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은 속삭인다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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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떠오르는 기억중에 하나가 있는데. 갖 중학교에 입학한 1학년초의 일이었다. 교내에서 도난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말이 중학생이지 1학년이면 초등학생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도난사건이라니.. 선생님은 그 누군가가 자수하길 원했지만 자수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협박하는 것이었다. 선생님들중에 좀 신기한 행동을 하시는 선생님이 계셨는데 (소문에 의하면 그 선생님은 비둘기랑 대화를 하신다고 한다. -_-;;;;; )  그 분이 전교생을 대상으로 최면을 걸어서 범죄를 자백하게 한다는 것이다. -_-;;;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터무니 없는 협박인데 그때 정말로 순수했던지 그 말을 믿고서 최면에 걸리면 내가 여태까지 잘못했던 거 다 고백하게 되는거 아냐.. 하고 걱정을 했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우낀다 ㅠㅠ )

그 이후에 그 사건의 종말이 어찌 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물론 선생님이 애들을 최면 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이런 경험이 떠올랐다. 정말 굉장하지 않는가. 누군가를 이용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의 가장 약한 부분을 건드리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죄책감, 죄의식 비슷한 것으로 남아있어서 정상적이지 못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타인을 조종해서 범죄를 저지른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또 하나 기억해두어야 할 것은 그 범죄를 저지를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그 능력을 어떤 곳에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능력의 질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마모루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에게 기회를 준 것도 그런 차원의 일이었다. 리뷰에 이런 도덕적인 교훈을 쓰는 것은 별로라고 생각하지만 어쨋건 이 책이 남겨준 것은 이런 것이었다.

예전에 소설을 읽는 이유는 우리말의 아름다움 즉, 문체 같은 것을 음미하기 위해서 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당연히 한국작가의 소설들을 읽었었다. 그런데 일본이나 다른 나라의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소설에서 ' 서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서사를 잘 다룬 소설가가 없는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책을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흡인력이 미야베 미유키의 능력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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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그런 말이 나온다. 풍경은 의식하는 순간 보이는 법이라고.

수년을 지나다닌 골목이라도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그 보지 않은 곳은 내 활동반경이 아니게 된다. 그래서 같은 장소라도 모두에겐 다르게 기억된다. 사람들의 인생이, 생활이 모두 다  다른 것의 출발은 그런 인식의 잣대가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에겐 익숙한 행동들을 누군가가 다른 장소에서 유심히 보고 있다면, 가령 늘 스타벅스에서 사온 커피와 샌드위치를 같은 공원 비슷한 시간에 먹고 있는 것 . 이건 나에겐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겐 흥미있는 관찰의 대상일 수 있다. 내가 무슨 행동을 하든 목격자는 있게 마련이다. 더군다가 그 행동이 매우 습관화된 행동이라면 말이다. 전에 황인숙의 <목소리의 무늬>를 읽다가 놀랐던 얘기가 생각난다. 내가 늘 지나다니면서 바깥에서 보았던 가게의 점원 역시 내가 늘 같은 시간에 이 가게앞을 지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수수께끼 같은 일상, 모두 다른 사람들의 생활. 가볍지만 일관된 주제로 그런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고 있는 책이었다. 얇지만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일본소설을 보게 된 첫번째 작가가 아마 요시다 슈이치 였던 것 같다. 지난 겨울에 <랜드마크>를 읽고 잠시 실망을 했었는데 다시 좋아졌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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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배]의 한말글 일깨우기(32) : 웬일/왠지


우리가 말을 할 때는 틀리거나 의식하는 일이 없는데 글을 쓸 때에 헛갈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웬일’과 ‘왠지’입니다. 

  ‘웬’은 ‘어찌 된’ 또는 ‘어떠한’의 뜻을 갖는 관형사입니다. 


   (1) 이게 웬 날벼락이냐. 

   (2) 웬 낯선 사람이 와서 널 찾더라. 




  그리고 ‘왠’은 혼자 나타나는 일은 없고 ‘왠지’의 형태로만 쓰이는데, 이 말은 ‘왜인지’가 줄어든 형태로, ‘왜 그런지 모르게’ 또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의 뜻을 갖는 부사입니다. 




   (3)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4) 연녹색으로 돋아나는 새잎을 보면 왠지 가슴이 벅차오른다. 




  ‘웬’은 관형사로서 혼자 쓰일 수 있고, ‘왠’은 ‘왠지’로만 쓰이는데, ‘웬’이 뒷말과 결합해서 새로운 말을 만들어 붙여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웬일’을 비롯해서 ‘웬걸, 웬만하다, 웬만큼, 웬셈’ 따위가 그러합니다. 




   (5) 웬일:어찌 된 일. 의외의 뜻을 나타낸다. 

                네가 웬일로 아침 일찍 일어났니? 

   (6) 웬걸: ‘웬 것을’이 줄어든 말. 의심이나 의외, 부정의 뜻을 나타낸다. 

                 웬걸요, 고마워하기는커녕 화만 내지 뭐예요. 

   (7) 웬만하다: 

       ① 정도나 형편이 표준에 가깝거나 그보다 약간 낫다. 

           먹고살기가 웬만하다. / 그 학생은 성적이 웬만하다. 

       ② ‘웬만하면’, ‘웬만한’, ‘웬만해서는’ 따위로 쓰여 허용되는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 

         그건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 웬만하면 네가 참지 그러니? / 그 분은 웬만해서는 화를 내지 않으시는 분이다. 

   (8) 웬만큼: 허용되는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아니할 만큼. 보통은 넘는 정도로. ≒ 웬만치. 

         몸에 좋다는 약도 웬만큼 먹어야지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탈이 난다. / 그는 중국어를 웬만큼 할 줄 안다. 

   (9) 웬셈: 어찌 된 셈. 

        웬셈으로 네가 선물까지 가지고 왔니? 




  따라서 ‘왠지’에서만 ‘왠’으로 쓰고, 또 위에 든 단어 이외의 경우에는 ‘웬’의 형태로 뒷말과 띄어 써야 합니다. 




   (10)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았어. 웬 낯선 사람인 줄 알았는데 웬일로 네가 날 찾아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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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꾼 17가지 화학 이야기 1 - 비타민에서 나일론까지, 세계사 속에 숨겨진 화학의 비밀
페니 르 쿠터. 제이 버레슨 지음, 곽주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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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 과학과목중에서 그나마 좋아했던게 화학이었던 것 같다. 그 시절엔 자고로 선생님이 좋으면 그 과목도 좋아지는 법.. 이런 재미없는 과목 시간에는 더군다나 그게 오후에 있는 수업이라면 교실은 거의 조는 아이들로 초토화된다. 책을 읽으면서 거의 기억의 끝자락에도 없는 화학의 추억을 상기하느라 다소 골머리가 아팠다. ^^

이 책은 주로 탄소화합물 위주로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유기물들에 관해 역사적배경과 함께 간략한 화학지식을 전달해주고 있다. 일러스트가 낯익다고 생각해서 보니 고솜이의 책에서 보았던 강모림씨가 그린 그림이었다. 너무나 오래전 기억인 화학구조식도 오랫만에 정신노동 차원에서 봐주고..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사물들이 한때의 우연의 산물이거나 누군가의 엄청한 고생으로 이룩한 업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생이 읽으면 딱 좋을 책이다. 가령 녹말은 물에 녹는데 셀룰로오스는 왜 물에 잘 안녹는지, 플라스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고무, 나일론, 페놀과 같은 정말 화학 교과서에 나오는 것들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야 딱딱한 화학식만 배웠는데 이렇게 말랑말랑한 이야기와 그림까지 나오니 공부하라는 유혹을 쉽게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의 교훈, 학문을 하는 것과 그것으로 돈을 버는 소위 기업가 기질은 따로 타고 나는 것 같다. 고무를 발명한 굿이어의 예처럼 말이다. 어른이 되어 이런 책을 읽고 보니 학문에만 순수하게 몰두하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같은 결과도 잘 포장하면 더 멋져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괴리감으로 참 힘들었던 시절이 떠오른다. 심지어 포장만 잘해서 성공하는 사람들도 더러는 있다. 그래도 어쨋거나 순수하게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여 역사를 바꾼 사람들이 있기에 이 세상은 잘 굴러가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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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다의 환상 - 상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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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명의 친구들이 대학졸업후 한참 뒤 여행을 가게 된다. 삼십대 후반의 나이, 일상을 배제한 수수께끼를 들고서 섬으로 간다. <상>권에서는 네명 중 두명의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런 소재를 가진 소설을 처음 본 것 같다. 수수께끼를 들고 떠나는 여행이라니.. 나의 여행에는 늘 구질구질한 일상이 함께 따라다녔었다. 떠난 그곳에서 까지 일상의 끈을 놓치 못했던 여행이 진정한 의미의 여행이었을까. 오래된 커다란 숲을 오르고 있는 그들과 함께 나 또한 함께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오래된 숲의 냄새, 적당히 낮은 온도, 고요함 속에서 수수께끼는 펼쳐진다.

살면서 정말 이상했다고 생각되었던 사건들이 몇번 있었다. 아주 가벼운 것은 금세 잊혀졌지만 꽤 인상적이었던 사건들은 아직도 가끔 떠오른다.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보지만 혼자서는 더이상 사고가 전개되지 않는다.  허물없는 친구에게 조차 털어놓지 않은 일들도 많다. 그런 것들을 다른 사람과 얘기해보면 얘기치 못한 답변이 나올 수도 있겠다. 소설속에서나 가능한 일일까. 정말 실행에 옮겨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공감대가 형성되려면 왠지 이 책을 읽은 사람이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니면 좀 이상한 취급을 받을 것 같기도. ^^ 이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은 비단 나뿐이 아닐 것이다. 누구나의 마음 속에는 일상을 탈출해 내가 아닌 것 같은 모습도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을테니까 말이다.

어쨌든 온다 리쿠의 세번째 책은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일단 표지부터가 너무 이쁘다. 나무 뒤에 빼꼼 얼굴을 내민 저 유약해 보이는 사슴하며, 새로운 설정, 개성강한 인물들. 제목이 아직 무얼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은 재밌고 봐야한다는 나의 생각에 너무나도 잘 부합하는 책이었다. 온다 리쿠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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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5-13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의 중독이죠^^

스파피필름 2007-05-13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만두님~~ 그러게요.. 긴장의 완급조절하며.. 너무 재밌었어요 ㅠㅜ
좋은 하루 되세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