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표지이전 버전으로 사서 읽었다. 이 표지는 바캉스 에디션?이란다.

 

내 발로 다녀온 여행은 생생하고 강렬하지만 미처 정리되지 않은 인상으로만 남곤 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모호한 감정이 소설 속 심리 묘사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 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 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좀더 명료해진다. 세계는 엄연히 저기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세계와 우리 사이에는 그것을 매개할 언어가 필요하다. 내가 내 발로 한 여행만이 진짜 여행이 아닌 이유다. p.117

여행을 다녀와서도 여행책을 기웃거리는 이유, 내가 다녀온 곳이 TV프로그램에 나오면 반가워 다시 보는 이유는... 세계와 우리 사이에 매개할 언어가 필요하기 때문... 내가 내 발로 한 여행만이 진짜 여행이 아니므로 언제나 나는 여행에 대한 책이 그립다. 당분간 여행을 못갈 것 같아 더욱... ㅠㅠ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라는 작가는 신형철의 산문집에서 알게 되었다. 꽤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번역된 책 별로 없어 안타깝다. 집요한 글쓰기의 진수라고 할까... 읽다보면 아.. 너무하다 싶게 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의 반열에 올라서야 대가라고 할 수 있나 보다.

 

 

 

 

 

 

 

 

 

근래에 읽은 소설책 중에 재밌었던 책. 이것 역시 신형철의 책에서 알게 되었다. 세 가지 이야기가 조금씩 이어지면서 3부작의 형태로 되어있는데 나는 마지막 이야기가 가슴이 아려왔다. 아내와 사별한 후 피터는 우연히 만나게 된 침팬지 '오도'를 사게 된다. 강아지도 아니고 침팬지를 말이다. 그 침팬지와 나누는 사랑은 인간과의 그것 이상이었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해서 글을 쓸 수 있는 것일까. 아주 오래전 읽었던 <파이 이야기>가 어딘가에 있을텐데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나는 심보선이 시인인줄로만 알았지 사회학자인줄은 몰랐다.

 

서문만 읽어보고는 머리를 딩~울리는 무엇.

이 시대에 얼마나 많은 학자와 작가가 스스로를 하나의 작품처럼 '멋진 사람'으로 세상에 드러내려 하는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자신의 업적을 세상에 뽐내려 하는가? 중요한 것은 개성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예술과 학문의 주제에 헌신하는 것이다. 성취란 헌신의 결과이지 개성의 증명이 아닌 것이다. p.7

 

성취란 헌신의 결과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으로 작가는 이 책을 쓰고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나는 너무나도 오랫만에 성취란 헌신의 결과여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듣고 반성하게 되었다. 무엇을 바라고, 그것도 간절히 바라서 행해지는 일들 이외에 순수한 마음으로 나 자신을 위해 하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되는가 말이다.

 

 

작년에 헤밍웨이의 단편을 읽고는 헤밍웨이를 다시 보게 되었다.(이제서야...) 아르테 출판사의 이 시리즈가 재밌는 것 같아 쭈욱 볼 생각이다. 아.. 헤밍웨이는 그 많은 사고들에서 살아남았으니 정녕 초인같은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겠다. 현대문학의 수많은 작가에게 영향을 미친 그의 작품들을 찬찬히 다~~ 읽어보고 싶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이거나 화가이면... 나는 좀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좋아한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ㅋㅋ 그런 사람중의 하나가 빈센트.

나도 나만의 빈센트를 사랑한다. 그의 작품 뿐만 아니라 갈대같이 흔들리는 그의 인생까지도. 그의 편지들은 하나의 문학같다는 생각이 든다.

 

빈센트는 테오에게 이렇게 썼다. "우리는 되도록 더 많은 것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해. 진짜 힘은 바로 거기서 나오기 때문이란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더 행복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있어. 그 사람 역시 가끔은 흔들리고, 의심도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마음 속에 신성한 불꽃을 품고 살아갈 수 있지." 그 무엇도 제대로 사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빈센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가능한 더 많이, 더 깊이, 누군가를, 무언가를, 삶 자체를 사랑하는 일을. p.352

 

 

고고학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땅 속에서 뭔가 유물을 캐내는 사람들의 이미지이다. 고고학자가 어떤 일을 하는 가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실제 고고학의 목적은 역사 기록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과거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밝히는 것이라고 한다. 현재도 결국엔 과거가 된다. 우리가 사용하던 물건도 언젠가는 유물이 된다.

 

 

 

 

 

 

 

 

일본여행을 가고 싶다는 말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시국이다. 언젠가 가게 된다면 다시 이 책을 꺼내 찬찬히 살펴보고 가리라.

 

 

레너드 코페트의 <야구란 무엇인가>에는 위대한 감독이 세 가지를 기억하고 있다고 쓰여 있다.

"첫째, 장기적으로 보면 행운과 불행은 상쇄된다.

둘째, 언제나 내일이 있다. 셋째, 모든 선수를 똑같이 만족시킬 순 없다. " p.316

 

 

 

 

 

 

마법의 문은 늘 열려 있다. 사실은, 언제나, 그것을 찾아내고 못 찾아내고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 p.210

 

일상에서 마법을 찾아낼 수 있는 혜안을 가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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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진숙의 <시대를 훔친 미술>을 정말 재밌게 읽고는 이 작가에 대해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여러 권이 있는데 하나같이 모두 재밌게 보인다. 이 저자를 이제서야 발견하다니!

미술사도 역시나 역사의 일부로 볼 수 있으니 시대적 배경과 떼어서 논할 수는 없다. 부제처럼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을 그림과 함께 읽을 수 있다. 현대미술까지 다 읽었지만 나는 언제나 르네상스나 종교개혁 무렵의 미술이 가장 흥미롭다.

 

인상적인 구절이 정말 많았다.

미래주의자들은 분명 재능이 뛰어난 작가들이었지만, 대중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예술가에게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휴머니즘적 태도다. 그것이 예술을 오래 살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p.425

비단 미술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말 같다.

 

미술사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면 이 책에서 추천하는 도서들을 읽는다면 좋을 것 같다. 앞부분에는 주요 화가들을 소개해놓은 책을 추천하고 있고 뒷부분에는 서양미술사, 한국미술사 등에 대한 책들을 추천해놓았다. 62권이나 되니 어찌보면 일반인이 읽기에는 방대하다. 아주 오래전에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의 깨알같은 글씨를 보고 지레 겁을 먹고 못 읽었는데 그 책도 다시 한번 옛 추억을 더듬으며 펼쳐보고 싶다. 나의 첫 직장에서 퇴사할때 ㅅ 과장님이 사주신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화와 예술의 사회사>도 빛을 바랜채 책장에 꽂혀있다. ㅅ과장님은 지금 뭐하며 사시는지... 아 세월이여....

 

 

 

 

 

이로써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다 읽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곧 죽음'이라는 오셀로의 이분법적 사고가 데스데모나를 죽게 했고 자신에게도 비극이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해결되어야 할 많은 문제들은 결국 (    )에 대한 감수성의 문제인 듯하다. 생명에 대한 감수성의 차원에서 육식, 모피, 동물과 관련된 문제들을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이 책을 읽고 나니 요즘 사람들이 많이 입는 패딩 모자의 퍼 트리밍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채소, 식물도 생명이지 않은가에 대한 항변에 저자는 식물은 동물과 달리 뇌, 중추신경계, 통점을 갖지 않으므로 동물이 고통을 느끼는 방식과는 다르다고 한다. 현재의 과학이 밝혀낸 사항으로써는 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 하나쯤이 아니라 나 하나라도 하는 개인의 실천이다. 내가 아닌 타인, 다른 생명과의 연결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책이다.

 

 

 

 

이 책에 예시로 나오는 '수학이 필요한 순간들'을 수학적 논리로 찬찬히 따라 읽어가다보면 인간이 이렇게 깊게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 든다. 수학문제를 푸는 게 수학이 아니라, 혹은 논리학이나 기호학과 같이 우리들이 범접하기 힘든 학문의 영역이 아니라 수학이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겠다. 아 이런 점을 고등학교때라도 알았다면 수학을 대해는 자세가 사뭇(!) 달라졌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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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을 잠시 쉬면서 좋았던 것 중에 하나가 집에서 라디오를 많이 들었던 것이다. '책으로 행복한 12시'를 들으면 라디오 디제이의 옥구슬 같은 목소리에 저절로 긍정적으로 되는 듯한 기분.  백수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행복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이 책은 그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온 평론가가 정말 재밌다고 해서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 역시나 재밌었다! 작가의 후기를 보니 2012년 강원도 S시에서 실제로 있었던 시장 주민소환 투표를 모티프로 했다고 한다. 참고한 책이며 인터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적어놓았는데 한권의 소설을 쓰기 위해 이렇게 치밀하게 작업하는구나를 새삼 느낀다. 약을 나누어 먹는 사이...하.. 이 말은 노인분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나이가 들수록 일상적으로 먹어가는 약이 늘기 마련이다. 그 약을 둘러싼 사건에 관한 이야기.. 약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여러가지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 발견한 것은 헤밍웨이! 응? 이제와서?? 나는 비록 <노인과 바다>만 읽었을 뿐인데 열린책들에서 나온 이종인의 번역에는 헤밍웨이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아, 헤밍웨이의 단편이 이렇게 좋았다니.. 나는 왜 이제서야 발견한 것일까. 알고보니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헤밍웨이의 단편을 더 높게 평가한다고 한다. 그래서 내친김에 <파리는 날마다 축제>도 읽었다. 글을 쓰려는 노력, 열정이 파리의 풍경과 함께 그려진다. 더불어 스콧 피츠제럴드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도 재밌다. (스콧은 아내때문에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 결혼생활의 한없는 행복이 그려지다가도 이내 매력적인 다른 여성을 만나면 두 여자를 완벽하게 사랑해서 너무 괴롭다는 헤밍웨이. 죽을 때까지 헤밍웨이는 여러방면에서 열정이 정말 대단했던 것 같다. 건장한 외모에, 웃음 또한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미워할 수 없는 사내같은 느낌이랄까. 여튼 이제라도 헤밍웨이를 재발견하게 되어 다행이다.

 

 

 

그래서 갑자기 단편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 찰나. 조경란의 <소설가의 사물>을 읽었다.

"소설에서 등장인물은 그가 사용하는 소도구나 사물로 독자에게 소개되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장치로 쓰이기도 한다." p.166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 에세이집을 읽으니 다음 부터 소설을 읽을 때 사물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잘 모르는 소설가의 단편들이 소개되어 신나게 읽다가, 마음도 따뜻해졌다가, 여러 가지로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며 삶이 때론 참 허무하구나, 생각한다. 그러나 또 그래서,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떠올리게 된다. 이렇게 고마운 사람들이 세상엔 아직 있다.

 

그리고 놀라운 건 이 책의 문장들!

작가가 본업이 아닌 사람의 문장치곤 너무나 좋아서 놀란다.

 

 

 

 

 

아직 며칠 남았지만 2019년 한해 더 많은 책을 만나는 복된 한해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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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알 유희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3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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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에 읽었던 유리알 유희를 다시 읽었다. 이 책을 전혀 읽지 않은 때도 나는 유리알 유희가 도대체 뭘까 궁금했었다. 10년전 읽었을 때 읽고 난 후에 뭐지? 싶었는데 세월이 흘러 그래도 이해력이 넓어졌는지(!) 그 전보다는 이해가 되었다. 단순하게도 민음사 책 표지그림에는 영롱한 빛의 파란 구슬을 그려놓았다. 그렇다면 유리알 유희가 무엇인지 직접 언급하는 부분을 적어볼까.

'음악 이론가 바스티안 페로트가 발명해 문자나 숫자, 음표, 다른 그린 부호대신 사용

페로트는 구슬들을 꿰어 늘어놓아 만든 아이들용 계산 기구를 본 떠 수십개의 철사줄이 쳐진 틀을 하나 짜고, 그 줄에 크기와 모양, 색깔이 각기 다른 유리알들을 나란히 꿰어 늘어놓았다. 철사줄은 악보의 오선, 유리알은 음표에 해당'한다고 되어있다. 말하자면 최초에는 음악과 관련된 유희를 지칭하였으나 세월이 흐른뒤에는 직접적으로 유리알과 관련이 없는 어떤 정신활동을 지칭하는 명사로 카스탈리엔에서 사용되었던 개념이다. 이 카스탈리엔 이라는 곳이 또 엄청나게 매력적이다. 어렸을 때 소수정예로 선발된 아이들이 교육을 받는데 말하자면 영재학교다. 스물 다섯 정도에서 완료되어 수료를 하면 수도회에 입문한다. 수도회를 탈퇴하지 않는 한 자유로운 전문직에 종사할수 없고, 일생 동안 수도회의 규칙에 예속되며 재산 소유 금지, 독신 생활이 조건이다. 물론 나중에 공립학교나 대학의 전문 교사가 되어 카스탈리엔을 떠날수도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요제프 크네히트는 엘리트코스를 밟아 결국 유리알 유희의 명인이 되었으나 우려했던 것과 같이 마치 온실안에서 정신적인 활동만을 하며 살아온 자신의 생을 부정하고 유리알 유희의 명인직을 버리고 탈출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친구 데시뇨리이다. 마지막에 데시뇨리의 아들 티토의 교육을 시작하려 하지만 어이없게 죽음을 맞이 하게 된다. 헤세의 다른 작품들에서와 같이 이 책에는 두 가지의 세계에서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는 인물들이 나온다. 뒷부분에 요제프 크네히트의 세가지 유고가 나오는데 이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고 헤세의 뜻(?)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도 어렸을 때는 카스탈리엔과 같은 곳에서 영원히 정신적인 세계 만을 추구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책을 좋아하고 범생이 기질이 다분했던 나라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의 한계는 나이가 듦에 따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래도 그런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똑똑한 아이들의 생활을 상상해보면 3월의 봄같은 설레는 마음을 숨길 수 없다.

 

2권 176쪽에 단계라는 시가 나오는데.. 인생의 어느 때에든 우리를 지켜 주고 살아가도록 도와준다는 힘이 있다는 것에 위로가 되어 옮겨본다.

 

 

단계

 

꽃이 모두 시들듯이,

젊음이 나이에 굴복하듯이,

지혜도, 덕도, 인생의 모든 단계도

제철에 꽃피울 뿐, 영원하지 않네.

생의 부름을 받을 때마다 마음은

슬퍼하지 않고 용감하게

새로이 다른 인연으로 나아가도록

이별과 새 출발을 각오해야 하지.

그리고 모든 시작에는 이상한 힘이 깃들어 있어

우리를 지켜 주고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

.

.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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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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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자의 이력이 흥미롭다. 동아시아 최초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 이기도 하고, 사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서강대에서 라틴어 강의를 맡아 수업했던 강의록을 책에 맞게 수정한 것이다. 라틴어라고 했을 때 나는 수레바퀴 밑에서나 나오는 유럽아이들이 어렸을 때 어렵게 배우는, 지금은 쓰이지 않는 언어라는게 떠오른다. 19쪽에 나오는 라틴어 do동사의 활용표만 보더라도 엄청난 표 한장으로 요약되어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불어나 독일어를 공부하는 것은 라틴어에 비하면 껌이겠군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실행에 옮기기는 만무하지만... 어쨌든 어려워서 아름답게 느껴지는 라틴어가 조금이라도 궁금한 사람에게는 아, 이런 것이 라틴어구나하는 걸 알게 해준다. 저자가 사제라고 생각해서인지 글에 때가 뭍지 않고 순수하다고 느껴진다. 이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의 편지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목이 메인다. 내 젊은 청춘이 기억나서였을까... 뿐만 아니라 로마의 문화, 사회, 교육제도 전반에 관한 상식도 간간히 전하고 있다.

 

Hodie mihi, cras tibi

호디에 미기, 크라스 티비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p.151

 

로마의 공동묘지 입구에 새겨진 문장이라고 한다. 오늘은 내가 관이 되어 들어왔고, 내일은 네가 관이 되어 들어올 것이니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라는 뜻의 문구라고 한다. 인간은 죽음으로써 타인에게 기억이라는 것을 물려준다. 어떤 기억이냐에 따라 다시는 떠올리기도 싫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향기로운 사람으로 기억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묻고 또 물어 좋은 기억을 많이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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