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유희와 쾌락은 어찌보면 일시적인, 찰나의 일이라 진지하며 도덕적인 인생을 추구하며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멀리해야 할 요소라 생각된다. 하지만 인생이 참으로 덧없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중년의 문턱으로 들어서고 보니 케이크와 맥주 만큼 인생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요즘은 날씨가 너무 좋아 아름다운 자연풍경 같은.... 것도 추가.

덧없는 인생, 케이크와 맥주로 행복하게. 그런데 나는 케이크와 맥주 둘다 별로 안좋아한다. 대신 커피와 책으로 행복하게!

역시 서미싯 몸 소설은 다 재밌다.

 

 

 

 

 

 

 

엉망이 되어 회복하기 힘들어보이는 인생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저자는 분류학자이자 우생설을 주장한 데이비드 조던의 삶을 추적한다. 자연의 전체 시스템으로 보면 하나의 개체는(인간이라 할지라도) 그저 무의미한, 대를 잇기 위해 존재하는 우연의 산물일뿐이다. 과학자인 아버지를 둔 저자도 그런 말을 들으며 성장해왔다. 제목이 어쩌면 이 책의 반전이라면 반전이겠는데 어류라는 종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데이비드 조던에게서 인생의 답을 찾으려던 저자는 오히려 데이비드 조던이 살았던 반대의 삶에서 그 답을 찾게 된다.

-의미가 없으므로 자유로울수 있다.

-의미가 없다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두 가지의 문장이 상충한다. 의미.. 의미.. 생의 의미... 그것을 평생 찾아가는 것이 우리 인생이 아닐런지.

하찮아 보이는 아주 작은 존재들조차 자신이 속한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고, 자신이 받은 빛을 더욱 환하게 반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다.

 

 

 7권은 르네상스의 마무리편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로마의 르네상스 이외에 베네치아의 르네상스에 대해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티치아노의 회화가 그렇게 중요한지! 이번에 알았다. ㅋㅋ 건축가 팔라디오도 이번에 집중해서 읽으니 재미있었다.

 

모든 사람은 언젠가 로마에 오게 되어있다.

-로버트 브라우닝

 

생각하면 이루어진다고 하였으니 언젠가는 로마땅을 밟을 수 있겠지.

 

 

 

 

 

나에게 '괜찮아'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해준 사람 나의 엄마. 이제 많이 늙어가는 엄마이지만 오래도록 내 곁에서 '괜찮아'라는 말 많이 듣게 해주길... 기도해본다.

한국 음식을 외국에서 산(비록 한국인 엄마를 두었을지라도) 사람의 입장에서 서술한 것이 재밌다. 누른밥 같은 것을 표현할 때 밥을 냄비에 굽는다는 표현이 나와서 웃었다. 밥은 태우는 거지하며. 이런 차이를 읽는 재미가 있다.

 

엄마는 무슨 일이든 어찌어찌 잘 풀릴 거라고 내게 말해줄 수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었다. p.203

 

 

 

 

저자의 아버지가 81세이신데 아직도 버거킹 치즈와퍼를 거뜬히 드신다는 글에 흐뭇하면서 애잔한 마음이 든다. 내 주변의 어르신이라 불리는 나이드신 분들을 떠올려보며...  가을이라서 그런가 보다.

오 나도 저자와 같은 INTJ. 어쩐지 이 만화 재밌더라니.. >.<

 

 

 

 

 

 

 

 

함정임 작가의 에세이는 무조건 사랑입니다. ㅋㅋㅋ 다른 책들은 세월이 흐르면 처분하는 경우가 많은데 함정임 작가의 에세이들은 고스란히 책장 한켠들을 차지하고 있다.

 

 

읽으면 쓰고 쓰면 더 읽는다. (...)

읽고 쓰다보면,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게 된다. 작가와 작품이 영원히 살아 숨 쉬는 그곳, 현장 속으로.

p.171

 

 

 

 

 

어떤 지점에서 공감을 하게 되는 그 순간이 좋다. 그러고 보니 내가 기자들이 쓴 에세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

 

 

 

 

 

 

 

 

 

 

 

한.. 세달 전에 읽은 제발트의 첫 책.

이 작가 뭐죠??? 소설 안의 사진, 그림들은 또 뭐구요? 로베르트 발저의 문체를 생각나게 하는..

다른 책들도 읽고 더 탐구(?)해 보아야 할 작가 리스트에 추가.

 

 

 

 

 

 

 

 

 

1박2일 짧은 여행에 들고 갔던 최은영의 짧은 소설.

 

 

 

 

 

 

 

 

 

 

 

 

책을 덜 읽게 되니까 도서관을 멀리하고 거의 모든 책을 사서 읽게 되더라구요. 전에는 책을 도서관에서 많이 빌려 읽었거든요. 하하. 집에 책이 쌓여갑니다. 늘 그렇지만 ^^;;;

요즘은 조너선 프랜즌의 <자유>를 읽고 있는데 두께 무엇? ㅋㅋㅋ

에이모 토울즈의 <링컨 하이웨이>가 기다리고 있고, 민음사의 문학전집 여러권도 책상 위에 누워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날씨가 참 좋은 요즘입니다. 자랑(?)이지만 제 생일이 9월에 있는데 이렇게 좋은 날에 태어나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제 서재에 방문해 주시는 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풍요로운 가을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는 또 몇 권 읽은 책 들고 년말에나 올 것 같아요. 

ㅠㅠ 시간이 화살같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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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03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스파피 필름님! 생일 달도 9월! 저도 !🤚
세템버에 태어난 아가들 복덩이들 ^^

함정임 작가님 에세이
짧아서 아쉽기도 하고 마지막 쪽배 타시고 다음 여행지로 향하셨을 것 같고!

스파피 필름님 연말에 돌아 오신다 뇨 ㅠ.ㅠ

무시 무시한 태풍이 온다고 하는데
스파피 필름님 계신곳 별 탈 없으시길 바랍니다

해피 추석
ଘ(੭*ˊᵕˋ)੭»ㅡ🌕

스파피필름 2022-09-03 10:25   좋아요 1 | URL
오 스콧님도 9월에 태어나셨군요!! ^^;;; 미리 생일 축하드려요 ♡

함정임 작가 비슷한 느낌의 여행과 책 관련 에세이들 좋아해요^^

연말은 너무 했나요 ㅋㅋㅋ 그럼 10월말에 읽은 책들로 돌아오겠습니다 근데 사실 알라딘 로그인은 거의 매일 해요 ㅋㅋㅋ

scott 2022-09-12 23: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파피 필름님 추석 연휴 동안 맛나는거 많이!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 셨나요!

에이모 토올즈의 <모스크바의 신사> 영화에 이안 맥그리거가 주인공으로 뙁!ㅎㅎㅎ

연말이 아닌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부는 구월에 돌아 와 주세용 ^^

스파피필름 2022-09-13 21:28   좋아요 2 | URL
네 스콧님도 잘 쉬셨나요? 오늘 출근하려니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이었습니다 ㅋㅋㅋ

모스크바의 신사가 영화화 되는군요!! 이안 맥그리거 어울리는거 같아요 기대됩니다 ^^

열심히 읽고 선선한 가을에 페이퍼 하나 들고 올게요
스콧님도 행복한 9월 보내세요
^^♡♡

scott 2022-10-07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파피필름님 이달상 추카 합니다

다음편 페이퍼도 올려주세요 ^^

스파피필름 2022-10-07 14:39   좋아요 2 | URL
컥... 이게 무슨 일이죠? @.@ 감사합니다 스콧님 ㅠㅠ
독서를 더 열심히 해야 양질의 페이퍼를 쓸텐데요
남은 10월도 열심히 읽어야겠어요 불끈!! ^^;;

thkang1001 2022-10-07 16: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파피필름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연휴 보내세요!

스파피필름 2022-10-08 08:32   좋아요 1 | URL
thkang1001님 감사합니다 ^^;;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네요. 행복한 연휴 보내세요 ^^

새파랑 2022-10-07 16: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피피필름님 당선 축하합니다. 좋은 책들을 많이 읽으셨군요~!! 10월에도 열독 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스파피필름 2022-10-08 08:33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감사해요 ^^ 요즘 두꺼운 소설 잡고 있어서 진도가 안나가 마음이 급해지네요 ㅋㅋ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10-07 17: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파피필름님 축하드려요~~

스파피필름 2022-10-08 08:35   좋아요 4 | URL
그레이스님 오랜만입니다~~ 감사합니다 ^^ 쌀쌀한 가을날에 또 좋은 추억 하루하루 남기는 나날 되세요 ^^

mini74 2022-10-07 22: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스파피필름 2022-10-08 08:35   좋아요 3 | URL
미니님 오랜만입니다 ^^ 제가 고르는 미술관련책은 미니님 서재에서 알게 된 게 많아요 ㅋㅋ 남은 10월도 좋은 책들과 행복하세요 ^^!

scott 2022-12-03 2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파피 필름님 건강하게 잘 계신거죠 매서운 추위에 감기 조심하세요 12월 첫 주말 행복하게 ^^

스파피필름 2022-12-05 06:23   좋아요 1 | URL
스콧님 잘 지내셨죠? ^^ 저는 이미 독감 비슷한 것에 걸렸었는데 지금은 완쾌랍니다 ㅋㅋㅋ 날씨가 점점 추워지니 몸도 마음도 움츠러드네요. 따뜻한 커피나 코코아 같은 거 마시면서 즐거운 한주 시작하세요. 조금 이르지만 한해동안 스콧님의 안부와 응원 덕분에 독서생활 잘(!!!) 이어나갈 수 있었어요. 감사해요. 헤헷
 



 

신기한 것은 국문과 교수를 아버지로 둔 가정도 자식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학자의 길을 걷겠다고 했을 때 법대를 가라고, 인문학을 해서는 살기 힘들다고 극구 반대했다는 것이었다. 

인문학에 대한 동경이 늘 있는 나는 자식이 그런 길을 가겠다고 하면 열렬히 환영하며 뒷바라지 해줄 생각인데... 아이가 학교를 다니게되면 또 다른 생각이들까.

지적 호기심과 허영이 많은 나는 이 책이 참 좋았다.  

스물 언저리의 나를 떠올리며 참 긴 시간을 용케도 잘 지나왔구나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 책을 읽노라니 그 강의실에서 어렸던 내가 영원히 살아있을 것만 같은... 

읽어보고 싶은 책은 표지만 익숙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실용의 시대, 잉여를 위해. p.226





맥도날드 할머니를 모티브로 쓰여진 소설인데 거의 사실을 그대로 써놓은 것 같다. 노숙 생활을 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았다,로만 결론이 흐르지 않아서 좋았다. 자신이 세상의 주인공이듯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레이디는 끝내 알지 못했다. 한은형 작가의 인스타그램에는 음식이나 식재료 이야기가 많이 올라온다. 이 책에도 그런 묘사 부분이 많이 나온다. 

조선호텔 식당 나인스게이트나 호텔목욕탕이 궁금해진다. 








어떤 소설들은 원문을 찾아보고 싶다. 언어가 사건의 실체에 얼마만큼 가닿을 수 있을까. 언어는 진실의 어느 부분을 그려낼 수 있을까. 눈감고 그저 일부만을 손으로 더듬어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이해. 어쩌면 전부를 알지 못하기에 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이 멋진 책을 왜 이제서야 읽게 된거지.










내 안에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며 먼 지역을 동경하는 방랑을 좋아하는 나와, 집에서 줄곧 책만 읽는 것으로 만족해하는 내가 서로 싸우며 동거하고 있는 듯했다. p.16


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외국 문화에 대한 동경이 이 책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저자는 아마도 훌쩍 그 시대에 외국으로 유학을 떠날 수 있었으리라... 그 동경에 마음이 아릿해오면서 인생 내내 책과 함께 했던 저자의 이력을 더듬어가는 나의 시간도 충만했다. 책 표지가 참 예쁘다.






내가 기계가 아닌 필멸의 존재임을 자각하는 순간.. 나의 시간이 바로 여기, 현재에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앞으로 더 많아지길.. 우주정신의 일부로 태어나 그 아득한 세계로 돌아가는 그 날까지 살아 숨쉬며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길. 










김영하 북클럽 선정도서였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다시 읽으니 이제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보였다. 갖은 지혜와 임기응변으로 수용소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은 아버지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살아남지 못했다. 살았다는 자책감이 죽는 순간까지 한시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임 레 케르테스의 <운명>도 사뒀는데 마음이 무거워질까봐 시작을 못하고 있다. 









이 책도 북클럽 선정도서. 빌 브라이슨의 책은 거의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왜 패스했었는지 모르겠다. 제목이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인데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알고 있는 것은 아주 극소수의 것이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자신, '인류'의 역사를 가장 모르고 있다는 것. 과학사를 개괄적으로 다루면서 기이한 과학자들의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오백여 페이지가 지루하지 않다. 







 

기록차원에서 옮겨본다. 6권은 할머니의 죽음, 알베르틴의 방문, 레스토랑에서 생루와 친구들과의 만남, 게르망트 댁의 만찬, 샤를뤼스 댁 방문, 공작 부인의 빨간 구두라는 여섯 장면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해설 그대로 인용) 5권에서 샤를뤼스남작의 놀랄만한 제안이 뭔가 궁금했는데 내가 놓친건지 제대로 인지하지를 못했다! 너무 천천히 읽는 것의 폐해.. 게다가 읽은지가 오래되어 내용도 가물하다. 어쨌든 7권으로 나아가자. 








읽는 내내 그리스인 조르바가 생각났다. 나와는 다른 영역의 사람과 함께 했던 어떤 시기 특히 젊은 날의 어떤 시기들이 떠올랐다. 안드레 애치먼의 작품은 처음 읽어보았는데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3월 코로나 정점일 때 우리집도 이를 피해가지 못하고 줄줄이 온가족 확진이 되었다. 불필요한 외출은 거의 하지 않았는데도 가족 중 한명이 확진되니 어쩔 수 없이 어린 딸까지... 어른들은 괜찮았는데 아이는 후유증으로 두드러기, 발진으로 대학병원까지 다녔는데 다행히 한달 정도 지나니 괜찮아졌다. 그리고 생각보다 꽤 아팠다. 진통제로도 낫지 않는 두통이라니. 그래서 거의 한달을 날려먹고 책도 당연히 읽지 못했다. 정신차리고 보니 여름이 코앞... 알라디너 여러분 코로나 완화되어 가지만 안걸리신 분들 끝까지 걸리지 마시고요... 다들 건강 잘 챙기시며 한여름에 또 뵙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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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24 07: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코로나로 많이 힘드셨었군요 ㅜㅜ 그래도 그와중에 많이 읽으신거 같아요. 저도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읽어봐야 겠습니다~!!

스파피필름 2022-05-24 15:22   좋아요 2 | URL
세 달 동안 읽은 게 9권이어요 ㅠㅠ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새파랑님처럼 감수성 풍부하고 섬세하신(!!) 독자라면 아주 좋아하실 것 같아요 강추입니다!

2022-05-24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24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2-05-24 12: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MAUS> 오늘 빌려왔는데 김영하 작가 추천 책인줄은 스파피필름님 페이퍼 덕분에,

사전 정보 없이 만화라서 뽑아 들었는데 스파티필름님께서 올려주신 몇 문장만 보아도, 묵직한 내용이네요...마음 준비 하고 읽어야겠습니다.

스파피필름 2022-05-24 15:26   좋아요 2 | URL
인간의 목숨이 정말 파리 목숨 만도 못한 시절이었어요. 그런데 현재도 전쟁이 진행중이니... 악은 정말 사라지지 않나 봅니다. 저는 이 책 처음에 읽었을 때 그림체가 적응이 안되었는데 다시 읽으니 괜찮더라구요. ^^;;

하이드 2022-05-24 16: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어 보이는 책들이 많아서 우르르 담았습니다. 스가 아쓰코 책들 좋아요. 저 책도 좋았어요. 저도 마우스는 이전에 읽었는데, 요즘 미국에서 금지소설 되어서 다시 읽어봐야지 하고 있었습니다. 읽어봐야겠어요!

스파피필름 2022-05-24 22:39   좋아요 1 | URL
스가 아쓰고 에세이 좋지요? 전에 3권 읽었는데 다 좋더라구요. 이 책 문체가 약간 예스럽다고 해야하나 스가 아쓰코만의 스타일이 있는 것 같아요. 마우스가 금지가 되었다니 이유가 뭘까 궁금해지네요. @.@ 저는 하이드님 서재가면 마음 속으로 항상 리스펙 외치고 보관함으로 역시.. 우르르 담습니다. ^^

scott 2022-05-25 0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파피필름님 가족 모두 코로나로 고생 ㅠㅠ
후유증이 더 걱정되네요
잃시찾 6권 읽으셨다면
기나긴 고비 반쯤 넘은😊
곽아람 기자의 공부의 위로에서
기억력에 감탄했습니다 🙂
앤드류 포터 단편집
원문 강추😄

스파피필름 2022-05-25 06:10   좋아요 2 | URL
후유증도 엄청 났어요 잔기침에 두통이요 ㅠㅠ
공부의 위로... 정말 이십여년전 강의계획안까지 가지고 있는 곽아람기자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기억력도 물론이구요.... 역시 앤드류 포터 원문 좋군요. 흐흐. 원서욕심만 있고 사놓은거 다 읽은 게 별로 없습니다 ㅠㅠ

mini74 2022-05-25 09: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쥐 마지막 결국 그들도 차별에서 밧어나지 못하는 모습보며 참 현실적이다 느꼈어요. 코로나로 고생 많으셨군요. 후유증이 심하더라고요.ㅠㅠ

스파피필름 2022-05-25 15:09   좋아요 4 | URL
저도 그 부분 참 마음에 걸렸어요.. 인간의 한계인가 봅니다. 죽다 살아났어요 미니님 ㅠㅠ

얄라알라 2022-05-25 09: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mini74님 말씀처럼, 주인공의 아버지가 흑인을 모욕하고 차별하는 데서 헉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스파피필름 2022-05-25 15:16   좋아요 3 | URL
맞아요... ㅠㅠ 저는 뭐든지 아껴쓰려는 부분도 기억에 남더라구요

We 2022-05-25 1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빛과 물질에 관힌 이론> 찜해두고 읽을까 말까 고민했던 도서인데 리뷰 덕분에 고민 해결! 감사합니다~

스파피필름 2022-05-25 15:17   좋아요 2 | URL
네 읽고나서 뭔가.. 아리송하고 결론짓지 않는 마무리가 좋더라구요. 우리들 인생처럼요.... ^^

scott 2022-08-03 0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파피 필름님
아프신데 없으신거죠
코로나 감염 속도 엄청 난데
8월은 칠월과 전혀 다른 습한 무더위 ㅜ.ㅜ

스파피 필름님의 육칠월 도서 리스트 포스팅
궁금, ㅎㅎㅎ
기다립니다 ^^

스파피필름 2022-08-03 03:26   좋아요 1 | URL
다정하게 안부를 물어봐주시는 스콧님 잘 지내셨죠? 비 오는 밤 잠이 안와서 헛헛한 마음이었는데 스콧님 댓글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7월에 직장일이 바빠 제발트와 함정임 작가 책 한권씩 읽고 8월이 되었어요 ㅠㅠ 한달 동안 열심히 읽고 월말에 페이퍼 하나 남겨보겠습니다 헐 그러고보니 6월엔 뭘 읽은 거죠 ㅠㅠ

어제 스콧님 서재 가서 글 하나하나 좋아요 누르면서 저의 독서 가이드 스승님으로 모시고픈 생각을 ㅋㅋㅋㅋ

안부 고맙습니다
코로나 두번 걸릴 순 없다 다짐하며!
스콧님도 더운 여름 건강 잘 챙기시고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
 

삶의 희망들을 가슴속에 품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그럼에도 벤야멘타 하인학교의 학생들은 더할 나위없이 밝고 행복하다. 작게 존재하고 작게 머무는 것. 원대한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이렇게 사는 것의 반대쪽에 있는 삶의 방식. 행복이라는 목표에 이르는 길은 이렇게 다양하다. 











어쩌다 보니 이다혜 기자의 책을 거의 다 읽은 것 같다. 100권의 책에서 뽑아 온 문장들로 여행이 갖는 의미들을 곱씹어본다. 여행관련 책들이 이렇게 많은 것도 신기하고 여행관련 책이 아닌 것에서도 여행의 의미를 찾을 수 있으니 식상한 말이지만 여행이 곧 일상이고 일상이 곧 여행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어서 마음 놓고 여행 다닐 수 있는 날이 오기나 했으면









세계가 코로나로부터 정상화되고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해진다 해도 덴마크의 한쪽 끝에 있는 스카겐의 안셰르 하우스에 가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가보지 못할 곳을 상상하며 읽는 책읽기의 행복감을 이 책을 읽으며 느껴본다. 발음도 어려운 '빌헬름 하메르스회이'라는 화가의 이름을 외워보려 한다. 낯선 것이 마음에 일으키는 작은 파문.... 일상에 이런 작은 행복들이 가득한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행의 말들>에서 인용되어 알게 된 책인데 기대하지 않고 읽다가 아주 좋게 읽었다. 우연히 검색하다가 지금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에 빌헬름 하메르스회이의 그림들을 전시하고 있다는 놀라운 정보를 발견! 5월까지 하니 그 전에 가봐야겠다. 







책을 덮는 마지막 순간에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우리를 실격시키지 못한다는 마지막 문장을 읽을 때 눈물이 흐르는 이유는 이 책이 김원영의 온 몸으로 쓰여진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장애를 극복했다는 정신의 승리가 아니라 '정신의 스타일'을 만드는 멋진 일을 해낸 사람의 빛나는 면모가 문장 구석구석에 담아져있다. 투사의 모습만이 남은 괴물이 되지 않아도 된다. 약한 구석이 있는 그대로 자신을 돌보려 노력하고 애쓰는 우리 모두는 실격당하지 않는다. 비루한 우리 삶에 이보다 큰 위로가 어디에 있을까.







의료협동조합이란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조합원이 출자한 돈으로 병원을 세워 좀 더 쉽게 의료혜택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다. 다양한 사례 중에 다른 병원에서(주로 큰 병원) 수술이나 검사를 권유받았을 때 이게 진짜로 필요한지 의견을 구하는 상담 같은 것이 좋아보인다. 닥터 쇼핑을 굳이 하지 않아도 동네 주치의의 친근하고 친절한 설명을 한번쯤은 듣고 싶은 것이 아픈 사람의 심정일터이다. 의료 전문가와 환자 사이에 믿을 수 있는 통역자로서의 주치의. 모든 사람이 차별없이 이러한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사실 1930년이 유럽에서는 전쟁이 시작된 해인지 몰라도, 미국에서는 대공황이 끝난 해였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다른 나라를 병합하거나 유화정책을 쓰고 있을 때, 우리는 강철 공장에 불을 지피고 조립라인을 다시 정비해서 무기와 탄약에 대한 전 세계의 수요를 감당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1940년에는 12월에는 프랑스가 이미 함락되고 독일 공군이 런던을 폭격하고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어빙 벌린이 나무 꼭대기가 반짝이고 아이들은 눈 속에 울리는 썰매 방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과 그만큼이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 p.504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군에 자원입대하는 인물들이 나오지만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평화롭기 그지 없다. 선택된 소수는 전쟁이라는 격동의 시기와는 상관없이 사랑, 직업, 돈과 같은 자신의 순수한 목적을 지향하며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었다. 누군가의 죽음도 이 흑백영화안에서는 그리 비극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어느 시대건 젊은이들의 모습은 비슷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에미오 토울즈의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고 너무 좋아 저자의 첫 소설인 이 책을 읽었는데 <모스크바의 신사>만큼 강렬하지는 않았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네 자매의 이야기로 셋째 유키코와 막내 다에코의 이야기가 중심적으로 다루어진다. 아.. 결혼하기의 고단함이여,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우아한 연인>과 같은 1930년대의 전쟁 중이 시대적 배경인데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이 배경이 자꾸 떠올라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일제강점기였던 우리나라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베를린에서 저희는 전쟁 중이라는 걸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극장도 카페도 손님들로 꽉 차 있고 먹을거리도 충분하고 또 맛있습니다. 사실 저희는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때는 음식이 너무 많아서 늘 남기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권, p.900


역시나 전쟁과는 상관없는 선택된 소수는 자신의 사사로운 일상으로 잘 살아갈 수 있었다. 사사로운 일상은 폄하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당연하게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지만 전쟁 속에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불편하지 않은 마음이 들기란 어려울 것이다. 일본 군부가 이 소설을 그 당시 왜 싫어했는지 알 것 같다. 하지만 소설 자체로 보면 구백여쪽이 무색하게 술술 읽히고 여성의 심리를 이토록 세세하게 그려낼 수 있는지 신기할 뿐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다른 소설들도 더 읽어보고 싶다. 

*그런데 알라딘 왜 자꾸 나한테 표지 찢기고 접힌 책 보내주나요. 빨리 읽어야해서 그냥 읽었... ㅠㅠ



사랑이나 놀이처럼 독서는 어쩌면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쓸모가 있다면 그건 독서하는 사람이 마치 기도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 책을 읽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가장 확고하고 폐쇄적인 경계를 만들어준다는 것. 나를 둘러싼 그 경계 덕분에 가난해도 가난하지 않을 수 있고, 일상의 일들로 분주하지만 그 안에서도 내면의 고독에 이를 수 있다. 여덟 살 정도에 독서의 인생으로 들어서는 그 신비한 지점을 나도 기억한다. 딱 그 나이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책의 세계로 들어선다는 그 느낌. 이렇게 독서의 길로 뛰어드는 그들은 언제까지나 읽고, 그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봄이 오려는지 마음도 몸도? 간지러운 3월의 초입. 목이 좀 아파 자가진단키트를 계속 해봐도 음성인 나날들. ㅜㅜ 지금은 캐서린 메이의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를 읽고 있는데 추워서 싫기만 했던 계절 겨울이 다시 새로운 각도로 다가오는 것 같네요. 다들 건강하시고 무탈하시길 바라봅니다. 무탈한게 제일 좋은 거 같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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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3-06 08: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2월에 재미있는 책을 많이 만나셨군요~!! 저도 세실은 꼭 읽어보고 싶네요. 모스크바의 신사 사놓고 아직 안읽었는데 이것도 읽어봐야 겠습니다~! 저도 몸이 좀 안좋은데 스파피필름님도 그렇군요 ㅜㅜ 빨리 괜찮아지시면 좋겠습니다~!!

스파피필름 2022-03-06 09:16   좋아요 2 | URL
간절기라서 몸이 으슬으슬 한가봐요. 따뜻한 거 많이 드세요 ㅜㅜ 언급하신 두책 다 재미있습니다 ㅋㅋ 그나저나 저는 새파랑님 성실한 독서생활에 혀만 내두릅니다~~~<나의 안토니아>도 예전에 보관함에 넣어두었던거 생각나서 이번에 읽어보려구요! 새파랑님 행복한 봄 맞으세요^^

그레이스 2022-03-06 09: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발저 책때문에 들어왔어요.
언제 시작할지 모르지만 몇권 들여놨거든요
스파피필름님도 무탈하시길~ 무탈하게 봄을 맞이하시길~

스파피필름 2022-03-06 10:02   좋아요 5 | URL
그레이스님 오랜만입니다 반가워요^^; 발저는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작가라고 하는데 아직 두권 읽었을 뿐이지만 저에게 쉽게 읽히지는 않더라구요. 타너가의 남매들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레이스님 다 읽으시고 리뷰 쓰시면 저는 그거보고 공부하는걸로... ㅋㅋ^^

scott 2022-03-07 00: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스파피 필름님 2022년 새해 시작과 함께한 책들!
문학과 에세이들 모두 완소하는 작가와 작품들!
독서 하는 사람 ! 기도 하는 사람! ㅎㅎ
책의 세계로 들어 가는 길은 꽃 길!(나만 보이능!)

스파피 필름님 3월의 봄 건강하게 행복하게 ^ㅅ^

스파피필름 2022-03-07 04:49   좋아요 4 | URL
스캇님 우리는 책의 세계로 들어가는 꽃길을 걷고 있는거죠? ^^ 늘 알라딘의 기둥!같은 존재 스캇님 감사드려요. 따뜻하고 행복한 3,4월 보내시구요! 전 또 두달 열심히 읽고 나타나겠습니다~~~^^;

mini74 2022-03-07 10: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작은 파티 드레스 ㅎ 필사하며 읽고 있어요. 언제 다 읽을지는 모르지만ㅠㅠ ㅎㅎ 저도 표지 접히고 구겨진 책들 받음 우쒸 !!! 하다가 그냥 읽고말아요. 택배박스 열때마다 기도하는 맘으로 엽니다 ㅎㅎ

스파피필름 2022-03-08 02:00   좋아요 3 | URL
와 필사를!! 역시 미니님..^^ 맞아요 조금이라도 훼손된 책 오면 마음 아프고 열받아요 ㅠㅠ 그것도 연달아 그러면.. 흑.
미니님 행복한 봄 맞으세요 ^^
 

 로스토프 백작은 연금형을 선고받은 1922년부터(백작은 1889년생이다) 메트로폴 호텔을 떠나는 1954년까지 삼십여년을 갇혀 지낸다. 그는 신사답게 자신의 환경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슬기로운 방법으로 여러가지 살 방법을 궁리한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삼십년 동안 어떤 사건들이 과연 일어날까 싶은데 이런 우려가 무색하게 이 소설은 정말 재밌다. 몽테뉴의 <수상록>으로 시작해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로 끝나니.... 다음 읽을 소설은 <안나 카레니나>로 당첨. 

신사는 직업을 가지지 않는다고 말했던 백작이 나중에 호텔의 웨이터로 멋지게 활약하는 장면도 소피야의 가슴 뭉클한 성장기도 모두 가슴 깊이 남는다. 결론적으로 백작은 환경을 지배하게 되었을까. 연금형을 선고받은 불행한 이 사람은 친구 미시카의 말대로 러시아 최고의 행운아가 되었다. 앞으로의 인생은 모를 일, 그렇기에 쉽게 희망을 가지지도 절망하지도 말 일이다. 

에이모 토울스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소설가가 되어 이 작가의 팬이 되는 것은 매우 쉽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것이 딱 2권이다! 새로 나온 신간도 어서 번역이 되었으면 좋겠다. 




12세에 이미 그리스 철학자들의 삶에 매료된 <명상록>의 저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재위 161-180)는 상상대로 성실하고 책임감 강하며 학문을 좋아하는 모범생 황제였다. 그러나 개인으로서는 훌륭한 이러한 면모들이 제국을 지위하는 황제로서도 훌륭했을까,는 별개의 문제였다. 그가 죽은 뒤 로마가 쇠망으로 가는 길의 초입에 들어선 이유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아들 콤모두스(재위 180-192)를 제위에 올렸기 때문이다. 또 마르쿠스가 차기 황제로 지명된 뒤 40세까지 지방에서의 실제 체험이 전혀 없었던 것도 한몫했다. 콤모두스는 폭정으로 무고한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고 방탕한 쾌락, 야생 동물 사냥 등을 일삼았다. 방탕했지만 예술을 사랑했던 네로와도 다르다. 콤모두스 이후 내란의 시기를 지나(페르티낙스, 디디우스 율리아누스, 클로디우스 알비누스, 페스켄니우스 니게르,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아프리카 출신 셉티미우스 세베루스(재위 193-211)가 제위에 오른다. 비로마적인 전제군주, 로마제국의 군사 정권화로 방향키를 돌린 통치자로 평가되는 그는 군단병에 대한 처우 개선과 파르티아 전쟁 비용으로 인한 국가재정의 파탄 등으로 국가기반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로마제국 쇠망사>와 같이 읽으니 요약도 되고 좋다. 이제 4권 남았다.



5권은 마르셀이 오랫동안 몽상의 대상이었던 게르망트 부인이 사는 파리 게르망트 저택의 별채로 이사하면서 시작한다. 부인의 관심을 끌고자 생루에게 게르망트 부인에게 자신에 대해 잘 말해달라고 부탁하거나 엘스티르의 그림을 보고 싶어한다고 전해달라고 한다. (질베르트와 알베르틴은 잊은 건가?) 생루와 라셸과의 만남을 뒤로 하고, 책의 중반이후에는 빌파리지 부인의 오후 모임에 참석, 게르망트 공작 부인을 비롯하여 포부르생제르맹의 여러 귀족들을 만나는 것으로 끝나는데 샤를뤼스 남작의 기이한 제안이 다음권의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초반에 게르망트 공작 부인과 게르망트 대공부인이 헤깔렸는데 마르셸의 여인은 게르망트 공작 부인 ㅋㅋ 귀족들의 작위를 좀더 잘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아직까지는 게르망트 부인의 이미지가 잘 잡히지 않는다. 올해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권까지 겨우 읽었다. 민음사 패밀리 데이때 7-10권을 헐값에 사들이고 배불러 하는 중. 그런데 확실히 소설은 한번에 집중해서 쭈욱 읽어야 좋은 것 같다. 드문드문 읽다보니 그 소설만의 감정에 빠져드는데 시간이 걸리고 주석을 읽었는데도 앞권에서 등장했나, 하는 의문이..... 그런데 쉽게 잘 읽히는 재밌는 소설들이 줄을 서 있어서 이것이 문제다.



세상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렇게 평온하게 집안 구석에 머물러도 되는 것인지 생각하는 것 자체도 참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 내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너무 정치적이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런데 나는 누가 어떤 이야기를 굳이 '너무 정치적'이라고 말하면 그저 그 일에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말로 받아들인다. 다시 말해 누군가가, 그건 너무 정치적,이라고 말할 때 나는 그 말을 대개 이런 고백으로 듣는다. 

나는 그 일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렇습니까. p.133






책의 서문처럼 아름다움이란 늘 바깥에 있는 어떤 것으로부터 온다. 삶이 늘 아름답지만은 않기에 혹은 삶의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서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고 문학을 읽는다. 아담 자가예프스키의 시에서처럼 타인만이 우리를 구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위안이 있다, 타인의

음악에서만, 타인의 시에서만.

타인들에게만 구원이 있다.

고독이 아편처럼 달콤하다 해도,

타인들은 지옥이 아니다,

꿈으로 깨끗이 씻긴 아침

그들의 이마를 바라보면.

나는 왜 어떤 단어를 쓸지 고민하는 것일까,

너라고 할지, 그라고 할지,

모든 그는 어떤 너의 배신자일 뿐인데, 그러나 그 대신

서늘한 대화가 충실히 기다리고 있는 건

타인의 시에서뿐이다.


-아담 자가예프스키,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아마도 작가는 오랫동안 순수미술 화가와 출판 미술가 사이에서 갈등을 겪어 온 것 같고 이제서야 원하지 않던 동화 일러스트 작업을 한 것도 어찌보면 자신이 순수미술 화가의 길을 택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꼈던 것 같다. 이상적인 화가의 삶과 그럼에도 생활인으로 살아야하는데서 오는 갈등은 예술가들에게 특히나 크지 않을까. 몇몇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23년이나 키운 거북이를 마당에서 잃어버리는 이야기 ㅠㅠ 자연속에서 살아가며 그린 그의 그림이 더욱 알차게 생명력을 품고 그 풋풋한 기운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길 응원한다. 






정지돈의 에세이에서 언급된 책. 짤막한 글들 자체를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의 기이한 삶의 이력에 눈이 간다. 

1878년 스위스 베른 주 비엘의 독일어 사용 가정에서 출생. 가정형편상 중학교를 14세에 중퇴하고 학업을 중단. 처음에는 배우가 되고 싶어했으나 하인학교에 등록했고, 슐레지엔의 성에서 집사로 일하며 겨울을 보냈다. 나중에 정신병원에 입원했으며, 1956년 크리스마스 날 눈 속에 얼어붙은 시신으로 쓰러진 것이 어린아이들에게 발견되었다. 산책길에 심장발작이 왔던 것이다. p.381

하인학교? 집사로 일했다고? 죽을 때까지 걸음을 멈출 수 없었던 로베르트 발저. <벤야멘타 하인학교>를 읽어봐야겠다.





4권에서는 모리어티 교수에 대한 등장이 시작된다. 살해당한 남자가 조직의 우두머리를 배신한 뒤 어떻게 복수당하는지 보여주는데 그 중심에 향후에 중요인물로 나오게 될 모리어티가 있다. 사이비(?)단체와 관련된 범죄 이야기는 이전의 책들과 비슷하고 셜록홈즈가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사건의 전말을 알고 해결하는 것도 비슷하다. 
























거의 12월 한달 동안 나를 잡고 있었던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재밌는데 뭔가 기운을 쏘옥 빼놓는 것 같아 다른 책들을 동시에 읽기가 힘들었다. 정말 대단하다.... 이런 소설도 있다니. 

우선 소설을 읽는 것 자체에 드는 에너지가 상당하다. 무수히 등장하는 인물들이 시대를 넘나든다. 아드리아의 유년기부터 생의 말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스토리오니의 바이올린의 역사를 찾아가는 과정의 시간들, 인류의 대표적인 악의 표상이라 말할 수 있는 종교재판이 이루어지던 시기, 나치의 홀로코스트 학대 등 시대를 달리하는 인물들이 동시에 나오기도 한다. 심지어 한 문단이나 한 문장 안에서도 서술어의 주어가 누군지 헤깔리게 한다. 이러한 독특한 기술이 마치 여러 차원에서 다각도로 사건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게 한다. 

 '악'은 추상적인 것 같지만 구체적인 사건 또는 인물로 표현된다. 그러한 악을 바로 잡을 수 있을까. 자신의 죄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평생을 헌신하며 사는 뮈스 박사(아라베이트 보이트)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자책감으로 괴로워하며 생을 마감하는 하임삼촌의 모습, 부당한 방법으로 펠릭스 아르데볼이 갈취한 스토리오니를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하는지 갈등하는 아드리아의 모습은 악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개 개인이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하는 노력들이 인류의 악을 멈추도록 하는데 어떤 작은 영향이라도 미칠 수 있을 것인가. 역사적으로 살펴보아도 악의 모습은 여러가지 형태로 반복되어 왔을 뿐 반성을 전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 않은가. (누가?)

 아드리아와 베르나트가 서로의 음악적 재능과 글쓰기 재능을 부러워하며 평생 맺어가는 우정어린 장면들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많은 사람들이 겪은 삶의 아픔을 생체험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학술적인 연구가 아니라 예술이라는 작가의 시선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을 재밌게 읽고서 일종의 계보를 그렸다거나 소설에 등장하는 사건들에 대해 공부한 노트를 번역가에게 보여주었다는 이곳과는 아주 먼 곳에 사는 카탈루냐 독자들의 마음을 이 소설을 다 읽고나니 십분 이해하겠다. 나도 2권의 24장에서 니콜라우 에이메리크 1900년?? 뭐지 하며 여러번 다시 읽고 검색해보기 까지 했는데 3권에 가면 많은 사건의 아리송한 부분들이해결된다. 물론 아직 남은 의문점도 많고 그래서 1권부터 다시 읽어보고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책 너무 재미있다 ㅠㅠ


*

2021년에는 구십 여 권을 읽었다. 할 일 전혀 없는 백수시절에는 130여권을 읽었고, 할 일 조금 있는 백수 시절에는 100여권 정도를 읽는 것 같다. 올해는 오래간만에 복직을 하게 되어 아마도 한 60여권 쯤 읽지 않을까.... 1주일에 한 권 정도가 나에게는 적당한 것 같다.

알라딘 <도스토옙스키 200주년 전집>을 사두는 바람에 올해는 예상치 않았던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을 다시 읽을 것 같다. 얼마전에 파주출판단지 미메시트 아트 뮤지엄에 갔다가 도끼옹 전시도 보고 <분신>과 <백야>까지 집어왔다 ㅠㅠ 읽고 있던 잃시찾도 마저 읽고 로마인이야기도 읽고~~ 새해 결심 따위는 하지 않으려 했는데 그래도 독서계획은 머릿속에서 저절로 떠오른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좋은 책 소개 많이 부탁드립니다.

고마워요 알라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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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07 09: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감하는게 소설은 중간에 멈췄다가 다시 읽으면 집중이 잘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소설은 한번에 쭉 읽는게 좋더라구요 😅 재미있는 책을 많이 읽으신거 같아요~!! 22년에도 화이팅 입니다~!!

스파피필름 2022-01-07 11:41   좋아요 3 | URL
맞아요. 그런데 요즘은 집중력이 떨어져서... 스마트폰도 한몫하는거 같아요ㅜㅜ 새파랑님도 22년 화이팅하세요^^!

mini74 2022-01-07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넘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에요. 겹치는 책들 보니 막 반가워요 ㅎㅎ 늦었지만 스파피필름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스파피필름 2022-01-07 21:31   좋아요 2 | URL
미니님 서재에서 알게 된 책도 있습니다 ㅋㅋ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

프레이야 2022-01-09 0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파피필름 님 한 해 동안 구십여 권 좋은 책 많이 읽으셨네요. 대단해요. 모스크바의 신사 마음을 붙잡아요. 그외에도 좋은 책들이 주루룩~ 오래도록 이 마을에 계셔서 참 좋습니다.
올해에도 즐거운 독서생활 이어가기로 해요^^

스파피필름 2022-01-09 18:56   좋아요 2 | URL
알라딘에 오래전부터 계시는 아이디보면 잘 교류하지 않아도 든든한 마음이고 응원하고픈 마음이 들어요 ^^ 당연히 늘 책을 읽고 계시는 것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구요. 저도 살면서 지금까지 꾸준히 한거라고는 독서뿐... 하하 ^^;; 프레이야님 늘 건강하시고 올한해도 복되게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

scott 2022-01-09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이모 토울스 신작 링컨 하이웨이 오바마도 👍인정한 작품 2022년 스파피 필름님 독서 목록에 살며시 추가!^^
스파피 필름님 새해 건강!
福 마뉘 !^^

스파피필름 2022-01-10 06:29   좋아요 1 | URL
그러지않아도 스콧님 에이모 토울스 페이퍼도 읽었어요! 원서로 바로 읽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흑... 어서 번역되어 나오길 고대합니다. 대신 안읽은 <우아한 연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ㅋㅋㅋ 기대기대~~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권은 라파엘전파부터 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 미래주의, 표현주의, 추상미술을 아우른다. 시대적으로는 19세기 중엽 이후 제1차 세계대전 종전까지, 소위 근대(modern)의 형성기를 살았던 작가들의 작품이다. 근대사회로 들어서면서 인간은 신분의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개인이 되었다. 자유롭지만 고독한 존재... 하지만 그 고독이 주는 무게를 깊게 느끼지 않으면 그저 부영하는 무리속 일원으로 표류할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을 잘 견딘자들의 작품을 방안에서 책으로 감상하며 이것도 호강이구나 생각한다. 

흰바탕에 79.5cm의 검은 정사각형을 그린 말레비치의 그림의 가치가 1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대략 2만원 정도면 미술관의 전시를 감상할 수 있으니 이보다 행복한 시간 보내기도 없을 것이다. 조만간 세계가 정상화되면 이런 전시보기도 가능해겠지라는 꿈을 꿔본다.





중반이후 발베크 해변의 소녀들이 단체로 나오면서 재밌어졌다. ㅋㅋ 마르셀은 두 예술가 베르고트와 엘스티르를 만나면서 작가의 꿈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된다. 질베르트와의 사랑은 언제 잊고 봉탕부인 밑에서 고아로 자라는 알베르틴을 사랑하기에 이른다. 
4권은 인간의 젊은 시절이라는 아름다움을 마치 눈에 만져질 듯 묘사한다. 지금은 활짝 핀 소녀들이지만 언젠가는 늙어갈 소녀들의 아름다운 한 시절이 프루스트의 소설에서는 정지되어 우리들의 눈앞에 펼쳐진다. 생존경쟁으로 투사가 되어가는 얼굴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부인들의 모습과 겹쳐지며 우리들의 인생이 이런 것인가, 과연 이 책에는 인생의 모든 것이 녹아있구나,하는 감탄을 자아낸다. 보부아르는 한없이 다시 읽고 또 읽고 싶은 작품이라고 말했다는데 나역시 시간이 된다면 무한반복으로 다시 1권으로 돌아가 읽고 싶은 기분이 든다.(벌써 이런 말을 하기에는.. 아직 5권을 읽고 있지만....)



식물을 그리는 일이라고 하면 그저 책상 앞에 앉아 말없이 조용한 식물표본을 놓고 느긋하게 하는 일이라고 상상하기 쉽다. 사람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좋을 일인가.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식물을 채집하기 위해 또는 관찰하기 위해 전국의 산을 타야하는 일부터 이 일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업적인 면모를 잘 알려주고 더불어 식물을 바라보는 태도, 식물에 대한 지식까지 적당하게 버무려진 책이다. 무엇보다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의 성실함이 느껴져 경건해지기까지.
나는 이소영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있는데 철마다 사진과 함께 식물의 이름을 알려주어 유용하게 잘 보고 있다. 이런 성실한 책! 참 좋다.




뇌에서 친화력을 좌우하는 부위가 곧 타인에게 공격성을 일으키는 부위이기도 하다는 것이 흥미롭다. 무리짓는 일, 즉 다른 그룹을 배척하는 일을 통해 우리는 좀더 훌륭한 적자로서 업그레이드되면서 진화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것처럼 그 출발은 다정하게 행동하는 개체가 무엇보다 자연선택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들을 가르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기준들.... 라방에서 김영하작가가 언급했던 것 중에 나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다정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하지만 나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확장시킬 것이라는 점만은 명백할 것이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참 좋아한다. 그런데 시 쓰기 에세이인 박연준의 <쓰는 기분>을 읽으며 글을 쓰는 것 또한 몸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지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것일지라도, 능동적으로 몰두하는 창작 행위에는 인생을 손으로 쥐고 가는 자의 기쁨이 밴다. p.142
책에서는 인생을 을이 아닌 갑으로 사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창작을 한다고 했는데 정말 맞는 말이다. 내 맘대로 뭔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아무튼, 뜨개>를 읽다가 매우 공감했던 부분..
무언가를 배울 때 마음에 드는 강사, 선생님을 만나기가 참 힘들다.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른 강사를 비방하는 경우를 많이 봤고, 같이 배우는 사람들의 분위기도 이상야릇?해서 그만둘까, 생각하기도 여러번이었다. 문화센터에서 처음 홈패션을 배우다가 양재로 넘어갈 때였다. 홈패션 선생님이 같이 근무하는 양재선생님을 얼마나 욕하던지 ㅠㅠ 그런데 나는 그 선생님에게 양재를 배웠는데 전혀 욕할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 무슨 일 ㅋㅋ
자수를 배울 때는 권위의식이 엄청한 강사에게 배웠는데 학생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수실을 들고 가면 이건 싸구려라는 둥 마음 상하는 말을 엄청 해서 주눅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캘리그라피를 배울 때는 수업 분위기가 참 차분했는데 자수를 하면서는 수다를 떨 수 있지만 글씨를 쓰면서는 집중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여든 넘으신 할머니 수강생이 참 인상적이었다. 선생님도 본인의 글씨처럼 예쁘고 단정한 사람이어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엇.. 글이 길어졌는데...
코로나로 인해 나의 취미사랑도 일시 중지되었다는게 많이 아쉽다. 



그렇게 험난한 일을 겪고 어떻게 살아낼 수 있었냐고 묻는 지연의 질문에 할머니는 언젠가 이 일이 아무것도 아닌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나와의 접점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위로와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사이다.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덮어두지 않고 들추어내 들여다보고 해결하려는 주인공들의 마음씀이 아프면서도 따뜻하게 읽혀졌다.

출간소식이 들렸을 때 바로 주문하는 작가 리스트에 최은영작가도 들어갈 것 같다.







<체스이야기>에서 호텔 감방에서 당한 고문으로 '절대고립'의 상태에 놓이는 B박사와 <낯선 여인의 편지>에서 평생 한 남자만을 사랑해 온 여인 모두 편집광적으로 단 한 가지 생각에 갇힌 인간들이다. B박사는 체스교본에서 배운 기술을 자신의 상상 속에서 펼쳐보고 반복되는 과정에서 결국 체스 중독에 이른다. 궁지에 몰린 인간의 탁월한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독특한 인물 묘사 중심의 단편 둘을 읽고나니 츠바이크가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전을 많이 썼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이르게 된다.







한 3일 동안 엄청나게 열심히 읽었다. 세상은 부조리하지만 그 부조리함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사랑이라는 카뮈의 말이 가장 와 닿았다. 죽음을 긍정하고(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 삶의 부조리와 대면할때마다 최선을 다해 저항하며 살았던 그의 삶에서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작가수첩의 내용이 많이 인용되어 찾아 읽어봐야겠다. 마지막 미완성작인 <최초의 인간>도 궁금하다.


이 세계의 비참과 위대함: 세계는 진실을 제시하지 못하지만 사랑을 준다. 부조리가 지배하고 사랑이 부조리에서 구원해준다. (작가수첩)


p.248 (인용된 것을 재인용)





책의 제목대로 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을 두서없이 적어놓은 에세이집이다. 

<영화와 시>에서처럼 유머가 빵 터지는 지점이 몇 군데 있는데 그게 나와 코드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들 금정연, 이상우, 오한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어쩌면 이 부분 때문에 이 책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지도 모르겠다. 파리의 에펠탑처럼 도시를 상징하는 전형적인 것들이 있다. 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이런 것들을 실제로 보았을 때 대게는 실망이기 쉽다. 그런데 이런 전형적인 것들을 보고 파리에서 스탕달 신드롬이 왔다는 부분에서 어, 이 작가는 내 스타일이로군, 이라며 반갑고 기쁘고 재밌는 마음... ㅋㅋㅋ 


이 책을 통해 궁금해진 인물 두 사람, 로베르트 발저, 에라스무스 




올해도 어김없이 나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오무라이스 잼잼.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책 내주세요:)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에서 잠깐 언급되었던 유미주의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읽은 오스카 와일드 단편들. 뒷통수를 치는 반짝하는 무언가가 소설 읽는 재미를 준다.













11월이다. 요즘 괜히 마음이 가라앉아있다. 카뮈의 책들을 검색해보다가 어떤 알라디너 분이 십년쯤 전에 쓴 페이퍼에 삶이 힘들때마다 카뮈의 책에서 희망을 본다고 써 놓은 글을 보고 마음이 애잔해져서 조용히 새벽에 공감 버튼을 눌렀다. 놀랍게도 어제 그 글을 보았는데 11월 7일이 카뮈의 생일이라는 것이다. 이 놀라운 우연... 

작은 우연이 자아내는 감탄의 순간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12월까지 열심히 읽어서 올해는 100권(알라딘 회원으로서는 소박한 목표량 ^^;;;) 독서를 채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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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1-08 06: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파피필름 님 오랜만에 페이퍼 보게 되었네요. 이 시간에 보게 된 기쁜 우연. 조근조근 들려주신 책 이야기 재미나게 읽었어요. 사람 사는 동네 어디든 무리를 만드는 사람 있지요. 다정함을 가장한 배척도 은연중에 나오게 되고 희생자는 생기게 마련이구요. 타인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게 그래도 좋다고 생각되어요. 이게 근데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이기도 하고 계기가 필요한 것도 같더라구요. 좋은 책 소개 반가웠어요 ~^^

스파피필름 2021-11-08 07:17   좋아요 3 | URL
프레이야님 잘 지내셨죠? ㅠㅠ 얼마전 오랜만에 프레이야님 글 올라왔을 때 댓글 달아야겠다 생각하고 못 달았는데.. 그것도 벌써 여름쯤인거 같아요. 언제 어디에 계시든 건강챙기시며 잘 지내실꺼라 혼자 생각했었네요. 날씨 때문인지 조금 우울하곤 했는데 알라딘에 오면 언제나 한결같이 열심히 책 읽으며 사시는 알라디너들의 글들을 보며 마음을 잡아봅니다. 고맙습니다^^

새파랑 2021-11-08 08: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중에 다섯권이나 읽었어요 ^^ 다 좋아하는 책들이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스파피필름님의 올해 100권 읽기를 응원합니다. 화이팅 하세요 ^^

스파피필름 2021-11-08 13:31   좋아요 3 | URL
와... 엄청난 일치율이네요 ㅋㅋ 제가 새파랑님 서재에서 본 책들을 보관함에 담아서 인 영향이 클 것 같아요^^ 연말까지 화이팅 하겠습니다!

scott 2021-11-08 11: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무라이스 잼잼은 💖 입니다!

스파피 필름님 취미 활동 이야기도 포스팅 해주세요 🖐^^

스파피필름 2021-11-08 13:30   좋아요 4 | URL
스캇님도 오무라이스 잼잼 읽으시는군요 ^^

작년과 올해는 베이킹을 배워보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코로나로 하지를 못하게 되었어요. 요리를 좀 잘하고 싶은데.. 실력이 늘지를 않아요 ㅋㅋㅋ


mini74 2021-11-08 17: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4권 ~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은 읽고 있는 중입니다 1조원이라 ㅎㅎ 금방 100권 읽으실거 같은데요.*^^* 요리는 맛이 아니라 사랑으로 먹는 거라고 저는 주장합니다 ㅎㅎ

스파피필름 2021-11-09 05:22   좋아요 1 | URL
4권~~ 미니님 서재에서도 제가 책을 주섬주섬 했나봅니다. 맞아요 요리는 사랑으로... 이 명언을 잊고 있었네요 ^^;

scott 2021-12-24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파피 필름님!
가족 모두 행복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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ଫ/⌒づ🎁

스파피필름 2021-12-25 07:11   좋아요 2 | URL
스캇님 메리크리스마스 고맙습니다 스캇님 덕분에 올한해 좋은 책들과 음악 알게 되었네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ㅋㅋㅋ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한해 마무리도 잘 하시기 바랍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