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은 위대한 작가가 남긴 명작을 읽고 감동과 공감을 느끼면서 위대한 유산을 남긴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렇다면 작가들은 얼굴도 알지 못하는 수많은 독자들의 즐거움을 위해 글을 썼을까? 그렇지는 않다.

 

버지니아 울프는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우울한 어린 시절의 고통과 트라우마를 글쓰기로 치유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불후의 명작 <레 미제라블>은 작가 빅토르 위고의 고향인 프랑스가 아니라 영국령 건지섬에서 그의 망명 생활 중에 탄생했다. 빅토르 위고는 나폴레옹 3세라는 절대 권력에 대항하다가 유배되었는데 민중이 존중받고 주인이 되는 세상에 대한 그의 염원을 <레 미제라블>에 담았다.

 

평생 자신의 동성애를 숨겨야 했던 토마스 만은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비밀스러운 성향을 간접적으로나마 표출함으로써 그나마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었다. 단 두 번의 만남으로 베아트리체를 깊이 사랑한 단테는 <신곡>으로 그녀를 천국에서 다시 만났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신을 도와주었던 사람을 천국으로 인도하고 자신을 배신했던 사람을 지옥의 가장 밑바닥까지 보냄으로써 개인적인 슬픔을 치유했다.

 

괴테도 이루지 못한 사랑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고 그로 인해 아픔을 잊고 새출발을 하였다. 제인 오스틴은 어떤가? 그녀는 여성이 수동적이고 남성의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러야했던 당대의 숨 막히는 남성 중심적 가치관에서 벗어난 주체적인 여성상을 <오만과 편견>에 담음으로써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소설 속에서나마 펼쳐 보였다. 작가들에게 글쓰기는 아픈 기억을 치유해 준 일종의 치료제였다.

 

그렇다. 글쓰기는 위대한 작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일종의 치유제다. 과거의 아픈 기억과 경험을 내버려두면 심리적 불안을 거쳐 우울증으로 발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치유하지 못한 상처를 글로 표현하면 자신의 상처를 똑바로 응시하면서 그 아픔의 깊이를 가늠하고 나아가 그 상처를 스스로 극복하는 힘을 기르게 된다. 숨기고 싶은 상처를 글로 표현하는 것은 분명 고통스럽지만, 그 이상의 긍정적 효과가 크기에 수많은 작가들이 글쓰기를 통해서 자신의 상처를 표현하고 드러낸다.

 

우리가 읽는 것은 이런 위대한 작가들의 내밀한 자기 고백이자 극복의 과정이다. 큰 보상을 지불하지 않고도 이들이 남긴 이 거룩한 유산을 내것으로 만들 수 있다니, 이것만큼 어마어마한 재산이 또 있을까? 게다가 그 유산을 내것으로 만드는 과정에는 재미와 감동까지 겹친다. 고전소설은 지루하고 재미없고 어렵다는 편견만 버린다면 누구든 고전소설이 우리에게 건네는 이 유산을 소유한다. 일종의 특권을 누리는 셈이다.

 

이 책을 읽은 모든 독자들이 이 50권의 책을 통해 문학을 이해하고, 좀 더 깊고 넓은 문학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훌쩍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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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4-02-29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균호 작가님!!!!! 와 귀하고 귀한 글, 두그두그...어서 읽어보겠습니다! 출간 축하드립니다.

표지가 ˝필독서 50˝과 느낌 넘 잘 맞네요. 많은 분들이 읽으시기를!

박균호 2024-02-29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네 고맙습니다 !!

호시우행 2024-03-01 0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글입니다.

박균호 2024-03-01 08:04   좋아요 0 | URL
호시우행님 정말 고맙습니다.

호시우행 2024-03-01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행복한 독서생활되세요.
 

제가 쓴 가장 두꺼운 책 !
제가 낸 책중에서 가장 표지가 강렬한 책 !
고전을 둘러싼 재미난 이야기만 담은 책 !


<독서의 역사>를 쓴 엘베르토 망굴엘은 현실 세상보다 독서를 통해 경험을 먼저 취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우리는 소설을 통해서 현실보다 더 생생한 현실을 미리 만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실은 우리에게 하나의 또 다른 실제로 작용한다. 우리가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여전히 알 수 없는 사람의 심리나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의 첫 만남은 소설이라는 안내자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소설을 읽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세상 공부를 미리 한 셈이다.
작가가 글을 써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한다면 독자들은 그들이 남긴 작품을 읽고 자신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새로운 인생으로 나갈 힘을 얻는다. 독자들은 뛰어난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겪는 상처, 위기, 극복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미처 표출하지 못한 해묵은 감정을 정화하고 인생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는데 독자들은 자신의 인생관과 인생행로가 비슷한 등장인물을 만나기 마련이다. 자신과 비슷한 가치관과 인생 경로를 겪은 등장인물을 만나게 되면 독자들은 더욱더 소설에 몰입하고 자신의 인생을 좀 더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다.
사람들이 명작이라고 칭송하는 고전소설은 대부분 천재 작가가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발휘해서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유형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따라서 우리는 좋은 고전소설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등장인물을 만난다. 독자들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자신의 분신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이나 불행의 원인을 찾을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발견할 수도 있다. 소설을 읽는 것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겪는 문제점에 대한 원인을 발견하여 자신의 삶을 좀 더 행복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좀 더 성숙하고 행복한 삶으로 나갈 수 있는 디딤돌은 마련할 수 있다.
고전은 시간이라는 체로 걸러진 일종의 사금이 아닌가? 명작을 결정하는 재판관은 시간이며 시간은 읽을 가치가 없는 책들은 던져버리고 명작이라는 알맹이만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고전소설이 보여주는 당시 사회 모습과 그 이후에 사회가 변화해 나가는 모습을 따라가 보면 독자들은 몰입과 재미 둘 다를 누린다. 물론 독자에 따라서 고전소설이 묘사한 배경이 낯설고 상황 전개가 현재와는 달라서 어색할지 모르겠지만 읽어나갈수록 소설 속 상황과 배경이 떠오르고 소설 속 등장인물이 보고 싶어진다. 자신과 소설이 마치 친구가 되는 듯한 이 경험은 고전소설이 단연코 압도적이다.
소설을 누리는 독자에게 소설을 읽는 재미도 포기할 수 없는 미덕이다. 따라서 가능한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고르려고 애썼다. 우리 독자에게는 문학적 의미나 상징성보다는 무엇보다 재미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마담 보바리>, <분노의 포도>, <적과 흑>, <허영의 시장> 등은 그 문학사적 의의라든가 대표성을 떠나서 한 번 잡으면 좀처럼 놓기 어려운 흥미로운 서사가 우리를 기다린다.
우리가 단지 치열한 복수 이야기로만 알고 있을 수도 있는 <폭풍의 언덕>은 사실 문학적 형식이나 상징성, 사상보다는 오로지 소설을 읽는 재미에 모든 것을 다 받친 소설의 선구적인 작품이다. 술술 잘 읽히는 고전소설을 읽다 보면 다소 난해한 고전소설로 나아갈 수 있으며 그러다 보면 좀 더 깊이 있고 폭 넓게 인간 세상과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 누구나 재미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고전은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디딤돌이나 마찬가지다.
문학은 한 사회의 문화를 대변하는 만큼 동서양 문화별, 나라별로 안배해서 선정했다. 따라서 이 책에 실린 50여 권의 고전을 통독한다면 전 세계 각 문화권 오늘의 모습을 있게 한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룬 고전이 출현했을 때와는 다르게 오늘날 세계는 국경과 문화가 느슨해진 세계 시민의 시대다. 따라서 우리가 매일 만나고 소통하며 교류하는 다른 문화권 출신에 대한 이해를 이 책을 통해서 높여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일종의 책으로 하는 세계 여행을 해보자는 것이다. 현대사회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되는 여러 장면을 지켜보는 여행 말이다.
그리고 세상을 바꾼 새로운 사상이라든가 사회 변혁운동의 실마리를 제공한 고전도 가능한 한 많이 소개하려고 애썼다. 우리는 <1984>를 통해서 전체주의 국가에 대한 경고의 기원을, <돈키호테>를 통해서 근대문학의 기틀을, <레 미제라블>을 통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제도의 기원을, <변신>을 통해서 거대 조직의 부품으로 전락한 개인에 대한 연민을,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통해서 인종차별에 대한 경계를, <걸리버 여행기>를 통해서 문학을 이용한 신랄한 사회풍자를 좀 더 쉽고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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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2-21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책이 또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 했는데 정말 나왔네요. 축하합니다. 제가 관심있어 하는 소설이네요. 나중에 함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박균호 2024-02-21 13:58   좋아요 1 | URL
오 ! 감사합니다. ㅎ 눈이 온다는데 눈길 조심하셔요.

서니데이 2024-02-21 1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후에 서점에서 신간알림 문자가 왔어요.
페이지가 적지 않을 것 같았는데, 두꺼운 책인 모양이예요.
새 책 출간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박균호 2024-02-21 21:39   좋아요 1 | URL
아...그러셨군요. 네 제법 두꺼운 책이랍니다. 언제나 감사해요.

2024-02-29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29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이다 쌤의 비밀 상담소 - 사춘기 5, 6학년을 위한
김선호 지음, 신병근 그림 / 노르웨이숲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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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5, 6학년을 위한 비밀 상담소책이라고 하니까 중고등학교 교사이며 자식이 이미 직장인이 된 내가 무슨 공감을 얻을 수 있겠느냐는 의아심을 가졌다. 그러나 첫 번째 고민 상담소부터 제대로 각 잡고 읽게 되더라. 친구가 자꾸 본인을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고민인데 이 고민을 접하니 인간의 모든 고민과 해결책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따라서 <사이다 쌤의 비밀 상담소>는 초등학교 선생님이나 학부모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확신도 하게 되었다.

 

몇 달 전에 내가 근무하는 고등학교에서 친구가 자신을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이유로 싸움하고 학폭위원회까지 넘겨지는 사건이 있었다. <사이다 쌤의 비밀 상담소>의 고민 상담처럼 한 학생이 다른 친구가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이유로 시비를 걸었고 상대 학생은 노려보지 않았다고 반박했으며 감정이 격해져서 심각한 몸싸움을 한 사건이다.

 

일반 학교에서는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자초지종을 다투고 학폭위에 넘겨 처벌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런데 <사이다 쌤의 비밀 상담소>를 읽다 보니 우리는 그동안 근본적인 해결책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학생의 잘잘못을 따져 처벌하기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었나라는 반성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김선호 선생에 따르자면 많은 사람이 째려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오해인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 오해를 하게 되는 것일까? 상당수가 본인 스스로 째려본다고 생각한 친구에 대해서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그 악감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저 아이가 나를 기분 나쁘게 쳐다보잖아. 그러니까 내 기분이 안 좋을 수밖에라는 이유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본인이 어떤 이유로 그 친구를 싫어하는지부터 찾아내서 본인이 던졌던 마음을 되찾아야 한다.

 

, 내가 사실은 그 친구의 말투를 싫어했던 거구나. 그 말투가 계속 귀에 거슬렸던 거구나. 그럴 수 있지라고 인정하면 본인이 던진 마음을 되찾고 굳이 다른 이유를 찾아서 그 친구에게 품은 나쁜 감정을 그럴듯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초등학생의 고민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 오십 대 후반을 달려가는 내가 지금껏 풀지 못한 내 평생 과제였기 때문이다. 나는 늘 한참이 지나서야 그 당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하고 이불 킥을 하는 사람이다. 나는 이 문제를 두고 늘 순발력과 재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이다 쌤의 비밀 상담소>를 읽고 나서야 순발력과 재치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내성적이며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남다르기 때문인 것을 알았다.

 

내성적이고 타인에 대한 공감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타인이 뭘 원하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섣불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선뜻 말 못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늘 하고 싶은 말을 그때그때 못한 것은 내 무능력 때문이 아니라 내가 타인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삼 김선호 선생의 통찰이 위로된다. 좀 더 일찍 이 책이 세상에 나왔더라면 나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까?


엉뚱하게 나를 자책하면서 보낸 수십 년의 세월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고민에 대한 해결책은 참 쉽고 간단하다. 원하는 걸 곧장 말하기 어려울 때는 대답을 미루는 것이다. “잠깐, 생각 좀 해 보고.” 잠깐 시간을 두는 것은 뭘 선택할지 고민하려고 갖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말 원하는 바를 말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는 시간이다. 그렇게 몇 초 정도 여유를 가진 다음 이렇게 말하면 된다. “이번에는 짬뽕이 아니고 짜장면을 먹고 싶어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엄마의 잔소리 문제, 부모님의 이혼, 용돈 문제, 학교에 가기 싫다는 생각, 여자 친구와의 스킨십, 야한 동영상, 자해, 다이어트, 낮은 자존감 등에 관한 살아 있는 고민이 등장하며 저자 김선호 선생은 관념적이고 뻔한 조언이 아니라 누구나 이 책을 읽기만 한다면 쉽게 실천할 수 있고 효과 만점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책이 참으로 신비롭다는 것은 학생, 학부모, 교사 등 어떤 독자가 읽더라도 그 독자의 처지에 맞게 읽힌다는 점이다. 그리고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가는 것처럼 세 살 고민이 여든 고민까지 간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평생 지고 갈 수도 있는 고민을 이 책 권을 읽음으로써 말끔히 해소할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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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2-08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균호님 설연휴 잘 보내시고 새해복많이받으세요.^^

박균호 2024-02-09 08:1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언제나 감사드려요 . 복 많이 받으세요.

얄라알라 2024-02-08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균호 작가님^^ 설 연휴 가족분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를! 오랫만에 인사드립니다.

박균호 2024-02-09 08:14   좋아요 1 | URL
아이코 정말 반가운 분이네요. 정말 오랫만에 뵙네요.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김오랑 - 역사의 하늘에 뜬 별
김준철 지음 / 더프레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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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386세대라면 부하를 대신하여 수류탄에 몸을 던진 강재구 소령의 희생정신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를 듣고 교과서에서도 심심찮게 접했다. 그러나 12.12 군사 반란 당시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지키고자 반란 세력과 교전하다 사망한 김오랑 소령의 이야기는 성인이 되어서도 거의 들은 바가 없다. 내가 김오랑 소령에 대해서 비교적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은 제5공화국을 그린 드라마를 통해서였다.

 

이마저도 김오랑 소령의 평소 인격이라든가 애국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고 그저 스쳐 지나가는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다뤄질 뿐이다. 12·12 사태라는 반국가적 사태에서 그나마 우리가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된 것은 장태완 수경 사령부의 처신과 김오랑 소령의 애국심과 충성심인데 우린 그동안 김오랑 소령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살았다.

 

이런 면에서 <역사의 하늘에 뜬 별 김오랑>안일한 불의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라는 신조를 지키며 살았으며 서울의 봄특전사 오진호 소령의 실제 인물이며 군사 반란에 맞서 사령관을 지키고 군과 국가의 체제 수호를 위해 몸 바친 김오랑 소령의 일대기를 다룬 점에서 의미가 깊은 저작이 아닐 수 없다.

 

300여 쪽이 훌쩍 넘은 분량에 김오랑 소령의 일생을 가감 없이 사실대로 담은 이 책은 김오랑 중령 추모회를 이끄는 김준철 선생이 자신의 일생 중에서 일부를 아낌없이 받쳐서 세상에 나오게 된 대 저작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좀 더 실감 나는 서울의 봄을 체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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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취직에 성공했다. 졸업도 하기 전에 문과 출신으로서 제 전공을 찾아서 취업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취업 시즌이니 이곳저곳에 원서를 냈고 운 좋게도 두 군데가 얻어걸린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 부녀는 때아닌 다툼을 하고 있고 딸아이도 어느 회사에 출근할지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삼십 분 간격으로 생각이 달라진다나. 한 회사는 네임벨규가 높고 인지도가 높으며 규모가 큰 회사인데 재미가 없는(?) 직군이고 다른 회사는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니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에 딸아이와 다툼을 하면서 책을 읽는다고 해서 사람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 ‘서머싯 몸<인간의 굴레에서>에서 감명 깊게 읽은 구절이 바로 진로에 관한 문제다. 주인공 필립은 조실부모하고 백부 슬하에서 자랐는데 완고한 백부는 필립의 적성과는 상관없이 돈을 잘 버는 회계사를 하라고 강권했지만, 필립은 자기 적성을 쫓아서 파리로 미술 공부를 떠났다.

 

예술로 성공하기가 어디 쉽겠는가. 참담한 실패를 하고 돌아온 필립을 두고 백부는 나무랐지만 필립은 백부에게 일갈을 가한다. “다른 사람이 권한 좋은 선택을 해서 얻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길로 가서 실패한 경험으로 얻는 것이 더 많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내 자식 문제와 부딪히니 적성보다는 보수와 인지도 높은 회사를 권하게 되더라.

 

적성에도 맞지 않는 기름집(정유회사) 면접에 가라고 닦달했고 적성에는 맞지 않는 직군이지만 좀 더 보수가 높고 규모가 큰 회사에 가라고 줄기차게 설득했다. 물론 딸아이는 부모의 조언에 그다지 귀를 기울이는 성정이 아니다. 일종의 답정녀인데 자신의 고충을 그저 공감해달라고 할 뿐 정작 결정은 자신이 알아서 한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부부는 딸아이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결정에 그저 순응하고 적응할 수밖에 없다.

 

되돌아보니 딸아이의 결정은 언제나 옳았다. 대학 입시 때도 그랬다. 6장의 원서 중에서 한 장만이라도 교육대학에 써달라고 애원했건만 딸아이는 가볍게 무시하고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에 몰빵했다. 미국으로 교환학생으로 갈 때도 미국이라면 총기사건과 마약 그리고 인종차별을 먼저 떠올리는 나는 반대했지만, 딸아이는 제 뜻대로 비행기를 타버렸다.

 

휴학하고 인턴을 할 때도 나는 그럴 시간에 차라리 대학원에 진학하라고 권했지만, 딸아이는 1년을 꽉 채워서 휴학하고 인턴으로 근무했다. 따지고 보면 지금 이룬 성과는 우리 부부의 반대를 무시한 결과물이다. 더구나 작금의 학교 상황을 보아하니 딸아이가 우리 말을 듣고 교대에 덜컥 진학했다면 딸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눈도 못 감고 죽을뻔했다. 어쨌든 조만간 부모의 뜻에 반하는 딸아이의 결정에 또 서서히 적응하고 익숙해져야 하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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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1-29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웃음이 나네요. 자식은 정말 청개구리인가 봅니다.
따지고 보면 저도 부모님 말씀 지긋지긋하게 안 들어서 여기까지 왔죠.ㅋㅋ
자식은 다 그런가 봐요.
나쁜 짓 하는 것만 아니면 무조건 응원해 주세요.
나중에 부모 원망하는 것 보다 낫습니다.
그나저나 따님이 자랑스러우시겠어요. 축하합니다.^^

박균호 2023-11-30 08:47   좋아요 1 | URL
오랜만이에요. 잘 계시죠?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3-11-29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소식이네요. 축하드립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박균호 2023-11-30 08:48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잘 계시죠? 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그냥 2023-11-30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요새 같은 취업 난 시대에 따님이 여간 똘똘하지 않으면 두군데나 됐겠어요? 그냥 결정 하는 데로 두고 볼수 밖에 없겠네요. 아무튼 축하합니다. 정말 자랑하고 싶으실 거 같아요.

박균호 2023-11-30 08:48   좋아요 0 | URL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감사해요..

bookholic 2023-11-30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정말 축하드립니다^^
따님의 멋진 사회 첫출발 응원합니다~~

박균호 2023-11-30 08:48   좋아요 0 | URL
북홀릭님의 자녀는 더 잘 될 거에요. 감사합니다.

2023-12-15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균호 2023-12-16 04:07   좋아요 1 | URL
아...그냥 청소년용 소 책자에 가까운 겁니다..ㅎㅎ 그래도 정말 고맙습니다.

루피닷 2024-01-01 0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박균호 2024-01-01 04:05   좋아요 1 | URL
어이쿠 감사합니다 !! 루피닷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도도새75 2024-01-03 2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꺼비 북클럽 책으로 <파리의 노트르담>을 읽어보고 싶어서 글 찾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따님이 정말 능력이 좋으네요. 축하합니다! 2024년, 행복한 일 많이 생기시길 바랍니다~

박균호 2024-01-04 04:42   좋아요 0 | URL
어이쿠..여기까지 오느라 고생많으셨어요 ㅎㅎ 덕담 정말 감사합니다. 도도새님도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moonnight 2024-02-12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명석한 따님이 요즘 같은 때에 졸업도 하기 전에 취업까지@_@;; 축히드립니다. 얼마나 자랑스러우시겠어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차곡차곡 이루어나가는 따님 이야기에 감동받고 부럽기도 합니다^^

박균호 2024-02-12 19:02   좋아요 1 | URL
딱히 명석한 것은 아니고요. 그냥 자기 진로에 맞춰서 대외활동을 많이 한 것이 도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칭찬 감사합니다. !! 새 해 복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