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할미 - 짧게 읽고 오래 남는 모두의 명화수업
할미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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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숨은 이야기를 알차고 재미있게 들려주는 할미의 명화 수업! 함께 들어보실래요?"



평소 그림이나 명화 등을 좋아해서 종종 미술사나 전시회를 찾곤 하는데, 이 책은 앞서 읽었던 그런 종류의 미술사와는 조금 다른 결이라 꽤 흥미롭게 읽었다.


'할미'라는 지칭과 '똥강아지들'로 표현되는 독자 혹은 구독자들을 표현하는 말은 매우 친근하게 다가왔고, 또 많이 경험하고 많은 이야기를 쌓아온 만큼 여유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꽤 많이 담고 있어 마치 그림책을 읽는 듯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다가설 수 있었다.


보통 미술사에 언급되는 그림들이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그림에 대한 분석이나 역사보다는 뒷이야기 혹은 후일담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더 시선이 가는 책이었다.


마치 할머니가 친근한 말투로 옛날 옛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으로 전해주는 숨겨진 이야기를 그럼 지금부터 만나보자!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세계 곳곳을 누비며 많은 그림과 예술을 접했던 저자(할미)가 손자 손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으로 미술사를 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딱딱하거나 어렵게 느껴지기 보다 오히려 친근하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그림은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가장 잘 들어맞는 예술 중 하나인데, 이 책을 통해 잘 몰라서 그저 스쳐 지나갔던 그림의 뒷이야기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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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여행할 할미의 미술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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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의 미술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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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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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오래 살아서, 오래도록 많은 그림을 보아왔고, 오래도록 많은 이야기를 쌓아온 할머니. 이토록 재미난 예술을 혼자 즐기는 것이 아까워 모두와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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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작품과 숨겨진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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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천재 화가를 파산시킨 치명적인 역작


사진기가 없던 시절,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단체 초상화가 유행했어. 중요한 모임이나 행사가 있을 때 화가를 불러서 그 장면을 그림으로 남긴 거야.


초상화 한 점을 의뢰하는 데 드는 비용은 평범한 집 한 채 가격을 훌쩍 넘을 정도로 어마 무시하게 비쌌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다 같이 돈을 모아서 함께 있는 모습을 기념으로 남기고는 했어.


그래서 그 시절 그려진 단체 초상화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이 바로 <야경>이야.


이 그림에 그려진 사람들은 '민병대'라는 조직에 소속된 대원들이었어. 민병대는 당시 스페인에 맞서서 네덜란드의 독립 투쟁을 이끌었던 만큼 네덜란드 안에서 상당히 영향력이 큰 조직이었지.


당시 승승장구하던 렘브란트가 민병대의 단체 초상화를 그리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나 하고 말았단다. 당시에는 초상화를 그릴 때 정자세를 취한 모델을 위엄 있게 그려주는 것이 일반적이었어.


적은 돈이 아니니 다들 근엄하고 기품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길 원했겠지? 게다가 비용을 각자 똑같이 나눠 낸 만큼 모두가 공평하게 그림에 나오게 하는 것 또한 암묵적인 규칙이었지.


하지만 렘브란트의 가슴속에는 이런 뻔하고 지루한 구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이 오랫동안 꿈틀거렸어. 그래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아주 자연스럽고 역동적인 초상화를 그려보기로 한 거야.


그렇게 민병대의 모습을 그린 <야경>이라는 작품이 탄생했어. 가로 길이만 따져봐도 4미터가 훌쩍 넘는 대작이었지. 이전보다 더욱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담아내다 보니 누군가는 우스꽝스럽게, 또 누군가는 어둠에 가려진 채로 그려졌어.


심지어 민병대원이 아닌데도 작품 속에 함께 그려진 사람도 있대. 맨 오른쪽에 고개를 빼꼼 내밀고서 북을 치는 남자, 그림 중아에 그려진 금발의 소녀가 바로 그들이지. 게다가 베레모를 쓴 자신의 모습도 슬쩍 그려 넣었단다.


큰맘 먹고 비싼 돈을 지불했는데 자기들의 어굴은 영 마음에 안 들게 그려놓고 돈도 안 낸 사람들을 끼워 넣다니. 이 그림을 본 민병대 사람들은 분노했어. 조국의 독립 투쟁을 이끄는 명망 높은 이들이 단단히 화가 나버린 거야.


이 사건 이후로 세간에는 렘브란트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어. 렘브란트가 원체 값비싼 골동품과 미술품을 모으는 걸 좋아했는데, 그 사치스러운 취미를 버리지 못한 탓에 살림살이는 더 빠르게 기울어갔어. 급기야 잘나가던 시절 대출을 받아 마련했던 집도 잔금을 다 치르지 못해 파산하고 말았지.


그런데 세상 일이 참 묘하단다. 그처럼 질타 받던 이 작품이 지금은 단체 초상화에 관한 생각의 틀을 바뀐 희대의 명작이라며 사랑받고 있거든.



■고흐: 세기의 명작에 자꾸만 등장하는 이상한 나무의 정체


고흐는 본디부터 감성적이고 예민했어서 외부의 자극에 아주 취약했는데, 특히 존경하는 화가이자 친구였던 고갱과의 다툼은 그를 더욱 궁지로 내몰았어.


둘 사이 감정의 골이 깊어지던 12월 23일 저녁, 고흐가 면도 칼을 가지고 와서는 고갱을 위협했다고 하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고갱이 도망치듯 떠나자 그날 밤 고흐는 발작을 일으키며 자신의 왼쪽 귓불을 스스로 잘라내고 말았어. 


시간이 갈수록 그의 정신 상태가 점점 나빠졌고 결국 고흐는 제 발로 남프랑스 생레미 마을의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되었단다.


병실에서 고흐는 150여 점의 그림들을 남겼는데, 그중에서도 <별이 빛나는 밤>은 그의 인생을 대표하는 세기의 명작으로 여겨지고 있어.


이 그림을 그리기 직전 고흐는 아직 동이 트지 않은 깜깜한 창밖 풍경을 한참이고 바라보았대. 시골 마을이라 짙은 어둠 속에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하늘에 오로지 커다란 샛별만이 밝게 빛나고 있었어.


고흐는 그 기억의 잔상을 떠올려 거침없이 붓질을 해나갔고, 마침내 강렬하고도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하게 된 거야.


그런데 이 그림을 보면 소용돌이 사이로 까맣게 타오르는 듯한 검은 형태가 눈에 띄지? 마치 하늘로 치솟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면서 금방이라도 온 세상을 까맣게 물들여버릴 듯 위험하게 느껴지는, 이 암흑의 정체는 바로 사이프러스 나무야.


그 당시 고흐가 머물던 병실의 쇠창살 사이로 우뚝 솟은 사이프러스 나무가 보였더래. 고흐는 이 사이프러스 나무의 선과 균형에 흠뻑 매료되어서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 온통 사이프러스에 대한 찬사를 쏟아내기도 했지.


고흐가 편지에 적었듯, 사이프러스 나무는 여태 한 번도 그림에 제대로 등장한 적 없을 정도로 아무도 그 미적 가치를 특별히 알아주지 않던 존재였어. 하지만 사실은 놀라운 아름다움을 그 안에 가지고 있었지.


살아생전 세상으로부터 끝없이 외면받던 화가 고흐는 어쩌면 사이프러스 나무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던 게 아닐까?


암담한 병실에서 끝없는 소용돌이를 마주하면서도 자신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빈센트 반 고흐.


만약 고흐의 그림들을 직접 보러 가게 된다면, 꼭 가까이 다가가 보렴. 방금 막 굳은 듯한 두터운 물감 자국, 온 마음과 혼이 실린 붓질 하나하나에서 그의 숨결이 생생히 느껴질 거야.



■쇠라: 알고 보면 파리 상류층에게 꽤나 위험했던 그림


높이 2미터 너비 3미터가 넘는 거대한 캔버스에 19세기 프랑스 파리 근교에 위치한 그랑드자트 섬의 풍경이 생생하게 펼쳐져 있어. 이 아름다운 걸작을 완성하기 위해 화가 조르주 쇠라는 넓디넓은 화폭에 지름 1밀리의 모래알만 한 작은 색점들을 하나씩 찍어나갔지. 어찌나 고된 작업이었는지, 이 그림 하나에만 꼬박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대.


그런데 말이야,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가 2년 전에 그린 한 그림을 먼저 보아야 한단다.


바로 "모든 면에서 최악"이라며 전시까지 거절당했던 <아스니에르의 물놀이>라는 작품이야.


그림 속 사람들은 평범한 공장 노동자들야. 힘겨운 노동 사이에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강가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모습이지.


자칫 평범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은 쇠라의 기발한 시도가 처음으로 담긴 역작이었어.


이 작품은 어떤 관점에서 보든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1884년 파리 살롱에서 대차게 전시를 거부당했어.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이로부터 2년 뒤에 쇠라가 그린 또 다른 작품이 그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는 거야. 바로 우리가 이야기를 시작하며 만났던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였어.


멋스럽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지. 이번에는 여유로운 부유층의 일상을 그려냈거든.


1886년 이 그림이 제8회 인상파 전시회에 걸리자마자 이전과는 달리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했어. 눈길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광경과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압도적인 크기에 관람객들은 자연스레 발길을 멈췄어.


게다가 작품에 대한 많은 평론가들의 해석이 이 관심에 불을 지폈는데,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가 보이는 것처럼 평화롭지만은 않다는 분석이었지. 오히려 이 그림이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어.


평론가들이 이 그림을 위험하다고 평가한 이유는 점잖아 보이는 모습 뒤에 숨겨진 의미들 때문이야. 먼저, 제대로 갖춰 입은 한 쌍의 부부가 끈에 묶어 산책시키고 있는 원숭이가 보이지? 이 당시에 원숭이는 유행하는 애완동물이었어. 그런데 여기 그림 속 원숭이는 좀 위험하게 해석될 수도 있단다.


쇠라가 살던 시절에 원숭이는 보통 방탕함을 상징하고, 특히 프랑스 속어로 암컷 원숭이는 매춘부를 의미하기도 했거든.


그래서 그림 속 이 둘이 단순한 부부가 아니라 매춘부와 그녀의 손님이라고 보았어. 더 나아가 쇠라가 당시 사교계의 위선을 꼬집고 있다고 해석했지.


또 그림 속 홀로 낚시하고 있는 여자도 문제가 됐는데, 프랑스어로 '낚시하다'와 '죄를 짓다'는 발음이 무척 비슷하거든. 이 언어유희를 통해 낚시하는 여인도 실은 '죄를 짓는' 매춘부임을 넌지시 암시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어.


그가 살던 시절엔 이런 식의 말장난으로 세태를 풍자하는 일이 워낙 유행이었고, 당시 그랑드자트 섬이 불륜과 매춘의 장소로 유명했다 보니 이런 해석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게 된 거야.


쇠라가 당시 사회를 꽤나 날카롭게 관찰하고 있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여.



■리비에르: 때로는 이런 그림이 더 좋더라


리비에르가 살던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에서는 웅장한 종교화나 역사적 사건, 유명한 문학 작품을 소재로 한 그림들이 유행했어. 그치만 라비에르는 이런 거창한 주제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대.


대신 그는 우리 곁의 작고 소중한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그리기 시작했지. 그때까지만 해도 화가들은 동물을 그리더라도 그저 작품의 배경이나 장식 정도로만 다뤘는데, 리비에르는 과감하게 동물들을 작품의 중심으로 끌어왔어.


한번은 꾸중을 들은 자신의 딸아이가 반성의 계단에서 꿍하게 토라진 모습을 보고 리비에르가 그 표정을 톡톡히 기억해뒀다가 그림으로 남겼는데,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공감>이란다.


때로는 난해하고 추상적인 의미가 담긴 대단한 거장의 작품보다도, 이렇게 보자마자 마음을 툭 건드리는 그림들이 더 깊은 감동을 주기도 한단다.



■칼 라르손: '이케아'는 그때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자신이 만든 인생 최고의 걸작은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아내와 손수 꾸민 집이라고 이야기했던 화가가 있었어. 스웨덴의 국민 화가라 불리는 칼 라르손이지.


라르손은 어렸을 적 스톨홀름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무능하고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어. 그의 아버지는 어찌나 가족에게 무심했는지, 술에 취해 "네가 태어난 날을 저주한다"는 끔찍한 말로 어린 라르손의 가슴에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했단다.


어릴 적의 결핍 때문이었을까, 라르손은 자신이 꾸린 가정에 대한 애착이 무척이나 컸단다. 평생에 걸쳐 따뜻한 색감으로 여덟 명의 토끼 같은 아이들과 아내 카린의 모습을 담아냈지.


이런 라르손의 그림들이 더 애틋하게 다가오는 건,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를 얄팍한 원망이 아닌 커다란 사랑으로 덮어냈기 때문이야.


카린과 단란한 가정을 이룬 뒤 자신이 겪은 지독한 불행을 결코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거든. 한없이 행복해 보이는 그의 그림 뒤에는 평생에 걸친 간절한 바람이 숨어 있지.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가 자신들의 정신적인 뿌리가 칼 라르손의 그림에 있다고 말했다는 거야.


그가 직접 만든 가구들로 가족들과 정겨운 시간을 보냈던 것처럼, 이케아도 사람들의 스스로 가구를 조립해서 편안한 집을 꾸며볼 수 있게 하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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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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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똥강아지도 비록 지금 세상이 알아봐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너무 낙심하지 말렴. 당장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해도 괜찮단다. 진짜 훌륭한 건 때로 시간이 지나야 보이는 법이니까. 네 안의 보석이 빛날 순간은 분명 올 거야.

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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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때가 있는 법이다. 지금 반짝이지 않아도 언젠가 빛날 순간은 오기 마련이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낙담하지 말자.


주변에는 꽃이 만발하는데 나만 피지 못하면 어쩐지 위축되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장을 가슴에 새기고 때를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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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 돌아보니 '인생은 폭풍우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구나. 우린 비가 그치고 나서야 춤을 추려고 하지만 맑은 하늘과 마찬가지로 거센 비바람도 삶의 일부인 것이지. 그렇다면 그 한가운데서도 멋지게 춤추는 법을 익혀보자고. 프리다가 기약 없는 고통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사랑하는 그림을 굳건히 그려나갔던 것처럼 말이야.

7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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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피하려고만 하지, 그 순간마저 즐길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또한 삶의 일부다. 그러니 삶의 고난이나 고통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기보다 그 순간마저 춤추는 법을 배워보면 어떨까? 그럼 모든 순간이 춤추는 순간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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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남들만큼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느끼고 스스로 부족하다 생각되는 순간을 맞닥뜨리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독한 마음 구멍이 자꾸만 커져가기도 했을 거야. 하지만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 결핍이 있다면 그만큼이나 특별한 다른 하나가 분명히 생기기 마련이란다. 그리고 그것들이 쌓여 네 안의 빈자리를 따스히 채워갈 거야.

16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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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것에 집중하다 보면, 결국 마음의 구멍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결핍이 있는 만큼 나만의 특별한 무엇을 가지기 마련이다.


가지고 있는 특별한 것에 주목하느냐, 아니면 부족한 결핍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인생을 180도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제 선택하자. 특별한 내가 될 것인가 아니면 항상 부족한 것을 좇는 불만족자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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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잘할 필요는 없고 꼭 남들처럼 빨라야 할 이유도 없단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냥 지금 이 순간 가볍게 시작해 보렴. 시작하기에 꼭 맞는 때는, 언제나 지금이란다.

26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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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든 늦거나 이른 때는 없는 듯하다.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면, 지금이 바로 그 적기로 바로 시작하면 된다. 처음부터 너무 잘하려는 생각에 부담을 가지면 되려 시작조차 못할 수도 있으니, 가볍게 시작해 천천히 다져간다는 느낌으로 '꾸준히' 하는 것에 목표를 두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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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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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듣거나 보던,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친근하게 읽는 느낌이라 명화나 미술사에 초보인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다.


따분하게 느껴지는 역사나 작가 정보, 유파 분류 등에 집중하는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작품 그 자체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전하고 있어 오히려 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 느낌이다.


어떤 면에서는 책으로 읽고 보는 것을 넘어 직접 수록된 작품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인데, 더 가까이, 더 자세히 들여다보며 저자가 전한 작품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보물 찾기 하듯 찾아보고 싶다.


위에 소개한 작가와 작품들은 시대나 배경, 미술사적으로 많이 언급되지만, 이번에 소개한 비하인드 이야기들은 아마 쉽게 만나보지 못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렘브란트의 경우 '빛의 화가'라는 수식어로 유명하지만, 그를 파산에 이르게 한 이야기는 듣지 못한 듯하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작품 역시 두말할 필요도 없이 유명한 작품이지만, 그 속에 담긴 '사이프러스 나무'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보지 못한 듯하다.


작품 속 실제 배경이나 상황, 그림 속의 반짝이는 별, 화가의 다양한 이력과 배경들은 많이 언급되지만 정작 고흐가 사랑한 '사이프러스 나무'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듯하다.


자주 등장함에도 사람들은 '저 나무는 무엇일까?', '왜 자주 등장할까?'에 대한 호기심을 갖기보다, 그냥 여느 풍경에 있는 나무 한 그루로 생각하고 놓쳐버린 것이다.


미술사는 작가나 작품, 배경, 연대기나 파를 세분화시켜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품 그 자체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그 속에 녹아든 재료와 소재들을 세세히 알아가는 재미를 찾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 역할을 이 책을 통해 할미가 해준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면, 그 어떤 작가나 작품도 흥미롭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추후 기회가 된다면 할미가 소개해 주는 더 많은 명화를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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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주택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1
유은실 지음 / 비룡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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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속에서 직접 만나고 싶은 사람과 주택! 이런 곳 어디 없나요?"



현재 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서일까? 유난히 이 책은 나에게 힐링으로 다가왔다. 더불어 나의 이상향을 꽤 많이 충족시켜주는 내용이기도 해서 더 그렇게 다가온 것이 아닐까 한다.


순례 주택은 착한 임대인인 '순례씨'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로, 1인가구부터 4인가구까지 다양한 세대가 머물고 있는 곳이다.


평수도 현실속에 존재하는 가구보다 훨씬 커서(14평과 25평) 뭔가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래서 읽는내내 행복했고, 읽고나서는 더 행복해지는 소설이었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순례씨와 순례씨의 최측근 오수림, 그리고 순례 주택에서 살고 있는 이웃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로, 우리의 현실을 잘 반영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현시대에서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 집문제, 그리고 이웃,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따뜻하게 잘 담아내고 있어 읽다보면 저절로 공감과 위로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시세는 반영하지 않고 먹고 살 만큼만 세를 받는 착한 임대인 순례씨, 자발적인 배려와 행동으로 연대와 소통을 이어나가는 순례 주택 주민들과 그 외 거북동 이웃들까지.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이런 마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 유연한 주거 형태의 본보기, 무욕의 태도, 관계의 본질, 공간에 대한 책임감과 주인 의식, 공정한 대가에 대한 합리적 생각 등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는 시간이 될 것이다.


각 장에서는 대략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1부: 배경과 인물설명

2부: 수림네 가족이 순례 주택으로 이사오게 된 이야기

3부: 본격적인 순례 주택에서의 이야기 시작! 

4부: 순례 주택 적응기

5부: 변화를 겪는 수림이네 가족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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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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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주택

-주소: 거북로 12길 19(거북동)

-거북역3번 출구에서 도보로 오 분 거리

-대지 면적: 72.5평, 필로티 구조의 4층 건물

-201호, 301호, 401호는 14평

-202호, 302호, 402호는 25평

-1층엔 12평짜리 상가가 하나 있고, 나머지 공간은 주차장

-옥상은 공용 공간으로, 전망좋은 옥탑방이 있음(통창으로 옥상 정원을 볼 수 있음)

-순례주택은 임대료가 싸고 입주자는 와이파이, 옥탑방, 옥상 정원을 공유할 수 있음


□1층 상가(조은영 헤어)

-원장 조은영씨(47세)는 유일한 더블 입주자

-1층은 미용실, 202호는 살림집


□원더 그랜디움

-거북역 2번 출구 앞에 원더 그랜디움 정문이 보임

-원더 그랜디움은 101동부터 109동까지, 모두 아홉 개 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낮은 동은 27층, 높은 동은 30층까지 있음


■순례씨

-75세 / 백발

-402호 거주

-순례주택의 임대인이자 건물주

-조사와 어미가 빠진 '순례어'를 자주 사용

-순례씨는 개명을 했는데, '순하고 예의바르다'는 뜻에서 '순례자에서 따온 순례'의 의미로 개명

-일찍 머리가 세기 시작해서 일찌감치 노인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지만, 순례씨는 이를 즐기고 있음 (몸이 힘든날은 지하철 노약자석을 이용)

-스물에 결혼하고 서른다섯에 이혼함

-슬하에 아들이 하나 있음

-이혼후 연애를 몇 번 했지만 재혼은 하지 않음

-세신사로 돈을 벌어 마흔다섯 살에 구 순례주택을 샀고, 이후 근처 지하철역이 생기면서 시세가 뛰면서 보상금을 꽤 받음. 그걸로 십 년 전 건물을 허물고 '현 순례주택'을 지음

-땀 흘리지 않고 돈을 버는 것에 대해 마음이 불편했던 순례씨는 임대료를 시세에 따라 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만큼만 받고 있음

-썩지 않는 쓰레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인간들, 쓰고 남은 돈 3가지가 순례씨의 3대 고민임

-순례씨는 '감사'라는 말을 잘 함


■순례씨 아들

-쉰 다섯으로 캐나다 교포

-이십팔 년 전에 이민을 갔음

-캐나다에서 슈퍼를 하고 있음


■오수림

-16세

-순례씨의 최측근으로 불림

-거북중학교 3학년

-주소지: 거북 공원로 27, 103동 1504호(거북동, 원더 그랜디움)

-원더 그랜디움에 거주하는 생물학적 가족은 엄마, 아빠, 언니로 수림은 그들을 1군이라고 부름

-태어나서부터 초등학교 입학전까지 순례씨와 외할아버지 손에서 큼


■오민택

-오수림의 아빠 / 47세

-대학시간 강사

-대학원 후배인 엄마와 서른 살에 결혼

-돈이 없지만 결혼을 포기하지 않았고, 대신 신혼집은 장인에게 얹혀사는 것으로, 부족한 돈은 부모형제(부모, 장인, 네 명의 누나)에게 받아쓰는 것으로 해결

-십오년 전임교수가 되지 못하고 여전히 남에게 빌붙어 사는 중

-장인어른 집이 재건축에 들어가며 장인어른은 집에서 내쫓기고, 이후 원더 그랜디움이 지어진 다음에 수림의 가족이 들어가 살게 됨


■박영지

-오수림의 엄마 / 43세

-전업주부

-너무 솔직해서 문제를 일으킴

-입덧을 엄청 심하게 오래 하는 체질

-첫째 딸을 낳고 355일만에 둘째를 낳으면서 지독한 입덧을 심하게 겪었고 이로 인해 몸과 마음은 엉망진창이 됨

-임신 우울, 산후 우울, 육아 우울이 반복되면서 첫째딸은 친가로, 둘째딸은 외할아버지 집으로 보내짐

-외할아버지는 원래 살던 집을 딸의 가족에게 뺏기고 혼자 살고 있었는데, 이때 순례씨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수림을 함께 키우게 됨

-유난했던 첫째는 엄마가 조금 회복되자 데려와 키웠고 순하게 잘 크던 둘째(수림)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야 1군들과 합류.


■오미림

-오수림의 언니 / 17세

-거북고등학교 1학년

-사과와 배를 깎을 줄 모름

-라면을 끓일 줄 모름

-거북중학교에서 종종 전교 1등을 했음

-저밖에 모르는 인간으로 자매애는 1도 없음

-3가지 이유로 수림은 미림을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음

1)밤마다 우는 아이가 되어 주어 더 어린 수림이 밀려났고,

덕분에 순례씨 품에서 더 오래 자랄 수 있었음

2)둘째, 수림을 끈질기게 괴롭혔음. 이 때문에 거의 날마다

순례주택에 가게 되었음

3)미림이 부모의 기대를 채워줌으로써 수림은 부모의

스케쥴 밖에서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었음


■202호 조원장과 남매 거주

-십 년 전 서른 일곱의 조 원장은 어린 남매를 혼자 키우면서 어려운 형편에 순례씨를 찾아왔고, 순례씨는 사정을 봐주며 보증금 없이 월세로 흔쾌히 집을 내줌

-조 원장은 이 년 만에 보증금을 채움

-삼 년후엔 202호로 옮김(202호는 방이 세 개라 남매에게 하나씩 방을 내줄 수 있었음)

-"우리 식구는 순례 주택을 딛고 일어섰어요." 조 원장이 자주 하는 말이다.


■302호 홍길동씨(66세)와 남편 거주

-길동 씨는 순례씨 전 직장동료로 '구 순례 주택' 대부터 별채에 세를 살았음

-길동 씨 본명은 이군자

-군자 씨가 이 년 전 요양보호사 필기시험을 보면서 긴장된 상태로 OMR카드에 자기 이름을 '홍길동'으로 잘못쓰면서 불합격함. 이때의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홍길동'으로 불리고 있음 (이후 열심히 연습해 재수후 합격)


■401호 영선 혼자 거주

-나이와 직업은 순례씨만 알고 있음

-영선씨는 새벽 옥상을 좋아함

-되도록 혼자 옥상을 즐기며 누군가 올라가면 자리를 피함


■301호 허성우(44세) 혼자 거주

-직업은 대학 시간 강사

-순례 주택 사람들은 '박사님'이라고 부름

-처음에는 마주보는 건물 옥탑에 살다가 순례 주택 옥상 정원을 보게 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후 투룸 임대료가 말도 안되게 싸다는 소리를 듣고 입주 대기줄에 줄을 선 후에야 입주하게 됨

-대기 삼 년 만에 들어와 오 년 째 살고 있음

-입주 청소 알바를 많이해서 청소를 잘하는 특기를 살려, 순례주택 계단과 엘리베이터 청소를 맡아서 함(한 가구당 2만원씩 박사님께 청소비를 냄)

-음식물 쓰레기 국물이나 아이스크림을 흘리면 벌금 5천원을 박사님께 내야하는 수칙이 있음


■201호 고 박승갑(향년 75세) 혼자 거주

-오수림의 외할아버지

-순례 씨의 오랜 연인이기도 했음

-정직한 사람으로 쉽게 돈 벌려는 사람을 싫어했음

-거북 마을에서 오랫동안 전파사를 했음

-성실하고 수줍은 전파사 주인이 마음에 들어 순례씨가 작업을 걸었고 이후 둘은 이십 년을 연인으로 지냄

-십칠 년 전에 전파사를 닫고, 인테리어 현장에서 전기공사 일을 함

-유머 감각이 꽝

-꿈은 순례씨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어지만, 결국 지난 1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사망함(쓰러진 곳은 공사현장, 사인은 급성심근경색)

-외할아버지인 승갑의 사망으로 수림의 가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됨


■진하

-수림의 친구로 순례주택 202호에 사는 원장님 딸


■병하

-진하의 친오빠이자 조 원장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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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한 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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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림은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임신+산후+육아 우울증이 반복되면서 결국 외할아버지의 손에 맡겨지게 된다. 이때 일찍이 외할머니를 여의고 홀로 살고 있었던 외할아버지는 당시 연인이었던 순례씨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그렇게 수림은 초등학교 입학전까지 순례씨의 손에 자라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순례씨와 함께 살아온 방식과 모든것이 너무 달랐던 수림은 생물학적 가족과 섞여들지 못하고 매번 가족의 집(원더 그랜디움)을 벗어나 따뜻한 순례씨와 정이 넘치는 이웃들로 가득한 순례 주택으로 돌아가고는 했다.


그러던 중 외할아버지가 갑작스레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하게 되면서 수림의 생물학적 가족들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원래 외할아버지의 집이었던 원더 그랜디움이 경매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항상 정직하게 살아온 외할아버지가 어쩐일인지 살아생전 태양광 발전 사업에 투자하고 명의를 빌려주었는데 그것이 사기를 맞게 되면서 모두 빚으로 남은 것이다.


이 일로 외동딸이었던 수림의 엄마는 모든 상속을 포기하게 되었고, 이로써 그들이 떵떵거리며 살던 원더 그랜디움에서도 떠나야 했던 것이다.


항상 오만한 태도로 남을 깔보고 무시했던 이들 가족은 그렇게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게 되었고, 이 사정을 알게 된 순례씨는 수림을 가엽게 여겨, 외할아버지가 살았던 방을 내주기로 한다.


그렇게 시작된 순례 주택에서의 생활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는데, 더욱이 앞서 여러 일로 이미 순례 주택 주민들과 감정이 상할대로 상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례씨의 너그러운 마음과 여러 이웃들의 도움으로 이들 가족은 서서히 순례 주택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한다. 하늘 높은줄 모르던 콧대도 점차 꺾이기 시작하면서 남달리 금실이 좋았던 이들 부부 또한 진짜 현실적인 가족이 되어 간다.


이 과정에서 수림은 '모지리'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하게 되고, 생각보다 자신을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음을 수림은 깨닫게 된다.



=====

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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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가 부끄러운지 모르는 사람들과 가족으로 사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그게 부모라면 더욱.

27페이지 中

-----


수림은 일찍이 순례씨 밑에서 자라면서 '부끄러움'을 배운 아이다. 그래서인지 유독 오만하고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는 부모가 유독 부끄럽게 느껴진다.


감정적이든 정서적이든 가깝지 않은 그들과 그래서 더 거리를 두고 관계를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

주변에 있는 좋은 어른들은 자기 힘으로 살려고 애쓴다.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너희 집에 열여섯부터 알바해서, 스물엔 독립하겠다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

"내가 볼 땐 수림이 너 하나만 어른 같다. 현재까진."

53~54페이지 中

-----


수림은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아이다. 고마움을 알고, 스스로 살아가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일찍 철이 든 아이다.


그녀는 자신의 부모와 가족들을 지켜보며 더욱 더 자신의 힘으로 살아보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데, 부모의 경제력과 상황을 알고 난 뒤 그 결심은 더 단단해진다.


그들의 부모는 결혼할 때부터 가족과 일가 친척들에게 빌붙어 살며 주변인들에게는 오만한 행동을 취해왔다. 이로 인해 외할아버지는 자신의 집을 딸에게 뺏긴 것은 물론, 생활비까지 벌어다 딸에게 주어야 했으며, 고모들은 계속 농사지은 농산물과 돈을 뜯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순례씨는 오랜 연인이었던 수림의 외할아버지와 수림을 통해 그들의 사정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수림을 더 애틋하게 여겼다.


집이 망해서 이제는 스스로 돈을 벌것이고, 20살에는 독립을 하겠다고 말하는 아이가 짠하면서도 기특한 마음이 들어 순례씨는 수림에게 '진짜 어른'이라고 말해주며 힘을 북돋아 준다.


이처럼 마음으로 믿어주고 단단하게 붙잡아주는 순례씨가 있어 수림은 어쩌면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

"한번은 식당에서 옆에 있는 부부 모임 얘기 듣고 깜짝 놀랐어. 늙은 부모가 차를 뽑아 줬다, 애들 학원비를 내줬다, 매달 생활비를 받는다.... 그런 걸 자랑이라고 하고 있대. 부모 도움 없이 살기 힘든 세상이지만, 마흔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떠들더만. 아주 '누가 누가 더 어린가' 내기를 하고 있더라고. 네 엄마 아빠가 그런 이들이랑 어울렸나 싶다."

(...)

나는 '누가누가 더 어린가' 내기를 여러 번 보았다. 엄마 아빠도 그들 속에 있었다.

54페이지 中

-----


현 시대에서도 '누가누가 더 어린가' 내기를 하는 사람들은 빈번하게 만나볼 수 있다. 오죽하면 '캥거루' 등 각종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니 말 다했다.


심지어 그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게 아니라 자랑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소설은 이런 부분까지 매끄럽게 잘 담아내며 지혜로운 진짜 어른과 그 바깥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했다.



-----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라는 말은 '세상 부모 마음은 다 똑같다.'라는 말만큼이나 어이없다. 부모 마음은 다 다르다. 친구도 다 다르다. 친구를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 한쪽이 너그러워서 상대방을 봐주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136페이지 中

-----


예전에는 너무 당연한 듯 쓰였던 속담이 사실은 큰 오류를 품고 있음을 속시원히 지적해 주는 부분이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라던가 '세상 부모 마음은 다 똑같다'는 말은 그저 하는 말로,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진실과 다른 부분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우리가 당연시 여겼던 말이나 속담들을 절묘하게 이야기에 녹여내면서 현실적 풍자는 물론,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수도 있음을 이야기한다.



-----

"상대가 모욕감을 안 느끼는데, 복수가 돼?"

"어. 내 감정만 해소하면 되나 봐."

159페이지 中

-----


이 말에 매우 공감한다. 나 역시 최근 비슷한 일을 경험했는데, 상대방 감정과 상관없이 내 감정이 해소되면 어느 정도 복수가 된 느낌이 들더라.


그러니, 어떤 일로 화가 나거나 분노가 치솟으면, 내 감정에 솔직하게 대응하며,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한다.



-----

"인생도 그런 것 같아."

"전체는 어렵다고?"

"어, 전체도 어렵고 처음도 어려워. 풋노인, 나는 아직도 풋노인인 것 같아. 그래서 어려워."

2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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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인생은 전체도 어렵고 처음도 어렵다.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처음'을 살고 있고, 그래서 늘 '풋' 인생을 살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 전체도 어려운 것이 아닐까 한다.



-----

신선했다. 타인이 아닌 서로를 공격할 수 있는 엄마 아빠가. 우리 집의 낯선 불화가. 십육 년을 헤매다 찾은 줄자끄트머리처럼, 나는 눈물 나게 반가웠다.

243페이지 中

-----


처음으로 하는 부모님의 부부싸움이, 낯선 불화가 오히려 눈물나게 반가웠다고 이야기하는 수림은 이제서야 비로소 진짜 가족을 만난 기분이 든 것은 아니었을까?


최악의 상황에서조차 기괴하게 끈끈했던 그들의 관계가, 순례 주택에 오면서 마침내 깨지게 된다. 그동안에는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부모님이었는데, 이번 불화를 통해 어쩌면 비로소 현실 부모를 마주한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항상 현실에 발을 디디지 못하고 살았던 부모님이었던지라,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현실감각을 되찾은 부모님을 보며 수림은 얼마나 반가웠을까?



=====

마무리

=====


이 소설은 주거 공간을 통해 많은 것들을 담아내고 있는데, 단순히 사람이 머무는 곳이라는 의미를 넘어, 공동체 주거, 이웃과의 관계, 성장, 삶의 자세, 연대와 소통 등 많은 것들을 함축하고 있다.


특히 현실에서 주거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의미, 더 나아가 공간에 대한 책임감과 주인 의식, 그리고 공정한 대가를 요구하는 합리적인 생각까지 더해지며 미래형 주거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임차인들이 자신이 사는 공간에 대해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공정한 대가를 받고 관리인의 일을 직접 한다는 점은 내가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라 더 공감이 많이 갔던 것 같다.


여기에 더해 현실과는 다른, 조금 더 너른 공간에서 1인가구(14평)와 다인 가구(25평)가 생활한다는 점, 공동체 생활에 있어 협동심과 공유를 기본으로 하지만, 개인 선택에 따라 거기에 동참하지 않아도 그것조차 존중해 준다는 점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공유와 공동체 생활에 있어 개인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부분 때문에 논란이 되는 경우도 많은데, 순례주택에서만큼은 이 모든 것이 안전하고 확실하게 보장되고 있어 나 역시 현실에 이런 주택이 존재한다면 대기를 걸어놓고서라도 입주해 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공간이었다.


어떤 것이 행복일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 진정한 지혜와 현명한 답을 전해주고 있는 이 소설을 통해 '내 공간'과 '관계', '이웃', '공동체'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또 살고 있는 집의 가격이나 브랜드로 사람을 구별하여 차별하는 어른들의 무논리와 부모에게 기대어 경제적, 정신적으로 자립하지 못하는 또 다른 어른들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만약 나와 같이 집과 관련된 일로(임대인과 소음, 불쾌한 이웃들) 상처받고 지친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따뜻한 위로와 힐링의 시간을 만끽해 보자. 순례 주택은 지친 순례길에서 만난 따뜻하고 안온한 알베르게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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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 사람을 남기는 말, 관계를 바꾸는 태도
이해인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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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바꾸는 다정함이 가진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사는 게 다 비슷하구나'라는 것이었다. 저자의 삶처럼,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해서 그렇지 사실 따지고 보면 다들 삶의 굴곡을 넘나들며, 좋은 일과 나쁜 일을 왔다 갔다 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보통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 현혹되어 그것을 잊고 그저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필요 없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저자는 유아기 시절 떠돌이 아기로 자란다. 엄마의 병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인지할 나이쯤에는 감정을 나누고 밀접한 관계를 맺을 사람이 없다는 것에서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늘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약수동 여신 여고생'이라는 타이틀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하는 등 찬란한 학창 시절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다 20대 중반에 들어서서는 '루푸스'라는 병을 진단받아 거울이 보기 싫을 정도로 망가진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기도 한다.


서른셋인 지금은 일찍 시작한 사업이 성공한 것은 물론 자신을 이해해 주는 좋은 짝을 만나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렇듯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면 희로애락이 모두 들어있음을 알 수 있는데, 비단 그녀의 삶에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삶 역시 이처럼 수없이 오르내리는 곡선을 따라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일 것이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정함'이 주는 진정성과 그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다정함에 대한 저자만의 정의와 그것을 실천하는 태도, 그리고 그것을 관계 속에서 구축하는 방법과 지속하는 방법까지 함께 담아냄으로써 '다정함'의 중요성과 그것을 통해 어떤 변화를 꾀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담아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때로 '다정함'이 가지는 취약성을 강점으로 보완하여 활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선보이면서 '다정함'이라는 성벽을 공고히 쌓고 있다.


저자는 '다정함'이 타인에게만 이로운 일이 되지 않도록, 확실한 기준점을 세워, 나와 타인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수 있도록 이끈다.


'이기심은 나를 위한 다정함이다'라는 말은 이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말인데, 내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부리는 이기심은 나와 상대방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조차 저자는 다정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표현했는데, 다정하게 거절할 줄 아는 행위야말로 진정한 다정함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저자는 '다정함'이라는 말속에 모든 것을 수용하고 인내하며, 희생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다정한 '태도'를 갖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우리는 수많은 관계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이야기한다.


그런 다정함이야말로, 사람들 간의 신뢰를 쌓고, 갈등을 해결하며,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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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저자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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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아기'였던 저자는 어릴 적 진주, 수원, 서울의 여러 집을 전전하며 자랐다. 100일 사진과 돌 사진만 남아 있으며, 유년기는 누군가의 말로만 전해질뿐, 선명히 기억나는 장면은 많지 않다고 전한다.


엄마 앞에서는 사춘기도 없었는데, 엄마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팠고, 아프면 저자를 떠났기 때문이다. 열 살이 되던 해야 비로소 그 감정을 처음으로 '외로움'이라는 단어로 떠올릴 수 있었다.


엄마는 아무리 슬퍼도 울지 못했는데, 희귀 자가 면역 질환인 '쇼그렌 증후군'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물도, 침도 잘 나오지 않는 병. 엄마는 스물일곱 살에 병을 진단받았고, 이후 오랜 병원 생활이 시작됐다.


저자 나이 스물여섯, '루푸스'라는 자가 면역 질환을 진단받으면서 엄마처럼 '예측할 수 없는 기류'에 휘말리게 된다. 10일간 병원에 입원해 독한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았고, 퇴원 이후에도 1년 동안 하루에 12알의 약을 복용해야 했다. 약을 먹으면 얼굴이 달덩이처럼 부어오르는 '문페이스' 증상으로 거울조차 보기 싫던 날들이 있다.


지금 나이 서른셋, 아빠는 병으로 석 달 사이 30kg이 빠졌고 이제는 지팡이를 짚는다.


저자는 이제 누군가의 외로움을 사랑으로 감싸안을 수 있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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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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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안다. 우리를 구원하는 건 '불행의 유무'가 아니라, 불행을 대하는 태도라는걸.


당신의 난기류가 지금 어떤 고도를 흔들든, 당신은 반드시 착륙할 것이다. 그리고 나처럼, 당신도 그 시간 속에서 삶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될 것이다.

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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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불행을 겪는다. 하지만 불행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이후의 삶은 180도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스스로를 불행한 사람이라는 프레임에 가둬 두고 살 것인가, 아니면 불행을 경험을 쌓는 기회이자 또 다른 시작의 밑거름으로 삼을 것인가는 오로지 나의 태도에 달려 있다.


그러니 '불행' 그 자체에 얽매이기보다, 내가 살아가는 삶 그 자체를 더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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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어린 태도는 결국 이해에서 비롯된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쉽게 말한다. "그 정도면 참을 수 있잖아.", "그건 네가 예민해서 그런 거야." 하지만 누군가는 안다. 그 ' 정도'가 사람마다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자신에게는 아무 일 아닌 것이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그런 사람을 쉽게 여기지 않는다.

(...)

수많은 감정의 부침을 통과해 지금의 온도를 만들어 낸 사람들이다. 그 다정함은 노력의 결과고, 상처를 껴안은 태도이며, 절대 가볍지 않은 무게를 품은 진짜 감정이다.

55~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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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의 무게를 이 문장을 통해 다시 한번 배운다. 겉핥기 식으로 말하는 '이해' 말고 진심 어린 태도에서 비롯된 이해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상대방의 보이지 않는 상황까지 고려하여 배려한다.


어쩌면 다정함이라는 것은 이와 같이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모르는 부분까지도 배려하고 이해해 주는 태도가 아닐까 한다.



-----

다정함은 단지 따뜻한 말이나 친절한 행동만을 뜻하지 않는다. 진짜 다정함을 배려의 리듬을 이해하는 것, 즉 속도를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이다. 서두르지 않고 기다릴 줄 알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태도가 결국 관계를 오래가게 만든다.

1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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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은 일방통행과는 다른, 정반대의 태도를 의미한다. 상대방의 속도에 맞춰 기다려 주고,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상대방이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를 맞춰주는 것이다. 그래야 둘의 속도가 맞아떨어져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저자는 다정함의 정의에 대해 이처럼 한시적으로 하는 말이나 행동보다는 시간을 두고 상대방의 리듬을 이해하며 배려하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당신도 누군가에게 다정하게 다가가고 싶다면, 상대방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다가가 보면 어떨까 한다.



-----

당연한 관계란 없다. 오랜 인연도 돌보지 않으면 금세 멀어지고, 매일의 다정함이 쌓여야 비로소 오래가는 인연이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다정하자. 익숙한 관계일수록 더 섬세하게 말하자.


다정함을 시간이 아니라, 태도로 만들어가는 거리감의 예술이니까.

1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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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비법이자 정말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위에서 언급하는 내용이다. 당연한 관계는 없으며, 가깝고 익숙한 관계일수록 더 다정하고 섬세하게 대하는 것이다.


보통은 먼 관계일수록 더 예의를 차리고, 가까운 관계일수록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오래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태도로서 그 진정성을 보이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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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신뢰하는 사람은 삶의 파도 앞에서 쉽게 휘청거리지 않는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고, 본인이 내린 선택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분명히 알기 때문에 타인의 평가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그들은 조용하지만 단단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깊다. 자기 확신은 거창한 명언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작은 약속을 지키는 것, 남이 모를 작은 일에 진심을 다하는 것, 그런 반복 속에서 나에게 쌓이는 내면의 믿음이다.

20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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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이라는 마음이 내면 깊은 곳에서 우러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나에 대한 신뢰를 갖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삶의 어떤 고난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 자기 확신이 있다면 매일 매 순간 여유와 안정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타인을 더 세심하게 보듬고 그들의 속도에 맞춰 배려하는 마음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한다.



=====

마무리

=====


처음에 제목만 보고 '다정한 사람'의 정의에 대해 살짝 의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현실 속에서 때로 '다정함'이 '호구'라는 말과 비슷하게 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세심하게 챙기고 배려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역으로 이용해 상처 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기에 더 그랬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우려에 대해서도 함께 언급하며, 현실적인 '다정함', 깊이 있는 '다정함'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여러 가지 제안한다.


첫 번째는 나를 먼저 지키는 다정함에 대해 이야기하며, 내면의 나를 먼저 지키는 것이 옳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무리하지 않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다정함을 건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두 번째는 경계가 있는 다정함에 대해 이야기하며, 거절을 통해 무분별한 수용이나 희생을 통해 나와 타인의 관계를 해치지 않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관계를 더 이상 이어나가기 어렵다면 거리를 두는 것도 방법이라 말한다.


세 번째는 친절하게 건네는 말과 행동의 일관성과 지속성, 그리고 그 너머 타인을 이해하려는 배려 아래 내가 이러한 행동을 하는 이유를 분명히 하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


주고받음이 비대칭이거나, 가까운 사이에 템포가 내게만 너무 기울어져 있다면 분명하지만 부드럽고 다정한 어투로 이것에 대해 이야기를 건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다정함은 이처럼 '호구'로 불리거나 일방적으로 누군가가 희생하는 태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동등한 관계 아래 깊은 이해심과 배려가 곁들여진 애정과 사랑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다정함은 사람들 간에 신뢰를 쌓고, 갈등을 해결하며, 관계를 부드럽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인연이 오래 지속될 수 있게 이어주는 윤활제와 같은 역할을 해준다.


덕분에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이들에게는 살아갈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타인의 다정함을 이용해 이기적으로 굴거나 오용하지 않는다면, 분명 '다정함'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자 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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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
슈테판 셰퍼 지음, 전은경 옮김 / 서삼독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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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삶에 지쳤을 때, 새로운 전환점이 되어 줄 소설!"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소설인데, 스토리가 주는 여운과 소재, 그리고 등장인물이 깨달아 가는 과정과 그것을 이끌어 주는 인물의 설정이나 배경이 너무 인상 깊었다.


그런데 한 권을 다 읽고 난 뒤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한 가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책 제목인 <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이 의미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스물다섯 번이나 스물다섯 개도 아니고, 스물다섯 번의 '계절'이라는 포인트가 어쩐지 좀 애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색을 통해 이것저것 살펴봤는데, 원제는 "25 letzte Sommer"으로 직역하면 "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여름"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제목이 <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로 변형된 듯한데, 개인적으로는 원제를 그대로 직역한 제목이 훨씬 더 뉘앙스나 의미 면에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은유적인 표현이나, 유한한 삶을 대변하는 의미로 살펴봐도, '계절'보다는 오히려 '여름'이 더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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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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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나)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두 아이의 아빠

-과거와는 달리 최근 삶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


■카를

-15년 전 만성 염증성 자가면역질환 판정을 받음

(치료가 불가능하고 계속 악화되는 병)

-틀을 깬 예술 활동(그림)을 하며 치유받고 있음


■요한나

-카를의 아내


■오다

-카를의 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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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한 스토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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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나'의 모습

-몇 년 전만 해도 행복하고 자유로웠고, 사생활에서든 직업에서든 내가 하는 일을 사랑했었음

-해가 갈수록 의미는 점점 많아지고 자유는 점점 줄었음

-일과 인정 욕구, 돈벌이를 삶의 중심에 두는 데 최적화된 사람이 되어 갔음

-나 자신에게 엄격해지고 만족하는 일이 드물어졌으며 매사에 느긋하지 못하고 단호해졌음


▷다른 삶을 살자는 마음을 먹게 된 계기

혼자 시골 별장에 내려와 숲속을 걷다가 며칠 전 읽은 글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그 글은 지친 사람의 뇌에서는 생각이 늘 같은 경로를 맴돌며, 그 악순환을 깨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음


가끔은 반드시 뭔가 특별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것!


그런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나는 평소엔 그냥 지나쳤던 조용한 호수가 떠올랐고 그곳에서 아침 일찍 수영할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침 그곳에서 막 수영을 마치고 나오는 한 남자를 마주하게 되는데 그가 바로 카를이었다.


카를의 적극적인 추천에 힘입어 호수에서 수영을 하게 되었고, 수영을 하며 기분이 아주 좋아지고 무척 단순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모든 짐을 물에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이것은 오랜만에 나를 위해 한 가장 자유로운 행동으로, 이후 나는 여름의 어느 토요일, 지금까지 일면식도 없던 사람의 집에 초대를 받게 되고 그에 응하면서 새로운 인생으로 들어서게 된다.


덕분에 나는 평소의 나와는 다른 행동과 생각을 하면서 온전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이를테면 칼로리 계산을 하지 않고 맛있게 식사를 하고, 그동안 생각해 보지 않았던 꿈에 대해 떠올려 보기도 하며, 환한 대낮에 낮잠을 자면서 전자기기(휴대폰)와는 먼 삶을 경험하는 것과 같은 것들 말이다.


또 잘 몰랐던 부모님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카를에게 힌트를 얻어 가족 모두에게 선물이 되는 동시에 부모님을 제대로 알아가려는 노력도 시도해 보게 된다.


내가 시골 별장에 머무르는 동안, 나는 카를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의 상처를 꺼내 보이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 삶을 제대로 마주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이 한때 누렸지만, 잃어버린 삶의 진짜 행복을 얻는 방법까지 깨닫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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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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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진즉에 여기서 수영해 보지 않았는지 의아할 정도예요."

카를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스스로에게 좋은 게 무엇인지 이따금 잊어버리기도 하죠."

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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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의 말처럼 우리는 이따금씩 스스로에게 좋은 게 무엇인지 잊고 살 때가 있다. 보통 앞만 보고 걸어갈 때 그런 일이 발생하는데, 가끔은 뒤와 옆도 바라보면서 살아가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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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은 결국 혼자 해야 해요. 언젠가부터 나는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내게 중요한 것, 정말로 관심이 있는 것, 즐거운 것, 내가 잘 아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시대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무언가, 오늘 원했는데 내일이면 사라지는 게 아닌 무언가, 검소하지만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무언가. 뭐, 그렇게 해서 감자에 정착했죠."

4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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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안정적이고 행복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 그리고 시대나 상황,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것.


그런 '무언가'를 만날 수 있다면 우리는 만족이라는 텃밭 아래, 삶 전반을 안전하고 즐겁게 가꿔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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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수영과 맑은 공기, 그리고 훌륭한 음식 중 무엇 때문이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언제 마지막으로 이렇게 식욕이 좋아는지, 무엇보다도 언제 이렇게 편하고 맛있게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게다가 나사 빠진 사람처럼 양심의 가책도 없이 낮부터 포도주 한 잔을 즐기다니.

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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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의 문장에 등장하는 '나'의 모습처럼 편안한 식사를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나는 카를을 만난 뒤 완전히 달라진다. 식욕을 느끼고, 편안하고 맛있는 식사를 이어가게 되면서 먹는 즐거움을 깨닫게 된다. 여기에 더해 평소 금기시했던 낮술까지 즐기며 온전한 한 끼를 맛보게 된다.



-----

"전 금방 이루어지지 않는 소원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됐어요. 오랫동안 소홀히 했던 근육을 쓸 때처럼 인내와 절약과 결핍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면서요. 모든 것이 언제나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것 같은 요즘 세상에서는 금방 이루어지지 않는 소원이 특히나 소중하죠."

5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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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는 데 불현듯, 어릴 적 소원을 이루기 위해 들였던 노력과 시간들이 떠올랐다. 지금 같이 모든 것이 뚝딱 이루어지는 시대가 아니다 보니, 차곡차곡 공을 들이고, 인내를 발휘해야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던 시대에서는 그래서 모든 것이 귀하고 더 애틋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마음들을 갖기가 어려운 것 같다. 카를은 어쩌면 지금의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그 소중함과 귀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금방 이루어지지 않는 소원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

"진실한 관심을 보이고, 평가하는 일 없이 귀를 기울일 때 이방인은 비로소 친구로 바뀌니까요. 누군가가 자기를 이해한다고 느끼면 많은 것이 변하기 마련이에요. 나는 사람들 사이에 자리 잡고 관계 맺으려고 애쓸 때 인생은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나를 바라보는 사람이죠."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이렇게 마음을 열었던 적이 언제였나.

(...)

"당신은 어쩌면 이렇게 활짝 열려 있죠?"

(...)

"아마 연습의 문제, 어떤 사람이 쌓는 경험의 문제일 거예요. 용기를 자주 낼수록 그게 나 스스로에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점점 더 확실하게 느껴요. 책의 등장인물에게서 좀 배우기도 하고요. 나는 그들과 함께 이미 수많은 길을 걸었답니다."

62~63페이지 中

-----


서로를 평가하고 비판하기 바쁜 세상을 살고 있기에 어쩌면 우리는 진짜 '친구'가 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카를은 이에 대해 이야기하며, 평가하는 일 없이 상대방에게 귀를 기울이면 비로소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마음을 열려는 연습을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배우려는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경험이 쌓이면서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전한다.


실제로 카를의 이런 열린 마음 덕분에 나는 의심을 거두고, 닫혀 있던 마음을 활짝 열 수 있었다. 카를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할 수 있다.



-----

베두인 노인(모하메드)가 건넨 사려 깊은 인생을 살기 위한 네 가지 질문!


첫째, 그것이 당신에게 사랑과 평화를 주는가?

둘째, 그것이 당신에게 기쁨과 힘을 주는가?

셋째, 그것이 당신에게 자유와 자율을 주는가?

넷째, 그것이 당신에게 휴식과 안정을 주는가?

(...)

"모하메드의 네 가지 질문은 오늘까지도 삶에 어떤 변화가 있을 때 내가 붙잡고 방향을 가늠하는 난간이에요."

77~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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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어떤 변화가 있을 때 우리도 모하메드가 건넨 네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그것이 나에게 사랑과 평화를 주는지, 기쁨과 힘을 주는지, 자유와 자율을 주는지, 휴식과 안정을 주는지 말이다.


최근 내가 겪은 변화에 대해 나 역시 이 네 가지 질문을 자문해 보았는데, 모두 해당되었다. 고로 오늘 시간을 들여 마음을 어지럽히던 일을 해치운 것은 잘한 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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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의미에서의 옳은 결정은 당신 본연의 모습이 되는 거죠.

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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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옳은 결정이라는 것은 나에게 맞는, 내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는 선택을 의미한다. 그러니 어떤 일을 결정하고 판단함에 있어, 타인의 기준이나 시선을 신경 쓰기 보다 '나'를 우선순위에 두고 결정을 내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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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늘, 내일은 내일'

(...)

지금 여기를 살고, 내일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라는 거죠. 어차피 모든 일은 생각한 것과 다르게 일어나니까요. 계획할 수 없는 일에 그냥 응하기.

8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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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면 불행해진다. 어차피 모든 일은 생각한 것과 다르게 일어난다. 그러니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은 그대로 수용하고, '오늘'에 최선을 기울이며 살아가면 더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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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이 내 시선을 마주했다. "우리 둘을 보고 있자니, 이런 여름이 틀림없이 스물다섯 번은 남아 있을 것 같군요."

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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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연결되는 문장 중 하나로, '여름'은 찬란한 인생의 정점 혹은 활력을, '스물다섯 번'은 삶의 유한함을 나타내는 동시에, 남은 인생을 특정 숫자로 구분하여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무의미하게 흘러가던 시간 속에 카를이 등장하면서 나의 삶에도 다시 찬란한 빛이 스며들게 된다. 그러니 카를이 깨닫게 해준 인생의 법칙대로 삶을 살아간다면 소설의 주인공인 '나'뿐 아니라 우리 모두 틀림없이 스물다섯 번의 여름은 남아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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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와 나누었던 대화는 영원히 기억에 남을 거예요. 무척 짧은 대화였지만 그 대화가 내 눈을 열어 줬거든요. 그는 진단 결과를 읽어 주고 바로 서류철을 덮었어요. 그러고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내가 이 결과를 다룰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했죠. 첫째, 내 운명을 원망하며 상황에 굴복하고 현실을 외면한다. 다른 하나는, 행복한 순간들을 작은 자루에 가득 차게 모으기 시작한다. 정말 문자 그래도 그렇게 말했어요.

(...)

'왜 하필 나지?'가 아니라 '내가 아니어야 할 이유라도 있나?'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죠. 질병은 이제 나의 한 부분이라고요. 힘든 순간에도 병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어차피 다른 존재로서는 이제 살아가지 못할 테니까요. 내 병은 치료법보다는 삶에 대한 태도의 문제라고 했어요."

1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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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은 앞서 책을 포함한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배우고 그것이 쌓여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주치의로부터 배운 '삶에 대한 태도'가 아닐까 한다.


카를은 주치의가 제안한 두 가지 방법 중 후자를 선택했고, 실제로 그것을 실천하며 살게 된다. 아침마다 호수에서 수영하고, 잠을 더 많이 자고, 신뢰하는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고, 삶에 기쁨을 주는 일을 찾으면서 말이다.


덕분에 더 의식적으로 삶을 즐기고, 더 소중하게 시간을 보내고, 더 세심하게 사랑하고, 더 천천히 키스하면서 매일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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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그 언젠가는 언제나 지금이다. 더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지난 이틀은 나에게 그런 확신을 주었다. 용기는 언제나 도움이 되지만 불안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카를이 그 사실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16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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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핵심적인 메시지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한다. "가장 중요한 언젠가는 바로 '지금'이고, 용기는 언제나 도움이 되지만, 불안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 말이다.


나는 이 말을 마음에 깊이 새겨, 매일을 도전적이고 즐기면서 살아가려 한다. 오늘의 일은 오늘, 내일의 일은 내일 해결하면서 '지금'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분명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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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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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형태를 빌어 삶의 깨달음을 전하고 있는 이 이야기는 우리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키도록 유도하고 있다.


매번 쳇바퀴를 굴리며 무의미하게 살기보다, 변화를 통해 활력을 얻고, 그 속에서 나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무언가를 매일 실행하며 살라고 말한다.


삶은 유한하고, 그렇기에 그 시간을 헛되지 않게 보내야 한다는 메시지까지 함께 전하며 지금 당장 내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태도와 마음가짐이란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든다.


인생을 보다 편안하고 풍요롭게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카를이 전하는 방식들을 실천하며 '오늘'을 살아가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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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드라, 떠나보니 살겠드라 - 65살, 여자, 혼자, 세계 여행자 쨍쨍으로부터
쨍쨍 지음 / 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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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자유로운 혼여행의 맛과 짧은 인생 내 멋대로 즐겁게 사는 법을 보여주는 책!"



표지 디자인부터 팝하고 힙한 느낌인 이 책은, 65살 여성의 혼여행을 담은 에세이로, 그 어떤 여행 에세이보다 자유롭고 유쾌한 삶의 모습들로 꽉꽉 채워져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은 톡톡 튀는 저자의 여러 이력들인데,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것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첫째, 26년 6개월간의 교사 이력

둘째, 나이 오십에 자발적 은퇴 선언 후 세계여행

셋째, 상상 이상의 자유분방한 가치관

넷째, 너무나 튀는 패션 스타일

다섯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대책 없음


이 외에도 많지만, 일단 정리해 보면 이렇다. 그냥 봐도 남다름이 느껴지지만, 보통의 한국 정서에 저자의 이력을 대입해 보면 더 쇼킹하게 다가온다.


일단 저자는 교사 일을 할 때조차 평범한 옷차림이나 수업방식은 거부했다고 한다. 그것을 그냥 넘겨준 학교 관계자와 유난스러운 학부모들을 어떻게 설득했을지 의문이다. 심지어 무려 26년이나 교사직에 몸담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교사라는 직업과 오십 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생각과 가치관은 활짝 열려있었다. 20년의 여행 기간 동안 처음 본 사람과 연애를 즐기고, 모르는 사람 집에서 아무렇지 않게 머무르는 것을 보면 '타고난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처음 여행을 시작한 나이가 오십 세였다)


심지어 준비성은 제로에 가까워 대책 없이 여행을 다니고, 필요하면 그때그때 몸으로 부딪혀 해결하는 것을 보면서,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여행 방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만큼은 정말 부러웠는데, 오로지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부분이 특히 그랬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여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20년간 세계여행을 저자가 하며 만난 사람과, 사건, 일상들에 대해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철없는 시절 배낭을 메고 떠나는 여행도 쉽지 않은데, 저자는 65살인 지금도 여자 혼자 여행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교사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면 매번 여행을 떠나고는 했는데, 그걸로는 성이 차지 않아 결국 오십 세에 은퇴를 하고 홀로 여행을 시작했다는 그녀.


발길 닿는 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계획 없이 세계 곳곳을 떠돌아다니는 그녀의 여행기를 살펴보다 보면 저절로 '자유'라는 말이 떠오른다.


때로 무모하고 대책 없이 보이기도 하는데, 지금까지 건강하게 여행도 하고 친구들도 사귀며 살고 있는 것을 보면, 보는 이들만 애간장이 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는 제주도에 집을 마련해 제주와 해외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는 그녀는 여행 외에도 블로그 활동, 쨍쨍 토스쇼, 요가 등의 활동도 겸하고 있다.


어디서 봐도 톡톡 튀는 그녀의 패션 스타일은 말 그대로 오색 찬란한 원색들의 집합체처럼 느껴지는데, 은근히 잘 소화하는 것을 보면, 그녀이기에 가능한 패션이 아닐까 싶다.


핑크를 좋아하는 그녀답게, 대체로 분홍분홍한 느낌은 항상 포함되는데, 그 외 파랑, 노랑, 보라 등등 다양한 색감을 자유자재로 매칭해서 입는 듯하다.


신기한 건, 헤어스타일과 옷의 소재, 스타일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빡빡이 헤어스타일, 단정한 단발, 파격적인 노란 머리, 꽃을 꽂은 유쾌 소녀 스타일까지.


어쩌면 그녀의 진짜 인생은 은퇴 후 여행을 하며 산 20년의 세월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그녀의 가치관과 성격이 찰떡처럼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외향적인 성격으로 친구를 쉽게 사귀고, 어디든 잘 섞이며, 주변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고집대로 밀고 나가는 성격을 봤을 때 지금이 어쩌면 가장 행복한 시기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소심한 면이 있는 A형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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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쨍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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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쨍이 다녀간 세계 방방곡곡)



여자, 혼자, 세계 여행을 한 지 20년이 되었다. 첫 해외여행으로 간 인도는 인생을 바꾸어 버렸다.


2009년 8월 31일, 나이 오십에 불쑥 교사를 그만두고 학교 '밖' 여행을 위해 26년 6개월간의 '학교 여행'에 마침표를 찍고 세상의 아이들,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길 위에 올랐다.


새로운 공간과 사람에 있어 호기심이 넘치는 사람이라 여행할 때는 늘 흥분 상태다. 그 흥분을 가라앉히는 방법이 바로 글쓰기 놀이다.


2009년 10월부터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며 블로그에 여행 에세이를 올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그 외에 요가와 쨍쨍 토크쇼를 하며 지내고 있는데, 쨍쨍 토크쇼는 총 200회가량 개최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종종 해외에서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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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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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학교에서 튀는 선생님이었다. 위에서 창규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쨍쨍'이라고, 별다른 호칭 없이 부른 것과 같은 선상의 일이다.

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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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쨍'이라는 닉네임도, 그리고 그녀의 패션과 유쾌한 성격 모두 하루아침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이 아니다. 모두 교사 생활을 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것들이다.


요즘 시대를 살펴보면, 모두 쉽지 않은 것들인데 예전이어서 가능했던 건지 아니면 유달리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서 가능했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러한 그녀의 속성들은 은퇴 후 여행을 하며 더 도드라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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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육체노동을 한다고, 옷 좀 허름하게 입었다고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는 게 아니었는데,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몸소 깨우치는 순간이었다. 신발이 없어서 맨발인 게 아니라, 맨발이 문화일 수도 있고 선택일 수도 있다는 것.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나무하러 가는데 무슨 좋은 옷을 입나? 허름한 옷을 입는 게 맞다. 내가 잘못 생각했다. 하루 종일 웃게 만들어주고는 정신까지 번쩍 차리게 해준 나의 친구 신디, 산드라, 안젤라에게 다시금 감사해졌다.

1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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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여행을 하며 순간순간 깨달음을 얻는다. 그중 위의 에피소드의 경우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 뻔한 아찔한 상황이다.


일을 하느라 허름하게 입은 옷, 여기에 맨발과 맨손으로 나무를 나르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무언가를 선물해 주려 한다.


하지만 그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생각보다 꽤 부유하게 살고 있던 이들을 목도하면서, 저자는 자신의 편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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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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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을 꿈꾸는 사람, 혼자 여행 가고 싶지만 어쩐지 무서운 사람, 나이를 먹어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감과 용기를 가져보자.


영어를 못해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도 상관없다. 마음먹었다면 일단 떠나고 보는 거다.


때론 이런 무모함과 실행력이 '진짜 인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저자는 몸소 보여준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나만의 패션과 스타일로 한껏 자유롭게 여행하며 자신을 펼쳐놓는다.


덕분에 새로운 사랑과 우정도 경험할 수 있었고, 또 경험이 쌓인 만큼 자신의 삶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분홍분홍한 것을 애정하는 만큼 분홍분홍한 삶과 쨍쨍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65세의 저자를 보며, 우리도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인생의 2막을 새롭게 열어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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