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시간에 들려주지 않는 돈 이야기 - 성인이 되기 전 꼭 알아야 할 일상의 경제 지혜와 교양 시리즈 18
윤석천 지음 / 지상의책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많은 교사들이 긴 한숨을 쉬면서 시급하게 도입되어야 할 교육이 바로 ‘돈 관리’라고 입을 모은 적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을 하며 재학 중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이 많은 학교인데도 경제관념이라든가 돈을 관리하는 방법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고등학생이 빚을 지거나 힘들게 번 돈을 엉뚱하게 써버려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규모가 큰 학교에서는 ‘경제’라는 교과목을 선택해서 교육을 시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좀 더 쉬운 ‘경제학 원론’에 가깝지 실질적으로 돈을 관리하고 경제관념을 익히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과목이다. 윤석천 선생이 쓴 <수업 시간에 들려주지 않는 돈 이야기>이 유독 눈에 들어오는 이유다. 어려운 경제 용어를 청소년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며 너무 깊지도 너무 얕지도 않은 내용이 청소년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우선 경제학에 대한 기초지식을 충실히 제공한다. 경제학이라고 그러면 ‘돈을 버는 방법을 배우는 학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문이라고 일깨운다. 경제라는 것이 소비에 기초를 둔 인간의 ‘욕망’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성찰과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이토록 이해가 쏙쏙 되는 용어와 표현을 고를 수 있는지 놀랍다. 사실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하는 표현이 있는데 저자는 교사인 나보다 그걸 더 잘 아는 것 같다.


이 책은 또한 다양한 고전을 섭렵할 수 있다. 다양한 고전에서 경제와 관련된 문구를 적재적소에 사용함으로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기대하게 된다. 어렵게 생각될 수 있는 경제를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익숙한 주제로 설명함으로서 경제 공부가 아니고 경제로 하는 놀이로 생각될 수도 있겠다. 교복과 교복 모델로 독과점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이 특히 그랬다. 


가상화폐나 투기를 설명하면서 그 유래가 무리에서 떨어지면 곧 죽음을 의미했던 원시인의 기억이라는 부분은 특히 감탄하게 되었다. 무리에서 떨어지면 짐승의 습격이나 위험으로부터 대처를 할 수 없었던 원시인의 기억이 현대인에게 대물림되어서 남들이 좋다고 하는 투자나 행도 양식을 따라하면서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남들을 따라하다가 어이 없이 사기를 당하거나 손해를 보는 현대인을 이토록 인문학적으로 분석을 하다니 놀라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쉽고 재미나지만 경제에 대해서 깊고 넓은 이해를 갖추도록 해준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다이제스터 2020-10-20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린 학생에게 이런 돈 관련 교육에 반대합니다.
오히려 학생 시절에 아르바이트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가르쳐 주는 교육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칫 돈의 중요함만을 지나치게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박균호 2020-10-20 22:12   좋아요 1 | URL
특성화 고등학교에 근무하다보면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가정이 많아요 ㅠㅠ 그리고 저 책은 돈 교육이라기보다는 경제학 공부에 가까워요. 말하자면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책이라고 할까요.

북다이제스터 2020-10-20 22:14   좋아요 1 | URL
생계 유지라는 말씀에 현실이 슬퍼집니다. ㅠㅠ

박균호 2020-10-20 22:18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정말 과자 사먹고 버스 탈 돈이 없어서 알바하는 학생이 많아요 ㅠㅠㅠㅠ

북다이제스터 2020-10-20 22:22   좋아요 0 | URL
말씀에 가슴이 멍멍해 집니다. 우리는 대체 현재까지 뭘 했는지...

박균호 2020-10-20 22:34   좋아요 1 | URL
더 기가막힌 것은 주말마다 8시간씩 서서 치킨을 튀겨서 번 돈을 아버지란 사람이 40만원씩 빌려간다는 이야기도 들었죠..ㅠㅠ 천연하게 그 말을 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구요.

북다이제스터 2020-10-20 22:43   좋아요 1 | URL
기가막힌 일이 학교와 주변에서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일에 젊고 어린 학생들이 꿈과 앎에 희생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현실이 녹녹치 않겠지만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 나라 소설은 조지수 선생이 쓴 <나스타샤>다. 이토록 애절한 러브 스토리가 또 있을까. 철학적인 통찰이 가득한 아포리즘과 서사가 매력적인 소설이다. 그저 구슬치기로만 생각했던 컬링이라는 운동이 사실은 바둑 만큼이나 전략과 전술이 총 동원되는 두뇌 운동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캐나다의 이국적인 풍습 또한 재미나게 서술되어 있다.
2008년에 나온 이 소설이 절판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다급하게 10부 정도를 매집(?)했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다행이 초판이 절판이 되었지만 2011년에 개정판이 나올 줄이야. 개정판의 표지는 한 마디로 실망 그 자체였다. 뜬금없이 순정만화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같은 소녀가 표지에 등장했는데 소설 속 사연 많은 나스타샤를 대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어쨌든 구매를 했는데 2020년에 개정판이 또 나왔다. 물론 구매를 했다.
초판과 개정판은 내용이 어떻게 다른지 유심히 읽었는데 초판을 읽은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다른 점을 찾지 못했다. 오늘 서재에서 놀다가 우연히 초판과 개정판을 발견했다. 문제는 2011년에 나온 판본이 보이지 않는다. <나스타샤> 트리오를 나란히 두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서 서재를 수색하기 시작했는데 도통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5단계로 나누어지다는데 <나스타샤>를 찾으면서 그 단계를 고스란히 겪었다. 첫번째는 부정이다. 책이 발이 달리지 않는 이상 도망을 칠 수는 없다. 어딘가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 내 서재에는 가족이외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더구나 누가 봐도 유치한 표지와 제목은 뭍 사람들의 소장 욕을 자극해서 책 도둑질을 하게끔 할리는 없다.
둘째는 분노였다. 어떻게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나스타샤>를 나란히 챙겨 두지 않았단 말인가. 거대한 도서관도 아니고 겨우 방구석에 불과한 서재에서 책한 권을 찾지 못한단 말인가. 나의 부주의와 방구석에서조차 책 한 권을 찾아내지 못하는 현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래가지고 무슨 서재란 말인가. 그냥 책 창고 일뿐이다.
셋째는 타협이다. 책을 사다 보면 누구나 겪는 일이고 또 마음을 다잡고 방구석을 뒤지다 보면 찾아내긴 하겠다는 자기 위로를 하게 되었다. 또 2011년 판본을 찾게 되면 다시는 헤어지지 않도록 책장에 나란히 꼽아 두겠다고 다짐을 하였다.
넷째는 우울이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슬프고 또 슬펐다. 내 심정을 어떻게 알고 아내가 티슈를 건넨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려는데 내 눈물을 닦으라는 것이 아니고 책장을 정리하는 김에 먼지를 닦으라고 한다. 찾고 싶은 책은 찾지 못하고 먼지만 뒤집어 쓰고 기침만 연신 하였다.
다섯째는 수용이다. 2011년 판본은 표지가 못생겼단 이유로 내가 싫어하자 앙심을 품고 가출을 했음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서재를 뒤졌는데 이 책만 유독 보이지 않을 리가 없다. 나 말고도 서재에서 예전에 사둔 기억이 있는 책을 찾지 못하고 새로 주문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도 나의 슬픔을 경감시켜주었다. 나의 부주의가 아니고 장서가의 운명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5단계를 거친 내가 서재 밖으로 나갔더니 어느새 ‘립 반 윙클’이 되어있었다. 아내의 잔소리를 피해서 산골에 가서 잠시 놀다 왔더니 20년의 세월이 지나버렸다는 그 소설 속의 주인공 말이다.


분명 방금 전에 아내가 맛있는 밤을 삶을까 말까 고민을 하는 것 같았는데 나가보니 삶아서 먹은 것도 모자라 이미 소화를 다 시키고 있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onnight 2020-10-18 0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놓기만 하고 못 읽은 (많은-_-) 책 중 한 권이네요. 저는 못 찾을까봐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뒀어요. 호호^^

박균호 2020-10-18 10:52   좋아요 0 | URL
네네 그러셔야죠
 

곰곰이 생각해보니 2011년에 나온    <오래된  >보다  임팩트 있는 책을 쓰지 못하고 있는  같다 책이 나온 이후로 7권이  나왔지만 좋은 제목도  멋진 표지도 없었다 애틋하게 사랑 받는 책도 쓰지 못하고 있는  같다비록 재판에 머물고 있지만 나온  십년이  되어가는 책을 아직도 호평하는 서평을 발견하는 감동이란

 

서당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글쓰기 실력은 조금 늘었는지 모르겠는데좋은 책은  솜씨 보다는 좋은 내용이 우선한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서재에는 <오래된  > 없다그저 즐겁게 썼을 뿐이지 정성을 기울이지 않아서 선뜻 읽어보라고 권할 용기가 없다 본인이  책이 서재에 쌓여있는 것이 어쩐지 가오(?) 살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작은할아버지도 선생님이면서 책을 내셨고 수필동인으로 활동을 하셨는데 매넌 이맘때 쯤이면 친지들에게   권씩 건네셨다아무도 수필 동인집을 읽지 않았다 모습을  나는 내가 책을 내면서 친지들에게 책을 선물하지 않는다몇몇 책을 좋아하는 친지들은 어떻게 알고 본인이 사서 읽는다

 

가끔  쓰는 사람으로서 할아버지의 모습을  모델로 삼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언제나 책과 원고지 그리고 펜을 가지고 다니셨고 노년에도 길을 가다가 모르는 단어를 발견하면 사전에서 찾아보셨다내가 쓰는 글은 가족과 친척의 보살핌과 관심 속에서 키워진 것이지  혼자만의 힘이 아닌데 인터넷에서우연히 발견하고  책을 사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https://blog.naver.com/PostView.nhn?

blogId=flyoz&logNo=222117030125&from=search&redirect=Log&widgetTypeCall=true&topReferer=https%3A%2F%2Fsearch.naver.com%2Fsearch.naver%3Fquery%3D%25EB%25B0%2595%25EA%25B7%25A0%25ED%2598%25B8%26where%3Dpost%26sm%3Dtab_nmr%26nso%3D&directAccess=false&fbclid=IwAR3Rhc-L0H7gYZdilhddAdE7aH1Fs_s0CNHMTrHDNrwM5-VA1dZqIh3I_Vo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ransient-guest 2020-10-16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과 작가의 모습 둘 다 집안의 내력이라고 생각하니 신기합니다 저는 역사를 아주 좋아하고 대학 때 전공입니다 부족한 재주와 생계를 걱정해서 대학원을 그리로 가진 못했지만 외할아버지가 옛날에 고등학교 역사선생님이셨습니다 제가 무술을 좋아하는 것도 외할아버지에서 온 유전일 수도 있은 것이 젊은 시절엔 경찰로 재직하셨고 검술도 좀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ㅎㅎ

박균호 2020-10-16 10:45   좋아요 0 | URL
네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몇 대의 조상을 파고 들어가면 현재 본인의 성향과 습관을 꼭 닮은 분이 꼭 있다고 하더군요.. 집안 내력이라는게 참 무서워요..ㅎ

stella.K 2020-10-16 1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묘한데 원래 작가가 애정하는 책과 독자가 애정하는 책이 다르다잖아요.
그래서 잘 쓰려고 하지 말라고 했나 봅니다.
아무리 하루키라도 애정하는 책과 그렇지 못한 책이 있을 겁니다.
다 그런 거죠 뭐.
저도 <오래된 새책>은 제목도 좋았고 내용도 좋았던 책으로 기억합니다.^^

박균호 2020-10-16 20:54   좋아요 1 | URL
아..마자...스텔라님 책에 <오래된 새 책>이 소개되었죠? 새삼 영광이에요.
 
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자들이 책을 읽고 상상하는 작가들의 이미지와 실제와는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한 것이 이문열의 경우였다. 정치 사회적인 성향을 말하는것이 아니다. 이십 대 초반의 나에게 지적인 감성을 아낌 없이 선사했던 이문열을 티브이에서 잠깐 보았는데 웬 늙수그레한 아재가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를내 뱉는데 그 때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은연중에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의 문어처럼 세련되고 유려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책, 이게 뭐라고>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탐 낼 만한 책이다. 알고 보니 유명한 작가인데 이 책을 읽기 전엔 그가 어떤 이력을 가졌고 어떤 책을 냈는지 몰랐다. 책과 관련된 사람이라면 닥치고 친구추가를 해온 터라서 그가 내 페이스북 친구라는 사실은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페이스북 친구와 책에 관한책’ 이라는 조합을 내가 어떻게 피하겠는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주문을 했다.
다른 직장에 비해서 업무 강도가 낮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교사 일을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녹초가 된다. 내 방에는 읽고 싶은 책, 글을 쓰기 위해서읽어야 할 책이 넘쳐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펼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도록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순전히 그의 역량이다. 내가 이 책에 반한 것은 달곰쌉쌀한 소제목인데 그가 얼마나 재기 발랄한 작가인지를 잘 알게 된다. 가령 이런 소제목들
기준 없이 손 가는 대로 집어 들었던 몇 권과 포인트 적립이라는 유혹
하느님 품으로 돌아오는 험버트 험버트와 옛 연인이 보낸 카카오톡 메세지
부잣집 딸과 결혼하겠다는 생각과 인간이 스스로를 가축화한 과정
대체 어떤 이야기를 담았길래 저런 소제목이 나오는지 궁금했다. 이 책은 <책, 이게 뭐라고>라는 책 소개 팟캐스트 진행자로서 겪은 에피소드와 독서와 책에 관한 장강명 작가의 재미난 이야길 담았다. 인세로 먹고 살고 싶다는 공통의 목표를 가진 사람이라서 그런지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책을 냈는데 ‘한 번 읽어줄 테니 보내 봐’라고 말하는 지인에게 ‘그래 보내줄께’라고 대답한 다음 그 지인과 연락을 끊는다는 구절을 읽고 통쾌 하기도 했는데 ‘까칠하다’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내친김에 가수 요조와 함께 진행한다는 <책, 이게 뭐라고>를 유튜브에서 찾아보았다. 눈에 띄는 대로 클릭을 했더니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쓴 책’을 논한다. 너무나 따분한 주제에 식겁을 하고 닫기 버턴을 급하게 누를려는데 내가 그토록 부러워하는 감미로운 서울말과 부드러운 억양이 쏟아져 나온다. 빠져드는 목소리다.
책에서 느꼈던 아주 약간의 까칠함이 전혀 없었다. 가수 요조와 장강명 작가의 방송을 듣자니 내가 마음의 평온을 얻고자 할 때 자주 보는 골프 중계 방송이 떠오른다. 성우처럼 맑고 부드러운 그리고 억양의 변화가 적은 세상 편안한 방송 말이다.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는 책을 자상하고 재미나게 소개해서 마치 발라드 음악 방송을 듣는 느낌이다. 이 글을 쓰면서 배경 음악처럼 듣는데도 진행자가 하고 싶었던 중요한 말은 어느새 듣게 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마력이 부럽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onnight 2020-10-13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에게 ‘한 번 읽어줄테니 보내봐‘ 라니@_@; 그 무신경함이란 @_@;;;; 연락 끊길 만 합니다@_@;;;;;; 저도 사놓고 아직 못 읽은 책인데, 여기저기서 재밌다는 얘기 많이 들려오네요^^

박균호 2020-10-13 22:17   좋아요 0 | URL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있나봐요 ㅎㅎ

2020-10-14 1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4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인환 문학전집 2 : 산문·번역 근대서지총서 7
박인환 지음, 엄동섭.염철 엮음 / 소명출판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문학을 애호하는 독자들 사이에서 신화처럼 전해 내려오는 신비로운 사건이 있다. 1956 서울 명동  복판에 있는 빈대 떡집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예술가들이 모였다참석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시인 박인환시나리오 작가이면서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이진섭테너 임만섭이었다끊임없이 글을 쓰고 원고료를 받으러 다녔지만 쌀을  돈이 없어서 집에 들어가기를 망설이던 박인환은 명동에 들어서면 즐겁게  생각으로 흥분에 휩싸이곤 했다.


 일찌감치 막걸리를 연거푸 마신 박인환은 취기를 응원 삼아 노래 시를 지었고샹송조로 작곡을 해달라는 박인환의 부탁을 받은 친구 이진섭이  자리에서 작곡을 했다옆에 있던 테너 임만섭은 휘갈겨  악보를 보고 목청을 가다듬은 다음 우렁찬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나애심현인현미조용필박인희가 불러서 더욱 유명하게  <세월이 가면> 이렇게 탄생했다 예술가들의 천재적인 순발력과 예술성을 자랑하는  이야기는 명동 백작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이봉구가 <명동 백작>  기원을 둔다.

 

                    

1956 4월에 발행된 잡지 <주간 희망> 따르면  전설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주간 희망>이말하는 <세월이 가면> 탄생한 비화는 이랬다. 1956이른  서울 거리에서 친구 이진섭을 만난 박인환은 자신의 외롭고 차가운 마음과 술만 마시면 미어질  같은 마음을 하소연했고 이진섭은  심정을 시로표현해보라고 권했다박인환은 그러자고 했고 이진섭은 시가 완성되면 작곡을 하겠다고 다짐했다과연 박인환은 이틀 뒤에 시를 완성했고 이진섭 또한 박인환의 시를 열흘 만에 노래로 만들었다

 

둘은 이렇게 완성된 <세월이 가면> 대폿집에서 부르기 시작했고  자리에 동석했던 명동 백작 이봉구테너 임만섭 그리고 소설가 김훈의 부친인 김광주는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신화의 일원이 되었다 자리에서 테너 임만섭 <세월이 가면> 멋드르지게 불렀음은 물론이다이봉구 입장에서는  노래가 탄생하게  그간의 사정을 모르고 대폿집에서 처음 들었다면박인환과 이진섭이 <세월이 가면> 만든 과정을 이봉구에게 말하지 않고  자리에서 만든 것처럼 장난이라도 쳤다면, <명동 백작>  이야기를 일부러 지어낸 것이 아니게 된다


마침  자리에 들렀던 <주간 희망> 편집 주간 송지영이 극찬했고  일화를 <주간 희망> ‘세월이 가면명동 샹송 되기까지라는 글을 실어서 화제가 되었다. <주간 희망> 실린 글을 보고 감동을  당대 최고의가수 나애심이  노래를 정식 발표했다.

 

사실은 아니지만 <세월이 가면> 술자리에서 금방 썼다는 전설이 오늘날 까지  의심없이  되었다는 자체가 박인환이 시인으로서 얼마나 천재적이었는지를 반증한다시인으로서 박인환이 위대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그가 영화평론가로 활발하게 활동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박인환은 단순히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에 관한   편을 남긴 것이 아니었다그가 1950년에 창설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창립 회원이자 상임 간사를 역임했다는 사실을 아는가박인환은 상임 감사에 취임하고 나서 사망할 때까지 2 5개월 동안 32편의 영화 평론을 발표했다박인환이 남긴 산문 중에서 번역을 제외한다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영화평론이다

 

2015 <박인환 문학 전집 1 :> 소명출판에서 출간된 이후 5년만에 나온 <박인환 문학 전집 2: 산문번역> 소중한 이유는 다른 박인환 전집에 수록되지 않은 영화 평론을 비롯한 산문과 인간적인 면모를   있는  1소설 6기행문 1편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특히 <박인환 문학 전집 2: 산문번역> 수록된 영화 상식 영화 법안영화 구성의 기초몽타주아메리카의 영화 잡지다큐멘터리 영화세계의 영화상 등과 같은 항목이 실려있는데 박인환의 영화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박인환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최초의 (경기공립중학교 학우회지 7, 1940 6 2)이라고   있는 < 변군> 친한 친구의 죽음을 보고 박인환이 느꼈던 인간적인 소회를    있다

 

아메리카 영화의 숙명 오락성을 새삼스럽게 말하고 싶지 않다아메리카 영화는 오락 영화로선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단연 우수하다그것이 비교적 재미있고 기교 있게 되어 있다는 것은 아메리카 영화의 제작 기구와 필요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까닭이다여러가지 작품이 비슷비슷하다는 것도 결과로선 오락성이 비슷하다는 것밖에 없다전통이 없는 아메리카에서 영화가 기성 예술에게 방해당하지 않고 자유스럽게 진행된 것은 극히 자연스러웠으나오락 이상의 것을 추구한 사람들에게는 불만을 주었다

 

이보다  통찰력이 깊은 미국 영화에 대한 개략적인 평가가 존재할까박인환은 미국의 영화와 미국의 짧은 역사와 연관 지어 분석하는 영화 전문가 다운 면모를 자랑했다

 

한국의 사정은 국산 영화가 적기 때문에 영화 관객의 대부분은 외국 영화를  때가 많다그리고 그러한 외국 영화를  때에 우리들에게는 어쩔  없는 핸디캡이 있는 것이다그것은 무엇이냐 하면 외국 영화를 즐겁게 보기 위하여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읽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영화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이상 자막을 읽는다는 것은   없는 일이며 실상 자막을 읽고 영화를 따라다니고 있는 것이다그러므로 영화를 한번 보고  작품을 감상했다고   없고 이것은 단지 보았다 것밖에 되지 않는다

 

외화를   자막을 읽어야 하는 고충과  단점을 박인환은 지적했는데 그렇다면 그가 외화를 제대로 감상할  있는 방법으로 제시한 것은 무엇일까박인환은 외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일단 처음 보았을  좋았던 영화는 두어  정도는 보는 것이 좋고 그래야 영화에 대한 식견이 높아진다고 충고했다

 

사랑하는 나의 정숙,

나는 지금이  당신의 무릎을 껴안고  있는 대로 당신의 목을 끌고 싶습니다당신 없이는 세상에서 죽을 수도 없습니다   먹지도 않고 멀쩡한 정신으로 지금 미친놈처럼 나의   혼자만의 독백을 붓이 움직이는 대로 솔직하게 쓰고 있습니다당신과 함께 영원이 지내도록 하나님에게 기도합니다우리가족이 함께 모여   있도록 나는 나의 모든 정열에 바라고 있습니다사랑합니다사랑합니다.

 

박인환이  시가 아니고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에게 보낸 편지다잘생기고 술을 좋아한 탓으로 여자 꽤나 울렸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그는 아내만을 사랑했고 아내와 함께 있기를 소원한 순애보 사랑꾼이었다

 

<박인환 문학 전집 1 :> 수록된 박인환 발굴 작품의 원본이미지나 작가 연보 그리고 머리말 자체가 국문학 사료로서 보물이나 다름 없다. <박인환 문학전집>  시인의 전집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국문학 산맥에 가깝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10-09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09 0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0-10-09 16: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외국 영화를 볼 때 자막 읽는 게 영 걸리더군요.
그래서 더빙이 다시 부활해야 한다는 쪽인데
박인환의 말을 들으면 일단 두 번쯤 봐야하는 거로군요.ㅠ
<명동백작>은 오래 전에 TV에서도 했었는데 정말 인상 깊게 봤습니다.
박인환 로맨티스트로 기억되는데 그의 책은 변변히 읽어보지도 못했네요.
함 읽어 봐야겠습니다.^^
소설가 김훈의 부친이 김광주였군요. 몰랐네요.

박균호 2020-10-13 10:11   좋아요 0 | URL
네 김광주 작가는 무협소설로 한 시대를 풍미한 분이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