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대결 개와 고양이
이마이즈미 다다아키 지음, 히구치 니치호 그림, 김한나 옮김, 야마다 유코 일러스트 / 생각의집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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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시골집에 살았을 때 아버지가 집에 강아지나 고양이를 데려온 적이 있었다.

고양이는 오랫동안 볼 수 있었지만 강아지는 그럴 수 없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야 인터넷을 접했던 나는 어떻게 애완동물을 길러야할 지 몰랐다.

일로 바쁜 부모님은 밥은 챙겨줄 수 있어도 그 이상의 관리를 해 줄 수 없었다.

그런 환경에서 강아지는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기 일수였다.

그럴 때마다 아는 노인분들에게 강아지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마당도 넓고 돌아다니기도 좋은 이웃분들에게 강아지를 보내는게 좁고 공원에서도 먼 나의 시골집보다 강아지들에게 좋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나선 동물을 키우는 일이 엄청 고되고 까다로우며, 막대한 책임감과 애정이 필요하단 사실을 알아서 애완동물 자체를 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소망은 남아 있었다.


대학에 가고 취직을 생각하는 나이에 안정적으로 정착을 하면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하지만 애완동물에 대해, 특히 자주 접하는 개와 고양이조차 잘 알지 못 하는 우리 가족은 먼 미래임에도 걱정이 많았다.

"귀염성을 생각하면 개가 좋지만 네 엄마는 고양이가 좋다고 한다. 너희들은 개가 좋지 않니?"

개를 좋아하는 아버지와 고양이를 그나마 선호하는 엄마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돌고 돌아 나와 동생에게까지 왔다. 개든 고양이든 어차피 돌보는 책임은 우리가 맡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래서 차라리 개와 고양이를 비교해서 적절한 판단을 하자는 심보로 이 책을 만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집에 적절한 애완동물은 고양이었다.

아버지가 선호하는 견종은 진돗개처럼 어느 정도 덩치가 있는 종이었고 엄마가 선호하는 견종은 웰시 코기나 보더 콜리처럼 활동량이 많은 종이었다. 도심가에서 다니기 좋은 집을 미래에 살고 싶은 만큼 개에게 그렇게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덩치와 집안 내 서열이 일치하지 않는 우리 집 안에서 개가 자신을 서열 2순위라고 생각하는 안정적인 상황도 나올 수 없으며, 활동량 자체가 적은 가족들인지라 개에게 행복한 산책도 줄 수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래에 우리 가족이 살 곳은 개에게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개똥은 못 치워도 고양이똥은 치우는 우리 부녀의 비위와 강아지 산책을 시킬 여유는 없어도 고양이 잠자리는 만들어줄 수 있는 손재주를 생각하면 우리 집에는 고양이가 적합했다.

비록 10년 뒤의 이야기이지만 <최강 대결 개와 고양이>를 통해서 서로 어떤 점이 다른지 알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한 번 집에 맞아들이면 길게는 15년 이상을 사는 개와 고양이다.

섣불리 단지 귀엽다는 이유로 받아들인다면, 감정, 지력, 오감, 운동능력, 생활에 있어서 아는 점도 없이 집사가 된다면 애완동물에게 생지옥만 줄 뿐이다.

그래서 이렇게 책으로라도 개와 고양이의 차이점을 알고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이 감사했다.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개와 고양이가 함께 사는 실제 사례가 너무 부러웠다.

특히 웰시 코기와 고양이를 같이 키우는 집이 부러웠다.

10년 뒤에 정말 책임을 지고 키우고 싶은 견종과 외모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가 사이좋게 지내고 일상을 보낸다니 절말 꿈에 바라던 풍경이어서 달콤쌉싸름한 웃음만 나왔다. 마지막에 개와 고양이를 같이 키울 때 궁금한 Q & A도 그랬다.

집단생활을 하며 서열을 정하려는 개와 독립생활을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고양이를 같이 키우고 싶어도 서로 간의 서열이나 합동생활에 있어서 마찰이 있을 수 있기에, 미래가 오기도 전에 걱정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에서 시원하게 답해주니 속이 다 뚫리는 기분이었다.


개와 고양이에 대한 순수한 비교, 개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개와 고양이를 같이 키우고픈 사람 모두에게 즐거움을 줄 <최강 대결 개와 고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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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윈7 BIGWIN7 - 삶의 7가지 영역의 성공법칙, 개정판
김세융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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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되면 자기계발이 쉬울 줄 알았다. 

고등학생 때보다 시간도 널널하고 공부법 책보다는 실천하기 편할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만 넉넉했지 고민하고 선택해야 할 점은 산더미였다.

성적에만 집중하면 되었던 고딩시절이 지나 대학생 시절은 문어발식이었다.

학점 외에도 다양한 대외활동을 준비하고 2년 뒤에는 자격증과 인적성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코로나19로 혼자서 정보를 알아봐야 하는 판에 주변에서 주는 부담이 컸다.

여기서 자기계발서는 5권을 읽어도 부족할 정도였다.

보통의 자기계발서는 습관이나 투자적인 측면만 강조할 뿐이고, 독창적인 인재들의 인터뷰를 모았어도 한국과는 괴리감이 컸다. 방법을 알아도 혼자서 위크시트와 계획을 짜느라 진이 빠진 적도 많았다. 

정말 한국인에게 딱 맞는 자기계발서는 없는 건지 한탄만 하다가 이 책을 만났다.


<빅윈7>의 작가님은 한국인이고 성공하고 싶어서 닭고기스프로 유명한 외국의 성공학 작가님을 만나 교육까지 받고 와서 한국에서 직접 성공학 법칙을 실현했다.

실현해서 법칙의 힘을 확인하고 널리 퍼뜨리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

한국인에 의해서 써진 한국인을 위한 성공학 책이 <빅윈7>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편리했던 점은 아래와 같았다.


1. 이해도 향상: 외국처럼 시간표가 널널하다던가 근무환경이 엄청 다르다는 장벽이 없다.

                 한국인이 성공과 노동에 대해서 가진 관념부터 차례로 타파해준다.


2. 위크시트로 곧바로 실행: 매 장은 사례로 시작해서 방법으로 넘어간다.

                              방법이 끝나면 실행이 필요한 경우 바로 위크시트가 있다.

                              주기적으로 있어서 숙제하듯이 타파하는 재미가 있다.


3. 체득: 위크시트가 있어서 따라하다 보면 체득이 된다.

         인생도 공부를 하듯이 사는 나 같은 한국인은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데

         3주 구성에 1주마다 크게 5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져, 평일에 하기 쉬운 구성이다.


외국 책의 경우 개방적인 근무환경과 교육,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공감하기 힘들고, 위크시트도내가 만들어야 하는 판에 초반에 너무 진이 빠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빅윈7>은 한국인이 글을 쓰니 문화적으로 이해가 잘 되고, 중요한 포인트마다 위크시트와 실시하는 방법이 있어서 곧바로 따라하기 좋았다. 구성도 3주 구성에 1주 5일로 실천하기 좋은 구분이라 숙제 하듯이 타파하는 기분이 들었다.

한국인을 위한 이론-실행 구조가 잘 잡혀있어서 올해야 말로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강력한 행운이 느껴졌다. 지금부터 <빅윈7>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실천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는 단순하지만 좋은 구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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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 - 어른을 위한 그림책 에세이
이현아 외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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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그림책을 동화책으로만 생각한다. 어린 아이들을 위해서 교훈과 감동이 가득한 유치한 이야기 정도로만 치부하는 경우도 보았다. 사실은 훨씬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인데도 그렇게 과소평가를 당했다.

그림책과 헤어진 나도 과학책에만 파묻힌 때에는 그런 생각이 들곤 하였다.

도서관이 새로운 장소로 이사를 가면서 그림책은 영유아자료실에 동화책이란 이름으로 남게 되었다. 도서관이 이관된 당시에 이미 만 15세 이상이었던 나는 만 14세 이하가 이용할 수 있다는 문구에 위축이 되었다. 내가 아무리 성장해서도 그림책을 좋아해도 다가갈 수 없음을 의미했다.

그런 씁쓸한 그림책과의 이별이 끝난 뒤에 나는 과학책에 파묻혔다.

주변에서도 권장하는 분야였고 생기부를 채우기 위해서라도 관련 분야의 책만 읽었다.

그렇게 과학책만 읽다가 <첫사랑>이라는 한 뼘도 안 되는 그림책이 나에게 왔다.


그냥 표지에 남자아이 둘만 그려진 그림책이 일반자료실에 있다는 사실일 신기했다. 

단순히 사서쌤의 실수라고 생각한 찰나 왜 이 책이 일반자료실에 있는지 알게 되었다.

내용은 같이 놀고 편지를 교환하는 평범한 일상이었으나 감정 교류의 대상이 동성이었다.

그래서 일반자료실에 그림책으로서 남았던 것이다.

그림책을 약 4년 만에 재회한 나는 한 뼘도 안 되는 <첫사랑>을 통해서 내가 주변의 남자에게 느낀 감정이 사랑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림책 속 주인공들처럼 편지로 감정을 교류하거나 자꾸만 보고픈 마음이 나는 주변 남자들에게 가지고 있지 않았다. 미켈란젤로가 만든 다비드상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끔 가다 검색해서 보는 감정이 주변의 남자 아이들에게 들지 않았다.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남자 선배들에게도 그런 감정은 들지 않았다. 

나는 엄청 앏고 작은 <첫사랑>이란 책을 통해서 사랑의 감정을 알 수 있었다.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도 나의 작은 경험처럼 그림책을 통해서 얻은 깨달음과 감정을 전하고 있다. 이들의 에세이를 읽다 보면 그림책이 넓은 세상임을 알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그림책을 동화책에 한정하여 보는 경향이 있다.아이들을 위한 교훈과 감동을 주며 순화시킨 책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그러나 작가님들이 전하는 그림책은 이러한 생각을 깬다.

삶과 죽음, 삶과 노동, 자신으로 살아감, 사회 내의 시선과 자신, 시간과 육체, 외관과 내면이란 소재들은 아이를 넘어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에게 와닿는 소재이면서 강렬한 감정을 주기에 충분한 주제이다. 그림책은 단순히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넓고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폭 넓은 책이다. 내가 <첫사랑>이란 그림책을 통해서 사랑의 감정을 알고 헤매이던 감정의 늪에서 벗어난 것처럼 작가님들도 그림책에서 마음을 치유받고 새로운 시각을 부여받으면서 마음의 늪을 헤져나갈 수 있었다.


또한 그림책은 작은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이는 특히 육식을 다룬 부분에서 두드러진다.

영화 <옥자>와 <더 이상 아이를 먹을 수 없어!>라는 그림책의 연결은 개인의 해석에 따라 사회의 문제가 그림책에 녹아듦을 새로운 시각의 전환이라는 현상을 보여준다.

<옥자>를 보고도 삼겹살을 먹는 인간의 모습은 심사리 육식을 즐긴다라는 본성을 바꿀 수 없는 듯이 보이지만 그림책을 통한 채식주의와 탈육식이란 현실 문제와의 연결은 자그마한 변화를 이끔을 보여준다. 설령 작가 자신조차 육식을 하며 빠져있다 하더라도 개인의 인식 속에 피어난 새로운 흐름의 새싹은 변화라 할만 하다.

그림책은 단순한 동화책이 아니며, 사회 문제를 고발하고 비트는 풍자의 일종이면서 동시에 개인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깨달음을 주는 치유와 같은 존재임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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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가 되다
김초엽.김원영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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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보조기기 그리고 사이보그는 무슨 관계일까? 

우리는 사이보그라는 말에 인공적인 신체를 몸에 달고 보통의 인간보다 우월한 힘을 해는 존재를 상상한다. 그러나 현실의 사이보그는 다르다.

현실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기구는 탁월한 효과를 주지도 않고, 기하급수적으로 어떤 향상을 주는 도구가 아니다. 그저 사회가 정상이라고 요구하는 기준에 간신히 들 정도인 보조만 해줄 뿐이다. 이는 <사이보그가 되다>가 적나라하게 밝히는 현실이다.



이 책의 작가님 두 분은 장애를 가진 분들이다. 이들이 내어놓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얼마나 지금의 장애를 위한 기술이 현실과 동떨어져있으면서 터무니 없는 이상을 바라는지 알 수 있다.

청각 능력을 향상시키는 신약이나 착용만 해도 청각이 우수하게 좋아지는 기구는 없다.

소리를 대신하여 글로 보여주는 음성인식 기술만이 존재할 뿐이다.

먹는다고 갑자기 직립 보행이 쉬워지는 약은 없다. 직립 보행을 편히 하는 기계는 없다.

의족은 피부를 짓무르게 만들며 발로부터 오는 충격을 완전히 경감시켜 줄 수 없다.

단지 이동하기 비교적 편한 휠체어와 보드가 있을 뿐이다.

말로 하는 소통이 직립 보행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의 시선을 보조기기를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장애인의 편의보다 높게 생각한다.

이는 과학기술에서 여과 없이 나타난다.


많은 과학기술이 현재 장애를 가진 이들보다 태어나지 않은 이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자폐증을 비롯한 선척적인 질병에 대하여 유전자적인 원인을 밝히려는 연구에 투자되는 경우는 많아도 실제로 앓고 있는 이들에게 투자되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

앞으로 이렇게 태어나는 이들이 없게 하겠다이지 지금 살아가는 이들을 신경쓰지 않는다.

과연 이게 올바른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과학기술의 미래라고 할 수 있을까?

<사이보그가 되다>가 원하는 바는 머나먼 미래의 실체가 없는 희망이 아니다.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자들에게 도움이 될 작지만 강한 기술이다.



이 책에는 많은 예시가 나온다. 물론 일반적인 사람이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존재한다.

그러나 나는 안경이라는 시력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의족과 심장 보조장치를 안경으로 치환하여 신체의 일부로서 아주 섬세한 도구로서의 장애 보조기구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나에게 안경은 신체의 일부이다. 잠을 잘 때를 빼면 늘 안경을 쓴다.

안경이 없어며 가까이 있는 물체도 희미하게 보인다. 안경이 없으며 학교에서 밥을 먹으려가는 길도 한없이 위험한 곳이 되며, 공부도 책읽기와 같은 활동도 할 수가 없다.

안경이 부러지기라도 하면 일상생활이 엄청 불편하고 평범한 일도 제대로 하기 힘들다.


안경을 쓰는 이상 나는 죽을 때까지 안경사의 정비와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안경은 균형이 매우 중요한 도구이다.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바로 반응이 온다.

콧대의 균형이 달라서 코에 자국이 남고, 안경대의 균형이 이상하면 귓 한 쪽이 빨개진다.

안경알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초점이 이상하고, 착용을 할 때 불편함을 준다.

새로 안경을 맞추면 적응하기 전까지 부피와 깊이의 착각으로 인한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이 온다.

여름에는 땀과 분비물에 녹이 슬고 피부와 맞닿는 부분에 여드름이나 두드러기가 나기도 한다.

작은 안경 콧대를 바꿀 때조차 안경사를 찾아가야 한다.


이렇게 간단하게 보이는 안경조차 불편함과 주의사항이 넘쳐나는데, 널리 퍼지지 않은 의족과 의수와 같은 보조기기들은 오죽할까?


물론 안경이라는 널리 퍼진 시력 보조기구를 착용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에 나온 불편함과 문제점들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과 자각은 중요하다.

작은 사소함이 장애를 위한 실용적인 환경과 편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나는 운이 좋아서 미국 포틀랜드에서 잠시 생활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작은 배려들이 도시 곳곳에 넘쳐나는 풍경을 보았다.

휠체어가 들어갈 정도로 큰 화장실문과 없는 문턱 그리고 좌변기 근처의 손잡이.

버스든 지상철이든 휠체어를 놓을 수 있는 공간과 없는 문턱 그리고 자동적으로 펴지는 승강로.

일정한 거리마다 존재하는 밝은 노란색의 점자판과 매 정거장마다 울리는 안내음.

포틀랜드에서 나는 작지만 강한 기술들을 보았다.

<사이보그가 되다>가 말하는 기술들은 희미한 희망에 사로잡힌 실체도 없는 기술이 아니다. 내가 포틀랜드에서 맛 보았던 작은 현실에서 실용적인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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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아르테 미스터리 19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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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굿을 할 때 부르는 노래?를 배운 적이 있다. 실제로 제주도에서 종종 굿을 할 때 불리는 노래였다. 무속인들이 이렇게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이유에 국어선생님이 넌지시 알려준 문장이 있었다.

"무당이 자신이 모시는 신에 대해서 말을 하는 이유는 힘에 있다. 말은 힘을 가진다.

자신이 모시는 신에 대해 말하면 그 존재가 공고히 해져서 힘이 생긴다.

그래서 신을 모시는 노래가 이렇게 설화와 함께 남은 것이다."란 내용이었다.

나는 <아닌 땐 굴뚝에 연기는>도 어떤 존재에게 힘을 불어넣는 부름 같았다.


<아닌 땐 굴뚝에 연기는>가 처음에는 가족 간에 불화와 얽힌 괴담집이라고만 생각했다.

결혼에 대해서 의견 차가 있던 연인들, 서로에 대한 규율과 압박이 있던 부모와 자식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던 부부, 아내를 자신의 손아귀에 두려고 했던 남편의 집착, 

이미 떠나간 이에 대해서 미련을 가진 사람

얽히고 설힌 가족들의 인연이 부정적인 흐름을 끌여들어서 괴담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소설인 <금기>에서 2명의 여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영능력사와 집에서 불타 죽은 여자였다. 그들이 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었다.

연결점이 없어보이는 이야기는 어떻게든 이 2명의 여자와 연결이 되었다.

서로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나는 소름이 돋았다.

이는 연에 대한 말과도 연결이 된다.


소설 속에서 액막이를 하는 진나이씨가 한 말이 걸렸다.

어떤 혼과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면 말을 건네지 말라는 문장이었다.

길을 가다가 마우것도 모르는 이에게 애도를 해도 연이 맺어진다는 사실에 나는 기존과 같이 일상을 볼 수 없었다. 알게 모르게 애도를 해 왔기 때문이다.

해부 실험으로 죽은 실험용 쥐에게 애도를 보내고, 창문에 부딪혀 죽은 새에게 무덤을 만들어주었다. 산을 타다가 만난 불상에게 합장을 하고 지나갔다.

전자는 애도를 표하는게 예의라고 생각해서, 후자는 너무나도 말끔하게 섬겨져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합장을 했다.

내가 아무런 생각도 없이 한 합장이 무언가와 연을 맺어준다는 점에서 소름이 돋았다.

그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그래서 이 책을 만났는지도 모른다.

일상에서 너무나 많은 기이한 일들이 지나갔기 때문이다.


심심찮게 들리는 도깨비터와 무당에 대한 이야기, 간발의 차로 눈 앞에서 교통사고를 목격했던 2번의 순간과 차에 치여 죽을 뻔 했던 1번의 상황, 가족들이 연달아 나쁜 꿈을 꾸고 그 뒤에 안 좋은 일이 생겼던 고등학생 때

주변에서 괴담보다 약하지만 기이한 일이 많이 생겼던 만큼 나는 안심할 수 없었다.

나의 일상이 전과 같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이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이 없다 할지라도 사람들 사이에서 소문이 생겨서 생긴 도깨비란 존재가 있듯이 이 책도 그리 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수수깨끼의 영능력자와 그녀에게 한을 가진 여성의 혼은 픽션일지도 모른다.

작가조차 스스로가 픽션이라고 말할 지라도 그게 이름을 불리며 사람들 속에서 회자되는 순간이 이어져서 진실이 될 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 소설은 작가의 의도대로 일상에 꺼림칙함을 남겨주고 갔다.

일상 속에서 괴담을 더욱 잘 느끼도록 만든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영 찜찜하다.

이게 완전히 픽션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일지도. 하지만 의심을 그만한다.

이 책이 영능력자인 그녀가 보내는 메시지라면, 의심하지 않는 게 안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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