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의 공간 - 나의 마음을 읽다 나의 삶을 그리다
김현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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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떠올려보면 사람에게는 확실히 공간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다. 사회 초년생때 머물렀던 원룸, 아주 작은 방에서도 필요한 세간살이들이 다 들어가있었고 그 좁은 방에 책이며 물건들이 나름의 질서를 이루며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좀더 큰 집으로 여러번 이사를 하면서 공간에 적응하는 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곤 한다. 책의 제목처럼 건축은 건물 그 자체이기 보다는 그 건축물과 사람과의 관계, '공간'에 대한 학문이며 기술이다. 어떻게 보면 예술의 영역이기도 한 건축은 우리의 삶, 생활과 아주 가까이 있는 것이다. 문, 계단, 창, 지붕, 대문, 책장, 탁자, 부엌, 방이라는 단어에서는 너무나도 생활의 냄새가 난다. 하지만 매일 여닫는 문을 자세히 관찰한 적은 없지 않은가. 그 안에는 무게의 분배라든지, 경첩이나 회전과 같은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으며 그 기술을 바탕으로 우리들의 마음에 하나의 심상으로 자리잡게 된다. 방과 죽음이라는 꼭지가 인상적이었다. 어디에서 사는가가 우리에게 중요하듯, 어디에서 죽을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오늘날 죽음은 우리의 삶과는 확연히 분리되어진 장소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질 뿐이다.

공간을 떠올리고 그것을 직접 만드는 일을 통해서 인간의 진정한 사랑과 자유의 참 의미를 알게 된다. 가장 비참한 공간을 감옥이라 부르고, 끝을 알 수 없이 풍부하고 심오한 세계를 우주라고 부른다면, 자신의 환경을 비극으로 빠뜨리는데 있어서 공간은 절대적인 조건인 것 같다. 동시에 마치 하룻밤, 달고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나면 모든 세상이 달라지는 어떤 날처럼, 비천함과 숭고함이 하나였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도 일상의 공간이다. p.325

일상의 공간에서 자유를 찾으려면 공간에 대한 장악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 공간이 나의 개성을, 생활을 고스란히 보여줄 때 잘 살아낸 느낌이 들지 않을까. 그 집이 얼마나 큰 집인지, 사치스러운 세간살이들로 가득차있는지는 상관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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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때가 일년중에 가장 날씨가 좋을 때 인 것 같다. 매일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자!

 

이 책에 나온 것처럼 도대체 축구를 하는 여자들은 어떤 여자,인지 나 역시도 궁금해했다. 축구를 하고 있는 여자에게 이렇게 주말에 나와서 축구를 하면 남편 점심은 어떻해요, 라고 묻는 남성들의 발언만큼은 아니지만 성차별적인 의도가 다분히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축구에 푹 빠진 어느 중년 여성의 이야기 뿐 아니라 이런 성차별적인 시선에 대해서도 파고드는 기특한 책이다.

놀랍고도 몰랐던 축구의 세계. 월드컵 무렵에 이 책을 읽었더니 더 재밌었다. 우아하고 호쾌하게 축구의 세계에서 살아남길! 저자의 이름은 김혼비 ㅋㅋ 닉혼비를 좋아하나 보다.

 

 

 

 

 

 

3권에서 가장 재밌게 읽은 마리 앙투아네트. 빵이 없으면 케이크(고기?)를 먹으면 되지 않냐는 말은 와전되었을 뿐이고.. 프랑스 왕실의 답답함에 얼마나 비운의 인생을 살았는지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모차르트의 성실한 하루 스케줄과 심오한 곡과는 달리 장난이 많은 사람이었다는 것에 왠지모를 인간미를 느꼈다.

 

 

 

 

 

 

 

 

저자의 살아온 인생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나치 강제 수용소, 서대문 형무소를 자주 찾아보는 것들을 서경식 교수는 '인간의 잔혹함과 무자비함을 혐오하면서도 그것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모순된 감정, 지적탐구심이라는 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맥락으로 프리모 레비와 같은 인물에 천착하는 것일지도. 그의 글에는 어둡고 조용하고, 마음을 묘하게 차분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

 

조르조 모란디.

몇년전 덕수궁에서 전시회를 할 때 처음 보았던 조르조 모란디의 그림들은 순전히 병과 그릇만을 그려놓은 것이었다. 갈색, 회색이나 옥색 같은 차분한 색들에 매료되어 어떻게 이런 사물들만 평생 그릴 수 있을까도 궁금해했던 것 같다. 모란디 미술관은 이탈리아의 볼로냐에 있다고 한다. 모란디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모란디의 그림 한 점을 가져와봤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묘미는 감정이 지극히 절제되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감정 폭발의 끝을 보여주어 대리만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던 적이 있다. 많은 작품을 읽어보지 못해서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이 책이 셰익스피어 작품의 입문서가 되어줄수가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몇달째 조금씩 조금씩 읽다가 이제야 다 읽었다. 걷기에 대한 다양한 분야(역사, 종교, 문학, 사회운동 등)의 지식들이 총 망라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엄청난 글 앞에 나는 단지 걸을 수 있을 뿐인 작은 생명체? ^^;;;

오늘날처럼 산책이란 것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니 영국의 일화들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두 다리를 자유롭게 이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일인지 이 날씨 좋은 가을에 많이 걷고 많이 걷자.

 

 

 

 

 

 

 

마스다 미리의 홀로 패키지 투어 여행기.

마스다 미리는 오로라를 보러 북유럽에도 가고, 삼바 축제에 참여하러 브라질에도 가고, 크리스마스 축제를 만끽하러 독일에도 간다. 마음만 먹으면 혼자라도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소심한 성격이면 패키지 투어로라도 갈 수 있는 것이다.

아, 마음이 급해진다~~ 세상에 가보고 싶은 곳은 얼마나 많은가!

 

 

 

 

 

 

 

권여선의 음식 산문집.

작가는 먹기도 좋아할 뿐 아니라 요리하는 것도 참으로 즐겨하시는 듯하다. 엄마에게나 얻어먹을 수 있는 요리 같은 번거로운 것들을, 정성스럽게 말이다. 점점 외식이 싫어지는 걸 보니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가 보다. 식재료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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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산책 - 식물세밀화가가 식물을 보는 방법
이소영 지음 / 글항아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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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태니컬 아트라고 문화센터에서 여는 프로그램인줄로만 알았던 나는 식물 세밀화라는 것의 바른 명칭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식물 세밀화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극사실주의적 그림이 아니라 식물의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특징은 확대하고 강조하되, 식물 개체의 환경 변이와 같이 종의 특징이 아닌 면은 축소하는 해부도라고 한다. (p.89) 그래서 식물 세밀화에 대해 찾아보니 그 아름다움에 놀라 한참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이 분야에 저자와 같은 원예학자가 많은지 미술을 전공한 화가들이 많은지 궁금해졌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식물세밀화라는 분야를 거의 개척한 듯하고 자부심 또한 매우 큰 것 같다. 영국이나 일본처럼 일찍이 식물세밀화의 중요성을 알고 활발히 연구되어온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제서야 그 중요성을 인식한 초기인듯하다.

식물, 공원의 모습을 담은 도판이 아름다운 책이다. 외국의 다양한 식물원들이 소개되는데 그런 식물원에 자주 가볼 수 있어서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행에 따라 다양한 식물들이 우리들에게 왔다가 떠나기도 한다. 다육식물이 한때 유행하더니 어느 덧 나에게도 보인 공중에 매달아 헝클어진 머리털을 연상시키는 틸란드시아 역시 그런 예이다. 나이가 들수록 식물에 더 관심이 간다. 모야모라는 앱으로 꽃이름도 많이 찾아보고 외우고, 다른 사람에게 아는 척까지 한다. ㅎㅎ 나비와 벌이 식물 주위를 맴도는 것처럼 우리 사람도 식물 주위에서 귀엽게 행복을 나누며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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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며칠은 시원해졌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엄청난 더위에... 도서관에 그렇게 사람이 많은 것도 처음 본다. 둥그렇게 앉는 테이블도 사이사이 사람이 다 앉아있었다. 재밌는 것은 앉아서 조는 사람도 참 많았던 듯. 선선한 날씨좋은 가을보다는 무더위의 여름이 더 독서의 계절인 듯하다.

 

네이버에 연재되었던 글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네이버에 연재되었을 때는 알지 못했다. 온라인에 씌여졌던 글이라서인지 호흡이 짧고 가독성이 좋다.

새삼스러울 것 없지만 역사는 선한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권력욕에 수많은 사람을 죽였던 것은 비단 조선왕조의 일만은 아니었다. 가령 헨리 8세는 자신의 왕비 두명을 포함해 천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처형했으나 18~19세기 세계의 패권 국가로 잉글랜드를 자리매김시켰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콜럼버스, 갈릴레이, 잔다르크와 같은 인물도 포함되어 있고 복잡한 유럽의 왕가 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무수한 사람들의 이름을 눈으로 스캔하자니 비록 머리속에 남는 인물은 몇 없는 것 같지만.. 3권도 기대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함정임의 에세이.

나에게 여행에 대한 첫 로망을 심어준 작가여서 애정이 깊다. 무수한 여행책들이 쏟아지는 요즘이지만 여지 없이 나의 기대를 만족시켜주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하다.

 

 

 

 

 

 

 

 

 

 

 

이 소설의 램지 부부는 버지니아 울프의 부모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 한다. 아이들도 자신의 형제들과 비슷하고.. 결국 세월이 흘러 등대에 가게 되었지만 확인한 것은 세월의 흔적이랄까.. 아, 인생의 무상함이여, 세월의 힘이여.

램지부인의 결혼관에 반하는 릴리의 생각에 많이 공감되었다. 아마도 버지니아 울프는 결혼생활이 주는 피곤함을 진작에 알아버린 사람이지 않았을까.

다음 읽을 책은 <자기만의 방>

 

 

 

 

 

달리기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이렇게 꾸준하게 주말마다 그것도 10년 넘게 달리기를 할 수가 있을까. 무려 마라톤 대회도 여러번 나간 것으로 보인다. 나도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된지 한참 지났다. 달리기는 무릎이 안좋아서.. 요가는 허리가 아파서... 그럼 무엇을.. ㅠㅠ

 

 

 

 

 

 

 

 

 

모른척 하고 있는 책이었다가..

함정임의 에세이에 언급된 <하나의 축> 내용이 궁금해져서 뒤늦게 읽게 되었다.

세상의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가 내 일인양 읽혀져 비현실이 아닌 현실의 소설이 되었다.

 

 

 

 

 

 

 

 

 

먹이를 준비하는 것을 누구보다 귀찮아하는 나는 이런책이 궁금해진다. 여러가지중 해보고 싶은 것은 그냥 흙 묻은 연근을 물에 씻어 잘라서 굽기만 한 것이다. 언제고 한번 해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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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아 - 리스본에서 만난 복수의 화신 클래식 클라우드 4
김한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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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언급했듯 나 역시 페소아를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통해 알게 되었고 그 매력에 빠져들어 이 책을 두번 읽었었다. 이후에 이탈리아어 중역인 까치글방의 <불안의 책>을 몇년 전에 읽었다. 첫 페이지부터 사로잡는 문장이라니... 이렇게 단 두권을 읽었을 뿐인데도 페소아의 매력에 빠졌는데 그 때문에 리스본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해도 이상할 것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한민의 <페소아>를 다 읽고는 정말 저자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은 나이에 페소아를 연구하려고 전공과 상관없이 포르투갈에 갈 수 있는 용기며 단순한 관심을 넘어선 전공자로서의 위엄이 책의 곳곳에 나온다. 한국에는 아직 페소아에 관련된 책이 많지 않은 것 같은데 그가 큰 몫을 할 것 같다. 페소아는 여러 개의 이명으로 문학작품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이 정신병이 있지 않을까해서 심리학이나 정신분석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고독을 친구 삼아 평생을 살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심정을 여러 개의 자아로 나누어 활동했던 것일까. 여러 개의 인물로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통일된 자아를 이루는 것이 인격의 완성인양 배워온 나로서는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사람들은 페소아의 흔적을 찾아 멀리 리스본까지 날아가는 것이겠지만 페소아는 오히려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다. 상상만으로도 여러 인물을 살아본 사람이니 상상만으로도 세상 여러 곳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페소아의 집이라는 박물관은 사실 엄밀히 말해 페소아의 집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페소아의 기본 생각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아르테 출판사에서는 이렇게 인물과 여행지를 결합한 시리즈를 출간하나 보다. 흥미로운 책들이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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