 中 (189~190페이지)

-----


에필로그에 수록된 이 한 문장이 정점을 찍은 느낌이다. 어떤 사람과의 마지막 대화를 떠올렸을 때 내 이야기만 줄줄이 늘어놓기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들어주고 싶은 마음은 모두 똑같지 않을까?


그 사람이 무엇에 관심이 있었고, 어떤 것을 좋아했는지, 행복해하며 털어놓는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린다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나까지 행복해지는 기분!


항상 그렇듯 '끝'이라는 것을 대입해 보면 거기에 정답이 있는 듯하다. 삶도, 관계도.



=====

마무리

=====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처음에는 이 책의 내용이 조금 불편하게 다가왔다. '경청'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나는 없고 너무 남의 이야기만 들으라는 식으로 다가와 더 그렇게 느끼게 된 것 같다.


실상 내 인생에서는 '남'보다 '내'가 더 중요한데, '관계'를 위해 왜 내가 남의 이야기를 줄곧 들어주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불만 섞인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그런데 책 내용을 정리하고 쓰고 곱씹으면서 모든 이들에게 '경청'을 도입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만은 '경청의 힘'을 사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혹은 관점을 아예 바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 속에서 어색하게 쭈뼛거리며 섣부른 말을 내뱉기보다, 귀 쫑긋 세우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는다면, 적어도 새로운 관점과 시각의 확장을 불러올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다.


나에 대해 뭔가 말하기가 껄끄러운 어색한 자리에서 '경청'은 타인에게 신뢰와 호감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어 어떤 면에서는 최고의 무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고독한 사람들에게는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은 그야말로 최고로 좋은 사람으로 여겨질 것이다.


또 내향적이거나 말솜씨가 없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경청'은 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무기가 될 수 있어, 어떤 면에서는 '말하기'보다 '듣기'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모두가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세상에서 분명 '듣는 사람'은 특별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당신도 이 책에 소개된 36가지의 팁을 잘 활용해 경청하는 사람으로 거듭나 보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독은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 - 충동에 사로잡힌 이들을 위한 처방전
저드슨 브루어 지음, 최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뇌가 중독에 갇히는 심리와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음 챙김'에 대하여!"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처럼, '중독'에 대해 미리 알아두면, 추후 어떤 것에 깊게 심취했을 때 빠져나오는 방법도 알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중독'이라고 하면 흔히 '마약', '술', '담배', '도박'과 같은 극단적인 것들만 생각하기 마련인데, 실제로 '인터넷', '미디어', '애정', '스마트폰' 등 우리도 모르게 나락으로 빠지게 만드는 의외의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특히 현대사회는 뇌를 자극해 24시간 도파민을 생성하도록 유도하는 요소들이 너무 많아,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이 책 역시 중독의 범위를 알코올, 담배 등과 같은 기본적인 것들부터 시작해 소셜미디어, 자아, 재미, 생각, 사랑까지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는데, 이것들을 살펴보며 우리 주변에 있는 중독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보면 어떨까 한다.


총 2부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중독 심리학 분야 최고 권위자가 어떻게 이 분야에 입문하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 뇌가 중독에 빠지는 행동양식과 중독으로 인해 뇌가 변화하는 과정, 더불어 중독에서 완벽하게 벗어나는 방법까지 다루고 있다.


중독 유발 행동이 반복될수록 우리의 뇌는 중독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되는데, 의외로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포인트는 바로 '마음 챙김'으로, 억지로 끊어내거나 절제하는 것이 아니라, 갈망을 '이해의 대상'으로 삼아 서서히 중독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않으며, 또 자신의 의지로 진행하는 것이기에 큰 부작용 또한 없다. 그리고 중독에 대한 메커니즘을 스스로 들여다볼 수 있어 '불안감'보다는 오히려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저자는 이것을 스스로의 경험, 그리고 과학적 연구와 실험을 통해 밝혀냈는데, 어쩌면 그래서 더 확신과 믿음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이 책의 7할 정도를 예시와 설명에 할애했는데, 결국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결론은 아주 심플하다.


▶갈망은 억제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다.

▶뇌는 특정 행동을 통해 일시적인 보상을 얻으며, 이 과정을 기억하고 있다가 '트리거(계기)-행동-보상' 회로를 점점 강화한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중독은 더 깊어진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식하기-수용하기-관찰하기'를 통해 스스로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중독에 빠져드는 과정을 역으로 이용해 반복하다 보면 뇌는 '좋은 습관'에 길들여지게 되고, 그렇게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

저자가 이 분야의 권위자가 된 계기

=====


저자는 형수가 결혼식 피로연 겸 새해 전야 파티 후 신혼여행이 시작되자마자 스트레스로 인해 몸까지 병이 난 것을 보고 어째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아플까라는 단순한 질문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후 저자의 인생행로는 180도 바뀌게 된다. 이 질문으로 인해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고, 이후 의사과학자 이중 학위 과정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저자의 목표는 스트레스가 면역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지 알아내는 것이 된다.



=====

핵심 내용 정리

=====


■중독의 정의


-----

중독이란 부정적 결과를 낳는데도 계속 사용하는 것이다. 니코틴, 알코올, 코카인, 도박 또는 그 밖의 무엇이든 특정 물질의 사용이나 특정 행동이 문제가 있는데도 이를 계속한다면 중독을 의심해 봐야 한다.

54~55페이지 中

-----


중독이 뇌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알아보기에 앞서 저자는 '중독의 정의'부터 제대로 짚어준다. 뒤에 해결책이 정의와도 맞닿아 있어 '중독의 정의'부터 제대로 마음에 새겨보면 어떨까 한다.



■갈망을 이겨내기 위한 저자의 실험


-----

내가 의사니까 내 말대로 하라는 식의 터무니없는 태도를 취할 수는 없었다. 흡연자가 나를 신뢰할 수 있어야 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다는 확신을 그들에게 심어주어야 했다.


이런 이유로 나는 두 시간 동안 연속으로 움직이지 않은 채 앉아 있기를 시작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두 시간 동안 명상 자세로 앉아 있으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

이제야 나는 환자들의 고통을 알게 되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 것만 같았다.


마침내 두 시간을 다 채울 수 있게 되기까지 몇 달이 걸렸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

어느 날 마침내 해냈다. 나는 두 시간을 꼬박 앉아 있었다. 그제야 나는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침내 나는 '뒤숭숭한 마음'의 끈을 끊을 수 있었다. 그 후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앉아 있기가 점점 더 쉬워졌다. 그리고 내 환자들도 담배를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적절한 도구였다.

67~68페이지 中

-----


나는 저자와 같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을 상당히 좋아한다. 권력이나 지위로 상대를 짓누르기보다 자신의 경험이나 전문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 말이다.


저자는 이처럼 스스로의 신체를 가지고 '갈망'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 알 수 없었던 흡연자의 고통을 다른 방식으로 체험해 보면서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과 이것을 이겨냈을 때 오는 확신과 자신감을 제대로 경험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자신의 환자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또 어떤 방식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지 제대로 깨닫게 된다.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인식, 즉 깨달음'이다.


-----

환자가 경험한 환멸감이 매우 중요하다. 습관을 통해 실제로 얻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으면, 습관을 더 깊은 수준에서, 뼛속 깊이 이해하면 금연을 위해 우리 자신을 통제 또는 강제할 필요가 없다.


이런 깨달음이야말로 마음 챙김의 핵심이다. 특정 행동에 사로잡혔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명확히 깨달으면, 내장에서부터 환상이 깨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행동의 결과가 점점 더 명확히 보일수록 우리는 오래된 습관을 내려놓고 새로운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70~71페이지 中

-----


이 부분은 중독된 뇌를 바꾸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해결책의 핵심 내용이다. 스스로 자신의 나쁜 습관을 인식하고, 이후 '무엇(보상)'을 얻는지 깨닫게 되면 누군가 강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해결책을 찾게 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 깨달음이야말로 마음 챙김의 핵심이며, 이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나쁜 습관을 내려놓고 새로운 좋은 습관을 형성하고자 애쓴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우리 삶을 살펴보면, 의외로 무의식중에 행하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 중독의 메커니즘 또한 이런 무의식에서 시작된 나쁜 습관 중 하나로, 그래서 저자는 가장 먼저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갈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요 약식 훈련법 RAIN

(약식 훈련법 RAIN)


"인식하기-수용하기-관찰하기"


갈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요 약식 훈련으로 저자는 RAIN의 원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 RAIN 이란?

원래 불교 명상 전통에서 유래했지만, 저자가 이 원리를 뇌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우리 삶의 여러 어려움, 특히 '갈망'을 다스리는 데 효과적임을 보여주었다.


RAIN은 다음 네 가지 단계의 영어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R: Recognize (인식하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리기.


2. A: Allow (수용하기)

일어나는 일을 허용하거나 인정하기.


3. I: Investigate (탐색/관찰하기)

호기심을 가지고 탐색하기.


4. N: Nurture (자애심 갖기) 또는 Non-identification (동일시하지 않기)

자기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거나, 감정과 나를 동일시하지 않기. (불편한 감정 속에서도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따뜻함과 친절함을 보내는 단계이다)



■이 책의 토대

촉발 요인-행동-보상


저자는 중독된 뇌의 사이클은 '촉발 요인-행동-보상'으로 연결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무의식중에 특정 촉발 요인(트리거)가 발생하면, 그것을 즉각 행동으로 옮기고, 이후 보상받는 일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가 쌓이면(촉발 요인) 즉시 단것을 먹고(행동) 이것으로 인해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났다는 해방감을 맛보는 것(보상)이다.


이를 습관 고리라고 하는데, 이 책의 토대가 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보상 기반 학습 체계의 활용


-----

특정 순간에 우리의 행동을 통해 얻는 보상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언가에 관심, 호기심, 매력 등을 느낄 때, 이런 느낌을 그저 주시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내 경우에는 호기심이 생기면 개방적이고 활기차고 즐거운 느낌이 든다. 이런 느낌은 칠각지의 첫 두 요소인 마음 챙김과 관심이 함께 있을 때 얻는 보상의 핵심이라 하겠다. 이런 경험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때 느끼는 잠깐의 '들뜬 행복'과 다르다.

(...)

흥분은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긴장되고 들뜬 충동으로 이어진다. 반면에 호기심에서 비롯한 기쁨은 긴장되기보다 부드럽고 열린 느낌이 든다.


이런 두 가지 보상의 결정적 차이는 주의 깊은 호기심에서 기쁨이 생긴다는 점이다.

(...)

흥분에서 기쁜 참여로 전환하는 출발점은 촉발 요인(스트레스)을 알아차리고 행동(개방적이고 호기심 많은 자각 상태에서 머물기)을 통해 받는 보상(기쁨, 평온, 평정)에 유념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보상 기반 학습 과정을 활용해 이런 단계를 더 깊이 밟을수록 더 깊이 집중하고 (흥분하지 않으면서) 더 행복해지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실제로 적절한 조건만 갖춰지면, 특히 습관적 행동방식에서 벗어나면, 이런 존재 방식은 언제나 가능하다.

217~218페이지 中

-----


어떤 이들에게는 보상 기반 학습에 기초한 중독이나 들뜬 행복을 극복하기 위해 습관 형성의 기초가 되는 보상 기반 학습 체계를 활용한다는 것이 허황되거나 역설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흥분'이나 '잠깐의 들뜬 행복'과는 다른 보다 안정적이면서 행복한 느낌이 드는 보상을 떠올리며, 그 방향으로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꼭 허황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보다 부드럽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맛을 알고 난 뒤에 그것을 따라가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현재 무의식중에 패턴화되어 있는 보상보다 더 좋은 보상을 스스로에게 이해시키고 그것을 따라가도록 프로그래밍하면 우리는 그것에 더 집중하며 행복해지는 습관을 기를 수 있는 것이다.



■중요 포인트!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정확히 보는 것이다. 이 점에서 마음 챙김은 매우 유용할 수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해석을 왜곡하는 ("음, 재밌네"라는 식의) 주관적 편향의 안경을 벗어야만 우리의 행동이 초래하는 모든 것이 명확히 보인다.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지 못하면, 즉 우리의 행동이 초래하는 결과를 보지 못하면, 엉뚱한 학습이 일어날 수 있다.

230~231페이지 中

-----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편향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직시'하는 것이다.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잘못된 수순을 이어가다 보면 당연히 결과도 엉뚱한 곳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지금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해 심도 있게 스스로 관찰하고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음 챙김


-----

마음 챙김은 우리의 나침반을 사용해 우리가 고통을 향해 가고 있는지 아니면 거기서 멀어지고 있는지, 우리가 구멍을 더 깊이 파고 있는지 아니면 삽을 내려놓고 있는지 분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

우리가 어떻게 스스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지에 주의를 기울이기만 해도, 즉 우리의 마음을 챙기기만 해도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는 훈련이 개시된다는 점이다.

272, 278페이지 中

-----


반복되는 삶의 특정 부분을 루틴 화하여 무의식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매우 이롭고 또 많은 이점을 준다.


하지만 이것이 만약 나쁜 습관이나 중독에까지 미친다면, 대단히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인식을 통해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되는 반복적 루틴은 무의식 속에 담아 두고 더욱더 발전시켜 나가자. 하지만 무언가 스스로 꺼려지는 행동이나 후회되는 일 등이 반복적으로 행해진다는 생각이 든다면, 마음 챙김을 통해 자각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 후에 그 행동을 천천히 관찰해 보자.


그리고 그 일을 다르게 변화시켰을 때 주어지는 보상(편안함, 즐거움 등)을 떠올리면서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변화시킨다면, 분명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는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마무리

=====


'중독'과 뇌과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지만, 막상 결론에 도달해 보면 별 내용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시시해'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파고들어 보면 근본적 해결책은 결국 '시시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해결책이든 문제든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는 것이나 혹은 인식하지 못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학지식을 토대로 일상생활과 임상 경험의 여러 사례를 통해 그것을 입증해냄으로써, 중독은 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설명하고 있다.


또 그것을 역으로 활용함으로써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는 삶, 세상과 더 깊이 교감하며 더 큰 행복을 누리고 몰입하며 살 수 있는 삶을 제시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습관이 되고, 또 그것은 습관의 순환고리가 될 수 있다. 마치 스트레스가 쌓이면 단것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고 싶은 충동이 촉발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런 무의식적인 행동은 결국 우리 자신을 좀먹고 죽음으로 이끄는 습관으로 변모할 수 있다.


그러니 평소 마음 챙김을 통해서 스스로를 잘 살펴보면서 마음에 걸리는 행동이나 패턴은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들을 통해 좋은 습관으로 변화시켜 보면 어떨까 한다.


P.S. 참고로, 팁을 하나 주자면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머리말'을 다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러면 확실히 책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