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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다의 환상 - 상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네명의 친구들이 대학졸업후 한참 뒤 여행을 가게 된다. 삼십대 후반의 나이, 일상을 배제한 수수께끼를 들고서 섬으로 간다. <상>권에서는 네명 중 두명의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런 소재를 가진 소설을 처음 본 것 같다. 수수께끼를 들고 떠나는 여행이라니.. 나의 여행에는 늘 구질구질한 일상이 함께 따라다녔었다. 떠난 그곳에서 까지 일상의 끈을 놓치 못했던 여행이 진정한 의미의 여행이었을까. 오래된 커다란 숲을 오르고 있는 그들과 함께 나 또한 함께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오래된 숲의 냄새, 적당히 낮은 온도, 고요함 속에서 수수께끼는 펼쳐진다.
살면서 정말 이상했다고 생각되었던 사건들이 몇번 있었다. 아주 가벼운 것은 금세 잊혀졌지만 꽤 인상적이었던 사건들은 아직도 가끔 떠오른다.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보지만 혼자서는 더이상 사고가 전개되지 않는다. 허물없는 친구에게 조차 털어놓지 않은 일들도 많다. 그런 것들을 다른 사람과 얘기해보면 얘기치 못한 답변이 나올 수도 있겠다. 소설속에서나 가능한 일일까. 정말 실행에 옮겨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공감대가 형성되려면 왠지 이 책을 읽은 사람이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니면 좀 이상한 취급을 받을 것 같기도. ^^ 이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은 비단 나뿐이 아닐 것이다. 누구나의 마음 속에는 일상을 탈출해 내가 아닌 것 같은 모습도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을테니까 말이다.
어쨌든 온다 리쿠의 세번째 책은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일단 표지부터가 너무 이쁘다. 나무 뒤에 빼꼼 얼굴을 내민 저 유약해 보이는 사슴하며, 새로운 설정, 개성강한 인물들. 제목이 아직 무얼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은 재밌고 봐야한다는 나의 생각에 너무나도 잘 부합하는 책이었다. 온다 리쿠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