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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훈의 그랜드투어 : 지중해 편 - 사람, 역사, 문명을 거닐고 사유하고 통찰하는 세계사 여행 ㅣ 송동훈의 그랜드투어
송동훈 지음 / 김영사 / 2012년 7월
평점 :
사람들이 역사적인 유적지로 여행을 다니는 까닭은 그 장소에 담긴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예전에 대단한 역사적인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면 사람들의 발길은 자연스럽게 끌리게 된다. 사실 나도 이런 이야기가 담긴 장소를 좋아해서 자주 찾아다니고는 하는데, 아직 지중해 지역은 가보지 못했다. 그리스와 터키, 스페인은 요즘 경제 문제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인데, 역사적으로는 예전에 서구인들의 문화를 이끌었던 발상지이기도 해서 아이러니한 기분이다. 이래서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이 있나보다.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여행지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그래서 책을 받자마자 읽어보았는데, 보통 소설책의 재미를 뛰어넘을 정도로 굉장히 재미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알고보니 지중해편을 출간하기 전에 서유럽과 동유럽편을 이미 낸 적이 있다. 꽤나 맛깔스러운 설명과 장소와 이야기의 결합이 절묘해서 범상치는 않아보인다 싶었는데, 역시 이런 단단한 내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솔직히 일반적인 여행기는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서 감상과 사진을 주로 보는 형식이 많은데, 이렇게 정확한 정보와 함께 그 장소의 사진을 함께 보니, 좀 더 생생하게 역사가 내 앞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유럽 여행은 이미 여러번 해서 노하우가 많이 쌓이기도 했을텐데, 이동방법이나 그 지역의 물가, 지도와 같은 자료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으면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장소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이다. 물론 일반적인 관광지도 가기는 하지만, 저자는 인적이 드문 곳을 더 좋아하는 듯 하다. 가이드를 통해서 듣는 역사적인 이야기는 아무래도 한정된 시간 때문에 길게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만약 이 지역을 여행할 예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먼저 읽고 방문을 한다면 좀 더 알찬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나라들이 다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지역은 바로 그리스이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라고도 일컫는 곳인데, 수천년 전에 그들이 만든 민주주의는 지금까지도 살아남아서 모든 국가 정치의 근간이 되고 있다. 오직 자유를 위해서 투쟁을 했던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유로운 삶에 대한 욕망이 강한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어떤 나라가 좋은 쪽이고, 나쁜 쪽인지는 정확하게 구별할 수는 없다. 모두 각자의 신념이 있고, 그 신념에 따라서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 더 마음이 가는 쪽은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그리스가 나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나 터키의 경우에도 예전에 광대한 영토를 지배하고자 하는 정복욕이 세계사의 큰 흐름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다양한 문화의 교류 뿐만이 아니라 문명의 발전도 가능했다. 가능하면 좀 더 평화로운 방법으로 이루어졌다면 좋았을 텐데, 그 시절에는 이런 방법이 일반적이었던 듯 하다.
물론 역사적인 장소를 직접 가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이 책은 여행기와 역사책을 절묘하게 섞어놓은 책으로, 유럽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적극적으로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지금의 모습과 과거의 영화를 오버랩시켜서 보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