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수업 2>는 베토벤이다. 이와 함께 클래식클라우드의 <베토벤>도 함께 읽었더니 좋다. 베토벤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사람들의 취향을 이끌었다. 혁명의 시대에 새로운 음악을 갈구하던 욕구와 잘 맞아떨어졌는데 가볍고 유쾌한 밝은 음악이 아니라 집중해서 분석하며 듣는 것이 어울리는 음악이다. 빠르기말 조차 표준화된 속도를 명시했을 만큼 철저했던 베토벤의 음악은 그래서 연주자들에게는 해석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한다.  

이십대 후반에 이미 귀가 들리지 않았다고 하니 음악가에게는 생명인 청력을 잃은 것은 정말 운명의 장난이 아니고서는... 하지만 그 이후에 대작들이 쏟아져나왔으니 정말로 인간 승리라고 밖에는 말할 수가 없다. 베토벤의 생애를 읽으며 합창 4악장을 들으면 정말 눈물이 나온다. 청중들의 박수소리도 들리지 않고 비록 실제 지휘는 다른 사람이 옆에서 했지만 그가 마음 속에서 그려낸 웅장한 음악은 어떠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오. 음악의 아버지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라는 말이 참으로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훌륭한 오르간 연주자였고 (유튜브에서 오르간 연주자의 영상을 보니 와.. 발이 막 날아다닌다.) 교회의 칸토르라는 보직을 맡았을 때 거의 일주일에 한 곡씩 작곡을 했으며 훌륭한 음악 교육가였다고 한다. 클래식 매니아의 수준에 이르면 최종적으로는 바흐의 음악을 좋아하게 된다는데...

이 시리즈는 나같은 클.알.못에게는 정말 유익한 책들이다.

 

 

 

 

 

 

 

 음악은 미술과는 달리 어찌보면 매우 추상적이다. 많은 것이 그렇지만 알지 못하고 듣는 것과 지식을 쌓고 듣는 것은 확연히 다르리라 생각한다. 음악가나 음악작품에 대한 일화들을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이 책은 문장이 참 따뜻해 이 가을과 잘 어울린다. 더불어 QR코드로 직접 들어볼수도 있는데 가끔 삭제된 영상들도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저자가 연주자이다 보니 연주자가 전해주는 생생한 이야기가 앞선 책들과는 또 다르다. 지난한 연습의 과정이 있었기에 오늘의 손열음이 있는 것이겠지. 어떤 부분이 잘 되지 않으면 될 때까지 천번을 연습한다는 한 바이올리니스트의 이야기에서 10년 동안 3시간만 매일 해도 달인이 된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은 별거 아니다못해 쉽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아무쪼록 강건히 본인의 길을 가고 있는 이 연주자에게서 많은 사람이 감동받고 위로 받길.

 

 

 

 

 

 

지식에 대한 야망으로 만들어낸 거대한 괴물이 아이러니하게도 갈구한 것은 사랑, 교감, 우정같은 타인과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 욕망을 얻기 위해 프랑켄슈타인이 사랑했던 사람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게 되는 설정이 다소 동화스럽긴 하다. 

하지만 생명체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서

타인과 비대면 해야하는 요즘의 현실에서 우리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원인이 무엇이고 사람들을 만나고 교감했던 일상적인 것들이 얼마나 당연하며 그래서 소중한 것들이었는지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책장이 그야말로 술술 넘어간다. 스물한살에 쓴 작품이 이 정도라니 놀랍다! 괴물이 언어를 배우는 과정, 다른 사람집에 숨어 살며 책을 읽고 지식을 늘리고, 사람의 문화에 대해 배우는 과정을 서술한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다.

그런데 괴물은 이름조차 갖지 못했다니 참으로 슬프구나.

 

 

페르메이르의 그림들에는 고요, 온화함, 사려 깊음 같은 것들이 깃들어 있다. 비록 책으로 보는 그림이지만 그림을 바라보는 동안 내 방안에도 평온이 내려앉는 것 같다. 평생 43점에서 60점 정도 사이를 그렸고 현재 남아있는 것은 35점이라고 한다. 개인사를 추측할 만한 기록물들이 전혀 없어 더욱 신비로움이 배가되는 화가다.

어떤 화가가 당대에는 관심 밖이다가 후대에 관심을 받게 되는 것도 참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후에 가족들이 생활고로 인해 그림들을 팔았고 그것들이 전세계로 뿔뿔히 흩어져가게 된 것도 마찬가지로 운명같다. 이 책을 읽으니 언젠가 네덜란드에 꼭 가보고 싶다.

 

 

 

 

 

사회학자 노명우 교수가 차린 니은서점! 아니 왜 이제야 알게 된 것인가. 벌써 2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서점을 운영하는 일이 이 시대에 어떤 가치를 가지는 일인지, 요즘 늘어나는 독립서점들이 그냥 유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의 말대로 10년도 잘 버텨내는(아니 그 이상도-) 그런 서점이 되길 바라며 책을 주문했다.

 

 

 

 

 

 

 

 

장강명의 <책, 이게 뭐라고>를 읽다가 알게 된 책이다. 장강명의 책은 아직 읽는 중이므로 할 말은 나중으로...

저자인 황승택 기자는 백혈병이 두번 재발하여 불굴의 의지로 재활하고 현재는 다행히 복직해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입원한 와중에도 직업정신을 발휘하고 힘들지만 긍정적인 에너지로 다시 일어서려는 모습이 마음이 아프면서도 장면장면은 정말 재밌게 읽힌다. 이런 선하고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병마라는 시련도 당연히 잘 극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속으로 진심어린 응원을 보낸다.

 

 

 

 

 

오늘 바람이 많이 불면서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내장산은 못가서 아파트 단지 단풍 좋은 길을 내장로라고 불러본다. ㅠㅠ  남은 두 달도 열심히 읽어서 올해는 백권을 채울 수 있기를... 으썁! 힘을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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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8 - 위기와 극복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8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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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권에서도 여전히 카이사르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에서는 아직 뒷부분을 읽어보지 않았으나 이후 황제들의 잘잘못의 기준은 카이사르가 되는 듯하다. 카이사르가 대단한 인물인 것도 있겠으나 카이사르에 대한 사랑을 넘어 편애가 엄청나다. ㅎㅎ

8권에서는 총 6명의 황제가 등장한다. 갈바, 오토, 비텔리우스, 베스파시아누스, 티투스, 도미티아누스가 그들이다. 앞의 세명 갈바, 오토, 비텔리우스는 집권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길어야 2년 정도였으니 황제가 되자마자 갈아치워지는.. 뭐 하나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채 죽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짧다보니 뭐 기억에 남는 것도 없다. 당연히 사회는 어수선했고 베스파시아누스(서기69년~79년)의 최대 과제는 무너져가는 제국을 안정되게 재건하는 일이 급선무였을 것이다. 

새로운 제국의 체계들은 이미 카이사르가 마련했고 이를 확고히 한 것은 아우구스투스였으니 베스파시아누스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책임감과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건전한 상식이었다. 창의적이지도 않고 그렇게 뛰어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 베스파시아누스였지만 제위에 오를 때 공약한 대로 무난하게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며 자신의 아들에게 제위를 물려주게 된다.

아들인 티투스(서기79년~81년)는 나이도 경험도 업적도 부족하지 않고 선정을 베풀고자 한 인성마저 훌륭한 게다가 반대파도 없는 황제였다. 하지만 티투스에게는 고난이 닥치는데 바로 엄청난 재난들이 여러번 몰려온 것이었다.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 80년 로마 도심의 대화재, 81년 전염병까지 재난의 사후처리에만 밤낮 몰두하다 끝나버렸다. 시민들이 유대공주와의 결혼을 반대하자 독신으로 살았고 현장에서 재해를 진두지휘했던, 가끔 목욕탕에도 깜짝 나타났던 황제였는데....

마지막으로 베스파시아누스의 둘째아들인 도미티아누스(서기81년~96년)가 제위에 오른다. 서민적인 티투스에 비해 귀족적인 생활로 미움을 샀던 황제는 여러가지 공공사업, 게르마니아 방벽 건설에 착수했으나 결국에는 기록말살형으로 황제로서는 가장 치욕스런 생을 마감한다. 


베스파시아누스가 제위에 오른 뒤 도미티아누스가 죽을 때까지 27년을 세 황제가 다스린 셈이다. (플라비우스왕조) 로마 제국이 직면한 위기를 수습하고, 제국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고, 게르마니아 방벽 건설을 비롯한 수많은 정책을 시행하여 제국의 활력을 되찾고, 로마 제국이 번영으로 나아갈 기반을 쌓았다. 이를 기반으로 5현제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8권은 살짝 내용이 늘어지며 지지부진하게 읽었다. 이제 9권으로 나아간다. 




포스투무스에게

인생을 즐기는 것은 내일부터 하자고? 그러면 너무 늦다네. 즐기는 것은 오늘부터 해야 돼. 아니, 그보다 현명한 건 어제부터 이미 인생을 즐기고 있는 사람이라네.   -시인 마르티알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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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 천재 작곡가의 뮤직 로드, 잘츠부르크에서 빈까지 클래식 클라우드 7
김성현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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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신동인 사람이 어른이 되어서 거장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의미에서 모차르트는 우리에게 음악가하면 거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다. 그러나 모차르트에게 아버지 레오폴트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러한 음악적 성과를 냈던 거장이 될 수 있었을까.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누이 난네를과 모차르트는 궁정 악장이자 음악교육가인 아버지의 교육으로 누구보다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3년 5개월 동안 88개국을 돌며 음악회를 열고 유명한 음악가들과의 만남을 주선할 수 있었던 교육자로서의 결단이나 실천력은 지금이라면 절대 흉내낼 수 없는 부모의 역할이었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재능의 조기발견이야 말로 천재 탄생의 첫번째 조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식 교육에 있어 참으로 어려운 점이 드러나는데 헬리콥터 파파같은 레오폴트의 존재가 모차르트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스무살이 되어 모차르트는 몇개국을 돌며 구직전선에 뛰어들지만 좀처럼 취직을 할 수가 없었다. 아들의 취직은 곧 가족의 이주를 의미했던 레오폴트는 너무 높은 연봉이나 처우를 기대했던 탓이다. 결국 아버지는 잘츠부르크에 안주하게 되고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울타리를 넘어서 빈에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는 콘스탄체와의 결혼도 단행했고 경제 관념이 없어서 말년까지 후원자나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생활해야 했다. 하지만 부모로부터의 독립이 있었기에 오늘날 사랑받는 모차르트가 존재하게 되었을 것이다. 

천재는 타고 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유전이라면 모차르트의 아들 둘이 평범한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들어진다는 것에는 여러가지가 의미가 있겠으나 모차르트가 어떤 식으로 작곡에 몰두하며 열정을 쏟아부었는지 읽어보면 하늘이 그냥 내리는 천재는 없나보다. 즉 게으른 천재는 없다는 말이다. 

1990년대 후반에 모차르트 이펙트라고 하여 모차르트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창의성이 높아진다는 설이 있었다고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증명된 바 없는 상술이라고 한다. 다음의 문구들이 기억에 남아 옮겨본다.


아이들에게는 클래식 음악만 들려주어야 할까. 그렇지만도 않다. 자유롭고 변칙적으로 약동하는 리듬감을 통해 창조력과 상상력을 키우고 싶다면 재즈가 효과적이고, 차분한 정서 함양에는 우리 전통 음악이 안성맞춤일 것이다. 반대로 로큰롤은 비교적 단순하고 공격적이지만 활력을 불어넣는 것도 사실이다. 반드시 음악만 육아와 교육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미술과 건축, 패션과 무용, 문학과 영상까지 온 세상은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건강한 자극으로 가득하다. 그런데도 모차르트의 음악만 특효약이라고 주장하는 발상은 그 자체에 불순한 상업적 동기가 숨어 있다. 


참고문헌이나 자료조사가 돋보이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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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저 보기에 화사하고 예쁜 인상주의 그림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들을 읽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 성실함이란! 새벽 3시반에 일기에 의해 달라지는 물가의 풍경을 그리고자 작업할 것들을 짊어지고 가는 자의 숭고함. 오늘날에는 같은 대상을 여러 차례 그리는 연작이 흔한 일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화가가 연작을 그리는 일이 드문 것이었다고 한다. 

말년에 그린 수련 연작들은 후에 칸딘스키가 추상의 개념을 발전시키는 시초가 되기도 한다. 

마네의 그림들 하면 검고 간결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스페인 회화의 영향을 받아 배경은 단조롭게 생략하면서 어두운 검은 계열로 처리하고, 입체적이지 않고 평편한 이미지는 일본회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모네는 인상주의의 마지막 생존자로 말년에는 부와 명예를 누리는 영광을 안았다. 그 즈음으로 미국화상들이 프랑스의 그림들을 사서 반출하는 붐이 일었는데 모네 친구들이 기금을 마련하여 파리에 계속해서 그림들이 남아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오랑주리 미술관의 건립 등) 그들의 노력으로 인상주의의 많은 그림들이 다행히도 고국 파리에 있는 것이리라. 

화가가 평생 작품활동을 하는데 자신의 재능도 물론 있어야겠으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료 화가들, 자신의 그림을 사랑해주는 컬렉터,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화상이 주는 역할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느낀다. 모네는 이런 모든 것들을 잘 만나 한 생을 진하게 살아냈고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화가로 남았다. 



이 책의 제목만 보고는 뭔가 모네에 관한 책인줄 알았는데 그런 건 아니었다. 기자신분으로 런던에 1년 체류하며 연수기간의 생활을 적은 에세이집이다. 매우 성실한 사람인지 런던에 가서도 어학연수를 하고 개인PT를 하고 전시회에 다니고 안하던 요리를 하는 등 매우 열심히 생활한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챙겨서 사는 내내 함께하고 싶다. 지치고 지루한 날이 찾아와도 좋은 것들 덕분에 금방 기운을 차리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말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것들과 '다시 보자'는 약속을 할 것이다. 그리고 계속 약속을 지킬 생각이다. 런던에도 약속한다. 다시 만나러 오겠다고. p.267


좋은 것들을 볼 때 다시 만나러 꼭 오자,라는 마음 속의 다짐들을 나도 자주 해봐야겠다. 



<시대를 훔친 미술>의 저자 이진숙님의 16년도에 나온 책인데 이제야 알아봤다. 문학과 미술이니 바로 행복해지는 독서.

서문만 읽어보아도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우리의 삶은 다양한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애나 결혼에 실패했다고 해서 인생이 망하는 것도 아니고, 입시나 취업, 사업에 실패했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지도 않는다. 설혹 한 부분에서 실패해도 패배자로 남아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각자 자기 삶에서 승리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른 조건에서 태어났다. 원망할 필요도 우월감을 느낄 필요도 없이 그게 나의 시작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자기를 긍정하고, 자기 삶을 사랑하는 것,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것, 자기 스스로 행복감을 찾는 것,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이다. 자신이 삶에 충실할 것, 그리고 그렇게 타인의 삶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해 주는 것,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인문학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 p.14



1권에 이어 2권을 읽는다. 기승전 정치 이야기가 좀 아쉬웠는데 2권은 1권 보다는 덜하다. 알쓸신잡 같은 지식들을 쉽고 재밌게 풀어내 아무 쪽이나 펼쳐 읽어도 좋겠다. 이런 책은 집안을 데굴데굴 구르다가 다 읽게 되는 것! 살면서 잘 몰라서 과하게 걱정되는 부분들에 안심을 준다. 


도심지에서 싱크홀이 발생한다고 해서 무작정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굴착공사를 할 때 지반이 침하하든지 상하수관에서 물이 새어나오면서 오래와 자갈이 내려 앉아서 싱크홀이 발생한다. 즉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의 실수로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뜻이다.


라돈은 화학 반응성이 거의 없어서 먹어도 즉시 배출된다. 높은 농도의 라돈 가스를 오랫동안 마시면 폐암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언제나 양이다. 가끔 창문을 여는 것으로도 라돈 문제는 해결된다. 실수로 라돈이 들어간 문제의 침대는 폐기하면 그만이다.


뭐... 이런 것들. 그나저나 우리나라에 아직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다는데 하루속히 건립될 수 있길 바란다.  


난생 처음... 이 시리즈로 미술이야기를 읽어보니 너무 재밌길래 클래식 수업도 읽어본다. 역시나 이 책도 정말 재밌다. 딱 초보자인 내 수준이다. 1권은 모차르트 이야기다.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모차르트는 물론 천재였으나 그의 노력 또한 천재적인 재능 못지 않았다는 것. 여덟살 나이에 음악이론을 공부한 악보 사진이 인상적이다. 모차르트가 살았던 1700년대에 음악가는 도제방식으로 길러져 집안 전체가 음악가인 경우가 많다. 또 궁정음악가로 취직?하고는 했는데 궁정음악가는 말하자면 하인 같은 것이었다. 예로 하이든은 에스테르하지 공작의 궁정음악가로 30년을 근속한다. 궁정에서 벌어지는 음악과 관련된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데 악보관리나 악기보수 일까지 포함된다고 한다. 복장에 제약도 있었고 하기 싫은 일도 해야했지만 하이든은 그래도 자신의 음악을 사랑해주고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고 한다. 

그러나 모차르트 같은 경우는 그런 생활을 견디지 못해 뛰쳐나왔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한다. (큰 씀씀이나 그 당시 사회경제적 상황 등이 좋지 않았다.) 서른 다섯 무렵에 죽은 것이 정말 안타까운데 그 당시 유럽 성인남자의 평균 수명이 34.3세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설명 옆에 바코드가 있어 휴대폰으로 찍으면 음악을 들으며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천재의 비운의 생애는 그 음악을 더 극적으로 들리게 한다. 하지만 그런 재능은 그냥 하늘에서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부단히 갈고 닦아 만든 그의 주옥같은 음악에서 받는 위로가 요즘 같은 시국에... 새삼 크게 느껴지는 밤이다. 

한번 읽어 보시길 추천드린다.



마치 문장수집가인양 에세이집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을 모아놓는 블로그가 있다. 그냥 아무것도 없고 문장들만 덩그러니... 오래전부터 해오던 일이 오늘은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말랑말랑한 에세이집들도 읽었다.










이런 맛있는 것들을 먹으러 갈 수 있는 날들이 언젠가 오겠지요? 













서술이 왔다 갔다 해서 조금 복잡한 듯 느껴져 다시 읽고 싶다. 백석의 시가 이리 아름다웠던가! 백석의 인생을 생각해보고... 가슴이 저릿저릿하다. 











요즘 느끼는 것은 주변의 소중한 이들을 지켜주어야한다는 것. 그것이 나를 지키는 일임일. 지켜주어야 할 누군가가 있어서 감사하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모두들 힘내고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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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일곱해의 마지막>을 주문했더니 책 안에서 엽서가 두 장 나왔다. 그중 봄밤의 벚꽃사진에는 김연수의 친필로 짧은 메세지가 적혀있었다.

"눈 드물던 겨울과 입 다문 봄 지나 뻘써 뜨거운 여름이네요."

그렇지 입을 다물고 지낸지 반년이 지났지.. 길거리에 마스크 잘 쓰고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어제는 왈칵 눈물이 나왔다. 다들 살아가느라고 얼마나 힘들지.. 쉬이 감동하고 쉬이 울적해지는 날들이다. 작가의 말대로.. 모두들 여름의 끝까지, 아니면 올해의 끝까지가 될지라도 지치시지 말기를....

 

6권에서는 북유럽의 르네상스와 제대화, 베네치아의 미술 등을 다루고 있다.

다시 보게 되는 화가 반 얀 에이크와 알브레히트 뒤러(!).

뒤러는 여행하며 본 것을 낱낱이 기록했는데 사실 뒤러가 영향력있는 화가로 훗날 인정받는 것은 그가 남긴 방대한 기록때문이었다고 한다. 풀과 곤충을 그린 그림이 인상적이다.

 

이탈리아 화가들이 원근법을 적용한 공간에 해부학적으로 정확한 신체를 그려넣으려고 했다면 북유럽 화가들은 피부, 머리카락, 주름 등 눈에 보이는 세부를 얼마나 실감나게 표현할지에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북유럽 회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피렌체의 산타 크로세 성당,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베네치아의 프라리 성당(산타 마리아 글로리오사 데이 프라리 성당)은 나중에 꼭 가보고 싶구나.

 

역시나 흥미로운 인물들이 대거 등장. 어렸을 적 감동받아 읽은 마리 퀴리를 어른이 되어 읽으니 또 다른 감동이 있다. 그나저나 너무나 가난했고, 일을 하는 와중에 자녀를 길어내는 부분이 남의 일 같지가 않구나. 팡테옹에 나란히 누워있는 마리 퀴리와 피에르 퀴리 무덤이 생각났다.

라듐 추출에 대한 특허권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인류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해 포기했던 과학자 부부. 피에르가 죽은 뒤 다른 과학자와의 사랑은 깜짝 반전이네! 모르고 있었다.

 

1918-1920년의 인플루엔자, 일명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적으로 5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의 사상자 수가 900만이었다-엄청난 사건이었다. 

이제 이런 문구가 다르게 읽혀진다. 그 격랑의 시기를 지나갔던 그 때에도 사람들은 지금의 나와 같은 기분이었을까. 치사율이 훨씬 높았으므로 더 공포스러웠으리라.

프루스트 

"언제까지나 시간 속에 있다고 여기면 잘못일세. 우리의 중요한 부분은 시간 밖에 있다네." p.231

 

 

마지막 권이다. 이름은 들어보았으니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인물들에 대해 관심이 생긴다. 르코르뷔지에(샤를-에두아르 잔느레)와 만 레이. 그리고 이사도라 덩컨.

 

음악, 미술, 건축, 패션, 자동차 산업 등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던 그 시대는 찬란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어쩐지 지금보다 획기적이고 드라마틱해서 하루하루가 흥미진진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어떤 한 시대를 평가하는 것은 먼 훗날의 일이므로 지금 우리의 시대는 어떻게 훗날의 역사가들에 의해 기술될까, 궁금하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들에서 계급 의식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는 그의 성장배경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유복한 집안 출신인 어머니의 교육열로 피츠제럴드는 쟁쟁한 가톨릭 명문가 자제들 틈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비교하며 성장해야 했다. 동부의 아이비리그인 명문 프린스턴대에서 우월의식에 사로잡힌 특권층 자제들을 만나면서 위축되었고, 젤다에게 파혼당한 것도 자신의 가난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계급의 사다리에서 한 칸 한 칸 더 올라가기위해 고군분투했던 그의 삶은 어쩜 위대한 개츠비의 삶과 그리도 비슷한지..

<위대한 개츠비>는 반드시 영문판으로 읽어야한다는 말에 잭각 주문했으나 그대로 책장행... ㅎㅎ 언젠가 읽게 될 날이 오겠지.

최민석 작가의 유머는... 이런 진지한 책에서도 빛을 발해 재밌게 읽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스승인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는 허구이고 진리는 눈에 보이는 자연의 세계에 속해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의식활동에 대한 기술, 습성과 행동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석, 수많은 정치체제에 대한 기록은 그 가운데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아테네의 거류민으로 살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고 그래서 말과 행동에 늘 조심을 해야했을 것이다. 기원전 사람이라 여행을 하며 발자취를 찾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여튼 그 오래전 사람의 저작물이나 기록이 남아있다는 것도 참 대단하구나.

윤리적으로 승인된 행동은 반복을 통해 내면의 습성으로 굳어진다. "우리는 정의로운 일을 함으로써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 절제 있는 일을 함으로써 절제 있는 사람이 되며, 용감한 일을 함으로써 용감한 사람이 된다.(니코마코스 윤리학)

반복을 통해 내면의 습관으로 만들 것! 기억해야겠다.

 

 

<아무튼, 메모>에서 <긴 여행의 도중>을 알게 되었다. 

모든 것에는 똑같은 시간이 평등하게 흐르고 있다. 저 알래스카의 혹등고래와 불곰에게도 대한민국 어디에 지하철을 타고 가는 사람에게도...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어떤 위로가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득히 먼 자연이 그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는 것만으로도 비루한 우리 일상이 조금 풍요로워지지 않을지..

 

 



 

 

이탈리아 르네상스하면 메디치 가문을 떼어놓고 얘기할 수 없다.

어떻게 수 세기 동안 일개 하나의 가문이 학문 부흥이나 예술 장려에 그렇게 아낌없는 지원을 할 수 있는지 우리나라로서는 상상할 수가 없는 일이다. 그 메디치 가문이 했던 일들만 읽어보아도 이 책은 정말 재밌다.

 

 

 

 

 

 

 

 

매일 글쓰기를 하면 글이 이어져서 천을 짠 것처럼 또 다른 자기가 나올지도 모른다. 외국어 공부는 새로운 자기를 만드는 일, 미지의 자기를 발견하는 일이다. 나를 비롯해 일본어가 모어인 사람들은 일본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웠다. 생각해선 안 되는 일, 입에 내서는 안 되는 말이 금기로 머릿속에 일본어로 설정됐다. 다시 말해 일본어로 글을 쓰면 자동적으로 금기를 건들지 않게 된다. 대신에 외국어로 글을 쓰면 이 금기를 배척하는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평소에 생각지도 못한 것을 과감하게 쓰기도 하고 잊어버렸던 어린 시절 기억이 갑자기 되살아 나기도 한다. p.208

생각의 그릇인 언어,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창 하나를 더 갖는 것이다. 별로 쓸 일이 없을 것 같은 불어를 공부해볼까... 볼까만 어언 몇 년.. 실행으로 옮겨보자.

 

 

불볕더위가 기다린다고 한다. 올해도 반이 지나가고.. 남은 6개월도 열심히 읽고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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