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른 :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스토리콜렉터 74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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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의 휴가는 다른 사람들과 남다르다. 친절한 동료의 가족 집을 방문했을 뿐인데, 어마어마한 사건에 휘말려버렸다. 사건의 무대가 되는 도시는 한 때 번영했으나, 이제는 마약으로 많은 사람들이 찌들어있는 곳에 불과하다. 작은 도시에서 일어나는 사건치고는 워낙 다양한 범죄들이 연달아 등장하다보니, 이 사건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것인지 그 연결고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미 큰 건의 사건들을 두루 해결한 주인공 데커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기억력을 활용해서 일반 사람이라면 지나치기 쉬운 작은 힌트들을 발견한다.

사실 이 책의 분량은 거의 500페이지가 넘어서 상당히 긴 장편 소설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은 작가의 뛰어난 이야기 구성력 덕분이다. 하지만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기 때문에 나중에 헷갈리지 않으려면 책을 읽으면서 인물 관계도라도 그려놓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나같은 경우에는 책을 중간중간 끊어서 읽다보니, 나중에는 누가 어떤 이유로 죽었는지 조금 혼선이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마지막 100 페이지는 눈깜짝할 새에 읽어버렸다. 이런 류의 소설이 대부분은 그렇지만, 중반까지는 사건이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지만, 결말 부분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버린다.

미국이 자유로운 나라라고는 하지만, 이런 소도시들이 많다는 사실은 왠지 씁쓸하다는 기분이 든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조직이 없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실제로 이런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섬뜩하다. 모든 범죄의 목적은 결국 돈으로 귀결되는데, 과연 돈이 얼마나 많아야 사람이 만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게 부족함이 없어보이는 이웃도 때에 따라서는 나쁜 사람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의 욕심이란 끝도 없다는 사실이 무섭기도 하다. 각자 자기 나름대로 범죄사실을 알면서도 합리화한 덕분에 하나의 큰 범죄가 일어나게 되었다. 그나마 데커 같은 사람이 남아있어서 세상이 지금보다는 더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무더운 한여름밤에 읽을만한 정말 재미있는 소설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이 제격이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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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열기
가르도시 피테르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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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행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행위 중의 하나는 홀로코스트에서 행해졌다. 모든 생명은 평등한 것이 세상의 이치이련만,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들을 자행할 수 있는지 믿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끔찍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다. 이 소설은 헝가리인이면서도 유대인인 생존자가 세계대전이 끝나고 재활 치료를 받으면서 인생의 사랑을 찾은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사실 전체적인 줄거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편지만으로 서로의 감정을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는 과정은 요즘 같이 퍽퍽한 시대에 왠지 낭만적이다.

남자 주인공은 100명이 넘는 여자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물론 그 편지에 답을 하는 여자들은 절반도 되지 않았지만, 그 중에서도 끝까지 편지를 이어가는 여자들이 생겼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좀 더 특별하게 생각되는 여자가 생겼다. 새벽마다 고열에 시달리는 병을 앓으면서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오랫동안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다라는, 거의 동화같은 결말이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사실 남자 주인공의 경우에는 똑똑한 머리와 괜찮은 말솜씨를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외모는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용소 생활 때문에 치아는 없어졌고, 병 때문에 몸무게는 뼈밖에 안 남을 정도로 가벼웠다. 하지만 이런 외모적인 결함은 여자 주인공에게 큰 장벽은 아니었다. 물론 실제로 처음 봤을 때는 조금 거부감이 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런 연애 과정들을 보면서 나도 이성을 볼 때 과연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처음 봤을 때는 외모가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좀 더 긴 인생을 함께 살아간다고 봤을 때 과연 외모가 계속 중요하게 될지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대해주는지, 그리고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한결같이 변하지 않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남녀주인공은 서로에게 꼭 맞는 짝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이 소설을 완성함으로써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세상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게 남겨졌다.

때로는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설보다도 더 극적인 경우가 있다. 아마 이들의 사연이 바로 그런 케이스이기도 하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랑 덕분에 남자 주인공은 죽지않고 병을 극복하고 오랫동안 살았다. 잔잔하면서도 순수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꽤 재미있게 이 책을 읽었다. 과연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나름의 해답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힘들 때 마음의 위로가 되어주는 이야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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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살인사건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3
에드거 월리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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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추리소설은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현대 추리소설의 복잡한 트릭이나 박진감은 좀 떨어지지만 통신이 원활하지 않던 시대적인 배경과 함께 그 때만 활용할 수 있었던 범죄 수법 등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지금과 같은 유전자나 지문 감식 기술을 활용하면 금방 범인을 알아낼 수 있는 사건도 이 당시에는 사건을 담당하는 탐정이나 형사의 상상력과 논리력에 의존해서 해결해야 했다.

이 책에 나온 살인 사건도 사실 결과만 보면 매우 기이한 사건이다. 시체가 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 살해당한 장소에서 옮겨졌고, 또 살인자도 명확하게 밝혀내기는 어려운 점이 있는 등 온통 의문투성이이다. 게다가 사건을 담당하는 탐정도 꽤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라 사건을 따라 추적하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탐정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도 꽤 흥미로웠다.

이 작품만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독특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이 많이 나온다는 점이다. 그냥 평범한 사람들 같지만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각자 나름대로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더니, 딱 이 말이 맞아떨어지는 격이다. 살인사건과는 어울리지 않게 '수선화'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사실 이 사건에서 그리 중요한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건을 좀 더 기이하게 만들어주는 역할 정도는 되겠다.

사실 트릭 자체가 그렇게 어렵거나 기묘하지는 않다. 하지만 워낙 여러 사람이 얽혀있다보니, 일반적인 사건과는 다르게 그 동기나 수법을 밝혀내는 것이 조금 까다로웠다. 독자가 자체적으로 이 트릭을 밝혀내는 일은 거의 어렵다고 본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숨긴 부분도 있고, 단편적으로 제시한 단서만 가지고는 이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결말에 가서는 이런 식으로도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오랜만에 꽤 흥미로운 고전 추리소설을 읽었다. 이런 류의 작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그렇게 재미없는 책은 아닌니 시간 때우기용으로는 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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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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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었던 스릴러 중에 이렇게 독자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작품도 참 드물다. 과연 주인공이 정신병자인지 아니면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인지 그것을 결정하는 요소는 바로 환경이다. 내가 아무리 정상적이라고 외쳐도 주변에서 정신병자로 몰아가면 나중에는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정상인지 아닌지 모르게 된다. 현실과 환상이 엎치락 뒤치락 혼재되어 있는 상황이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소설 속의 사건은 이웃집 소포로부터 시작된다. 사실 그 소포만 아니었다면 주인공인 엠마의 일상은 계속 평온함을 유지했을 것이다. 물론 너무나도 끔찍한 사건의 기억 때문에 무척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살 만은 했다. 그러나 항상 똑같을 것 같았던 일상이 소포 하나 때문에 깨져버렸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 소포 덕분에 무척 힘들었지만 진실을 아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 그 때부터 사람의 판단력은 흐려진다. 독자들은 오락가락하는 주인공의 정신상태 때문에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또 어디까지가 헛것인지 헷갈린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은 절대절명의 위기가 닥쳤을 때 주인공이 한 행동이다. 사실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었던 것인지 의문스럽기는 하지만 극적인 전개를 원했다면 필요한 부분이었을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다보니 저자는 이 작품 말고도 꽤 재미있는 작품들을 많이 쓰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마무리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독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마지막에는 모든 퍼즐이 짜맞추어지는 구성력이 탁월하다. 기회가 된다면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 평소에 스릴러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스릴러 중 단연 상위권에 들 수 있는 작품이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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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너 클럽
사스키아 노르트 지음, 이원열 옮김 / 박하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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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의 부유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끼리 작은 모임을 만들었다. 부부 동반 모임으로 만나서 파티도 열고 같이 밥을 먹으면서 친분을 쌓아나가는 모임이다. 주인공인 카렌은 도시에서 살다가 갑자기 전원 생활을 하게 되니 조금 답답했는데, 이런 모임을 통해서 그동안 답답했던 기분이 조금 해소되는 느낌이 들었나보다. 그런데 갑자기 모임이 삐걱대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평범해보이지만 절대 평범하지 않은 사건이 벌어지는 과정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의 욕망이란 무엇이길래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아가는 것인지 참 궁금했다. 그냥 모든 일은 순리대로 풀리기 마련인데, 그것을 어떻게든 자신의 욕심껏 바꿔보려고 애쓰다가 결국 참담한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욕심을 부리더라도 자신이 가질 수 있는 만큼만 가져가야 하는데, 이 소설의 경우는 너무 극단적인 경우이다. 하긴 이런 설정을 해야 독자로 하여금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지는 요소를 끌어낼 수 있겠다.

외부에서 보면 정말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사실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남모를 비밀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다. 여주인공인 카렌만 해도 아주 약간은 속물적이고 이기적인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이성적인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요즘에는 일부일처제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혼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하더니, 이 작품은 그런 사회적인 세태를 무척 잘 보여준다.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궁금하기는 하지만 나라면 차마 그렇게 행동하지는 못할 것 같다. 주인공이 그랬듯이 한 번의 실수로 평생 마음의 상처를 담아가며 살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수많은 오해와 억측, 다툼 끝에 어떻게든 이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그런데 왠지 마음이 편치 않다. 이 이야기를 읽는 동안은 무척 흥미롭고 짜릿했으나 그 끝은 씁쓸하다. 개인적인 관점으로 보면 육체적인 욕망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섹시하고 도발적인 소설이지만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평소에 스릴러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도 분명 흥미로울 것이라 확신한다. 잠 못 이루는 밤에 이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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